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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정화 (2)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작가로부터 대충 들은 자초지종은 이와 같았다. ‘김이장네 일기’는 원래 모 방송사에서 80년대에 접어들면서 방송사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새롭게 기획한 ‘농촌드라마’였다. 그 드라마가 주간극으로 방영된지가 어느덧 3-4년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이촌향도가 보편적이던 시절이라서인지 특히 도시 직장인,서민들에게도 두고온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던 그런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원래 스토리의 중심축이 시골 동네이장인 ‘김이장네’ 자녀 6남매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이어져내려왔는데, 지금까지 극의 중심 스토리를 이루던 딸 두명과 아들 한명등이 최근 극중에서 결혼,다른지역 이주등의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극에서 빠지게 되었다. 헌데 여섯명의 자녀중 사실상 절반이 빠져나가게 되었으니 드라마 자체가 변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던 시점. 그래서 제작진도 대폭 교체하고 그 과정에서 극중 주요 등장인물 구성원도 몇몇 교체하기로 했는데, 그 상황에서 김이장네에 막내로 업둥이가 한명 들어오는 것을 설정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김이장네 막내로 업둥이인 ‘아역’을 한명 등장시키겠다는게 제작진의 의도였다. 사실 드라마에 아역이 있어야 그래도 극에 활기가 돌고 재미도 한층 더해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는데 용이하다는 이야기는 이때도 있었다. 다만 극중 김이장 내외가 이미 자녀들 대다수가 시집,장가 갈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와서 막내를 본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가는 설정이라 ‘업둥이’로 설정을 바꾼 것이다. - 허나 업둥이가 되었든 늦둥이가 되었든 이 시절은 지금처럼 극중 등장인물 나이라던가 실제 배우 연령대 같은 것을 치밀하게 신경쓰지 않던 시절이다. (심지어 비슷한 연배의 배우가 모자간이나 고부간을 맡는 경우도 종종 있던 시절이니...)

 어쨌든 바로 그렇게 캐스팅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김이장네 일기’에 새로 투입된 작가가 이종태 피디와 함께 얼마전 산재근로소년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집필했던 작가였는데, 그 작가가 새로 투입할 아역배우로 하이준을 추천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종태에게도 그 뜻을 전하고자 전화를 했던 것이다. 허나 애초부터 이종태는 이준을 입양을 고려했던것이지 연기나 연예인을 시키려 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 다른 드라마에 또 출연한다는것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헌데 한두번정도 ‘안된다’고 하면 그 정도에서 물러날줄 알았던 작가는 오히려 연거푸 전화를 해 이종태를 설득하려 드는 것이다.

 “ 아니, O선생님 도대체 자꾸 왜 이러세요 ? 그리고 이준이는 이제 공부 해야죠.

  무엇보다 이제 조금있으면 중학생도 되는 아인데... ”

 “ 허허...자네야말로 이러는게 뜻밖이구먼. 원래 애초에 이준이를 드라마에 캐스팅

  했던 것은 자네 아닌가. ”

 한마디로 상황이 역전된것이라고 봐야하는것일까. 애초에 이종태는 자신이 맡기로 한 단막극 주인공 캐스팅이 난항에 부딪히자 궁여지책으로 하는수없이 이준이라도 출연시켜보려 했던것인데, 그때는 ‘장난하냐 ?’며 펄쩍 뛰었던게 작가였다. 헌데 이젠 오히려 그때 부정적이었던 작가가 이준에게 제대로 꽂히기라도 했는지 거듭 ‘하이준 아니면 안된다’는 말까지 입에 담으며 이준의 캐스팅에 대한 의욕을 강렬히 내비쳤다. 결국 종태는 점점 난감한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와같은 작가와의 논쟁 전화가 몇차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결국 하이준이 이 일을 알아버린 것이다.

 “ 아빠, 무슨일이에요 ?

 이제 어느덧 익숙하게 종태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는 이준이기도 한데, 처음 이준이 궁금해서 물어봤을 때 종태는 ‘그냥 방송일로 관계자와 언쟁을 좀 벌인것뿐’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허나 이준이 무슨 서너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니고 종태 말마따나 1년후면 중학생이 되는 몸이기도 한 소년. 얼핏얼핏 엿들였던 종태의 언쟁 전화를 통해 이미 대충 상황을 파악한 듯 했다. 그래서 대뜸 종태에게 이렇게 말했다.

