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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시대극 그리고 정치드라마 방송,연예




 사극(史劇)은 글자그대로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허나 사극의 범위나 장르를 구분하는데는 다소 모호하고 광범위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사극은 고려나 조선시대 등장인물이 한복입고 나오고 말타고 활쏘고 하는 수백,수천년전의 이야기들을 드라마로 다룬 것을 ‘사극’이라 생각하게 된다.


 허나 역사는 ‘근현대사’도 분명한 역사고,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칠때도 보통 근현대사 부분에선 한 5-10년전의 일까지도 간략하게나마 가르치게 된다. 가령 필자가 초등학교때 보던 역사만화나 중학교 역사교과서에는 보통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경제성장 수치까지가 현대사 마지막장에 나와 마무리가 되었고, 고등학교때 보던 역사교과서에서부턴 10.26과 5공화국 출범 그리고 서울올림픽 개최까지가 등장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즉 근현대사도 분명 ‘역사’라는 이야기다.


 참고로 나무위키에선 구한말이나 일제 강점기를 다룬 드라마는 물론 현대사를 다룬 이른바 ‘정치드라마’까지도 사극으로 분류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틀린 구분이라 할 수는 없으나 사극 하면 일반적으로 갖게되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현대사를 다룬 정치드라마나 6,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까지도 사극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딘가 어색한 느낌도 받게 된다.


 기억에 방송,연예가에선 한 8,90년대까지만 해도 구한말이나 일제 강점기 또는 해방직후나 6.25 전후의 이야기들을 다룬 이런류의 드라마들은 ‘시대극’이라 불렀었다. - 대표적인 작품으론 공영방송에서 방영하던 ‘토지’,‘노다지’,‘역사는 흐른다’ 같은 작품이라던가 거슬러 올라가면 TV 드라마 초창기 방영되었던 ‘여로’나 ‘’아씨‘같은 일일극들도 일종의 시대극이라 할 수 있다. (* 70년대 초반 방영된 ’여로‘나 ’아씨‘ 같은 경우엔 대개 일제 후반기부터 시작 해방과 6.25를 거쳐 이후 50-60년대까지 주요 등장인물들이 성장해오는 시대를 다루었었다.)


 한편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다룬 드라마들은 일반적으로 사극이나 시대극이라 하지 않고 ‘정치 드라마’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80년대 초반 MBC에서 시작된 ‘제1공화국’에서부터 ‘제2’,‘제3’,‘제4’를 거쳐 2천년대 중반 방영된 ‘제5공화국’까지로 이어지는 ‘공화국 시리즈’가 있고 SBS에서도 90년대에 ‘코리아 게이트’나 ‘삼김시대’ 같은 역시 7,80년대 정치비화를 다룬 ‘정치드라마’를 방영한바 있다. 또 TV가 아닌 라디오에서도 가령 ‘광복 20년’이라던가 ‘경제실록’ 같은 역시 대개는 이승만,박정희 시대 정치,경제 비사를 다룬 ‘드라마’를 종종 방영하곤 했는데 이런 드라마들 역시 대체로 ‘정치 드라마’로 분류되었지 사극이라 부르진 않았다. - 그리고 이런 라디오드라마가 방영되던 시절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던가 고 정주영,박태준 회장같은 기업가들의 ‘목소리 연기’를 절묘하게 해낸 성우들이 화제를 불러모으며 일약 주목을 받기도 했다.


 헌데 사극이 되었건 시대극이나 정치드라마가 되었건 결국 따라붙지 않을수 없는게 역사왜곡 논란이다. 특히 근현대사를 다룬 사극이나 대한민국 현대사를 다룬 정치 드라마는 고대나 중세를 다루는 사극과는 또다른 관점의 역사왜곡 논란에 늘상 시달리게 된다. 특히 이런 경우는 ‘역사왜곡’이라기 보단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나오는 논란의 성격이 더 강하다.


 가령 일제 시대를 다룬 드라마의 경우 자연스럽게 그 시절 우리네 평범한 민중의 수난사가 다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70-80년대에 방영된 일제 시대 소재 시대극의 경우엔 자연스레 그 시절을 살아온 평범한 이들의 고난과 수난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일제때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세대가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한편 현대사를 다룬 정치드라마의 경우엔 동일한 장면 또는 동일한 사건을 놓고도 보는이의 정치성향이나 관점에 따라 상반된 반응이나 분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90년대에 방영된 MBC 정치드라마 ‘제3공화국’의 경우엔 극중 박정희가 5.16 거사 직전 밀고자가 나와 거사에 지장이 생기자 측근들과 모처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헌데 이 장면을 두고도 어떤이는 ‘박정희의 인간적 고뇌를 부각시켜 결국 박정희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 ?’는 지적을 하기도 했고, 또 어떤이는 ‘혁명전야의 긴박한 시간에 술타령이라니 ? 일부러 박정희 대통령을 술주정뱅이로 묘사 폄훼하려는 것 아니냐 ?’며 발끈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 그러나 5.16 거사 직전에 밀고자가 나와 일부 부대 출동에 지장이 생겼고 이에 박정희가 측근들과 모처에서 ‘술을 마시며’ 대책을 의논했던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80년대 후반에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여명의 그날’이란 작품은 8.15 해방 전후의 일들을 다루어 눈길을 끌었는데, 극중 다소 뜬금없이 박정희가 일본군내에서 마치 독립군 밀정역할이라도 하는것처럼 묘사된 부분이 있어 ‘역사왜곡’ 논란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반면 이 드라마는 김일성이 북한에서 정권을 잡아가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그려 화제가 된 드라마이기도 한데 극중 김일성 역을 맡은 배우가 너무 ‘잘생겼다’는 지적이 있어 ‘혹시 김일성을 미화하려는 것 아니냐 ?’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여명의 그날’이란 드라마는 어떤이는 박정희를 너무 지나치게 (미화하는 쪽으로) 왜곡한다고, 또 어떤이는 김일성을 미화하는 드라마라고 지적하는 논란속에 결국 부담이 커서였는지 얼마 방영되지 못하고 조기종영하고 말았다.


