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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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 - 장윤주 (2)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부제 : 화곡동에서 생긴일





 “ 이것보세요 노상희씨. ”

 정색을 하면서 형준의 큰 딸 이름을 성까지 붙여 부른 윤주. 그리고 말이 이어진다.

 “ 한가지만 간단하게 물어볼께요. ”

 그런 윤주를 어차피 편하게 대할 수는 없는 처지의 상희라서인지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 그런 상희를 바라보며 윤주의 질문이 다시 이어진다.

 “ 친구나 직장동료 뭐 그런것도 없어요 ? ”

 “ 직장은...이제 구해야한다니까요 ! ”

 바로 그 직장을 구하고 나면 어차피 아침에 출근해 밤에 퇴근해야하기 때문에 자신이 아이를 돌볼수 없어 아이를 맡기러 온 상희가 아닌가. 헌데 그런 질문을 새삼 묻는 윤주로 인해 성가시다는 생각까지 드는 상희인데 그런 상희를 보며 윤주는 침착하게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내 말은 그게 아니라...저 아이 맡길만한 친구나 동료 이런 사람도 없냐구요. ”

 이혼이 되었든 아니면 직장이나 다른 문제가 되었든 주위 친구나 동료에게 아이를 맡기는 일도 이따금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니 그와같이 물은 윤주인데, 그런 윤주를 보며 상희는 단호하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한다.

 “ 없어요. ”

 “ 아니, 뭘 했길래 지금껏 그만한 친구도 없었어요 ? 나이 서른다섯이 되도록 ? ”

 대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길래 그 나이가 되도록 여섯 살짜리 꼬맹이 잠시 맡길만한 그만큼 믿고 의지할만한 친구나 동료도 없었냐는 그런식의 힐난인 셈인데 상희가 아니라 웬만한 남자든 여자든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그 상대가 누구였든 발끈할 소리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실은 상희도 이런식으로 되받아치고 싶긴 했지만 일단 부글부글 끓는 속을 꾹꾹눌러 참는다.

 ‘ 그러는 그쪽은 뭐하느라 지금까지 그 흔한 자원봉사 한번 안해봤어요 ? ’

 바로 조금전 뭐하느라 여섯 살난 애도 한번 키워본 경험이 없었냐며 하다못해 대학 동아리 같은데서 고아원이나 탁아소 같은데 자원봉사도 가봤을수 있었을 것 아니냐는 그런식의 따짐을 했던 상희가 아니던가. 허나 그때 이미 윤주는 발끈했었고 따라서 지금 그런식의 이야기를 다시 입에 담으면 윤주의 화만 북돋을게 뻔해 어지간한 상희도 참고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까 이미 윤주와 싸우는 통에 아빠가 올라와 나무라는 소리를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어차피 밤늦은 시간이라 윤주나 상희나 길게 큰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엔 피차 피곤하고 지쳐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는수없이 그쯤에서 윤주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물러나고 상희도 그제서야 세상 만사가 모두 귀찮고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방 한구석에 그냥 벌러덩 누워서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 직장을 구하기 위해 당분간 아이를 맡아달라고 말했던 상희였건만 그 당분간 아예 형준과 윤주의 집에서 눌러앉을 심산이기라도 한지 일단 이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상희다. 한편 다음날 공교롭게도 형준은 회사에 급한일이 생겨서 일찌감치 나가봐야했기에 새벽같이 출근을 했고, 윤주는 그보다 좀 늦은 시간에 그래도 상희와 그 아이에게 아침은 좀 차려줘야겠다는 생각은 드는지 간단하게 아침상을 차려놓았다. 헌데 상희는 그때까지 전날밤 잠든 2층방에서 아직 자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데 직장을 구해야한다 어쩐다 하더니 이렇게 늦잠을 자도 되는가 걱정까지 되는 마음으로 윤주는 2층으로 올라가보았다. 그리고 깨우기위해 간밤에 상희가 잠든 방문을 두드렸다.

