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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정화 (9)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종태는 이틀이나 지나서 집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우선 정연,두희,은정 이들 셋이 농촌마을의 빈창고로 끌고가서 그곳에서 수도없이 두들겨패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태에서 세 사람은 타고온 봉고차를 타고 유유히 떠나버린 뒤라 한참뒤에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을때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깨어났을때는 이미 어둑어둑해져가는 저녁시간이었는데 우선 여기까지 오는 것 자체가 타의에 의해 그녀들의 봉고차에 타고 강제로 끌려온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이곳이 어디인지 위치부터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짐작컨대 서울을 빠져나와 시간이 꽤 걸리는 시골마을까지 와서 자신을 이렇게 해놓은 것은 분명한 듯 한데, 그렇게 흠씬 두들겨패 기절을 시켜놓고는 자신들은 사라져버렸으니 이준 입장에서는 도대체 여기가 어디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가늠이 안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일단 창고에서 가까스로 나와 지나가는 인근 주민들에게 위치부터 물어보려고 했는데, 주민들은 저녁시간에 웬 피투성이의 청년이 빈창고에서 나오자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준은 일단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여기까지 끌려왔다는 식으로 둘러댔고, 마을 주민들은 일단 그를 마을회관으로 데려가서는 일단 간단하게 상처부터 치료시키고 저녁부터 먹였다. 그리고 일단 이날은 늦었으니 회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교통편을 알려줄테니 내일 서울로 돌아가는게 어떻겠냐는 주민들의 권고가 있어 그와같이 하였다. 다만 얻어맞은데가 하룻밤을 자고나니 그 통증이 더 심해져서 그날은 도저히 움직일수가 없는 상황이라 하루를 더 그 마을회관에서 머물다가 다음날 오전이 되어서야 주민들이 알려준 교통편을 타고 서울로 돌아올수가 있었던 것이다. -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두들겨 맞았다고 하니 주민들은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그것은 일단 이준이 만류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결국 정확한 진상부터 설명을 해야할판인데 그렇게되면 자신이 되려 민망해질수 있는 사건이 아니던가.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자신이 적극 말렸고 그렇게 이틀을 그 마을에서 머물다가 사흘째 되는날 아침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수가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이틀만에 집으로 돌아온 이준의 모습을 보자 종태는 크게 놀랐다. 이틀이 지났지만 일단 상처며 멍자국이 몸 여기저기 있는 그대로 보이는데다가 종태는 아들이 오전에 웬 전화를 받고 집을 나가더니 이틀동안 돌아오지 않자 혹시 납치라도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실종신고까지 하려고 할 참이었다. 헌데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상처투성이의 이준이 돌아왔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이준은 이렇게 된 상황이라면 어차피 아버지한테 적당히 둘러댈수도 없는 상황이니 결국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다 말하는수밖에 없겠다.

 “ 아니 그럼...그런 여자애들과 양다리 걸치기 놀음을 하다...그 여자애들한테 걸려

  서 이 지경이 되었다 이런말이야 ? ”

 듣고보니 되려 더 황당한 일이 아닌가. 종태는 처음엔 혹시 금품같은 것을 노린 괴한들의 납치가 아닐까 그것을 우려했다. 헌데 이준이 양다리도 모자라 무려 세여자를 동시에 사귀다가 그런 봉변까지 당한것이라니. 막상 진상을 알고나니 종태는 기가막힐 수밖에 없고 오히려 이준의 그 생각없는 행동에 혀를 끌끌 차지 않을수가 없었다. 결국 화가 안날수가 없는 일이었다.

 “ 대체 그게 무슨 황당한 짓거리야 ? 도대체 양다리도 아니고 한꺼번에 세여자를

  동시에 만나다니...니가 무슨 여자들 농락하는 카사노바도 아니고...그게 대체 무슨

  뒈먹지 않은 짓거리냐구. ”

 “ 저...전 그냥...젊은시절 연애나 실컷 후회없이 해보고파서 그런건데... ”

 “ 닥쳐 !!! 그게 무슨 후회없이 연애질 하는거야 ? 이여자 저여자 집쩍거리면서 바

  람둥이 행세 하는거지. 나 원 어이가 없어서 정말... ”

 듣자하니 기가막히고 이런 녀석을 혹시 납치라도 당한 것 아닌가 – 사실 납치가 맞긴 하지만 – 해서 사흘을 걱정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되려 그게 더 기가찰판이었다. 종태는 이준이 이 녀석을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스러운 표정을 하다 한참만에 무겁게 입을 열었다.

