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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청하 (7)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수요일 파출부



  

 새엄마 청하의 설득 덕분이었는지 태식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불편한 관계였던 태식과 청하의 관계는 오히려 이런일을 계기로 조금씩 가까워져가는 면마저 있었다. 한편 태식은 일단 아이돌의 꿈은 접게 되었으니 당분간은 학교공부에 전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만 그동안 아이돌 연습생 훈련에만 열중하느라 학교공부를 소홀히했고 무엇보다 병원에 한동안 장기입원까지 했기 때문에 그동안 뒤쳐진 공부를 보완하기 위해 학교는 내년에 중학교 2학년 수업부터 다시 받는 것으로 했다. 어쨌든 그런식으로 태식은 아이돌의 꿈이 좌절된 충격에서는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상태였다.

 헌데 그럴 때 정작 집에는 더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실은 허민의 회사가 부도가 난 것이었다. 허민은 원래 아버지가 창업을 한 중소기업을 2대째 물려받아 운영을 해오고 있었는데, 사업을 좀 더 확장해볼 생각으로 무리하게 은행대출은 물론 사채빚까지 얻어쓴게 화근이 되었다. 사실 허민은 집을 저당잡혀 은행대출이나 사채를 얻어 쓰는일은 좀 위험할 것 같아서 그것만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했는데, 사업을 확장하려다보면 아무래도 돈이 많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결국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막상 확장하려던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고 빚은 결국 갚을수 없는 처지가 되어 회사는 이미 도산했고, 집까지 저당잡혀 가압류 딱지가 붙여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허민도 허민이지만 아내 청하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이런 가압류 딱지가 붙는다던가 하는일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가끔 보게되는 일인줄만 알았는데, 그것이 자신의 눈앞에서 현실로 벌어지게되니 그로인해 받은 충격과 불안감 그리고 공포감은 실로 형언할수 없는 것이었다. 청하는 불안해서 남편에게 말했다.

 “ 여보...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거에요 ? ”

 “ 당신은 일단 가만히 있어. ”

 오히려 이런 아내를 안심시키려는 심리인것일까. 아니면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어 막막한 지경에 아내까지 이런식으로 나오니 더 성가시게 느껴져서인것일까. 아니면 불안함 가운데서도 아내 앞에선 어떤 오기나 허세라도 부리고픈 생각이었던것일까. 일단 이런식으로 나오긴 했는데,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망하고 집까지 담보로 넘어가게 된 상황만큼은 허민으로서도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딴에는 어떻게든 문제해결을 보려고 백방으로 돌아다니며 노력을 해봤지만 그런다고 딱히 뾰족한 수가 나오는것도 아니었다. 다만 허민의 그간 기업을 운영해오면서 알고 지내던 관계자나 사업가들과의 신뢰관계는 그런대로 좋은 편이어서 그런쪽으로나마 임시 변통을 해볼까 생각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평소 신뢰관계가 있던 다른 사업가나 관계자들도 이번만큼은 하나같이 난색을 표해 빚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 결국 허민도 점점 더 좌절감에 휩싸이게 될 수밖에 없었다.

 “ 집을 내놓는수밖에 별다른 수가 없군 그래. ”

 “ 뭐라구요 ? ”

 막상 허민의 입에서 이런말이 나오니 청하도 기가막혔다. 일단 집 자체를 담보로 빚이나 대출을 받아 썼으니 어쩔수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되자 청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다. 그래도 설마 남편에게 무슨 뾰족한 수나 대안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동안은 막연히 기대를 해보려했는데, 집이 다른이의 소유로 넘어가는 일이 현실화가 되자 청하도 너무 기가막혔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려 한다든가 수를 쓴다면 아주 방법이 없지도 않은데 허나 은행은 물론 사채업자들로부터도 계속 압박과 압력이 들어와서 허민으로서도 어쩔도리가 없었다.

