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청하 (1)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수요일 파출부





 청하는 묘하고 야릇한 매력을 가진 여자다. 사실 청하를 그렇게까지 빼어난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편에도 속하지 않은 딱 그 정도 수준의 외모를 가진 여인이라고나 할까. 다만 화장을 했을때와 맨얼굴일때의 분위기나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바로 그 점 때문에 종종 주변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놀림을 받기도 하던 그런 여자다. 그런 청하는 지방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처음엔 미용기술을 익혀 한 2-3년 정도는 미용사로 일하다 이후에는 한 중규모 연예기획사에 취직 그곳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 청하가 열다섯살 연상의 이혼남인 허민과 사귀게 된 것은 대략 1-2년전의 일이다. 허민은 중규모 정도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는데, 엔터테인먼트쪽과도 거래를 좀 하는 부분이 있어 그러던 과정에 기획사 여직원인 청하를 알게된 것이다. 처음엔 청하가 자신이 일하는 사무실에 이따금 찾아오는 허민에게 처음엔 그저 여직원으로써 손님을 접대하는 수준 정도의 편의를 봐주거나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정도로 시작된 인연인데, 그러다 서로 통하는 그 무엇이 있었는지 차츰 그 사이가 가까워져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허민은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있는 이혼남이다. 청하는 허민을 알게된지 한 반년정도가 지났을때쯤 그 사실을 알았는데, 이때는 아직 청하와 허민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발전한 단계는 아니라서 청하도 이런 남자와 사귀는게 괜찮을지 고민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허나 허민의 진정성 어리고 따스한 마음과 배려심에 점차 마음에 이끌려 이혼남이란 사실을 개의치않고 결국 연인의 단계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한편 청하는 서울에 올라와서 한 2년여정도는 하숙을 하며 살았고 이후에는 원룸을 하나 구해 따로 살고 있었는데, 덕분에 현재는 청하의 집이 두 사람만의 묘한 아지트 비슷하게 되어있는 상황이긴 하다. 사실 이혼남과 처녀 커플이 어디 공개적으로 그렇게 써붙이고 다닐리도 없을터이고 또 허민의 외모가 동안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나이차이가 얼핏 봐서는 그리 많이 나 보이지도 않아 두 사람이 그런 커플일것이라 짐작할수 있는 사람은 그들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알고있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거의 있을수가 없었다. 따라서 공개적으로 연애하는 것을 굳이 꺼릴 것 까진 없을터인데 허나 나름의 자격지심이나 조심하는 측면이 있어서일까. 허민과 청하는 두 사람이 어떤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때는 가급적 외부보다는 청하의 혼자사는 집을 애용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는 허민은 저녁시간에 청하가 혼자사는 집을 찾아오기도 하고, 그럼 청하는 손수 지은 맛있는 저녁식사를 허민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현재 두 사람의 사이가 그런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단계다.

 “ 달링~~~!!! ”

 하루는 그렇게 저녁시간에 청하의 집을 찾아온 허민. 청하도 이때는 허민에게 깊이 빠져있을때라 찾아온 그를 매우 반갑게 맞아들였다. 제법 애교까지 떨어대며 민에게 적극적으로 키스세례까지 해대는 청하. 당황한 허민이 그런 청하를 잠시 진정시켜야할 지경이다. 그런 두 사람이 밤늦은 시간이 되어서는 원룸 한쪽에 자리를 깔고 나란히 누워 대화를 나눈다.

 “ 달링... ”

 “ 왜 ? ”

 다정깊은 목소리로 부르는 청하를 허민이 바라보며 그와같이 묻고, 청하는 새삼 궁금해진것이라도 있는지 이와같은 말을 건넨다.

 “ 달링...아이가 지금 몇 살이라고 했지 ? ”

 “ 열한살...초등학교 4학년이지. ”

 “ 어...그렇구나. ”

 고개를 끄덕이는 청하의 모습. 이런 태도는 확실히 허민이 애딸린 이혼남이든 뭐든 그런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그런 분위기긴 한데 허나 새삼스레 이런 이야기를 꺼내서인지 허민이 되려 걱정되는지 이와같이 말한다.