 “ 아빠, 저 그 역할 하고싶어요, ”

 종태는 이준이 연기를 또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것보다 그때 보인 번득이는 눈빛과 말투에 더 놀랐다. 종태가 이준을 양자로 삼은지 어느덧 서너달, 단막극에 캐스팅을 했던 것은 대략 반년전 그리고 고아원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준을 눈여겨본 시간까지 합하면 그래도 한 3-4년 정도의 시간이 아닌가. 다만 그래도 이준을 좀 더 오랜시간 가까이서 지켜볼수 있었던 시간은 불과 한 반년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7개월여동안 이준의 눈빛이 이렇게까지 빛나면서 강렬한 의욕을 보이는 말투를 들어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원래 애초에 이준은 고아원에서 말수도 적고 분위기도 어두운 아이로 소문이 난 아이였고, 실제 종태가 이준을 입양하고나서 지난 몇 달동안도 이준은 별다른 말이 없이 조용하고 차분하고 얌전하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아이였다. 다만 성격이 너무 내성적인 것 아닌가 그 점은 종태도 좀 우려를 하던 중이긴 했는데, 다만 아직 어린아이니 고아원 관계자 말마따나 ‘좀 커지면 나아지겠지’ 그 정도로만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헌데 그 웬만하면 말이 없고 자기 생각도 별로 내비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던 그 아이가 그것도 한 두어번쯤 엿들은 것 같은 그 대화내용을 듣고는 이렇게 번득이는 눈빛과 강렬한 욕망이 보이는 말투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아빠 저 그 역할 하고싶다’고.

 “ 이...이준아... ”

 이준이 이런식으로 나올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기에 종태는 더욱 당황했고, 일단 우려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정신이 아찔하고 혼미해진다는게 어떤것인지 인생 40년을 살아보면서 지금처럼 제대로 실감해본적도 없는것만 같다.

 “ 너...설마...연기를 하고 싶은거냐. ”

 “ 아빠, 저 이미 연기경력 있잖아요. 그리고 저 캐스팅하고 싶어서 작가선생님께서

  전화하신거잖아요. 그러니 저 시켜주세요. 저 잘할자신 있어요 !!! ”

 ‘얘가...얘가...’ 그 말수도 적고 온순해 보이기만 하던 애가 그것도 ‘연기를 하고싶다’는 열망을 강렬히 내비친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도대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것이라곤 짐작조차 할수 없었는데, 그런 아이가 이런말을 하다니. 물론 이종태도 드라마 피디로 방송가에 몸담고 있는 몸이지만 나이 서른아홉에 말년의 적적함도 좀 해소하고 나름 사회에 기여도 하고싶어 어려서 부모잃은 아이 하나 입양해 키우자는 생각으로 데려온 그 준이...아니 하이준이 이렇게 나오니 종태의 심경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생각해보니 애초에 이준이 고아원 행사에서 연극을 하게 된것도 고아원 관계자들은 준이의 성격이 워낙 그렇다보니 배역을 맡길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다른 친구들이나 곁에서 좀 도와주는 잔심부름 정도만 맡기려 하다 갑자기 배역맡은 아이가 감기를 앓아서 대타로 투입했던것이라지 않는가. 그럴 정도로 도대체 주위에서 늘 아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조차도 ‘연기’쪽에 뜻이 있는지 생각조차 할수 없었던 그 하이준이 이렇게 방송사 현역피디이기도 한 이종태 앞에선 ‘연기에 뜻이 있음’을 강렬히 내배치고 있으니 종태는 그저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이준아,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할까. ”

 결국 종태는 정색을 하고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엔 종태는 단막극을 함께했던 pd의 이와같은 전화연락에 그저 정중히 곤란하다는 뜻만 전하면 될줄 알았는데, 작가의 설득과 애원도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거기에 설상가상 자신과 작가와의 통화를 이미 다 엿들은듯한 이준까지 이런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을 보이자 결국 진지하게 이준의 생각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보렴. 연기자가 되고 싶은거야 ? ”

 방송국 드라마 피디를 10년넘게 하면서 이런저런 연기자 지망생들을 수도없이 만나봤을 이종태가 아닌가. 따라서 그런 부류들의 심리와 정서를 대충 꿰뚫어보고 있는면도 있는지라 일단 솔직하게 양자로 삼은 이준의 생각이나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물어본 종태. 헌데 이준은 더욱 또렷하게 나름의 어떤 결기까지 보이는 목소리로 이와같이 답했다.

