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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소원 (10.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응답하라 ! 1975





 한편 이 무렵엔 동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80년 가을에 군에 입대한 동수는 3년 6개월의 군복무 기간을 마치고 84년 봄에 제대를 했는데, 그리고 반년정도가 지난 그해 가을 대기업에 입사를 했다. 그리고 반년쯤 지났을 무렵 동수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배혜진이란 입사순서로는 1년 선배이기도 한 여자와 친분이 조금씩 쌓여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혜진은 나이는 동수보다 세 살 어렸지만, 군에 갔다온 동수와 달리 여자라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할수 있었던 혜진이 세 살아래임에도 불구하고 동수에겐 입사 1년 선배의 위치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런 혜진이 후배이지만 나이는 자신보다 많은 동수에게 언젠가부터 조금씩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루는 우연히 둘이서 커피라도 한잔 하며 이야기라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혜진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 동수씨는 근데 사귀는 사람 없어요 ? 여자친구라던가... ”

 “ 여자친구요 ? ”

 헌데 혜진의 그와같은 물음에 약간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동수. 그의 표정에 뭔가 고민이 서려있다. 사실 동수도 혜진의 이와같은 자신에 대한 관심표명이 그리 싫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동수는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솔직하게 자신의 가족관계를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 사실 친어머니가 제가 국민 학교 5학년일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제가 고등학생

  일 때 재혼을 하셨어요... ”

 하지만 처음부터 친한 직장동료들에게조차도 자신의 가족에 대해 일절 말하는 경우가 없어 ‘혹시 고아가 아닌가 ?’ 하고 일부 친한 동료들은 지레짐작하기도 했던 은희의 경우와는 달리 동수의 경우엔 굳이 숨길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집에 새어머니가 생긴 경위부터 그 뒤 집안의 4남매와 새어머니의 관계가 어땠었는지 숨김이나 가감이 없이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말했다. 그리고 혜진 입장에선 다소 복잡하다면 복잡하다고 할수도 있는 동수의 가족구성원에 대해 알고나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는데 그러다 하루는 다소 궁금하다는 듯 동수에게 먼저 혜진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 헌데 동수씨는 새어머니와 지금껏 사이는 좋으셨다면서요 ? ”

 “ 네, 저야 그랬죠. ”

 동수나 동호는 어쨌든 지금까지 새어머니와 사이는 좋았고, 두 딸중 은희의 경우엔 아예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울산의 직장에 취직 그곳으로 내려간뒤엔 통 연락이 없다가 최근에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결혼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 그것을 사실대로 알게된 혜진을 바라보며 동수는 자신의 새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솔직히 고백하기도 했다.

 “ 사실 저도 예전엔 새엄마...계모 하면 흔히 생각하는 콩쥐팥쥐,신데렐라 계모 그

  정도의 생각 이외엔 없었는데... ”

 “ 그런데요 ? ”

 “ 지난 10년동안 제가 지켜본 저희 새어머니에 대한 인상은 그랬어요. 새어머니는

  그냥 ‘인간’이라는 것. 제가 지난 10년 저희 새어머니를 지켜보면서 확실하게 내

  릴수 있는 결론은 그것이었어요. ”

 새어머니가 ‘인간’이 아니라면 그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도 된다는 소리인지. 혜진 입장에선 여전히 이해가 안가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데 그런 혜진을 바라보며 동수의 설명은 덧붙여진다.

 “ 새어머니는 그냥 좋은일 있으면 좋아하고...힘든일 있으면 때론 눈물도 짓고 한숨

  도 쉬시고...자신에게 친절하게 잘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새어머니도 덩달아 그 사람

  을 좋아하게 되고, 반면 자신에겐 늘상 삐딱선만 타면서 반항만 하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새어머니도 당연히 그런 상대를 싫어하게 되고...그러다보니 뭐랄까...밉다

  밉다 하면 더 미워지는 그런 심리란게 있다면서요. 그러다보니 똑같은 일이더라도

  자신에게 좋아보였던 자녀는 조금이라도 더 감싸주고 칭찬하게 되는반면 자신을 처

  음부터 싫어했거나 늘 관계가 불편했던 그런아이는 똑같은 일이라도 웬지 감싸주거

  나 옹호해주기 싫어지고 오히려 더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그런 인간이 누

  구나 갖게되는 보편적인 심리와 감성을 가진...그런 아주 평범한 보통사람이고 보통

  아줌마고 보통 인간이라는 것...그게 제가 지난 10년 저희 새어머니를 지켜보면서

  확실하게 내릴수 있는 결론이었어요. ”

