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청하 (5)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수요일 파출부





 태식은 결국 아이돌 연습생이 되어 기획사에서 데뷔조가 되기위한 훈련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그렇게 된지 두어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태식이 아이돌 연습생으로 뽑히고, 그리고 그 연습기간이 시작된게 초등학교 6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으니 그 사이 중학생이 된 태식이기도 한데, 여하튼 학교수업은 오전에만 참석하고 오후와 저녁때는 기획사 아이돌 연습생으로 트레이닝 훈련을 받는 그런식의 일상이 계속되는 어느날이었다. 하루는 그날도 일과대로 트레이닝 시간을 모두 마치고 연습생들은 집으로 갈 사람들은 집으로 가고 자기네들끼리 노닥거리고 싶은 사람은 그냥 자기네들끼리 노닥거리는 그때쯤의 시간이었다. 다만 태식은 그날 많이 피곤했는지 바로 집으로 가지는 않고 연습실 한쪽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러다 얼마쯤 지났을때다.

 “ 어엇...어이쿠... ”

 누군가가 자신을 툭툭 치는 느낌을 받으며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바로 나자빠질뻔 했다. 의자에 앉은채 깜빡 잠이 들었다가 그렇게된것인데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뻔한 태식을 바로 붙잡아주는 누군가가 있었다. 다름아닌 그와같은 연습생인 이진규였다. 사실 진규는 저쪽에서 혼자 꾸벅꾸벅 졸고있는 태식이 좀 딱해보이기라도 했는지 음료수 캔이라도 하나 뽑아 갖다주려 했는데, 그러면서 태식을 깨우려 했는데 졸던 태식이 순간 놀라면서 그대로 의자에서 떨어질뻔한 것이다. 순간 바로 깜짝놀란 이진규가 붙잡아 위기를 모면하긴 했지만 태식도 진규도 순간 너무 놀란 듯 서로를 잠시 바라본다. 진규가 일단 한숨을 돌리며 말을 건넨다.

 “ 왜 그렇게 놀래 ? 나야. 이진규. 조는 모습이 워낙 딱해보여 마실거라도 갖다줄

  까 하고 온건데... ”

 “ 어, 그...그래 고맙다. ”

 겨우 정신을 좀 차린 태식은 고맙다고 하며 진규가 건넨 음료수 캔을 받아들고 그리고 둘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왜 ? 많이 피곤한거야 ? ”

 “ 아니...뭐...피곤한 정도까진 아니었는데...그냥 좀 앉아서 쉬었다 갈까 했더니만...

 ”

 그러다 깜빡 잠이 든 모양인데, 어쨌든 그런식으로 잠에서 깬 태식은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리고 함께 연습실을 나오며 두 사람은 이야기를 계속 나누게된다.

 “ 어떻게 ? 집에 가려구 ? ”

 “ 가야지 뭐... ”

 어차피 연습시간이 다 끝나고 나면 밤늦은 시간이니 집으로 가는 것 외에는 다른걸 생각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태식은 그렇게 대답하는데, 진규는 그런 태식을 보며 다시 말을 건넨다.

 “ 그런데 넌 어때 ? 할만해 ? ”

 “ 뭐...그럭저럭... ”

 아이돌 연습생을 할만하냐는 의미의 질문인지 바로 알아들었는지 그런식으로 대답하긴 했는데, 진규는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다른 질문을 건넨다. 그의 표정은 약간 심각해 보인다.

 “ 넌 어땠어 집에서 ? 이거 하는거 뭐라고 안 하셔 ? ”

 “ 나 ? 나야 뭐... ”

 사실 애초에 태식은 아빠나 새엄마의 반대가 있을까봐 집에는 이야기도 안하고 혼자 아이들 오디션에 지원을 하고 그래서 연습생으로 뽑힌 것 아닌가. 다만 그런 집안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하려면 결국 ‘새엄마’가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레 밝혀야 하기 때문인걸까. 태식인 답을 어찌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허나 어차피 집에서 어느정도 반대가 있었을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일이라서일까. 진규는 뭔가 지레짐작이라도 하는듯한 말투로 말을 이어간다.

