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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청하 (3)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수요일 파출부





 청하가 허민과 결혼한지는 반년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해가 바뀌어 민의 아들 태식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 있었는데, 한편 청하는 청하대로 허민의 아이를 갖고싶은 갈망이 제법 강렬해져갔다. 애초 결혼직후 자신의 아이를 갖는 문제에 대해 허민이 물었을때는 그때만 해도 아직 그 문제를 별로 고민해보지 않았거나 입장정리가 되지 않았던 듯 애매하게 말을 얼버무렸던 청하이기도 한데, 허나 태식의 학교 반 친구들로부터 수요일 파출부라는 괴상한 오해를 받은일도 있었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태식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끼게 되면서 그때부터 ‘차라리 내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지나 태식이 자란뒤에도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상황에서 열다섯살이나 많은 허민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누구나 충분히 예상해볼수 있는 일. 그런 상황에서 남편 허민마저 세상을 떠나고 자신만 남았을 때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의붓아들 태식이 그때가서 자신을 보살피고 챙겨줄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기가 낳은 아이도 없이 혼자 쓸쓸히 늙어갈수는 없는일 아닌가. 그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자신의 아이가 있어야겠다’는 결론에 손쉽게 도달한 것이다.

 원래 대체로 애딸린 이혼남이나 사별남과 결혼을 하게될 경우 남편이나 시댁식구의 경우 새로 들어온 아내나 며느리가 자기 아이를 가졌을 경우 전처자식을 소홀하게 대하거나 구박을 하게될까봐 새로 들어온 여자가 아이를 갖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 또는 그런 압박이 들어올 것을 우려 혹 아이가 생겨도 자진해서 지우는 경우도 있고. - 허나 그나마 전처소생 자녀와의 사이가 좋은 경우라면 다행일것이나 만약 전처소생 자녀가 자신을 새엄마로 인정하지 않거나 그 정도수준까진 아니더라도 딱히 자신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아 데면데면한 사이였을 경우 그런식으로 시간이 지난뒤 말년의 자신의 모습이 어찌되리라는 것. 그런점들을 고민하다 결국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되는것도 따지고보면 하나의 인간이자 여자로써 자연스러운 감정이기도 하다. 다만 막상 새 아내 청하가 그런식으로 나오자 이제 되려 남편인 허민이 고민이 되는 듯 이와같이 말하며 아내를 타이르긴 했다.

 “ 그러지말고 당신이 좀 더 태식이한테 사랑으로 다가가고 감싸줘봐. 어쨌든 당신

  이 열다섯살이나 많은 성인이고 어른 아닌가. 그리고 아직 태식이는 어린아이고,

 ”

 “ 뭐라구요 ? 내가 무슨 보살이나 부처라도 되는줄 알아요 ? 절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한테 제가 무슨 재주로 먼저 마음을 열고 사랑으로 보살펴주고 그렇게 할수

  가 있어요 ? 이게 무슨 짝사랑같은건줄 아세요 ? 그리고 무엇보다 저 그렇게까지

  대단한 도인이나 부처도 아니고 전 그냥 평범한 보통여자 김청하일뿐이란 말이에

  요 !!! ”

 그렇게 쉽게 결론이 안 나는 평행선 같은 대화가 일상처럼 이어져가던 어느날이었다. 남편도 출근하고 태식도 학교에 가고 집안청소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이는데 몸이 이전같지 않음이 느껴졌다. 이따금 몸이 오슬오슬 떨려오는 기분도 있고, 사실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것도 집안 공기가 안 좋거나 먼지가 많은가. 재채기 같은게 나올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환기라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아예 청소를 할 생각을 한 것인데, 그렇게 청소작업을 시작했는데도 생각보다 몸이 이전처럼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 ‘이게 아니구나’ 하는 직감이 되었다. 일단 하던 청소작업은 대충 마무리하고 산부인과로 찾아가보았다.

