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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 - 장윤주 (1)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부제 : 화곡동에서 생긴일





 화곡동 주택단지에서 산다고 하면 그래도 대체로 한 중산층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 사는곳으로 생각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아서 대략 한 15-20평 정도 크기의 서민형 아파트가 5-6층 정도 높이로 지어져 늘어선곳이 있기도 하고, 그보다 조금 넓은 평수의 아파트단지 지역도 있다. 그런가하면 그 중간중간 제법 위치 좋은곳에 대략 한 3층정도 되는 연립주택이 있기도 해서 그래도 저기 사는 사람이라면 그런대로 잘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할수 있는 그런 집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한편 단지를 벗어나면 그런대로 평범한 상가건물 몇 개를 지나 쭉 펼쳐진 4차선 도로가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왼쪽으로 꺾어져가면 버스정거장으로 대략 한 한두정거장 거리 따라서 성인의 걸음으로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겠지만 어린아이의 발걸음으로는 좀 멀리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그런 정도에 사립 유치원 건물 하나가 깔끔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세거리 골목의 오른쪽으로 대략 한 100-200미터 정도 가면 초등학교 건물 하나가 나오고 그 뒤쪽으로 조금 더 가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있어 아마 화곡동 주택단지쪽에 사는 아이들이라면 웬만한 경우는 대개 이쪽의 초등학교나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를 다니게되지 않을까 싶은 대략 그런 지역이다. 노형준 사장은 바로 그런 제법 다양한 종류의 주택단지가 들어서있는 지역에서 평수가 다소 넓은 3층짜리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한세대가 3층짜리 한 집을 다 사용할수 있는 그런 형태의 주택에 살고있는 것이다. - 그리고 그런 유형의 주택이 대략 4-5채 정도씩 연립형으로 4-5동 정도의 건물을 이루고 늘어서있다.

 노형준 사장도 여하튼 이런 3층짜리 연립주택에 산다면 어느정도 잘사는 사람으로 봐야할터인데, 다만 올해 나이 70인 노사장이 이곳에 살게된지는 얼마되지 않는다. 노형준에게는 슬하에 딸이 모두 다섯이 있는데 그중 큰딸은 올해나이 서른다섯, 둘째와 셋째도 이미 서른을 넘은 나이로 그 셋은 모두 시집을 갔다. - 아니 ‘갔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리라. 그리고 넷째와 다섯째는 현재 나이가 20대 중반과 후반으로 아직은 미혼인 상태. 다만 현재는 이 제법 평수넓은 연립주택에 노형준 사장이 최근 재혼한 서른다섯살 연하의 젊은 아내하고만 함께 살고 있다. 노형준은 10년전 사별을 하고 최근 재혼을 했는데, 아무래도 남존여비 사상이라던가 ‘대를 이을 아들 하나는 꼭 있어야한다’는 사상에 찌들어있는 그런 세대이다보니 전처하고 사이에 이미 다섯명의 딸을 낳았으면서도 아들 하나는 나이 70에라도 꼭 보고싶어 젊은 여자와 재혼을 한 것이다. - 아마 70이 아니라 80,90이 되어서라도 자신의 제사를 차려줄 아들 하나는 꼭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는 변하지 않았을 사람이 노사장이다.

 다만 그 노사장의 가정사 정확히 그 슬하의 딸 다섯명의 삶은 대체로 순탄치 못했다. 앞에서 이미 나이 서른을 넘긴 세명의 딸이 모두 시집을 ‘갔었다’고 표현했지만 그중 둘이 이혼을 했다. 한 2년전쯤에 아버지 노형준의 반대를 무릎쓰고 비슷한 연배의 평범한 회사원과 결혼한 셋째딸의 경우엔 지금은 경기도 남부의 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데 그 2년동안 일주일이 멀다하고 사네못사네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만 결국 갈라서고 말았다. 현재 노형준은 그렇게 이혼한 셋째딸의 경우에는 안보고 사는게 속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일절 연락을 끊고 있다. 그리고 둘째딸의 경우엔 5년전에 직업이 방송사 기자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는데, 그후 상대남자가 미국으로 발령을 받아 그곳으로 건너가 살고 있다. 다만 그후에 결혼생활이 대체로 무탈하게 잘 살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노형준은 현재 그저 둘째딸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생각하고 살고있는 상태다.