 “ 이봐요 노상희씨, 아직 자요 ? ”

 문을 두드렸지만 이미 날은 훤히 밝았는데 아직도 쿨쿨 깊은잠이 든것인지 도무지 반응이 없는 상희. 두 번 세 번 방문을 노크해봐도 반응이 없자 이제 걱정까지 된 윤주가 방문을 열어보았다. 허나 방문을 열고 들어서보니 이미 상희는 보이지 않고 여섯 살난 상희의 아들 왕용만이 아직 세상모르고 쿨쿨 잠이 들어있는 상태다. 윤주로선 황당하고 놀라지 않을수 없는일이다.

 “ 어라 ? ”

 일단 어리둥절한 마음에 이미 일어나서 집안 다른곳에 있나, 씻기라도 하나 하고 찾아보았으나 욕실에도 다른방에도 심지어 지하방과 다락까지 올라가보았으나 상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잠시 외출이라도 했거나 산책이라도 했나, 일단 기왕 차려놓은 아침상이니 먹이긴 해야겠기에 그 말이라도 전해야할판인데 상희가 보이지 않자 윤주는 초조해질판이다. 일단 집안 어디에도 근방에도 보이지 않는 상희인지라 윤주는 다시 2층방으로 올라가보았다. 어느덧 날이 밝아서인지 아니면 윤주가 상희를 찾으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어린아이의 잠결에도 들렸음인지 그제서야 용이도 눈을 비비며 일어나긴 하는데, 윤주가 그런 용이를 불렀다.

 “ 얘, 얘 꼬맹아. 좀 일어나봐. ”

 일어나긴 일단 일어난 상태인 용이다. 게다가 어제 이미 상희와 형준 부녀의 대화 중간중간에도 ‘용이’니 ‘왕서방’이니 하는 이름과 호칭이 여러번 나왔음에도, 혹 윤주가 남편 형준의 큰사위였던 왕종수의 실명까지는 모를수 있어도, 최소한 ‘용이’ 이름 정도는 어제든 그 이전에든 전혀 못들어보진 않았을텐데, 심지어 정히 이름을 모르면 ‘아가야’나 ‘애기야’ 같은 그런대로 아이에 대한 애정이 담긴 호칭으로 부를수도 있을텐데도 굳이 ‘꼬맹아’라고 부른 윤주. 그리고는 일말의 애정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경멸의 감정이 듬뿍 담긴 말투로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 얘 꼬맹아. 네 엄마 못 봤니 ? 네 엄마 어디갔냐구 ? ”

 “ 우웅...네에 ? ”

 아직 어린아이라서인지 자고 일어나서 자신이 현재 있는 상태와 상황이 제대로 파악이 안되어서인지 일단 어리둥절한 눈매와 목소리로 그와같이 되묻는 아이. 그런 아이를 보며 윤주는 사뭇 다그치듯 말을 건넨다.

 “ 니 엄마, 니 엄마 지금 어디갔냐구 ? 니 엄마 어디있는지 모르냐구 !!! ”

 따지고보면 용이란 아이 입장에선 생전처음으로 외할아버지 댁에서 하룻밤을 보낸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런 용이의 외갓집에서의 첫날밤. 헌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웬 눈매조차 무서운 이상한 아줌마가 자신을 이런식으로 다그치고 있으니 아이 입장에선 더더욱 어리둥절하고 겁이 날수도 있을 것이다. - 일단 여섯 살 아이의 눈에도 ‘할머니(?)’라고 보기엔 젊어보이는 여성 아닌가. 여하튼 어느정도 나이는 있는 아줌마쯤으로 느껴질수 있겠지만.

 “ 우웅...모...몰라요. ”

 “ 아니, 근데 얘가 ? 니가 모르면 누가 알아 ? 니 엄마 어디갔냐구 ? 니 엄마...너

  여기 이렇게 떨어뜨려놓고 어디갔는지 정말 몰라 ? ”

 “ 우웅...모...몰라요. 모른단말이에요. ”

 거듭 다그치는 30대 중반 아줌마의 말소리가 더더욱 무섭게 느껴져서일까. ‘우앙~!’ 하고 울음을 터트릴법한 상황인데도 차마 울지조차 못하고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목소리로 이와같이 답하고 있는 아이. 그러니 윤주 입장에선 애엄마인 상희란 여자는 안보이고 게다가 여섯 살 어린아이는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으니 더더욱 답답하고 가슴치게 되는 상황으로밖에 받아들여질수 없을 것이다. 윤주도 윤주대로 답답해서 갑자기 실성한 여자마냥 소리를 꽥 지르기까지 한다.