 “ 축하합니다. 임신이에요. 6주째네요. ”

 속모르는 산부인과 의사의 이와같은 말. 허나 어차피 청하도 원한 임신이었으니 그녀가 딱히 고민하거나 힘들어할일은 아니었다. 다만 정작 고민은 그날 바로 집으로 돌아가 퇴근을 한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때다.

 “ 뭐...뭐라구 ??? 임신 ? ”

 “ 네...아이를 가졌다니까요. 우리 아이에요. 저와 당신...우리 사랑하는 사이에 생긴

  아이란 말이에요. ”

 허나 순간 허민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잠시 아찔한 현기증까지 느낄 지경이었다. 그리고 잠시 말없이 임신을 했다는 아내 청하를 위아래로 훑어보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까지 조심성이 없는 사람이었나’ 솔직히 자책이 되기까지 했다. 물론 따지고보면 아이를 갖는 문제에 대해 입장이 애매했던 사람은 청하라기보다는 남편인 허민 자신이었다. 애초에 결혼 직후 아이 갖는 문제에 대해 청하에게 묻자 그녀가 애매한 답을 내놓고 이어 청하가 되려 자신의 생각을 되물었을 때 오히려 자신이 더 애매하게 ‘모른다’고 답했던 일도 있었고, 무엇보다 막상 청하가 아이를 갖기를 원하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그래도 부부간의 성관계는 별다른 이상이나 변동없이 꾸준히 가져왔다. 이 정도면 너무 무심했거나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청하라기 보다는 남편인 자신이라고 말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자책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는데, 한편 이쯤되면 남편이 생각보다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될터. 그제서야 불안해진 청하가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 왜 그러세요 여보 ? ”

 “ 아...아냐 그냥...오늘 좀 피곤한가봐. 좀 쉬고싶네. ”

 원래 사업을 하는 허민이기도 했지만, 재혼을 하고나서 되려 더 바빠진 일이 많았는지 귀가시간이 이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많이 늦어지기도 한 허민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제 집에 새로 들어온 아내도 있으니 집안 특히 아이문제는 새엄마가 된 청하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될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하고 있었던것인지. 여하튼 귀가가 평균적으로 많이 늦어진 허민이긴 했지만 오늘은 그래도 우연찮게 일찍 들어온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일찍 들어와서 그동안 쌓인 피로라도 좀 더 빨리 풀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담은 남편. 허나 이런 상황이다보니 축하한다는 형식적이나마라도 나올법한 말도 안 나온채 이런 상황이 되자 청하도 짙은 불길한 기운이 밀려들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청하가 결국 허민에게 말을 건넨다.

 “ 설마 당신...제가 아이 가진게 기쁘지 않은거에요 ? ”

 “ 누가 그렇대 !!! ”

 순간 ‘버럭’ 소리까지 지르며 화내는 허민. 청하는 그야말로 순간적으로 ‘애 떨어질까봐’ 놀라서 본능적으로 양손으로 자기 배를 감싸안기까지 하는데, 일찍 들어온 허민이건만 씻을 생각도 안하고 저녁도 먹을 생각조차 않은채 그대로 벌러덩 자리에 누워버린다. 그야말로 세상만사가 귀찮고 복잡해서 미칠 것 같은 그런 심경의 한 중년남자의 모습 그 자체다.





 심란한 가운데 며칠이 지난뒤 하루는 학교에 가려는 태식을 청하가 잠시 불러세웠다. 무슨 할말이 있는 듯 사뭇 진지한 분위기다.