 “ 네 ! ”

 “ 왜 ?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거야 ? ”

 어떤 강렬한 열망으로 타오르는 눈빛. 종태는 무엇보다 이준의 이러한 태도와 자세 자체가 마음에 걸리기까지 했다. 적어도 지금까진 그저 말없고 온순한 성품을 가진 그런 아이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속에 이런 열망이 타오르고 있을줄이야 누가 짐작인들 했겠는가. 종태는 이준을 바라보며 다시 진지하게 말을 건넨다.

 “ 대체 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야 ? 아니, 그보단 솔직하게 말해

  보렴. 연기를 하고 싶은거야 ? 아니면 연예인이 되고 싶은거야. ”

 “ 그냥...뭔가 남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 남다른 인생 ? ”

 “ 네, 아빠. ”

 또렷한 목소리로 거듭 이와같이 말하는 이준을 보니 종태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졌고 한숨을 한번 내보이기까지 하면서 다시금 차분하게 말을 건네보았다.

 “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거니 ? 가령 뭐...TV에서 보게되는 연예인이나

  방송계의 화려한 생활. 그런걸 동경하게 되었던거야 ? 아니면 그런데 나오는 연예

  인 아저씨,아줌마들처럼 화려한 스타가 되고 싶었던거야 ? ”

 “ ...... ”

 “ 그것도 아니면 지난번 단막극 연기를 해보고나서 내가 이런데 소질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거야 ? ”

 “ 그런것도 있지만... ”

 “ ??? ”

 “ 솔직히 고아원에서 자라면서 여러 가지로 많이 쓸쓸하고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

  다음에 커서 뭘 할까. 그런 고민도 남몰래 많이 했었고요. ”

 “ ...... ”

 “ 그러다 기왕 이렇게 태어난 인생. 한번 뭔가 남다른 화끈하거나 멋지다고나 할까

  ...그런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거에요. ”

 “ 화끈하고...멋지다... ”

 결국 그런것이었던가 하는 생각에 종태는 한숨을 내쉰다. 솔직히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결국 연예계의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측면에 동경심이 일어나 그런 생각을 하게된 경우가 많다고 봐야할 것이다. 또 그런면에 남다른 재능을 언제부턴가 스스로 발견하고 그런쪽으로 생각을 하게된 사람도 있을터이고. 또 그 외 각자 남다른 동기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크게보면 대체로 그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그걸 아는 종태이기에 더더욱 우려되는 말투로 이준에게 말을 건넨다.

 “ 이준아, 솔직히 아빠는...물론 아빠도 보다시피 이렇게 방송사 피디로 십년 넘게

  일해온 사람이기도 하고... ”

 “ ...... ”

 “ 무엇보다 이준이가 있던 고아원에 그렇게 자원봉사를 하면서...한번 이렇게 부모

  없이 자란 아이중 한명쯤 친자식처럼 거두어 잘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그런 생각

  을 하던 과정에서 이준이를 눈여겨 봤던것이기도 해. 하지만 이준아... ”

 말투가 웬지 결국 자신이 그런일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이 느껴져서일까. 조금전까지 강렬한 열망이 내비치던 이준의 눈빛은 뭔가 실망스럽기도 하고 불만스러워 하는듯한 눈빛으로 살짝 변해져 있기도 한데, 일단 종태는 하던말을 계속 한다.

 “ 아빠는 기왕 이렇게 이준이의 아빠로 살기로 한 이상. 우리 이준이가 그런곳보다

  는 열심히 공부해서...정말 사회에 훌륭한 기여와 봉사를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살아주길...그런 마음이 있는 사람이란다. 남다른 인생 ? 그래...남다른 인생을 살

  아보고 싶다고 했던가. 하지만 아빠는... ”

 “ ...... ”

 “ 아빠는 그보다...평범하게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그런 인생을 살면서 한

  편으로는 알게모르게 이 사회에 작은 기여와 봉사를 하는 그런 인생을 살기 바랬

  지...그래...솔직히 연예계는 아빤 이준이가 그런곳으로 가는 것은 별로구나. ”

 ‘그럼 아빠는 왜 방송국 피디 하세요 ?’ 이런식의 불만스러운 반박성 질문이 바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순간 아찔한 생각에 종태는 눈을 질끈 감아보기도 했고, 이런 아이를 대체 어떻게 설득하면 좋단 말인가. 점점 난감한 어두운 길로 빠져드는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록 이준이 직접 그런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치 그의 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더 씌여져 있고 읽혀지는것만 같아 종태는 결국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기로 했다.

