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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정화 (10.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이종태 피디의 집을 나온 이준은 그후 인천 북쪽의 한 구석진 지역에서 인근에 있는 한 모텔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그리고 한동안은 이런저런 일용직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지냈다. 자연스럽게 유흥업소 같은데서 알바를 하는것도 불가피했는데, 어찌되었거나 그런식으로 한 10년 조금 넘게 모은 돈으로 작은 구멍가게라도 하나 차릴수가 있게 되었다. 구멍가게 옆에 자신이 살만한 그런 작은 방까지 마련해서 그런식으로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렇게 이종태 피디의 집을 나온지는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애초 이준의 구멍가게는 그저 자신의 생계수단 유지로 만든것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였고 그래서 따로 직원을 둔다던가 하진 않았다. 그래도 혼자만의 힘으로 가게를 꾸리기는 무리였는지 가끔씩 알바생을 두긴 했는데 알바생은 보통 길어야 한 일년 짧은 경우에는 6개월도 못가 그만두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식으로 할바엔 그냥 차라리 자기 혼자서 가게를 꾸리는게 훨씬 수월하겠다는 생각도 들어 이준의 구멍가게는 한동안 직원을 둔 경우보다 두지 않고 혼자 운영을 한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다 한 2-3년전부터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정미연이라는 젊은 여자애가 들어와서 이준의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대학은 포기했고 대신 돈을 벌어야겠기에 이런 구멍가게에서라도 일하고 싶다고 말한 미연. 그런 그녀와 함께 구멍가게를 운영해온지 2-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이준의 나이는 어느덧 40대 중반에 이르렀다.

 하루는 이준이 밖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들어와보니 가게에서 미연이 카운터 옆에 별도로 마련해놓은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준이 들어오니 무안한지 바로 TV를 끄긴 했는데, 어차피 보라고 갖다놓은 것이니 괜찮다며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적으로 손님은 뜸한 이른 오전시간이긴 했다.

 “ 미연아... ”

 그런 이준이 하루는 미연을 부르더니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나이 20대 초반의 그리고 이준의 사연이나 과거를 알리없는 그녀 입장에선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기도 했다.

 “ 미연아...넌 혹시 TV...아니 그보다 방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 ”

 “ 네 ? ”

 뜬금없이 무슨소리인가 싶어 미연은 어리둥절하게 이준을 바라보고 있는데, 사실 이준의 물음 자체가 다소 광범위한 성격의 물음이기도 했다. TV라는 그 자체를 두고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인지 방송 또는 방송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인지 포인트가 다소 불분명해보이기도 하는데 그렇게 어리둥절해서 바라보는 미연에게 이준은 다소 착잡한 회한을 섞어 말을 건넨다.

 “ 아저씨가 어릴 때 보면 그런 동요가 하나 있었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

  말 좋겠네...어쩌구...’ 하는 그런 동요까지 있을 정도로 TV 또는 방송은 많은이들

  의 어떻게보면 아주 어릴때는 순진한 마음에서라도 저런데 한번 나와봤으면 좋겠

  다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 그게 TV고 방송이란 말이야. ”

 “ ??? ”

 “ 하지만 방송,연예가라는건 그런곳에 대해 잘 모를 때 보는 일반인의 시각과 또

  막상 그런곳과 인연이 닿아 – 뭐 연예인을 하게되었든 방송작가나 기타 스텝으

  로 일하게 되었든지 말이야... - 거기서 일을 하게 되면...그런곳에서 알게되는

  방송,연예가의 실상은 겉보기와는 많이 다르거든. 가령 흔히 말하는 겉으로만 보

  면 느껴지는 화려하고 멋있는 그런 면과는 다르다는...단순히 그런 의미만이 아닌

  내면을 알고보면 정말 단순히 그런 의미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그런 요지경같은

  것이 많은 그런곳이 방송가란 말이지. 뭐 따지고보면 방송,연예가가 통털어서 다

  그런곳이기도 하고... ”