 “ 태식아...잠깐 이리와볼래 ? ”

 청하가 허민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밝고 친구도 제법 있는 그런 성격이었다지만 적어도 청하가 이 집에 들어온뒤로는 대체로 말수도 적고 어두운 분위기로 바뀌어져있는 태식. 다만 청하 입장에선 자신의 결혼전까지 태식이 어떤성격의 아이였는지 그것은 자신이 직접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는 일이고, 다만 대체로 말수가 적고 자신에게도 하다못해 다정하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적 없는 아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느낄수 있는 그런 상황속에서 일상을 보내는중이었다. 그렇다고 무슨 부모죽인 원수도 아닌다음에야 어쨌든 남편의 아이고 전처소생의 의붓아들. 최소한 밥하고 빨래해주는 기본 의무정도는 해주는 그 정도의 태도만 청하는 취하고 있었는데, 다만 이러다보니 그야말로 자신이 그냥 이 집에 파출부나 가정부로 있는 것 같은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아무리 남편 허민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준다 하더라도 남편의 아이와 이런식으로 겉돌다보면 자신의 이 집에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을터인데, 청하는 진심 요즘 같으면 진짜 무슨 차라리 월급받고 일하는 파출부나 오히려 혼자사는 허민한테 몸파러 오는 창녀의 처지가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가 생기길 갈망했던것인데, 막상 그 아이가 생기자 남편은 별로 기뻐하는 기색도 아니고 그래서 청하는 이런 결혼생활에 더더욱 회의를 느끼고 혼란스러워하는 중이기도 했다. 허나 그런 가운데 어떤 돌파구라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라도 한걸까. 일단 학교에 가는 태식을 불러세우긴 했는데, 다만 막상 그렇게 아이를 부르고나서도 청하는 무슨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막막해질 지경이었다.

 “ 태식아...사실은 새엄마 아이를 가졌는데...태식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걸 묻고 싶었어. 태식이는 동생이 생기는거 어때 ? 아니 그보다 새엄마가 아이가

  생겨 동생이 생기는 문제 어떻게 생각하냐구 ? ”

 진심 한번 허민의 아들 태식이와 이런 대화라도 진지하게 나눠보고 싶은 마음으로 부른것인데 허나 막상 아이를 부르고나니 어디서부터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그게 또 막막해졌다. 사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사고와 가치판단이면 이 정도(동생이 생기는 문제 또는 새엄마로 인해 배다른 동생이 생기는 문제) 수준의 대화를 나누지 못할 것 같지는 않은데, 허나 원래 근본적으로 말이없는 태식이 지금까지 자신을 어찌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것을 청하가 파악하기 쉽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이런 주제의 대화를 나누었을 때 태식이 막상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반응이 어찌 나올지 그게 예상하기가 또 쉽지 않은일이었다. 아닌말로 태식의 입에서

 “ 싫어요 !!! 새엄마가 왜 제 동생을 낳아요 !!! 저 싫어요 !!! 새엄마도 싫고 새엄마

  가 제 동생을 낳는건...그건 더더욱 싫단 말이에요 !!! ”

 이런식의 말이 나오면 또 어찌하는가. 바로 그 두려움 때문에 청하는 막상 그렇게 아이를 부르고나서도 밀려오는 한없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결국 아이와의 대화를 포기하기로 했다. 한숨을 한번 내쉰뒤 아이에게 학교나 어서 가보라고 재촉한다.

 “ 아냐, 아무것도 아냐. 새엄마가 그냥 뭐 잊어버린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아닌가봐

  새엄마가 착각했어. 그러니 그만 가봐. ”

