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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레드벨벳 웬디 (8.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별이 되다





 “ 여보, 어디 불편하세요 ? ”

 간밤에 꾼 이상한 꿈 때문일까. 잠을 설치기도 했거니와 그 이상한 꿈이 계속 마음에 걸려 날이 밝고나서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뭔가 계속 불편하고 어두운 기색이 느껴지는 준식인지라 아내 수진이 결국 그와같이 묻는데 준식은 일단 답을 얼버무린다.

 “ 아...저 그...그게...아냐. 날도 덥고 좀 피곤해서 그런가봐. ”

 “ 목마르시면 찬물 갖다드릴까요 ? ”

 수진이 그렇게까지 말하며 찬물 한컵을 가득따라서 가져다주자 준식은 일단 대충 그것을 마시는 시늉을 한다. 솔직히 지금 공연히 아내에게 이상한 기색을 내비치고 싶지 않은게 준식의 속마음이다. 그야말로 ‘꿈자리가 뒤숭숭했다’고 해야할판인 그 이상한 내용의 꿈. 무슨 예지몽이나 선몽같은것이라 생각해도 또는 준식 무의식이나 내면의 발로라고 해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서 그런 꿈 이야기를 아내에게 제대로 하지도 못한채 그저 공연히 아침 수저만 게작거리고 있는 준식의 모습. 사실 일전에 난데없이 증조할아버지란 사람이 나타나서 ‘임시정부나 서재필에 대해 써보라’고 한 꿈 이야기도 아직 아내에게 말하지 않은 준식 아닌가. 헌데 그로부터 한 두어주 지나서 무슨 언론인 출신 총리후보자(?)라는 사람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가정사 문제로 인한 언론의 과장,추측,왜곡보도로 인해 가족이 상처받았고 그로인해 사퇴한다는 장문의 ‘사퇴의 변’을 밝히는 꿈. 사실 그 두 개의 꿈 자체가 전혀 연관성이 없을뿐더러 그 두가지 꿈 다 기껏 이야기해봤자 자칫 아내한테 공연히 자신만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서 결국 끝내 꿈이야기는 꺼내지 못한다. 그리고 준식은 대충 아침식사를 마무리해갈때쯤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여보, 그러나저러나... ”

 “ 네, 말씀하세요. ”

 아내 수진은 준식이 정말 어디가 불편하거나 해서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려는것쯤으로 생각하고 대꾸하는데, 이어 준식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결국 다른 이야기였다. 다름아닌 다른 케이블 예능에 새로 출연하게된 문제다.

 “ 어쨌든 OO소녀라고 새로 케이블에서 시작하는 걸그롭 예능프로에 출연하게 되었

  지 않소. ”

 “ 네, 맞아요. ”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앞서 이미 얼마전에 아내에게 한 이야기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면이 있기도 하다. 아니면 그 캐스팅에 무슨 다른 문제가 생겼다는것인지. 일단 준식의 말이 이어진다.

 “ 어쨌든 그렇게 되면 내가 일주일에 케이블 예능을 녹화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가

  야하는일이 세차례나 되는데말야. ”

 “ 그런데요 ? ”

 “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팟캐스트는 줄여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

  어. 아무래도 일주일에 세 번이나 케이블 방송 녹화를 위해 나가면서 팟캐스트 제

  제작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건 무리야. ”

 준식이 팟캐스트에 올리는 시사대담 내용이야 기껏 그때그때의 정치시사 현안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20분 안팎의 짧은 내용이지만 그전에 미리 방송을 할 질의응답 내용을 준비하고 방송내용을 만드는데만 대략 하루가 소요되는 작업이다. 따라서 케이블 예능프로 출연이 세차례나 된다면 일주일에 두 번 팟캐스트 제작은 무리라는 고민을 준식이 하고있던 중이긴 했다. 일단 아내 수진은 수긍하는듯한 반응을 보이는데, 다만 준식은 아쉬움을 이와같이 토로한다.

