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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정화 (8)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이준은 모텔방에 차를 몰고 와 있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이준보다 다섯 살 연하인 그리고 같은 아역배우 출신인 유정연이다. 이준이 정연과 정식으로 만나기 시작한지는 이제 6개월여 정도가 지났는데, 사실 이준이 아직 자신이 직접 차를 사서 몰 형편은 못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연과 만날때는 차를 빌려서라도 항상 이런식으로 데이트를 해왔다. 그만큼 정연 앞에서는 어느정도 폼나보이는 데이트를 하고 싶은 심리였던것인지. 한편 대체로 지나치게 예쁘고 공주같은 스타일보다는 오히려 선머슴같고 괄괄한 타입의 여성을 좋아했다는 이준은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정연을 아껴주는 그런편의 만남을 가져왔었다. 헌데 그런 이준이 오늘따라 다소 이례적으로 정연을 모텔방 앞까지 데려온 것이다.

 “ 정연아... ”

 아직 나이어린 정연은 다섯 살 많은 이준의 이끌림에 그냥 별 생각없이 끌려가고 있는것일까. 일단 별다른 생각없이 이준을 따라 함께 모텔방안으로 들어간다. 헌데 방안으로 들어선 이준이 정연을 사뿐히 들어올려 침대로 데려가는데 그리고 정연에게 본격적으로 진입을 시도하려 드는데 갑자기 정연이 이준을 제지한다.

 “ 이...이러지말아요. ”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것일까. 자신도 모르게 그만 반쯤 풀어헤쳤던 옷도 고쳐입으며 정연이 이준에게 말한다.

 “ 미안해요 오빠. 오빠의 저에 대한 마음은 알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

 “ 정연아... ”

 “ 무엇보다 제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그러니 이건... ”

 90년대만 해도 여성의 입장에서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즐기기위해 만나는 그런 사이 이상의 그 무엇을 의미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만큼 남자와의 관계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 따라서 자신이 나이도 어리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식으로 말하는 정연의 의미를 이준이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아쉽지만 일단 그쯤에서 마음을 접고 다만 차분하게 침대에 나란히 마주앉아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오빠...근데 저 뭐 묻고싶은게 하나 있어요. ”

 “ 뭘 물어보고 싶은데 ? ”

 “ 뭐랄까...오빠가 지금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게 뭔지...여하튼 지금 연

  기활동은 더 이상 하지 않는거잖아요. ”

 뿐만아니라 아직 연영과 학생이긴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 가는날보다 안가는날이 더 많은 이준. 학업이고 연기활동이고 어찌보면 그 모든 것을 포기한듯한 이준의 모습이기도 한데, 정연이 방송가 경험이 아주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물론 지금은 정연도 방송활동은 하지 않고 있지만) 그 동네 돌아가는 분위기를 대충은 알만한 그런 여자이기 때문에 이준의 근래의 이와같은 행보가 이해도 안 가고 다소 불안한듯한 말투로 이와같이 물은 것이다. 이준이 정연의 이와같은 말에 제대로 답은 하지 못하고 여전히 말을 얼버무리고 있는 가운데 정연의 말이 이어진다.

 “ 오빠 근데...양아버지가 방송국 피디인거잖아요. 이종태 피디님...드라마 연출도

  하시고 아마 영화 제작도 한번 하셨던걸로 아는데... ”

 일단 배구선수인 두희의 경우와는 달리 정연이야 근본적으로 이준이 자신과 같은 아역배우 출신이고 무엇보다 이종태 피디의 양자로 들어가 자란 사람이란 것을 아는 여자다. 이종태가 약간의 난처하고 무안한 입장 때문에라도 아역배우 하이준이 자신의 양자라는 사실을 일부러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는 않고 가급적 말을 삼가는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굳이 숨길일은 아니라서 이준의 가족사항에 대해서는 적어도 이준이나 종태를 어느정도 아는 주변사람이라면 알만큼 알고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따라서 적어도 정연 앞에서는 자신의 그와같은 가족관계와 자라온 환경을 숨길수는 없는법 따라서 대체로 솔직하게 이준은 정연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 정연아. 솔직히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

 “ ...... ”

 “ 나 그동안 많이 힘들고 외로왔다. 무엇보다... ”

 정연이 말없이 그런 이준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준은 한숨을 살짝 내쉬는 듯 하다 뭔가 고통스러운 바리톤이 깔린 음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고 있다.

