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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 - 장윤주 (3)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부제 : 화곡동에서 생긴일





 일단 다른 대안이 있는것도 아니라서 형준이 내놓은 나름 절충안이라 할 수 있는 일단 당분간만 상희의 아들 용이를 우리가 데리고 있자는 그 말대로 가게 되었다. 그렇다고 윤주가 승낙을 한것도 아니고, 윤주는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간직한채 다만 그녀라고 지금 다른 무슨 뾰족한 대안을 내놓을수 있을만한 머리가 있는것도 아니라서  일단 어영부영 이대로 가게 된 것이다. 사실 윤주 입장에선 상희든 누구든 형준의 전처소생 딸들이나 그쪽 식구들과는 웬만해선 엮이고 싶지 않은 그런 심정이다. - 심지어 상희 아들까진 모르겠는데 다른 딸들도 이혼했네 뭐네 하면서 아이 맡기고 가는 것은 용납 못한다고 엄포를 놓은것만 봐도 그렇지. 여하튼 그렇게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여섯 살난 외손자(?)를 맡게된 윤주의 심정은 그저 불편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나마 밤늦은 시간에 아이가 잠들어있는 2층방으로 올라가보기는 했다. 그렇다고 무슨 아이가 걱정이 되거나 자는걸 살펴보고 싶어 올라와본 것은 아니고, 이런저런 심란한 마음에 잠도 못 이루다 그냥 대충 넓은 집안에서 밤중에 혼자 서성거리다 거기까지 다시 올라오게 된 것이다. 사실 여섯 살난 어린아이가 제 엄마도 사라진 상태에서 혼자 그 넓은 방에서 잠들어있으니 애가 행여 무서워하지나 않을까 그런 생각에 조금의 배려라도 해줄법한데 – 하다못해 이부자리라도 깔아줄 생각을 한다던가 – 그런 생각조차 전혀 머릿속에도 가슴속에도 들지 않는게 윤주의 심정이다. 그저 혼자 잠시 슬며시 방안에 들어와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는 여섯 살 어린아이를 한참동안 착잡한 심경으로 바라만 볼 뿐이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료해졌는지 다시 방에서 나오긴 한다. 그리고 이번엔 윗층으로 올라간다. 용이가 잠든방이 2층에 있으니 그 윗층이면 3층. 하지만 거긴 다락이나 다름없는 공간이다. 그야말로 ‘다락방’쯤 된다고 할 수 있는 높이도 낮고 넓이도 그리 넓지 않아 허드렛짐 정도나 좀 놓아둘수 있는 창고같이 쓸수나 있으려나 그런 정도의 생각이 드는 방 크기다. 게다가 윤주가 여성으로선 키도 제법 큰 편이라 그 다락안엔 그냥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그 다락방 앞의 공간은 웬만한 성인이 혼자 서 있을만한 높이는 되어 거기서 멍하니 별생각없이 다락방 문을 열고 그 안을 잠시 들여다볼뿐이다. 그리고 3층에 베란다가 하나 설치되어 있기도 한데 일단 그쪽으로 통하는 복도형 마루를 걸어간다. 그래봤자 성인 발걸음으로 다섯걸음도 채 안될 짧은 거리이긴 한데 그쪽에 작은 베란다가 있고 그쪽으로 통하는 여닫이 문이 있다. 사실 형준의 집에는 2층에도 베란다는 있다. 허나 2층 베란다가 2층 거실 넓이와 거의 맞먹는 넓은 공간인 반면 3층 다락층의 베란다는 성인 두명 정도나 겨우 서서 바깥경치나 좀 구경할수 있을만한 그 정도의 크기다. - 서양영화 같은데서 이따금 보는 옛날 귀족집 높은층의 좁은 발코니 같은 공간을 생각하면 된다.

 여하튼 그쪽으로 나와 혼자 상념에 잠기는 윤주의 모습. 이미 한밤중이라 바깥경치는 어둡고 게다가 공교롭게도 3층 베란다쪽으로 통하는 곳은 연립주택 앞쪽이 아니라 뒤쪽이라 그쪽은 작은 야산이다. 형준의 연립주택 앞쪽으로는 다른 연립주택이나 서민형 아파트들이 쭉 늘어서 있어 그쪽의 불빛들이 대충 보이기도 하지만 뒤쪽은 야산이라서 그저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야산이라 했지만 그 높이도 제법 높아 3층 베란다에서 바라보는데도 어둡고 큰 육중한 산만이 시야에 보일뿐이다. 어찌보면 살짝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윤주는 형준의 집에서 살게된지도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이와같은 행동은 꽤나 익숙해있는 모습이다. 뭔가 3층 베란다에 혼자 나와서 이런저런 복잡한 상념에 잠겨있는 모습. 그러다 평상시 준비해놓고 있었던것인지 그 한구석진곳에 모아둔 담배와 라이터들, 그중 담배 한갑을 라이터와 함께 집어올린다. 그리고 담배 한 개피를 피워무는 윤주. 담뱃불을 붙이고 그것을 피우면서 회색 담배연기를 내뿜으면서 윤주는 그렇게 혼자 이런저런 복잡한 상념에 잠길뿐이다.

