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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청하 (4)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수요일 파출부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무계한 일로 유산까지 당하게 된 청하는 한동안 망연자실한 상태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일상이나 마나 무엇하나 일이 손에 잡히는게 없고, 무엇하나 흥미나 호기심이 가는것도 없는 그런 멍하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라고나 할까. 여하튼 전처소생 아들 문제로 다소 삐걱거리는 결혼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게된 임신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름 기쁨과 희망이 새롭게 생기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그런가운데서 너무 뜻밖에 당하게 된 봉변. 차라리 자신의 부주의나 예기치않은 사고같은 것으로 그런일이 생겼다던가 하다못해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로 된 유산이었다면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던가 그냥 운명이라 생각하고 체념이라도 할텐데, 이건 그런것도 아닌 너무나 말도 안되는 오해로 이런 사태까지 벌어진것이니 그 기가막힘과 억울한 심경은 한층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남편 허민도 그래서 더더욱 자기 아내를 이 지경을 만든 인간들을 반드시 처벌하든가 하다못해 손해배상금이라도 제대로 단단히 받아내겠다며 펄펄뛰었지만 그건 오히려 청하가 일만 더 복잡해지고 귀찮아질 것 같아 만류해서 그런 상황에서 청하의 망연자실한 일상이 한동안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그저 넋을 잃은 사람마냥 거실 소파 한쪽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는데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다름아닌 허민의 아들 태식이었는데 청하는 괜한 긴장감과 경계심에 살짝 몸을 움츠리기까지 했다. 헌데 태식이 그런 청하에게 뭔가를 내미는 것이다.

 “ 저어...이거... ”

 태식은 여전히 청하를 ‘새엄마’나 ‘엄마’로 부르지 않고 호칭이 그래서 딱히 정해지지 않은채 어색하게 그녀를 부르고 있었는데, 허나 호칭은 그럴지언정 나름 정중하게 손에 든 뭔가를 청하에게 내보여준 것이다. 어리둥절해 ‘이게 뭐냐’고 묻는 청하에게 태식은 이렇게 답했다.

 “ 약이에요... ”

 “ 약 ??? ”

 “ 아프면 바르시라고...연고인데...약국에서 샀어요. ”

 순간 기가막힌 듯 청하가 태식을 바라보았다. 사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지금 집안에서 또는 아빠와 엄마(그게 새엄마든 무엇이 되었든간에) 사이에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혀 판단하지 못하거나 파악하지 못할 그런 나이는 분명 아니다. 싸우는 소리든 일상적인 대화든 하다못해 아빠와 새엄마 사이에 오가는 대화라도 우연히 엿들었다면 대충 그 대화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어느정도 알아듣고 이해할만한 그런 나이가 아닌가. 따라서 적어도 새엄마 청하가 ‘아이를 가졌고 그 아이가 유산되었다’는 정도까지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만한 나이의 아이가 태식이다. 다만 청하가 그런 황당한 오해로 괴한들에게 납치까지 당해 그런일을 당한것까지는 모르고 있을뿐 – 그런일은 허민이나 청하가 일부러 말해주지 않는한 학교와 집만 오가는 태식이 알수는 없는 일이니까 – 여하튼 청하가 최근 유산을 한것만은 확실히 알고있는듯한데, 허나 그 유산의 의미가 뭔지 제대로 알고 있는것인지 여하튼 생판 엉뚱한 약을 내민 것이다. 유산이 무슨 어디 아픈데 연고라도 바르고 낫는 병(?)이나 상처는 아닐진대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이가 너무 엉뚱한일을 벌인 것 아닌가. 순간 청하는 태식의 이런 말과 태도에 더 짜증이 나서 아이가 내민 약병을 그대로 내던진다.

 “ 너 지금 장난해 ? 사람 놀리냐 ? ”

 하도 기가막히고 화가나 약병을 그대로 아이 얼굴에 내던져버렸는데 그나마 약병이 플라스틱통이라 아이가 다치거나 병이 깨지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태식은 새엄마 청하의 이와같은 반응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청하는 너무 화가나고 기가막혀 그러고나서 성큼성큼 안방으로 들어가버렸기 때문에 당혹스러워하는 태식의 눈빛과 모습은 보지 못하고 말았다.