 “ 정연이도 알다시피 나야 어쨌든 아역배우로 한 몇 년 활동하기도 했고...또 이종태

  선생님께서 날 그동안 친아들처럼 아껴주시긴 했지만... ”

 “ .,.... ”

 “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내가 고아로 자랐고 그러다보니...알게모르게 힘든 그늘이 많

  았어. 그러다보니... ”

 “ 오빠... ”

 이런식으로 그간 남다른 고민과 근심이 많았음을 솔직히 토로하는 이준을 정연이 안타까운 듯 바라보고 있고 그런 정연을 보면서 이준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적어도 이 다음에 난 남들 보기에 평범하고 온전한 그런 가정을 꾸려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언젠가부터 헀었어. 그래서 정말 내 마음에 들고 내가 진실로 사랑할

  수 있고...또 날 그만큼 사랑해주는 그런 여자가 있다면... ”

 “ 오빠... ”

 “ 그런 여자와 결혼해서 평범한 직장 다니면서 남들 보기에 그야말로 온전하고 건실

  해 보이는 그런 가정을 일구면서 살아가고 싶었을뿐이야. 정말...내 나이 어느덧 20

  대 중반에 이른 내가 바라는 소망은 다만 그것뿐이다. ”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이준의 성장환경과 배경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그 내막을 어느정도 아는 정연이기에 이런식으로 말하는 이준의 고뇌가 좀 더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살짝 눈물이 고이기도 하는데, 다만 정연은 그녀 말마따나 아직은 어린나이라서 이준의 이런말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다 천천히 입을 연다.

 “ 우리 조금만 더 천천히 생각을 해 보기로 해요. ”

 “ 정연아... ”

 이런식으로 말하는 정연이 뭔가 안타까운지 다급하게 이준이 그녀를 부르는데, 정연의 말은 일단 좀 더 이어진다.

 “ 오빠는 몰라도 어쨌든 아직 전 어리고...오빠의 저에 대한 마음은 알겠지만...조

  금...조금은 더 천천히 다가와 달라구요. 아직 그렇게까지 성급하게 할 필요는 없

  잖아요. 그러니... ”

 “ ...... ”

 “ 알았죠 오빠 ? 지금 너무 성급하게 이러진 말자구요. 그냥 조금만 더 천천히...조

  금만 더 천천히... ”

 이준의 간절한 마음이 한편으론 부담되고 두려웠는지 하지만 행여 이준이 상처받지는 않을까, 또는 자신이 이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까 그 또한 두려워 정연은 납득이 갈만한 말로 이와같이 이준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우리 사이...아직 그렇게 성급하게 빨리 갈 필요는 없잖아요. 그러니 조금만 천천

  히...조금만 천천히 관계를 진행시켜보자구요. 네 ? 오빠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서

  두르는것도 그리 적절치는 못할 것 같아서 그래요. 알았죠 오빠 ? 조금만...조금만

  천천히... ”

 그런식으로 이준을 설득하려는 정연을 이준은 말없이 안아본다.





 한편 이때 이준은 pc통신에 한참 재미가 들려있기도 했다. 학업은 이제 사실상 포기한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때로는 배구선수인 두희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아역배우 출신인 정연을 만나면서 일종의 ‘양다리 걸치기’ 연애를 하고 있는 그때 그와함께 새로운 소일거리이자 재미로 빠지기 시작한 것이 ‘pc통신’이었다. 이 시절 pc 통신에 빠진 젊은 세대들이 대개 그렇듯 이준 역시 채팅과 동호회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것인데, 채팅의 경우엔 일반적인 통신인이 즐기는 수준 그 이상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다만 동호회 활동과 관련해서는 다소 뜻밖의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다. 나름 어떤 사회적 봉사활동 같은데 관심이 있었던것인지 ‘장애인 인권보호 모임’이란곳에 가입을 한 것이다. ‘장애인 인권보호 모임’은 원래 하이텔의 장애인 동호회내 작은 소모임으로 있던것인데 96년 후반에 하이텔이 ‘작은모임’ 서비스가 신설이 되면서 그곳으로 독립한 소모임이면서 나우누리에도 동일한 성격의 동호회를 개설하고 있는 그런곳이기도 했다. 하이텔이 동호회 허가 기준이 까다로운 반면 후발주자인 나우누리는 하이텔에 비해 동호회 개설이 많이 수월했는데 바로 그러면서 하이텔 이용자가 자꾸 나우누리로 빠져나가자 일종의 경쟁차원에서 하이텔이 새로 시작한 서비스가 ‘작은모임’이었다. 실제 이 무렵 그래서 나우누리에 먼저 동호회를 개설하고 얼마후 하이텔에도 비슷한 성격의 ‘작은모임’을 개설한 소모임 형식의 동아리가 제법 있었는데 ‘장애인 인권보호 모임’도 그런곳중 하나였다.

