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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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정화 (5)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1년정도의 시간이 더 지났다. 이준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한편 ‘김이장네 일기’ 아역과 심야 라디오프로 보조진행은 계속 하고 있었다. 한편 이준보다 두 살위인 주연의 경우엔 현재 고3인데 그녀가 수년간 출연해온 청소년 드라마가 최근 종영을 해서 연기활동은 잠시 접고 간간이 광고촬영이나 인터뷰 정도에만 응하며 대학입시에 전념하고 있었다. 한편 주희는 이제 고등학교까지 졸업해서 이제 ‘여고생 가수’란 타이틀은 떼고 당당한 성인가수로 한참 활동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너무나 뜻밖의 청천벽력같은 일이 하나 벌어졌다. 이준은 그 사건을 방송국 피디이기도 한 아버지 이종태의 전화를 받고 알수가 있었다. 이준은 그날 마침 방송스케줄이 없는날이라 집에 있었는데 아직 이른 오후시간에 종태가 갑자기 전화를 한 것이다.

 “ 이준아, 너 혹시 소식 들었니 ? ”

 “ 네 ? 무슨일인데요 아버지 ? ”

 평상시의 이종태 답지않은 호들갑스러운 목소리에 이준도 적잖이 놀라긴 했는데 그 뒤를 이어 종태가 전해주는 소식은 정말 엄청난것이었다. 종태는 흥분조로 말을 이어갔다.

 “ 주희가...하주희가 도미를 했다. 즉, 미국으로 달아났다는 말이다. 그것도 무려 열

  다섯살이나 위인 유부남과 함께. ”

 “ 네 ? 뭐라구요 ? ”

 이게 대체 무슨소리인가. 이준은 너무 놀라운 소식에 처음엔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한참 활동의 절정을 이루고 있는 그 하주희가 그것도 열다섯살 많은 유부남과 갑자기 미국으로 달아나다니. 평상시 이준이 지켜봤던 주희의 한없이 순수해보이고 세상물정 모르는 마냥 순진한 여자로 보이던 그 이미지와는 너무 딴판인 이야기라 이준은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종태의 설명이 좀 더 덧붙여졌다.

 “ 지금 스포츠신문 여기저기엔 계속 속보기사로 올라오고 난리더구나. 나도 처음엔

  오보인가 싶어 주위에 상황파악을 해보긴 했는데 일단 하주희 걔가 현재 지금 대

  한민국내에 없는것만은 확실한가보구나. 주희가 소속된 기획사고 가족이고 모두 일

  절 연락이 안 되는 상태야. 확실하게 잠적하거나 어디론가 달아난것만은 분명해. ”

 물론 이때는 아직 80년대 후반이니 인터넷은 없던 시절이고 스포츠,연예신문이 몇종 있던 시절인데 간간이 오후에 발행되는 판예 스포츠나 연예계 관련 속보성 기사가 대서특필되는 일이 있었다. 바로 그 하주희의 갑작스런 도미(渡美). 그것도 혼자가 아닌 열다섯살 연상의 남자와 미국으로 가버렸다는 속보가 스포츠,연예신문 톱기사로 대서특필되는 중이었던 것이다. 파문은 생각보다 컸다. 사실 한참 절정으로 활동하던 10대 후반의 젊은 여가수가 그것도 지금까지 전혀 그런 조짐이나 낌새가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열다섯살 연상의 유부남(또는 이혼남 ?)과 외국으로 달아났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스포츠신문뿐만 아니라 웬만한 방송국의 연예정보프로그램 그리고 연예계 관련 잡지들도 너도나도 앞다투어 톱기사로 이 일을 다루고 있었다. (* 굳이 요즘에 비유하자면 에이핑크나 아이즈원쯤 되는 걸그룹 리더가 어느날 갑자기 십여살 연상의 이혼남이나 유부남과 외국으로 달아난것과 마찬가지다.)