 “ 당신 왜 애한테 쓸데없는 소리는 하고 그래 ? ”

 한편 청하는 태식이 자신의 유산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마 남편이 아이에게 말했기 때문으로 생각했는지 퇴근을 한 남편에게 그와같이 따졌다. 이땐 허민은 그런일을 겪고나서 아이러니하게도 아내한테 좀 더 신경을 써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이전에 비해 퇴근시간이 다소 빨라져있긴 했는데. - 어떤 의미에선 이런일까지 당하고 스트레스가 더 극에 달해있을 청하가 자기 아들인 태식을 어찌 대할지도 다소 염려가 되었고 – 여하튼 그런 남편에게 청하가 이런말을 한 것이다. 허민으로선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 아내에게 이와같이 물었다.

 “ 무슨 소리야 그게 ? 애한테 내가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구 ? ”

 “ 당신이 한 이야기가 아니라구 ? 나 납치되고 유산당하고 그런거...아이 알고 있

  던데 ? ”

 만약 자신의 유산사실을 남편이 태식에게 말한것이라면 자연스럽게 그 해괴한 납치사건에 대해서도 말했을 것 같아 그런말까지 애한테 했다는 것은 청하 입장에서 더 자존심상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라 그래서 더 속상해져있는 것이다. 허나 일단 허민은 그런 사실이 없기에 자신이 말한 것이 아니라며 거듭 부인했다. 청하가 평상시 남편을 그렇게 불신하는 여자는 아니었지만 다만 적어도 이 말 만큼은 남편의 말이 액면 그대로 믿어지지가 않아서인지 거듭 추궁을 해보기는 했다.

 “ 그럼 대체 애가 어떻게 안거야 ? 아무튼 무슨 이상한 약병 같은 것을 어디서 구

  했는지...바르래 날더러... ”

 유산을 한 여자를 치료(?)하는 약이 약국에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초등학교 5학년 어린아이의 판단에 그런일을 당했으면 새엄마의 배라던가 가슴등이 몹시도 아프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런 바르는 연고 비슷한 것을 사온 것 같은데 듣고보니 아빠인 허민 입장에서도 다소 황당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긴 했다. 혹 아이가 자신과 청하가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다가 그런 사실을 알았다고 추정해본다 하더라도 – 무엇보다 그렇게 유산까지 당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참을 발악하고 울며불며 했으니 아이가 아주 어린아이라던가 지능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아니라면 최소한 새엄마 청하가 유산을 했다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인지할수 있는 그런 상황이긴 했었다. 대체 초등학교 5학년짜리 지식수준(?)이 대체 어느정도이길래 유산을 한 새엄마에게 무슨 바르는 연고 같은 것을 사다줄 생각을 했는지 오히려 더 기가막히고 황당한 일 아닌가. 아이의 엉뚱한짓이 오히려 청하의 신경만 더 거슬리게 만든 결과가 되었을수도 있고.

 다만 남편 허민이 그 일의 진위를 파악해보기 위해 아이를 불러보려 했지만 청하가 그건 일단 만류했다. 청하는 그녀 나름대로 무슨 다른 생각이 들기라도 한 것일까. 일단 공연히 남편이 아이한테 뭐라고 하는 것은 없도록 만류한뒤 혼자 아이 잠든방에 들어가 아이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생각해보면 허민과 결혼후 얼마되지 않았을때는 이렇게 잠든 아이의 방에 혼자 들어와서는 엄마없이 지금껏 자란 아이에 대한 불쌍한 측은지심이나 모성본능이라도 느껴졌는지 가슴속에서 치미는 울컥하는 그 무엇이 있던 그런 청하가 아니었는가. 헌데 반년정도의 시간 사이에 대체 무슨일이 있었는지 그때 그 감정은 적어도 청하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이 불과 반년사이에 이렇게 변할수도 있는것인가 청하도 다소 놀라고는 있었는데, 다만 그날밤만큼은 별다른 말없이 물끄러미 잠든 태식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1년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태식은 그 사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있었고 한편 새엄마 청하와의 관계는 딱히 좋아진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빠진것도 아닌 데면데면한(* 친숙성이 없고 덤덤한) 사이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는데, 한편 청하는 그녀대로 유산사건때의 충격이 워낙 컸던지 그 이후엔 허민과의 사이에 아이를 다시 갖거나 할 생각은 하지 못한채 그런식의 부부관계가 쭉 유지되고 있었다.