 사실 윤주네 집에 용이가 맡겨지면서 생긴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 아이와 하루종일 집에 있게 되는 사람이 다름아닌 윤주라는 점이다. 형준이야 어차피 평일에는 출근을 해야하는 몸이고, 게다가 상희가 가끔좀 챙겨봐달라고 부탁한 신촌의 두 동생도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그녀들도 화곡동까지 와서 용이를 봐주거나 챙겨줄만한 시간을 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 - 게다가 큰언니 상희가 신촌 빌라방을 찾아와 그와같은 당부를 했을 때 이미 무척이나 난감하고 내키지 않는듯한 반응을 익히 보여준 그녀들이 아닌가. 따라서 상희까지 사실상 떠나버린 상황에서 결국 용이가 하루종일 집에서 함께 지내야하는 사람은 30대 중반의 새외할머니(?) 뻘이 되는 장윤주란 여자. 그것도 아마 순전히 돈 때문에, 또는 대를 이어줄 3대독자를 낳아주길 바라는 형준의 이야기를 듣고 내심 생긴 어떤 야심이나 꿍꿍이속같은 것이 있었는지, 여하튼 서른다섯살 많은 형준과의 결혼은 별다른 망설임없이 선택한 듯 하지만, 막상 이렇게 그전까진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상상해보지도 않았던 남편 전처소생 큰딸의 아들. 한마디로 의붓외손자(?)를 맡아야 한다는 점에 드러내놓고 싫은 기색을 보이고 있는 그 윤주가 하루종일 용이와 함께 있어야한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여섯 살 어린아이와 30대 중반의 여인.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일단 상식적으로 가장 무난하게 생각할수 있는 사이가 모자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겠지만 일단 윤주와 용이가 단둘이 있다면 다정한 모자간이나 하다못해 무슨 이모나 고모의 조카와의 관계 그런 그림이 그려지기도 쉽지 않을테고. 따라서 대체 저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가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그런 30대 중반의 여인과 여섯 살 어린아이가 그야말로 하루종일 거의 함께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적어도 얼마전까지는 무탈했던 노형준의 집에 서서이 드리워지는 먹구름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남편은 출근한 상황에서 그래도 애 밥정도는 챙겨먹여야 겠다는 생각은 하는지 대충 토스트라도 구워먹이고는 혼자 거실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윤주의 모습. 대충 그렇게 거실에서 뒹굴다 심심해서 TV라도 보다 그 TV마저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지 바로 꺼버린 윤주. 무료하고 심심함을 쉬이 달래지 못해 그저 혼자서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그때 뜻밖에 벨이 울렸다.

 “ 누구세요 ? ”

 사실 이 시간에 형준과 윤주의 집 벨을 누를만한 사람은 없는데. 혹시 큰딸 상희가 돌아오거나 아니면 신촌산다는 그 넷째 경희나 다섯째 민희가 찾아온것인가. - 허나 근본적으로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사는게 불편해서 집을 나간 넷째와 다섯째임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흔쾌히 자발적으로 화곡동집을 찾아올 사람들이 아니다. - 무엇보다 윤주는 아직 상희가 자신의 두 동생들에게 가끔 용이를 좀 챙겨봐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다. - 그렇다면 대낮에 이따금 있을법한 흔한 잡상인이나 사이비종교 선전원인가. 이런저런 생각이 잠시동안 들면서 일단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어본 윤주. 헌데 순간 윤주는 기겁하고 말았다.

 “ 까꿍~! 자기야. ”

 뭔가 굉장히 능글맞아 보이는 표정의 사내가 마치 굉장히 다정한 연인이라도 대하듯 그와같이 윤주를 부르며 심지어 그녀에게 뽀뽀세례까지 해대며 현관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윤주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 미쳤어 ? 지금 제정신이야 ? 여길 찾아오면 어떻게 해 ? ”

 “ 우웅...우리 자기 왜 새삼 앙탈이세요 ? 우리 자기는 그동안 나 안 보고 시퍼쩌

  요 ? ”

 코맹맹이 소리까지 해대며 계속 능글맞은 소리를 건네는 남자의 모습에 윤주는 경악할 수밖에 없고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법 당당한 걸음걸이로 신발을 벗고 이미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금 윤주앞에 나타난 남자는 사실은 윤주의 내연남인 오대산이란 남자다. 아니, 내연남이라기보단 무슨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속이 있었는지 윤주가 지금은 3대독자를 원하고 있는 칠순의 노사장 형준을 택해서 그렇지, 만약 윤주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지금쯤 오대산이 윤주의 남편이 되어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사이가 바로 이 오대산이란 남자다. 바로 그와같은 한때의 깊은 사이였기 때문인지 오대산은 지금 형준과 윤주가 사는 3층짜리 연립주택에 아주 거침없이 들어서고 있는데, 윤주 입장에선 그야말로 기가막히고 살이 떨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쨌든 오대산을 만류를 하든 달래보든 뭘 어찌해보려 하는데 이미 대산은 속수무책으로 형준의 집 1층거실 한쪽에 있는 소파에 성큼 앉아버린다. 그리고 당당하게 윤주에게 소리친다.

 “ 손님이 왔으면 뭐 간단하게 마실거라도 내놔야될거 아냐 ? 아무리 못배운 기집

  애기로 그렇게 기본 예절이 없냐 ? ”

 “ 미...미쳤어 지금...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그리고 도대체 이 시간에

  여긴 왜 온거야 ? ”

 “ 에이씨~~~!!! 이 기집애가 진짜...그리고 어차피 지금은 영감은 회사갔을 시간 아

  냐 ? 근데 어차피 이 시간에 이 집에 너와 나 단둘뿐인데 뭘 그렇게 겁을내고 그

  러냐. 그리고 우리가 어디 내외하는 사이냐. 그러지말고 어서 이리좀 와봐. ”

 그러면서 살짝 애정공세라도 하듯 윤주를 안아보려 하는데, 이러자 윤주는 진짜 큰일날것만 같은 생각에 대산을 거세게 밀쳐버린다. 처음엔 그저 윤주가 좀 당황해서 그러는것이거나 있을법한 앙탈쯤으로 여겼는데, 행동이 좀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드는지 대산이 화가나서 말한다.