 실제 아역배우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고 라디오 보조 진행자로도 사춘기시절 활동했던 하이준. 그러면서 산전수전을 겪었다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겉보기와는 다른 이면의 세계를 몇 번 느껴보기도 한 그런 하이준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방송,연예가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불신(不信)’까지 생겨서 한동안 방송활동을 중단하기도 했고, 일부러 자신의 아역배우 출신 전력을 숨긴채 이런여자,저런여자 마구잡이로 만나보기도 했던 그 하이준. 허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미연은 이제 나이 20대 초반이니 자신이 20-30년전에 그런 농촌드라마나 라디오 프로 보조진행을 한적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런 어린 여자아이니만큼 일부러 자신의 과거나 전력을 숨길 필요도 없다. - 심지어 이준이 한때 아역으로 출연했던 농촌드라마는 소재고갈과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2천년대 초반에 접어들어 폐지되기까지 했다. 따라서 미연 입장에선 자신이 철들기도 전에 존재하던 드라마였으니 그런 드라마가 있었는지 자체를 모르고 있을수도 있다. 가령 주위 나이드신 어른들로부터 ‘예전에 그런 드라마가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나 좀 들어보았다면 모를까 하물며 그런 드라마에 아역배우로 출연하던 남다른 사연을 가진 배우가 있을줄은 어찌 알수 있으랴. - 심지어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하이준이란 이름의 구멍가게 주인 아저씨가 바로 그 농촌드라마에 순둥이란 아역으로 출연하던 사람이라는 것은 꿈속에서조차 상상하기 힘든 일이 되리라. 따라서 미연 입장에선 이준의 이와같은 말이 대체 무슨 이유와 의도에서 하는것인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데 그런 미연을 바라보며 이준의 말은 조금 더 이어진다.

 “ 미연아...아저씨는 말이야 방송,연예가란 공간에 대해서 딱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그런말을 하고 싶다. ”

 “ 어떤...말을요 ? ”

 “ 그곳은 진짜 ‘요지경같은 세상’이라고. 방송,연예가가 어떤곳인지 그걸 한줄로 요

  약하자면 저 표현 이상의 다른 절묘한 표현은 생각나지 않을 것 같구나. 세상에

  정말 그런 요지경 같은곳도 없는 것 같아. ”

 그러고보니 이 말은 바로 이준이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자신이 출연하던 농촌드라마에 당시 여고생 가수로 한참 스타덤에 오르는중이었던 하주희란 가수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아니던가. 헌데 그때 하주희가 했던 말을 지금 지금 이준이 자신보다 스물세살이나 어린 그야말로 딸같은 나이인 미연이란 어린 구멍가게 여직원한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미연은 이준의 말뜻을 여전히 알 수 없어 그저 어리둥절하게 이준을 바라만 보고 있을뿐인데, 그런 미연을 바라보며 이준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하지만 세상엔...저런 TV 프로를 보면서 나도 탤런트나 가수 같은걸 해서 뜨고싶

  다...그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도 많겠지. 그러고보니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다면서

  기획사 오디션장에 줄서는 애들이 요즘은 많다며 ? 그리고...요즘도 나이많은 어르

  신들이 주위에 아는 친구나 동료의 딸중 좀 어리고 이쁘장한 애들이 있으면...‘얘

  이 다음에 탤런트나 미스코리아 시켜도 되겠다‘ 그런식의 말을 덕담삼아 하는지

  모르겠지만...예전엔 진짜 주위에서 나이많은 어른들이 그런말 많이 했어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

 “ ...... ”

 “ 허나 방송,연예가라는게 알고보면 그런 아이러니한 공간도 세상에 없다는 그 말을

  난 지금 하고싶은거야. 어떻게보면 요즘도 적잖은 어린이,청소년들이 TV를 보며 그

  곳에 대한 꿈을 키울지도 모르는 그런 공간이...알고보면 그 이면은...진짜 어떤 한

  두마디 말로 표현하기 힘든...그런 요지경 같은일이 많이 일어나는 그곳이 방송가란

  말이지...알고보면 방송,연예가란 그런 공간이란 말을 하고 싶은거야 나는... ”