 대충 이런식으로 얼버무리고 아이에겐 학교나 어서 가보라고 재촉했는데, 이런 청하의 의도와 속내를 알길없는 태식은 잠시 말똥말똥한 눈으로 청하를 바라보다 예하 여느때와 같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교에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태식이 학교로 가고 텅빈집에 혼자남은 청하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착잡한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져보며 한참을 그 아랫배쪽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더 지났을때의 일이다. 하루는 심란한 마음이나 달래고자 청하가 잠시 외출을 했다. 어디 멀리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잠깐 가까운 동네 근방이나 좀 돌아보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청하가 허민과 결혼 이 동네에서 살게된지도 어느덧 반년정도의 시간이 지난것인데, 가끔 비올 때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가본적 몇 번, 그리고 시장을 보기위해 동네 마트에 간적 정도를 빼고는 생각해보니 청하가 이 동네 주변을 돌아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라도 만나 수다를 떨기위해 시내나 조금 멀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 가본적은 종종 있었어도 의외로 청하 자신이 이 동네 근방을 돌아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긴 요즘은 웬만하면 거의다 맞벌이 부부니 20대 중반의 젊은 전업주부가 평일 낮시간에 딱히 어울릴만한 이웃주민이 많지도 않을것이고 – 요즘은 진짜 평일오전쯤에 동네를 두리번거리다보면 보이는 사람은 대개 나이많은 할아버지,할머니뿐이다. -

 허민과 청하 내외가 사는 동네는 일단 청하가 사는 동네쪽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사는곳인지 대체로 1층 내지 2층정도의 깔끔한 양옥집이나 벽돌집에 제법 쭉 늘어서있고 그 동네를 나와서 20여분정도 걸어가면 허민의 아들 태식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 좀 더 떨어진곳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기도 한데 그쪽엔 아파트단지가 하나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옆쪽으로는 상대적으로 서민형이라고 봐야할 그만한 주택들이 쭉 늘어선 그런 주택가이기도 한데, 그런식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이 반반쯤 뒤섞여 사는 그런 동네라고나 할까. 바로 그런 동네를 청하는 혼자 거닐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설마 이 밝은 대낮에 무슨일을 당하거나 할 일은 없겠지 하고 대체로 방심하고 편한 마음으로 동네 근방을 계속 거닐고 있는데 청하의 발걸음은 이미 학교를 지나 아파트단지가 보이는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그런식으로 걷기 시작한지 이미 20분도 더 지난 것으로 봐야할텐데 그때쯤이었다.

 “ 헉~! ”

 갑자기 자신을 막아서는 한떼의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많다고는 할 수 없고 한 서너명 정도의 젊은 남자들이었는데 청하가 어느덧 아파트단지 있는쪽으로 와서 한번 단지쪽으로 들어가볼까, 아니면 단지 옆으로는 이런저런 상가건물들이 보여 거기서 무슨 먹거리같은거라도 사볼까 구경거리라도 있으면 그런거라도 구경해볼까. 발걸음을 어디로 옮길지 결정을 못하고 혼자 잠시 고민하던중이었다. 그러는데 갑자기 자신의 앞을 막아선 남자들. 그리고 대뜸 물었다.

 “ 당신 김청하(김정하 ?)야 ? ”

 “ 네 ? ”

 이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발음이 좀 정확히 들리진 않은 것 같긴 하지만 일단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 같은데 어쨌든 대체 이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이름을 알고 부른단말인가. 그 순간같은 짧은 시간에 아무리 기억을 돌이켜봐도 전혀 기억에 나지 않는 사람들인데, 허나 그런 청하가 무슨 말을 되려 물을새도 없이 남자들은 속사포같은 질문을 두어개 더 쏟아부었다.

 “ 이 동네 살아 ? ”

 “ 네 ? 네...그런데요,.. ”

 ‘이 동네’의 범위를 어디까지 한정해야할지 그게 좀 불확실하긴 하지만 여하튼 자신이 사는 집에서 20여분 정도 걸어 남편의 아들 태식이 있는 학교를 지나 그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단지까지 왔으면 이 정도의 범위면 ‘이 동네’ 즉 자신이 사는 동네로 판단하는게 그렇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냥 얼떨결에 ‘그렇다’고 대답까지 했는데 대체 낯선 이 남자들이 자신의 이름하며 사는곳을 어찌 아는지 그게 더 의문이 가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어 나온 또 다른 남자의 질문이 청하를 더 놀라고 당혹케 했다.