 “ 보통...인간...보통...아줌마... ”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란 정치적 수사가 생기는것인 이때보다 시간이 조금지난뒤의 일이긴 한데 다만 이보다 조금 앞서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방영한 ‘보통사람들’이란 일일연속극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그런 시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미 80년대 중반이니 TV도 흑백이 아닌 칼라 TV가 보편화된지 오래인 시대. 동수나 혜진 정도의 환경과 사는 형편이면 그런 드라마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도 남을만한 처지의 사람들. 따라서 그 ‘보통사람들’이란 드라마 제목이라도 떠올려졌는지 자신의 새어머니를 ‘보통인간, 보통아줌마’라고 표현한 동수의 말을 혜진은 다소 재미있게 들리기라도 했는지 한번 되뇌어보기도 한다. ‘새엄마는 그냥 보통사람이고 보통아줌마더라’ 생각해보니 그런대로 재미있는 표현이지 않는가.

 “ 그래서 만약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진심으로 이 사람을 사랑하고 결혼하

  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

 “ ??? ”

 “ 그 이야기는 꼭 좀 전해주고 싶었어요. 새어머니는 그냥 ‘보통사람’이고 ‘보통 아

  줌마’일뿐이었다는...그게 제가 10년을 겪어본 새어머니에 대해 확실하게 내릴수 있

  는 결론이었다는 것을. ”

 아직 동수와 혜진이 그렇게까지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고는 볼 수 없고 결혼은커녕 아직 연애의 단계도 도입부에도 미치지 않은 그런 상황이다. 허나 어쨌든 자신에게 어느정도 관심과 호감을 표시하고 있는 혜진에게 만약 자신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 생기면 자신의 가족관계와 특히 자신의 새어머니에 대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고 싶을 뿐이었다고 말하는것이고 혜진은 그런 동수를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아, 참 그리고 또 한가지 빼먹은 이야기가 있는데... ”

 “ 뭘 또 빼먹었다는건데요 ? ”

 “ 만약 결혼을 하게되면 아버지는 그냥 새어머니랑 계속 남은 여생 행복하게 사시라

  고 하고 전 제 결혼할 사람과 따로 보금자리를 마련 저희끼리 행복하게 살고싶어요

  . ”

 “ 그건 또 왜죠 ? ”

 어쨌거나 동수는 대체로 새어머니와 지금까지 잘 지내온 사람인것만은 분명하지 않는가. 헌데 그런 동수가 정작 결혼하면 따로 나가 살고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그건 좀 앞뒤가 안맞는 것 같아 의아해하는 혜진에게 동수는 그에대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 어쨌든 친어머니도 아닌 새어머니를 시어머니로 모신다는 것 여자입장에선 불편

  할 것 아니에요. 그냥 시어머니라도 어쨌든 불편한데 새어머니를 시어머니로 모시

  라는건...그래서 저희 사는건 별도로 따로 나가 사는걸로 하고... - 솔직히 게다가

  새어머니는 지난 10년 저희 넷 키우느라 아버지와 오붓한 시간도 제대로 보내지 못

  하셨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요. - 그래서 저흰 결혼해서 따

  로 나가살고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두분이서 오붓하고 행복하게 남은 여생 보내셨으

  면 하는 그게 제 바램이기도 해요. ”

 ‘남은 여생’ 운운 하니까 졸지에 소원까지 굉장히 나이많은 여자가 되어버린 느낌인데 애초에 소원이 이준열과 결혼했을 때 소원의 나이가 서른살이었으니 이제 겨우 불혹에 접어든 그런 여성일 뿐이다. 허나 어찌되었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신혼재미 한번 못 느껴보고 4남매 키우며 고생하셨으니 이제 남은 인생은 새어머니가 아버지와 행복하게 사셨으면 하는게 그게 집안의 장남 동수가 진심으로 이버지 이준열과 새어머니 소원에게 갖고있는 바램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이때는 이준열의 집안도 새로 집을 장만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택시기사로 20년 가까이 일해오면서 벌어모은 돈이 그래도 어느정도 되었는지 평수가 작은 아파트 지하방을 하나 구입 그곳으로 이사를 했던 것이다. (* 빌라라는 개념은 이땐 아직 생기기 전임. 또 있어도 오히려 부잣집이란 이미지가 강할때라서) 사실 따지고보면 이전까지 이준열 부부와 4남매가 살던 집보다 평수가 조금 넓은 그 정도의 집에서 살게된 수준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아파트다보니 무엇보다 준열의 아직 학생인 두 자녀 동호와 순희가 누구보다 좋아했다. 게다가 이땐 이미 은희는 아예 울산에 내려가 시집가고 난 뒤에도 평생 그곳에서 눌러살 생각을 하는 중이었고, 동수 역시 군에서 제대후 얼마동안만 집에 머물렀다가 이후 직장을 구한뒤엔 자신도 따로 하숙방을 구해 그곳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준열내외가 새로 구입한 아파트엔 사는 식구는 동호와 순희까지 포함 모두 네사람. 게다가 고등학생 동호와 중학생 순희의 경우엔 각기 자기 혼자 쓸 수 있는 방이 생겼으므로 그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뻐할일이었다. - 사실 은희가 울산으로 내려간뒤의 순희나 동수가 군에 입대한뒤의 동호나 방을 혼자 쓰게된 것은 사실상 그때부터이긴 했는데, 그러나 평수좁은 아파트 지하층일망정 체감적으로 느낄수 있는 기분은 여섯식구가 좁아터진 공간에서 살때의 느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무엇보다 거실과 부엌이 구분이 가능한 그런 집에서 살아보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준열 내외에게도 사실상 첫 경험이 될련지도 모른다.