 한편 넷째와 다섯쨰딸은 아직 미혼인데 얼마전까지는 아버지와 같이 살았으나 지금은 신촌 대학가의 한 빌라 작은방을 빌려 그곳에 나가 따로 살고 있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재혼으로 젊은 새엄마가 들어오니 함께 사는 것이 불편하다는 판단을 했는지 그와같은 판단을 한 것이다. 현재 올해 나이 각기 28세와 25세은 넷째와 다섯째는 물론 대학을 졸업한지는 이미 오래이지만 편의상 그렇게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그런 빌라지역에 방을 한칸 빌려 두 사람이 따로 나가 살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큰딸 상희. 상희는 올해 나이가 서른다섯으로 공교롭게도 최근 재혼한 형준의 상대여성 장윤주와 동갑이기까지 하다. 그 큰딸은 아무래도 형준의 다섯딸중에 제일 먼저 결혼을 했는데, 그 큰딸마저 최근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형준의 성격과 입장에서 혈압올라 쓰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판인 그런 상황이었다. 부모 반대를 무릎쓰고 한사코 고집피워 결혼한 셋쨰딸이야 원래 속썩이는 딸이었으니 그렇다치더라도 미국으로 건너가 살고있는 둘째는 어찌된 영문인지 소식 한통, 전화한통이 없고 – 무슨 편지한장,전화한통 주고받을길이 없는 북한땅에라도 사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민가 사는 미국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그래서 이래저래 그야말로 ‘무자식이 상팔자’고 ‘딸자식 아무 소용 없다’는 속설을 증명케 만드는 일들이 인생 말년에 연거푸 터져나오고 있는 판인데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딸 다섯중 가장 먼저 결혼은 큰딸마저 이혼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 큰딸 상희가 여섯 살난 아들 –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기전인 미취학 아동 – 왕용과 함께 집에 들어와있다. 형준 입장에선 이래서래 심기 불편해지지 않을수가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넌 도대체 뭐냐 ? ”

 막상 그렇게 무작정 여섯 살난 아이 – 형준에게 외손자가 되는 – 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온 큰딸 상희를 보니 형준은 그저 기가막히고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수가 없어 그와같이 한마디 안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형준정도 세대만 되었어도 가령 시집을 간 딸은 ‘출가외인’이니 뭐니 그런 의식이 뿌리박혀있을만한 그런 세대인데, 그런 연령대의 형준이 그것도 이미 6년전에 시집을 간 딸이 이혼을 했다며 제 여섯 살난 아들을 데리고 친정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달랑 들어와버렸으니 어찌 기가차지 않을수가 있으랴. 자식이 아니라 그야말로 웬수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형준은 큰딸 상희를 노려보고 있었다.

 “ 기집애가 내 그래서...그놈의 성질머리좀 죽이라고 그렇게 타일렀거늘... ”

 “ 아빠... ”

 이혼하고 친정집으로 돌아온 딸을 위로하고 감싸주어도 시원찮을판에 이런말부터 나오는 아버지를 보니 상희는 그야말로 ‘정말 우리 친아빠가 맞기는 한건가 ?’ 하는 심정으로 원망의 감정을 담아 형준을 그렇게 불렸다. 허나 형준은 형준대로 분이 풀리지 않는지 삿대질까지 해가며 상희를 욕했다.

 “ 니...그 성질머리...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데...너같은 성질머리를 대체 어떤 남자

  가 좋아하겠냐 ? 그나마 왕서방이 사람이 좋으니 지금까지 참고 산게지. ”

 “ 아빤 도대체 누구편이야 ? ”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이럴땐 딸편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원망감에 이렇게 말하는 상희. 허나 형준은 오히려 그런 큰딸을 더더욱 꼴보기 싫다는 듯 한소리를 더 해댔다.