 “ 좀 아쉽긴 하네. 기왕 팟캐스트를 할 양이면 진짜 화끈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그

  런 방송을 해보고 싶었는데말야. ”

 애초 정치시사 대담뿐만 아니라 ‘탈북민과의 대화’나 경제,안보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갖는 ‘전문가 대담’ 그 외 단막극이나 에로물 또는 가상다큐 제작까지도 구상하고 있던 준식의 팟캐스트 아이디어다. 상대적으로 정파성이 떨어지는 준식의 시사대담이다보니 팬층 확보가 쉽지 않아 다른쪽으로 좀 더 네티즌을 모을만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다 그런 생각까지 하게된것인데 다만 구상한 아이디어만 많을뿐 현실화 시키진 못한것들이다. 다만 한때 아내 수진이 핀잔을 주었던것처럼 준식의 아이디어를 전부 현실화 시킨다면 그야말로 소규모 ‘인터넷 방송국’을 하나 차리는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허나 역시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아이디어만 많았을뿐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케이블 방송 패널로 출연하게 된 프로가 하나 더 늘어나 오히려 그나마 하던 시사대담 팟캐스트마저 줄여야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준식은 그 아쉬움을 거듭 이와같이 토로한다.

 “ 기왕이면 성인영화를 제작하든 단막극을 제작하든 인터넷에서 굉장한 논란거리나

  화제를 모을만한 그런 내용으로 만들고 싶었는데말야. ”

 “ 됐어요. ”

 허나 되려 퉁명스럽게 내뱉는 수진의 모습. 어찌되었거나 케이블 방송 출연은 준식이 출연료를 받게 되는것이니 생계수단이 마련되는것이지만 팟캐스트는 자칫 돈만 잔뜩 쳐들일뿐 그로인한 기대수익은 별로 없을수도 있는 그런쪽이 아니던가. 따라서 수진 입장에선 어쨌든 케이블 예능프로에라도 패널로 나가며 준식이 ‘방송예능인’ 활동이라도 하며 돈을 벌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뿐, 팟캐스트 작업이 줄어드는 것은 되려 그녀 입장에선 반갑기까지 한 일이라서인지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이다. - 게다가 어차피 영상편집 작업은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니 자기가 할 일이 줄어들자 그로인한 홀가분한 감정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팟캐스트를 줄이거나 경우에 따라선 아예 접어야할 수밖에 없는 상항이 벌어진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준식과는 달리 그 정 반대의 감정이 되어버린 수진. 두 사람 사이에 다시금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 아, 어지러워... ”

 저녁때였다. 술도 한잔 한것도 아닌데 갑자기 아내 수진이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헌데 준식은 처음엔 반응이 좀 신통찮았다.

 “ 뭐야 갑자기 ? 술을 마신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 쓸데없이 장난치지 말구... ”

 사실 어지럼증 호소는 수진이 술을 한두잔 했을 때 이따금 치는 장난이기도 했다. 수진 나름의 애교 내지는 아양떠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주로 (미혼일때는) 남자친구나 남편과 술자리를 할 때 가끔 그런식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하면서 자신을 부축해달라느니 안아달라느니 그러던게 수진의 습관이었다. - 그러나 동성의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때는 그런 장난을 친적이 거의 없고, 게다가 수진이 그런식으로 애교나 아양을 떠는 장난을 남자앞에서 가끔 치기도 하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지난번 나이트에서 수진이 어지럼증을 호소할때도 친구들은 처음엔 그녀가 장난을 치는것으로만 알았다. 남자 앞에서만 그러지 같은 여자들끼리 어울렸을때는 그런적이 한번도 없던 수진임에도 불구하고.

 “ 여보, 이번엔 진짜에요. 그러니...아, 진짜 나 요즘 왜이러지 ? ”

 처음엔 준식은 아내가 또 쓸데없이 장난을 치는줄만 알고 그냥 대충 부축해서 방으로 들여보내주려 했는데, 헌데 수진의 행동이 장난이 아닌 것을 깨달은 것은 그보다 시간이 좀 더 지난뒤의 일이었다.