 미연은 여전히 이준의 말하는 의도를 알 수 없어 그저 어리둥절하게 지켜보기만 하는데 어느덧 슬픈 눈빛이 되어있는 이준은 자신만의 남다른 회한과 사연으로 인한 감정이 북받쳐올라서인지 결국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하루는 이준이 서울에 좀 중요한 볼일이 있다며 미연에게 가게를 맡기고 혼자 외출을 했다. 이런일이 그렇게 자주 있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한두번 있는 일이긴 한데, 사실 이종태 피디의 집에서 나와 혼자 인천으로 온 뒤에는 혼자 이런저런 알바를 전전하며 바쁜 일상을 보냈었기 떄문에 서울에 올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것은 이후 구멍가게를 혼자 운영하게 되면서도 사정은 그리 달라질게 없었다고 봐야하는데 그러다 하루는 뭔가 작심이라도 한 듯 그래도 요즘은 다행히 가게를 맡아주는 직원이 있기도 하니 혼자 안심을 하고 장시간 외출을 감행한 것이다. - 그리고 이런 경우에라면 가령 ‘먼 친척상’을 당했다던가 이런식으로 핑계를 댈만도 한데 그런식으로 말하지는 않고 그냥 ‘중요한 볼일’이라고만 말한 것을 보면 이준도 이전에 비해 다소 정직해졌다고 봐야할것같다. 아니면 20대때 자신의 아역배우 출신 전력을 숨기고 싶어 거짓으로 자기 신상을 말했다가 나중에 그게 들통이 나서 사귀던 여자들한테 자신이 신상문제까지 사기를 친 것으로 오해를 받은 점 때문에 적어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고싶지는 않아진것인지. 사실 미연의 경우에는 이준이 고아출신이라는것도 알지 못하니 먼 친척상을 당했다던가 그런식으로 핑계를 대면 별다른 의심없이 그대로 속을만한 그런 상태의 여성이긴 하다. 허나 그런식으로 말하진 않고 그저 단순히 ‘중요한 볼일’이 있다고만 말하고 가게를 나온 것이다.

 허나 ‘중요한 볼일’도 따지고보면 정직한 이유는 아니었고 실은 그런식으로해서 가게를 나온 종태는 서울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헌데 그리고나서 이준이 향한 것은 다소 어이없게도 여의도에 위치한 한 방송국이었다.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준의 이와같은 행각은 이해할수 없는 일이긴 하다. 이준이 아무리 아역배우 활동 전력에 라디오 보조진행을 잠시 맡아본적이 있다고 한들 그것은 어느덧 30년전의 일. - 심지어 이준이 출연하던 농촌드라마도 2천년대 초반엔 폐지가 되었고, 심지어 지금 이준이 배회하고 있는 방송사는 그 드라마를 방영하던 방송사도 아니다. - 따라서 지금 방송국 근처를 배회한다고 한들 이준을 알아볼만한 사람도 없거니와 설사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이제와서 대체 뭘 어쩌자는것인가. 아닌말로 ‘나 왕년에 아역배우로 활동한적 있으니 다시 방송활동 하게 해주시오’ 이런식으로 조를수도 없는 일이고. 다만 이준은 나름의 여러 가지 복잡하고 착잡한 회한에 사로잡혀 방송국 근처를 혼자 배회할뿐이다.