 ‘장애인 인권보호 모임’은 줄여서 약칭으로 ‘장.인.모’라 불리기도 했는데 장인모에 가입하고 두어달쯤 지났을 때 이준이 처음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을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은정이란 여성 부시삽을 처음 알게되었다. 은정은 여성이지만 성격은 오히려 활달하고 친화력이 좋아 남성 회원들하고도 적극적으로 술을 한잔 나누기도 하고 쉽게 잘 어울리는 그런 성격의 여성이었는데, 그런 은정이라서인지 오프라인 모임에서 이준을 처음 보았을때도 오히려 보다 적극적으로 이준에게 말을 건네왔다.

 “ 형, 안녕하세요. 제가 부시삽 한은정이에요. ”

 ‘형’이란 호칭은 보통 80년대 대학가에서 여성 후배들이 남자 선배들을 부르는 ‘호칭’으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던것인데 90년대 초,중반까지도 그와같은 문화는 대체로 이어져왔다. - 가령 90년대 중반에 방영된 KBS 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도 남자 선배들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쓰는 여성후배 등장인물이 있었다. - 어쨌든 그런식으로 마치 이준에게 관심이라도 있는양 말을 걸어오는 은정으로 인해 순간 이준은 당황을 할 지경이었다. ‘은정이가 원래 남자들하고도 친화력 있게 잘 어울리는 아이’라며 다른 남성회원들이 이준을 이해시키려 해 그렇게 생각했는데 딱히 그런것도 아니었다. 그런식의 오프라인 모임에서의 첫 만남이 있은후 오히려 이따금씩 이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것은 다름아닌 은정이었다.

 “ 형, 저에요. 한은정이에요. ”

 아버지 이종태가 먼저 전화를 받아 ‘대체 이 녀석이 요즘 뭘 하고 다니길래 이젠 이런 여자애한테서까지 전화가 걸려오나 ?’ 하며 의아해하며 이준에게 연결을 시켜주긴 했는데, 이준 입장에서도 은정의 이와같은 전화는 다소 뜻밖이고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다소 당황한 태도로 은정의 전화를 받았다.

 “ 형,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

 “ 네 ? 저...저야 뭐...그냥 집에 있는데... ”

 “ 집에 있어요 ? 그럼 우리 만나요. ”

 “ 네 ? ”

 “ 가을이라 날도 점점 쌀쌀해지기도 하고 그래서...많이 심심해서 그래요. 형 혹시

  어떤 영화 좋아해요 ? ”

 보통은 남자가 여자한테 이런식으로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마련인데 어찌보면 그 입장이 뒤바뀐것만 같은 인상을 주는 상황에서 일단 이준은 은정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진 않았는지 일단 이런식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은정을 만나주긴 했다. 은정은 이준을 만나면 이런식으로 말했다.

 “ 형, 우리 비디오방에서 같이 영화볼래요 ? ”

 “ 비디오방이요 ? ”

 비디오방이니 노래방이니 이런식의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것도 바로 90년대의 일이긴 한데, 여하튼 영화를 보고 싶다며 이준을 불러내더니 이런식으로 말한 은정. 그런 은정에게서 나온 말은 털털하고 적극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성격과는 다소 다른 좀 뜻밖의 취향을 보이기도 했다.

 “ 전 사람 많은 커다란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 보단 그냥 비디오방에서 조용히 보는

  게 더 운치있고 좋더라구요. 형 우리 비디오방에서 같이 영화봐여. ”

 영화관이 되었든 극장이 되었든 그런곳에서 떠들면서 공연을 관람할 사람은 없을테니 비디오방이 딱히 ‘조용하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어떻게보면 그런 사람 많은곳에서 연극이나 영화 같은 것을 관람하는것보다는 비디오방같은 좁지만 혼자 있을수 있는 그런 공간에서 자신만의 그 무엇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은정의 취향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은정의 손에 이끌려 함께 관람하게 된 영화는 요즘 한참 유행하는 영화는 아니었고 좀 오래된 고전물이었는데 이루어질수 없는 남녀간의 사랑을 담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였다. 얼핏 보니 은정은 영화를 보며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는데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은정은 감정을 정리 못하는지 한동안 비디오방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비디오방 직원이 ‘끝났으니 이제 그만 나오시라’는 독촉을 할때쯤 돼서야 겨우 은정을 데리고 나올수 있을 지경이었다.