 “ 아니, 정말 당신 왜 그래 ? 정말 어디가 아픈거 아냐 ? ”

 “ 아무래도 병원에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내가 진짜 요즘 왜 이러지 ? ”





 한편 준식은 새롭게 섭외된 케이블 예능프로에 출연하게 되어 녹화장에 와 있다. 해당 프로는 이른바 K-pop을 동경하여 한국을 방문한 열명 정도의 K-pop 한류팬 소녀들의 한국에서의 좌충우돌 생활을 다룬 프로로 ‘OO소녀’란 제목이 붙은 프로그램이었다. 제목과 취지 그대로 평상시 K-pop 열성팬이었고 한국을 동경해왔다는 노르웨이,스웨덴,우크라이나,우즈베키스탄,이집트등 총 10개국의 소녀 열명이 출연 이들의 일상을 다루는 프로로, 전체적인 프로는 외국소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관찰자 시점의 나레이션. 그리고 매회 한차례씩 프로 시작쯤이나 끝 무렵에 나타나서 이들에게 미션을 전하거나 이들이 찾아야하는 아이템 같은 것을 알려주는 ‘보조진행자’가 한명 있는데 그 역할이 윤준식이다. 준식은 보통 프로가 시작하자마자 또는 끝무렵에 마법사나 저승사자,한복 두루마기나 장군,선비복장등 다양한 우스꽝스런 복장으로 나타나 이들에게 미션을 전하거나 끝날때는 ‘오늘 미션을 잘 수행했다’는 식의 마무리 멘트를 하고 사라지는 그런 역할을 맡아하게 한다. 바로 그러한 ‘관찰자 겸 보조진행자’가 ‘OO소녀’에서 윤준식이 하게되는 역할인 것이다.

 실제 OO소녀에 출연하게된 열명의 ‘OO소녀’들은 실제 해당 케이블 제작진들이 K-pop 한류팬들중에 사전에 일정한 인터뷰와 검증과정을 거쳐 선발한 멤버들로 나이는 대략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그러니 나이 어느덧 40대 중반을 지나 후반에 이르는 준식 입장에선 그야말로 ‘딸같은 소녀’들이다. 만약 준식이 정상적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결혼을 했다면 자녀가 태어나도 대충 2천년대 초,중반쯤 태어나 지금쯤 어느덧 중,고생 나이가 되었을터이니, ‘OO소녀’ 출연 멤버들은 준식 입장에서 그야말로 딸같은 아이들. 바로 그런 딸같은 외국소녀들에게 미션을 전하는 ‘한국인 아저씨’ 같은 역할이 해당 프로에서 준식이 맡게된 역할. 다만 막상 녹화가 끝나고 나서 휴식을 취할때는 자연스레 OO소녀 멤버들과 윤준식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일단 OO소녀의 멤버들은 K-pop을 좋아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등에 관심을 갖게된 소녀들이긴 하지만 일단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한국어라고 해야 기초적인 회화정도나 가능한 정도. 준식의 경우에는 영어회화를 중학생 정도 수준의 간단한 회화나 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공교롭게도 OO소녀 멤버들중엔 영어권 국가는 거의 없는 대개 북유럽이나 구 소련지역 국가 혹은 중동,일본,태국등에서 온 소녀들이었으니 역시 영어를 그렇게 유창하게 할 수 있는 멤버는 거의 없다. 따라서 준식과 OO소녀 멤버들 사이엔 기초적인 한국말 인사 외에는 나눌수 있는 대화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한다. 무엇보다 윤준식 입장에선 그래도 명색이 자신이 한때 현역 작가로까지 활동했던 사람이고 게다가 나름 외국인들 앞에서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나 인식을 심게 해줘선 안되겠다는 사명감에 가급적 점잖을 떨며 튀는 행동은 가급적 삼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녹화가 끝나고 쉬는 시간엔 OO소녀들은 그저 자신들중 회화가 가능한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좀 주고받는 수준이고, 준식은 준식대로 저만치 떨어져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서일까. 제작진중 조연출 한명이 OO소녀에게 다가가 약간의 설명을 덧붙여준다.