 “ 하긴 나도...공부해야지 무슨 엉뚱한 짓이냐...그러다 잘 되면 모를까...중간에 만약

  잘못되면 그 다음엔 진짜 대책 없는거다...또...니가 아직 어려서 몰라서 그렇지 연

  예계란데가 TV랑 볼때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아주 험하고 무서운 곳이다...별의

  별 말씀을 다 하시더라...솔직히 그런식으로 자꾸 반대만 하시니까 반발심에라도 계

  속 고집피워서 이거 하겠다고 한건데... ”

 진규는 진규 나름대로 아이돌이 되겠다고 했을 때 집안 반대가 어땠는지를 그런식으로 넋두리처럼 늘어놓긴 하는데, 허나 태식은 부모님 이야기는 별로 꺼내고 싶지 않은것일까. 별다른 대꾸가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것인지 안 들어주는것인지 태식이 별다른 반응이 없자 진규도 무안해졌는지 그쯤에서 이야기를 그만하긴 하는데 그렇게 버스정류장으로 가든 지하철을 타든 대중교통을 이용할수 있는 쪽으로 두 사람의 발걸음이 거의 옮겨져 가고 있을때쯤이다. 문득 태식이 진규에게 좀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다.

 “ 이진규...이진규라고 했지 ? ”

 아이돌 연습생을 시작한지는 이제 두어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니 함께 훈련을 받는 아이들끼리는 서로의 이름을 알게되거나 아직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을텐데, 여하튼 태식인 아직 이진규의 정확한 이름은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그와같이 묻고, 무슨 용건인가 궁금해하는 진규를 보며 태식의 말은 이어진다.

 “ 여자란 어떤 존재인걸까 이진규 ? ”

 “ 뭐 ? ”

 이제 한참 사춘기가 될 나이의 녀석들이니 여자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은 이제 충분히 생길법한 나이고, 그런식의 이야기려니 막연히 짐작되는것일까. 진규가 태식에게 이와같이 묻는다.

 “ 왜 ? 뭐 어디...맘에 드는 여자애라도 있어 ? ”

 “ ...... ”

 “ 그...여자애들 조 중에는 OOO이란 애랑 OOO이란 애가 괜찮아보이더라. 듣기로

  OOO이는 아역배우 경험도 좀 있는 애라고 하던데... ”

 만약 마음에 드는 여자가 태식에게 생긴것이라면 뭐 대충 학교나 이웃에 사는 여자애 아니면 자신들은 어차피 아이돌 연습생이니만큼 자신들과 같은 훈련을 받는 그런 여자 연습생중에 관심이라도 가는애가 생긴것인지. 뭐 대충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진규가 그런식으로 대꾸를 하긴 하는데, 태식의 입에서는 좀 엉뚱한 소리가 나온다.

 “ 그런게 아니고말이야 이진규... ”

 “ ??? ”

 “ 만약 꿈속에 어떤 여자가 나타난다면 그건...내가 그 여자를 좋아한다는 의미인걸

  까 ? ”

 “ 뭐 ? ”

 처음엔 태식이 어디 마음에 드는 여자라도 있어서 이런식으로 운을울 뗀건지 알았는데, 갑자기 웬 꿈이야긴가 약간 황당해하는 진규. 허나 진규는 진규 나름대로 충분히 이해라도 한다는 뜻인지 이런식으로 나온다.