 “ 도대체가 기집애가 매사에 제멋대로 늘상 자기위주로만 생각하려 들고...제 입장에

  서만 상황을 유리하게 해석하고 왜곡하고...그런 너를 대체 어떤 남자가 좋아하겠냐

  ? 도대체가 매사에 제 고집만 피우고 늘상 자기위주인 제멋대로인 너를...왕서방이

  그나마 사람이 좋아서 지금까지 참고 살아준줄이나 알아. 도대체가 엥이~~~!!! 도대

  체가 무슨놈의 딸들이 하나같이 이모양인줄 몰라. 아니면 진짜...누구말마따나 내가

  전생에 지은죄가 많아서 다 늙어서 이런 험한꼴을 다 보게되는건지 원...쯧쯧... ”





 그러잖아도 콩가루가 되어가는 집안에서 이제 이혼까지 하고 게다가 자기 아이까지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와버린 큰딸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화가나고 짜증이 나기 때문일까. 형준의 한소리는 좀처럼 멈출줄을 몰랐다. 도대체가 쉽사리 분이 풀리지 않는 그런 모습이다.

 “ 기집애가 늘상 자기 위주로만 해석하고, 모든걸 지 입장에서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상황을 왜곡시키고, 그렇게 순전히 자기 입장에서만 자기 멋대로 생각하면서...남들

  입장이나 처지는 도대체가 생각할줄 모르는...도대체가...성품이...천성이 그따위니

  대체 그런 널 어떤 남자가 좋아하고 받아주겠냐구. 에잉...그러고도 그나마 맘씨좋

  은 서방 만나서 그래도 6년이나 버텨준걸로 생각을 해야지. 제 잘못한건 도대체 생

  각할줄 모르고 모든걸 남탓,남핑계로만 돌리니...에잉 정말...아무리 내가 낳은 자식

  이지만...정말 누굴 닮아서 그 모양인지 내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여튼 넌 내가

  아무리봐도 늘상 그모양인 녀석이야. 나이가 들면 좀 철이들까, 시집을 가면 좀 달

  라질까 그래도 좀 기대를 해보려 했더니만...도대체가 제버릇 개못준다고 시간이 가

  도 그 못된 천성은 도무지 나아지지가 않고...이게 다 니가 뿌린 씨고 니 못된 성품

  에서 비롯된건줄이나 알아 이것아. ”

 “ 아빠 정말... ”

 아무리 그래도 이혼까지 하고 친정으로 들어온 큰딸을 위로는 해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그런 딸을 나무라고 모든게 다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양 말하고 있으니 상희 입장에서도 그런 아버지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수가 없다. 상희도 상희대로 아빠를 원망하는 한소리를 늘어놓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형준은 그런 딸을 더 상대하고 싶지도 않은지 그쯤에서 자리에서 일어나버린다.

 “ 아빠... ”

 그래도 아직 아빠한테 말해야할 용건은 끝나지 않았음인지 남편(현재는 이혼한 전남편)하고 사이에 낳은 여섯 살난 아이 용이까지 데리고, 아버지가 휴식을 잠시 취하고 있는 안방으로 들어와버린 상희. 한편 그때까지 형준의 새로 맞이한 젊은 아내 윤주는 동갑나기 남편의 큰딸 상희를 마주하기가 불편해서인지 차만 한잔 형식적으로 대접하고 살짝 자리를 피해버렸는데, 안방에서 남편과 함께 있는 상태로 큰딸이 그 아이까지 데리고 들어와버렸으니 윤주 입장에서도 상희와의 대면을 피하기가 힘들어져버린 상황이다. 윤주는 슬쩍 방에서 나가버리려 했으나 형준이 무슨 생각인지 그런 윤주를 만류하며 앉으라고 한다.

 “ 내 아이 맡아줘. ”

 “ 뭐...뭐라구요 ? ”

 그제서야 이번엔 지금까지는 상희와 상대하는 것이 아무래도 불편한지 가급적 피하려 했던 윤주가 더더욱 발끈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것도 남편 형준의 큰딸 상희가 자기 아이를 좀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자 1초의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발끈하며 일어나버린 그녀다. 그 모습에 상희도 기가막히고 절망스러운지 윤주를 바라보는데, 그러자 서로 무안함에 다시금 시선을 피하긴 하지만 일단 형준은 윤주를 거듭 앉으라고 하고 그리고는 어이없다는 듯 딸을 바라본다.