 이준열의 가족이 새 아파트(지하층)로 이사를 갔을 때 동호가 고3, 순희가 중2였고 이때 막 동수가 군에서 제대한지 얼마되지 않았을때나 동수는 취직을 하게되면서 그때부터 하숙방을 새로 구해 따로나가 살고 있었고 그리고 이때쯤부터 은희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가족들에게 인사시키고 싶다며 (울산으로 내려가 지금껏 전화통화 한번,편지한통이 없더니) 이따금씩 전화를 해오곤 했었다. 한편 동호는 한참 대학입시를 준비중이었고 중학생인 순희는 이전처럼 드러내놓고 새엄마에게 반항은 하지 않았으나 아마 이젠 스스로도 지쳐 체념했음인지 아니면 그냥 이런식의 집안 분위기에 그런대로 순응하고 적응해가고 있는것인지 새엄마 소원과는 딱히 그렇다고 가까워진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드러내서 반항을 하는것도 아닌 그 정도 사이가 되어있었다. 소원 입장에선 4남매중 유일하게 ‘진정한 아들’처럼 느끼는 셋째 동호의 경우에는 그러잖아도 이제 한참 대학입시를 준비할때라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배려해주고픈 그런 입장인 반면 막내 순희의 경우엔 ‘넌 그냥 너 하고싶은대로 살다가 때되면 시집이나 가라’ 그러는 정도의 그녀 역시 순희에 대해선 체념한 정도의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다.

 다만 그래서인지 순희의 성격은 가면갈수록 더 폐쇄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었던 언니 은희마저도 그렇게 울산으로 내려가더니 연락한번 주지않아 오히려 그런 언니에게까지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고, 그래서 순희는 이전에 살던 집에서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일절 방에서 나오지않고 틀어박혀 방에서 혼자 인형놀이나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그런식의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는데,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는 그 폐쇄적인 성격이 한층 더해갔다. 오히려 이제 확실하게 자기혼자 쓸수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생겨서인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예 방문까지 걸어잠그고 밥먹을때와 화장실에 갈때를 제외하곤 거의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근래들어서는 개인용 라디오까지 하나 구입 심야시간이 되면 인기 DJ가 진행하는 라디오 음악프로를 밤새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등, 아파트로 이사를 오고나서의 순희는 자신의 방은 더더욱 확실하게 ‘자신만의 공간’으로 구축해놓고있는 셈이었다. 사실 저러다 성격이 더 안으로 곪아 터지거나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자면 분명 걱정을 안할 수가 없는 순희의 문제이기도 하건만 새엄마 소원 입장에선 철없는 막내딸이 더 이상 자신에게 반항하지 않는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녀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간섭하려들지 않았다. - 다만 막내 순희가 대학진학을 원하면 거기까진 보내줄 그 정도 생각까진 하고 있는중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은 어쩌면 순희 자신도 원치않고 있을지 모를일이다. 애초 순희는 은희가 울산으로 내려가자 ‘언니따라 울산 내려가겠다’며 수도없이 울며불며 보챘고 하지만 그런 은희조차도 울산으로 가고나선 더 이상 연락을 주지않자 언니에게마저 실망했는지 언제부터인가 그런식의 말도 더 이상 입에 올리지 않고 있었다.

 둘째 은희의 결혼식은 바로 집안 분위기가 한참 그럴 때 추진이 된 것이다. 그나마 은희가 민철을 데리고 서울에 올라와 그를 인사시키려 할때쯤엔 이미 이준열 가족이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한 뒤라서 그전까지의 작고 구질구질한 집에서 자신의 남자를 인사시키게 되지 않은것만으로도 은희로선 고마워해야할일인것일까. 다만 막상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니 결혼식 불참의사를 밝힌 새엄마 소원. 그동안 은희가 자신에게 한 것에 대한 괘씸함과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렇게는 못하겠다며 소원이 거듭 완강하게 결혼식 불참의사를 밝히자 이준열은 하는수없이 자신의 다른 세 아이만 데리고 딸 결혼식에 참석을 하게되었다.