 “ 왜 ? 걱정돼 ? ”

 아무리 그래도 막상 이렇게 애딸린 이혼남과 사귀는 몸이고 그 관계가 점차 깊어지다보니 두 사람의 결합이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을 생각한다면 걱정을 안할 수는 없을 것 아닌가. 바로 그 부분이 허민 입장에선 지레짐작되는것인지 이와같이 물은것인데 일단 청하는 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젓는다.

 “ 아니...걱정되기는...그런거 걱정하고 따질 것 같았으면 진작 자기랑 사귈 생각도

  안했지. 나 그런거 상관없어. ”

 정말 청하는 허민이 이혼남인 신분은 전혀 개의치 않는것인지 이와같이 묻고 만약 이것이 청하의 진심이라면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 허민은 더더욱 고맙고 사랑스러운 마음에 그녀를 다정스레 안아보기까지 한다. 허나 허민은 그 대로 걱정되는 문제가 있어서인지 조심스레 결국 언젠가는 거쳐가야할 문제이기도 한 주제의 이야기를 꺼낸다.

 “ 하지만...언젠가는 태식이한테 이야기는 해야할텐데...아빠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

  겼다는 것을. ”

 “ 태식이 ? 아...참 자기 아들 이름이 태식이라고 했었지 ? ”

 청하도 이미 허민의 아들 이름은 들어본적이 있어서인지 기억이 나는 듯 그와같이 말하고 허민은 허민대로 아마 청하를 안심시켜주려는 의도도 있어서인지 자신의 아들을 칭찬하는듯한 말을 입에 담는다.

 “ 애가 그 정도면 공부도 잘 하는 편이고...엄마없이 자란 몸이라 혹시 가슴 한켠에

  라도 그늘진면이나 상처가 있으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건 없는 모

  양이야. 대체로 성격도 밝고 친구들도 제법 있는 듯 하더라구. 대체로 무난하게 자

  라준 편이야. ”

 “ 그래 ? ”

 이혼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그늘이 없다는 말을 허민이 입에 담자 청하는 벌써 민의 아들 태식이 자기 아들이라도 되는양 퍽이나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오히려 불쑥 청하가 적극적으로 이런 제안을 할 정도다.

 “ 그러지말고 언제 한번 태식이랑 식사라도 한번 하자. 자기가 먼저 태식이한테 말

  하고 날짜를 잡는게 어때 ? ”

 “ 태식이랑 ? ”

 “ 응,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할 통과의례잖아. 그러니 태식이도 새엄마 될 사람이 어

  떤사람인지 미리 만나보는게 아이가 진작에 받아들이고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테니

  까말야. ”

 그렇게 말하는 청하의 눈빛에는 아직 일면식조차 없는 허민의 아들 태식에 대한 (엄마로써의)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기라도 하는지 애틋함과 희망이 반반씩 섞인듯한 묘한 눈빛이 되기까지 하고, 허민은 그런 청하의 모습이 되려 더욱 귀엽고 깜찍하게 느껴져서인지 다시금 그녀를 사랑스레 안아본다. 원룸에 깐 이불 위에서 두 사람은 한참을 뒹군다.





 허민은 자신과 청하와의 관계를 아들 태식에게 말하기로 했다. 어차피 청하와의 재혼을 결심하고 있는 상태라면 어차피 한번은 거쳐가야할 과정. 굳이 미루거나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허나 막상 아이한테 그런 이야기를 꺼내려니 너무나 긴장되고 가슴이 떨려왔다. 근본적으로 아이가 아빠의 재혼이나 새엄마가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터. 허민은 차라리 부모님한테 결혼허락을 받는 문제가 아들한테 재혼허락(?)을 받는일보다 더 쉽고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여하튼 허민도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첫 번째 결혼은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고, 그때 자신이 사귀는 사람을 부모님께 인사시키는 과정을 거쳤을 것 아닌가. 헌데 그 첫 번째 결혼이 실패하고 수년여만에 생각하게 된 재혼. 헌데 그 재혼문제를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첫 번째 결혼때 그 결혼을 부모님께 허락받으려고 할때보다 더 떨리고 긴장되는것이었다. 부모님께 결혼허락을 받는 문제보다 아이한테 재혼허락(?)을 받는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허민은 작심하고 아들 태식을 하루는 불러 결국 그 이야기를 꺼냈다.