 한편 태식은 이 무렵에 작은 변화가 하나 생겼다. 실은 아이돌 가수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에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연습생 모집 오디션에 지원을 한 것이다. 태식이 아이돌 연습생에 지원한 것은 물론 연예인이나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어느정도 있었을것이나 사실은 새엄마와 함께 사는 집에서 좀 떨어져 살고 싶다는 속내도 어느정도 들어있었던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 아이돌 연습생이라고 해서 바로 합숙훈련을 한다던가 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태식 입장에선 그런 착각이나 오해를 할수도 있다.)

 다만 처음엔 이 문제는 식구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오디션에 지원했던것인데, 어차피 새엄마 청하와 이런 문제를 상의할수 있는 사이는 아니고 그렇다고 아버지한테 이야기해봐야 아무래도 반대의사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것인지 아빠 허민이든 새엄마 청하에게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오디션을 보았다.

 일단 오디션에 합격은 해서 태식은 당분간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한동안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다만 아빠와 새엄마가 이 사실을 알게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태식이 일단 오디션에 붙고 연습생으로 발탁되어 트레이닝 과정이 시작될 무렵, 다만 기획사 내부적으로 좀 사정이 생겨서 일정이 다소 조정이 되었다. 따라서 연습생 트레이닝을 받으러 가는 날짜가 뒤로 좀 미뤄진것인데 그 연락전화를 그만 새엄마 청하가 받게된 것이다. 태식은 개인 휴대폰을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아빠가 마련해줘 그때부터 갖고 다니긴 했는데, 하루는 그 휴대폰을 갖고 나가는 것을 깜빡하고 집을 비웠을때였다. 그래서 그만 기획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청하가 받았고 내용이 훈련날짜가 잡혔으니 그날 몇시까지 연습장소로 오라는 연락이었던 것이다. 순간 너무 놀라고 뜻밖의 내용이라 적잖이 당황한 청하는 일단 전화를 건 관계자에겐 ‘그렇게 전해주겠다’고만 답하고 통화를 마무리했고 어디에 외출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녁무렵에 들어온 아이를 잠시 불렀다.

 “ 허태식, 새엄마랑 잠깐 이야기좀 할까. ”

 그러고보면 태식이 청하와 함께 산지도 어느덧 2년정도의 시간이 흘렀던것인데 지금까지 청하가 이런 태도를 보인적은 거의 없었기에 태식도 적잖이 긴장이 되었다. 일단 거실 소파에 마주앉게된 두 사람. 청하가 태식에게 물었다.

 “ 태식이...너 나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

 “ 네 ? ”

 태식 입장에선 이제와서 너무 뜬금없는 소리라 당혹스럽고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새엄마 청하와 딱히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닌 그 정도 수준의 사이만 유지해왔던 태식. 허나 그래서인지 무슨 고민이든 진로상담이든 다른 사담이 되었든 태식과 청하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지금껏 거의 없었다. 청하가 자신을 새엄마로 인정하는지 안하는지 그런걸 따지는일도 거의 없었고. 헌데 이제와 갑자기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반년만 지나면 중학생이 되는 태식도 적잖이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는데, 청하가 그런 태식을 보며 거듭 물었다.

 “ 너...나한테 숨기고 뭐 한거 있지 ? ”

 “ 아...아뇨 없어요. ”

 “ 없다구 ? ”

 순간 당황한 나머지 거짓 대답을 해버린 태식. 청하가 기가막힌 듯 아이를 본다. 어디서부터 이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아니면 그냥 마치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이런이런 연락이 왔더라 그 말만 전하고 말걸그랬나 순간 그 후회까지 될 지경이었다. 허나 이미 꺼내기로 한 이야기 어차피 물러서기도 쉽지 않아 (일단 전화온 용건도 전해줘야 할거고) 자신이 하려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기로 한다.

 “ 기획사에 오디션 봤었어 ? ”

 “ 네 ? ”

 순간 태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걸렸구나’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아찔해져오기까지 한다. 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해야하나 일단 그 생각부터 드는데 청하가 그런 태식을 추궁하듯 따진다.