 “ 아니, 근데 이 기집애가 정말 ? 너 왜그래 진짜 ? 이 오빠가 오랜만에 너 좀 보

  고싶어 왔는데...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냐 ? ”

 “ 조용안해 진짜 ? 큰일나려구...그리고 이 집에 지금 나혼자 아냐. 2층에 애가 있

  다구. ”

 “ 뭐 ? ”

 어차피 오대산은 그동안 노형준의 집에서 벌어진일은 알수 없는 입장. - 그것도 불과 엊그제 하루이틀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 따라서 일단 윤주는 대산을 진정시킨뒤 차분하게 그간 어떤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해주며 2층에 바로 그 형준의 큰딸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만의하나 어쨌든 여섯 살이나 먹은 아이가 자신과 대산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되기라도 하거나 엿보기라도 하면 어쩔거냐구 하면서 단단히 행동주의를 주는 윤주. 대산으로서도 일단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라서인지 다소 당황하며 몸조심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단 조금전까지 당당하게 윤주를 대하던 기세는 많이 수그러진 상태인데, 허나 그러면서도 또 생각해보니 웃긴지 예하 그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소리를 흘리기까지 한다.

 “ 크하...근데 생각해보니 좀 웃기네 ? 어쨌든 그 영감 큰딸의 애가 이 집에 와 있

  다 이거지 ? 그러니까...그럼 너한테도 외손자가 되는거네 ? ”

 “ 장난해 지금 ? 외손자는 누가 외손자야 !!! ”

 ‘외손자’니 뭐니 하는 그런 표현 자체가 듣기 불편한 듯 서른다섯살의 장윤주는 바로 그렇게 발끈하고 허나 윤주의 이런 태도에 오히려 대산이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 한다.

 “ 그 뭐...말이 그렇다는거 아니냐. 그리고 뭐 내가 어디 틀린말했냐 ? 그러고보니...

  둘이 그럼 호칭은 어떻게 부르냐 ? 애가 너한테 ‘외할머니이~~~!!!’ 이렇게 부르냐

  ? ”

 “ 미쳤어 ? 돌았어 지금 ? 외할머니는 누가 외할머니라는거야 자꾸 ? 그리고 그래

  봤자 엊그제 그 노인네 큰딸이 맡기고 가는 바람에 이제 한 이틀 지났는데 무슨

  호칭이고 뭐고 정할 시간이 있었겠어 ? 아직은 그냥 그저그렇게 서먹하게 사는거

  지 무슨... ”

 “ 뭐 여하튼 니가 애한테 외할머니뻘이 되는... ”

 ‘철썩~!’ 하고 벼락같이 따귀 후려치는 소리가 들린다. 사실 따지고보면 대산이 진짜 그렇게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주는 지금 이 나이에 외할머니고 뭐고 그런 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싫어서인지,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오대산이 그런 호칭을 자꾸 입에 붙이는 것이 마치 자신을 놀리는것처럼 들려 격분해서 순간 대산의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 사실 대산이 윤주와 알고 지낸지는 이제 한 3-4년정도가 흐른셈인데, 아직까지 윤주한테 이렇게 뺨을 맞아본 경험은 없었던지라 그래서 더더욱 놀라고 충격을 받기까지 했다. 그래서 더더욱 뺨을 맞은곳이 얼얼하기까지 하다.

 “ 일단 적당히 이거나 먹고 돌아가. 그리고 당분간 내가 연락할때까지 얌전히 있어.

 ”

 일단 적당히 오대산을 달래서 돌려보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차피 점심시간도 되어가고 있으니 빵이라도 두어쪽 내놔 대산을 대접하는 윤주. 그리고는 그렇게 당분간 행동거지 조심해달라는 신신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헌데 마침 허기가 졌던 참인지 윤주가 차려준 몇쪽 되지도 않는 빵을 와구와구 먹어치운 대산은 그런 윤주를 보며 아직 할말은 좀 남았는지 말을 건넨다.

 “ 어쨌든 내가 너 그 노인네한테 보낸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러니 이제라

  도 딴맘 품으면 안돼. ”

 “ 누가 딴맘을 품는다고 그래 ? 그리고...2층에 애 있다고 내가 이미 말 했어, 안 했

  어 ? 그런데 자꾸 그런말을 하면 어떻게 해 ? 행여 애가 진짜 듣기라도 하면 어쩌

  려구. ”

 “ 알았어요 알았어. 어떻든...어떻게 꾸미고 겨우 시작한 우리의 거사인데 허무개그

  처럼 무산시킬수는 없지. 니 말마따나 나 행동은 조심할게. 하지만... ”

 “ 하지만 뭐 ? 돈 필요해 ? ”

 이렇게 느닷없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찾아온 오대산을 보니 의도가 그런 것 아닌가 싶어 이와같이 묻는데 일단 그건 아니라는 듯 손은 내젓고 있는 오대산. 다만 윤주에게 확인해볼것이 있는지 이와같이 묻는다.