 결혼식은 사실상 사내결혼이기 때문에 주례는 회사 사장님이 특별히 신경을 써서 서 주시기로 했고, 그런 가운데 은희와 민철의 직장동료들은 물론 민철의 부산쪽 가족,친지,친구 그리고 민철 부모님의 친구,지인들이 관광버스까지 대절해거며 대거 참석을 해주었고 은희쪽에서도 가족들은 물론 친척이나 은희나 오빠 동수의 친구들 혹은 은희 아버지의 친구,동료중에서도 형편이 되는이들은 먼 거리를 마다않고 찾아와 은희의 결혼식을 축하해주어 은희의 결혼식은 대체로 성대한 분위기속에서 치러질수가 있었다. 다만 난감한 상황이 하나 벌어지긴 했는데, 다름아닌 결혼식 순서 거의 마지막인 양가 부모님께 신랑신부가 인사를 드리는 순서가 되어서였다. 사실 회사 사장님에겐 은희 직장동료중 하나가 혹시 사장님이 주례도중 실수라도 할까봐 은희가 새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친어머니는 오래전 돌아가셔서 안계시다는 사실을 미리 귀띰해주기도 했다. 따라서 주례 입장에선 막상 신랑,신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순서가 되자 신랑은 그렇다치고 신부의 경우엔 어떻게 인사를 시켜야하나 사실 전날부터 꽤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고민 끝에 나름 준비한 멘트를 신부측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순서가 되자 시작하였다.

 “ 예부터 인연이란 말이 있습니다. 불가에선 겁운이란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합니다

  만 굳이 그런 표현까지 아니더라도 이 세상의 만남은 따지고보면 다 ‘인연’이란

  생각이 저도 들곤 합니다. 거기엔 물론 좋은인연, 나쁜인연, 좋지도 나쁘지도 않

  은 애매한 인연등 수많은 인연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 시점에서 신랑신부

  두 분에게 그 말씀은 꼭 드리고 싶네요. 그저 ‘인연’이라 생각하시라고. 신부를 낳

  아주신 친어머님께선 안타깝게도 지금 이 축복스런 딸의 결혼식에 직접 참석하실

  수 없는 분이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신 분이기 때문이지요.

  - 신부의 심경이 지금 어떠할지 솔직히 아둔한 제가 다 짐작하진 못하겠습니다. 그

  러나 어차피 여기까지 온 것. 이 모든 것을 인연이라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

  안 있었던 모든 좋은일,나쁜일,슬펐던일,가슴아팠던일,또는 서운했던일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저 ‘축복해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인사 올리시기 바랍니다. 신랑에

  게도 마찬가지로 당부말씀 드립니다. 어쨌든 장인어른 되실분의 안사람 되시는

  이 아닙니까. 그저 이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자리를 빛내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합

  니다. 그 진심으로 이 결혼식장이 행여 마땅히 있어야할 자리가 하나 비는 그런

  썰렁한 자리 만들어주지 않으신것만으로도 감사하는 그 마음으로 감사의 큰 절

  한번 허심탄회하게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사실 은희는 애초 신부입장을 할 때 흘깃 한번 곁눈질로 부모님쪽 자리를 쳐다보긴 했다. 은희 입장에선 궁금해서라도 한번 보지 않을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 사실 이준열은 행여 큰딸이 더 상처받을까봐 새엄마 소원의 결혼식 불참사실은 그때까지 알리지 않고 있었다. - 따라서 은희는 당연히 그 자리에 소원이 앉아있는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주례선생님의 인도대로 신랑쪽 부모님에 이어 자기쪽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까이 갈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을 보니 ‘어럽쇼 ?’ 소원이 아니지 않는가. 그럼 아버지 이준열 옆에 저렇게 지금 화사한 한복차림으로 앉아있는 의문의 여인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설마 그 사이 아버지가 다시 새장가를 들어 ‘세번째 부인’이라도 생겼을리는 없을테고 – 게다가 아버지가 여전히 10년전 재혼한 그 여자 소원과 살고 있음은 지난번 민철과 함께 인사드리러 갔을때도 두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터이고. 헌데 지금 아버지 옆자리에 있는 여자는 소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아닌가. 아니면 한복차림에 화장까지 짙고 또 안보고 산지가 그래도 한 몇 년 지나서 자신이 얼굴을 못알아보는것인가. 허나 두 번 세 번 거듭 고개를 들어 확인을 해봐도 분명 아버지 이준열의 옆에있는 여자는 새엄마 소원이 아니었다.

