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청하 (6)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수요일 파출부





 태식이 퇴원을 하고나서 허민과 청하는 아이돌 연습생을 더 이상 할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했다. 일단 태식은 집에서 당분간 휴식을 취한뒤 한두달뒤 기획사로 복귀할수 있는줄로만 알게 되었는데, 한편 다리 상태는 2-3일 정도 더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병원측의 말도 있어서 아직 학교도 가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 그런 상황에서 청하가 태식의 방으로 들어왔다. 원래 아버지인 허민이 자신이 직접 이야기하는게 낫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청하는 어차피 아이돌 연습생을 더 이상 할수 없다면 앞으로의 태식의 장래와 진로문제도 같이 고민해봐야하고 무엇보다 이럴 때 한번 제대로 엄마노릇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인지 자신이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렇게 남편은 출근하고 한가로운 오전시간에 음료수라도 한잔 따라서 들고 태식의 방으로 들어온 청하. 그리고 태식에게 말을 건넨다.

 “ 몸은 좀 어떠니 ? 다리는 ? ”

 “ 뭐 이젠 다 나았어요...그런대로 제대로 걸을수도 있고요 보다시피. 사실 걷는다

  기 보다는 절뚝인다고 보는게 더 정확하긴 하지만... ”

 태식은 자신의 상태가 아직 완쾌가 안된 것으로 생각하는지 그런대로 걸을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아니라는 것을 불만을 섞어 그와같이 말하고 있고 긴장한 청하는 순간 심호흡을 한번 한다. 그리고 어차피 해야할 이야기 이제 차분히 그 본론으로 들어가려한다.

 “ 태식아, 그런데말야... ”

 “ 네, 새엄마. ”

 청하를 ‘새엄마’라고 부르며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태삭. 청하의 말이 이어진다.

 “ 의사선생님 말씀이...어쨌든...너 이제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거나 일상을 보내거나

  그러는건 아무런 문제 없어. 그러니까 뭐...가령 주변 산책을 하러 돌아다닌다던가

  아니면 전철이나 택시를 탄다던가...또 그 외 뭐...밥먹고,책보고,컴퓨터 게임 하고

  그러는 일상은 아무런 지장 없는거거든 다만... ”

 “ ??? ”

 “ 이제...운동이나 춤 그리고 등산 같은 것은 더 이상 안된다고 하는구나. ”

 “ 뭐...뭐라구요 ? ”

 운동까지는 그렇다치고 춤을 더 이상 못춘다니. 그건 더 이상 아이돌 연습생을 할수 없다는 소리 아닌가. 태식이 결국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지는데 청하가 일단 그런 태식을 진정시킨다.

 “ 진정해 태식아...일단 진정하고 내 말을 차분하게 들어봐. ”

 “ 무슨 들어보고 말고 할게 있어요 ? 춤은 더 못춘다면서요 ? 그럼 아이돌도 못하

  는거네요 뭐. 춤추고 노래하고 그러는게 아이돌인데 결국 못한다는 소리 아니에요

  ? ”

 “ 태식아, 진정하라니까. 너 일상생활하거나 사회생활 하는건 아무 문제 없어. 다

  만...다만... ”

 “ 다만 그래서 뭐요 ? 아이돌 그래서 할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 없다는 이야기에

  요 ? ”

 어차피 이미 터져버린 상황. 청하는 질끈 눈을 감아본뒤 다시금 태식을 진정시키며 해야할말을 이어가려한다.

 “ 진정해 태식아. 내가 그래서 너랑 차분하고 진지하게 좀 이야기 해보려고 온거야.

  일단 너 사회생활 하는건 아무 문제 없대두 그러네 ? 그냥 걸어다니는거 그 자체

  는 아무 문제없어. ”

 “ 다만 춤추거나 아이돌...이런것만 못한다 ? ”

 “ 태식아...일단 차분하게 내 말을 좀 들어보라니까. ”

 “ 듣기싫어요. 어차피 결국 그 이야기잖아요. 춤 못춘다면서요 ? 아이돌 못한다는

  소리지 그게 결국 그 이야기 아니면 뭐에요 ? ”

 태식으로선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것만 같은 좌절감이 드는 이야기라서일까. 그만 절망감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기까지 하고 어쨌든 다리는 불편해진 아이니까 바닥에 주저앉지 말고 침대에 앉을 것을 권한뒤 청하는 다시금 대화를 진행해보려 한다. 헌데 청하가 무슨말을 채 꺼내기도전에 태식이 먼저 묻는다.