 “ 여보, 그럼 이제 도대체 어떻게 되는거에요 ? 우린 이제 어쩌냐구요. ”

 사실 막상 집이 빚에 넘어가고 다른곳으로 이주를 하던가 해서 사는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자 허민도 그 기가막힌 심경은 헤아릴수가 없었다. 사실 이 집도 원래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대에 구입해서 그 아들인 허민이 그대로 물려받아 지금껏 아들과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집에서 허민은 자랐고 결혼을 했고, 첫 결혼에 실패 이혼의 아픔을 겪고 한동안 혼자 외롭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키우기도 했고 그러다 젊은 여자를 새로 만나 재혼도 하고 그렇게 산전수전을 다 거치면서 살아왔던 집이다. 비록 인생은 나름 그렇게 파란만장하다면 파란만장하게 살았으나 적어도 그런 자신에게 유일한 위안이자 버팀목이었고 자신만의 식구들과의 안락한 보금자리였던 집. 그것이 넘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허민의 심정도 지금 보통 상하지가 않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이 어느덧 40대 중반에 이르고 있는 허민이 그 40년 넘는 인생중 대략 3분의 2가 넘는 시간을 보내온 집이 아니던가. 헌데 그 집을 은행빚과 사채빚 때문에 넘기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그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어쩌면 허민의 머릿속에 지금 이 집에서 나와 다른곳으로 가서 산다는 것은 애초부터 거의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생각할수도 없었던 그런 존재가 허민이 지금 살고있는 집일 것이다. - 따지고보면 그 심정은 지금 중학생인 아들 태식도 마찬가지리라. 태식 역시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살아온 그런 집이 아니던가. 허민의 친척들이 이따금 허민을 찾아와 그를 위로해주긴 했지만 그네들도 지금 바로 어떤 금전적 도웁을 주기는 쉽지 않아서인지 그저 원론적인 수준의 안타까와하는 말만을 입에 담을뿐 현실적인 도움은 되지 못했다. 허민은 정말이지 사업이 부도나서 혼자 어디 뒷산으로 올라가 목매달아 자살했다는 그런 중소규모 사업가들의 심정이 그게 어떤 심리였을지를 진심으로 이해할수 있을것만 같은 그런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 일단 그럼 집부터 구해요. 일단 새로 구할 집은 알아봐야 할 것 아니에요. ”

 헌데 이런일이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것은 마찬가지인지라 무엇보다 지금까지 오직 남편 허민의 경제적 힘에만 의지해 살아왔던 그래서 더더욱 막막하고 절망스러운 심경이었던 청하가 어느순간부터 제법 강단있게 나왔다. 청하의 나이도 어느덧 20대 후반이니만큼 그렇게 어리다고는 할수 없는 여자라서일까. 오히려 뭔가 대책을 세우긴 세워야겠다는 생각에 이와같이 나온 것이다.

 “ 이 집에서 나와야한다면 일단 우리가 살 집 정도는 어디에 마련을 해봐야 할 것

  아니에요 ? 사업문제는 뭐 저야 잘 모르니까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일단 우리 세

  식구가 살 방 한칸부터 마련해봐요 여보. ”

 40년 조금 넘는 인생중 3분의2 이상을 이 집에서 살아온 허민과 달리 그래도 청하는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혼자 방을 구하거나 해본 경험이 어느정도 있어서일까. 되려 그런쪽으로는 좀 노하우가 있는 듯 서울을 벗어난 지방에 어디 싸게 구할수 있는 작은 집이나 방이라도 알아보려 하는중이었다. 허나 막상 아내가 그렇게 나오자 오히려 허민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 그러니까 날더러 서울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자구 ? 지난 40년 넘는 시간을 서

  울 토박이로 살아온 이 허민보고... ”

 “ 여보, 지금 우리가 찬밥 더운밥 가릴 신세에요 ? 그럴 처지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서울이든 지방이든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요 ? 어쨌든 일단 우리가 빌붙고 살 터

  전은 마련해놓아야 할 것 아니에요 ? ”