 “ 자, 그럼 이제 신랑신부 두 사람 신부쪽 부모님께 인사 올리겠습니다. ”

 ‘ 이...이봐요 도대체 당신 누구에요. 아버지 옆에 앉아있는 여자 도대체 당신은 누

  구냐구요 ?’

 그렇다고 이 짧은 순간에 그것도 많은 하객들이 쳐다보는 이 성스러운 예식장에서 소리를 질러 그걸 확인할수도 없는 일이고, 일단 얼떨떨하면서도 궁금함과 의아함으로 미칠지경인 가운데 은희는 일단 부모님께 인사올리는 순서까지 모두 마쳤다. 그리고 이제 신랑신부 축복의 행진만 남겨놓은 상태인데 그때쯤 또다시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이준열 옆에 앉아있는 의문의 여인. 그녀가 한발한발 다가와 은희를 감싸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 은희야... ”

 ‘ 엣 ??? ’

 도대체 이 많은 하객들이 보고있는 자리에서 큰 소리로 물어서 확인을 해볼수도 없는 상황이고 은희 입장에선 여전히 신부 어머니 자리에 앉아있는 이 의문의 여인 정체를 알 수 없어 그저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의문의 여인은 어느새 은희를 감싸안은채 이런말까지 건네고 있었다.

 “ 장하다 은희야...잘 커줬어...너무 잘 커줘서 고맙다. 장하다 은희야. 그리고 축하

  해. 그저 행복하게 잘 살아야한다. ”

 ‘ 이...이봐요 도대체 당신 누구냐구요 ? ’

 자신에게 이런말까지 건네며 눈물까지 흘리고있는 여인. 은희 입장에선 도대체가 이 의문의 여인 정체를 알길이 없어 그렇게 혼란스러운 가운데 하객들의 축복의 박수가 연신 터져나오는 가운데 신랑,신부 축복의 행진과 함께 예식은 그렇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신혼여행은 경주로 3박4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것으로 했다. 어차피 민철이나 은희나 둘 다 살림이 넉넉한편인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두 사람의 새출발을 기념하는 그 정도의 의미로 그 정도 일정의 여행을 다녀오는것으로만 만족하기로 했던 것이다. 허나 은희는 신혼여행지로 출발하기전부터 내내 마음속을 맴도는 미심쩍은 그 무엇이 있었다. 바로 결혼식장에 그것도 신부 어머니 자리에 앉아있던 의문의 여인이었다. 그것도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감사의 큰절을 올리는 순서가 되어서야 알아차리게 된 새엄마 소원대신 그 자리에 앉아있는 의문의 여인. 심지어 자신을 보더니 감격하여 끌어안으며 ‘장하다’느니 ‘잘커줬다’느니 그 말을 계속 입에담는 여인. 뿐만 아니라 여인은 예식이 끝나고 폐백순서가 되었을때도 그리고 예식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피로연장에 간단한 인사를 드리러 나타났을때도 계속 보였다. 다만 은희 입장에서는 숨가쁘게 진행되는 예식 순서도 순서거니와 그녀 입장에서 차마 물어보기가 난감해서라도 의문의 여인의 정체에 대해선 끝끝내 물어보지 못한채 답답한 가슴만을 달래고 있어야했다. 무엇보다 결혼식장에서는 물론이고 폐백자리든 그 뒤 피로연장이든 ‘도대체 당신 누구냐 ?’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다. 무엇보다 하객들중 은희가 지금껏 새어머니와 살아왔다는 사실은 신부쪽이라면 모를까 특히 신랑쪽 하객은 물론 공장 동료직원으로 하객으로 참석한 이중에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신랑 하객들중엔 민철의 부모님 정도만 은희가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는 것을 민철이 은희를 소개시키는 과정에서 알게되었을뿐, 심지어 결혼식 주례를 맡은 회사 사장님 조차도 행여 주례때 실수가 있을까봐 은희의 절친한 동료직원 하나가 사전 귀띰을 해주었던것뿐 은희 자체가 결혼을 약속한 민철이나 아주 절친한 동료직원중 특별히 이야기를 해야만하는 상황이 된 경우가 아니고서는 자신의 가족이나 성장환경을 말한적이 거의 없으니 공장직원중에도 은희를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녀의 성장환경을 모두 알고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신랑쪽 하객이나 공장직원중 참석한 하객중에도 자신이 새엄마 밑에서 자라난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당연히 다들 신부 어머니겠지 하고 짐작을 하고 있을터인데) 그런 상황에서 예식장에서든 폐백자리나 피로연장에서든 ‘도대체 당신 누구냐 ?’고 이준열과 나란히 앉아있는 정체불명의 여인에 대해 물어보면 어찌되는것인가. 따라서 은희 입장에선 혼인예식 순서가 모두 끝나고 신혼여행지로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그 정체불명의 여인에 대해선 끝끝내 알지 못한채 시외버스 시간을 놓치면 곤란하겠기에 신혼여행지로 가는 발길만 서두를뿐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과 답답함은 끝내 풀지를 못했다.