 “ 그럼 회사(소속사)에선 뭐래요 ? 아니...회사에서도 알고 있는거에요 ? ”

 “ 엄마가 이미 기획사에 다녀왔어. ”

 “ 뭐라구요 ? ”

 듣자하니 더 기가막히고 어이가 없어 태식은 청하를 바라본다. 애초 병원에 입원중일때는 청하는 한두달정도 쉬면 다시 소속사로 복귀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다시 시작할수 있는 것처럼 말했었다. 헌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던가. 아무리 환자인 태식을 안심시키고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해도 지금와 생각해보면 너무 기가막혀서 태식은 더더욱 화가난다. 그래서 청하에게 따지듯 말한다.

 “ 그럼 그땐 왜 그런소리를 했어요 ? 이미 그럼 회사에서도 저 아이돌 데뷔 못한다

  는거 알고 있다는 소리잖아요. 아니지, 그럼 이미 나 짜르든 뭘하든 조치까지 내렸

  겠네. 근데 무슨...뭘 한두달 쉬고 복귀할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 ”

 “ 태식아...그땐 엄마도 상황을 잘 모를때였어. ”

 일단은 변명이나 해명처럼 그와같이 말하긴 하지만 이미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듯한 모습의 태식을 진정시키거나 이해시키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너무 화가난 태식은 방안의 이런저런 집기따위를 괜시리 바닥에 내동댕이치기까지 하고 청하가 일단 그런 태식을 어떻게든 진정시켜보려한다. 아니, 그보다 태식의 이런 행동 자체가 전에없던 행동이고 너무 무례해보이기까지 해서 청하도 적잖이 화가났다.

 “ 허태식, 근데 너 지금 보자보자하니 너무하는구나. 어른 앞에서 이게 무슨 버르장

  머리 없는 행동이야 ? 나 어쨌든 어른이고 너한테 새엄마야. 근데 그런 내 앞에서

  이게 무슨 배워먹지 못한 짓거리야 ? ”

 “ 뭐라구요 ? ”

 “ 아...아니 저 미안해. 방금 말은 내 실수야. 그건 내가 사과할게. 하지만... ”

 “ 듣기싫어요. 이럴거면 당장 내 방에서 나가든가 해요. 어차피 아이돌은 더 못한

  다면서요.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더 해여 ? ”

 “ 태식아...난 어쨌든 니 장래문제는 상의를 해봐야할 것 같아서...아악 !!! ”

 손찌검이라고 해야할까 뭐라고 해야할까. 너무 화가난 태식이 자신을 붙잡아 진정시키려는 청하를 밀쳐내는 과정에서 그만 자신도 모르게 태식의 손이 청하의 뺨을 쳤다. 한마디로 중학생 태식이 20대 후반의 젊은 새엄마 청하의 뺨을 때린 것이다. 의도적인 행동인지 우발적이거나 실수라고 봐야할지 순간 당황한 청하도 놀라서 태식을 바라보는데 태식은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알 수 없는 괴성을 한바탕 질러대고는 그리고 집을 나간다. 어차피 걸을수는 있으나 뛸수는 없는 현재 태식의 다리상태니 ‘뛰쳐나간다’는 표현은 적절치 못할듯하고, 그렇게 태식은 청하가 너무 갑작스럽게 의붓아들로부터 뺨까지 얻은 황망함을 주체하고 있지 못할 때 그대로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 무슨소리야 그게 ? 태식이가 집을 나가다니. ”