 “ 그러니까 지금 니 말은...내 외손주...그러니까 니가 낳은 아이를 날더러 키워달라

  이 소리냐. ”

 “ 그럼 어떻게 해 ? 나도 먹고는 살아야하는데...돈벌려면 직장도 다녀야하고 그런데

  아침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고 그러면...내가 어떻게 혼자 애를키워 ? 그러니

  당분간만 아빠가 맡아줘. ”

 “ 이런...뻔뻔한 것 같으니. ”

 그렇게 싫은소리를 조금전까지 해댔는데도 그런 말까지 들었으면 제 아빠에 대한 정나미가 온통 떨어져서라도 그런말은 안 나올줄 알았는데, 그런데도 오히려 더 당당하게 이런식으로 나오는 큰딸을 보니 더더욱 기가막힌것일까. 사실 따지고보면 예부터 그래도 큰딸은 집안에서 살림밑천이란 말도 있었는데, 이건 살림밑천은 고사하고 나이 30대 중반에 이혼녀의 몸으로 친정으로 돌아와서는 그것도 칠순의 아버지에게 아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으니 형준은 더더욱 기가막힐 수밖에 없고, 아마 그보다 더 지금 어이없고 황당한 것은 형준의 서른다섯살 젊은 후처 장윤주일 것이다. 사실 서른다섯살이나 많은 남자와 결혼할 생각을 할때까지만 해도 형준의 딸들과는 적당히 자리 피하면서 안보며 살면 되겠지 그렇게 막연하게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윤주이기도 하다. - 게다가 형준과 결혼할때쯤엔 이미 다섯명의 딸중 세명이 시집간 상태로 알고 있었고 – 헌데 셋째딸도 이혼을 했다지만 여하튼 그 셋째는 지금 다른 지역에 살고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큰딸이란 여자는 되려 친정으로 들어와서 자기 아이를 맡아달라는 ‘부담’을 지워주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면 윤주 입장에선 나이 서른다섯에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의붓 외손자’까지 맡아야할판. 이 기가막힌 상황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행여 자신이 나쁜여자로 보일까봐 일단은 겨우겨우 그 분노의 감정은 참고있는중이긴 하다. 일단은 형준이 상희를 나무라는 말을 다시금 건넨다.

 “ 아니 넌 도대체가...널 평생 먹여주고 키워주고 입혀준 사람이 애빈데...그 애비에

  게...그것도 다 늙은 애비에게 이제와서 그 은혜 보답하고 효도를 해도 시원찮을판

  에 이제와서 뭐가 어쩌구 어째 ? 니 애를 우리가 맡아 ? 이게 대체 지금 말이 되

  는 소리야 ? ”

 “ 그럼 어떻게 해 ? 다른 대안이 없는걸. ”

 어쨌든 이혼까지 하고 혼자 아이를 키워야하는 처지라면 그런 상희 입장에서도 당장 먹고살기위해 직장부터 구해야하기 때문에 그 문제때문에라도 어디 마땅히 아이맡길 곳이 없는 막막한 처지, 이해못할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미 나이 70에 이른 아버지한테 그것도 ‘외손자’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무작정 친정으로 들이닥쳐 하고 있으니 형준의 입장에서도 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힌 일이기도 하다. - 게다가 나이 70의 형준이 큰딸이 지금 서른다섯이면 형준 역시 결혼은 상대적으로 좀 늦게해서 아이를(딸 다섯명) 낳은 셈이기도 하다. 허나 30대 중반에 낳았든 40을 넘어 낳았든 이제 그 다섯명이나 되는 딸들이 이제 시집갈 때 된 딸들은 시집가고, 알아서 직장생활 하면서 자립할만한 아이들은 자립하고 그렇게 한시름 덜게 되는줄 알았는데, 그것도 큰딸이 이혼하고 들어와서는 아이를 맡아달라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대체 지금 나이 70에 이른 노형준이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지 않은 여섯 살 어린아이를 어느세월에 다 키운단 말인가. - 무엇보다 상희가 대체 아이를 언제까지 맡아달라는 소리인지 그조차 특정한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굳이 상희의 말뜻을 해석하자면 ‘직장구할때까지만이라도’ 라는 유권해석(?)도 가능하지만 상희의 말은 그 단서가 붙은것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상희는 아이를 자신의 아버지가 맡아줘야 하는 이유가 ‘직장다니면 아침일찍 출근해서 저녁늦게 퇴근해야 하는데 언제 내가 아이를 돌보냐 ?’는 말을 분명히 했다.