 허민이 나름 자존심도 있는 성격인데다가 무엇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런 사람이라서인지 근본적으로 생활습관하며 문화,가치관 등등이 모두 서울을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서울이 아닌 그 외 다른 지역으로 어느날 갑자기 이사를 가 산다는 것은 웬만해선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일이다. 집이 크고 작고 그런 문제까진 둘째치고라도 적어도 서울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야 한다는 그 자체를 지금껏 생각해본적이 없는 허민. 그런 허민이 지방출신이기도 한 아내 청하의 입에서 먼저 그런 이야기가 나오자 더 기가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심경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는 일이었다. 허나 그런 허민이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청하는 자신이 먼저 나서 자신과 남편 그리고 중학생 태식이까지 세식구가 살만한 지방의 싼 집을 구할 생각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천신만고 끝에 인천 어느 구석진 지역에 평수는 20평이 채 안되는 작은 지하 빌리방이 현재 청하와 혀민 내외 형편으로 구입할만한 수준이 되는 것을 보고 그 집을 일단 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남편 허민을 설득하려 든 것이다.





 결국 청하의 설득대로 빚에 저당잡힌 집을 내놓고 인천에 있다는 작은 빌라방을 구해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허나 허민은 보통아닌 충격과 실의에 빠져있었다. 솔직히 허민은 아버지대에서 물려받은 기업을 2대인 자신의 대에서 망하게 했다는 충격보다 이렇게 인천 구석의 작은 지하빌라방에서 이제부터 살아야 한다는 점에 받은 충격이 더 컸다. 그런 의미에선 어찌보면 어느덧 나이 40대 중반인 허민의 자아가 지방출신인 20대 후반의 청하보다도 못하다고 봐야하는것일까. 허민이 지금껏 살아온 1층짜리 평수넓은 양옥집에서 산 것은 대략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기억에 그 이전까지는 30평 정도 규모의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그때는 어차피 허민도 외아들이라 식구래야 아버지,어머니가 전부고 게다가 자신이 어릴때였기 때문에 그 30평짜리 아파트도 결코 작아보이진 않았다. 헌데 나이 40대 중반이 되어서 그때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그때의 집보다도 오히려 열평 이상이나 평수가 작은 십여평짜리 지하빌라방에서 살게된 것 아닌가. 앞으로 어떻게 재기를 할것인가 또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 그런 고민까지도 이를만한 심적여유도 없이 그저 인천 구석진곳의 작은 지하방에서 이제부터 살아야 한다는 점에 대한 정신적 충격이 허민을 한껏 고통의 수렁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던 것이다. - 오히려 작은 지하빌라방은 지방출신으로 서울에 올라와서도 한동안 원룸생활을 하며 직장생활을 했던 청하가 더 적응을 잘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 여보, 그렇다고 이렇게 술만 늘 마셔대면 어떡해요 ? ”

 어쨌든 이제 허민은 더 이상 중소기업체 사장도 아니고 그냥 백수가 된 것 아닌가. 헌데 그런 허민은 여전히 사업도 망하고 살던집까지 빚 때문에 넘어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술타령만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적어도 그 이전까진 웬만해선 술을 잘 대하지 않던 성격의 허민임을 감안하면 그가 처음으로 과음을 해본 경험이 태식이 한참 아이돌 연습생을 하겠다고 소동을 피울때였고, 그리고 이제 두 번째인데 안하던짓도 한번두번 해보면 서서히 습관이 되고 취미(?)가 붙는것인지 허민은 그렇게 과음을 하면서 그만 술 실력까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따라서 그런 남편이 안타까운 듯 아내 청하가 다그쳤는데, 허나 허민은 그런 청하를 보면서도 오히려 고통스럽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 당신...떠나 그냥... ”

 “ 네 ? ”

 그래도 오늘만큼은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한 것은 아닌 정신상태는 어느정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자신을 나무라는 아내를 바라보며 꺼낸 이야기긴 한데, 헌데 그렇게 나온 남편의 말도 청하 입장에선 너무 엉뚱한 소리라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허나 허민은 확실히 술에 그렇게까지 취한 상태는 아니라서인지 어쩌면 속으로 작심한 무엇이라도 있었는 듯 말을 이어가는 것이다.