 “ 물론 아빠도 보다시피 이렇게 방송사에 몸담고 그것도 드라마 피디로 십년 넘게

  살아온 사람이야. 그러면서 이미 이준이보다 한 열 살이상 많은 가령 연영과 학생

  들이라던가 연기학원 다니는 그런 형,누나들도 많이 만나본 사람이기도 하고... ”

 “ ...... ”

 “ 하지만 또 이렇게 피디로 일하면서 누구보다도 방송,연예가의 생리라던가 또는

  TV로만 보는 방송가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른 이면의 이야기도 누구보다 잘 아

  는 사람이기도 해. 그래서... ”

 종태는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이런말을 한다고 바로 이준이 뜻을 꺾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미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종태는 입을 열었다.

 “ 이준이는 기왕이면 연예가에 발을 담지는 않았으면 하는게 솔직한 바램이란다. ”

 “ 아빠 !!! ”

 “ 물론 이준이를 처음에 단막극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사람은 아빠야. 하지만 그때는

  그만큼 부득이하고 급박한 사정이 있어서 할수없이 평소 면식이 있는 준이라도 내

  보내야겠다...그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던것이고... ”

 “ ...... ”

 “ 준이는 어디까지나 아빠가 처음부터 아들로 거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지

  연예인을 시킬 생각은 없었어. 그게 아빠의 솔직한 심정이란다. ”
종태는 한숨을 내쉰다. 생각해보면 이 아이를 공연히 그 드라마에 출연시켰구나 그 후회가 들 지경이었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고 애초 캐스팅하기로 한 청소년 배우가 출연을 할수 없는 상황이 되고 이어 계속 캐스팅이 난항에 부딪혔기로 차라리 작품을 포기하지 자신이 괜한짓을 벌였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데, 이준은 이준대로 나름의 생각이 확고하기라도 한지 또렷하게 말을 이어갔다. 

 “ 아빠가 뭘 걱정하시는지는 대충 이해할 것 같아요. 그래요, 아빠 말처럼 처음부터

  그냥 TV나 이런데 탤런트나 이런 사람들이 나와 연기하는거 보고 그냥 한번 흉내

  라도 내보고 싶거나 단순히 그런 화려한 겉면만이 부러워서 그런 생각을 한것인지

  도 몰라요. 하지만... ”

 “ 이준아... ”

 준이가 원래 이렇게 청산유수 말을 잘 하는 아이였던가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인데 그래서 더더욱 답답해진 종태는 일단 아이의 말문을 닫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 어떻게보면 아직 어린아이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이에게 하기 어려운 그런 성격의 이야기를.

 “ 그래 뭐...준이가 나름 그렇게 고아원에서 어렵고 힘들게 살았고...그래서 차라리

  뭔가 남다른...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그런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 마음까지도 다 이

  해할수 있어. 하지만... ”

 “ ...... ”

 “ 아빠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준이만큼은 연예인 안 했으면 좋겠다. 그 생각을

  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웬지 아니 ? ”

 한숨을 한번 내쉰뒤 눈을 한번 질끈 감아보고는 종태의 말은 다시 이어진다. 뭔가 작심하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 어린 준이에게 이런말까지 하는거 솔직히 좀 그렇긴 하다만...아빠는 보다시피 방

  송가에 10년 넘게 몸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 분야가 어떤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

  아. 이 바닥의 생리라던가...이 바닥의 어두운면 누구보다 알만큼 알고있는 사람이

  지. ”

 “ ...... ”

 “ 원래 아빠처럼 방송가 어느정도 종사한 그런 아빠같은 사람들은 우리끼리 만나면

  술한잔 나누면서 하는 이야기가 있어, 그게 뭔지 아니 ? 웬만하면 자식을 진심으로

  아낀다면 자기 자식은 연예인 시키지 마라. 그 말 솔직히 노골적으로 해. 아빠같은

  사람들이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그런말을 주고 받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거야. ”