 “ 은희씨, 거기서 뭐해요 ? 자...이리와요. 이제 진정 우리 둘만의 시간이 있으니...

 ”

 “ 가만히 좀 있어봐요. ”

 열 살차이 나는 신랑 민철이 잔뜩 들뜬 기분으로 은희에게 달려드는데도 은희는 지금 그런 것을 즐길 기분은 아닌지 일단 옷이라도 좀 정돈을 해야하기에 여행가방을 속을 하나하나 정리하는중이었다. 헌데 그때 의문의 편지 한통을 발견했다. 애초 여행가방을 쌀때는 보이지 않던것이었는데 언제 이런게 들어왔나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편지를 열어보고나서 결국 의문의 여인 정체는 풀리고야 말았다.

 “ 은희야, 잘 커줬구나. 정말 고마워. 그리고 나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너

  어릴 때 몇 번 본 기억이 전부라 너 제대로 알아볼수 있을련지 고민 많이했어. 사

  실 나 니 친이모야. 그러니까 널 낳아주신 친어머니 OOO 여사의 손아랫 동생 OO

  O 이모라구... ”

 사실 소원은 준열과 10년 결혼생활을 하면서 그녀의 전처에 대해 가끔 궁금해서 물어본적이 있었다. 소원이 이준열과 결혼하기 6년전 세상을 떠났다는 전처에 대해서 후처가 된 이의 입장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궁금함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싫다며 끝끝내 마음을 열지않는 두 딸 은희와 순희 때문에라도 그 아이들을 낳아주신 친어머니가 어떤분이었는지 궁금해서 몇 번 물어본적이 있었고 준열 입장에선 굳이 답을 회피할 이유는 없는 물음인지라 그녀의 실명이라든가 가족관계 그리고 고향정도는 간단히 이야기해주었다. 그때 준열이 해준 이야기로는 자신의 전처이자 아이들 친엄마는 3자매중 둘째로 위로 언니 한명과 밑으로 동생 한명이 있고 그리고 고향은 충청도 OO군이라는 것 까지가 그때 소원이 준열을 통해 알 수 있는 아이들 친엄마이자 이준열의 전부인에 대한 정보였다.

 그때 준열 전처의 이름은 물론 처제와 처형의 이름까지 알수가 있었는데,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막상 은희가 결혼약속을 한 남자를 데려오겠다고 하니 그때부터 소원이 고민을 하다 남편몰래 수소문을 해 전부인의 언니나 동생의 행방을 찾아보기로 했다. 단서가 ① 일단 이준열 전부인 실명을 알고 ② 전부인은 60년대 후반(대략 69년경) 세상을 떠났고 ③ 위로 언니 한명 아래로 동생 한명이 있고 그들의 실명까지 알고있고 ④ 전부인이 세상 떠나기전 낳은 자녀가 넷이나 있고 ⑤ 거기다 그들 3자매의 고향까지 알고 있으니 이 정도의 단서면 이준열 전처의 언니나 동생의 행방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일은 아니었다. 소원은 자신이 시간을 내 직접 전처의 고향까지 찾아가 그 언니 또는 동생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 언니 또한 이미 몇 년전 세상을 떠났고 동생만이 여전히 고향인 OO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바로 그녀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 대체 누구신가요 ? ”

 이준열의 죽은 전처 여동생의 입장에선 도대체 누군지 알길이 없는 의문의 여인에 궁금함에 그와같이 물었고 차분하게 소원은 자신을 소개했다.

 “ 그러니까 OOO 여사님이 맞으신거죠 ? 69년에 세상을 떠난 OOO 여사님의 동생

  되시고 그리고 죽은 언니에게 자녀가 넷이나 되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름이

  동수,은희,동호,순희 그렇게 되고 그리고 형부 되시는분 이름이 아마 이준열 선생

  님이었죠. ”

 “ 아니 도대체 댁은 누구세요 ? ”

 대체 누구길래 죽은 언니의 남편과 그 아이들 신상을 훤히 꿰뚫고 있나 황당하고 놀라기까지하는 여자 앞에서 소원은 차분하게 의문을 풀어주었다.