 “ 저...윤준식 선생님은 원래 작가출신이세요. ”

 “ ??? ”

 조연출의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OO소녀들은 대체로 어리둥절하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런 OO소녀들이 좀 더 이해가 가도록 조연출의 설명은 좀 더 이어진다.

 “ 지금 좀 사정이 있어서 활동을 잠시 쉬고 계시긴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꽤나

  열성적인 작품활동을 하시던 드라마 작가셨어요. 지금까지 쓴 미니시리즈가 총 열

  편, 그리고 대하사극이 세편... ”

 이런식의 말을 가령 한국말과 영어가 반반씩 섞인 어설픈 회화로 한다면 OO소녀들이 얼마나 이해할수 있을련지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어떤 안타까움과 열정을 담아 설명을 이어가는 조연출. 헌데 저만치서 혼자 쉬고있던 윤준식에게도 얼핏 그와같은 조연출의 설명하는 소리가 들려와서일까. 준식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바로 빠른걸음으로 다가와 조연출의 등을 살짝 친다.

 “ 저기...O피디... ”

 그리고는 말도 하기도 전에 일단 손부터 내젓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기까지 하는 윤준식. 그리고 O피디라는 조연출을 살짝 OO소녀들로부터 다소 떨어진곳까지 잡아 이끌고는 말을 건넨다.

 “ OO소녀들한테 공연한 이야긴 하지 말아줘요. 나 괜히 무안하고 난감해서 그러니

  까... ”

 “ 아뇨, 전 그래서 오히려...윤선생님에 대해서 OO소녀들에게 좀 더 구채적으로 설

  명을 해주려고 한건데... ”

 “ 아뇨, 그러지 말아줘요. 굳이 그런 설명 할필요 없어요. 전 그냥 OO소녀들에겐

  그저 예능프로에서 미션을 전하는 ‘웃기는 한국 아저씨’ 정도 이미지면 족해요. 그

  러니까 그 이상의 불필요한 이야긴 하지 말아줘요. ”

 어떻게 보면 조연출의 입장에선 윤준식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 OO소녀들에게 나름제대로 일러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하려한것인데, 오히려 준식이 그 부분을 난감해하자 조연출이 이런 준식의 태도를 더 이해할수 없다는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여하튼 거듭 준식이 ‘불필요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조연출에게 애원, 조연출도 OO소녀들에게 더 이상의 준식에 대한 설명은 덧붙여주지 않는다. 한편 이런 대화와 상황을 이해할수 없는 OO소녀 멤버들은 혹시 자기들이 무슨 실수라도 했나 또는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살짝 불안해진 눈빛을 주고받기도 한다.

 “ 저... ”

 촬영이 좀 더 진행되고, 그날 있어야하는 윤준식의 촬영분이 모두 마무리될때쯤, 그때 OO소녀 멤버 한명이 준식에게 다가온다. 준식에게 뭔가를 전해주려는 듯 손에 들고있는 소녀. 헌데 약간 엉뚱한 이야기가 소녀에게서 나온다.

 “ 마...말... ”

 “ 네 ? ”

 아직 한국어는 간단한 회화수준의 대화밖에 못하는 소녀들. 그래서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순간 어리둥절해하는 준식에게 OO소녀 멤버가 묻는다.

 “ 말...못하세요 ? ”

 “ 예 ? ”

 이건 또 갑자기 무슨 황당한 소린가. 물론 준식은 OO소녀 녹화분에서 미션을 소녀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 촬영분을 촬영하면서 당연히 말하는 것을 봤을터. 헌데 갑자기 ‘말을 못하냐 ?’니. 이게 무슨 황당한 질문인가 준식 입장에선 어이없을 따름인데, 뭔가 의사소통이 잘못되고 있음을 느껴서일까. 다른 OO소녀 멤버 한명이 그런 방금전 멤버를 만류하고 다가와서 다시 준식에게 말을 건넨다.