 생각해보면 이준이 아역배우로 그리고 라디오프로 보조진행으로 활동하던 시간을 도합하면 대략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고3이 될 무렵까지였으니 대략 5-6년의 시간. 무엇보다 그런 활동을 하면서 인연이 되어 당시 한참 떠오르는 하이틴 스타중 하나였던 여고생 가수 하주희라던가 청소년 연기자 하주연과 누나-동생 하며 친한 사이가 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졸지에 그 두 사람과 ‘의남매 언약식’까지 맺었던 그 하이준이 아니던가. 허나 이후 하주희는 한참 톱스타 여고생 가수이던 시절에 갑자기 열다섯살 많은 밤무대 연주자와 미국으로 도피행각을 벌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깜짝 결혼을 한 청소년 연기자 출신 하주연은 그 결혼으로 세상을 놀래킨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시 이혼까지 해 두 번 연거푸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 ‘대형 스캔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두 사건을 그것도 자신이 친하게 지내던 두 누나가 연달아 저지르자 그때부터 방송,연예가 생활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과 특히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한 불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던 이준. 이준이 원래 방송활동을 잠정 중단한 것은 고3이 되자 대입에 전념하기 위함이었지만, 막상 그렇게 대학을 연영과에 진학하고 나선 더 이상 방송,연예 활동을 하는것도 아니고 학업에 열중하는것도 아닌 그런 일상을 보냈던 하이준이기도 하다. 그러다 군대를 다녀와선 이런여자 저런여자 마구 만나보는 일종의 여성편력의 시간을 거치기도 했던 하이준. 그리고 그런 일련의 일들도 어느덧 20-30년전의 일이다.

 사실 하주희나 하주연의 경우엔 간간이 신문보도나 연예정보 프로들을 통해 근황을 접해볼수는 있었다. 무엇보다 20-30년전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방송채널도 스포츠,연예 관련 신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래서 그런 기사나 방송등을 통해 연예인들의 신변 잡기나 과거 스타들의 근황 같은 것을 접할수 있는 기회가 제법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준이 한때 그런곳에 몸담고 있던 사람이니만큼 그런식으로 과거 스타들의 근황같은 것을 전하는 프로나 기사는 관심을 안 가질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하주희의 경우는 그렇게 미국으로 건너가 결혼해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이 이따금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지긴 했다. 다만 근황을 전하는 기자들 조차도 자신들이 직접 취재한 것은 아니고 한인타운이라던가 이런저런 교포들을 수소문해서 들은 소식이지 직접 접한 소식은 아니라서 100퍼센트 정확한 사실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어쩌면 그만큼 하주희의 경우엔 과거 톱스타 가수시절 자신을 알던 웬만한 사람들도 찾지 못할만한 곳으로 꽁꽁 숨어버린 것으로 봐야하는것일까. 여하튼 결혼해서 그런대로 잘살고 있다는 것이 이따금 그런 연예정보프로에서 전해주는 하주희의 근황이었다.

 한편 하주연의 경우에는 그 사이 결혼과 이혼을 두 번이나 더 반복을 했고 요즘도 간간이 일일극이나 주말극에 조연이나 단역급으로 출연하고는 있었다. 허나 주연의 나이도 이미 50이 다 되다보니 이미 30년전 하이틴 연기자시절 발랄하고 상큼했던 이미지는 오간데가 없었다. 이준 입장에선 저런 사람과 한때 누나-동생하며 친하게 지냈던 과거가 씁쓸하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달라진 하주연의 요즘 모습이었다. 어쨌든 하주연의 경우엔 지금도 단역 연기자를 전전하며 그렇게 생계를 꾸려가는 그런 모습인 듯 했다.

 한편 20대때 이준이 약간의 여성편력을 거치던 시절 사귀었던 여자들의 근황도 간간이 들을수가 있었다. 일단 배구선수 이두희의 경우엔 요즘은 한 스포츠채널에서 배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이준과 같은 아역 연기자 출신인 유정연은 잡지사 기자생활을 잠시 하다가 이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 요즘은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둘을 낳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이 정연의 근황이었다. 다만 하이텔 동호회를 통해 알고 지내던 장애인 인권운동가 한은정의 소식은 지금은 들을길이 막연했다. 일단 은정은 그런 사회운동을 하는 운동가였을뿐 무슨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도 아니었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작정하고 은정의 소식을 수소문하려 든다면 과거 하이텔 동호회 활동을 하던 사람중 요즘 개인 블로그나 SNS 같은 것을 하는 사람을 찾아내 그런쪽으로 근황을 알아낼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이준이 단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은정이 되었든 정연이나 두희가 되었든 좋게 마무리가 된 사이는 분명 아니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서 이제와서 이준이 그때 만나던 장애인 인권운동가 한은정을 지금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한들 그쪽에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좋게 생각할리도 없고 행여 괜히 불필요한 오해만 다시 만들 우려도 있어 그것은 이준이 단념하기로 했다.