 “ 우선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실 저도 참 오랜 고민 끝에 수소문을 해서 연락을

  취해본건데...실은 저 이준열 선생님의 후처되면서 동수,은희,동호,순희 네 아이들의

  새어머니 되는 사람입니다. ”

 “ 예 ? ”

 놀라는 여인에게 소원은 이준열의 둘째이면서 큰딸 은희가 곧 결혼하게 된다는 소식과 애초에 딸 은희와 순희는 아버지 이준열의 재혼을 반대했고 그래서 자신이 준열과 결혼후에도 어쩔수없이 그 아이들과 쭉 불편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던일등 지난 10년간의 모든일들을 거의 빠짐없이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이 찾아온 본격적인 용무를 말했다.

 “ 그래서 고민을 했어요. 은희 그 아이 여전히 저 불편하고 싫어하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제가 혼주석에 앉는것도 싫어할지 몰라요. 그래서 고민 끝에... ”

 “ ?! ”

 “ 은희 이모님께서 저 대신 결혼식때 혼주석에 앉아주시는게 어떨까 그 당부를 드

  리러온겁니다. ”

 은희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모뻘이 되는 여인은 무척이나 놀랐다. 사실 재혼을 한 후처가 전부인의 동생까지 찾아가서 아이 결혼식에 대신 혼주자리에 앉아달라는 부탁을 한다는 것 어디 쉬운일인가. 헌데 일부러 수소문을 해서 이렇게 자신을 찾아와 그런 부탁을 하는 여인에게 은희 이모도 무척이나 놀랐고, 또한 이렇게 자신을 일부러 찾아와서 부탁까지 하는 여인은 평상시 어떤 성품을 가진 여인일까 그 부분에 대한 궁금함까지 생겼다. 어쨌든 자초지종을 모두 듣고나니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남음이 있는지라 그렇게 하겠다고 은희이모는 소원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 어쨌든 제게도 조카니...소식을 안 이상 안 가볼수도 없는 일이겠네요. 그리고 무

  엇보다 이렇게 직접 어려운걸음 해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그렇게해서 은희의 친이모 즉 은희 친어머니의 여동생이 혼주 자격으로 신부 어머니 자리에 이모가 대신 그 자리에 착석하게 된 것이다. 다만 결혼식장을 찾아가는 문제는 소원은 서울에 살고 은희 이모가 사는곳은 충청도고 예식장은 울산이니만큼 소원이 사전에 예식장 장소와 교통편,연락처등을 철저히 알아두어 은희 이모에게 단단히 일러주었고 당일날 예식장을 찾아가는 은희이모가 행여 길을 못 찾을까봐 비상시를 대비 소원은 서울의 집에서 혹여 은희이모가 비상연락을 해올지 모르니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 다행이 은희이모는 길 헤매는일이 없이 단번에 예식장을 찾아갈수 있었고 이준열 입장에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허나 일단 시간이 없으니 예식장 관계자들에게 부탁해 일사천리로 은희 이모를 신부쪽 혼주 자격으로 분장을 시켰고 그렇게 은희 이모가 이준열의 옆자리에 앉아 은희와 민철 커플의 인사를 받을수 있게된 것이다. - 헌데 이준열은 급한김에 일단 예식장 관계자들에겐 은희 이모를 그냥 ‘신부 어머니’라고 말해버렸으니 예식장 관계자들은 사실은 이준열 전부인의 동생되는이를 진짜 이준열의 아내로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 마...말도 안 돼...어떻게 이런일이...어떻게 이런일이... ”

 그제서야 예식장 의문의 여인 정체를 알게된 은희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실 은희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 국민 학교 2학년이었고 따라서 지금은 엄마 얼굴도 제대로 기억이 안나는 판에 이모들 얼굴까지 기억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엄마 장례를 치를 때 당연히 이모들도 와서 함께 장례를 치르긴 했지만 그 이전까진 이모들도 둘 다 지방에 사는 처지라 명절때나 가끔 인사를 드릴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어린시절 은희가 그런 이모들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물며 이미 최소한 15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만큼 나이도 들고 무엇보다 화사하게 꽃단장까지 한 이모를 은희가 기억해내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은희는 예식장에서 그 의문의 여자가 ‘자신의 친이모’란 사실을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헌데 은희가 더 충격을 받은 것은 이어지는 편지 내용때문이었다.