 청하는 남편에게 이야기하는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사실대로 이 일을 전했고, 허민은 당연히 무척이나 충격을 받고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 그래도 태식이 청하 뺨을 때린 이야기는 남편에게 하지 않았다. (* 때렸다기 보다는 다소 애매한 상황으로 봐야겠지만) 일단 청하는 자신이 직접 아이를 찾아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청하는 일단 집근처 찜질방이나 pc방 같은데를 가보았지만 그곳에선 태식을 찾을수가 없었고, 태식이야 아이돌 연습생으로 있으면서 학교보다는 연습생으로 있는 소속 기획사 위주로 생활을 하던 아이니 학교보다는 그쪽에서 아이 행방이나 수소문을 해보는게 더 수월할 것 같다는 판단에 일단 기획사로 다시 찾아가보았다. 허나 기획사 관계자들이나 아이돌 연습생등도 태식의 행방에 대해선 모른다는 반응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 아이를 어디가서 찾는단 말인가 무척이나 난감하고 막막해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한 1-2주 정도가 지났을때쯤 뜻밖의 곳에서 태식이 있다는 연락이 있다.

 태식은 그때 사실 남양주에 있는 고모(5촌고모=당고모)집에 있었다. 태식의 아버지 허민의 아버지가 3형제중 장남이고 따라서 허민 아버지에게 두명의 남동생이 있었는데 그 두 남동생이 모두 각기 딸을 두명씩 낳아 허민에게 네명의 사촌여동생이 있었고 허민이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돌볼때는 그 사촌동생들이 교대로 허민의 집에 찾아와 태식의 저녁을 챙겨주거나 밑반찬거리를 챙겨다주곤 했었다. 덕분에 태식의 학교 친구들로부터는 ‘매일 바뀌는 파출부 아줌마’들로 오해를 받기도 한 그네들. 그러나 허민이 재혼을 한 뒤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져서인지 각기 자기네들의 생활과 삶에 열중하고 있었다. 허민의 네명의 사촌동생중 둘은 현재 서울 강북지역에 살고 있고 또 다른 한명은 허민이 재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쯤 가족이 해외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은 현재 경기도 남양주에 살고 있었는데 태식은 바로 그 당고모네 집으로 찾아간 것이다.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한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해외로 나간 고모를 제외하면 한국에 남아있는 세명의 당고모중 태식이네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곳에 사는 고모집을 찾아간 것이다. 여하튼 남양주의 당고모 입장에선 태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겠다는 판단을 했는지 1-2주 정도가 지났을때쯤 집으로 연락을 해온 것이다. 태식이 아이돌 연습생을 하다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중이었다는 사실은 어차피 그녀들도 알고있을것이고 아이돌 연습생을 더 못하게 되었다면 어쨌든 학교라도 다시 다니게 하던가 해야할일이니 언제까지 아이를 자기집에 마냥 방치해 놓을수는 없을것같아 그와같이 연락을 해온 것이다. 연락을 받고 청하는 바로 그 남양주 당고모집으로 찾아갔다.

 “ 어서 오세요. ”

 남양주에 사는 허민의 사촌동생 즉 태식의 당고모는 허민과는 8살 정도가 차이나는 현재 나이 30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여성이었다. 따라서 올케언니뻘(사촌오빠의 재혼자)되는 청하보다도 나이는 6-7세 정도가 많았는데 여하튼 청하가 태식을 데리러 집으로 찾아오자 그녀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청하는 착잡한 심경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어서 나가봐. 아무리 그래도 새엄마가 너 걱정되어서 여기까지 찾아오신건데...자

  꾸 그렇게 어른한테 버릇없이 굴고 그러는거 아냐. 어허...어서 나가보래두. ”

 새엄마 청하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만나볼 생각이 없었는지 방안에서 버티는 태식을 당고모는 그런식으로 타일렀고 하는수없이 태식이 방에서 나왔다. 불과 한 1-2주만에 재회하는 의붓아들 태식임에도 불구하고 청하는 마치 몇십년만에 만나는 이산가족이라도 되는양 어떤 아찔한 감격마저 되었고 다가와서는 아이를 안아보았다. 어느덧 중학생이라 자랄만큼 자라서인지 이제 키도 그런대로 청하와 맞먹을 지경인 태식.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 보았을때는 그야말로 그저 엄마없는 불쌍한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태식이 새삼 확연한 다 성장한 남자로 느껴지기까지 할 지경이다. 그런 태식과 청하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 태식아... ”