 “ 여하튼...지금 그냥 영감 후처로 눌러살면서 마냥 태평하게 있는건 아니겠지 ? 뭔

  가 일을 치르려면 지금부터 슬슬 준비는 해야할거 아냐 ? ”

 “ 무슨 준비를 ? ”

 “ 거 참 얘가 진짜...우리가 영감 재산 차지하려거든...그냥 공짜로 들어올건 아니잖

  아. 하다못해 영감 어디 비자금 숨겨둔거나 부동산 같은거라도 알아보든 하다못해

  이 집이나 영감 통장이라도 니 명의로 돌려놓든...아니면 유산을 물려받을수 있게

  무슨수를 쓰든...해봐야할거 아니냐구. 그런데 이렇게 태평하게 허송세월만 하고 있

  으면 어쩌냐구 ? ”

 “ 일단 기다려봐 좀. ”

 “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건데 ? ”

 “ 일단 노인네가 떡두꺼비같은...영감 말마따나 대를 이을 튼실한 아들 하나만 낳아

  주면 나 해달라는대로 다 해준다고 했어. 그러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

 형준은 어쨌든 나름의 ‘대를 이을 아들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남성중심의 가족제도하에서 만들어진 가치관하에서 나온 그 간곡한 일념으로 했던 부탁을, 윤주는 지금 이런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형준의 나름 그 간절했던 부탁을 오히려 자신들의 꿍꿍잇속을 이루려는 이용물로만 생각하고 있는듯한 윤주. 헌데 그렇기때문에라도 행여 일을 그르칠까봐 백주대낮에 갑자기 들이닥진 자신의 애인 오대산의 등장에 당황했던 것이다. 한편 오대산은 걸신들린 사람처럼 이미 윤주가 내놓은 몇쪽의 빵을 단숨에 다 먹고도 몇조각을 더 내오라고 한다. 덕분에 빵이 한 열 개정도나 들어갔을까 하는 작은 빵봉지가 벌써 다 비워질판이다. 그래서 윤주는 더더욱 어이없다는 듯 대산을 힐난한다.

 “ 미쳤어 진짜. 걸신들렸냐 ? 노인네는 아침식사로...그것도 사흘은 걸려서 다 먹는

  이 빵봉지 하나를 단숨에 다 해치워 ? 무슨 사람이 그렇게 먹성이 좋냐 ? ”

 칠순의 노형준이지만 아마 아침식사는 일찍 출근을 해야하는 몸으로 토스트 한두조각으로 하고 출근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습관이 되어 있었음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식사량이 준 것인지 여하튼 열 개들이 빵봉지가 다 비워지는데는 보통 사나흘이 걸렸던 모양이다. 헌데 단 몇주동안이라도 함께 살면서 눈에 익은 형준의 소량의 아침식사를 보다가 그 열 개들이 빵봉지를 단숨에 해치우는 걸신들린 오대산을 보자 바로 비교가 되어 기겁을 한 것이다. 허나 어쨌든 한때 아꼈던 애인 윤주로부터 이런 핀잔까지 들자 오대산도 억울한 심정이 들어 다시금 한마디 한다.

 “ 에이 참 정말...너 갈수록 정나미 떨어지게 왜 그러냐 ? 그리고 오빠가 그동안 얼

  마나 배가고프고 굶주렸으면 이러겠냐 ? 오빠 돈없고 배고픈 사람인거 알잖아 너

  도. ”

 “ 놀고있네, 니가 돈이 없어 ? OO 나이트 부도나 망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거기 있는 가구며 집기 오만거 다 챙겨 빼돌린게 너라는걸 내가 다 아는데 ? 그

  거 다 빼돌려 팔아먹은거 다 어쨌어 ? ”

 “ 에이 참...기집애가. 솔직히 그거 팔아먹어봐야 값이 얼마나 나가겠냐 ? 그래봤

  자 손님들 쓰다만 탁자며 의자따위, 아니면 주방에 남아있던 식기며 쟁반,그릇

  유리잔...그딴게 전부인데...솔직히 그런건 고물상에 팔아넘겨도 얼마 못받아. 근

  데 뭐 그런거 팔아먹으면 무슨 갑부라도 되는줄 아냐 ? ”

 “ 어쨌거나...행동 조심좀 해달라는 소리잖아. 그리고 말 나온김에 한마디만 더 덧

  붙이지만 어떻게 니가 내 오빠냐 ? 생일도 나보다 6개월이나 늦으면서...언제부

  터 우리나라 위계질서가 그렇게 뒤바뀐건데 ? ”

 “ 에이...그거야 뭐...장난삼아 불러보는...그리고 애칭이잖아. 그럼 뭐 6개월이나

  빠르니까 제가 누님이라고 불러드릴까요 ? ”

 실제 윤주가 말한대로 오대산은 나이는 그녀와 동갑이지만 태어난달은 6개월이나 뒤인 그런 사이다. 따라서 대산이 윤주보고 ‘오빠’ 어쩌구 한 것은 그냥 장난이나 애칭 비슷하게 부른 것으로 이해하면 될테고 다만 지금 이 순간 대산과 윤주는 피차 그렇게 편하지는 않은 분위기속에서 노형준의 집 거실 한가운데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인 것이다.