 “ 태식아...실은 아빠가 태식이한테 중요한 이야기를 꺼낼게 있어 불렀는데말야...아

  니 그보다 전에 아빠가 태식이에게 묻고싶은게 있어서 그러는데...태식이 혹시 친

  엄마 기억나니 ? ”

 허민이 이혼을 한게 약 4-5년전쯤의 일이다. 그러니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은 유치원에 다닐 무렵 전후. 다만 그전에 이미 허민은 아내와 별거상태였기 때문에 태식이 엄마를 못본 것은 그보다 더 전의 일이었을수도 있다. 여하튼 아이는 친엄마에 대한 기억이 있는것인지 없는것인지 태식은 그렇다고도 아니다고도 대답하지 않은채 뭔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야기를 어찌 전개해냐가야할지 민은 더더욱 난감해진다. 허나 어차피 해야할 이야기라면 더 이상 미룰수는 없는일. 허민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 실은...태식이도 보다시피 아빠는 태식이가 어릴 때 태식이 엄마랑 헤어졌고...태

  식이는 지금 이렇게 아빠랑 단둘이 살고 있구나. 그래서...그래서말이야... ”

 “ 재혼...하시는거에요 ? ”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그 정도의 눈치는 있다고 봐야하는것일까. 여하튼 자신이 엄마가 없고 그리고 아빠가 이혼을 한 사람이란 것 정도는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을나이. 따라서 이런식의 이야기를 꺼내는 아버지 허민의 의도를 눈치 못채지는 않을 것이다. 허민은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잘 되었다는 듯 다만 음성은 더더욱 차분하고 따뜻하게 아이를 설득하려 해본다.

 “ 아빠가 재혼을 하려는건...솔직히 아빠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태식이를 걱

  정해서이기도 해. 어쨌든 태식이가 아직 한참 엄마 손길이 필요한 나이기도 하고...

 ”

 “ ...... ”

 “ 물론 태식이도 동화속에 무서운 새엄마라던가 그런것 때문에 새엄마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할 수는 있을거야. 하지만 동화는 다 꾸며낸 이야기란다. 그리고 태

  식아. 세상에는 알고보면 나쁜사람보다는 착한 사람이 더 많아. 그리고 이렇게 엄

  마없이 자라는 태식이를 진심으로 불쌍하고 딱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고... ”

 이런식의 이야기가 초등학교 4학년 태식을 얼마나 설득시킬수 있을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런식으로 아이를 납득시키려 노력한 허민. 그리고 자신이 사귀는 여자 청하와 함께 식사자리를 가져보는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조만간 날을 잡아 청하와 아들 태식 그렇게 셋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청하는 일단 밝은 얼굴로 태식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 안녕 태식아. 아줌마는 청하라고 해. 아빠한테서 이야긴 많이 들었어. 만나서 반

  갑다. ”

 스물여섯살 청하는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인 태식 앞에서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칭하는데, 일단 ‘누나’ 같은 호칭보다는 그게 더 오히려 자신이 더 나이들어 보이는 느낌이 나게 만들어 ‘엄마’ 같은 느낌이 아이에게 들수 있게 만들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걸까. 여하튼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칭한 청하. 그리고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허민의 말로는 아이가 그래도 이혼가정에서 자란 아이답지 않게 비교적 구김살 없고 밝게 자랐다고 했는데 일단 태식은 그날 식사자리에선 별다른 말은 없고 아버지 허민은 물론 예비 새엄마격이라고 해야할 청하의 말에도 비교적 고분고분 따르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식사자리가 파해지고 허민과 별도로 단둘의 시간을 갖게 되었을 때 청하는 태식과의 첫 만남의 느낌을 이와같이 고백했다.