 “ 은정씨 그런데 보기보단 좀 다른면이 꽤 있는 것 같아요. ”

 “ 제가요 ? ”

 은정은 마치 이해가 안간다는 듯 그와같이 되묻고 그런 은정을 바라보며 이준은 말을 이어갔다.

 “ 전 뭐...그동안... - 솔직히 은정씨를 알게된지 그리 오래 되었다고 할수도 없지

  만(이제 한 2-3개월 정도 ?) - 전 은정씨가...다른 회원들도 대개 그렇게 말하지만

  여자답지 않고 되려 성격이 활달하고 너무 적극적인 그런 사람이라고...저도 솔직

  히 은정씨가 그런 여자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

 “ 다들 저한테 그렇게 말하죠 ? 제가 여자답지 못하다고. ”

 그런말이 혹 상처라도 되었던것일까 ? 다소 정색을 하고 은정이 그와같이 말하는데, 이준이 미안해져서인지 일단 해명을 한다.

 “ 아뇨 은정씨. 꼭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고... ”

 “ 괜히 그러실 필요 없어요. 남자들 눈에 저같은 여자가 여자답지 못하게 보이는거

  어쩌면 당연할수도 있고...솔직히 저 어릴때부터 그런말 많이 들어왔거든요. 가령

  뭐...‘기집애가 그래갖고 나중에 시집은 어떻게 갈래 ?’ 이런식의 이야기라던가...

 ”

 “ 은정씨... ”

 “ 뭐 제 성격 자체는 그런식으로 보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취향까지 꼭 그래야하는

  법이 있는건 아니잖아요 ? ”

 “ ...... ”

 “ 따지고보면 제가 겉보기엔 그렇게 여자답지 못하고 너무 괄괄하고 적극적이고 그

  런 여자로 보일지 몰라도...제 내면도 알고보면 그런 여자일 뿐이에요. 슬픈영화 좋

  아하고...사람들 많은 북적거리는 그런곳보단 조용하고 차분한데서 혼자만의 그 무

  엇을 즐기기 좋아하고...또 남들 하는 말에 쉬이 상처도 잘 받는...그런 여자일뿐이

  에요. ”

 이런 자신의 내면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로 인해 그간 상처가 많았던것인지 은정은 그만 살짝 눈물을 보이기까지 하는데, 당황한 이준이 그런 은정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까지 해준다. 은정은 씨익 웃어보이며 눈물을 닦는다.

 “ 하지만 상관없어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전 저대로의 인생을 살면 되니까요. ”

 “ 하하...네에... ”

 여자답지 못하건 아니건간에 자신은 자신대로의 인생을 살면 된다고 말하는 은정을 보니 이런 태도는 확실히 그녀답다는 생각도 든다. 헌데 은정이 이준에게 한번은 다소 뜻밖의 질문을 건넸다.

 “ 이준씨는 집에 형제는 누구누구 있어요 ? 누나 ? 형 ? 아니면 동생 ? ”

 “ 옛 ? ”

 그간 은정에게 자신의 가족관계를 말할 기회가 있었나 모르겠는데 일단 아직까지는 굳이 그런말을 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한 그 정도의 사이였고 헌데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나온 질문에 이준은 일단 이와같이 둘러댔다.

 “ 아...아뇨. 전 집에서 외아들이에요. 아버진 대기업에 다니시고... ”

 외아들이란것까진 그렇다쳐도 ‘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니시고 어머니는 음대출신’이라는 바로 배구선수 이두희 앞에서 헀던 ‘거짓말’을 얼떨결에 은정앞에서도 해버린 것이다. 대체 이 뒷감당을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 생각은 하고 이런말을 하는것인지. 그야말로 생각없이 내뱉은 거짓말인 것 같은데,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이준은 두희에게 했던 거짓말과 똑같은 이 거짓말을 그냥 자신의 설정으로 밀고가버리기로 했다.