 그시간 상희는 신촌에 사는 동생인 넷째 경희와 막내 민희의 빌라에 와 있었다. 보통은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그런 작은 평수의 빌라들이 늘어선 그런 지역. 그곳의 한 작은 지하빌라방을 구해 20대 중,후반의 직장인인 경희와 민희는 아버지가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사는 화곡동 집을 나와 이곳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바로 그 빌라를 상희가 찾은 것이다. 빌라방은 10평이 조금 넘는 작은 평수였는데 일단 두 사람이 함께 잘만한 작은 방과 그리고 거실겸 부엌으로 쓰는 공간, 그리고 화장실겸 욕실이 딸린 그런 작은 집이었다. 방은 성인 두명이 누워자도 다소 비좁게 느껴질만한 그런 평수였고 그나마 거실겸 부엌으로 쓰는 공간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약간 넓어보여 다행이란 느낌을 주는 그런 집이라고나 할까. 바로 그 지하 빌라방에 사는 두 동생을 찾은 상희. 헌데 경희와 민희 둘 다 현재 직장인인데 평일 오전에 각자 월차나 반차라도 냈는지 현재 집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 동생을 만난 상희는 뭔가 대책을 의논중이다.

 “ 대체 우리보고 뭘 어떻게 해달라는건데 ? ”

 언니가 이혼을 했다는 사실만큼은 이미 인지하고 있을만한 동생들이고, 다만 여섯 살난 상희의 아들 용이를 아빠와 새엄마가 사는 친정집에 맡긴 사실만은 아직 모르는 듯 두 동생이 번갈아가며 이와같이 묻고 그런 두 동생을 바라보며 상희는 사뭇 간곡한 어조로 입을 연다.

 “ 일단 너희가 가끔씩 화곡동 집을 들러줘. 아니면 아예 용이를 너희가 가끔씩 이

  집으로 데리고 오던가. ”

 “ 뭐어 ? ”

 그제서야 상황을 다소 짐작할만한 듯한 두 동생. 허나 반응만큼은 제법 충격을 받고 놀라는 모습이었다. 일단 넷째 경희가 큰언니 상희에게 묻는다.

 “ 아니, 그럼 용이를 지금 화곡동 집에 맡기고 왔다 그런 소리야 ? ”

 “ 그럴 수밖에...다른 방법이 없잖아. ”

 “ 언니, 대체 어쩌려구 ? ”

 일단 자신들도 나이차이도 별로 안 나는 젊은 새엄마가 들어온집에서 함께 사는 것은 불편해서 작은 빌라방이나마 구해 나온 처지가 아닌가. 헌데 그것도 이혼한 큰언니가 아이를 그 집에 맡기면 대체 어쩌자는 소린가. 언니가 너무 안됐고 딱하다는 눈빛으로 동생들은 바라보는데 그런 동생들을 바라보며 상희의 말이 이어진다.

 “ 그래서 지금 너희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거잖아. 부디 너희들이 가끔씩 화곡동 집

  에 좀 들르든...아니면 너희가 여기로 가끔 데리고 와서 보살펴주든...그렇게 우리

  용이 좀 맡아줘. ”

 “ 언니 하지만... ”

 그 말에 바로 난색을 표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막내 민희다. 어차피 넷째 경희도 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지 민희의 말을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는다.

 “ 어차피 넷째언니나 나나 둘 다 직장생활 하는 몸이고 따라서 아침에 출근해서 저

  녁때 들어오는 것은 마찬가지야. 천상 주말이나 휴일 또는 저녁때나 시간이 날텐데

  대체 그런 우릴보고 어쩌라구 ? ”

 “ 그럼 어떡해 ? 그렇다고 그 새파랗게 젊은 여자 집에 여섯 살 용이를 마냥 맡겨만

  둘순 없는거잖아. 나도 도무지 안심이 안돼서 너희한테 이런 부탁까지 하는거고. ”

 “ 언니... ”