 “ 이래서 내가 진작에 너 연예인 되겠다고 한 것을 반대한거다. ”

 “ 아버지... ”

 “ 연예계가 겉보기와는 다른곳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나라서...그래서

  한사코 그렇게 만류했던건데...쯧쯧... ”

 허나 이준 입장에선 좀 억울할수도 있는 비난이긴 하다. 일단 이준은 지금 연영과에 재학중이긴 하지만 방송,연예 활동은 고3때 이후론 더 이상 하지 않는 상태였고, 게다가 두희나 은정 앞에선 자신이 아역배우 출신이란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자신의 신상을 거짓으로 말하기까지 했던 이준이 아니던가. 그 덕분에 두희나 운정 입장에선 자신이 더 큰 사기를 친 천하의 사기꾼이자 바람둥이로 인식되어버린 판인데 – 게다가 운동선수나 선머슴 같은 스타일의 여성에 관심이 많거나 좋아했던것만은 진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 그런 상황에서 여기까지 오게된 문제의 뿌리를 연예인으로 활동을 시작한데서부터 찾는다면 그건 이준 입장에서 좀 억울한 일일 것 같긴 하다. 허나 종태는 여하튼 일이 잘못된 뿌리가 거기서부터 시작된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무겁게 다시금 입을 열었다. 여자들 문제로 이렇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준의 장래문제는 또 그것대로 걱정을 해야할판 아닌가. 종태가 이준에게 진지하게 말을 건넨다.

 “ 그건 그렇고 이제 앞으로 어쩔참이야 ? 앞으로도 연기활동을 다시 계속 하고싶

  은거야 ? 대체 어쩌겠다는거야 ? ”

 “ ...... ”

 “ 너 가만보니까 요즘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는 것 같은데... ”

 군대를 다녀오고 3학년에 복학한뒤엔 학교에 가는날보다 가지 않는날이 더 많다는 것은 이미 종태도 눈치채고 있는 판이었다. 게다가 연영과라면 그곳 교수든 학생들이든 방송국 피디출신인 이종태를 아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준이 이젠 학교도 거의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종태의 귀에 안 들어갈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걱정이 되는 듯 종태가 이준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는데, 이준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하기가 난감해서인지 무슨 말을 더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종태의 책망만이 다시금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어쨌든 연기나 방송활동을 다시 시작하든 안하든 일단 처신부터 똑바로 하고다

  녀. 그래 명색이 연기자가 되겠다는애가 사생활이 그모양이어서 되겠어 ? 그래놓

  고선 무슨...하주희가 어쩌구...하주연이 어쩌구...그런말 입에 담을 것도 없어 !!!

  지금은 니 사생활이 걔네들보다 더 엉망이야 !!! ”

 바로 한때 누나-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면서 의남매까지 맺었던 그 하주희와 하주연 허나 하주희의 갑작스러운 도미와 하주연의 깜짝결혼과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이혼. 그런일들을 겪고나서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고 근본적으로 방송,연예계 활동 자체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그 이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근래에 만난 여자인 두희나 은정에겐 되려 자신이 아역배우 출신이란 사실을 숨기기까지 한 그 이준이 아니던가. 허나 그 이준을 종태는 오히려 ‘니가 더 엉망’이라고 책망을 하는 것이다. 허나 그 정도의 말을 들었다고 해서 딱히 상처를 입거나 할 그런 이준은 아니다. 정작 이준이 상처를 받는 일은 그로부터 얼마정도의 시간이 더 지난뒤에 있었다. 하루는 종태가 밤에 혼자 술을 마시며 혼잣말로 탄식을 하는 모습을 이준이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 진작에...선배들이 ‘머리검은 짐승 함부로 거두는거 아니라’고 충고할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하는것인데... ”

 종태는 어쨌든 딴에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자신이 잘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들어 고아원에서 입양한 그 이준이 갈수록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후회하고 있는것일까. 헌데 그렇게 혼자 탄식하며 고민하는 소리를 그만 이준이 엿듣고 만 것이다.