 “ 아이가 생각보다 착하고 순해보이던데요 ? 얌전해보이고. ”

 “ 얌전...하다구 ? ”

 착하고 순하다는 말까진 그렇더라도 ‘얌전하다’는 말까진 쉬이 수긍이 가지 않아서인지 허민이 그와같이 묻고 청하는 그런 허민을 보며 진심인 듯 답했다.

 “ 네 뭐 그만하면 착하고 무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뭐 어쨌든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까요... ”

 근본적으로 스물여섯살 청하의 눈에 초등학교 4학년 태식은 그냥 어린아이로 보였기 때문인지 대체로 아이를 만만하게 보고 자신만만해하는 그런 눈치였다. 허민도 일단 청하가 아이에게 크게 거부반응을 보인 것 갖지는 않고 좋게 말하는 것을 보며 안도하는 분위기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머지않아 허민은 정식으로 청하에게 프로포즈를 하기까지 했다.

 “ 사랑한다 청하야. 너랑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

 “ 아저씨... ”

 허민의 고백에 감격했음인지 눈물까지 고이는 청하의 모습인데, 그런 청하를 살포시 안아보며 허민은 사뭇 무슨 다짐이라도 하듯 말을 이어간다.

 “ 내 첫 번째 결혼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렇게 새롭게 시작한 두 번째 사랑만큼

  은 결코 놓치고 싶지 않다. 이번만큼은 꼭 성공한 사랑이 되었으면 해. 실패한 사

  랑은 한번이면 족하지...두번이나 그것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아. ”

 그렇게 고백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사실 지방출신이고 집에서 외동딸이기도 한 청하는 자신의 부모님한테는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말만하고 애딸린 이혼남이란 말은 그때까지 하지 못했는데, 따라서 청하는 약간의 꼼수를 부렸다. 만약 자신과 열다섯살이나 차이나는 애딸린 이혼남과 사귄다는 사실을 알면 부모님의 반대는 불을보듯 뻔하기 때문에 일단 신랑이 될 허민의 나이를 실제보다 한 다섯 살 정도 줄여서 말했고 이혼남이란 사실은 결혼직전까지 끝내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청하의 부모님은 딸이 그냥 열 살정도 나이많은 노총각과 결혼하게 되는줄만 알았다. 허나 딸의 결혼직전에야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았는데, 하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되어 결국 체념하고 딸의 결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생각해보면 청하가 그런대로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여자다. -

 한편 허민은 형제관계는 집안에서 외동아들로 공교롭게도 자신도 자녀는 태식 달랑 하나뿐이니 자신의 아이는 2대독자이기도 하다. 다만 허민의 아버지는 3형제중 장남이었는데 따라서 허민에겐 자신에게 숙부가 되는 아버지의 남동생 두명이 있다. 두명의 작은아버지는 아버지와는 각기 두 살,다섯살 터울인데 이 두분은 모두 우연치고는 묘하게도 슬하에 각기 두명의 딸을 낳았다. 생각해보면 3형제중 장남인 허민의 아버지는 그래도 아들 하나라도 보게 되었는데 그 밑의 두 동생은 모두 각기 딸 두명씩을 보게 된 것이다. 여하튼 허민은 그래서 모두 네명의 사촌여동생이 있었는데, 성인이 된 뒤에도 일정한 왕래나 교류가 있었다. 따라서 허민은 자신이 이혼후에는 가끔 자신의 사촌동생들에게 부탁 하나밖에 없는 아들 태식을 돌보거나 밥을 챙겨주는 일을 맡기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에겐 ‘5촌고모(당고모)’뻘이 되는 허민의 사촌동생들이 가끔씩 돌아가면서 허민의 집에 들러 5촌조카인 태식의 밥을 챙겨주거나 아니면 때로는 손수 밑반찬 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 사촌오빠인 허민의 집에 챙겨다주기도 하는등 허민의 이혼 이후론 아이 돌보는 일을 그런식으로 허민의 사촌동생들이 돌아가며 맡아왔던 것이다. 다만 그런식으로 하다보니 태식의 학교 같은반 아이들 사이엔 아이에 대해 약간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 야 !!! 태식이네 집 되게 부자인가봐. 파출부 아줌마가 매일같이 바뀌어. ”