 “ 왜 ? 꿈에 뭐 이쁜 여배우나 걸그룹이라도 나오고 그러냐 ? 전에 어떤 책에서 보

  니까 우리 나이땐 충분히 그럴수 있대. 어떤 마음에 들어하는 이웃집 여자애라든가

  아니면 TV를 보면서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이 나온다던가...그런꿈 가끔 꿀수 있다

  고 하더라. ”





 문틈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여인이 하나 있다. 지금 어떤 공간인지 가늠이 쉽지 않긴 한데, 태식은 대체로 무표정하고 멍한 감정으로 그 문틈에 보이는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은 방안 침대에 웅크려 앉아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여인의 늘씬한 쭉 뻗은 다리의 각선미가 제법 섹시해보인다. ‘헉~!’ 하며 순간 태식이 당황할 정도로. 사춘기인 중학교 1학년 소년 태식은 그렇게 한동안 멍한 얼굴로 방안 여인의 섹시한 각선미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그때 여자가 태식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다름아닌 청하다. 헌데 청하가 순간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태식을 응시하는 듯 하더니 자신에게 오라는 듯 손짓하고 있었다. 굳이 비유하면 창녀가 남자를 유혹할 때 보이는 손짓과 유사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따라서 태식은 더더욱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여인이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저돌적으로 태식에게 달려온다. 순간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 태식을 청하가 와락 끌어안았다.

 사실 태식이 청하를 지금까지 ‘이쁘다’고 생각한적은 없다. 청하가 태식의 새엄마가 된 것은 그가 초등학교 4학년때. 그리고 어느덧 3년정도의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태식과 열다섯살 나이차가 나는 청하는 어느덧 20대 후반인데, 일단 청하가 대체로 화장이나 잘 꾸미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게다가 나이도 좀 들어보이는 얼굴이라서 4학년 태식의 눈에 청하는 그냥 ‘아줌마’로 보였다. 다만 청하의 늘씬한 다리와 각선미는 제법 섹시해보인다는 느낌을 가졌던 것이 5학년 가을무렵부터의 일이다. 사실 청하는 더운 여름이나 이럴때는 집에서 보통 반바지 차림으로 일상을 보내곤 했는데 2차성징이 이제 시작되는 태식의 눈에 그런 청하의 늘씬한 각선미가 제법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런 태식이라서일까. 방문틈으로 들여다보이는 청하의 각선미를 웅크리고 침대에 앉은채 쭉 뻗어있는 늘씬한 두 다리를 잠시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그 청하와 순간 눈이 마주치더니 새엄마인 그녀가 자신에게 야릇한 미소와 손짓을 보이는 듯 했다. 헌데.

 “ 일어나 이 녀석아 !!! 학교 안 가니 ? ”

 벽력같은 호통소리에 눈을 떴다. 태식을 깨운 것은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새엄마 청하는 아니었고 바로 아버지 허민이었다. 허민은 오늘따라 늦는 아들에 살짝 화가 났는지 언성까지 높이며 어서 일어나 학교갈 준비 하라고 호통까지 치는데, 사실 태식을 깨우는 당번은 지금껏 대체로 새엄마 청하보다는 아버지 허민이 도맡아해왔다. 그것은 허민이 재혼하기 전까지는 어차피 식구가 아들과 자신밖에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재혼후에도 청하와 태식의 사이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 듯 해 아이 깨우는 것 정도는 그냥 자신이 맡아 하기로 하고 지금껏 쭉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하필이면 새엄마의 야릇한 미소와 동작을 꿈으로 꾼 태식은 깨어나보니 되려 아버지의 벽력같은 호통소리가 들려오자 되려 실망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런 태식의 심리상태를 알길없는 허민은 어서 씻고 학교갈 준비 하라는 재촉을 하고 태식은 그렇게 천천히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 오늘도 그...아이돌 연습 훈련이 있는거냐 ? ”

 태식의 아이돌 훈련 날짜는 평일 오후와 저녁때 대체로 거의 매일같이 잡혀 있었다. 따라서 태식은 학교는 오전수업만 마치고 오후와 저녁시간엔 기획사 연습실에서 춤과 노래 훈련을 받고 돌아오는 일상을 어느덧 반년 넘게 계속해오고 있었는데, 다만 허민은 여전히 아들의 이런 모습이 흡족치 못한것일까. 사실 물어보는 말투 자체부터 부드럽지는 않은 그런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되려 걱정이라도 된 청하가 옆에서 만류한다.