 윤주는 원래 나이트클럽에서 무용수로 일하던 여자였다. 그리고 오대산은 바로 윤주가 직전 일하던 나이트클럽에서 역시 남자 종업원으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윤주와 오대산은 그 나이트클럽에서 대략 4년정도 알고 지냈던 것이다. 사실 윤주는 대산을 만난 나이트클럽 이전에도 주로 룸살롱 호스테스등 유흥업소 계열을 전전하며 살아오던 여자였고 그러다 나이 서른을 넘어 새로 일하게된 나이트에서 오대산을 만난 것이다. 처음엔 그저 같은 나이트에서 일하는 수많은 무용수와 종업원의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대략 1-2년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런대로 마음이 통하는 그 무엇이 있었는지 차츰 가까워져갔다. 다만 둘 다 어차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처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결혼이라도 해서 함께 산다던가 하는 문제는 망설이는 중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사이는 더 이상의 진전은 보지 못하고 앞으로 이 관계를 지속할것인가 고민하던 차였는데 그때 오대산이 한가지 작전을 짠게 ‘차라리 돈많은 사장을 하나 물어 한 몫 챙기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윤주는 그때 이따금 거래처 관계자들과 단골로 나이트에 들르던 노형준 사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된 것이다. 상처한지는 이제 10년정도 되었고 무엇보다 딸이 다섯이나 되었지만 그러잖아도 손귀한 집안에서 대를 이을 아들 하나가 없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던 노형준이 자신을 유혹하는 윤주에게 쉽게 빠져들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사이가 여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한편 공교롭게도 윤주가 나이트 무용수를 그만두고 형준과 결혼하게 되었을때쯤 그 나이트가 부도가 나서 망하게 되었는데, 자연스레 그 나이트에서 일하던 종업원이라던가 무용수,가수등은 저살길 찾아 뿔뿔히 흩어졌다. 헌데 그때 오대산은 영악했던것인지 용의주도한것인지 부도가 나서 사장마저 행방이 묘연해진 그 나이트에서 남아있는 집기며 오만가지 물건들을 전부 챙겨간 것이다. 보통 부도가 난 집이든 업체든간에 이럴때는 채권자들이 몰려와 법적으로 가압류 신청을 한뒤, 절차를 밟아서 돌려받지 못하게 된 빚대신 값가나는 물건들을 저마다 챙겨가게 되기 마련인데 바로 그러한 소동이 벌어지기전에 미리 오대산이 자신에게 아무런 손댈 권한이 없는 나이트클럽의 남은 집기며 물건들을 모두 가져가버린 것이다. 대산은 그렇게 팔아먹은 나이트클럽 집기며 물건들을 팔아치워 생긴 돈으로 대충 현재 어디선가 생계는 유지하며 사는 모양인데, 그런데 지금은 그 돈마저 어느덧 떨어진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사정이 생긴것인지, 아니면 순전히 다른 나이많은 남자인 노형준 사장에게 보내버린 윤주가 보고싶고 그리워 찾아온것인지 그와같이 그것도 하필이면 형준의 외손자 용이가 그 집에 맡겨진지 불과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불쑥 찾아와버린 것이다.

 일단 그날은 윤주가 대산을 적당히 달래고 점심도 좀 먹여 돌려보내긴 했지만 윤주 입장에선 오대산이 언제 또 불쑥 쳐들어올지 몰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애초에 이 음모를 계획한 사람이 오대산임을 생각하면 그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함부로 형준의 집에 나타나던가 하다못해 인근을 배회하는 일조차 있어서는 안될터인데 이런짓을 벌인 것을 보면 내심 윤주가 완전히 미덥지 못하거나 사뭇 불안한 그 무엇이 있기라도 했나보다.

 한편 상희가 가끔 좀 용이를 챙겨봐달라고 부탁을 했던 신촌에 따로 살고있는 그녀의 두 동생 경희와 민희는 그로부터 2-3주쯤 지난 주말에 하루는 화곡동 집을 찾아왔다. 사실 큰언니 상희가 그렇게 부탁을 하고 갔으면 아무리 직장생활을 하는 처지고 게다가 젊은 새엄마를 마주하기가 불편해도 그렇지, 어쨌든 자신들에게 조카가 되는 여섯 살 어린 용이가 걱정되어서라도 만사를 제치고 한번쯤 찾아와볼만도 하건만 그렇게 시간이 지난 주말에 겨우 시간을 내 찾아온 것을 보면 이 두사람도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따라서 싫든좋든 젊은 새엄마 장윤주와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는 두 사람. 어색하게 그녀와 인사를 나누었다.

 “ 어서...와요. 근데 어쩐일들이세요 ? ”

 일단 윤주가 형준의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된 시기에 맞춰 짐을챙겨 집을 나간 두 사람이니까 그때 적어도 얼굴은 마주한적이 있다. 그럼 대충 지금부터 두세달정도 전의 일이긴 할텐데 그래도 얼굴은 피차 기억하는지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나누었던 것이다. 윤주 입장에선 이혼하고 아이를 맡기고간 큰딸, 외국에서 연락 두절상태라는 둘째딸 그리고 경기도 남부의 어느 도시에 살고 있다는 역시 또다른 이혼한 셋째딸 이런식의 상황때문에라도 그 외 다른 누가 되었든 형준의 전처소생 다섯명의 딸들에 대한 인상과 감정은 그리 좋을수가 없을터인데, 그래서 그녀 역시 이렇게 불쑥 찾아온 형준의 넷째딸과 막내딸에 대해서도 그리 편치않은 심정으로 두 사람을 맞이한 것이다. 일단 두 사람은 나름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부터 물었다.

 “ 그...용이가 요즘 여기와서 산다면서요. ”

 “ 누구요 ? 아...그...큰언니가 맡기고 간 꼬맹이 말이죠 ? ”

 용이가 그래도 이 집에 맡겨진지가 2-3주 정도 지났고, 상희가 아이를 데리고 처음 찾아왔을 때 아이 이름을 그렇게 언급했으면 적어도 아이 이름이 ‘왕용’이란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붓외손자(?)뻘이 되는 그 아이 이름조차도 제대로 알고있지 못한 모습인 윤주. 그래서 더더욱 걱정되어 먼저 넷째 경희가 물었다.