 그런 언니가 진심 딱하다는 생각이 드는 말투로 민희와 경희가 동시에 그렇게 부르고, 상희의 한숨소리가 이어진다. 사실 상희의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어쨌든 나이드신 아버지가 젊은 새여자와 살고있는 그 집에 큰딸인 상희가 자신의 아이를 다른 대안에 없어 하는수없이 맡겨놓은 상황에서 도무지 안심이 안 돼 결국 신촌의 작은 지하 빌라방에 살고있는 동생들에게도 추가 부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 그러나 그런 두 동생도 그것도 자신들조차도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사는게 불편해 집을 나온판에 그 집에 자주 들러 용이를 챙겨달라니. 그야말로 자신들의 처지와 입장만 더더욱 난감하게 만드는 상황인지라 경희와 민희는 난색을 표하는 것이다. 이혼한 큰언니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자신들도 처지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서 그래서 하는 걱정인 것이다.

 “ 그 뭐...가끔 찾아가는 문제도 그렇지만...그리고 아닌말로 우리가 그 집에 가서

  뭐라고 말해. ‘당신(젊은 새엄마 윤주)이 도무지 안심이 안 돼서 언니가 가끔 찾아

  가 보라고 해서 이렇게 왔어요.’ 그런식으로 말하고 용이라도 보고 오기라도 해야

  하는거야 ? ”

 경희와 민희는 바로 윤주가 화곡동 새 집으로 들어오기 직전에 집을 나와 이 지하빌라방을 구했으니 그녀들도 윤주와는 혹 형식적인 인사말정도는 나눈적은 있어도 그렇게 가까이 대면해본 경험은 거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자신들이 집을 나온 것이 바로 젊은 새엄마가 싫어서 그런 것을 윤주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터라면 그런 자신들 또한 윤주가 불편하게 여기긴 마찬가지일 것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화곡동 집을 종종 찾아간다는 것, 또 거기가서 윤주에게 어떻게 말을 붙이는지, 이것저것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저 피차 난감하고 불편한 일만 계속 벌어질것이란 것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할터. 그래서 더더욱 경희와 민희는 난색을 표한다.

 “ 그리고 설상가상 그 여자한테 잘 말해서 용이를 신촌으로 데리고 온다고 해도 마

  찬가지야. 우리도 어차피 둘 다 직장생활하는 몸이고, 또 여긴 우리 둘만이 생활하

  기도 벅차고 비좁은 집야. 헌데 그런 여기서 어린아이까지 맡으라는 것은... ”

 굳이 이치적으로 따지자면 어린아이든 그보다 상대적으로 큰 소년이든 청소년이든 작은집보타는 그래도 평수라도 넓고 혼자 방이라도 쓸 수 있는 그런 큰 집에서 지내게 하는게 피차 합리적인 방책이 될수 있을 것이다. 허나 비록 3층이나 되는 넓은집에 방도 많은 형준과 윤주내외의 집이라 할지라도 – 그래서 상희 입장에서도 사뭇 만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여섯 살 아이를 덜컥 맡기고 온것일수도 있고 – 여하튼 현재의 상희네 친정 가족관계가 이와같이 애매하고 불편하니만큼 그 큰집에 여섯 살짜리 아이를 맡기는게 오히려 불편하고 자칫 위험해질수 있는 상황. 그래서 도무지 불안하고 안심이 되지 않아 신촌의 이 작은 지하빌라방까지 찾아온 것 아닌가. 헌데 바로 그렇게 찾아온 두 동생마저도 ‘여기다 더 아이 맡길 처지가 안되지 않냐 ?’며 난색을 표하는 것이다. 화곡동 집을 찾아가는 것 자체도 불편한 마당에 게다가 이따금 신촌으로 아이를 데리고 와 돌봐달라니. 거기다 직장생활을 계속 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두 사람인지라 이혼한 큰 언니의 거듭되는 간곡한 부탁에 이와같은 난색을 표하는 것이다. 도무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자 결국 넷째 경희가 짜증스럽게 한마디 한다.

 “ 에이씨~~~!!! 그런데 우리집은 진짜 전부 왜 이모양인지 몰라 !!! ”

 “ 왜그래 또 ? ”

 동생이 이렇게 나오자 상희도 더더욱 답답해져 이와같이 한마디 하고 그런 큰언니를 바라보며 막내 민희도 작심한 듯 말을 이어간다.