 “ 사실대로 말 안하면 나 어떤 용건으로 걸려온 전환지 나도 사실대로 안 말해준

  다. 너 오늘 휴대폰 두고 나갔었지 ? 그 휴대폰을 내가 받았어. ”

 “ 아...아니 저... ”

 일단 아이돌 연습생으로 뽑히긴 했고 그 트레이닝 시작 날짜가 기획사 사정으로 늦어지고 있는중임은 태식이 잘 알터이고, 헌데 그 연락이 왔다면 태식에게 매우 중요한 전화다. 헌데 그 전화를 청하가 먼저 받고 이런식으로 나오고 있다면 태식으로서도 어쩔수없이 모든걸 자백해야할 판 아닌가. 태식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난감해하는데 청하는 그녀대로 이 일이 그냥 얼렁뚱땅 넘어갈일은 아니라 판단했는지 일단 차분하게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보려 한다.

 “ 허태식, 지금까지 니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지금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야. 솔직히 아닌말로 니가 뭘 하든 내 입장에선 그냥 무관심한 상태로

  둘수도 있는거고...하지만 최소한... ”

 “ 죄...죄송해요... ”

 새엄마인 자신한테 미리 말하지 않고 숨긴것이든 그 외 다른 어떤 이유에서건 태식에 대한 서운함을 이런식으로 토로하는 청하인 것이다. 태식은 자신도 모르게 일단 사과의 말이 입에서 나오긴 했지만, 태식은 태식대로 여전히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고 있다. 그런 태식에게 청하가 묻는다.

 “ 어떻게...아이돌가수...그런쪽으로 나가고 싶은거야 ? ”

 “ 아...아뇨... ”

 “ 아닌데 이런데 왜 지원을 해 ? 게다가 이미 연습생으로 뽑혔다며 ? 바로 그 연

  습날짜 잡힌걸로 연락이 온 전화인데... ”

 “ 아...아니 저... ”

 거듭 부인하는듯한 말을 입에담는 아이를 보자 청하는 ‘이거 좀 심각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 이러다가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될수도 있다. - 청하는 일단 생각을 좀 해보겠다며 태식을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고 이 문제를 남편과 상의를 하려한다.

 “ 뭐 ??? 기획사 오디션을 봐 ? 태식이가 ? ”

 허민도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었고, 청하도 청하대로 남편에게 애원조로 말한다. 어차피 자신이 해결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판단을 한 듯 하다.

 “ 자기가 그러니 어떻게 이야기 좀 해봐. 어차피 이게 내가 지금 태식이에게 뭐라

  고 하기 쉽지 않잖아. 그래서... ”

 일단 아내의 애원이 충분히 납득이 갔고 무엇보다 허민 스스로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봤는지 아들 태식의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아들을 부르고 마주앉은 허민. 아버지 허민이 먼저 입을 연다.

 “ 태식이 너...새엄마한테 다 이야기 들었으니 사실대로 말해봐.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돌아다녔던거야 ? ”

 “ 아...아빠 저 그게... ”

 허나 아빠인 허민 앞에선 거짓말을 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의외로 순순히 사실대로 털어놓는 태식. 허민도 허민대로 뭔가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 드는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입을 연다.

 “ 어차피 이렇게 된거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자. 너...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은거야

  ? 뭐 어떻게 하겠다는거야 ? ”

 “ 뭐...꼭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다기 보단... ”

 “ 보다는 ? ”

 “ 아이돌이든 연예인이든 한번 그런쪽을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니까 요

  즘 주변에도 그런데 지원하는 애들도 많은 것 같고...그래서 그냥 막연히 ‘한번 해

  볼까...’ 그런 생각으로 지원한것이었는데...어쨌든 합격이 되었더라구요. ”

 그야말로 ‘운이 좋아서’ 합격한 것으로 봐야하는것인지 ‘어쨌든’이란 수식어를 붙여가며 태식은 이와같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허민 입장에선 이런 아들의 태도에 더 난감해질 지경인데, 일단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할 문제부터 아이한테 따지기로 했다.

 “ 헌데 그럼 이 일을 대체 언제까지 아빠와 새엄마한테 비밀로 할 생각이었던거야.