 “ 용이는 그럼 지금 어디있어요 ? ”

 “ 2층 자기방에 있어요. ”

 “ 2층 자기방이요 ? ”

 형준이 이 집을 마련한지가 그리 얼마되진 않지만 그래도 젊은 새엄마 윤주가 들어와 살게되기 전까지는 단 몇주든 한두달이든 이 집에서 살았던 두 사람이다. 그럼 이 집의 구조도 대충 기억은 하고 있을터인데 윤주입에서 ‘2층 자기방’ 운운하는 표현이 나오자 공연히 어리둥절해지면서 2층으로 올라가보았다. 2층으로 가보니 용이는 2층 거실에 놓여진 TV를 보며 대충 주말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TV 내용이 재미가 없는지 고사리 손으로 리모콘 버튼만 공연히 계속 누르며 채널을 돌리는 중이었다.

 “ 용아, 이모들 왔어. 기억나지 ? ”

 여하튼 자신들과는 면식은 있는 조카가 아닌가. 그래서 일단 막내 민희가 제법 반갑다는 듯 말을 건네보았고 다만 용이는 이모들이 반갑지 않은것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좀 그런것인지 그런 두 사람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말이 없다. - 아니면 새외할머니(?) 윤주와 함께 살게된 이 집이 너무 낯설고 두려워 바로 그런 분위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겁을 집어먹어 말수가 적고 의기소침해진것인지 – 일단 민희가 그런 용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한번 안아보며 다정스레 말을 건넸다.

 “ 용아, 왜 그러고 있어 ? 이모 기억 안나 ? ”

 “ TV 보고 있었니 용아 ? ”

 민희에 이어 넷째(용이에겐 셋째이모) 경희도 그런식으로 말을 걸어보는데 일단 용이는 그런 두 이모를 여전히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뿐 말이없다. 일단 두 사람은 아까 윤주가 말한 부분과 관련한 궁금함부터 묻는다.

 “ 근데 용이 요즘 여기 방에서 산다며. 용이 방이 어디니 ? ”

 그러자 용이는 대충 지금까지 자기가 혼자 자며 지내온 방을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리고 경희와 민희는 막상 그렇게 용이가 가리킨 방으로 들어가보니 기가막혔다. 방은 성인 서너명이 열댓자로 쭉 뻗고자도 될만한 여유가 있을만큼 넓은방이었지만, 그대신 그 방에 아이가 갖고놀만한 장난감이나 무슨 볼만한 그림책이나 동화책 같은것도 없이 그나마 구석에 아이가 덮고자는 이불이 대충 뒤집어져 놓여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봐야할 정도로 휑한방이었다. - 그리고 애초에 상희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하룻밤 이곳에서 자고 떠난 방이다. - 그리고 그 이불조차도 애기가 덮고잘만한 작은 이불이 아니라 윤주가 그래도 애 덮고자는 이불정도는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했는지 대충 어디선가 가져와 던져놓은 그런 큰 이불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지난 2-3주간 이 집에서 무슨일이 있었을까. 생각을 해보니 기가막혀서 두 사람은 일단 1층으로 내려와 바로 윤주에게 따졌다.

 “ 이...이것보세요. ”

 “ 우리랑 잠깐 이야기좀 하죠. ”





 원래 젊은 새엄마랑 사는게 불편해 집을 나가버린 경희와 민희이기 때문에 윤주에 대한 호칭을 어찌해야할지 그 자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두 사람이기도 하다. 허나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이미 아니지 않는다. 일단 ‘이것보세요’니 ‘저것보세요’니 하면서 바로 윤주에게 항의할 기세로 2층에서 내려온 두 사람. 한편 윤주는 1층에서 어쨌든 넷째딸 경희와 막내딸 민희라는 여자는 용이란 조카를 보러 온것이라고 하니 2층에서 자기네들끼리 있으려니 하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그대로 두 사람의 기습을 받고야말았다. 있는대로 씩씩거리며 자신한테 성큼성큼 다가오는 경희와 민희를 보며 윤주도 적잖이 당황했는데, 일단 경희가 윤주의 코앞까지 다가와 침이라도 온통 튈것만 같은 투로 내뱉는다.

 “ 이봐요, 용이 지금까지 2층에 그냥 놓아둔거에요 ? ”

 “ ??? ”

 “ 용이 지금껏 2층에 있었냐구요 ? ”

 “ 네, 맞아요. ”

 일단 별다른 고민이나 주저함 없이 윤주는 싱겁게 시인해버리고 말았는데 허나 그 대답은 윤주가 그 뒤를 이어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경희에 이어 이제 막내 민희가 기도 안찬다는 듯 말했다.

 “ 그러니까 저 2층 텅빈방에 애 옷가지 하나 사주지 않고, 하다못해 애가 시간을 보

  낼 장난감이나 만화책 하나 사들여놓지 않고 저대로 방치해두고 있었다 그거에요

  ? 저 텅빈 넓은 공간에 ? 애를 그대로 지난 3주동안 ? ”

 “ 아...아니 무슨말이 그래요 ? 애를 방치하다뇨 ? ”

 윤주는 일단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그와같이 되묻긴 하지만 윤주의 이런 태도가 경희와 민희를 더더욱 부아가 치밀게 한다. 이번엔 넷째딸 경희가 따진다.