 무안한것인지 아니면 딱히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서인지 부르는 청하의 말에 별다른 대꾸가 없는 태식. 청하가 그런 태식을 짠한 감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한가지만 물어보자. 지금...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 ”

 “ ...... ”

 “ 어쨌든 그렇게 하고싶었던 아이돌 결국 할수없게 된거잖아. 그러니...아니 그보다

  는... ”

 이런식의 말이 오히려 아이를 더 절망에 빠트릴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 잠시 말을 돌리는 듯 하던 청하는 그렇게 주제를 다시 다른방향으로 이끌어낸다. 그녀의 말이 계속된다.

 “ 그래...그러고보니 태식이 아빠가 그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었어. 인생이 어떤 자

  신이 처음 목표로 한 길이 좌절되었을때는 그때를 대비한 제2,제3의 대안도 늘상

  마련해두고 있어야한다는 것을... ”

 “ ...... ”

 “ 태식인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세상은 한가지 일만 매진해서 될 수가

  없는게 그런 이치야. 뭐 옛날에는 평생직장 같은 개념도 있었고 또 한가지 기술만

  가지고도 평생 먹고살수도 있는 그런 시절도 있었지만...솔직히 우리는 이미 그럴

  수 있는때는 다 지난 시절에 살고 있다고 봐야 하는거고. ”

 현재 나이 20대 후반인 청하를 80년대 후반 – 90년대 초반 정도의 출생으로 본다면 확실히 ‘평생직장’ 같은 그런 개념은 거의 사라져가고 투잡이니 뭐니 하는 이런식의 개념들이 새로 생겨나기 시작한 그런 시대에 자랐다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청하는 아마 어릴 때 집안에서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했을법한 ‘예전에는 한가지 기술만 갖고도 다 먹고살수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그런식으로 입에담고 있는것이고 일단 이런식으로 아이를 설득해보려 하는 것이다.

 “ 인생이란게 결국...어느것 한가지에만 매달려...‘난 이것 아니면 안 돼’ 이렇게 어

  느 한 길에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한거야. 당장 태식이 너 이렇

  게...너 물론 아이돌을 그렇게 하고 싶어서 기획사에 그런 지원도 하고 그랬던 것이

  겠지. 하지만... ”

 청하의 말이 태식을 설득시키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태식은 아직 별다른 대꾸가 없다. 간간이 입술을 살짝 깨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무슨 결심이나 심리의 변화를 보이는 것 같지는 않고, 아직 태식의 속 마음이 어떨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청하는 청하대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를 계속 설득해보려 하는 것이다.

 “ 태식아... ”

 일단 이런식의 설득이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청하는 잠시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잠시 침묵이 흐르는 듯 하다 다시 아이를 불러본 청하.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 사실...새엄마도 지금 너 못지않은 절망에 빠졌던적이 있었어. ”

 “ ??? ”

 “ 새엄마...유산했던거 알고 있지 ? 너 그때 새엄마 유산한 것 알고 약도 선물해주고

  그랬었잖아. 그게 뭐 유산한 여자한테 필요한 약은 아니라서 난 그냥 순간 니가 나

  놀리는 것 같아서 화도나고 해서 그냥 내팽개쳐버렸지만... ”

 청하가 그래도 허민과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상 그렇게 자기 아이를 갖게되고는 말할수없이 기뻤던 시간. 허나 너무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오해로 빚어진 납치사건으로 인해 아이가 유산되고 그래서 망연자실해있을때, 어떻게 그래도 집안 분위기에서 새엄마 청하가 유산한 사실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제 딴에는 청하에게 약을 선물해주기까지 했던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태식. 그러고보니 벌써 3년전 일이기도 한데, 어느덧 중학생이 된 태식은 그때일이 새삼 떠올려지자 그때 진짜 자신이 너무 말도 안되는 황당한짓을 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순간 피식 실소를 터트리기까지 한다. 헌데 어쨌든 이렇게 웃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의 여유라도 좀 생긴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 청하는 다소 희망섞인 목소리로 태식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그땐 사실 새엄마도 진짜...너무나 절망적이고 진짜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심정이