 “ 선물...준비 했어요. ”

 “ 예 ? ”

 “ 윤...선생님...저희가 만난...기념으로 선물 준비했어요. 받아...주세요. ”

 건네준 물건은 OO소녀들이 아마 손수 만든듯한 간단한 기념품이었다. 어쨌든 그것을 건네받게된 준식. 호탕하게 웃어보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하하...고마와요. 사실 제가 어릴때부터 꿈이...만약 이다음에 총리나 장관 아니면

  비선실세 같은 위치가 되면 해외여행 마음껏 하면서 그곳의 특산물이며 특별한 전

  통요리 마음껏 구해보고 먹어보고 하는것이었는데...아무튼 고마워요. 잘 받을께요.

 ”

 OO소녀가 이런 준식의 말의 의미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을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호탕하게 웃어보이며 감사히 OO소녀들이 건네준 선물을 받은 준식. OO소녀와 준식간의 어색했던 분위기는 일단 그런식으로 다소 진전이 되는 모습이다.





 한편 준식은 일을 마치고 귀가했을 때 뜻밖의 소식을 하나 접하게 되었다. 현관으로 들어서자 아내 수진이 갑자기 준식에게 와락 안겨드는 것이다. 사실 이런일이 잘 없는 수진이기도 했는데, 갑작스러운 이런 행동에 순간 당황할 지경이기까지 한 준식. 수진은 그런 준식을 보며 뭔가 잔뜩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말한다.

 “ 여보... ”

 “ 어...어 왜 그래 당신 ? 무슨일이 있어 ? ”

 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아내의 태도가 이전같지는 않고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분명해 준식도 적잖이 당황하긴 했는데, 갑자기 수진은 그런 준식을 다시 안아보며 입까지 맞춰보며 말한다.

 “ 여보 사랑해요...그리고 행복해요. ”

 난데없는 수진의 사랑고백을 받으니 그 와중에도 감격이라도 했는지 준식의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만 눈물까지 고인 수진이 준식을 바라보며 이와같이 말한다.

 “ 여보, 저 아이를 가졌어요. ”

 “ 뭐...뭐라구 ? ”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전 무슨 어지럼증이나 이런것인가 했는데...그러다 혹

  시 몰라서 산부인과에 가봤어요. 그랬더니 6주째라지 뭐에요 ? ”

 “ 뭐...뭐라구 ? ”

 순간 멈칫하는 준식. 아주 짧은 시간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스쳐지나갈 정도로 혼란스러운 감정에 접하긴 했다. 허나 이어 준식은 이내 곧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 어...허허허...정말야 ? 아이 ? 당신이 정말 아이를 가졌단말이지 ? ”

 “ 네, 여보. ”

 감격한 얼굴로 거듭 답하는 아내. 준식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고 그리고 거듭 수진을 위아래로 살펴보며 확인을 해보려 한다. 이제 겨우 6주째인 수진에게 무슨 임신한 표가 날리도 없겠지만 준식은 지금 당장이라도 아내의 뱃속에 자기 아이를 확인이라도 해볼수 있는것처럼 여기저기를 어루만지며 어쩔줄을 모른다. 그렇게 얼마를 그랬을까. 흥분되었던 감정이 어느정도 가라앉은 상태에서 수진이 준식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 고마워요 여보. ”

 뭔가 의미심장하게 그와같이 말하는 아내의 태도에 다소 의아해진 준식. 수진의 말이 이어진다.

 “ 솔직히 조금 걱정했어요. 혹시 당신이 제가 아이를 가진 것을 기뻐하시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

 자신이 아이를 온전히 키울 자신이 없다며 무엇보다 나이도 있고 하니 아이는 원치 않고, 그냥 관계만 가지며 즐기자는 말을 이미 여러차례 했던 준식이 아니던가. 그래서 수진과의 갈등도 다소 있었고. 따라서 수진은 바로 그 점을 신경쓰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조금전 귀가한 준식에게 수진이 보여준 다소 과한 행동은 오히려 그런 불안감 때문에 역으로 그렇게 치고나온 심리였을수도 있다. 헌데 일단 준식이 자신이 아이를 가진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안도하는 수진. 준식도 그런 수진을 보며 별걱정을 다했다는 듯 말한다.