  만약 그런데서 무슨 연습생 트레이닝같은 것을 하게된다면 상식적으로 훈련비도 들

  테고... ”

 “ 아...아니에요 그런건...훈련비는 나중에 정식 데뷔조가 되었을 때 계약금조로 하게

  되는거고 일반 연습생일때는 돈 안들어요. 저도 그렇게 들었고요. 데뷔조 되기 전

  까진 그냥 트레이닝만 받으면 되는거에요. ” (* 요즘은 이런거 나무위키만 보면 다 알

  수 있음 ^.*)

 사실 허민이 아들 태식이 아이돌 연습생을 하겠다고 나선것에 부정적으로 나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 중규모 기업체 사장을 하는 허민은 정히 아들이 아이돌을 하겠다고 나서면 그 부분에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해줄수 있는 그 정도의 형편은 되었다. 또 이런일에 자칫 너무 결사반대하면 아이가 어긋날수도 있을까 그게 두려워서라도 너무 적극적인 반대는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행여 자신의 재혼으로 새엄마가 생김으로 인해 아이가 비뚫어지거나 잘못된길로 가면 어쩌나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던 허민이었다. 다행히 새엄마와의 사이가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좋은편도 아니었던 청하와 태식의 사이. 이런 상황에서 공연히 자신이나 아내 청하가 아이가 아이돌을 하겠다는 문제에 대해 너무 반대하고 나서면 행여 아이가 비뚫어질까 우려하는 마음에서라도 일단 이 사태를 당분간 방관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연습생 기간동안에는 딱히 돈나갈곳은 없다고 하니까.

 허나 무슨이유에서인지 허민은 태식이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난 뒤로는 혼자 집에서 밤늦게 술잔을 기울이거나 뭔가 혼자 고통스럽게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원래 허민은 담배는 안 하는 편이었고 다만 술은 일 때문에 만나는 거래처 관계자라든가 기타 지인들과의 만남과 모임때 한두잔 정도 하는 편이긴 했지만 과음을 하거나 술을 너무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헌데 그 허민이 이따금씩 밤에 홀로 나와 몰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 청하의 눈에 안 띌수가 없었다. 원래 이전까지 웬만해선 이런일이 거의 없던 남편 허민인데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이자 청하도 결국 궁금하고 걱정되어 이유를 묻지 않을수가 없었다.

 “ 여보... ”

 원래 곤히잠든 아내를 깨우거나 귀찮게 하고싶지 않아서라도 혼자 조용히 방에서 나와 거실이나 부엌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던 그런 허민이었는데, 허나 어차피 한집에 사는 식구인 이상 안 들킬수 없는일. 다만 그와같이 아내에게 이런 모습을 들키자 허민은 몹시도 당황하고 무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하는 일단 놀란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묻는다.

 “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 이 밤에 갑자기 왜 ? ”

 “ 아...아니 뭐 그냥 밤에 잠도 안 오고 해서 그냥 한잔... ”

 그런식으로 말을 돌리긴 했지만 원래 이런 습관이 없던 허민임을 아는 아내인지라 그런식의 변명 자체가 납득이 가지도 않았고 허민은 결국 아내를 더 이상 속일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입을 열었다.

 “ 여보... ”

 “ 네. 말씀하세요. ”

 “ 내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내가 학교다닐 때 가장 애들한테 상처받았던 말이 뭔지

  아오 ? ”

 “ 뭔데요 그게 ? ”

 뜬금없이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어이없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궁금함이 생길수도 있는 일이고 여하튼 아내 청하는 일단 남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그의 말을 조금 더 경청해보기로 한다. 허민의 말이 이어진다.