  었어. 물론 새엄마...친엄마가 없는 너한테 진심으로 잘해주고픈 마음으로 태식이

  아빠와 결혼한것이긴 하지만...그런 문제와는 별개로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

  는 것은 정말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기 쉽지않은 기쁨이고 행복이니까말야. - 여

  자의 심리는 정말 남자들이 이해할수 없는 복잡하고 오묘한 그런것들이 많이 있단

  다. ”

 “ ...... ”

 “ 그때 그렇게 아이를 잃은 나의 절망감과 지금 그렇게 하고싶은 아이돌 가수를 더

  이상 할수없게된 너의 절망감 이 둘이 동일한 무게로 비교할수 있는 성질의 것이

  될련지는 모르겠다. 허나 그때 그나마 샘솟던 희망이 하나 사라져버린 것 같은 그

  좌절감...그걸 생각하면...니가 느끼는 좌절감을 어느정도 이해할수도 있을 것 같아.

  어쨌든 너도 유일한 삶의 목표이자 희망과도 같았던 그것을 잃은것이나 다름없으

  니까말야. ”

 유산을 해서 아이를 잃은 청하의 심정과 다리를 다쳐 아이돌 가수를 할수 없게되어 절망하고 있는 태식의 마음. 적어도 자신의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목표를 잃었을때의 절망감이란 점에서 두 사람이 느낄수 있는 동질감이나 공통분모같은 것이 어느정도 만들어질수 있다고 봐야하는것인지. 적어도 아이를 잃었을 때 그 청하의 좌절감과 아이돌을 할수없게 되어 절망하고 있는 태식이 입은 상처. 그것이 ‘상처’라는 점에선 확실히 이 둘이 동일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청하의 말이 이어진다.

 “ 태식아... ”

 “ ...... ”

 “ 그리고 깜빡하고...그러고보니 이건 태식이 아빠한테도 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

  제 새엄마는 아이를 가질수 없어. ”

 순간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놀라서 그만 태식이 청하를 바라보는데, 괜시리 북받치는 설움까지 있어서인지 그만 순간 울음까지 터트린 청하는 가까스로 스스로를 진정시킨뒤 말을 이어간다.

 “ 유산을 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혹시 모르겠다는 생각에 산부인과에 다시 정밀진단

  을 받으러 갔다 그런 판정을 받았어. 그때 느낀 절망감은 진짜...이 세상이 모두 끝

  나버린 것 같은 그런 심정이었는데... ”

 “ ...... ”

 “ 사실 그래서 그때부터라도 태식이 널 더더욱 내 아들로 받아들이고 보살펴주려한

  그런 마음도 어느정도 있었어. 내 아이를 가질수 없다면 그냥 널 내 아이라 생각하

  고 살아가기로. ”

 “ ...... ”

 “ 허태식... ”

 청하는 태식의 손을 꼭 잡아보고 그 온기때문인지 아니면 청하의 감정이 전이라도 된 것인지 태식의 손과 가슴이 부르르 떨려오기까지 한다. 청하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우리 상처입은 몸이란 점에선 서로 같아. 아이를 잃은 상처가 있는 나나 아이돌을

  할수 없게된 너나... ”

 “ ...... ”

 “ 우리 그러니...그러니까말야... ”

 태식이 말없이 청하를 바라본다.