 “ 임신했다며 ? ”

 “ 네 ? 네...맞아요...임신중인데... ”

 헌데 ‘그걸 대체 어찌아느냐 ?’는 물음이 청하에게서 나오기도 전에 서너명의 남자는 순간 뭔가 격분이라도 한 듯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마구 청하를 때리고 발길로 찼다. 청하로선 무척이나 황당하고 기가막힌 봉변이 될 수밖에 없었다.

 “ 이런...천하의 쳐죽일 X... ”

 “ 이 천하의 몹쓸 불륜녀 같으니 !!! ”

 27년을 살아온 청하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그런 황당한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낯선 서너명의 남자들로부터 두들겨맞았고 그 바람에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진 청하를 남자들은 일단 그녀의 입을 마개같은 것으로 막고 그녀를 꽁꽁 묶은뒤 미리 준비한듯한 자루에 넣고는 인근에 세워진 차에 자루에 담긴 청하를 태웠다. 아마 차도 일행이 미리 몰고와 준비해놓은것인 듯 하긴 한데, 그렇게 청하를 태운 일행은 일단 차를 몰고 저만치 사라져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청하는 정신을 차리긴 했는데 그리고 자신이 어떤곳에 꽁꽁 묶여져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히 무슨 지하실이나 창고같은 밀폐된 공간은 아닌 것 같고 어떤 집안같아보이긴 했다. 어떤 집의 방 같은곳에 자신을 묶어놓은 것 같긴 한데, 청하가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 상황을 살펴보려할때쯤 서너명의 남자가 다시 방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아까 청하를 납치 이곳까지 끌고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체 누구냐 ? 그리고 왜 날 이런곳으로 끌고왔냐 ?’고 묻기도 전에 남자들의 질문이 먼저 나왔다.

 “ 당신이 김정하인가 ? ”

 “ 네 ? 네...제가 청하...김청하 맞는데요. ”

 “ 김정하...이 천하의 쳐죽여도 시원찮을 몹쓸계집. ”

 그렇게 다시금 욕설을 퍼붓고 의자에 묶인 상태인 청하를 그대로 바닥에 쓰러트린뒤 한참을 더 때리고 발길로 찾다. 무엇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임신한 청하의 아랫배 부분을 마구 발로 짖밟고 때리기까지 했다. 처음엔 그냥 무작정 폭행을 하는 상황에서 그냥 그렇게 된줄만 알았는데, 가만보니 남자들은 뭔가 의도적으로 청하의 아랫배를 발길로 수도없이 가격하는 것 같아 보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청하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하혈을 했다.





 “ 왜 이래요 ?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거에요 ? ”

 유산여부야 병원에 가봐야 최종확인을 할수 있는것이지만 상태가 이미 이 지경이 되었는데 – 그것도 생겨난지 얼마 되지않은 작은 – 태아가 멀쩡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하튼 청하는 고통과 충격속에 다시금 혼절을 했고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을 때 조금전 자신을 폭행한 남자들이 다시 방안에 들어와있었다. 무엇보다 청하는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일인가 싶어 남자들에게 따지듯 물었는데 그러자 그중 한 남자가 청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 그러게 왜 멀쩡한 처자가 유부남과 그런짓을 벌이고 다녀 ? ”

 “ 네 ? ”

 이게 대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현재 자신이 결혼한 남편 허민은 유부남이 아닌 분명 이혼전력이 있는 이혼남의 신분으로 자신과 사귀고 결혼한 것이 맞다. 헌데 그렇다면 허민에게 자신이 모르는 다른 과거 전력이나 숨겨진 사생활이 있거나 아니면 다른 자신이 모르는 무엇이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청하는 여전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가지않아 혼란스러울 지경인데, 그런 청하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또 다른 남자 한명이 또다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낸다.