 이종태는 집에서 관련 기사 몇몇을 모아 스크랩까지 하며 꼼꼼이 살펴보고 있었다. 물론 이종태야 드라마 피디니만큼 하주희 도미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영향이 미칠일은 없지만 그래도 사건 자체가 방송,연예계 관계자들 조차도 도무지 예상하지 못하고 상상조차 못했던 너무나 엄청난 일이라 그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것을 진실인지 아니면 가식이었는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하주희가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 그 자체는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여고생’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 나이어린 순진한 아이가 갑자기 이런일을 벌였다는 것. 평상시 직,간접적으로라도 주희와 인연이 있던 방송관계자들도 그 충격의 강도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준은 말없이 하주희 관련 기사를 스크랩까지 해서 꼼꼼이 살펴보고 있는 종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이준도 주희와 평상시 어느정도 누나-동생 하면서 가까이 지내는 사이라는 것은 이종태도 알고 있었고, - 다만 ‘의남매 언약식’까지 치른 사실만 모를뿐 – 그래서 이 사건을 접하는 이준의 충격도 적지 않았을것이란 생각과 우려 정도는 하고 있었는데, 일단 사건 자체가 너무 엄청난일이라 종태도 이준도 할말을 잃은 상태에서 한참만에 이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아버지... ”

 “ 왜 ? ”

 무슨 할말이라도 있냐는듯한 눈빛으로 종태가 이준을 바라보는데 그런 종태를 바라보며 이준의 말이 이어진다.

 “ 주희누나도...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

 “ 힘들다고 다 이런일을 벌이냐 ? 허허 그것 참... ”

 무엇보다 방송사 피디로 십수년째 재직해오고 있는 이종태 피디가 아니던가. 그러니 나름 이 바닥에서 산전수전 거칠만큼 거쳐봤고 이 바닥의 생리라던가 속성도 알만큼은 알 사람인데 그 이종태조차도 충격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였고, 그런 종태를 바라보며 이준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전 솔직히 참 이해가 안가는게요... ”

 “ 뭐가 ? ”

 “ 사람들은 왜 그렇게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것일까요 ? 그...주희누나와 관련되

  어 떠돌던 소문들 있잖아요. ”

 하주희-하주연-하이준 ‘3남매설’ 소문은 벌써 한 1년여전에 떠돌던 소문이기도 했고, 따지고보면 이준도 그 소문의 피해자인셈 아니던가. 헌데 그 3남매설 소문은 어느덧 잦아지고 있을때쯤 또다른 하주희와 관련된 이상한 소문이 방송가에 돈적이 있었다. 그것은 주희가 사실은 정신에 약간 문제가 있는 여자며 방송활동 특히 공연이나 녹화중 종종 오줌을 싼다는 소문이었다. 그 소문은 진원지가 어디인지는 알수없지만 처음엔 ‘카더라’처럼 시작된 소문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었다. 심지어 그 내용중엔 구체적으로 날짜라던가 공연장소나 방송 프로그램까지 언급되며 바로 그 공연이나 녹화중 주희가 갑자기 오줌을 싸 녹화 또는 공연이 중단되었다는식의 소문인데 사실 방송,연예가의 프로그램 제작과정이나 실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해괴한 소문이었다. 다만 그 소문 자체가 너무 오래 끈질기게도 돌았고 심지어 그 내용까지 구체화되기도 해서 하이준조차도 행여 그 소문이 사실일수도 있겠다 싶어 양아버지이기도 한 이종태 피디에게 하루는 진지하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 아버지...근데 그...주희누나가 녹화중에 그랬다는 이야기 정말 사실인거에요 ?

 ”

 “ 넌 그런 말도 안되는 소문을 믿냐 ? 만약 정말 그런일이 있거나 하주희란 아이가

  그만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모자란 여자애였다면 방송가에서도 조치를 취해

  도 진작에 취했지. 저렇게 멀쩡히 계속 활동하며 돌아다닐수 있겠어 ? - 하다못해

  당분간 ‘방송출연정지’ 조치를 취할수도 있는일이고 – 참 나...도대체가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문이 다 있는지 몰라. ”

 사실 연예인이든 유명인사나 정치인이든 이런저런 헛소문은 늘상 돌아다니는것이긴 하지만 하주희와 관련된 루머는 그런 흔히보는 방송,연예계 루머와 성격이 다른면이 분명 있었다. 우선 첫째로 의외로 소문내용이 구체적이고 둘째로는 소문 자체가 평상시 방송에서 보여주는 하주희의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되는것들이라 얼른 믿어지기가 힘든 그런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준은 그런 소문이 퍼지는것에 대해 이런 의혹을 품기도 했다.