 “ 나 원래 처음에 당신과 결혼할때는...그래도 나이어린 당신이 나이많고 애까지 딸

  린 이혼남인 나를 택한것도 고마웠고...그래서 적어도 그점때문에라도 미안한 마음

  에서라도...당신을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어려움 모르는 그런 여자로 평생을 행복하

  게 해줘야겠다는 그런 마음가짐도 있었어. 헌데 이제 보다시피 더 이상 그럴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군. ”

 “ 여보... ”

 “ 한마디로 이렇게 알거지가 된 몸 아닌가. 그렇다고 지금 내가 무슨 재기를 한다

  거나 그럴 방도나 수가 있는것도 아니니...어쩌면 지금 이 상태가 당신이 여지껏

  몰랐던 이 허민이란 남자의 실체일지도 몰라. 그러니 더 고민말고 어서 떠나라구.

  당신 이쯤에서 그만 놓아줄테니 훨훨 날아가. 그게 내가 당신에게 해줄수 있는 유

  일한 선물이 될것같군. ”

 생각해보면 이미 한번 이혼전력이 있는 그런 허민이 아니던가. 헌데 그 허민이 두 번째 맞이한 어린아내 청하도 그 청하의 나이도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 그녀마저 떠나라는 듯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가막힌 듯 바라보는 청하를 보며 허민의 말은 계속된다.

 “ 그리고 생각해보니...내가 당신 부모님...그러니까 장인,장모님을 무슨 낯으로 보

  나. 적어도 당신을 경제적 어려움만은 모르도록 그렇게 만들어줬어야...그런 도둑

  결혼까지 한 처지로 최소한 당신 부모님한테 나설 면목은 설텐데말야. 헌데 되려

  당신까지 이꼴이 되게 만들었으니...내가 지금 무슨 낯으로 장인,장모님을 뵐수가

  있어 ? 그러니 당신이 말없이 떠나. 그게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당신이 편안하

  고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방도가 될것같군. ”

 애딸린 나이많은 이혼남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면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인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 부모님 결사반대가 불을보듯 뻔해 결혼직전까지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청하가 아니던가. 바로 그런식의 일종의 ‘도둑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처지이기도 했던 두 사람. 사실 그래서 더더욱 허민 입장에서는 청하 부모님 앞에 나중에 면목이 서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어린아내 청하를 경제적으로는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그 결심과 일종의 강박관념같은 것이 있었다. - 어쩌면 근래들어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하려한데도 그런 의도도 어느정도 담겨있었다 봐야할것이고. - 헌데 사업이 확장되어 한참 더 번창하고 잘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사업은 망하고 빚에몰려 집까지 내놓고 이렇게 작은 지하빌라방으로 나앉는 신세가 되어버렸으니, 바로 그 점에 대해 청하 부모님께 나설 면목이 안 서는 이유때문에라도 이쯤에서 청하를 놓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허민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막상 그렇게 회사가 부도가 나고 알거지 신세가 되다보니 지금부터 무슨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할지 그 마땅한 수나 대책이 나오는것도 아니라서 이런 상황이라면 최소한 젊은 후처인 청하라도 자유롭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헌데 그런말을 입에 담는 남편에게 청하는 작심한 듯 말한다.

 “ 여보...이러지마세요. ”

 “ ??? ”

 “ 저 당신 안 떠나요. 제가 왜 당신을 떠나요 ? 저 절대 그런 여자 아니에요. 한참

  돈 잘벌고 잘 나갈때는 같이 살다가...이렇게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길거리에 나앉

  는 신세가 되었다고 그냥 저보고 보따리 싸갖고 나가라구요. 당치않아요 여보. 저

  절대 그런 여자 아니에요. ”

 “ ...... ”

 이제 더 이상 경제적으로 청하를 행복하고 풍족하게 만들어줄 자신이 없어서 바로 그런 이유로 젊은 후처인 청하보고 바로 그 부분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 때문에라도 이제 그만 내 곁을 떠나라는 말을 입에 담은것인데 청하는 더더욱 당치않다는 듯 펄쩍뛰고 있는 것이다. 청하의 말이 이어진다.