 “ 당신도 참...아무리 그렇기로...내가 아무렴 아이까지 가진 당신에게 어떻게 하기

  라도 하겠나 ? 별 쓸데없는 걱정을... ”

 “ 사랑해요 여보. ”

 그러면서 다시금 준식의 품에 안기는 수진. 사실 수진 입장에서도 걱정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일단 근본적으로 어느덧 40대 후반인 준식의 나이도 있고, 무엇보다 준식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인것만은 사실이지 않은가. 헌데 이런 상황에서 생긴 아이. 준식의 말마따나 그런 부모의 슬하에서 태어난 아이가 과연 온전한 환경에서 성장할수 있을지. 아내 수진도 솔직히 혼자 그런 걱정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일단 다른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듯 한없이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있는 수진. 준식과 수진 내외의 모처럼만에 행복한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 여보... ”

 준식이 수진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사실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이벤트였는데, 좀처럼 기회가 없다가 이런 자리를 마련해본 것이다. 처음에 수진은 다소 당황하긴 했는데, 어느덧 대야에 따뜻한 물을 하나가득 담아 가져온 준식. 거실 한쪽에 그 대야를 내려놓고 그 앞에 의자를 가져와 수진을 앉게한뒤 그녀의 발을 씻겨주고 있는 것이다. 임신한 아내를 향한 준식만의 최대한의 서비스라고나 할까. 발을 다 씻겨준후 수진의 발에 살짝 입까지 맞춰보는 준식. 그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띤다.

 “ 사랑해 여보... ”

 한편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팟캐스트는 준식이 출연하는 케이블 예능이 세편이나 되는 바람에 결국 한회로 줄이기로 했고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기로 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은 방송프로 녹화를 위해 출근을 해야하는 몸인 준식 입장에서 그러면서 팟캐스트까지 병행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임을 판단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달쯤 시간이 더 지난뒤의 어느날 사실상의 고별방송을 하게되었다.

 “ 일단 여러 가지로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처음에 팟캐스트를 시작했

  을때는 나름 야심차게 많은 구상도 해보고, 진짜 한번 획기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콘

  텐츠를 많이 제공하는 그런 팟캐스트로 한번 키워보고 싶었습니다만 결국 정치대담

  프로만 한 1년 넘게 진행하다가 이 정도로 막을 내리게 되네요. ”

 “ 저희 ‘윤준식의 시사대담’은 이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러나 갈수록 혼란스럽고

  갈등과 증오가 심해지는 우리 정치판, 우리 사회에 한줄기 빛과 소금과도 같은 그

  런 방송,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그 말씀만은 분명히 드리고 싶습니다. ”

 그런식으로 고별방송 멘트를 하다보니 준식과 수진은 그만 눈물까지 흐르고 말았다. 애초 준식이 구상했던 여러 가지 야심찼던 아이디어들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야말로 구상 수준에만 그치고 말았고 한주에 두차례 20분 안팎의 정치,시사 대담 코너도 이런식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준식과 수진은 그저 아쉬운 감정만을 한없이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났을까. 준식과 수진은 밤에 집 근처의 한 공터에 나와 상념에 잠겨있다. 그러고보면 어느덧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어 더위도 한풀 꺾이고 저녁이나 밤이되면 차츰 선선해지는 시기이기도 한데, 바로 그런 무렵 빌라에서 다소 떨어진곳에 있는 어느 공터에 나와 두 사람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수진이 임신을 하게 된 것이 대략 6월 중순경으로 봐야할테니(7월 말경에 6주 진단을 받음) 어느덧 임신 3-4개월 정도가 된 몸이기도 한데, 아직 배가 나오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만 몸가짐은 그래서 더더욱 조심해야할 시기이기도 하다. 준식과 수진은 말없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 여보... ”

 “ 왜 ? ”

 자신을 부른 아내를 말없이 바라보는 준식. 수진의 말이 이어진다.

 “ 당신 왜 언젠가 그러셨죠 ? 사람이 죽으면 밤하늘의 별이 되는 것 아닐까 하고...