 “ 혹시 누가 일부러 주희누나를 음해하기 위해서 그런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아닐

  까요 ? 가령 일부러 주희누나 이미지에 타격을 주려 한다던가... ”

 허나 그런식의 소문은 그와같은 의혹제기를 충분히 할법한 그런 성질의 것이긴 했지만 이번 주희의 갑작스러운 유부남과의 도미사건은 그런 소문들 마저도 무색케 할만큼 방송가 전체에 초대형 충격을 주게 하고도 남은 그런 사건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 하주희란 아이 정확한 실체가 대체 무엇인가. 평소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그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봤을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 없을만큼 한참 그런 소문이 돌아다녀 설왕설래가 오가던 와중에 이번엔 아예 하주희가 연예계에 그런 핵폭탄 하나를 떨어뜨리고 가버린 그런 모양새가 되었다.





 여고생 출신 톱가수 하주희의 갑작스러운 도미사태로 한국에선 연예계가 발칵 뒤집어졌을 때, 정작 주희는 미국에서 한인타운에서도 거리가 제법 떨어진 한적한곳의 한 호텔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주희가 함께 미국으로 떠난 상대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것처럼 그녀보다 열다섯살이나 많은 그리고 밤무대 연주자 출신의 남자가 맞았다. 주희는 자신이 단골로 출연하는 밤무대 업소에서 그 연주자와 언젠가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던 셈인데, 다만 그의 신분이 유부남인지 이혼남인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 만 19세인 그리고 청순하고 순박해보이는 이미지로 수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당대의 톱가수가 열다섯살이나 많은 무명의 밤무대 연주자와 그런 사이가 되어 미국으로 떠났다는 것은 수많은 세인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주고도 남을 그런 사태였던 것은 분명하다. 허나 국내에선 지금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주희는 그렇게 떠나온 미국의 모처에서 바로 그런 열다섯살 연상의 연인 오태경과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아저씨... ”

 한인타운에서도 거리가 제법 떨어진곳을 자신들이 임시로 머무를 장소로 정한 것을 보면 특히 주희의 경우 가급적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만한 그런곳을 도피처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태경의 경우엔 열악한 환경의 밤무대 업소출신 인사가 분명하지만 그래도 미국에 대해선 나름 아는 정보나 인맥이 좀 있었는지 이렇게 한인타운에서도 한참 떨어진곳에 도피처를 정하는게 가능했던 것이다. 일단 이곳은 호텔이니만큼 오래 머무를수는 없고 조만간 두 사람의 거처를 다시 정하긴 해야할텐데 여하튼 지금은 세상 모든 근심,시름을 잊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심정일터. 태경의 품에 안겨 주희가 차분하게 자신의 심경을 고백한다.

 “ 저 진짜...많이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

 “ ...... ”

 “ 막상 연예계에 들어와 그렇게 가수로 활동하다보니...정말 그전까지는 몰랐던 너

  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

 주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여고생의 신분으로 갑자기 가수로 데뷔했다가 처음 한동안은 아무것도 모르는채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른 자신으로 인해 뭐가뭔지 모를만큼 붕 뜬 기분이었다가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방송,연예가의 현실을 알게되면서 많은 것이 두렵고 힘들었던 것이 분명해보인다. 무엇보다 그런 와중에 자신과 관련한 어처구니없는 소문까지 나돌게되고, 그런 가운데 어쩌면 자신만의 의지처를 하나 찾고 싶은차에 만난 사람이 열다섯살 연상의 밤무대 연주자 오태경이라고나 할까. 비록 신분상으로는 톱가수인 자신에 비해 그야말로 비교조차 안되는 하찮은 무명의 밤무대 연주자이긴 하지만, 나이는 자신보다 열다섯살이나 많아 나름 세상물정도 알고 마음도 넓고 따뜻한 그런 태경의 마음씀에 이끌려 이런 사이로 발전한 듯 하다. 무엇보다 주희로선 자신을 지켜주거나 보호해줄만한 그런 의지처가 필요하고 절실했던터에 그런 상황에서 택한 남자가 오태경인것만은 분명한 듯. 주희의 말이 차분하게 좀 더 이어진다.