 “ 어쨌든 그런...경제적인 어려움은 모르는 그런 환경에서 자란거고요. 집에서 외아

  들이다보니...장가는 빨리 보내려고 하는듯한 그런 말씀들을 가끔 하시더라구요. 그

  래서 더더욱 여자는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만나봐야겠다. 그 생각을 하는 중이

  기도 한데... ”

 은정은 일단 이준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가운데 그런식으로 은정과의 만남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준은 이렇게 때로는 배구선수 이두희도 만나고 또 어떨때는 아역배우 출신 유정연도 만나고 거기에 졸지에 하이텔 동호회에서 알게된 한은정이란 적극적인 성격의 여자까지 혹시 자신에게 호감이 있었는지 계속해서 만나자고 전화를 해오는 양다리도 모자라 졸지에 삼다리(?)가 되어버린 그런 상황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언젠가 두희와 이야기를 나눌 때 ‘후회없는 사랑’을 20대때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한 그 하이준이기도 한데, 그 말뜻이 그럼 결국 자신이 마음에 드는 여자들은 좀 원없이 만나고 즐겨보고 싶다는 그런 의미였는지. 여하튼 이준은 졸지에 양다리도 아닌 세명의 여자를 사실상 동시에 만나는 그런 시간이 한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다만 양다리나 바람둥이쪽으로는 이준이 원래 선수급이 못돼서였을까. 어찌보면 다소 허술하다면 허술하게 그렇게 세명의 여자를 번갈아가며 만나는 중이었는데 그러다 얼마안가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한번은 은정이 또 한번 데이트나 좀 하자며 전화를 걸어왔다. 헌데 은정이 만나고자 한날이 공교롭게도 유정연과의 선약이 먼저 잡혀 있었다. 사실 이럴땐 어느 한쪽의 만남제안을 정중히 거절하면 그만이긴 한데 이준의 성격이 원래 남의 부탁이나 제안을 쉽게 거절 못하는 그런 성격인것인지 아니면 정연이든 은정이든 누구의 마음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 은정의 만남 제안에는 애매한 답변을 한 상태에서 유정연과의 만남 약속도 그대로 파기하지 않은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정연의 만나자고 한 약속은 흔한 데이트는 아닌 다소 의미가 있다면 의미가 있는 선약이긴 했다. 실은 정연과 비슷한 또래에 같은시기 아역으로 활동했던 배우출신끼리 이따금 만나는 모임이 있는데 정연이 그 자리에 이준을 인사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헌데 그런 모임이라면 당연히 이준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수 있을텐데 그런 자리에 굳이 남자인 이준을 데리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면 정연도 이준과의 만남을 사실상 이렇게 기정사실화하고 싶은 의도인것인지. 언젠가 모텔방에서 함께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가지려 했을때는 ‘이건 아닌 것 같다’며 거절했던 정연이기도 한데, 그런 정연이건만 되려 한편으로는 이준을 정말 자신의 남자로 생각하고 진지하게 계속 교제 나누고 싶은 의도가 있었던것인지. 여하튼 이준은 은정과의 만남약속을 거절도 못하고 정연과의 선약도 파기하지 못한채 그런식으로 시간을 보내다 문제의 날이 왔다.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정연과의 만남장소로 먼저 가보기로 했다. 사실 정연은 만나기로 한 모임장소가 혜화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이기도 했는데 그전에 잠깐 마로니에 공원에서 둘이 만나 두 사람만의 시간을 좀 보내기로 했다. 헌데 은정이 이준의 집으로 전화를 한 것이 그때였다. 한편 이준의 양아버지 종태는 이준의 이런 상황을 대체 어찌 짐작하고 있는것인지 은정의 입장에선 약속시간이 거의 되어가지 않자 의아해서 집으로 전화를 한것인데 그런 은정에게 종태는 ‘이준이 혜화동으로 간다고 한 것 같은데...’하고 이준이 간다고 한 행선지를 그대로 은정에게 말해버린 것이다. 은정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하고 이해할수 없는 행동이라서인지 일단 이준이 있다는 혜화동으로 가보았다. 그리고 마침 정연을 만나고 있는 이준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 이준씨... ”

 정연과 그렇게까지 중요한 이야긴 아닌 가벼운 사담내지 농담을 좀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이준은 그 자리에 갑자기 은정이 나타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 둘러대야할지 난감한 가운데 은정이 먼저 어이없다는 듯 이준에게 말을걸며 다가왔다.

 “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에요 ? 오늘 우리 만나기로 한 날 아니었어요 ? 근데

  엉뚱하게 대체 왜 혜화동에 와 있어요. 게다가 옆에있는 여자분은 ? ”

 “ 아...아 은정씨. 미안해요. 실은 여긴 제 사촌동생인데... ”

 “ 오빠, 지금 무슨말을 하는거에요 ? ”

 지금까지 이준이 정말 자신을 진지하게 만나는것으로만 알았던 정연 입장에선 갑자기 이준이 이렇게 나오자 기가막혔다. 사실 정연은 처음에 웬 여자가 이준을 알아보며 다가올때도 가령 학교 친구일수도 있고, 또 방송활동 같은걸 할 때 알고 지내던 사람일수도 있으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근데 갑자기 자신을 가리켜 상대여성보고 ‘사촌동생’이라고 둘러대다니.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대체 어디있는가. 정연이 기가막혀 이준에게 따졌다.