 헌데 이준이 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된 일이 그로부터 한 몇 달정도가 더 지났을 때 일어났다. 종태가 이준의 근래 보이는 일탈행동과 방황으로 인해 애초에 이준을 입양한 것 자체를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무렵, 그러다 하루는 종태가 이준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다름아닌 종태가 결혼을 할 생각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 아빠... ”

 이준은 무척이나 놀랬다. 애초 종태는 첫사랑의 상처가 너무 컸던것인지 아니면 다른 말못할 이유나 사정이 있는것인지 결혼은 하지 않은채 나이 30대 후반이 될 때까지 독신으로 살다가 그러다 부모없이 자란 아이 하나쯤은 입양해 키워보고 싶어 그래서 거둬들인 것이 자신이 가끔 봉사활동을 하러 가던 고아원에 있던 ‘준이’가 아니던가. 그 준이란 아이를 이름을 마침 준이를 단막극에 캐스팅까지 하게되어 그때 출연할 배우의 이름으로 임시로 ‘하이준’이란 가명을 썼다가 아예 그 이름을 ‘준이’의 입양후 실명으로 지어주기까지 한 이종태. 헌데 종태가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이준은 물론 이준을 입양할 무렵 그 고아원 관계자들도 익히 알고있는 사연이기도 했다. 헌데 어느덧 나이 50대 중반에 이르고 있는 이종태가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늦은나이에라도 결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무척이나 축하해줘야 할 일이긴 하겠지만 이준 입장에선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인 소식인지라 그로인한 당혹스러움이 여간 아니었다.

 “ 아빠...원래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하셨잖아요. ”

 “ 원래 그랬었지. 헌데 나이가 드니까 점점 생각이 달라지더구나. 무엇보다 이대로

  혼자 쓸쓸히 말년을 보내야 하는것인가 그 생각도 들고...무엇보다 근래들어... ”

 “ ...... ”

 “ 진심으로 괜찮은 사람을 하나 만나게 되었단다. 그래서 기왕이면 그 여자분과 내

  남은 여생을 함께하고 싶다. ”

 종태가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나는 여성은 나이도 종태보다 여섯 살이 연상인 나이 60이 다 된 그런 여성이라고 했다. 오래전에 이혼을 하고 혼자 딸 셋을 키우며 살아온 개인사업을 하는 여자라고 했는데, 슬하에는 딸 셋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딸 셋은 아무래도 그 여성이 이미 나이 60이 다 된 사람이다보니 당연히 딸들의 나이도 이준보다 몇 살만은 누나들이었다. 허나 그 모든 문제(?)보다도 이종태가 나이 50을 넘긴 나이가 되어 이제야 결혼을 하겠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준에겐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얼마전 혼자 술을 마시며 이준을 입양한 것 자체를 후회하는듯한 말을 하는 것을 목격한 이준이 아니던가. 헌데 그런 이종태가 지금와서 결혼까지 하겠다면 ‘혹시 자신을 내치려는것인가’ 하는 불안감까지 밀려들게 되었다.

 이준의 그와같은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불안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태는 그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성과 진지한 교제를 계속하고 있었다. 상대여성은 종태가 말한것처럼 나이 60이 다 된 윤영아라는 여성 사업가였는데, 그 윤영아란 여자는 이종태와 만난 자리에서 하루는 이와같이 물었다.

 “ 헌데 이선생님, 저 한가지 진짜 이해가 안가는 것이 있어요. ”

 이종태를 만나는 과정에서 그가 나이 50을 넘길때까지 결혼을 하지 못했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 하나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이종태가 이미 말했을터인데 다만 그래서 오히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지 윤영아가 이와같이 물은 것이다.

 “ 헌데 그 하이준이란 아이를 이선생님께서 입양해 키우신것이야 충분히 이해한다

  쳐도...근데 그 아이 성이 왜 하씨죠 ? 이선생님 아들이면 당연히 이씨가 되어야

  하는거잖아요. ”

 “ 아...그게요. ”

 그 부분을 결국 설명을 해야할 것 같자 종태는 다소 멋쩍게 웃었다. 뭔가 다소 무안한 부분이 있기라도 한것인지. 일단 종태의 설명이 이어진다.