 ”

 “ 하하...내가 그런말을 했던가. ”

 허나 그런식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아주 오래전 고대부터 내려오는 전설이고 동화같은 이야기다. 죽으면 사람이 밤하늘의 별이 된다는게 천문학적 상식으로야 말이 되는 소리일까. 허나 인간은 그렇게라도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한 막연한 바램이나 기대 소망같은 것을 품게되는 존재임은 분명한 것 같다. 수진의 말이 이어진다.

 “ 당신...그 있잖아요. 그 뭐냐... ”

 “ ??? ”

 “ 그 뭐...민주화 운동의 공을 많이 세운 그런분들이 저 하늘에서 별이 되어 이 나라

  의 민주주의를 꼭 붙잡고 지켜주셨으면 한다는... ”

 “ 아, 그 이야기 ? ”

 그런말을 일전에 한적이 있는 준식이긴 하지만 벌써 몇 달전의 일. 헌데 그 말을 수진이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사실 삼김의 영문 이니셜과 실명을 그나마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알고 있는게(가령 DJ와 김대중, YS와 김영삼을 다른 사람인줄 안다던가) 다행이라고 봐야할 정도로 원래 정치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수진이다. 다만 어쨌든 인터넷 영상편집 기술이 좀 있는 그녀이다 보니 그런일을 좀 도와줬으면 하는식으로 준식이 수진에게 다가와 그렇게 시작된 것이 두 사람의 인연 아닌가. 허나 어쨌든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도 있으니 최소한 수진도 남편의 정치 팟캐스트 작업을 한 1년 넘게 도우면서 최소한의 정치적 상식이나 관념적 이해 정도는 어느정도 하게된듯하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수진이 되려 당차고 어찌보면 당돌해보일수도 있는 한마디를 건넨다.

 “ 뭐 꼭 그런 의미 때문만은 아니더라도...정말 전생에 우리나라나 사회를 위해 큰

  공헌을 한적이 있는 그런분이...그런분의 영혼이 존재한다면...그런분의 환생이었으

  면 좋겠어요. ”

 그리고는 미묘하게 자신의 아랫배를 내려보는 수진. - 헌데 사실 이런식의 말은 조금만 잘 생각해보면 그 당사자분들에 대한 결례가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준식도 혹 한때나마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 이후로는 그런식의 말을 삼가고 있었는데, 이번엔 수진이 제법 당돌하게 그와같은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어쩌면 준식과 수진 이런식으로 부부간의 일심동체, 마음이 통하는 부분이 생긴것이라고나 할까. 준식은 말없이 수진을 한번 꼭 안아본뒤 그녀의 두 손을 잡아보고 말을 이어간다.

 “ 뭐...꼭 그런식이 아니더라도... ”

 “ ...... ”

 “ 정말 가면 갈수록 정치갈등,이념갈등이 심해지고 소통과 화합의 길이 좀처럼 보이

  지 않는 세상에서...그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이 아이가 정말 온전히 잘 자라주었으

  면 하는 그 바램이 있는것만은 사실이야. 정말 이 아이가 혼란스럽고 혼탁한 이 세

  상에서 온전한 인격체로 제대로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 ”

 괜시리 마음이 착잡해지는지, 아니면 울컥 치밀어오르는 그 무엇이라도 있는지 준식도 살짝 가슴 한켠이 맺혀오는 기분이다. 그래서 잠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다가 감정을 겨우 추스른뒤 하려던말을 다시 이어간다.

 “ 그리고 기왕이면... ”

 “ ...... ”

 “ 이 아이가 우리사회 갈등과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하고 소통과 화합의 시대

  로 가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수 있는 그런 인재로 자라만 준다면 그건 우리에게도

  기쁨이겠지 ? 안 그래 여보 ? ”

 남편의 말에 순간 감동한 수진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다시금 자신의 아랫배를 내려다보는 그녀. 준식이 수진의 눈물을 닦아준뒤 아내의 배를 한번 어루만져보고는 그녀를 다시금 품에 꼭 안아준다. 밤하늘에 별이 빛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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