 “ 그러고보니 우리의 이와같은 악연이 그래도 꽤 되었군. 벌써 한 3년 세월인가

  ? ”

 “ 네 ? 뭐라구요 ? ”

 “ 아니, 그보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이렇게 직접 얼굴 대하는건 처음인 것 같네. 우

  리가 당신 이메일을 받아봤다던가 아버지 전화를 대신 받아본 경험은 몇 번 있기

  는 한데... ”

 “ 이...이봐요 대체 지금 무슨소리를 하는거에요 ? ”

 처음엔 순간 자신이 모르는 허민의 비밀 사생활같은것이라도 있나 싶어 자신도 잠시 충격을 받기까지 했는데 거듭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과는 상황이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 게다가 이 남자들의 정체를 최대한 적게 잡아서 자신과 비슷한 20대 청년들로 본다 하더라도 아직 40대 초반인 허민에게 있을수 있는 자녀들은 아니다. 게다가 대충 느껴지는 외모나 분위기도 20대보다는 30-40대 정도의 아저씨 느낌에 가까웠다.

 “ 김정하, OO동 OO 아파트에 사는 우리 아버지의 10년 내연녀. 감히 마흔살이나

  많은 우리 아버지를 꼬신 서른살 노처녀. 대체 지금까지 무슨 생각으로 우리 아버

  지와 그런짓을 벌이고 돌아다녔나 ? ”

 “ 네 ? 뭐...뭐라구요 ? ”

 듣자하니 너무 황당하고 이 남자들이 뭔가 착각을 해도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청하도 어처구니 없어지는데, 다만 뭐라고 마땅히 해명이나 설명을 하기도 막막해 일단 대체 어찌된일인지 경위나 좀 물어보기로 한다. 청하가 가까스로 차려진 정신으로 남자들에게 질문을 건넨다.

 “ 이봐요...아...아무래도 아저씨들 뭔가 착각한 것 같은데, 난 그 아파트 주민이 아

  니라 OO 초등학교 건너서 저쪽 주택가에 있는 그쪽 사람이에요. 그런데 오늘...그

  냥 애 학교 보내고 오전에 무료해서 산책삼아 거닐다 거기까지 갔던건데...대체 지

  금 무슨소리를 하고 있는거에요 ? ”

 “ 뭐...뭐라고 ? ”

 사실 요즘 세상에 멀쩡히 다 밝혀진 사실관계를 갖고도 끝까지 잡아떼며 오리발 내미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런식으로 자초지종을 설명한들 사내들이 곧이 들을 것 같지는 않지만 청하의 거듭되는 상황설명과 자신들이 그녀에게 따지거나 추궁이라도 하듯 쏟아내는 질문이 계속 뭔가 포인트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사내들도 그제서야 ‘이거 뭔가 잘못된거 아냐 ?’ 하는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확인차 다시 묻는다.

 “ 아니...저기 잠깐만요. 그러니까 그쪽 이름이 김정하씨가 아니라구요 ? ”

 “ 지금 무슨소리를 하는거에요 ? 내 이름은 정하가 아니고 청하라구요. 김청하 !!!

  이 아저씨들이 보자보자하니 정말...아니 그리고 좀전에 들어보니 무슨 서른살 내

  연녀 어쩌구 하던데...나 아직 서른살도 안 됐고 이제 겨우 스물일곱이에요. 그런

  데 대체 무슨소리를 하고 있는거에요 ? ”