 일단 허민은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긴 하다. 다만 허민이 사는집은 2층은 아니고 1층규모의 깔끔한 양옥집이었는데, 그래도 초등학생 어린아이들의 눈에는 그 정도 규모의 집도 비교적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따금씩 태식이 자신의 반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놀러올때가 있었는데 그때 보통 허민의 사촌동생이 태식의 저녁을 챙겨주러 집에 오는일이 있었다. 그렇게되면 자연스레 태식이 함께 데려온 친구들까지 같이 저녁을 대접해주고 돌려보내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그 ‘아줌마’들이 태식의 친구들 눈에는 ‘파출부 아줌마’로 보였나보다. 일단 태식은 5촌고모뻘이 되는 아버지의 사촌등생들을 그냥 ‘고모’라고 불렀지만 아이들이 볼때는 그게 단순한 ‘고모’로 보이지 않았는지 그것도 사람이 이따금씩 바뀌는 태식의 고모들(?)을 태식의 집에서 일하는 ‘파출부 아줌마’로 알았던 것이다. 헌데 그 파출부 아줌마가 태식의 집에 갈때마다 바뀌곤 했으니 아이들 눈에 태식의 집이 ‘매일 파출부 아줌마가 바뀌는’ 그런 집으로 알게된 것이다.





 청하는 허민의 품에 안겨있었다. 어느덧 나이 40을 넘긴 허민이지만 오히려 오랫동안 참아왔던 정욕과 정력을 한꺼번에 분출하고픈 그 갈망이라도 있어서인지 매일밤마다 청하의 속을 허기진 한 마리 맹수처럼 파고들었다. 한편 청하는 그런 허민에게 대체로 길들여져서인지 그런 허민의 저돌적이면서도 강렬한 성관계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까지 남자관계는 허민이 처음이자 유일한 대상이었을뿐이니 남자와의 관계가 다 이런 아프면서도 짜릿한 그 느낌이구나 하고 생각할뿐, 그렇게 한바탕 격렬한 성관계를 마친 두 사람은 침실에 나란히 누워있었다. 가쁜숨을 내쉬며 몸을 쉬고있던 허민이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게 있는지 청하에게 묻는다.

 “ 헌데 청하... ”

 “ 네, 달링...아니 여보. ”

 열다섯살 많은 이혼남이었던 허민을 청하는 결혼전에는 ‘달링’이라 불렀고 지금은 아직 ‘여보’란 호칭이 쉬이 붙지 않는지 혼용해가며 쓰고 있었는데, 여하튼 허민의 부름에 대답하는 어린 아내 청하의 말소리를 들으며 허민이 이어서 말을 건넨다. 숨은 이제 겨우 안정이 된 상태다.

 “ 청하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해봐. 아이 문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 ”

 “ 아이...문제요 ? ”

 청하는 순간 그 말을 허민의 아들 태식을 두고 하는 소리로 여겼음일까. 잠깐 좀 이해가 안가 혼란스러워졌는데, 허나 이어서 곧 허민의 말이 이어져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게 된다.

 “ 청하 아이 말이야. 나하고 사이에 아이 갖는 문제 어떻게 생각하냐구. ”

 “ 그...글쎄요. 모르겠어요. ”

 순간 당황했음인지 이런식으로 얼버무리며 답한 청하. 아무리 그래도 결혼을 하면 아이를 갖게 되는 것은 성불구나 심각한 신체장애가 있는 부부가 아닌 다음에야 다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일일터인데, 애딸린 이혼남과 결혼을 하면서도 청하는 그 문제에 대해 별다른 진지한 고민을 안해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애초부터 이혼남인 허민의 처지를 별로 개의치 않고 시작한 관계였기 때문에 그런 고민 자체가 안 되었던 것일까. 순간 당황한 청하는 가타부타 답은 하지 않은채 ‘모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린 것이다. 허나 허민은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이 문제를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인지 다시금 청하의 솔직한 생각을 요구한다.