 “ 오빠 지금 무슨소리를 하는거에요 ? 제가 왜 오빠 사촌동생이에요 ? 그리고 이

  여자분 대체 누구에요 ? ”

 “ 아...아니 도대체... ”

 이준의 입에서 ‘사촌동생’이라는 말이 나왔을때까지만 해도 사실이려니 생각했던 은정도 막상 그 사촌동생(?)이라는 여성 입에서 이와같은 반응이 나오자 어처구니 없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은정도 정색을 하고 따지려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더 큰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이두희까지 바로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사실 이때가 겨울철이라 배구선수인 두희는 지금 한참 시즌이라 바쁠때이긴 한데, 오늘은 어떻게 시합이 없거나 잠시 짬을 내는 휴식시간이었는지 같은 동료선수들과 혜화동에서 잠시 노닥거리는 중이었다. 아마 시합을 막 끝냈거나 들어가기 직전이었는지 이준이 평상시 그렇게 원했던 유니폼차림으로 있기까지 했는데, 그런 두희는 그녀대로 동료선수들과 저만치 다른곳에서 노닥거리다가 무슨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저쪽에서 보이는 것 같아 의아하고 관심도 가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헌데 아무리 봐도 낯익은 얼굴이 하나 있는 것 같아 가까이가서 확인을 해보려고 한것인데, 그 확인을 해보려고 한 사람이 다름아닌 하이준이 아니던가. 두희도 어이없다는 듯 이와같이 말했다.

 “ 아니, 하이준씨. 여기서 대체 뭘하고 계신거에요 ? ”

 “ 아...아니 도대체 ? ”

 잔쯕이나 정연과 은정이 이준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 내지는 실랑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판인데 거기에 나타난 두희. 오늘 하이준에게 제대로 재수 옴붙은 날이라도 되는것인지 하필 한꺼번에 이렇게 동시에 만나는 세 여자를 한자리에서 보게된 그. 이런판이니 이제 정연을 사촌동생이라는 식으로 둘러대 상황을 수습하기도 글러버린 것 같고, 무슨말을 어찌해야할지도 몰라 그저 눈앞이 캄캄해져 있을 따름이었다. 한편 정연과 은정도 그녀들 나름대로 여전히 의문과 의아함이 남아있어 서로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이것봐요 도대체 그쪽은 누구에요 ? 하이준씨 여자친구라도 되는거에요 ? ”

 먼저 은정이 정색을 하고 물었는데, 정연도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지고싶지는 않은지 이렇게 대꾸했다.

 “ 네, 저 이준오빠 여자친구 맞아요. 헌데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대체 누구세요 ?

 ”

 “ 뭐...뭐라구요 ? ”

 은정도 정연의 이와같은 말에 더더욱 기가막혀하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은지 일단 이준이 적당히 수습이라도 하려고 이런식으로 나서긴 했다.

 “ 아...아니 저 부시삽님. 한은정 부시삽님 대체 왜 이러세요 ? 은정님 답지 않게...

  우리 그냥 하이텔 동호회에서 알던 사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이러시면... ”

 “ 뭐라구요 ? ”

 사실 이두희까진 몰라도 은정의 경우엔 이준 입장에선 억울하다면 억울하다고 충분히 할 수 있는 변명의 여지가 있긴 했다. 애초 이준한테 적극적으로 다가온건 은정이었고 원래 이준은 은정과는 특별히 사귀고 싶다거나 그러고픈 생각은 없었다. 허나 지금까지 은정과 가졌던 만남도 그저 단순히 동아리나 이런데서 알고 지내는 동료나 지인과의 만남수준으로 볼수 없는 것 아닌가. 만약 정히 이준이 은정과의 만남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다면 은정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먼저 전화 만나고 싶다고 해도 이준이 정중하게 사양했으면 되었을 것이다. 헌데 이준이 원래 그런 맺고 끊는게 분명하지 못한 우유부단한 성격인것인지 아니면 기왕 이렇게 된 것 이런식의 양다리를 좀 즐기고 싶은 심산이었는지 졸지에 세명의 여자와 동시에 엮이는 상황이 되어버린 하이준. 일단 은정과의 관계는 ‘그냥 하이텔 동호회에서 알고 지내는 사이’ 정도로 상황정리를 하려 들었는데, 진짜 사달은 이두희가 내뱉은 말에서 나오고 말았다.