 “ 우선 그 아이를 애초에 단막극 주인공으로 캐스팅했을 때...근본적으로 전 그때

  주인공 섭외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급한김에 준이를 주인공으로 뽑았던거고, 그

  래서 그 아이가 배우로 세상에 알려지는 것 자체는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상황

  이 그렇게 급한김에 한 캐스팅인만큼 일종의 ‘1회성 가명’을 쓰기로 했던것이죠. 그

  래서 그때 임시로 – 드라마 방영때 자막으로 나갈 배우 이름 정도는 있어야 하

  니까. - 지은 이름이 하이준이었던거에요. 헌데 그걸 막상 아이를 입양하고 나서

  그걸 그대로 준이 이름으로 지어 지금까지 그렇게 하이준으로 살게 되었네요. ”

 “ 헌데 왜 하필 성을 하씨로 하신거에요 ? 아무리 임시로 그냥 지은 이름이었다 하

  더라도...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었던건가요 ? ”

 “ 글쎄요...뭐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담은...실은 제가 대학때 짝사랑하던 여성

  이 하나 있었는데 그 여자분 성이 하씨였습니다. 그래서 한번... ”

 하필이면 대학때 잠깐 짝사랑했던 여자의 성을 그것도 자신이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 아이의 ‘성씨’로 할 생각을 했다니. 이쯤되면 이종태도 제법 엉뚱한면이 있는 그런 사람으로 봐야할판이다. 무엇보다 대체 왜 하필이면 짝사랑하던 여자의 이름도 아니고 성을 입양할 아이의 성으로 한 것인지. - 심지어 미혼모나 이혼녀가 엄마성을 따를수 있도록 가족법이 바뀌는 것은 2천년대에나 들어서 생긴 일이다. - 허나 종태는 남자이니 미혼모나 이혼녀는 당연히 아니고, 아닌말로 이준이 그때 그 짝사랑하던 하 모라는 여성의 아이도 아니지 않는가. - 물론 종태와 하 모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더더욱 아닐것이고 – 종태가 짝사랑하던 그 여자의 성만 기억하고 있고 이름도 모른다는 것으로 봐선 그야말로 먼발치서 짝사랑만 했을뿐, 그렇게 가까이 지내지도 못한 여성이었다는것도 충분히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헌데 대체 그런 여성분의 성을 무슨생각에 자기가 입양할 아이의 성으로 한것인지. 이종태 피디의 발상이 참 엉뚱하면 엉뚱했다고 하는 생각밖에 들수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 어쨌든 조만간 그 이준이란 아이를 만나보는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저희 아이

  들도 정식으로 이선생님께 인사 시키고요. 그렇게 서로간에 친해지는 시간을 먼저

  만드는게 좋을 것 같아요. ”

 말하는 것으로 봐선 이종태도 물론이거니와 상대여성인 윤영아 역시 종태와의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머지않아 두 사람의 양쪽 자녀를 인사시키는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이준이 97년 현재 나이가 만 25세인데 나이 60이 다 되어가는 윤영아의 세 딸은 현재 32세, 30세, 27세로 확실히 이준보다 연상인 누나들이었다. 어쨌든 다 큰 성인들이니 큰 문제나 말썽은 없을것이라 생각하고 그와같은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는데 다만 이준의 표정은 대체로 어두워보였다. 영아의 세 딸은 엄마가 재혼하실 상대분과 그쪽 아들이라고 하니 대체로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상대를 대하고 있었는데, 다만 이준은 대체로 말수가 없고 조용히 있다보니 영아도 영아의 세 딸도 그저 하이준이란 청년이 차분하고 온순해보이는 그저 얌전한 성격의 남자 정도로 생각할뿐이었다. 한편 종태는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이준이 아역배우로 활동한 전력이 있음을 밝히기까지 했다. 사실 이준이 자신의 아역배우 전력을 가급적 숨기고 싶어하는 것을 아는 종태인지라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면 밝히지 않으려 했는데 하이준이란 이름을 막상 듣고보니 윤영아쪽에서 기억이 나는지 그제서야 그 부분을 언급하게 된 것이다.