 ‘ 끄응... ’

 머릿속이 온통 어질어질해지고 그야말로 현기증이라도 일으키거나 혈압이라도 올라 쓰러지지나 않을까 싶은 것이 지금 형준의 상태다. 윤주가 자연스레 그런 형준이 걱정되어 늙은 남편의 상태를 살펴보고, 일단 남편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한숨만 푹푹 내쉴뿐 그런 돌발상황까지 벌어지진 않았다. 상희는 그런 아버지 앞에서 거듭 자기 아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형준은 그런 상희를 딱하다는 듯 한참을 바라보다 일단 가까스로 애매한 답을 내놓는다.

 “ 일단...생각은 좀 해보자. ”

 “ 아빠... ”

 확답을 하지 않은채 이렇게 애매하게 나오는 형준의 태도에 상희는 더더욱 화가나고 형준은 지금 그저 모든 것이 답답하고 짜증난다는 듯 손부터 내젓는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누가 뭐 싫다고 했니 ? 하지만 난 일단...어쨌든 지금 집에 너희 젊은 새어머니...

  도 있고...여하튼 그런 상황도 있으니...생각은 좀 해보자구. ”

 살짝 아내 윤주의 눈치를 보며 ‘젊은 새어머니’라고 언급한 형준. 일단 윤주의 표정은 그런식의 말이 싫은지 좋은지 알기 애매한 그런 표정이고 상희는 살짝 그런 윤주를 노려본다. 그러다 살짝 결국 윤주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건넨다.

 “ 아이 키우는법 몰라요 ? ”

 “ 뭐라구요 ? ”

 “ 여섯 살이면 이제 기저귀 갈일도 없고...대소변도 가릴줄 알아요. 근데 그정도 큰

  애 하나도 건사 못하냐구요. ”

 “ 뭐라구요 ? ”