 “ 안 그래 ? 생각해봐...우린 이미 셋째언니가 이혼한 상태에서...둘째언니는 미국에

  서 연락두절, 거기다 큰언니까지 이리되었으니...딸 다섯중 셋이 이렇게 된거야. 그

  러니...아휴 정말...내가 아빠나 엄마 입장이었더라도 이런 상황이면 진짜 짜증나고

  화났을 것 같아. ”

 아빠나 엄마 입장이 아니라 막내 입장에서도 이미 이렇게 화를내고 짜증을 내고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졸지에 이미 10년전에 세상을 떠난 자신들의 친엄마(젊은 새엄마 장윤주를 염두에 두고 저런식의 말을 했을리는 없으니)까지 입에 올리고 있는 모습. 상희는 답답한 가운데서도 그래도 한가지만은 분명 짚고 넘어갈게 있는 듯 한마디 한다.

 “ 그리고 진희야 지금 미국에서 정말 이혼이라도 한건지...아니면 무슨 일이 잘못되

  어서 연락이 안되는건지 그건 확실한게 아니잖아. 그러니 그런 진희까지 여기에

  덩달아 언급하는건 좀 그렇고... ”

 진희란 바로 현재 미국에서 연락두절 상태라는 상희의 바로 손아랫 동생인 둘째 이름. 허니 이혼이 되었든 아니면 다른 이유가 되었든 5자매중 무려 딸 셋이 그것도 나이 서른이 넘어 시집까지 가고난뒤의 사는 모습이 이렇게 순탄치 않은 것은 다 마찬가지인지라 그야말로 5자매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사나운 팔자에 대한 탄식과 한숨이 안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다. 허나 그렇다고 지금 새삼 자신들의 기나긴 신세한탄과 탄식만 늘어놓을수는 없는터라 일단 넷째 경희가 마음의 결심이라도 한 듯 한마디 한다.

 “ 뭐 그럼 어쨌든...우리가 가끔 화곡동 가서 용이 데리고 와서 여기서 보살피고 하

  면 되는거지 ? ”

 그제서야 경희가 마음이 움직인 듯 그와같이 말하지만 민희가 다시금 당치 않다는 듯 한마디 한다.

 “ 그럼 정말 우리가 여기서 용이 키우자고 ? 대체 누가 ? 언제 ? 어떻게 시간을 내

  서 ? ”

 화곡동에서 윤주를 만나 대화를 하든 설득을 하든 그렇게 용이를 신촌으로 데리고 오는 문제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어차피 둘 다 직장생활을 하는 몸인건 마찬가지라 아이 돌볼시간은 주말과 휴일밖에 없는 처지인데, 그것도 이 비좁은 집에서 어떻게 여섯 살 아이를 키우냐는 현실적 문제를 다시금 말하고 있는 민희. 허나 이번엔 경희가 민희를 만류한다.

 “ 그렇다고...그래도 우리밖에 의지할데가 없어서 찾아온 큰언닌데 마냥 안된다고 할

  수만은 없잖아. 그리고 언니도 오죽하면...오죽 안심이 안되면 우리한테까지 이러겠

  어. 그러니 우리가 언니 마음을 받아주자. ”

 설득을 해보지만 민희는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 에효~~~!!! 난 모르겠다. 대체 이 비좁은 지하빌라에서 어떻게 애를 키우자는 소

  린지...에효~~~!!! 난 아직 어려서 모르겠으니까 인생 몇 년이라도 더 사신 현명한

  언니들이 알아서 결정하시든가 해요. ”





 한편 윤주 입장에선 상희가 아무래도 아이를 버려두고 도망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일단 그렇게 아침부터 보이지 않는 상희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두 번다시 화곡동 집에 나타나지 않았고, 아이는 여전히 겁난 눈매로 윤주를 바라보며 ‘엄마 어디갔냐 ?’는 질문에 ‘모른다’는 소리만 일관할뿐이었다. 상황이 이쯤되니 윤주 입장에선 진짜 최악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윤주가 어차피 상희의 연락처를 아는것도 아니니, 이대로 남편 형준이 퇴근해 집에 돌아올때까지 마냥 기다리는수밖에 없는터. 남편의 회사로 전화를 해볼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필 오늘따라 무슨 그리 바쁜일이 많은지 전화를 받는 비서나 부하직원들은 그저 하나같이 ‘지금은 사장님께서 외근중이시라 통화할수 없다’는 역시 일관된 답변만을 반복할뿐이었다.