 여하튼 새삼 그 시절 잠시나마 알고 지내던 여성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근황들이 한편의 영화 하이라이트처럼 이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고 있었다. 혼자 방송국에서 좀 떨어진 공원쪽으로 와서 소주 한병을 따 마시며 다시금 복잡한 상념에 잠기는 이준. 다만 연예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하주희,하주연의 경우와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바람둥이처럼 살 때 만단 두희라던가 정연등의 의미는 이준에게 분명 다른 의미의 여성이었다. 하주희나 하주연의 경우는 그렇게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힘든 방송,연예가 활동가운데 그저 누나-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팠던 그런 의지처로 삼고 싶었던 대상이었고, 허나 그런 대상이 오히려 자신에게 방송,연예가에 대한 불신을 처음으로 심어준 그런 여성들이었다면 정연이나 두희,은정등은 자신이 결과적으로 상처를 주었던 여자 들 아닌가. 다만 이준은 이준 나름대로 그네들에게 갖고있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하나 있었다. 얼마전 이준은 하루는 자신의 구멍가게 직원인 미연에게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 미연아, 넌 내가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살면서 가장 후회하고 있는게 뭔지 아니

  ? ”

 “ 뭔데요 그게 아저씨 ? ”

 “ 내가 진실로 다가가고 싶어서 말한 그 무엇이 있는데,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

  은 그런게 있단다. 그걸 후회하고 있어. ”

 이준의 과거를 전혀 알리없는 미연 입장에선 이 역시 뜻모를 소리가 될 수밖에 없고 이준은 그런 미연을 바라보며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 사실 아저씨는 대략 한 10대 시절부터...너무 이쁘거나 공주같은 스타일보다는...

  가령 뭐랄까...운동을 하는 여자라던가 다소 괄괄하거나 활달한 성격의 여성...또는

  다소 선머슴 같은 스타일 – 뭐 요즘은 그런걸 또 걸크러쉬라고 부른다지 – 어쨌

  든 걸크러쉬가 되었든 선머슴 같은 여자애가 되었든간에...아저씬 의외로 옛날부터

  그런 여자를 좋아했단다. ”

 “ ...... ”

 “ 다른건 몰라도...그런 여자와 한번 사귀어보고 싶다는 것은 그 시절부터 진지하게

  가졌던 소망이었는데...그것만은 진심이었는데...그것이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 그게 이 아저씨가 지금까지 가장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부분이야. ”

 ‘후회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더니 되려 동시에 두명도 아니고 세명의 여자를 사귀는 모양새가 되었던 하이준. 그리고 그 실체가 발각나는 바람에 그 상대 여성이었던 배구선수 출신 이두희, 아역배우 출신의 (선머슴 같은 스타일의) 유정연, 그리고 장애인 인권 운동가 한은정. 그 세 여성에게 된통으로 당했던 하이준 아닌가. 게다가 같은 아역배우 출신이라 자신의 신상을 아는 정연은 몰라도 나머지 두 여성에겐 자신의 아역배우 출신인 전력과 과거를 밝히고 싶지 않아 자기 신상을 거짓으로 이야기했던 것. 바로 그런점 때문에 무슨 운동선수나 선머슴 같은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했다거나 그런 여자와 사귀어보고 싶었다는 식으로 했던말. 어쩌면 그런말도 여자를 꼬시기위해 일부러 지어낸말로 그네들이 오해하고 있을것이라는 점. 무엇보다 그 점은 지금은 해명할 방법조차 없다는점. 그것이 지금 하이준이 진심으로 안타깝고 아쉬워하는 것이었다.