 종태는 거듭 이준이 연기자가 되는것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지만 애초에 섭외제안을 했던 작가는 앞서 단막극을 할 때 제대로 하이준의 혼신적인 열연에 꽂히기라도 했던것인지 ‘이 배역은 이준이 아니면 안된다’며 거듭 이종태 피디를 설득하고 있었고,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준까지 결국 ‘연기를 하고싶다’는 의사를 강렬히 내비쳐 종태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일단 곰곰이 처음부터 문제를 정리해보려 했다. 애초 30대 후반의 노총각 종태는 아무래도 결혼은 자신이 없었던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나 사연이 있는것인지 고아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결혼은 포기한 듯 독신으로 살아왔고 그러다 언젠가부터 문득 ‘입양은 한명정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 과정에서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자신이 봉사활동을 하는 고아원에 있는 ‘준이’란 아이였었다. 처음 종태가 준이를 알게된 것은 고아원 관계자나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말수도 적고 분위기도 어두운데다가 가끔 혼자 훌쩍 어딜 나갔다가 돌아오곤 하는 그런 아이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던 바로 그 아이가 준이였다. 그리고 그 준이를 뜻밖에도 고아원 연말 크리스마스 행사때 대사야 한 서너마디 정도에 불과한 조연이었지만 여하튼 연기를 하는 준이의 모습을 보았고, 이전까지 들었던것과는 다소 다른 이미지였는지라 준이를 다시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허나 막상 입양을 해서 자기집으로 데리고 와 보니 대체로 말수가 적고 분위기 어두운 그 이미지만큼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준이. 겉보기에는 얌전하고 차분해보이지만 혹시 속으로 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고아원 관계자들도 했었는데 다만 그 부분은 고아원 관계자들의 말처럼 자신도 ‘크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 정도만 하고 있었다. 사실 초등학교 5-6학년 정도의 나이면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할법한 나이기도 하고, 또 주위에서 어른들이 그런 질문을 할법도 한때이긴 한데, 다만 준이는 그런 것을 물어오는 사람이 없어서였는지 지금껏 그런 자신의 희망이나 바램을 말해본적도 없었다. 헌데 그 준이가 뜻하지 않게 이렇게 ‘연기를 하고싶다’는 의지를 강렬하게 내비친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처음 준이를 연기를 시킨 것은 결국 이종태 피디 자신이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단막극이 캐스팅이 난항에 부딪혀서 부득이하게 ‘이판사판 밀어붙여보자’는 심정으로 해본 캐스팅이었고 다만 뜻밖에도 준이는 생각보다 열연을 펼쳐주었고 따라서 막상 드라마가 방영되고 나서는 드라마 내용 자체보다는 출연한 주인공에 대한 문의전화가 몇건 걸려오기도 했었다. 허나 이종태 입장에선 그건 어디까지나 부득이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했던 캐스팅일뿐 기왕 입양한 준이는 연예계나 방송계쪽에는 발을 들여놓는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런 삶을 살기를 바랬다. 헌데 애초 준이를 캐스팅한다고 했을 때 펄쩍 뛰었던 작가는 오히려 그때 준이의 혼신을 다하는 열연을 보고 제대로 된 인재라도 구했다는 생각을 한것인지 ‘이준이 아니면 안된다’며 거듭 캐스팅 의사를 밝혀왔고 게다가 준이까지 연기를 계속 하고싶다는 의사를 강렬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딱히 ‘커서 뭐가 되고 싶냐 ?’거나 뭘 하고 싶냐는 말을 누가 물어본적도 없어 그런 것을 말할 기회조차 없던 준이가 아니던가. 그 준이가 연기를 하고싶다는 강렬한 의사를 이와같이 내비칠때는 그 속마음이 어떨지 그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애초에 그 크리스마스 행사도 고아원 관계자들은 준이야 성격탓에 아무래도 연기를 시키는 것은 부적절할테니 연극연기를 해야하는 다른 친구,동료들 옆에서 잔심부름만 돕도록 했던것인데, 그러다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이 벌어져 하는수없이 준이를 시켰던 것 아닌가. 만약 고아원에서 그때 준이를 시키지 않고 그냥 원래대로 행사를 진행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그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그 준이는 지금 방송국 피디며 양아버지가 되어있는 자신 앞에서 ‘연기를 하고싶다’는 의사를 계속 밝히고 있는 것이다.

 “ 이준아... ”

 “ 네, 아빠. ”

 이준이 방송,연예가에 발을 들여놓는 것 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의사는 이미 여러차례 밝혔으니 같은말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다만 아이의 이와같은 심리상태는 좀 더 확인을 해보고파서 하루는 종태가 다시 이준을 불러 이와같이 말했다. 종태의 말이 이어진다.