 “ 가만...그러고보니 왜 일전에 ‘김이장네 일기’란 드라마에 아역으로 출연한 아이

  가 그 배우 이름이 하이준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 그렇게 기억하는데...아마 그

  드라마에선 늦둥이 막내로 나왔던걸로 아는데... ”

 “ 맞아요. 그리고 그 하이준씨 아마 심야 라디오프로 보조진행도 했었어. 엄마 나

  학교다닐 때 그 프로 맨날 밤에 즐겨들었잖아. 그래서 내가 기억한다구. ”

 이준이 비록 농촌드라마에 아역으로 출연한 전력이 있고 또 심야 라디오프로 보조진행까지 맡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유명한 톱스타급은 아니었기 때문에 신분을 숨기려면 충분히 숨길수도 있을터인데 – 아역출신의 경우 자라면서 얼굴이 많이 달라졌을수도 있고 라디오 프로 보조진행자라면 일반인들이 얼굴은 물론 이름을 잘 기억 못할수도 있다. - 헌데 윤영아네 가족들 앞에서는 꼼짝없이 그 과거나 전력이 들통날수박에 없었던 것이다. 하이준이 바로 그때 그 하이준이란 사실을 알자 윤영아보다 더 반가와 하는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딸들이었다.

 “ 어머, 하이준씨 그러고보니...만나서 반가와요. 저 그때 그 라디오프로 팬이었다니

  까요. 언니들이랑 매일 들었었는데... ”

 허나 이준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같은 아역배우 출신인 정연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배구선수 이두희나 하이텔 동호회를 통해 만난 한은정도 자신이 정체를 숨기자 아역배우 출신이란 사실은 꿈속에서조차 생각 못하고 자신이 거짓으로 말한 신상을 곧이 곧대로 믿었었는데 – 두희나 은정이 원래 TV를 잘 안보는 편이었을수도 있고 또 농촌드라마의 경우엔 젊은이들 취향이 아니라서 안볼수도 있다. - 헌데 되려 윤영아 사장의 딸들이란 여자는 자신의 과거와 정체를 알고 있다니. 이런 난감한 일이 세상에 어디있단 말인가. 이준은 어쩔줄 모르며 다만 당황한 기색은 감추려 애쓰고 있었다. 자신을 기억하며 그런식으로 알아보는듯한 말을 입에담는 윤영아 사장의 세 딸들에게 예의상 ‘네’ 정도의 단답형 대답으로 대꾸는 해 주었지만 지금 이준의 머릿속은 무척이나 어지러워 정신을 못차릴 정도가 되어있었다.