 듣기에 따라선 사실상 애를 윤주보고 키워달라고 기정사실화 하고있는 소리 아닌가. 허나 형준의 젊은 아내 윤주 입장에선 애초부터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도 해보지 못한일이라 그저 기가막히고 어이없을 따름이고 이러다 진짜 – 그러잖아도 자신의 재혼후 젊은 아내와 자신의 딸들은 그리 마주할일이 거의 없었던 상태이기도 했다. - 젊은 후처와 자신의 큰딸사이에 대판 싸움이라도 벌어질것만 같아 일단 형준은 거듭 손을 내저으며 두 사람에게 ‘그만하라’는 손짓을 보인다. 윤주나 상희도 일단 남편 또는 아버지 앞에서 그런 험한꼴까지 보이고싶진 않은지 적어도 그 정도에선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긴 한다. -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확실하게 마음이 맞은 두 사람이다. - 그리고 상희의 여섯 살난 아들 왕용은 따지고보면 외할아버지 집이요 외갓집이기도 한데 그 험악하고 이상한 분위기가 아이에게도 심상찮게 느껴지는지 울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채 그저 멀뚱멀뚱한 눈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노형준이 사는 화곡동의 연립주택은 총 3층규모, 허나 3층은 사실상 다락이나 다름없는 좁은 공간이고, 하지만 대신 지하층이 있기 때문에 이래저래 총 ‘3층’으로 쓸 수 있는 규모이긴 마찬가지다. 그 1층에는 널따란 거실과 방이 하나 있고 그 건너편에 상대적으로 다소 작은방이 있다. 그리고 한쪽에 주방으로 쓰는 공간과 화장실겸 욕실 그리고 주방 옆에도 창고처럼 써도 좋을 것 같은 허드렛방이 하나 더 있기도 하다. 한편 2층에는 1층보다 작은 규모의 방 세 개와 그리고 역시 1층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조리실이 하나 있어서 만약 2층에 사는 식구가 있다면 그곳에서도 자신들끼리 간단한 밥이나 요리를 해먹을수 있는 구조다. 당연히 욕실도 딸려있고, 따라서 2층의 규모는 그냥 1층보다 살짝 작은 방과 거실 그리고 조리실이 있는 그런 구조로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지하에도 큼직한 지하방이 하나 있어 만약 꼬맹이들이 사는 집이었다면 아이들끼리 숨바꼭질하기 딱 좋은 공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다만 큰딸 상희는 아직까지 이 집에서 살아본적은 없다. 상희는 이미 6년전에 시집을 갔었던 몸이고, 게다가 넷째딸과 다섯째딸은 젊은 새엄마가 들어오면서 불편해질까봐 자기네들끼리 신촌의 작은 빌라방을 하나 구해 따로 나가 살게 되었으니 – 둘째딸과 셋째딸도 이혼을 했든 어쨌든 시집을 갔던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 – 사실상 노형준은 젊은 아내 장윤주와 재혼하면서 이 넓고 큰 집에서 단둘이 살아왔던것이나 다름없다. 헌데 그 집에 예고없이 찾아와서는 이혼을 했다고 말하면서 거기다 자신은 돈을 벌기위해 직장을 다녀야하니 여섯 살짜리 자기 아들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한 큰딸. 그리고는 그래도 아버지하곤 별로 마주대하고 싶진 않은지 2층으로 올라가 그중 빈방 하나를 떡하니 차지하고 벌러덩 누워버렸다. 형준의 젊은 아내 윤주 입장에선 이 여자가 아예 여기 눌러살 생각인것인가 하는 생각에 머리까지 핑핑 돌 지경인데, 여하튼 이야기는 좀 해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상희가 잠시 들어서있는 2층 방으로 가보았다. 윤주가 들어서자 상희는 그래도 예의는 지키는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하는데, 윤주는 그런 상희를 보며 심각하게 말을 건넨다.

 “ 어쩌자는거에요 ? ”

 아무리 젊은 새엄마라도 그렇지 어쨌든 남편의 큰딸인데 그것도 사실상 초면에 처음 대화 나누는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인데도 시빗조로 묻고있는 윤주. 이런 태도에 상희도 기가막히기만 했고, 다만 일단 아버지한테 할 이야기는 다 했던 상태인지라 거기에 더 덧붙일말은 없다는 듯 차가운 어조로 답한다.

 “ 말씀드렸잖아요. 여하튼 아이만 좀 맡아달라구요. ”

 “ 그러니까 우리보고 그쪽 아이를 맡아달라구요 ? ”

 “ 왜요 ? 안돼요 ? ”

 ‘안된다’는 단호한 대답이 튀어나올뻔한걸 가까스로 꾹꾹 눌러 참으며 윤주가 이번엔 상희에게 말을 걸어본다. 사실 윤주 입장에서도 나이도 동갑인 큰딸 상희를 대체 어찌 대해야할지는 그저 막막하고 눈앞이 캄캄할 따름이다. - 게다가 애초에 윤주는 아들을 낳아달라는 조건으로 서른다섯살 많은 중소기업 사장 노형준과 결혼하면서 형준의 나이든 딸과는 적당히 피해가면서 살면 될것이라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했던것인데, 딸도 아니고 심지어 외손자를 맡아달라는 큰딸 상희의 부탁에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었던 것이다. 윤주가 거듭 상희에게 침착하게 말을 걸어보려한다.

 “ 그러니까...사실상 지금 저보고 애를 맡아달라는 소리 아니에요 ? 그것도 그쪽 아

  들을...사장님한테 외손자가 되는... ”

 졸지에 새할머니도 아니고 ‘새외할머니(?)’라는 희한한 가족관계가 하나 만들어질 판인지라 그래서 윤주는 더더욱 막막해질 지경이고, 그래서 더더욱 안된다는 듯 상희에게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 이런상황이면 정말 불쌍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 살난 상희의 아들 왕용일뿐이다.