 “ 여보, 그만하세요. 어쨌든 태식이도 다 제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건데... ”

 어쨌든 부자간에 아침부터 공연히 마음이 상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런식으로 오히려 아들 역성을 드는듯한 모습을 보인것인데 태식이 그런 청하를 흘끔 바라보았다. 간밤에 꾼 야릇한 꿈 때문에라도 오늘따라 새엄마 청하를 바라보기가 괜시리 미안하고 무안해지기도 하는데, 허나 그런 가운데서도 간밤 꿈의 그 야릇한 느낌은 좀 더 이어가보고 싶은 생각인것일까. 잠시 청하를 멍하니 바라보자 의아한 그녀가 묻는다.

 “ 왜 그래 태식아 ? 무슨 할말이라도 있어 ? ”

 아니면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어 잠시 만져보기도 하고, 그러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그와같이 물은것인데 그러자 되려 화들짝 놀란 태식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그쯤에서 학교에 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단 이런 모습은 허민이나 청하의 입장에선 별다른 이상은 없는 일상적 모습으로 느껴져서인지 더 이상 무슨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태식은 서둘러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다. 태식은 그 사이 중학교 2학년이 되었고 다만 아이돌 연습생으로 데뷔조가 되기위한 훈련은 계속 받는 중이었다. 그러고보면 아이돌 연습생이 된지도 어느덧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셈인데, 여름도 다 지나고 가을로 접어든 바로 그 무렵 어느날, 기획사 연습실에 작은 사고가 하나 생겼다.

 사고는 사실 기획사 연습실이 최근 다른곳으로 옮겨 그곳의 정리를 하기위해 연습생들이 짐도 좀 옮기고 그런 분주한 모습을 보일때였다. 연습실 한쪽엔 아마 이전에 창고처럼 쓰던곳인지 그런 공간이 있었고 잡동사니 같은 물건들이 잔뜩 놓여져있고 쌓여져 있었다. 아마 전에 이곳을 쓰던 사람이 필요가 없어서인지 그냥 두고간 듯 한데 따라서 새로 들어온 사람들 입장에선 그냥 쓰레기로 보일 수밖에 없는 물건들. 따라서 그것을 치우기 위한 작업을 하는중이었다.

 “ 어엇~~~!!! ”

 헌데 다소 무서운 물건들이 위에서부터 잔뜩 쌓여져 있는곳에 물건들을 내려놓기 위해 움직일때였다. 얼핏 날카롭거나 뾰족한 것이 보이기도 하고 다소 무거워보이는 것들도 놓여져있는 여하튼 잡다한 잡동사니가 잔뜩 있는곳인데, 부주의로 그만 그곳에 물건들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피할사이도 없이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 사람살려요 !!! 아악~~~!!! ”

 무엇보다 쓰러진 물건들 밑에 서너명 정도의 연습생이 깔렸다. 당황한 다른 연습생과 관계자들이 일단 물건을 치우고 연습생들을 꺼내려하지만 워낙 이런저런 복잡한 물건들이 잔뜩 뒤엉킨 공간이라 쉽지가 않았다. 깔린 연습생들은 비명을 계속 지르고 얼마나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다 일단 물건들을 다 치우고 깔린 연습생들을 구할 수는 있었다.

 두명 정도가 경상을 입고 한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런 정도의 사고라면 일반적인 기준에선 ‘경미한’ 수준으로 볼 수 있는 그 정도의 사고긴 하다. 허나 그날 하루 일단 연습은 중단하고 부상을 입은 연습생들을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에 보내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긴 했는데, 다만 경상을 입은 두명의 연습생은 그나마 그날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고 바로 퇴원을 할수 있었다. 다만 중상을 입은 한명이 문제였다. 그리고 중상자는 다름아닌 태식이었다.