 “ 그게 애를 돌보는거에요 ? 커다란 감옥에 가둬논거랑 뭐가달라요 ? ”

 사실 경희나 민희의 성격도 다소 단순한 편에 속하는데 그런 단순한 성격이란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절묘한 비유가 나오긴 했다. ‘커다란 감옥’. 사실 그렇다. 이제 겨우 여섯 살난 어린애가 공간만 넓지 자기가 깆고놀만한 장난감이나 책하나 없이 혹은 옷가지 하나 이부자리 하나 없이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돌보거나 살펴주는 사람 없이 그냥 놓아둔 상태라면 3층짜리 연립주택의 방이 세 개에 욕실,조리실까지 딸린 2층공간이라 할 지라도 아이 입장에선 그 커다란 텅빈공간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져있다는것만으로도 그 공포감이나 두려움 때문에 그야말로 창살없는 커다란 감옥안에 놓여진것이나 다름없는 그런 기분이 들것이리라. 무엇보다 진짜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아이를 그런 상태로 2층에 놓아두고 밤에는 어떻게 했다는 소린가 ? 그게 궁금하고 또한 분명하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인지라 경희와 민희는 다시금 번갈아가며 따진다.

 “ 그럼 밤에는요 ? 밤에도 애를 저 어두컴컴한 방에 혼자 놔뒀던거에요 ? 지금까지

  ? ”

 “ 예 ? ”

 조금전 2층 텅빈공간에 석주동안이나 그냥 놓아둔것이냐는 두 사람의 물음엔 싱겁게 시인해버린 윤주였지만 일이 이렇게 되자 윤주도 뭔가 심상찮다는 생각에서인지 이번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 경희와 민희는 거듭 밤에는 용이를 어떻게 했느냐고 묻고 결국 윤주는 당황한 태도로 무슨 답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 밤에는 최소한 애를 돌봐주고 재워주고 할 어른 한사람 정도는 곁에 있어줘야 정

  상 아니에요 ? 이제 겨우 여섯 살짜리 아인데 ? 아니 도대체 서른다섯살이나 된

  어른이 그렇게나 생각이 없어요 ? ”

 바로 답을 하지 못하는 윤주의 태도로 봐선 석주동안 밤에는 그 어두컴컴한 넓은방에 애를 혼자 방치해둔게 맞는 것 같아 아이의 두 이모는 더더욱 기가막힐 따름이고 윤주는 일단 변명이랍시고 무슨 말을 하기는 한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아...아니 방치는 누가 방치를 해요. 밤에는 뭐...제가 올라가 보기도 하고...또 저

  희 사장님이 봐주기도 하고...뭐 교대로 그랬죠. ”

 일단 그런식으로 변명은 하지만 경희와 민희는 도무지 믿을수 없는 이야기라 거듭 따져묻는다. 먼저 경희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러니까 밤에는 두 사람이...그쪽과 저희 아버지가 교대로 돌아가며 재워주고

  그랬단 말이죠 ? 그건 확실하죠 ? ”

 “ 누.,..누가 그걸 거짓말을 하겠어요 ? 사실이에요 ! ”

 윤주는 거듭 그와같이 답하고, 이번엔 민희가 그런 윤주를 쏘아보며 말한다.

 “ 이건 용이한테 바로 물어보면 금방 확인이 가능한 문제에요. 그리고 우리 아버

  지한테도 분명히 확인할거에요. 밤에는 용이가 어떤 상태로 있었는지, 재워주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는지, 아니면 어두컴컴한 그 넓은 방과 2층에 혼자

  방치된 상태였는지...분명히 확인해볼거에요. ”

 “ 사...사실이에요. 밤엔 제가 올라가 봐주고 했다니까요. ”

 윤주는 아무래도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는 것 같아 겁까지 집어먹은 상태로 그와같이 답하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걸리는 문제가 한둘이 아닌 듯 이번엔 경희가 다시 윤주를 추궁한다.

 “ 아이 밥은요 ? 애 밥은 삼시세끼 제대로 챙겨 먹인거에요 ? 설마 굶긴건 아니겠

  죠 ? ”

 “ 아니, 근데 이제보니 이 여자들이 날 아예 아동학대범으로 몰고 있네 ? 이봐요,

  아무렴 내가 사람을 굶길 여자로 보여요 ? 그리고 세상에 상식적으로 사람이 밥을

  안 먹고 어떻게 살아 ? 바...밥은 먹였어요. ”

 일단 답은 그렇게 하는 윤주지만 경희와 민희는 이 답도 여전히 신뢰할수 없는지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사실 아이한테 밥을 먹이는 문제는 – 그건 일반인도 마찬가지겠지만 – 단순히 끼니만 챙겨주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정성들이고 신경쓰여 아이 밥을 먹여주느냐는 문제도 있다. - 무엇보다 한참 자라야하고 영양상태가 중요한 어린아이때 아닌가. - 하긴 윤주의 경우 최소한 아침일찍 출근하는 늙은 남편에게 토스트정도는 구워주는 신경은 쓰는 여자였던 것을 생각하면 용이를 아주 굶기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얼마나 아이 밥먹이는 문제에 신경을 썼느냐가 관건. 경희와 민희는 윤주를 더 추궁해보려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은지 바로 그대로 용이를 데리고 자신들이 사는 신촌 빌라방으로 가버렸다. 상희가 처음에 용이 부탁을 했을때는 자신들도 평일엔 출근을 해야하고, 무엇보다 집이 협소하다는 문제 때문에 난색을 표했지만 상황이 이쯤되니 그런 것을 일일이 따질만한 한가한 상황이 되지 못했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신촌으로 와버린 두 사람.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지 지난 석주간 용이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번갈아 물었다.