 “ 무엇보다 저 한동안은 진짜 하루 스케줄이 어떨때는 열건도 넘을때가 있고 그렇게

  새벽부터 다음날 자정을 넘기는 시간까지 숨쉴틈도 없이 쏟아지는 스케줄 때문에

  진짜 정신없는 시간을 보넀었어요. 진짜 톱가수가 되고 한 1년여 정도의 시간은요

  . ”

 “ ...... ”

 “ 헌데 그러다 문득 어느날 저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느낀 것은

  뭐랄까...제가 어떤 외딴섬에 혼자 떨어져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 ”

 “ 그건 또 무슨말이지 ? ”

 “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 진짜 처음에 여고생 가수라고 한동안 붕 떠서 이 스케줄

  저 스케줄 정신없이 돌아다닐떄는...진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방송이다 녹화다

  인터뷰다 뭐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돌아다녔고...그러다보니 그러면서 연예계 생활

  에만 전념하다보니 가족들은 물론 평상시 어울리던 친구들과도 제대로 연락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처지가 되었고 – 숙소야 가수로 데뷔하고 나서는 기획사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혼자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족들하고도 떨어져 살았고요.

  - 뭐 저야 원래 열악한 환경에서 형제도 많고한 그런 분위기가 싫어서 중학교때

  부터 일부러라도 밖으로 나돌고 한 그런 아이기도 했지만요. ”

 “ 그랬는데 ? ”

 “ 그러다 하루는 제 스케줄을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제가 참 주책맞

  게도 너무 많은 방송이다 인터뷰다 그야말로 물불 안가리고 막 출연했구나 그 생

  각이 들더라구요. 뭐 가요나 음악관련 프로까진 그렇다치더라도 퀴즈프로나 코미

  디 프로 심지어 어떨땐 드라마 까메오 출연...보니까 심지어 제가 뉴스프로에까지

  출연한적도 있더라구요. - 그건 뭐 요즘 한창 뜨는 화제의 여고생가수 그런식의

  인터뷰 코너에 출연하게 된것이긴 하지만요. - 그러니 이렇게 갈데 안갈데 가리지

  않고 아무데나 막 출연하는 저를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

  요. 제가 한동안 너무 이런프로 저런프로 무분별하게 막 출연했던건 웬만해선 남

  부탁...특히 어른들 부탁은 거절 못하는 그런 제 성격탓이기도 했지만요. - 솔직히

  처음에 연예계 들어와서 한동안은 그냥 그래야 하는건줄 알았어요. 어른들 부탁이

  니 이런데 나가야한다. 위에서 시키는거니 이런거 해야한다. 그러면 딱 잘라 거절

  도 못하고...그러다보니 심지어 나중엔 드라마에 뉴스,다큐프로에까지 출연하는 그

  런 지경에 이르렀던건데... ”

 오태경이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는 일이라서였는지 그도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태경도 당연히 하주희가 지난 3년동안 한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던 톱가수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주희가 그렇게까지 오만 프로 안 가리고 마구잡이로 출연한 그 정도였는지까진 태경도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여하튼 그런 하주희가 어느날 갑지기 벌인 그저 단순한 충동적인 일탈이라고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엄청난 도피행각으로 이 먼 미국땅까지 와 있는 지금. 솔직히 오태경이 생각해도 지금 하주희가 자신의 여자가 되어있는 현실이 쉬이 실감이 안 날것 같긴 한데, 그런 태경을 바라보면서 주희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러다보니...제가 참 외로운 처지에 있구나 그 생각이 들더라구요. 처음 연예계

  데뷔하고 한 1년여 동안은 정말 붕뜨고 들떠서 뭐가뭔지 모르는채 마구잡이로 아무

  데나 출연하고 그랬던 시간인데 그러다 한 1년반쯤 지났을 무렵부터 내가 지금 대

  체 뭘 하고 있는건가. 그리고 이러고 있는 나는 대체 누구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

  는건가 그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한마디로 연예계 데뷔하고 한 3년의

  시간 그중 앞서 절반은 뭐가뭔지 모르는채 그냥 붕 들떠있던 시간이었다면 뒤

  의 1년반은 회의감과 후회가 거듭되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

 “ 주희에게 그런 고민이 있었구먼 그래. ”