 “ 그러지말고 청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 그래야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지.

  어쩔참이야 ? ”

 “ 아저씨 생각은 그럼 어떤데요 ? ”

 순간 ‘달링’도 ‘여보’도 아닌 ‘아저씨’란 호칭이 자신도 모르게 나왔음을 의식하지 못한채 청하는 이와같이 물었는데, 그러자 이번엔 허민이 되려 당황한것일까. 허민 역시 조금전 청하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답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허민의 모습을 보자 청하가 되려 뾰루퉁해진 듯 말한다.

 “ 그봐요...아저씨도 어차피 아저씨 생각은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에요 ? ”

 가만보면 청하나 허민이나 두 사람 사이에 아이를 갖는 문제 그 자체를 그렇게까지 진지한 고민은 해보지 못한듯한데 그래서인지 이런식으로 정작 상대가 물으면 제대로 답은 하지 못하는 겉도는 대화가 반복되고 있고, 그러자 청하가 오히려 피곤해졌는지 허민의 입을 막는다.

 “ 됐어요. 어차피 이런식으로 말할거면...그냥 자요. ”

 “ 뭐 ? ”

 “ 피곤하니까 그냥 자라구요. 전 그냥 운명에 맡길테니까요. ”

 운명에 맡긴다니.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아이가 무슨 전설이나 동화에 나오는 황새라도 나타나 가져다주는게 아닌 다음에야 어쨌든 아이 문제는 두 사람의 결단(!)에 달린 문제인 것 아닌가. 그런데 운명에 맡기겠다니. 순간 허민이 더 어이없어져 발끈해질 지경인데, 다만 청하는 진짜 잠든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것인지 코고는 소리까지 내고 있다. 허민은 뭔가 착잡한 듯 입맛을 한번 다셔보기도 하는데, 그래봐야 지금 청하가 이 밤늦은 시간에 다시 말을 건넨다고 대꾸해줄 것 같지도 않아 일단 그쯤에서 물러서서 잠을 청하려 한다. 그렇게 일단 평안한 분위기로 나란히 침실에 잠들어있는 허민과 청하 부부의 모습이다.

 그리고 다시 며칠의 시간이 지났을때쯤의 일이다. 청하가 밤늦은 시간에 잠이 오지 않는지 잠시 혼자 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청하와 허민 부부가 사는집은 1층이지만 평수가 제법 넓고 그래서인지 제법 거실이 넓은 그런 집이기도 하다. 그 한쪽에 놓인 소파에 앉아 상념에 잠겨있는 청하. 괜시리 심경이 복잡한 듯 하다. 불과 얼마전 아이문제로 나눈 남편과의 대화 때문에 다시 생각해보니 그 문제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진것일까. 아니면 부모님한테까지 애딸린 이혼남과 사귄다는 사실은 끝가지 밝히지 않고 결혼직전에야 밝히고 이런식으로 결혼한 그 결혼생활의 서막 그 자체에 대한 나름의 혼란스러움 같은것이라도 있는것일까. 여하튼 청하는 한밤중에 잠시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는데, 얼마를 그러고 있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느쪽으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다름아닌 허민의 아들 태식의 방이다.