 “ 용아, 그 화곡동 집...지금까지 용이가 있던 그 큰집에...그 집에 있던 아줌마가

  어떻게 했니 ? 혹시 밤에 용이 그냥 혼자자게 내버려뒀어 ? ”

 “ 밥은 ? 아줌마가 밥은 제대로 챙겨주긴 한거야 ? ”

 일단 편의상 자신들에겐 젊은 새엄마고 용이에겐 굳이 따지면 ‘새외할머니’라고 해야할판인 윤주를 그냥 ‘아줌마’로 부르면서 묻고있는 경희와 민희.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모들 집으로 와서도 그네들의 물음에 용이는 일절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혹시 석주동안 화곡동 집에서 지내면서 어떤 상처같은게 있어 실어증에 걸리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까지 될 판인데, 다만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책임을 엉뚱한데 돌리고 있다.

 “ 아니, 근데 애가 그러고보니 왕종수 그 인간도 평소에 그렇게 말이 없더니 애도

  지 애비를 닮았나, 왜 저래 도대체 ? ”

 두 사람이 언급한 왕종수는 바로 상희의 이혼한 전남편이었으니 어쨌든 얼마전까지 두 사람에겐 ‘형부’였던 남자다. 헌데 그 왕종수에게도 별로 안좋은 감정이 있었는지 그냥 실명을 언급하며 ‘그인간’이니 ‘지애비’니 하는 말을 입에 담는 두 사람. 다만 아무리 그래도 어린 아이가 말이 없는 것이 지 아빠를 닮아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것은 좀 심하다 싶었는지 경희가 동생 민희를 만류하긴 한다. 허나 민희는 할말이 남았는지 좀 더 불만을 토로한다.

 “ 내가 뭐 틀린말했어 ? 생각해보니 저 애 아빠도 늘 그랬잖아. 우리가 무슨말을 해

  도 통 말이 없고, 형부 우리 화투칠까요 ? 재미있는 영화 같이볼 생각 없어요 ? 그

  렇게 물어봐도 통 말이 없고 그러더니만...저 애도 똑같아. ”

 용이 아빠인 왕종수란 사람 성격이나 처가 식구들과 만날 때 모습이 어땠는지까진 모르겠지만 가령 화투나 영화 같은 경우엔 원래 평상시 그런데 취미나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일부러 답을 하지 않았을수도 있다. - 아주 독실한 크리스찬이거나 인생을 평생 아주 근엄하고 얌전하게만 살아온 사람중엔 그런 사람 꽤 있다. - 허나 여하튼 그런 왕종수란 사람의 이전 모습이 아마 처제였던 두 사람에겐 그저 ‘답답한 남자’로 보이기만 했는지 새삼 그에대한 불만까지 토로하고 있는 두 사람. 다만 용이 문제 해결할건 좀 해결을 해야겠기에 아이를 다시 불러세우고 말을 건넨다.

 “ 용아, 있지 사실은 이모들도 이 집에서 언제까지 용이를 데리고 있을수는 없어.

  이모들도 출근은 해야하니까. ”

 이모들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는것인지 못알아듣는것인지 용이는 그저 멀뚱멀뚱 두 사람을 쳐다보고만 있는데, 일단 넷째 경희가 차분하게 설명을 좀 더 덧붙인다.

 “ 이모들이 용이 월요일 아침되면 사실 화곡동에 다시 데려다주긴 해야돼. - 평일엔

  이모들도 출근을 하니까 – 하지만 대신...으음...용야, 여긴 신촌이라고 하는곳이거

  든. 그러니까 이모들 사는 집이 ‘신촌’이야. 여기 지역이 ‘신촌’이라구. ”

 “ 신...촌... ??? ”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에게 신촌이니 화곡동이니 하는 지역명이 어떻게 제대로 인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모들의 말을 그렇게 더듬으며 되뇌이고 있는 용이. 경희의 설명은 좀 더 이어진다.

 “ 지금까지 용이가 있던...그 젊은 아줌마 사는데가 화곡동 집이고 여긴 이모들 집이

  라구. 그러니 이모들이 월요일 아침되면 다시 용이를 화곡동에 데려다줘야해. ”

 “ ??? ”

 “ 용이, 오늘 여기 이모들이랑 올 때 버스타고 왔지 ? OO번 버스. 바로 OO번 버스

  가 신촌부터 화곡동까지를 오가는 집이거든. ”

 두 사람이야 어차피 자가용을 몰고다니거나 할 형펀은 못되는 사람이니, 평상시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따라서 용이를 만나러 갈때도 데리고 올때도 버스를 이용하긴 했는데 그 신촌에서 화곡동을 오가는 버스 번호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준 경희와 민희. 그리고 용이에게 약속이라도 하듯 말을 덧붙인다.

 “ 용이가 혹시 그 화곡동 젊은 아줌마 집에서 사는게 힘들면 언제든지 이모한테 연

  락해. 그럼 용이가 화곡동 집에서 무슨일 생기면 언제든지 달려갈테니까. 그러니

  용이 화곡동에서 무슨일 생기면 바로 이모들한테 연락해야해. 알았지 ? 이모들이랑

  약속~~~!!! ”

 아이가 이 말을 대체 어찌 이해를 할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을 하게되는 여섯 살 용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진심인 듯 경희와 민희에게선 용이를 걱정하는 애틋한 눈물이 샘솟고 있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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