 “ 만약 제가 단순히 돈만보고 당신을 선택한 그런여자로 보셨다면 저 정말 서운해

  요. 저 진짜 그런 여자 아니에요. 그리고...만약 제가 정말 결혼생활이 힘들고 견디

  기 어려웠다면 떠나도 이미 진작에 떠났죠. 솔직히 저 진짜 차라리 이 결혼 깨고

  싶다는 생각 전에 해본적이 더 있었어요. ”

 바로 처음 한동안 태식이 자신을 새엄마로 인정하지 않는듯해 – 심지어 태식의 학교 친구들로부터 ‘수요일 파출부’라는 소리까지 들었을 때, 그리고 그 얼마후 그래도 다행히 자기아이를 가졌다 싶어 한껏 행복감을 느꼈는데 그 아이마저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유산이 되었을 때 그때 청하는 진심으로 죽을것만 같은 고통으로 힘들었었다. 솔직히 그때야말로 청하는 차라리 이혼할까 그 생각도 해봤고 허민과의 결혼을 후회하며 고민도 했었다. 허나 어쨌든 그 시간들은 이미 어느덧 과거의 일들이 되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잘 버텨온 청하가 아니던가. 헌데 지금와서 이만한 일로 떠나라는 것 더더욱 당치 않다는 듯 청하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어졌기로 그렇다고 제가 하루아침에 당신곁을 떠난다면 그

  게 어떻게 아내일수 있겠어요. 그게 어떻게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 할수 있겠어요.

  저 절대 당신곁 안 떠나요. 그까짓 집이야 좀 작아졌으면 어때요 ? 경제적으로야

  예전처럼 풍족하지 못하면 어때요. 저 그런것쯤 아무것도 아니고 다 견뎌낼수 있으

  니 이제 그만 술 드시고 어서 재기할 생각이나 하세요. 제발 기운내세요 여보. ”

 청하는 진심 남편이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그 야속함 때문에 울음까지 터트리고 이런 청하의 모습을 보자 허민은 더더욱 미안해지면서도 그래도 청하가 ‘떠나지 않겠다’는 말을 입에 담으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지 청하를 한번 안아본다. 청하는 허민을 자신의 양팔로 꼭 감싸안은채 다짐이라도 하듯 말한다.

 “ 저 당신 진심으로 사랑해요. 절대 안 떠나요. 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

  의 여자로 그리고 태식이에게도 좋은 엄마가 되어주겠노라 결심하고 선택한 결혼

  이에요. 경제적으로 좀 어려웠다고 그냥 바로 떠나버릴 그런 무책임하고 날라리 같

  은 여자 아니라구요. 그렇게 돈만 보고 한 결혼이었다면 힘들었을 때 떠나도 진작

  에 떠났죠. 하지만 저 절대 당신곁 안 떠나니 그런말 두 번다시 입에 담지 말아주

  세요 여보. 저 진심으로 당신 사랑해요. ”

 결국 허민과 청하는 서로를 부둥켜 안은채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한참을 엉엉울고 있었고, 한편 공교롭게도 그때 잠시 외출을 했던 태식이 집에 들어와서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차피 이제 집 평수도 적으니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볼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한데 아빠와 새엄마가 이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못 헤어진다’며 엉엉 우는 모습을 보며 중학생 태식은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만 태식도 그 나름대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일어서인지 저만치 구석으로 가서 혼자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허민과 청하 내외가 아들 태식과 함께 인천에 정착하게 된지는 어느덧 한달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이쯤되면 허민도 어느정도 현실에 체념을 하고 이런데서 다른 일자리라도 알아보기 위해 움직일만 하련만 다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나름 한번 막노동판을 한두번 기웃거려보긴 했지만 원래 이런쪽에 경험이 없는 허민이다보니 그 일마저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고 결국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해고되고 말았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늘상 양복을 입고 그것도 중소기업의 경영주 입장에서 늘 남들한테 지시하고 명령하는 일을 하던 입장에서 남들의 지시나 명령을 받는 일을 하려다보니 그것 역시 적응이 쉬이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딱히 찾을만한 일거리가 쉬이 보이지 않은채 한달정도의 시간이 훌쩍 속절없이 흘러가버린것이고 청하도 이쯤되니 ‘내가 정말 사람을 잘못본것인가 ?’ 하는 생각에 차츰 불안과 초조함이 더해져갔다. 무엇보다 상황이 이쯤되니 청하도 자신이 직접 생계유지를 할만한 수단을 찾아보러 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한번은 생필품이라도 좀 구입을 해야겠기에 인근 마트라도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헌데 마트에서 장을 조금 보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마트쯤에서부터 자신을 따라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처음엔 그저 우연히 방향이 같은 사람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차츰 보니 자신을 조금씩 예의주시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반대로 나쁜쪽으로 불길하거나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헌데 어느새 그 의문의 여자가 자신을 거의 다 따라잡아와서는 말을 건넨다. 청하로서는 여간 당혹스럽지가 않을 지경인데 여자는 뜻밖의 말을 건넨다.