 “ 뭐에요 하이준씨 ? 그럼 저말고도 다른 만나는 여자가 두 사람이나 더 있었던거

  에요 ? 허억~~~!!! 양다리도 아니고 세다리 ? 대체 지금 뭐하는거에요 !!! ”

 두희도 기가막혀 이렇게 한마디 했는데 듣자듣자하니 도저히 참을수 없는 지경에 이른 한은정이 급기야 이준의 멱살을 잡고야 만다.

 “ 야 임마 !!! 하이준 너 도대체 뭐야 ? 너 뭐하는 자식이야 !!! ”





 동시에 만나던 세명의 여자와 졸지에 한자리에 하게 되었으니 웬만큼 노련한 바람둥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적당히 빠져나가거나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으리라. 하물며 오히려 이런 방면에 미숙하고 서툰 이준이 어쩌겠는가. 특히 평상시 성격이 괄괄하고 활달한 편이었던 은정이 자신의 멱살까지 잡으며 따지려들자 이준은 그만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일단 은정의 손부터 뿌리치고 그 자리에서 있는힘껏 달아나고 말았다. 처음엔 그저 어떻게든 이 자리를 모면하고 봐야겠다는 마음에 아무 생각없이 저지른 일이었는데 막상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숨을 돌리고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이제 진짜 큰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일단 정연이든 두희든 은정이든 오늘일 자체에 대한 해명은 이후에라도 할 방법이 막막하다. 게다가 그렇게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맞닥뜨린 자리였으니 그렇게 갑자기 자신이 무책임하게 달아나버린 상황에서 그 황망함과 어이없음때문에라도 그네들끼리 무슨말을 몇마디라도 나누었을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해볼수 있는일 아닌가. 무엇보다 그들끼리 무슨말을 주고받았을지 이준이 알수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없고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 이 문제를 세 사람에게 각기 어떻게 해명을 하고 설명을 해야할지 그 부분이 답을 찾기 쉽지 않아 그저 눈앞이 캄캄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경우에 따라선 자신이 그동안 두희나 은정 앞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일정부분 거짓으로 말했던 것이 들통났을수도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이준 입장에선 아역배우 전력을 숨기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거짓말을 했던것인데, 따라서 적어도 ‘악의적’이거나 누굴 속이거나 사기를 칠 의도로 한 거짓말은 아닌데 그것을 세사람이 모두 오해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그게 진짜 안타깝고 가슴칠 일이었다.

 허나 그보다 더 진짜 큰일은 그날부터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지고 말았다. 그날 하루 불안감과 초조함에 잠을 한숨도 못 자다가 다음날 새벽녘에서야 잠이든 이준인데 그 다음날 오전쯤에 뜻밖의 전화를 한통 받았다. 다름아닌 은정의 전화였지만 이전같은 적극적이고 밝은 목소리가 아닌 뭔가 냉정하게 따지면서 이준에게 엄포를 놓는듯한 그런 말투였다. 일단 할말이 있으니 집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좀 나오라는 대충 그런 의미의 말이었는데 이준이 안 나올경우를 대비해서인지 만약 나오지 않을 경우 극단적 조치도 불사할테니 그리알라는 식의 말도 은정은 서슴치 않았다. 사실 자신의 집 주소 정도는 정연,두희,은정 세 사람에게 만나는 과정에서 다 한번씩 알려준적이 있으니 세사람중 누구든 자기집까지 찾아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은일일 것이다. 여하튼 이준이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 모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게 은정의 말이었는데, 기다리고 있다는 장소에 가보니 웬 봉고차가 한 대 서 있었다. 허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그 문제의 정연,두희 그리고 은정까지 세 사람이 모두 나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연은 이준을 보자 매우 딱하고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 오빠, 어쩌자구 그런 거짓말을 했어요 ? ”