 “ 솔직히 아저씨는 지금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 여성을 진지하게 만나보고 사귀

  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운동선수라던가 가령 TV에 나오는 걸그룹도 공주

  병 같은 스타일보단 소위 걸크러쉬 같은 이미지로 나오는 그런 애들이 더 좋거든

  . 헌데 이런 아저씨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할수 있는 방법과 길 그 자체가 아예

  없다는 점. 그게 이 아저씨가 지금 가장 안타깝고 아쉬워하는 그런 부분이란다.

 ”

 “ ...... ”

 “ 지금 아저씨의 이런 마음은 또 세상에 누가 있어서 이해해주겠니. 안 그래 미연

  아 ? ”

  


 한편 서울에 볼일이 있어 다녀온다고 했던 이준은 그렇게 다소 쓸데없이 여의도의 방송국 근처를 배회하다 인근 공원에서 혼자 한동안 술을 마시고 밤늦게 가게로 돌아왔다. 중요한 볼일이 있다고 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오후나 저녁때쯤 들어오려니 생각했던 미연으로선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미연이 이 가게에서 일한지 어느덧 2-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일은 없었던 이준이거니와 그래서 아무런 말도없이 늦는 이준이 혹시 가까운 친지나 친구라도 사고나 변을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까지 되었던 것이다. 헌데 밤늦은 시간에 술에 떡이 되어 이준이 돌아왔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수가 있으랴. 미연은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 장사를 더 할수도 없을것이라 판단 일단 가게 셔터문을 내리고 이준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이준은 자신의 살림방에 미연의 부축을 받아 들어오자 바로 그대로 그 자리에 벌러덩 쓰러졌다. 미연이 그런 이준에게 이불까지 깔아주고는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 정신이 좀 드세요 아저씨 ? ”

 “ 어...어엇... ??? ”

 다음날 아침. 걱정이 되었는지 미연이 아직 가게문을 열 시간도 되기전인 이른시간에 이준의 방으로 찾아와본 것이다. 이준은 미연이 자기방까지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순간 적잖이 놀랐고 일단 간밤의 일은 대충 기억이 나서 미연이 그렇게까지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것에 미안해하기까지 했다. 이준에게 나름 정성스레 해장국까지 끓여다 마치는 미연. 그리고 여전히 걱정이 되는 말투로 물었다.

 “ 무슨일 있으신거에요 아저씨 ? ”

 지금껏 그런일이 없다가 어제 그렇게 이례적으로 밤늦게 술에 잔뜩 취해 돌아온 이준이었으니 하나뿐인 여직원이기도 한 미연 입장에선 이래저래 걱정이 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허나 어제 혼자 방송국 근처를 배회하면서 잠겼던 그 복잡한 상념들을 어찌 지금 미연에게 다 털어놓을수 있으랴. 따라서 그 복잡한 자신의 속내는 제대로 털어놓치도 못한채 다만 다시금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 미연아... ”

 “ 네, 아저씨. ”

 미연이 차려다준 해장국으로 간단히 아침을 들면서 그녀를 불러본 이준. 그리고는 이와같이 말한 것이다.

 “ 인생이란게...삶이란게 과연 무엇일까 ? ”

 “ 네 ? ”

 인생이 과연 무엇이라니 ? 이런 질문이야말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 또는 ‘여자란 과연 무엇일까 ?’ 하는 물음처럼 한두마디 짧은 대답은커녕 열권의 장편,대하소설로도 제대로 규명해내기 힘든 그런 문제 아닌가. 헌데 그것을 이 작은 구멍가게 살림방에서 해장국을 드는 가게주인 하이준과 마주앉은 일개 나이어린 여직원 정미연이 무슨 대답을 할수 있으랴. - 게다가 이런 질문은 나이많은 사람이 딸같은 어린여자한테 할만한 질문도 못된다. 따라서 그 질문에 제대로 답은 하지 못한채 망설이고 있는 미연을 바라보며 이준의 넋두리는 다시 약간 더 이어진다.