 “ 허태식...어때 ? 괜찮은거야 ? ”

 병원까지 함께 온 기획사 관계자들이 태식의 상태를 물었다. 병원 의사도 몇 번이나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연락을 받고 새엄마 청하가 달려온것도 그때의 일이다. 담당의사가 일단 청하를 은밀히 불러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려주려했다.

 “ 허태식 환자 어머니 되시나요 ? ”

 “ 네 ? 아...네에... ”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이럴땐 일단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일. 어쩄든 의사는 다소 차분하면서도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인지시켜야겠다는 듯 한숨을 내보이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청하에게 입을 열었다.

 “ 그...허태식 학생이 운동을 하거나 이런건 아닌거죠 ? ”

 헌데 환자를 치료한 의사라면 다친 경위에 대해서도 함께 온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은 당연히 들었을터인데, 마치 허태식이 아이돌 연습생이란 사실을 모른다는 듯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청하는 일단 ‘이 아저씨가 지금 무슨소린가 ?’ 싶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일단 ‘아니다’는 대답을 했다. 의사가 그런 청하를 바라보며 말을 계속 이어간다.

 “ 일단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일상을 보내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가령

  뭐 장시간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다던가 책을 본다던가...하다못해 컴퓨터 게임을

  한다던가...그러는데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요... ”

 일단 태식이 머리를 다치거나 혼절을 했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 적어도 환자의 의식상태도 또렷했다. 치료를 마친뒤에는 병원까지 달려온 기획사 관계자나 다른 연습생들과 웃으며 농담까지 한두마디 주고받을 정도였으니까. 다만 문제는 태식이 다친곳은 다리 그중에서도 발목 부분이었다. 의사가 이제야 그 문제를 이야기한다.

 “ 걸어다니는데도 일단 별 문제는 없을겁니다. 다만 운동을 한다거나 춤을 춘다거나

  그러는건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무슨 휠체어를 탄

  다거나 목발이라도 짚어야 할 정도가 된것도 아니고...이미 말씀드렸지만 앉아서 생

  활하거나 가까운데를 걸어다닌다거나 하는 정도는 별 문제 없습니다. 다만... ”

 “ 다만 대체 뭐가 어쨌다는건가요 ? ”

 쓸데없는 서론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청하가 답답해서 그와같이 묻는데 그러자 의사가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 가령 등산을 한다던가 계단을 오르내린다던가 다리에 심한 무리가 올 수 있는 그

  런 것은 앞으로 일절 삼가야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운동이나 춤도 당연히 안 되고

  요. 그냥 가까운 거리 정도만 산책삼아 오갈수 있는...그러니까 일단 걸을수도 있다

  는 소리에요. 다만 다리에 너무 심한 무리가 오는 운동같은 것은 이제 절대 금물입

  니다. ”





 한마디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일상은 70-80%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운동을 한다거나 춤을 춘다거나 또는 등산을 한다거나 이렇게 다리에 무리가 가는 일은 할수 없거나 해선 안되는 상태가 된 것이 지금 태식의 상태인 것이다. 또한 휠체어에 의지하거나 목발을 짚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다리는 다소 저는 상태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 따라서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할때도 다소 불편할 수밖에 없는 – 그게 지금의 태식의 상태인 것이다. 헌데 이렇게되면 사실상 아이돌 가수는 할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따라서 만약 태식이 그 사실을 알게되면 하늘이 무너져내리는것과 같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여하튼 나름의 꿈과 희망을 갖고 지망한 아이돌 연습생인데 그 꿈이 좌절된다면. 그때 태식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청하도 여간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일단 태식의 소속 기획사로 찾아가보기로 했다. 병원에서 담당의사는 청하에게 마치 태식이 아이돌 연습생이란 사실을 모르는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이 정도 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소속 아이돌 연습생의 상태라면 당연히 기획사에 보고가 들어갔을터. 어쩌면 이미 관련사안에 대한 조치가 내려졌을수도 있는 일이다. 사실 청하도 그러고보면 한때 연예기획사에서 몇 년간 직원으로 일해본 경력이 있기도 한 여자이기도 하지만 따라서 오히려 그런 기획사의 분위기나 이런 것은 더더욱 잘 알수도 있는 사람. 일단 상황을 알아보려 기획사로 찾아가보긴 했지만 청하에게도 이미 짐작되고 남을만한 것들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청하가 아무리 기획사 여직원 경력이 있는 사람이래도 그것으로는 해결할수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식이 진심으로 걱정되어 한가닥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마음으로 태식의 소속사 사무실을 찾아가보는 것이다.