 말하는 것으로 봐선 자신이 사실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지금 연영과에 재학중이며 특히 이종태 피디의 양자로 고아출신이란 것을 정연이 다 말해버렸구나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만 단지 자신이 아역배우였던 과거 그리고 방송,연예가에서 활동할떄 상처가 좀 있어 그 시간을 잊고싶어서 자신의 신분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것이라는 그 진심을 해명할 방법이 없어 그것이 이준으로선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었다. 여하튼 세사람이 만나서 그동안 무슨 대책을 어떻게 의논했는지는 지금 이준이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일단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이준에게 봉고차에 타라는 말을 건넸고 일단 이준은 군소리없이 차에 탔다. 그러고보면 봉고차가 셋중 누군가의 소유인지 아니면 임시로 빌린것인지 그것까지 지금 이준이 확인할 방법은 없고 일단 은정이 운전하고있는 봉고차는 이준과 정연,두희까지 모두 타자 출발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봉고차는 서울 근교의 한 시골마을 빈 창고가 있는곳까지 가서 멈췄다. 무슨 애초에 이런 장소를 미리 봐뒀거나 할리는 없을테니 그런 장소를 찾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는데, 일단 서울을 빠져나오는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있고하니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은 제법 걸렸다. 다만 여기까지 오는데도 이준은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 세사람에게 차마 무슨말을 건넬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은정이야 운전을 하고 있으니 그렇다쳐도 두희나 정연도 이준과 이제 더 이상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차갑고 냉정하게 그를 외면하며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었다. 그리고 창고앞에 도착하자 먼저 세 사람에 차에서 내리고 이준을 내리라고 했다. 이준이 내리자 셋은 그의 멱살을 잡아 이끌 듯이 창고안으로 끌고가 그 한가운데 내동댕이 쳤다.

 “ 하이준, 당신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야 ? ”

 그 불과 이틀사이 세 사람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찌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은정은 마치 이 셋중에 리더라도 된 듯이 행동하고 있었고 그러면서 이준을 어두운 창고 한가운데 내동댕이 치고는 은정에 이어 정연과 두희도 돌아가면서 이준에게 따져들었다.

 “ 오빤 도대체...오빠 왜 그랬어요 ? 어쩌자구 이런 엄청난짓을 ? ”

 “ 뭐라구요 ? 운동하는 여자에 관심이 많았어요 ? 그런 여자와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었고 후회없는 뭘 하고 싶었다구요 ? ”

 정연과 두희까지 돌아가면서 이런식으로 따지는데 다른건 몰라도 이준이 운동하는 여성이라든가 다소 선머슴 같은 스타일의 그런 여자를 좋아했던것만은 사실이고 진실인데 이제 그것마저도 해명할 방법이 없으니 이준은 더더욱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그렇다고 지금 그런 문제들을 이들 셋 앞에서 일일이 설명하기도 그렇고 그런 이준을 은정,정연,두희 이들 세 사람은 번갈아가면서 발길로 걷어찼다. 여자의 발길질이 이렇게까지 매서울줄은 오늘 그야말로 처음 경험해보는 것 같은데, 셋중에 사실상 리더역할을 하고있는중인 은정은 일단 두 사람을 진정시킨뒤 창고안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마침 저만치 무슨 가마니나 멍석 비슷한게 하나 있긴 했는데 그것을 은정이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준을 둘둘 말았다. 의아하게 보는 이준에게 은정은 이렇게 말했다.

 “ 우리가 당신같은 천하 바람둥이 난봉꾼을 어떻게 응징하면 좋을지 밤새 고민하고

  궁리했어. 그러다 이 방법을 택한거니 그렇게 알고 그동안 우리를 농락한 죄 지금

  이 자리에서 실컷 받아. 알겠어 ? ”

 “ 아...아니 저... ”

 농락이니 난봉꾼이니 이런말까지 나오자 이준은 진심 억울하다는 듯 뭔가 항변이라도 하고픈 심정이 되었으나 지금 세 사람이 그런말을 들어줄 상황은 전혀 되지 못했고, 은정은 어디선가 나무몽둥이 세 개를 구해 그중 두 개는 정연과 두희에게 건네주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쳐들었다. 그리고 이준을 보며 이와같이 외쳤다.

 “ 하이준. 이 천하의 쓰레기같은 바람둥이 난봉꾼자식아 !!! 니가 그동안 우리한테

  한 짓 아주 그대로 한번 되갚아주마 !!! 아주 확실하게 작살을 내줄테니 그렇게나

  알아. ”

 그러고는 사실상의 멍석말이 상태가 된 이준을 나무몽둥이로 한참을 두드려팼다. 이준은 찢어져라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고 정연과 두희와 은정은 자신들의 분이 풀릴때까지 이준을 마구 몽둥이로 두들겨팬뒤 한참뒤에야 속이 풀리는지 서로 쾌재를 부르며 유유히 창고에서 나갔다. 이준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세 사람은 그때 이미 봉고차를 타고 저만치 사라져버린 뒤다.



-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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