 이준은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종태는 이제 사실상 그 윤영아라는 50대 후반의 사업가와의 결혼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양 움직이고 있었고, 그런 종태의 모습이 이준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게 하지 않을수 없게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이준을 입양한 것 자체를 후회하는듯한 모습까지 내비치던 그 이종태 피디가 아니던가. 헌데 그런 종태가 그것도 딸까지 셋이나 있다는 여섯 살 연상의 여인과 결혼을 해버린다면 그 이후 자신의 이 집에서 입지가 어찌될지 그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닌말로 종태가 이준의 입양을 후회하는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않았더라도 종태의 결혼문제로 인한 이준의 고민과 갈등이 이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일시적으로 좀 당황한다 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받아들이는 그런 모양새가 되었을까. 허나 이준의 경우엔 근본 자체가 이종태의 친아들도 아니고 입양아라는 사실, 게다가 그런 이준의 입양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는듯한 종태의 태도가 그의 결혼문제를 이준이 적잖게 고민하게 만드는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런 이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태는 그 이후에도 윤영아 사장과 그 딸들을 만나는 자리에 이준을 두어차례 더 데려갔었다. 종태야 양쪽 집안의 자녀들은 물론 어떻게보면 이준에게 새어머니(?)가 될 판인 윤영아 여사와의 사이도 친하게 만들고 싶어 마련한 자리지만 그런 자리에 억지로 끌려가듯이 나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준에겐 엄청난 심적 부담감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오히려 윤영아의 세딸은 이준이 바로 아역배우 출신으로 농촌드라마에 아역으로 나오고 심야 라디오프로 보조진행을 맡기도 한 그 하이준이란 사실을 알고는 오히려 더 좋아하며 관심을 내비치기까지 했지만, 이준은 자신이 아역배우 출신임을 가급적 숨기려고 하고 있던터라 윤영아의 그런 딸들과 마주하는것조차도 더더욱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그러다 이준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기가 나고자란 고아원을 찾아가보려 했다. 바로 초등학교 5학년때, 그 고아원에 이따금 봉사동아리 회원들과 자원봉사를 하러 오던 당시 30대 후반의 이종태피디. 말수도 적고 또래 고아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그 아이를 이종태가 눈여겨보면서 어떤 측은지심이라도 발동했던것인지 바로 그런 ‘준이’란 아이를 입양했던 것 아닌가. 뿐만아니라 졸지에 종태가 제작하는 단막극에 출연할 배우가 마땅치 않자 이준을 벼락 캐스팅까지 해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기까지 한 하이준. 그런식으로 시작된 이종태 피디의 인연이 지금껏 이어져내려오고 있었는데, 다만 애초에 이종태 피디는 준이를 단막극에 출연시킨 것 자체가 배우섭외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 연기활동을 한다던가 그러는 것은 바라지 않았고, 오히려 그때 그 단막극 작가가 이준의 열연을 눈여겨봐 농촌드라마에 아역으로 캐스팅을 하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아역연기를 시작했던 하이준.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여고생 가수 하주희와 하이틴 스타 하주연과 가까이 지내다가 어느날 문득 하주희의 제안으로 세 사람이 함께 ‘의남매’까지 맺었던 그 하이준. 허나 의남매야 어찌되었건 그때까지 어느정도 친한 누나-동생 정도로 지내면서 친하게 지냈고 어느정도 그네들에 대한 호감까지 갖고 있었던 하이준이었는데, 너무나 갑작스러운 주희와 주연의 연달은 일탈행동으로 연예계 생활 자체와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불신과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던 하이준. 그래서 그때부턴 비록 대학은 연영과에 진학했지만 학업에 그렇게 열중하지는 못하며 이런저련 여자들을 만나며 일종의 양다리걸치기를 하다 그게 들켜버려 만나던 여자들한테 봉변까지 당했던 하이준. 그렇게 지금까지 14년의 시간을 살아왔던 하이준이 지금까지는 결혼을 할 생각은 없고 오직 입양을 한 아들인 하이준만 정성껏 키우며 살아가겠다고 한 이종태 피디가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과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져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그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 자신이 자라났던 그리고 이종태피디에게 입양되기 전까지 살았던 고아원을 찾은 것이다. 어떻게보면 자신의 근본이 있는곳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곳에서부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던 심리라고나 할까.

 헌데 자신이 자라난 고아원을 찾는것도 쉽지가 않았다. 사실 이종태 피디에게 입양된 것이 벌써 14년전 일이니 그 사이 고아원 원장님이라던가 선생님들은 그 고아원을 떠나 다른곳에서 일할수도 있는것이고 함께 자란 또래 고아들도 지금은 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 게다가 이준은 고아원에서도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그런 아이가 아니었던가. - 일단 적어도 그 정도 각오는 하고 고아원 선생님이든 아이들이든 수소문해서 소식을 알만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런 사람이라도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고 하소연이라도 하고픈 심리였는데, 설상가상 이준이 자라난 고아원은 그 사이에 다른곳으로 이주하고 예전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이준이 살던 고아원 인근지역도 어느덧 산뜻한 경기도의 신도시 지역으로 바뀌어져 있었는데, 그래서인이 이준이 살던 고아원과 그 근처에는 제법 복잡하게 여러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4-5층짜리 상가건물 여러곳이 들어서있었다. 따라서 자신이 자라났던 고아원은 흔적조차도 찾을수 없는 상황이 되어 절망적인 심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이준은 그로인해 더더욱 한두마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실감과 허망한 감정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 요즘같으면 인터넷 같은 것을 통해 고아원이 어디로 이전해있는지 알아볼수도 있겠지만 90년대 후반정도라도 아직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이고 ’TV는 사랑을 싣고‘란 스타의 첫사랑이나 옛날 은사님을 찾아주는 프로가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시절이긴 했지만 이준이야 아역배우를 잠시 한적이 있을뿐 그런 프로에 출연할만큼의 톱스타급 연기자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종태 피디의 결혼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이종태 피디는 무엇보다 자신에게도 양자이긴 하지만 이준이란 아들이 있고 윤영아에게도 세명의 딸이 있으니 단순히 두 사람만의 만남이 아닌 양쪽 자녀들도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그 정도의 이벤트도 하나 결혼식 순서에 넣고 싶었다. 일단 윤영아가 그 제안에 흔쾌히 찬성 다반 이벤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한 이견만이 약간 오가는 그런 단계였다.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 양쪽 부모의 자녀들도 함께 입장하는 것으로 하자, 결혼식 말미에 자녀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상대쪽 부모에게 꽃다발을 전하는 것으로 하자등 서너가지 정도의 의견이 오가긴 했지만 확실하게 결론은 내리지 못한 상태. 다만 그런식으로 결혼식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을때의 일이었다.