 윤주 입장에선 혹시 남편이 큰딸 상희와 짜고 자신을 골탕먹이는 것은 혹시 아닌지 그런 의심까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는데, 일단 그것은 아니었고 다행히 밤늦게라도 형준은 귀가를 하긴 했다. - 물론 그때까지도 아침에 집을 나간 상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 윤주 입장에선 상희가 아이를 버려두고 도망친 것 같다는 자신의 지레짐작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한데, 일이 이쯤되자 형준도 일단 윤주의 짐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듯하다.

 “ 어떡하실거에요 여보 ? ”

 형준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지 한참동안 무슨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그저 망연자실하게 있을 따름인데, 나이많은 남편의 이런 모습이 더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윤주는 그런 남편을 다그치기까지 하고, 결국 한참만에 남편 형준이 조심스레 입을 열긴 했다.

 “ 여보... ”

 “ 뭐...하실말씀이 있으시긴 한거에요 ? ”

 다분히 빈정거리는 투로 내뱉은 윤주. 일단 형준은 그런 윤주를 진정시키려는 듯 손짓을 해보이며 말을 이어간다.

 “ 내...다른건 몰라도 당신과 한 약속은 꼭 지키리다. 그러니 그 진심만은 여전하니

  그건 믿어줘요. ”

 “ 갑자기 무슨말을 하는거에요 ? ”

 상희가 버려두고 간 아이 문제를 상의하자는데 엉뚱한 소리가 입에서 나오니 윤주 입장에선 더 답답해질 수밖에 없고 형준은 그런 아내 윤주를 바라보며 자기 하고싶은 말을 계속 이어간다.

 “ 내 다른 것은 몰라도...손귀한 집안의 2대독자고 헌데 그런 내가 하필 내 다음대

  에도 딸만 다섯을 주루루룩 낳아서 그것이 못내 답답하고 가슴 한켠의 허전함을 끝

  내 지울길 없던터에...그래도 집안의 대를 잇고 내 죽은뒤 제삿밥은 올려줄 그런 아

  들 하나는 필요하다는 생각에 당신을 택한것이란 것. 그건 당신도 잘 알지않소. ”

 “ 하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가 무슨 상관이에요 ? ”

 확실히 형준이 나이 70에 35살 연하의 젊은 아내를 맞이한 것은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 하나를 낳기위한 목적이었다. 형준에겐 그나마 딸이 다섯이 있지만 형준 자신이나 또 그 윗대는 심지어 여자형제도 없는 무녀독남 외동아들. 그렇게 2대째 내려오는 독자인 상황에서 심지어 3대독자조차도 없이 딸만 다섯을 내리낳은 형준이었던터라 그 답답함에 늘그막에라도 아들 하나는 봐야겠다는 일념하에 얻은 젊은 아내. 그 소회와 감회를 새삼 언급하며 형준은 말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 물론 나같은 생각이 요즘 젊은 사람들 눈엔 다 고리타분한 늙은이의 헛소리로 보

  일테고, 시대에 뒤떨어진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그런 사람으로 보일테지만 유교가

  수천년을 지배해온 이 나라의 가장 전통적인 가치관은 역시 집안에 대를 이을 아들

  하나는 있어야한다 그것이라는 것을...그건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할수 없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라오. ”

 사실 유교가 국교였던 것은 조선시대 500년이 전부고 게다가 그 조선시대에조차도 여성의 인권이나 권익이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반론이나 이견도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역사를 연구할 때 논할수 있는 말이고 지금 노형준이란 노인이 하고 있는말은 그저 남존여비 사상에 찌든 그런 칠순노인의 지식수준과 가치관의 한계에서 나오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 형준이 어린 아내 윤주의 손을 살며시 잡아보며 말을 이어간다.