 조금 별개의 이야기지만 한 4-5년전에는 이런일이 있었다. 모 방송사에서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아침드라마가 있었는데 극중 여주인공이 버스 안내양으로 나오는 작품이 있었다. 헌데 극중 70년대 버스 안내양의 처우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이야기가 일부 방영되었고 자연스레 70년대 정치상황도 살짝 언급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장면을 놓고도 어떤이는 ‘현직 대통령이 특정 누구의 딸이라서 결국 그를 미화하려고 이런 드라마를 만드느냐 ?’고 비난하기도 했고 또 어떤이들은 반대로 ‘모 방송사 노조가 특정 정치편향이라 결국 특정 전직대통령의 시대를 암울하게 그리려 한다’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똑같은 드라마의 똑같은 장면묘사를 놓고도 이렇게 상반되는 평가가 나올수 있는게 현대사를 다룬 드라마들이 갖게되는 고충이기도 하다.


 결국 근현대사 사극에서 빚어지는 논란은 환빠사극 논란이 종종 있는 고대사 사극이나 주로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문제에서 논란이 빚어지는 고려나 조선시대 소재 사극과는 또다른 성격과 관점의 논란이 벌어진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사극도 근본적으로 드라마이니만큼 허구의 세계를 다루게 된다. 허나 실제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을 밑바탕으로 허구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역사드라마이니 만큼 그 본래 뼈대나 골격을 제대로 유지하면서 얼마나 더 남들이 보기 좋은 작품을 만드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한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사실 과거 사극이나 시대극,정치드라마는 중견 남성 배우들에게 기회의 공간이기도 했다. 사극이든 시대극이나 정치드라마든 그 성격상 작품속에 많은 역사속 실존인물과 그에 따르는 조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중견 남성배우가 대거 출연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사극이나 시대극,정치드라마는 자연히 중견 남성 배우들에게 작품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했던 것이다.


 헌데 근래들어서는 바로 그러한 과거와 같은 무게감있는 사극,시대극,정치드라마를 더 이상 볼수 없게된 것이 유감이다. 기억에 2천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굵직하고 무게감있는 사극이나 시대극은 제법 만들어졌는데 근래에는 그런 작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제작비,시청률 문제등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가 있겠지만 사극이나 시대극이 중견 남성 탤런트들에게 기회의 장이 된다는 점도 좀 유념해 주었으면 좋겠다. - 솔직히 남자 배우들의 경우엔 중년의 나이가 되면 사극이나 시대극 외엔 할만한게 없다. 일반 현대물에서 중년의 남성배우들이 맡을수 있는 역할은 주인공의 아버지나 동네 아저씨 같은 역할밖에 없다.


 현대사를 다룬 정치드라마만 해도 2천년대 중반에 만든 ‘제5공화국’ 이후로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데 제5공화국 이후의 시대는 5.16이나 12.12 같은 박진감있고 극적인 사건이 없기 때문에 극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9차개헌 이후를 ‘제6공화국’으로 봐야하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도 여전히 이견과 논란이 있는데, 일단 그런 정치학적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5공 이후의 시대도 제대로만 만들면 얼마든지 재미있는 사건들을 엮어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만들수가 있다.


 가령 ‘노태우 정부’ 시대만 해도 5공청산과 여소야대,청문회 정국,방북파동과 공안정국,3당합당과 그 이후의 차기 문제와 관련한 권력다툼,이념논쟁의 시대와 재야인사들의 문제,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창당이나 돈키호테 박찬종 이야기등 제대로만 만들면 30-40부 정도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로 장편드라마를 구성하는 것 그리 어렵지 않다.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이야기도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많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극의 진정한 효용가치는 무엇일까 ? 요즘들어 그와같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보통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동양적 가치관에서는 ‘온고지신’이라 말하곤 했다. 한마디로 옛것을 돌이켜 오늘날을 생각해 보는 것이 역사를 배우는 동양적 가치이자 의미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극 역시 비슷한 맥락의 의미가 있을 때 진정 그 가치를 발휘할수도 있지 않을까 ? 사극이라기보단 옷만 옛날옷으로 바꿔입은 막장드라마만이 설치는 요즘 그래서 과거와 같은 ‘무게감 있는 사극’이 더더욱 그리워진다. 한 평범한 필부의 사소한 바램일지언정 사극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느낄수 있는 그런 작품을 다시한번 보고싶다. - 특히 사극이나 시대극,정치드라마들은 중견 남성 연기자들에겐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 방송사 관계자와 제작진들의 심사숙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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