 “ 애 키워본적 없어요 ? ”

 결국 윤주의 이런 태도에 안되겠다는 듯 상희가 이와같이 치고나오는데, 허나 그녀에게서 이런 소리를 들으니 윤주 입장에선 더더욱 발끈할 수밖에 없다. 아이 키워본적 없냐니. 대체 무슨 의미로 이런 소리를 한단말인가.

 “ 아니, 내말은...가령 뭐...하다못해 어디 자원봉사라도 간다던가...대학다닐 때 어

  디 고아원이나 탁아소 같은데서 자원봉사 같은거 안해봤어요 ? 아니면 하다못해

  종교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일텐데... ”

 “ 지금 대체 무슨소리를 하고 있는거에요 ? ”

 윤주는 더더욱 기가막히다는 듯 이와같이 말하고, 게다가 상희는 대학을 진학한 몸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실은 윤주는 대학을 가지 못한 여자다. 바로 그와같은 콤플렉스때문에라도 ‘대학때 하다못해 자원봉사 같은것도 안해봤냐 ?’는 식의 물움에 그러한 자존심과 콤플렉스가 다시금 발동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더욱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의 의견차와 시각차를 좁히키는커녕 더더욱 감정싸움으로만 번지는 그런 대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자 결국 형준 입장에서도 2층으로 올라가볼 수밖에 없었다. 아까 자신과의 대화를 대충 마무리하고 딸이 2층으로 올라간건 아는데, 그 뒤를 이어 젊은 아내마저도 따라 올라간것인지 보이지 않아서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올라와보지 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윤주나 상희나 둘 다 목소리는 큰 편이라 그 쩌렁쩌렁한 소리가 1층까지 다 들려 정말 아주 귀먹은 노인이 아닌 다음엔 2층에서 두명의 목소리 큰 여자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형준이 젊은 아내와 동갑내기 큰딸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올라가본 것이다.

 “ 그만들 해라. 대체 이게 무슨짓들이냐 ? ”

 졸지에 서른다섯살 어린 아내에게도 반말을 해버린 형준. - 형준의 경우 아내에겐 대체로 ‘-하오체’같은 약간 높임말을 썼지 대놓고 반말을 사용하진 않았었다.

 “ 당신은 이제 그만 나와요. 그리고 너도 이제 좀 그만하고...좀 쉬던가... ”

 아버지 형준의 그와같은 태도에 상희는 무안한지 더는 뭐라고 이의제기는 하지 않는데, 다만 윤주는 윤주대로 나름 억울한 무엇이라도 있는지 결국 남편에게 한마디 한다.

 “ 제...제가 뭘 어쨌다구 그러세요 ? ”

 “ 일단 좀 이 문제는 차근차근 생각을 해보던가 합시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릴수는 없으니. 일단 그만하고 나와요. ”

 결국 윤주도 하는수없이 상희가 일단 기거하게 된 방에서 나오긴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어떤 대화가 진행되긴 힘들 것 같고 다만 윤주는 밤늦은 시간에 아무래도 여전히 신경이 쓰여서 그러는지 다시 상희가 있는 방으로 올라와보기도 했다. 여섯 살난 꼬마 왕용은 이미 세상모르고 쿨쿨 잠들어있다.

 “ 한가지만 물어볼께요. ”

 “ 물어보세요 뭐... ”

 “ 도대체 우리보고 언제까지 아이를 맡아달라는 소리에요 ? ”

 “ 뭐...그냥 대충... ”

 “ 대충이라뇨 ? ”

 그래도 구체적인 어떤 구상은 있을줄 알았는데 ‘대충’ 어쩌구 하는걸보니 진짜 아무생각도 없이 일단 아이만 친정집에 맡겨놓자 그런 생각을 한 모양새가 아닌가. 그래서 윤주는 더더욱 기가막혀 발끈하고, 그러자 상희도 지긴 싫은지 다시 윤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애 이미 여섯 살이고 대소변 다 가리고 그래요. 그리고 좀있으면 유치원도 들어갈