 그제서야 이거 뭔가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남자들은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려 들었다. 뒤늦게나마 사연을 알고보니 조금전 남자들이 말한대로 어느덧 나이 칠십이 다 되어가는 그리고 아직 엄연히 부인이 있는 이 남자들의 아버지가 한 10년전부터 사귀어온 무려 사십살 연하의 애인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나이가 서른인데 그 여자의 이름이 김정하고 심지어 최근 임신까지 했다는 소식이 들려 아버지는 현재 부인인 자신들의 어머니와 이혼하고 그 내연녀와 함께 살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막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아버지와 그 김정하라는 여자의 관계를 확실하게 끊어놓으려고 아버지의 내연녀를 단단히 혼쭐을 낼 작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신까지 했다는 아버지의 내연녀의 아이도 유산까지 시킬 작정으로 이런짓을 벌인것인데, 헌데 하필이면 김청하가 이름도 비슷한 그 김정하라는 여자로 오해를 받아 바로 그 김정하라는 여자가 산다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을때라서 이 남자들에게 그만 걸려든 것이다. 사실 그보다 급한게 만약 사람을 잘못본게 사실이라면 조금전 사실상 유산까지 시켜놓은것이나 다름없는 이 김청하라는 젊은여인의 상태부터 확인을 해봐야할 것 아닌가. 허나 미안하다며 백배 사죄를 하고는 뒤늦게 앰뷸런스를 불러 청하를 병원에 데리고 가보긴 했지만 상황은 이미 늦은뒤였다.

 “ 이것봐 !!! 대체 이게 무슨짓들이야 !!! 당신들 이게 무슨 해괴망칙하고 말도 안되

  는 짓들이냐구 !!! ”

 뒤늦게 연락을 받은 청하의 남편 허민도 병원으로 달려오긴 했지만 듣자하니 너무 기가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허민도 불같이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최근 임신한 그런 젊은 새 아내인데, 이런 어처구니없는일로 생겨난지 아직 두달도 채 지나지 않은 아이가 유산되다니. 이런 기가막힌일이 또 세상에 어디있단 말인가.

 “ 정말 죄송합니다. 진짜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흰...그저 그 김정하란 여

  자가 저희가 알아보기론 그 자기가 사는 아파트 OO 아파트 단지에서 오전 열시에

  서 열두시 사이가 되면 습관처럼 나와서 주변 산책을 한다길래 바로 비슷한 시간

  대에 바로 그런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가 보이길래... ”

 바로 그래서 ‘혹시 김정하가 맞느냐 ?’는 식으로 물어본 것을 청하가 자기 이름을 부른 것으로 잘못 알아들어 게다가 마침 임신까지 한 몸이라 이런 오해가 빚어진것인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청하나 그 남편 허민으로선 더더욱 어이없고 기가막힌일 아닌가. 허민은 그래서 더더욱 불같이 화를내며 남자들에게 따진다.

 “ 이봐 !!! 내 아내 이름은 김정하가 아니고 김청하라구 !!! 그런데...아니 세상에 비

  슷한 이름이 얼마나 많은데...동명이인도 아니고 비슷한 여자 이름을 혼동을 해 그

  런 말도 안되는 일이 세상 어느천지에 있어. ”

 “ 죄...죄송합니다 선생님. 저희로선 정말 면목이 없고 죽을죄를 지었다는 말밖에...

 ”

 “ 이것봐 !!! 당신들 이게 죄송하다는 말로 끝날일이야 ? 내 아내가 받은 충격도 충

  격이지만 이제 우리 아이 어떻게 할거야 ? 겨우겨우 그렇게 어렵게 생긴 우리애기

  당신들이 이제 어떻게 책임질거냐구 !!! ”

 허민도 청하도 너무 기가막혀 펄펄뛸 수밖에 없었고 특히 청하는 막상 진상을 알고보니 더 기가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어 그야말로 실성한 사람처럼 발악을 하며 울부짖었다. 허민과 결혼한지 어느덧 반년정도의 시간. 그간 부부관계나 허민 아들과의 관계가 어쨌든간에 그래도 6개월만에 생긴 그런 소중한 아이가 아니던가. 그리고 바로 그 아이를 이제 어떻게 할것인지 여러 가지로 심경이 복잡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런 말도안되는 일이 벌어지다니. 그것도 하필 바로 그 아이문제 때문에 심란해서 나온 아침산책길에 그런 말도 안되는 봉변을 당하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하고 기가막혀 청하는 발악이라도 하듯 한참을 서럽게 피눈물로 울어대고 있었다.