 “ 거기에다 연예계란게...알면 알수록 참 요물같은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막상 그렇게 여고생 가수로 활동하면서 주위에 마음하나 터놓고 고민

  을 토로할수 있는 그런 친구나 동료 하나 없는 제 처지가 많이 힘들고 외로왔어

  요. 그게 사실 절 진짜 힘들게 만들었던 부분이고요. ”

 “ ...... ”

 “ 물론 연예계 활동하면서 그렇게 알게된 연예계 동료들은 많지만 다 각자 저마다

  의 위치에서 자기 생각만 할뿐 진짜 마음을 나눌만한 그런 친구나 동료는 쉽게 찾

  아보기 어렵더라구요. 그래서...그러다보니 어느순간부터... ”

 갑자기 북받치는 그 어떤 감정같은게 있어서일까. 주희는 ‘흑~!’ 하고 흐느끼기까지 하는데 태경이 그런 주희를 안아주며 달래주는 가운데 주희의 고백은 좀 더 이어진다.

 “ 그래서...차라리 절 진정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그런 사람이 만약 있다면 그 사

  람과 함께 어느날 갑자기 훌쩍 떠나보리고 싶다. 그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아저씨

  를 택한거에요. ”

 연예계 활동이 막상 그렇게 어느날 갑자기 톱가수로 올랐으나 그와함께 밀려들었던 회의감과 두려움. 하지만 막상 자신 혼자 외톨이가 되어 있는것만 같은 기분으로 인해 느낀 외로움. 그래서 바로 그런 상황에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주희. 차라리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누군가만 있다면 그런 사람과 함께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주희는 언제부터인가 했던 것이다. 그 주희가 지금 방송가를 온통 발칵 뒤집어지게 만들고는 미국의 한 한적한 모처에 열다섯살이나 많은 연인이자 무명의 밤무대 연주자출신이기도 한 오태경과 함께 있는 것이다. 그 동안의 힘들었던점이 한꺼번에 북받쳐올라 울음까지 터트렸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줄것만 같은 그런 열다섯살 연상의 아저씨 품에 있으니 그간의 모든 시름과 근심이 한꺼번에 말끔히 씻겨져 가는것만 같은 그런 정화의 감정을 느끼면서까지. 주희는 지금 눈을 지그시 감은채 오태경의 품에 안겨있다.

 


 한편 주희의 갑작스러운 도미로 인해 받은 충격에서 이준은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준과 주희의 인연은 그가 출연하는 농촌드라마에 주희가 실제 자신의 현재상황과 맞아떨어지는 ‘톱스타 여고생 가수’ 역으로 깜짝 출연하고 그때의 인연으로 다소 친한 사이가 되었던것인데 그러다 한때 ‘3남매설’ 루머가 돌았을 때 주희는 아예 그 소문의 당사자들을 직접 콘도로 불러들여 ‘의남매’를 맺자며 언약식까지 치르는 소동을 벌였지만 솔직히 이준은 주희를 그저 연예계 활동 하면서 알고 지내는 ‘조금 친한 누나’ 그 이상으로까지 생각한적은 없었다. 헌데 그런 주희가 막상 그렇게 너무나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도피행각을 벌이자 그로인한 이준의 정신적 충격과 혼란스러움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이준은 자신보다 세 살많은 주희를 그저 ‘마음씨좋은 착한 누나’ 그 이상으로 생각해본적은 없었는데, 따라서 지금 이준이 하주희 사건으로 인해 받은 충격은 그녀에게 다른 어떤 남다른 감정이 있었기에 받은 충격이었다기 보단 그녀의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인 도피행각과 무엇보다 그 상대남이 지금까지 주희가 보여온 마냥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와는 너무나 딴판인 그런것이었기에 받은 그런 성격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런 충격은 비단 이준뿐만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주희에게 일정부분 호감을 느끼고 있던 팬이나 방송관계자라면 누구나 느꼈을법한 그 정도 성격의 충격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이 받은 충격의 정도가 남달랐던 것은 이준 역시 생각보다 성격이 약하고 여렸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긴 이준이 처음에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할 때 오히려 방송사 피디이기도 한 양아버지 이종태가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던 그런 이준이 아니던가. 이준은 그때 연예인이 되고싶은 동기에 대해 ‘고아로 지금까지 힘들고 외롭게 자랐고, 그래서 앞으로는 좀 남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이유라고 말했지만 연예계의 생리와 속성을 어느정도 아는 이종태 피디의 입장에선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이준을 그만큼 걱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여하튼 하주희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쉬이 가시지 않는지 때론 멍하니 혼자 창밖을 바라보며 있던가 하는식의 이상행동을 보이던 이준을 걱정되는지 결국 양아버지 이종태가 불렀다.