 “ 우리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살아가보면 안되는걸까 ? ”

 


 사실 태식은 지금까지 청하의 유산이 자기때문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일단 청하가 임신을 했고 그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산이 된 것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태식이 집안 돌아가는 분위기속에서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것이었고, 다만 그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혹시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것인가 ?’ 그 불안함과 미안한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일단 새엄마가 들어오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학교 친구들이 비오는날 우산을 갖고 자신을 데리러 온 청하를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수요일 파출부’로 오해한 일에서부터 한동안 새엄마 청하와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못했던 것은 태식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일 아닌가. 헌데 그런 청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그 아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산이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어린마음에 충분히 ‘자기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일이긴 했다. 바로 그런일이 있은 얼마후 절망과 망연자실한 심정으로 있던 청하에게 미안한 마음에 무슨 바르는 약 같은 것을 사다준것도 그런 이유때문이고, 따라서 그때의 일을 새삼 입에담는 청하를 보자 태식도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청하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신경쓰고 자신의 좌절을 아파하고 있음이 느껴졌기에 태식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 태식이 너 이녀석... ”

 그렇게 해서 일단 청하가 태식을 집으로 데리고 오긴 했지만 아버지 허민은 막상 그와같은 아들의 가출을 겪고나니 적잖은 충격도 받고 화도 난것일까. 아이가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대뜸 호통까지 쳤다. 당황한 청하가 만류를 해야할 지경이었다.

 “ 여보...여보 일단 진정하세요. 태식이 제가 말로 잘 타일러서 집으로 데려온거니

  까 일단 아이 쉬게부터 해줘요. 그리고 정히 하실말씀 있으시면 다음에 하시고요

 ”

 청하가 그렇게까지 나오니 허민도 씁쓸한 입맛만 다시면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태식은 일단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편 청하는 그렇게 태식이 들어간 방문쪽을 한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 태식이 지금 뭐하니 ? ”

 그로부터 얼마후 한밤중에 방에서 잠은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잠옷차림으로 그냥 앉아있는데 청하가 들어왔다. 의아해하는 태식을 보며 청하가 가까이 다가와 앉는다.

 “ 왜요 ? 저한테 무슨 하실말씀이라두 ? ”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 일들이었으니만큼 아무래도 자신에게 특별히 하고싶은 말이라도 있나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허나 청하는 일단 부드럽게 한번 태식의 손을 어루만져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 그런건 아니고... ”

 “ ??? ”

 “ 우리 오늘 하룻밤 같이자면 안될까 ? ”

 “ 예 ? ”

 같이자면 안 되느냐는 말에 순간 화들짝 놀란 태식. 사실 사춘기인 태식도 이따금 꾸던 젊은 새엄마 청하에 대한 야릇한 꿈 때문에 당혹해하던 일도 종종 있었지 않은가. 솔직히 이전까지 새엄마 청하를 딱히 좋아하는 편이었다곤 할 수 없는 태식. 헌데 그런 상황속에서 되려 이따금 그런 꿈을 꾸었다는것에 청하에 대한 자신의 진정한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어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허나 그런 태식이라서일까. 갑작스러운 청하의 이런말에 적잖이 당황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허나 청하는 되려 태식의 그런 태도가 어이없어 보이는지 깔깔 웃으며 말한다.

 “ 얘는...뭘 그렇게 놀라니 ? 엄마가 아들과 하룻밤 같이 자겠다는데 그게 무슨 큰

  일 날 일이라고... ”

 “ 아...아니 뭐...그건 그렇지만... ”

 태식이 아직 미성년자인 사춘기 소년이고 무슨 이상한 야설이나 야동같은 것을 즐겨보지도 않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너무 이상한 상상이나 생각을 했던것일까. 그래서 오히려 순간이나마 당황하고 긴장했던 감정은 스스로 진정시키려 애쓰는데 청하는 청하대로 그런 태식이 여전히 재미있어보일 따름이다. 그래서 살짝 태식의 팔이며 아랫배를 손가락으로 간지럽혀보기도 한다.

 “ 헉...왜 왜 이러세요 ? ”

 그러자 진짜 당황한 태식이 어쩔줄 모르고, 이러자 청하도 되려 태식의 이런 당황해하는 모습에 재미들릴판이다. 허나 오늘 그런 싱거운 장난이나 치자고 청하가 들어온 것은 아닐터이고, 다시 진지한 분위기로 돌아가서는 청하의 말이 이어진다.