 “ 아저씬 사실 요즘 가끔 그런 생각을 해. 과연 내 인생이 어디서부터 꼬인것일까

  하는... ”

 지금 이렇게 인천 북쪽 구석진곳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꾸리며 살아가고 있는 이준. 허나 그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어릴때는 부모없이 고아원에 맡겨져 그곳에서 자라났고 그러나 그 고아원에서조차 말수도 적고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그런 아이였다가 그런 이준을 눈여겨보던 봉사활동을 하던 방송국 피디 이종태의 눈에 들어 그의 양자로 들어갔던 이준이 아니던가. 게다가 마침 그 이종태 피디가 제작을 준비하는 드라마 주인공 캐스팅이 여의치않자 급한김에 한 이종태 피디의 제안으로 인해 단막극 주인공까지 하게된 이준. 다만 애초부터 종태는 이준을 입양을 할 생각이었지 연기를 시킬 생각은 아니었기에 막상 양자로 들인뒤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랬으나 오히려 애초엔 이준의 캐스팅을 부정적으로 봤던 단막극 작가가 막상 그 연기를 보더니 재능이 제법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후 그가 맡게된 농촌드라마에 아역으로 캐스팅을 했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아역연기를 시작하게된 이준. 그러다 나중에 심야 라디오프로 보조진행까지 하게되고 비슷한 연배의 하이틴 스타 하주희,하주연등도 알게된 그 하이준이긴 하지만 과연 이런식으로 흘러갔던 자신의 인생이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 꼬인것인지 그 고민을 하는중이었던 것이다.

 흘러간 시간을 지금 돌이킬 방도는 없겠지만 만약 그렇게 할수 있다면 어디서부터를 잘못 꼬인 인생이라 생각하고 바로잡아야할것인지. 이종태 피디에게 양자로 들어가게 된데서부터 ? 아니면 드라마에 캐스팅되거나 본격적으로 아역배우 활동을 하게되었을때부터 ? 아니면 비슷한 연배의 하이틴 스타 하주연,하주희등을 만나 누나-동생 하며 지내게 되었을때부터 ? 아니면 이여자 저여자 사귀는 여성편력을 하며 보낸 대학 후반부(군 제대 뒤) 시절부터 ? 아니면 막상 이종태 피디가 결혼을 한다니까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가출을 했을때부터 ? 도대체 어디서부터 자신의 인생이 잘못 꼬인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하이준은 지금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종태 피디의 소식도 얼마후 우연찮게 들을수가 있었다. 원래 방송사 피디였던 이종태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드라마도 몇편 있고 2천년대 들어서는 영화제작에도 나서 손수 제작한 영화도 몇편 있기도 하다. 그런 드라마 피디와 영화감독 전력이 있는 이종태 피디라서인지 그 이종태 피디의 작품을 기억하는 팬들끼리 만든 소규모 팬카페가 하나 있었다. 하루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그 카페를 알게된 이준은 그 카페 회원들끼리 게시판에서 주고받는 글을 통해, 이종태 피디는 20년전 그 여섯 살 연상의 사업가 윤영아와 결혼한뒤 20년 가까이를 함께 살았고, 허나 지금은 그 윤영아 여사도 세상을 떠난뒤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년전 이종태가 윤영아와 결혼할 때 이미 60이 다 된 나이였으니 지금쯤은 이미 세상을 떠났을때가 되긴 했다. 어디 윤영아뿐인가. 이종태도 이미 나이 70을 넘긴지 오래인데 따라서 지금은 더 이상 피디나 감독으로 활동은 하지 않고 이따금 방송연예과나 연영과 같은데 특임교수 자격으로 출강을 하는 그런 방송가 원로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수가 있었다. 한편 윤영아의 세 딸들은 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이종태를 아버지처럼 여기며 교류를 계속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들을수 있었다. 적어도 이쯤되면 이종태 피디의 말년이 그리 쓸쓸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이준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이종태피디를 찾아가볼까 그 생각을 해보기도 헀으나 그 생각도 접기로 했다. 지금 이종태 피디를 찾아간다고 해봤자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고아로 외롭게 자란 자신을 거두어준 이종태 피디의 은혜야 고마운 일이지만 이제 자신도 어느덧 나이 40을 훌쩍 넘긴 중년의 아저씨. 이런 상황에서 칠순노인 이종태를 찾아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생각에 다시 찾아가보는 생각은 접기도 했다. - 게다가 이준의 경우엔 이련류의 드라마나 소설같은데서 보듯 무슨 이종태 피디의 돈이나 금품이라도 훔쳐 달아난것도 아니니 그런쪽으로 이종태에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사죄할일도 없다. (* 이준은 자신이 아역배우 활동을 할 때 번돈중 여성편력을 하며 다 써버리고 남은 얼마되지 않은 돈을 들고 가출했다.) 굳이 죄송한 마음이 있다면 이종태가 어쨌든 큰 마음 먹고 한 결혼 결심이건만 그 결혼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그렇게 말없이 집을 나간것뿐. 물론 그 점도 이종태한테 사죄할일이라면 사죄할일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여하튼 이준은 별 의미없는 일이라 판단을 했는지 그런 생각들은 단념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하루는 다시 자신의 구멍가게 여직원 미연을 불러 이렇게 말할뿐이다.