 “ 야, 이녀석아. ”

 잠시 이야기나 좀 해야겠다는 듯 종태가 걱정스러운 감정을 담아 이준을 불렀다. 이준은 일단 군소리없이 종태앞으로 가서 앉기는 했지만 종태는 일단 그런 이준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너 이녀석 요즘 무슨 고민있냐 ? 아니면 어디 아픈거야 ? ”

 “ 아뇨...그런건 아닌데요. ”

 “ 아닌데 왜 요즘은 그렇게 멍하니 혼자 창밖만 바라보며 그러고있어 ? 그러고보니

  너 요즘 ‘깊은밤의 노래소리’ 쪽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으니 거기서도 분위기가 예

  전같지 않다고들 하던데... ”

 ‘깊은밤의 노랫소리’는 다름아닌 이준이 보조진행자로 출연하고 있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해당 방송사의 꽤 오래된 장수프로그램이기도 한 이 프로그램은 한 수년전부터 30대 중반의 노총각 가수가 DJ를 맡아 진행해오고 있었고 그 프로를 대략 1년전부터 이준도 청소년의 사연을 읽는 코너라던가 ‘삼촌과 조카사이’라는 꽁트에 보조진행으로 출연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그 라디오 프로 관계자들 조차도 ‘이준이가 요즘 이상해졌다’는 소리를 입에 담을 정도라면 하이준이 확실히 요즘 하주희 사태로 인해 받은 충격에서 쉬이 벗어나고 있지 않은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다만 이종태 앞에서 그 솔직한 속내를 말하기가 난감해서인지 이준은 쉬이 말을 꺼내지못하고 있다.

 “ 그러지말고 고민이 있으면 애비앞에서 이야기를 해봐 이녀석아. 대체 요즘 왜

  그러는건데 ? ”

 “ 그...그냥 좀 많이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래요. 별일 아니에요. ”

 허나 그런식으로 얼버무리는 이준의 모습을 보니 종태는 더더욱 걱정이 된다. 애초에 이준이 연예계에 데뷔하는 것을 반대했으며 불과 얼마전까지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연예계 활동은 접고 공부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면 어떻겠느냐는 충고를 하기도 하던 이종태 아닌가. 그러니 그런 종태가 지금 힘들어하는 이준의 속내를 알면 다시 그런쪽으로 설득이라도 하려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일까. 아니면 하주희 누나에게 품었던 약간 야릇한 감정을 남들에게 특히 이종태 피디에게는 더더욱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일까. 이종태 앞에서조차 ‘별일 아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던 하이준은 그러다 얼마후 하주연을 만났다. 하주연은 바로 다름아닌 3남매설 루머에 시달렸던 또다른 당사자가 아닌가. 따라서 의남매든 3남매든 일단 그런식으로라면 3남매중 중간격이 되는 그 하주연. 하지만 주연을 만났을 때 그녀는 다소 뜻밖의 반응을 내비쳤다.

 “ 하이준...나 솔직히 이제와서 하는말이지만... ”

 “ ...... ”

 “ 나 그때 주희언니가 그런 제안을 했을 때 별로였어. 좀 유별나보이기도 했고... ”