 “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은거야 ? ”

 “ 네, 아빠. ”

 “ 남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서 ? 평범한 인생이 아닌 ? ”

 그와같은 말은 이미 앞서 이준이 한 바 있다. 그러나 종태의 이와같은 질문은 뭔가 흡족치 못한것일까. 아니면 막상 이런식의 질문을 들으니 되려 어떤 거부반응이라도 드는것일까. 한 2-3초 정도 답이 없는 듯 하던 이준은 그러다 말없이 고개를 한번 크게 끄덕였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종태의 말은 다시 이어진다.

 “ 그러니까...어려서부터 고아로 쓸쓸하고 외롭게 자라서...그런 상처때문에라도 그

  냥 평범한 삶을 사는것보다는 남들이 볼 때 부러워할만한 그런 화려하고 멋있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그런 뜻인거냐 ? 그런거야 ? ”

 “ 네, 아빠.”

 다른건 몰라도 이런 이준이를 연기 시키지 않았다면 큰일날뻔 했다는 생각만큼은 확실히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걱정이 되고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종태의 마음. 종태는 고민을 거듭거듭 하다가 결국 어떤 결단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 좋다 그럼... ”

 “ ...... ”

 “ 아빠가 그...‘김이장네 일기’는 기왕 들어온 캐스팅 제안이니까 아빠가 그 캐스

  팅 제안은 받아들이는걸로 할게. 대신 아빠랑 약조 두가지만 해줄수 있어 ? ”

 “ 약조요 ? ”

 “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방송,연예가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른 그런 이면의 일들

  이 많이 일어나는 그런곳이야. 아직 어린 이준이에게 어쩌면 다 말해주기 힘들지도

  모르는 그런... ”

 “ ...... ”

 “ 한마디로 생각보다 위험하고 힘든 그런 공간이란 말이지. 아빠가 방송국 피디로

  한 십여년 있어봐서 알만큼 알아. ”

 그리고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킨뒤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약조라기 보다는 아예 각서를 하나 써주었으면 하는구나. ”

 “ 각서요 ? ”

 연기만 할수 있으면 그걸로 다 되었다는 생각이기라도 한 것일까. 약조가 되었든 각서가 되었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은 말투로 이준이 그와같이 말헀다. 종태의 말이 이어진다.

 “ 첫째, 연예계 생활 하면서 절대 말썽피우지 않을 것. 둘째, 절대 나쁜길로 빠지지

  않을 것. 이 두가지 약속만 지켜줘. 아니, 각서로 써줘. 그럼 아빠도 허락할게. ”

 “ 쓸께요 아빠. ”

 종태가 사실상 자신이 연기자가 되는 것을 허락한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이준은 이미 기쁜 눈빛까지 띠며 그와같이 말하고 있다. 허나 종태는 차분하게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단 각서까지 쓴 이 약조는 반드시 지켜야한다. 그래야만 아빠도 안심하고 이준이

  를 방송,연예계의 길로 보내줄수가 있어. 그래야 정말 이준이가 연예계 활동을 하

  면서 최소한 나쁜길로는 빠지지 않겠구나. 안심할 수가 있거든 ? 하지만 만약 이준

  이가 이 두가지 약조중 한가지라도 어길 경우 그땐 아빠 이준이 연예계 생활 그대

  로 더 이상 못하게 할거다. 무슨말인지 알겠니 ? ”

 말썽피우지 않겠다, 나쁜길로 빠지지 않겠다. 이 두가지 말만큼 방송,연예가의 어두운 이면을 함축시킬수 있는 표현이 더 있을수 있을까 ? 다만 아직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이준이 자신이 내건 이 두가지 조건에 담겨있는 의미를 어디까지 이해할수 있을지 그것은 모르는 일이다. 종태는 각서까지 자신의 눈 앞에서 직접 쓰는 이준을 보며 거듭 다짐을 받아두었고, 이준은 그저 아역으로라도 연기를 할수 있다는것에 더할나위없이 기뻐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종태 입장에서도 그 작가의 거듭되는 캐스팅 요구를 거절했다가 그와의 의까지 상하게 되는 것 아닌가 그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최소한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덜게된 셈이니 그것은 종태로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종태는 작가에게도 바로 이준의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연락을 취했고 작가 역시 더할나위없이 고마워하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김이장네의 일기’란 드라마에 캐스팅이 된 이준. 처음 촬영을 나가는날 ‘다녀오겠습니다 아빠’ 하고 씩씩하게 집을 나서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종태의 눈에는 착잡한 눈물이 고여있었다.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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