 “ 그 자식들...나 이 문제 절대 그냥 안 넘어가.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할 수 있는 조

  치는 다 취할거야. ”

 무고죄든 납치든 법적으로 취할수 있는 조치가 있다면 모든걸 다 취할 생각으로 허민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유산된 태아문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할 생각으로 주위 인편에 아는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일일이 다 전화해 대응할수 있는 방법을 상의까지 하고 있는데, 한편 그때쯤 겨우 병원에서 퇴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는 청하는 뜻밖에도 오히려 그런 허민을 말렸다.

 “ 됐어. 그만해. 그런다고 이미 사라진 우리 아이가 다시 살아돌아와 ? 됐어. ”

 여자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더니. 아니면 너무 기가막히고 분해 오히려 체념이나 자포자기같은 신세가 된것인지 손해배상 청구까지 고려하고 있는 허민에 비해서 청하는 되려 그런것들이 만사가 다 귀찮다는 듯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하의 말은 이와같았다.

 “ 됐어. 다 관두라고 !!! 그런다고 우리 없어진애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냐구 !!! 설

  사 그렇게 소송제기에서 수억수십억을 배상받을수 있다고 한들 뭐해 ? 그런다고 이

  미 죽고 없는애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냐구 !!! ”

 “ 진정해 여보. 그리고...어쨌든 아이는 또 생기면 되잖아. 그러니 일단 진정하구...

 ”

 “ 됐어 !!! 다 필요없어. 설사 그딴 소송 해서 손해배상금을 수백수천억 받을수 있다

  하더라도 안해 !!! 그 이상한 아저씨들 무기징역,사형을 떄릴수 있다 한다 하더라두

  나 안한다구. 그딴거 이제와서 하면 뭐해 ? 죽은애가 살아돌아오는것도 아닌데...

  어어엉~~~!!! 나 이제 정말 어떻게 해 !!! 불쌍한 우리 애기 어떻게 하냐구 !!! 그

  애기가 어떤 아인데...아가...아가...어어어엉~~~!!! ”

 청하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하고 화가나 거듭 그렇게 울부짖기만 할 뿐이었다. 정말이지 이건 해도 너무한 상황 아닌가. 차라리 무슨 교통사고를 당했다던가 아니면 자신의 부주의 – 가령 청소나 정리정돈 작업같은 것을 하는도중 책상이나 의자위로 올라갔다 헛디뎌 떨어졌다던가 – 로 사고가 나 아이가 그렇게 된것이라면 자책이라도 하고 백번천번 양보해서 혹 결혼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나 전처소생 자녀 태식의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아이가 유산된것이라면 차라리 그 조차도 자신의 팔자나 운명이라 생각하고 체념할수 있었을련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런 말도 안되는 이상한 오해로 백주대낮에 납치까지 당하는 봉변을 당해 아이가 유산되었으니 – 심지어 그 남자들은 자신을 자기네들 아버지의 내연녀로 간주 따라서 뱃속의 아기 역시 자신이 그 남자들의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생긴 아이로 생각하고 그런짓까지 벌였던 것 아닌가 –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하고 기가막힌일이라 미칠것같은 심정이 드는게 지금의 청하였다. 허나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라 오히려 그런쪽으로 더 체념이 되는것인지 ‘지금와서 손해배상 청구하면 없어진 아이가 살아돌아오느냐 ?’며 그런일조차도 귀찮고 짜증난다듯는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야 또 낳으면 되는 것 아니냐던가 심지어 ‘그래도 태식이가 있지 않느냐 ?’는 식의 말은 지금의 청하에겐 더더욱 할 수 없는 소리일 것이다. 그래서 허민은 또 허민대로 그런 아내의 고통과 깊은 상처를 그보다 더더욱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허민은 자신보다 더 아프게 울고 있는것만 같은 아내를 허나 오히려 그래서 더 자신이 미칠 것 같고 아프기에 사랑하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한참을 서럽게 울고 있었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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