 한편 종태와 윤영아는 결혼을 하고 나면 지금까지 살던 각자의 집은 처분하고 양쪽 가족이 함께 살 새로운 집을 마련 그곳에서 함께 살 생각이었는데, 서울시 외곽 신도시 지역에 2층짜리 양옥집을 짓고 그곳에서 함께 살 생각이었다. 종태와 이준 부자는 지금까지 30평 정도의 중산층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윤영아는 딸 셋과 그보다는 약간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아왔는데, 그런 양쪽의 아파트는 팔고 새로 짓는 2층짜리 양옥집에서 부부와 양쪽의 자녀들이 다 함께 살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새로 짓는 집을 종태도 윤영아도 자신들의 자녀들을 데려와 구경시키기도 했는데 윤영아쪽 딸들이야 잔뜩 좋아하며 들뜬 분위기였지만 이준은 풀죽은 얼굴로 새로 짓고 있다는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윤영아와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바로 새로짓는 집으로 들어가 살 생각이기 때문에 종태는 이미 자신이 사는 아파트는 팔기위해 내놓은 상태였다. 그 사이 집을 보기위한 손님도 두어팀 다녀가긴 했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며 갈수록 심란해져가던 이준이 그러다 결국 일을 저질렀다. 가출을 해버린 것이다. 그러고보면 종태가 윤영아라는 사업가와 결혼해서 새로지은 2층짜리 양옥집에 들어가 살게되고 이 집을 팔게되면 이준도 이 집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 아닌가. 종태와 윤영아는 당연히 양쪽의 아이들과 다 함께 그 집에서 살 생각을 하고 새 집을 짓고 있는것이지만 이준은 그 자체가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시간 고민을 하다 그만 그런 결단을 내리고 만 것이다. 이준은 종태의 결혼식이 약 일주일정도 남아있는 어느날 밤에 몰래 집을 나와버렸다.

 간단한 자신이 입을만한 옷가지와 그리고 며칠간 버틸만한 돈만 조금 챙겨서 집을 나온것이긴 한데, 따라서 지금 당장 바로 어디서 생활을 할것인지는 생각을 해본 것이 아니라 다소 막막한 처지이긴 했다. 게다가 돈도 별로 없는 상태이긴 했지만 이준의 이미 굳어버린 결심만은 쉬이 바뀌지 않았다. - 이준은 아역배우와 라디오 프로 보조진행을 하면서 번 돈이 있지만(게다가 가끔 광고촬영,화보촬영도 했었고) 그건 지난 1-2년간 배구선수 이두희, 아역배우 출신 유정연등과 연애를 하면서 이미 흥청망청 다 써버렸고 통장에 남아있는 돈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허나 바로 그런 상태에서 만약 종태가 결혼을 해서 윤영아란 사업가와 그 슬하의 딸 셋과 함께 살게되면 자신은 이 집에서 자연스레 소외되는 모습이 되거나 내쳐지지 않을까. 그 두려움과 불안함에 결국 가출을 결심해버린 것이다. 이종태는 쿨쿨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어쩌면 얼마남지 않은 결혼식 날짜로 인한 설레임떄문에라도 더더욱 단꿈을 꾸고있을 그 시간 가출을 한다는 의미의 짧은 쪽지 하나만을 남기고 간단한 옷가지와 돈만 챙겨서 집을 나와버린 것이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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