 “ 내 그래서 결혼전에 분명히 약속하지 않았소. 당신이 나와 결혼 그저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만 낳아주기만 한다면 내 당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주겠다

  고. ”

 아들을 낳아주기만 한다면이란 전제조건하에 ‘원하는 것은 다 해주겠다’고 말했을진대 그 범위가 막연하긴 하지만, 여하튼 30대 중반의 윤주 입장에서도 서른다섯이나 많은 늙은 사장과 결혼을 결심했을진대 100퍼센트 순수한 마음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허나 이런 상황에선 남편의 이런 상투적인 말도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것인지 여전히 남편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윤주. 그런 윤주를 보며 형준의 말은 이어진다.

 “ 일단...상희의 아이 문제는 당분간 다른 대안이 없으니... ”

 “ 여보 !!! ”

 결국 ‘우리가 아이를 맡아 키우자’는 식으로 결론이 나는것인가. 형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와같자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주는 발끈하고 형준은 일단 무슨 말을 해서라도 윤주를 달래보려고 애쓴다.

 “ 내 그대신 이 신세는 나중에 다 갚으리라. 당신은 그저 아무생각 말고 우리 집안

  의 대를 이을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만 낳아주면 돼요. 그래도 내 마음을 모르겠

  소. 내가 이 나이에 당신을 택한 것은 오직 그 일념하나로 젊은 당신을 택한것인데

 ”

 사실 서른다섯의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라고는 할수 없는 나이다. - 만약 옛날이라면 더더욱 그랬을것이고 – 허나 70넘은 노인도 90노인에겐 어리거나 철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속설이 있듯이, 사실 30대 중반이면 요즘의 기준으로도 노처녀가 분명하고 지금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노산임이 분명할텐데, 그럼에도 형준의 눈엔 서른다섯살 어린 아내 윤주가 그저 마냥 귀엽고 젊은 어린 아내로만 보이는것인지. 여하튼 그런 윤주앞에서 쩔쩔매는 나이많은 남편처럼 그저 간곡한 애원만을 덧붙이는 것이다.

 “ 일단 상희문제는 내 조만간 다시 어떻게 연락을 취할 방법을 알아보든가 해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나 이야길 해보리다. 일단 그러니 당신은 조금만 참아줘요. 예

  ? 그냥 잠깐만 눈감아 달라니까. 그럼 내 상희와 다시 연락을 취해 만날 방도를

  찾아 만나서 다시 이야길 해볼테니까. ”

 형준의 말로 보면 일단 큰딸 상희와 연락을 취할 방법은 지금은 형준도 모른다는 뜻도 되는데, 허나 윤주는 여전히 형준의 이런말조차 신뢰하기 어렵다는 둣 그를 외면하고 있고, 그리고는 형준에게서 잠시 떨어져 방 저쪽으로 가서 손부채질이라도 하며 답답하고 타는속을 달래고 있다. 덕분에 서른다섯살 차이나는 부부 사이에도 묘한 냉기류가 형성되고. 헌데 한참을 혼자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 듯 하던 윤주가 이번엔 남편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 두 가지만 분명히 말해줘요. ”

 “ 두가지 ? 그게 뭔데 ? ”

 살짝 불안해지는 음성으로 형준이 윤주에게 묻는데 그러나 윤주는 그런 형준에게 확답이라도 받아놓으려는듯한 결연한 어조로 말을 건넨다.

 “ 아이...잠깐이라면 몰라도 저 오래 못 맡아요. 어제 그러잖아도 당신딸은...무슨 마

  치 내가 그 아이 초등학교 들어갈때까지만이라도 맡아달라는 듯이 그런식으로 말

  하던데... ”

 “ 여...여보... ”

 “ 글쎄 어쨌든 전 잠시는 몰라도 그렇게 오래 무슨 아이 유치원 들어가고 학교 들어

  가고 그렇게 오래는 곤란하다고요. 내 말 그래도 무슨말인지 모르겠어요 ? ”