 사실 이준 입장에서 주연의 이와같은 말은 다소 뜻밖이었다. 사실 실제 그날 두 사람을 불러 ‘언약식’을 맺자고 했을 때 당혹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였던 것은 주연보다는 오히려 이준쪽이었다. 그도 그렇거니와 주희와 주연이 평소 언니-동생 하며 그런대로 절친하게 지냈던 것은 이준도 종종 목격해왔던 터였고 그래서 이준은 적어도 주희와 주연은 의남매를 맺자 어쩌자 하던 주희의 제안을 다소 불편하게 여겼던 자신과는 달리 꽤 깊은 친분이 있을것이라 막연히 짐작했는데, 막상 이렇게 나오는 주연의 반응은 너무 뜻밖이 아닌가.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그냥 뭐...연예계 활동 하면서 좀 친하게 지내는 아는 언니-동생 그렇게 지내면

  되는거지...무슨 의남매는 뭐고...의자매는 또 뭐야. 나 원래 그렇게 유난떠는거 별

  로야. ”

 사실 외동딸이기도 했던 주연은 오히려 어릴때는 주위 학교친구들중 언니나 동생이 있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허나 그것은 어릴 때 잠시 일시적으로 느꼈던 시샘의 감정일뿐. 이렇게 어느정도 자라고 또 연예계 활동하면서 바삐 지내고 이런저런 사람 만나고보니 굳이 무슨 언니가 있고 동생이 있고 그런걸 남달리 부러워하거나 그런 감정은 자연스레 잊혀졌던 셈인데, 그 주연은 여하튼 이제와서 그때 그 ‘의남매 언약식’ 별로였다는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물론 뭐...주희언니도 나름 힘든일이 많았겠지. 내면의 말못할 고민 같은게 있었을

  수도 있고...하지만 어차피 이 바닥에 들어오기로 한 이상...그걸 스스로 알아서 헤

  쳐나갈 생각을 해야지...뭘 그렇게...그런식으로 따지면 이바닥에 있는 사람 누군들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지 않은사람 있는줄 알아 ? 알고보면 다 거기서 거기야

  ? ”

 “ 하지만 누나... ”

 만약 주희가 주희의 지금 이러는말을 들으면 또 얼마나 실망하고 상처받을까 그 생각까지 들 지경인데, 그래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주연을 불러보는 이준이기도 하지만 주연은 더더욱 냉소적인 말투가 되어 이준을 바라본다.

 “ 왜 ? 넌 뭐 그럼...그때 그 유치한 의남매 언약식...정말 지키고 싶다는 그런 생각

  이라도 했던거야 ? ”

 “ 아...아뇨 뭐...그런건 아니지만... ”

 실제 애초에 의남매 언약식을 주연보다도 더 부담스러워한 것은 이준이었다. - 이쯤되고보면 주희가 한때는 그렇게 무슨 의남매를 맺자 어쩌자 하더니 그런 두 사람조차 믿을수가 없었던것인지 이제와선 오히려 열다섯살 많은 무명의 밤무대 가수를 의지처로 삼아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갈것같기도 하다. - 허나 아무리 그래도 이준은 막상 주희가 이렇게 되자 그 안타까운 마음이 진심으로 일어나는 중인데 주연은 오히려 주희에 대해선 더더욱 부정적인 의견만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주연의 말은 좀 더 계속된다.

 “ 그땐 솔직히...저 언니도 많이 힘들었나보구나. 그 마음 어느정도 이해해줘야겠

  다는 생각에 받아준거지만...솔직히 그때 나 그거 진짜 이해도 안갔고 지금 그런

  이상한 도피행각도 난 별로야. 아닌말로...누가 주위에서 ‘넌 꼭 가수해야한다’ 이

  렇게 시키기라도 헀니 ? 솔직히 우리같은 직업은 무슨 의사나 법조인처럼 주위에

  서 (반드시 출세하라는 의미로) 넌 꼭 이걸 해야한다, 넌 이길을 꼭 가야한다. 그

  런식으로 강요하는 그런길도 아니잖아. 대개는 스스로 자의에 의해 자기선택으로

  하는일인데...그럼 자기가 선택한 길이면 그 책임도 자신이 그만큼 져야하는거지.

  이제와서 그렇게 힘들고 어렵다고...그런식으로 포기하고 가버리는거 나 별로야.

  무슨말인지 알겠지 ? ”

 “ 누나... ”

 “ 후...어쨌든 나 하주희 그 언니에 대해선 웬만해선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

  다. 그냥 잊어버리고 싶으니까 앞으로 웬만하면 그 언니 이야긴 내 앞에서 하지

  말아줘. ”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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