 “ 미연아... ”

 “ 네, 아저씨. ”

 “ 도대체 인생이란게 과연 어떤걸까 ? ”

 “ 아저씨도 참...제가 그런걸 다 어떻게 알아요 ? ”

 이젠 이준의 이런식의 물음이 성가시게 느껴지는지 짜증스럽게 미연이 대꾸하고, 그런 미연을 보면서 이준의 넋두리가 다시금 이어진다.

 “ 아저씬 솔직히 어릴때는...좀 남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었어.

  남들처럼 그저그런 평범한 삶보다는 뭔가 화려하고 멋진 그런 근사한 인생을 살아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

 고아로 무엇보다 말수도 적고 또래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했다는 – 어쩌면 남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그 동기라고도 볼 수 있는 – 그러한 자신의 과거는 쏙 빼놓은채 이와같은 고백을 하고있는 이준. 미연이 이런 이준의 말을 어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준의 말은 좀 더 계속된다.

 “ 허나 그런...남다른 인생을 살아가고픈 바램과 소망은 이제 사실상 물거품이 되었

  구나. 솔직히...이렇게 물거품이 되어버린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인지 어디서

  부터 내 인생이 잘못 꼬인것인지 그 조차도 판단해보기가 쉽진 않지만... ”

 “ ...... ”

 “ 여하튼 인생이란게 정답은 없다는게 그렇게 40년 조금 넘는 인생을 살아온 아저

  씨가 내릴수 있는 결론인 것 같다. 뭔가 평범하지 않고 남다르게 근사하게 살아보

  는것도...아니면 그저그런 평범한 인생을 살아보는것도...둘중 어느쪽이 더 가치있는

  인생인지 그에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아. ”

 “ ...... ”

 “ 또 아저씨는 한떄 후회없는 사랑을 꿈꿔본적도 있었지. 그 말은...어쨋든 내 마음

  에 드는 여성...내 취향에 맞는 여성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내가 마음에 들어 사귀

  어보고 싶고 교제하고픈 그런 여성을 좀 마음껏 사귀며 즐겨보고 싶었던게 젊은시

  절 이 아저씨의 바램이었는데... ”

 “ ...... ”

 “ 어쨌든 그 모든게 다 물거품이 되고 수포로 돌아가버린 지금 내릴수 있는 결론은

  결국 그것인 것 같구나. 인생은 정답이 없다는게. 어떤게 진정 의미있는 인생이고

  값진 삶을 살았다고 말할수 있을지...그 판단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 ”

 여러 가지 회한에 잠겨 이준은 혼자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데, 그 눈물의 의미를 알리없는 미연은 그저 멀뚱멀뚱 이준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가게에 손님들이 들어올 시간이 되어 이제 그만 영업을 해야하긴 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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