 “ 혹시 강남의 OO 미용실에서 일하던 김청하 아니니 ? ”

 순간 깜짝놀라는 김청하. 청하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에 혼자 서울로 올라와 미용학원들 다닌뒤 처음 시작한 일이 미용사 일이긴 했지만 그건 어느덧 7-8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일이고, 무엇보다 이런 인천 끝자락에서 자신을 알아볼만한 사람이 없지 않은가 의아해하는데 이미 여자는 청하를 사실상 알아본 듯 다시금 반가워하며 말을 건넨다.

 “ 청하...아무리 봐도 김청하 맞는거 같은데 ? 저 기억 안...나요 ? 나 김혜진이야.

  OO 미용실에서 같이 일하던 김혜진 언니. ”

 여자도 순간 혹시 자신이 사람을 잘못보았을수도 있겠다 싶어 반말과 존대말을 반반씩 섞어가며 애매하게 허나 거듭 확인을 요구하는듯한 말을 건네는데 그제서야 청하도 기억이 나는 듯 했다. 말한대로 바로 자신이 한참 강남 미용실에서 미용사로 일하던 시절 함께 일하던 그리고 자신보다 열 살이나 많던 김혜진이란 선배 여직원이었다. 무엇보다 미용사로 노하우와 경력이 제법 되는 언니다보니 신출내기면서 지방출신이기도 한 자신에게 이런저런 설명이나 도움을 친절히 많이 준 그런 언니이기도 했고 청하가 그 미용실에서 일한 것은 2-3년 정도의 시간이었건만 그 짧은 시간 제법 친하게 지냈던 바로 그 김혜진이란 언니였다. 어느덧 10년 가까운 대략 한 7-8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일이라 기억해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혜진의 거듭된 설명으로 바로 기억이 난 청하. 두 사람은 바로 반가와서 서로 어쩔줄 모르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 헌데 너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 너 그러다 기획사에 스카웃되어 일하게 되었다

  더니만... ”

 사실 미용사 여직원이었던 청하가 중규모 연예기획사에서 직원으로 일하게 된 것은 좀 운이 따라준 일이기도 했다. 당시 청하가 일하던 미용실에 단골로 들르던 기획사 관계자가 한사람 있었는데 청하에게 제법 호감이나 관심이라도 갔는지 ‘아가씨 연예인 해도 되겠다’ 이런식의 말을 덕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투로 종종 말을 건네기도 했고 자신의 명함을 두어번 건네준적도 있다. 헌데 청하가 하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바로 그 기획사의 직원 채용공고를 보고 한번 지원을 해본 것이다. 청하가 나름 그런곳에서 사무직으로 일할만한 능력이 되었는지 아니면 그때 알게된 기획사 관계자와의 인연이 계기가 된것인지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여하튼 그렇게 기획사 여직원으로도 한 3년정도 일했던 청하. 다만 혜진으로선 청하의 소식을 알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일 수밖에 없기에 벌써 그것도 수년전 까마득한 일이 되어버린 것을 먼저 입에 담는다. 허나 그 뒤의 시간이 결코 간단치 않았던 청하였기에 씁쓸히 미소짓고는 ‘그냥...이 근방에서 살게 되었다’는 정도의 짧은 인사말만을 건넨채 바로 헤어졌고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후 다시 그 문제의 김혜진 언니를 다시 만나게 되어 제법 긴시간 그간의 회포를 풀게 되었다. 그러면서 청하는 그간의 사정을 쭉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청하가 기획사 직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미용사일을 그만둔게 벌써 7-8년전이고 그 기획사 여직원도 그만두고 허민의 아내가 된것도 벌써 5년전의 일이건만 그래서인지 그간의 파란만장한 사연들이 혜진 입장에서도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 되었다. 헌데 그러자 혜진이 문득 뜻밖의 제안을 했다.