 “ 아, 알았소. 당신마음은 알았으니까...나도 그래서 말했잖소. 조만간 상희와 어떻게

  든 연락을 취해서 다시 만나서 이야기 해보겠다구. ”
허나 윤주의 짐작대로 상희가 진짜 여섯 살난 아이만 버려두고 집을 나가버린것이라면 연락을 취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실제 상희는 신촌에 사는 자신의 두 동생 경희와 민희를 만나 젊은여자가 있는 화곡동집은 아무래도 불안하니 너희들이 가끔 찾아가서 용이를 좀 봐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지만, 그와같이 말하는 상희의 의도도 아무래도 신촌에든 화곡동에든 어쩌면 정말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말이기도 하다. 허나 형준은 일단 어떻게든 아내를 달래보려는 마음으로 이와같이 말하는것이고 윤주도 윤주 나름대로 절충안이랍시고 ‘당분간’이라는 말을 했지만 실제 그녀의 말하는 태도로 봐선 진짜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들어갈때까지 맡아줄 여자같아 보이지가 않다. 그런 윤주는 여전히 남아있는 걱정을 하나 더 덧붙여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 그리고 저...당신 큰딸 아이까진 혹시 몰라두 다른 아이들은 안돼요. ”

 “ 그건 또 무슨소리요 ? ”

 “ 당신 이혼한 딸들 또 있잖아요. 그래서 하는말이에요. 그...상희 그 여자는 어쨌든

  지금 상황이 딱하고 다른 대안도 없다고 하니까 어쩔수 없이 잠시 맡아주는거지만

  혹시라도 다른 딸들도 이런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구요. 내가 무슨 고아원이나 탁

  아소 운영하자고 당신과 결혼한줄 알아요 ? ”

 형준의 다섯명 딸의 현재 상황은 아마 결혼전에도 대충 들어서 아는바가 있을 윤주. 여하튼 2년전 결혼했다는 셋째딸 윤희도 있고 또 미국으로 가서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는 둘째딸의 문제도 솔직히 모르는 것 아닌가. 그 걱정을 담아 말하는 윤주에게 형준은 일단 안심시키려는 말을 건넨다.

 “ 그...윤희네도 아이가 하나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쪽 아들은 일단 아이 아빠쪽에서

  맡는 것으로 결정난걸로 알아요. 그러니 그점은 걱정 안해도 돼요. 그리고 둘째 진

  희야 무슨 이유인지 진희든 송서방(진희 남편)이든 둘 다 연락이 안되는것일뿐

  이혼을 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것도 아니지 않소 ? ”

 “ 하지만 사람일은 모르는거잖아요. 나 솔직히 겁나서 그래요. 나 이러다 당신

  다른 딸들까지...그 윤희라는 딸도 혹시 아이를 남자쪽에서 키우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불쑥 나타난다던가 미국산다는 당신딸도 사실은 이혼했다면서 아이 데

  리고 불쑥 나타난다던가...나 아무튼 그꼴까진 못보니까 그렇게 알아요 당신. ”

 “ 아, 알았소. 알았소. 내 그런일까진 벌어지지 않도록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주의를 주리다. 그리고...상희나 둘째 진희 문제까진 – 그리고 진희는

  이혼을 한것인지조차 확실치 않고 – 물론 그것도 진위여부는 확인을 해봐야할

  문제겠지만 – 몰라도 윤희쪽은 그렇게 이미 아이 아빠쪽에서 맡기로 한 이상 상

  황이 갑자기 바뀌어 윤희가 아이를 데리고 불쑥 나타난다던가 하는 그런일은 없

  을테니 그리 알아요. 내 왕서방이나 송서방까진 몰라도 적어도 남서방(셋쩨 윤희

  의 전남편) 인품은 어느정도 알아요. 남서방쪽은 그럴사람 아니오. ”

 “ 어쨌든 나 당신 큰딸말고 다른 딸들도 아이 맡아달라고 찾아온다던가 하면 그땐

  나 진짜 그꼴 못보니 그렇게나 알아요. 그리고 상희 딸도 당분간만 어쩔수 없이

  맡아주는거니 오래는 곤란하니 그렇게 알고 계세요 !!! ”

 어찌보면 진짜 표독스러운 독기가 느껴지는 윤주의 말이다. 이런 집에서 당분간만이라도(?) 지내게될 용이의 앞날이 어찌될지 정말 걱정될 지경인데, 허나 윤주는 거듭 자신이 형준의 딸이 맡기고간 아이들을 장시간 맡는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듯 그 매서운 눈빛을 거듭 내뿜고 있다.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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