 “ 이 다음에 넌 아버지 사업 물려받아야지...넌 그냥 아버지 사업 물려받으면 되는거

  아니냐...이런식으로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모르겠지만...그런식으로 하는 말이 진짜

  상처 받았다오. 솔직히 우리 아버지가 무슨 대단한 재벌기업이라도 운영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중소기업중에 좀 잘나가는 편에 속하는 그런 기업을 운영하는 그런분

  이었는데... ”

 허민이 지금 입에 담고있는 말처럼 사실 허민의 아버지가 무슨 대단한 재벌기업은 아니었고 그저 중소기업중에 좀 잘 나가는 편인 중규모 정도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그런 사장이었을 뿐인데, 게다가 그 정도 규모의 기업이면 무슨 족벌경영이나 굳이 그런식으로 할 필요도 없으니 굳이 자기 아들을 경영수업이나 후계수업 같은 것을 맡긴다거나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 다만 어쨌든 허민의 아버지는 기왕이면 자신이 이끌어온 기업을 다음대에서 계속 이어가기를 내심 바랬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아버지의 기업을 물려받아 현재 이렇게 2대째 내려오는 중규모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중인것이다. 허나 오히려 학창시절에는 어쨌든 그런 중규모 사업체 사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칭찬인지 놀림인지 비아냥인지 ‘아버지 사업 물려받아야지...’, ‘이 다음에 아버지 사업 물려받으면 되는거 아니냐 ?’ 그런식으로 하는 이야기가 되려 자신에게 상처였다는. 지금 이 순간 그런 새삼스러운 고백을 허민은 아내 청하에게 하는중이다. 허민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 참...그 시절엔 아버지가 사장이라고 하면 다들 무슨 현대,삼성쯤 되는 대단한

  재벌가쯤 되는줄 알았던 모양이야. 요즘은 그냥 사장이라고 하면 재벌가는커녕

  무슨 중소기업체도 아닌...아...하다못해 요즘은 음식점이나 구멍가게를 하나 해도

  다들 ‘사장님’이라고 하잖아. 그런데 무슨...뭐 그리고 애들이 나 놀리느라 그런식

  으로 비아냥거린 의도도 있겠지만...그러다보면 또 개중엔 그 말이 또 진짜인줄 믿

  는애들이 있어요. 우리집이 무슨 그런 대단한 재벌가라도 되는줄... ”

 “ ...... ”

 “ 사실 그리고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중소기업이란게 솔직히 잘나가면 잘 나갈

  때는 진짜 돈 마음대로 흥청망청 다 써도 될 정도로 잘 나갈때도 있어요. 하지만

  힘들때는 진짜 한달 생계유지조차 힘들 상황이 될정도가 되기도 하는게 그게 중소

  기업 하는 사람들의 현실이에요. ”

 헌데 지금 허민이 무슨 매일경제나 MBN의 경제전문 칼럼리스트도 아닐진대 지금 그런 경제상식 따위를 열다섯살 어린 젊은 후처이기도 한 청하에게 넋두리처럼 늘어놓는건 확실히 적절치 않은 모습같다. 또 청하도 지금 이런 소리나 듣자고 한밤중에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남편에게 다가온것도 아닐테고. 허민도 자신의 주책스런 주정이 좀 심했나 싶어 잠시 자신을 진정시키고 그리고는 진짜 자신이 고민하는 부분을 아내에게 이야기한다.

 “ 난 다만 내 아들만큼은...그런 무슨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느니 어쩌느니 그런 말

  도 안되는 소리에 얽매이지 말고 태식이만큼은 마음껏 자기가 하고싶은 꿈과 인생

  을 구현하면서 보다 자유롭고 진취적인 그런 아이로 자라길 바랬던거요. 그런데...

 ”

 “ 그런데요 ? ”

 “ 헌데...아이돌이라니...참...그것도 초등학교 6학년 머리에서 나온게 아이돌이 되겠

  다는 생각을 하다니 – 하긴 뭐 요즘은 아이돌 되곘다고 나서는 연습생,지망생이 세

  상에 수두룩하다니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운 현상일수도 있겠지만... ”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는 허민. 혹 남편이 너무 취한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어 청하가 냉수 한컵을 가져온다. 허민은 일단 그것을 마시며 스스로를 잠시 진정시키고 그리고 조금은 차분해진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 내가 진심 걱정하는 것은 태식이 저녀석이...혹시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오직 아이돌 되겠다는데만 올인하면 어쩌나...그걸 우려하는것이라오.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

 “ 당신도 아직 젊으니까 잘 모르겠지만...나이 한 40 넘게되면 진짜 깨닫게 되는 세

  상의 이치란게 하나둘씩 생기게 된다오. 헌데 난 그중 어떤걸 깨닫게 되었는지 아

  시오 ? ”

 “ 어떤 이치를 깨달으셨는데요 여보 ? ”