 “ 그럼...니 남편은 그렇게 사업 망하고 지금은 그냥 집에 있는거야 ? ”

 “ 네, 공교롭게도 일이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지금은 좀 마음정리를 하고

  새로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나봐요. ”

 “ 하긴 요즘은 일자리 구하기가 다들 쉽지 않지 뭐. ”

 헌데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하다 혜진이 바로 문득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말을 꺼낸 것이다. 혜진의 말은 대략 이와같았다.

 “ 저기...그럼 잘되었다 청하야. 너 그럼 차라리 우리 미용실에서 일해라. ”

 “ 언니네 미용실요 ?  (* 우연치고는 절묘한 내 동네 단골 미장원 ppl -.-)

 “ 응 실은 나도 한 3년전부터 강남 미용실에서 독립해 나와서 이 동네까지 와서 새

  로 미장원을 차린거거든. 헌데 얼마전까지 같이 일하던 여직원이 하나 있는데 근데

  얼마전에 결혼을 했어. 헌데 결혼한 남자와 함께 살게된곳이 여기선 너무 먼 지역

  이라서 할수없이 미장원을 그만두었거든. 하는수없이 일단 나 혼자 지금 꾸려가고

  있는데...뭐 내가 하는 미장원이야 그냥 동네 소규모 미장원이긴 하지만 그래도 혼

  자 하려니까 손이 벅차지 뭐야. 하다못해 식사나 화장실을 가거나 급한 볼일이 있

  을 때 교대로 지켜줄 직원이라도 있어야하는데말야. 그래서 채용공고를 내볼까 그

  러잖아도 고민중이었는데...그럼 차라리 잘 되었다. 너 그럼 우리 미용실에서 일해

  라. ”

 “ 언니네 미용실에서 일한다...그래도 되려나 모르겠네요. 저야 뭐 써주신다면 감사

  한 일이지만. ”

 청하는 절망감 가운데 한줄기 빛을 보는듯한 느낌이 되어 일단 처음엔 망설이는 듯 했지만 바로 혜진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청하의 강남 미용실 시절 인연이기도 했던 선배언니 김혜진 언니네 미용실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 미용실에서 일하게 되었다구 ? ”

 집으로 돌아온 청하는 일단 기쁜마음에 남편 허민에게 바로 그와같은 사실을 알렸다. 일단 급한대로 생계수단을 유지할만한 일거리가 생겼으니 반갑고도 좋은 일이긴 한데 허나 일단 허민이야 그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는 처지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 씁쓸하고 착잡한 심경이 드는지 한마디 한다.

 “ 여하튼 당신이 과거 일하던 미장원 언니가 만든 그 언니네 미용실에서 일하게 되

  었다 그말이지 ? ”

 “ 네, 언니네 미용실...저희 집에서 멀지도 않고 가까우니 뭐 출퇴근하기도 좋네요.

  다행이지 않아요 ? ”

 “ 그래요 뭐...어쩄든 집안 생계를 유지할만한 그런 일자리가 생겼다면 다 좋은 것이

  지 뭐... ”

 허나 허민은 여전히 착잡한 듯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남편이 실직을 하고나서 대신 부인이 일터로 나가는 모습. 솔직히 IMF 이후론 한 20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보게된 풍경이긴 하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된 것 자체가 남자 입장에선 적잖은 무안함괴 민망함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라 허민의 표정은 밝을수가 없었다. 일단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이와같은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 알았어요 뭐...아무튼 급한불은 끈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다행이지 뭐.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해요 여보. 대신 내 조만간 내가 일할만한 일자리는 내 직접

  나서서 알아보던가 하리다. ”

 “ 여보,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

 남편이 너무 미안해하는 모습에 청하가 거듭 위로하듯 그렇게 말을하고, 덕분에 허민은 되려 그런 고민 때문에 밤깊은 시간에 혼자 집을나와 인근 편의점 앞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였다. 이래저래 허민의 속은 여간 복잡하고 심란하지 않을수가 없는 그런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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