 “ 허태식 연습생 어머니 되신다구요 ? ”

 짤막하게 그냥 ‘네’하고 대답한 청하. 일단 담당 관계자가 나와 청하와 면담시간을 갖는다. 허나 관계자는 이미 모든 결정이 내려져있음을 알려주는수밖에 없었다.

 “ 허태식 연습생이 더 이상 춤은 못추는 상태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안타깝

  지만 연습생에선 탈락되는것이지요. ”

 “ 그...어떻게 안 되겠나요 ? ”

 아무리 생각해도 태식이 받을 충격 때문에 이대로 물러날수는 없어서 청하는 안타깝게 이와같이 물어보지만 허나 관계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 안되는 일인걸 아실만한분이 왜 그러세요 ? 춤도 못추는 사람을 무슨 아이돌을 시

  킵니까.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희로서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

 “ 아니 저...선생님... ”

 “ 혹시 보상을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허태식 연습생의 상

  황은 진심으로 안타깝고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

 “ 이것보세요 지금 그까짓 보상이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여하튼 한참 중요한 중학

  교때 한 2년의 시간을 여기서 보낸거에요. 헌데 지금와서...지금와서 이렇게 연습

  생에서 탈락하면 아이가 받을 충격도 충격이지만...그 아이 앞으로의 미래는 어쩌

  라구요. ”

 “ 이것보세요 허태식 학생 어머니 !!! ”

 청하가 연예기획사 직원 출신이란게 또는 그런 사실을 기획사 관계자가 안다고 한들 그게 이런 상황에서 무슨 도움이 되겠냐마는 여하튼 관계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아줌마라도 타박하는듯한 말투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간다.

 “ 그...아주머니도 그런 이야긴 들어보셨을겁니다. 아이돌 연습생 된다고 나름 꿈에

  부풀어서 찾아왔지만 중도탈락하는 사람이 한 90퍼센트는 된다구요. 그러니...연습

  생 한다고 다 아이돌이 되는거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 입장에서도 솔직히 태식이

  같은애가 한둘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아이들 일일이 개인사정,딱한사정을 다 챙겨

  줍니까 ? 저희로서도 불가피한 조치니 그렇게 알고 이만 돌아가세요. ”

 더 말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청하도 눈앞이 캄캄해진다. 사실 태식도 태식이지만 이 사실을 남편 허민이 알면 그땐 또 어찌하나 그 또한 무척이나 걱정이 되는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허민의 경우엔 바로 만약 그렇게 아이돌로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했을 경우 그때를 대비한 제2,제3의 인생 대안같은 것은 염두에 두고 있어야하는데 그런걸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아이돌 아니면 안된다며 그 길에만 매달렸다가 안되었을 경우. 그때는 어찌하는지 그 문제를 걱정했던 사람이 남편이 아니던가. 따라서 이 상황에서 대체 이 말을 남편에게든 태식에게든 어찌 전해야할지 청하는 걱정이 태산같아진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는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야기는 남편에게 먼저 하는수밖에 없었다. 태식이 입원한지는 이제 두주일여 정도가 지났는데 태식의 치료작업은 사실상 거의 마무리가 되었지만 청하는 ‘재활치료’가 더 필요하다는식의 핑계를 대고 일단 아이를 병원에 당분간 더 있도록 했다. 어쩌면 그렇게 일종에 병원에 ‘방치상태’라고나 할까. 정말 재활치료라도 받는다면 모를까 딱히 그런게 아니라면 더 이상 무슨 치료나 손을 쓸수 있는 것은 없는것인데, 그야말로 공연히 병원에 장기입원이 된 상태가 태식인 것이다. 청하는 일단 나름대로 태식에게 한달정도만 휴식과 안정을 찾으면 다시 연습생으로 복귀할수 있을거라고 기획사측과 이미 이야기가 되었다고 해서 안심을 시켰지만 현실은 그 정 반대이기 때문에 그런말을 아이에게 또 어찌 전해야할지 청하는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한 상태가 되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 그러게 내...진작에...하지말라고 말렸어야 하는 것을... ”