 “ 난 이길 아니면 안된다...난 여기에 내 일생을 전부 걸어야겠다. 그렇게 다른 2안

  이나 3안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어느것 하나에만 매달려 거기에만 용왕매진하는

  그런것이라오. 가령 난 작가나 글쓰는일 아니면 안돼. 난 음악가나 가수 아니면 안

  돼...헌데 그렇게 오직 딱 하나의 목표만 정해놓고 다른 방도나 차선의 대안은 생

  객하보지 않고 그 길에만 오직 미쳐서 달려가는거...그게 진짜 위험한것이란걸 깨

  달았다오. - 뭐 굳이 따지자면 한 중고등학교때부터 대통령 되겠다는 결심하고 정

  치에만 올인하는 인생도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할수 있겠지... ”

 “ ...... ”

 “ 요즘은...그런걸 플랜B...이런식으로 부르기도 하지만...그러나 난 그런 영어식 조어

  더 싫어하니까...제2,제3의 대안...2안,3안 이런식으로 부르기로 하지. 허허 참...요

  즘은 그...멀쩡한 우리식 표현이 원래 있던걸 다 놔두고 왜 한사코 영어식 조어를

  만들어 쓰는지. 가령...거 무슨 ‘로고송’ 그것도 예전처럼 그냥 ‘주제가’라고 하면 돼

  요. 지금은 로고송이라고 하지만 예전엔 주제가라 불렀지. 그러니 이전에 쓰던 우

  리식 표현 그대로 쓰면 되는 것을...무슨 로고송...그러다가 무슨 요즘은 또 상징노

  랜가 뭔가 그걸 한글 순화표현으로 하자고 한다며 ? 허허...참...그것도 그냥 예전처

  럼 주제가라 부르면 돼요. 가령 만화영화 주제가...서울시 주제가...선거때라면 가령

  한나라당 주제가...이회창 후보 주제가...김대중 후보 주제가...이런식으로 부르면 되

  는거지...한참을 그렇게 영어로 로고송이라 하다기 이제와서 또 난데없이 ‘상징노래’

  라 부르자는건 또 무슨 엉뚱한 짓이야. 허허 그것 참... ”

 허민이 원래 하려던 본질의 이야기는 하지않고 엉뚱한 넋두리만 자꾸 늘어놓는 것을 보니 술이 많이 취하긴 취했나보다. 허나 이제 냉수도 한잔 마시고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으니 다시금 차분해진 말투로 원래 하려던 이야기의 본질을 입에 담는다.

 “ 그러니까...인생도...애초 생각한대로 안되는 것이면 그럴 경우를 대비한 플랜B...

  아니 제2,제3의 대안 같은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소위 말하는 차선책말이오.

  2안,3안 같은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

 “ ...... ”

 “ 그리고 솔직히 나야 원래 연예계나 아이돌 그런데 별 관심 없었던 사람이기도 했

  지만 나도 귀동냥으로 대충 듣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어요. - 게다가 사업일 때문에

  가끔 연예기획사 관계자도 만나고 하다 결국 기획사 직원이었던 당신을 만난것이기

  도 하지만 ... - 그 아이돌 연습생이란게 결국 어쩌다 열명중 한두명이나 성공하는

  그런 일이라며 ? ”

 “ 그건...당신말이 맞아요. ”

 생각해보면 원래 기획사 여직원으로 한 2-3년 정도 일하던 청하였으니 그런 현실은 청하가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그런식으로 맞장구를 치긴 하는데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허민의 말은 다시 이어진다.

 “ 그러니 내가 걱정하는게 그것이란말이에요. 만약 그래서 정말 천에하나 만에하나

  되는 비율로 아이돌로 데뷔 성공한다면 그건 정말 다행스러운일이지만 실패했을시

  의 2안,3안 같은 차선책의 대안은 만들어 놓아야할 것 아니오 ? 헌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인 저 녀석이 그런 방안은 생각인들 하고 있겠냐 그 말이지 내 말

  은. 혹여...제2의 대안같은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난 아이돌 아니면 안

  돼’ 그런식으로 자기 인생 전부 다 걸려는 것은 아닌지 난 지금 그걸 걱정하고 있

  다 이 말이오 !!! ”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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