  거고...학교도 들어갈거고...그러니...그냥 가끔 세끼밥 챙겨주고, 유치원가고 학교

  들어갈때되면 데려다주고...그러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뭐 그렇게 어려워요 ? 아니

  나이 서른다섯이나 된 여자가 그게 그렇게나 어렵고 힘든 일이에요 ? 이제 겨우 한 

  예닐곱살 된 어린애 밥 챙겨주고 학교 보내주고 하는게 ? ”

 “ 뭐...뭐라구요 ? ”

 근데 지금 상희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인 용이란 아이를 그것도 초등학교 들어갈때까지 봐달라는 소리가 아닌가. 그럼 지금 이 시접으로부터도 대충 시간계산을 해봐도 최소한 1년반 이상이다. 그러니 윤주 입장에선 더더욱 기가막히고 결국 참을수가 없는지 그녀도 다시금 한소리를 해댄다.

 “ 아니, 도대체...이것봐요. 이건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 어떻게 다른것도 아니고...아

  니 세상에...이혼한 여자가 어떻게 자기 아이를 그것도 그낭 평범한 친정도 아니고

  나까지 있는 집에 애를 맡길생각을 해요 ? 그것도 한 며칠이나 몇 달도 아닌...애

  초등학교 들어갈때까지 봐달라구요 ? 그것도 날더러 ? ”

 “ 그럼 어떻게 해요 ? 다른 대안이 있는것도 아닌데... ”

 윤주는 하늘을 우러르며 한숨까지 깊이 토해내고 그리고 나이도 자신과 동갑인 서른다섯살 상희란 여자를 더더욱 어처구니 없다는 듯 바라본다. 정말이지 무슨 여자가 생각이 없고 대책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수가 있나. 사실상 상희를 장시간 대해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윤주 입장에선 그야말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 노상희란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능할것만 같다. 하긴 아까 낮에 형준도 제 큰딸을 꾸짖으면서 ‘매사에 제멋대로고 자기위주인 여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헌데 바로 그런 상희가 어떻게 제멋대로고 자기위주인지 그것을 제대로 실감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윤주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일단 다시 차분하게 질문을 건넨다.

 “ 한가지만 더 물어볼께요. ”

 “ 뭘 물어보고 싶은데요 ? ”

 “ 그쪽 동생들도 다 그쪽처럼 그래요 ? ”

 윤주 입장에선 상희의 네 동생들도 아직까지 제대로 대면해 본적이 없다. - 다만 넷째딸과 다섯째딸은 이 집으로 이사를 오고 형준과 윤주가 함께 살게되기 직전에 작은 빌라방을 구해 나간것이니 그때 잠깐 본적은 있다. 그때 형식적인 인사말 한두마디 정도 나눠본적은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형준의 딸들을 이렇게나마 제법 긴시간 겪어보는 것은 큰딸 상희가 오늘 처음인 것이다. 그래서 큰딸부터가 이모양인데 다른 딸들은 어떨까 그 생각을 하니 더더욱 막막해져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 이야기 들어보니까 다른 두 동생도 이혼했다면서요 ? ”

 “ 윤희(셋쨰딸)는 지금 이혼해서 경기도 OO시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것 맡구요, 진희

  (둘째딸)는 지금 미국에 사는데 연락이 좀 안되는것이지 이혼한건지는 확실치 않

  아요. ”

 “ 어쨌든 그렇게 따로따로 사는 동생이 둘 더 있고, 그리고 얼마전에 신촌에 방을

  구해 나간 넷째와 다섯째까지 그렇게 딸이 다섯명이다 이거죠 ? 노형준 사장님

  의 딸들이... ”

 “ 네, 맞아요. ”

 자신의 두 동생의 이혼여부엔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주듯 상희가 이러한 설명을 덧붙여준것이고, 따라서 여기엔 마땅히 반론하거나 토달만한 부분이 없어서인지 윤주의 목소리도 다소 잦아들긴 한다. 허나 상희와 윤주사이의 싸늘한 냉기류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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