 “ 여보... ”

 바로 그 문제에 대한 걱정을 태식이 아이돌 연습생에 지원해서 붙었다는 사실을 알고 일단 반 허락을 한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한참동안 하던 허민이 아니던가. 만약 아이돌로 성공하는 10퍼센트의 경우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중간에 좌절되는 90퍼센트에 해당된다면 그땐 어쩌란말인가. 아이에게 그때를 대비한 대책이나 대안은 있는것인가. 그 점을 걱정하며 밤깊은 시간까지 고민하던 허민. 하지만 그래서라도 90퍼센트의 실패사례가 아닌 10퍼센트의 성공사례에 들기를 내심 바래기도 했는데 결국 이렇게 예기치못한 사고로 인해 90퍼센트의 실패사례에 들게 되었다는점이 아버지인 허민으로서도 무척이나 안타깝고 좌절감이 드는 그런 심리상태를 만들어버렸다. 다시금 술잔을 기울이게된 허민이 아내를 보며 말한다.

 “ 여보...난 말이지...솔직히 난... ”

 “ 애딸린 이혼남으로 나이어린 당신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최소한 아이문제로 당

  신을 힘들게 만들지는 말아야겠다...그 정도 결심은 하고 한 재혼이야. 그런데...

 ”

 사실 이런일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젊은 후처인 청하를 힘들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 않는가. 따라서 아들의 문제도 문제이지만 이런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젊은 아내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단 그 부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부터 전하는데 청하는 청하대로 그런 허민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 무슨 그런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물론 저 솔직히...태식이가 처음에 저한테 아무

  런 말도 하지않고 그렇게 아이돌을 하겠다며 기획사에 지원한 문제부터...서운한걸

  따지자면 한두가지는 아니에요. 하지만... ”

 다른건 몰라도 청하의 경우엔 자신의 아이를 갖는 문제는 입장정리를 확실히 하지 못하다가 임신을 한 상태에서 그런 봉변까지 당했던 여자가 아니던가. 따라서 그 점 때문에라도 남편의 전처소생 아들인 태식을 바라보는 감정은 늘상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런 문제들과는 별개로 설사 태식으로부터 ‘새엄마’라는 인정을 못 받고 파출부나 가정부같은 어정쩡한 위치로 이 집에 있는 처지갖다 할지라도 어쨌든 태식을 한 식구로 기본적인 챙겨주고 신경써줘야 할 일들은 신경써주고픈 그런 마음도 있었다. 가령 기왕 그렇게 아이돌 연습생이 되겠다고 지원한 것 나름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어느정도 있었고, 따라서 막상 이런 사고를 당해 연습생에서 탈락되게 되자 태식이가 받을 충격을 걱정하는 그런 마음도 생긴 것이다. 따라서 그런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는 남편 허민의 고민은 오히려 기우이기까지 하다. 어떻게보면 청하가 지금 태식을 걱정하는 마음은 태식을 아들로 느끼지까진 못해도 그냥 좀 평소 친분이나 교류가 좀 있는 이웃집 학생을 걱정하는 그 정도 수준의 마음일 것이다. 여하튼 아이돌을 더 못하게된 태식의 꿈과 희망의 좌절에 대한 걱정하고 안타까와하는 마음은 분명 있는 청하. 따라서 이런식으로 말하는 남편의 태도는 오히려 그녀를 더더욱 야속하게 만들고 있다. 



- 6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