 “ 허태식...새엄마가 지난번 태식이 데려오던날 말했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그렇게 살아가면 안될까 하고... ”

 “ 네, 그러셨죠. ”

 아직 며칠이 채 지나지 않은일이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청하의 말이기도 하다. 청하는 그 말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이와같이 말을 이어간다.

 “ 그냥 모든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 그까짓 아이돌의 꿈 좌절되면 어

  때. 아닌말로...아직 태식이는 젊고 살아가야할 날이 많이 남았잖아. 언젠가 다시

  새롭게 태식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마음에 들거나 좋아하는일을 찾을수 있을 때

  가 올거야. ”

 그런식으로 태식을 위로하는 청하. 허나 아직은 이런식으로 아이돌의 꿈은 정녕 접어야 하는것인가 하는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만은 지우기 쉽지 않기에 태식의 심경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하다. 청하가 거듭 그런 태식을 위로한다.

 “ 그냥 새롭게...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고 생각해...아니 제2의 인생이라고 할 것도

  없지 뭐.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인 니가 인생을 시작하고 말고 할게 뭐 있어 ?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안그래 허태식 ? ”

 “ 그...그거야 뭐... ”

 일단 청하의 말이 어느정도 수긍은 가는지 이런식으로 나오고 있는 태식. 허나 자신의 다리부상이 확실히 100퍼센트 정상으로 회복된 것은 아닌지라 그 부분에 대한 아픔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다시금 입을 연다.

 “ 어쨌든...춤추거나 뭐 운동을 한다거나 그런건 못하는거라면서요 ? ”

 “ 뭐 그까짓 춤 좀 못추고 운동좀 못하면 어때 ? 세상에 할수있는일이 알고보면 얼

  마나 많이 있는데...무엇보다 태식이 어쨌든 멀쩡하게 걸어다닐수는 있잖아. 또 일

  상도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유지하며 보낼수가 있고. 그 정도면 된거지 뭘 그래 ?

 ”

 확실히 태식의 상태는 심한 운동을 한다거나 또는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장거리를 걸어가야 한다거나 그럴때만 다소 불편을 느끼는것이지 거동이 완전히 불편하거나 일상을 유지할수 없는 정도로 심각한 장애가 온 것은 아니다. 솔직히 태식의 지금 현재 장애상태와 이렇게 된 사연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야말로 아무런 문제없는 멀쩡하고 평범하고 건강한 사춘기 청소년일뿐. 웬만큼 태식과 가까이 지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의 장애상태를 눈치채기 힘들 정도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중증 장애인의 경우와 비교하면 태식의 경우는 얼마다 다행스러운것인가. 그런쪽으로 생각하니 그런대로 위로가 될 것도 같다.

 “ 그리고 태식아... ”

 “ 네, 새엄마... ”

 헌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것인지 청하는 살짝 긴장이 된 모습이 된다. 그래서인지 얼굴이 약간 발그레해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령 짝사랑하던 이성에게 어렵사리 고백하는 순간인들 이렇게까지 긴장되고 흥분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청하는 솔직히 지금 많이 긴장이 된 상태다.

 “ 그동안 태식이와 참 이런저런 간단치 않은 일들이 있기도 했지만... ”

 “ ??? ”

 “ 새엄마는 태식이 이제 진심으로 아들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친아들처럼 보살펴

  주고 싶어. 진심으로 태식이의 엄마가 되고싶어. 그 말을 한번쯤은 하고 싶었어.

 ”

 그 말이 태식의 마음을 울렸는지 순간 가슴 한켠이 짠해온다. 살짝 눈물까지 고일 지경까지 되고. 다만 이런 상황에서 무슨말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그저 망설이고만 있는데 그런 태식을 청하가 한번 꼭 감싸안아본다.

 “ 사랑해 태식아... ”

 그러면서 태식의 입술에 입을 맞춰보기까지 하는 청하. 놀란 태식의 두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가슴이 몹시나 두근거려온다. 청하의 키스는 제법 격렬하기까지 한데, 이렇게 어떻게보면 태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얼떨결에 이성이 해주는 키스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것도 젊은 새엄마 청하가 해주는 첫키스를.



- 7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