 태식의 방은 허민의 1층집에서 좌측 조금 넓은 평수의 방이었는데, 물론 허민 내외가 쓰는 침실보다야 약간 작지만 다른 여분의 두 개의 방보다는 넓은 방이다. 나중에 혹 태식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될 때쯤엔 어떤 느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어린 태식에겐 그런대로 넓찍하게 쓸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느껴질수도 있는 방. 그 한가운데 이부자리를 켜고 세상모르고 식식 잠들어있는 태식의 모습. 청하는 말없이 그런 잠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 아이가 엄마없이 자란 몸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그늘도 별로

  없고 밝은편이야. ”

 그것이 허민이 결혼전에 자신의 아이에 대해 한 이야기다. 물론 아버지 입장에서 자기 아들을 그것도 재혼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여자 앞에서 나쁘게 말할 사람이야 상식적으로 별로 없겠지만, 어쨌든 아버지의 재혼을 긍정하는것인지 아닌지 일단은 별다른 거부반응은 없이 새엄마가 될 청하와의 식사자리에 말없이 따라나선 태식. 그리고 그 아이를 처음 본 느낌을 청하는 이렇게 말했다.

 “ 아이가 대체로 순하고 얌전해 보이던데요. ”

 아무래도 처음 대하는 스물여섯살 예비 새엄마 청하가 낯설고 긴장되서인지, 아니면 어릴때부터 어른들 앞에서는 무조건 말 잘듣고 얌전하게 있어야 하는거라는식의 교육이라도 받아서 그런것인지. 적어도 청하는 아이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차분하고 얌전해 보이는’ 그런 느낌이었고, 그리고 허민과 결혼을 할때까지만 해도 아이에게서 그 이상 별다른 문제나 이상은 느껴보지 못했었다. 다만 어쨌든 어릴 때 엄마잃은 불쌍한 아이. 자신이 잘 돌봐줘야겠다는 그런 나름의 측은지심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그 청하가 지금 태식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 우리가 아이 갖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 ? 청하 생각을 솔직히 말해줘. ”

 그 며칠전의 요구에 청하는 가타부타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채 ‘모른다’고 애매하게 말해버렸고, 실제 이렇게 허민과 결혼까지 해서 함께 살고 있는 상황임에도 아이 문제는 청하는 별다른 고민은 해보지 않은듯한 눈치다. 다만 이렇게 막상 세상모르고 잠든 태식이란 아이를 보니 살짝 묘한 감정이 치밀어오른다. 어떤 가슴한켠에서 울컥하며 솟아나는 그런 뜨거운 감정이다.

 “ 아가... ”

 자신도 모르게 그만 어린 태식을 살짝 안아보며 그와같이 말하는 청하. 이런게 소위 여성에게만 존재한다는 모성본능일까. 아니면 인간이 가엾고 불쌍한 사람을 대하거나 보게 되었을 때 일어나는 측은지심 같은것일까.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실체를 알 수 없는 그 뜨거운 묘한 감정이 청하에게서 불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건 확실히 짝사랑하는 이성을 보거나 만났을 때 느끼는 어떤 설레임이나 두근거림 혹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생기는 어떤 야속함,속상함. 그런것과도 확실히 너무 다른 그런 성격의 감정이다. (이성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 어떤 묘한 떨림이나 두근거리는 설레임 같은것이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마음으 못 알아줘 그때 느끼는 느낌은 가슴 한켠이 아련해오는 어떤 속상함이나 아픔같은것이었다면 이건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떤 뜨거운 기운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모성본능 ??? 혹은 측은지심 ??? 만약 청하가 새엄마의 처지가 되지 않았다면 혹시 무슨 사회 봉사활동 같은데라도 헌신하는 그런 여자가 되었을지 거기까지는 알수 없는 일이지만 청하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 어린아이 태식을 보면서 그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만 눈물까지 흘러내린 청하는 그 알 수 없는 감정일 일단 좀 추슬르면서 아이를 품에 꼭 안아본다. 

 “ 아가...그래 내가 네 엄마야. ”

 청하는 자신도 모르게 그만 아이의 손과 발을 자신이 직접 어루만져보기까지 하면서 그와같이 말하고 있고, 다시금 치밀어오르는 어떤 눈물,콧물 때문에 그만 부리나케 욕실로 달려가 세수까지 하고만다. 그리고 태식의 방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아이를 품에 꼭 안은채 잠이 들어버린다.



- 2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