 “ 그리고 은희야. 너희가 그동안 새어머니와 어찌 살았는지는 내가 이야기를 대략

  들었다. 그리고 나 좀 믿겨지지도 않고 이건 아니다 싶은 이야기 하나를 들은게

  있어. 솔직히 그게 진짜 은희랑 순희 너희가 꾸민일인지 믿겨지지도 않고...너 원래

  순희랑 짜고 새어머니 쫒아내려 했다며 ? 그거 너희 새어머니 알고 계시더라. ”

 실제 소원은 한 2-3년전쯤에 그 사실을 알게되었다. 허나 동수가 그걸 이야기해준 것은 아니고 하루는 순희가 전혀 예기치않게 그때의 일을 실토해버린 것이다. 순희 입장에선 여전히 새어머니 소원을 불편히 여기고 있었고 그러나 예전과 같은 큰 갈등은 없는 상태에서 순희는 순희대로 더더욱 자신의 내면의 문을 닫아버린 상황에서 시큰둥하게 소원을 바라보던 어느날. 딴에는 남편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오빠들과도 잘 지내는 모습이 꼴사나웠는지 사실대로 불어버린 것이다.

 “ 아줌마, 그건 아세요 ? 언니가 원래 아줌마 쫒아내려고 한거요. ”

 “ 뭐...뭐라구 ? 그게 무슨말이야 ? ”

 “ 그때...아줌마 우리집에 들어오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언니랑 같이 공원에 갔던적

  있잖아요. 그러다 중간에 저 없어지고...그거 사실 저랑 언니랑 짜고 한거에요 유괴

  는 무슨...저 그날 언니가 시킨대로 언니 친구집에서 일주일 있다 온거에요. ”

 “ 아...아니 뭐라구 ? ”

 뒤늦게서야 알고보니 너무 기가막힌 일이긴 했지만 이제와서 벌써 10년 가까이가 되어가는 일을 어쩌란말인가. 게다가 은희는 어차피 지금 울산에 내려가서 집에 올라오지도 않고 연락도 통 없으니 이제와서 그 일을 알았다한들 은희에게 이제와서 뭐라고 할수도 없고 다 소용없는 일이라서 그냥 체념하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다만 이렇게 은희 친어머니를 만나서는 그 일도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 그렇게 실토를 한 것이다.

 “ 세상에 어떻게 그런일이...죄송합니다. 제가 은희랑 순희 대신해서라도 사죄 드리

  겠습니다. ”

 설마 이렇게 자신을 찾아와 신부 어머니 자리에 대신 앉아달라는 부탁까지 하는 여인이 그런 것을 없는사실을 꾸며낼 이유는 없을터이니 더더욱 놀랍고 기가막혀 은희이모가 대신 백배 사죄를 올렸고 소원은 마치 모든 것을 달관한 초인처럼 말했다.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지금와서 뭐 그런일 일일이 다 따져서 뭐하게요. 저도 그냥

  다 잊어버리고 살기로 한것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이제라도 은희가 좋은사

  람 만나 행복하게 살게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할뿐 그 이상 다른 여

  한이나 원망같은 것은 없습니다. ”

 그렇게 말하고는 씁쓸히 웃는 소원. 비록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의 표정엔 한두마디 말로 다 하지 못할 것 같은 비애와 슬픔이 담겨있었다.

 “ 이제라도 정중하게 진심으로 백배 사죄드리렴. 만약 너희 새어머니가 거짓으로 꾸

  며낸 것이 아니고 진실이라면 말이다. 세상에 아무리 새어머니가 싫기로 어떻게 그

  런짓을 다 꾸밀수가 있니. 그런건 사람으로 태어나 절대 해서는 안될짓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 그러니 은희야 지금이라도 새어머니께 진심으로 백배 사죄드리렴.

 ”

 은희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자신의 결혼식 신부 어머니 자리에 알고보니 친 이모가 와서 앉아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고 놀라운 사실이지만 바로 그것을 권한 것이 (그것도 자신이 수소문해서 직접 찾아가서는) 다름아닌 새엄마 소원이고 그리고 뒤늦게라도 자신이 새엄마가 들어오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꾸몄던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니 이 어찌 놀라운일이 아닐수가 있으랴. 은희는 지금 자신이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가운데 있었다. 헌데 은희의 지금 이런 심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열 살많은 노총각 출신 신랑 민철이 그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 자, 이제 어서와요. 나의 어리고 귀여운 신부...내색시... ”

 민철은 그야말로 34년을 참은 욕정을 오늘밤 한꺼번에 분출하고픈 기세로 작정하고 달려들고 있는데 그런 민철을 은희는 마치 자신을 성추행하려는 불한당이라도 밀쳐내듯 거세게 밀쳐냈다. 순간 민철은 놀라 당황한다.

 “ 어억...이게 무슨짓이야 ? ”

 “ 비켜요. 나 지금 급해요. 당신이랑 이럴시간 없어요 !!! ”

 “ 뭐라구 ? 아...아니 대체 이게 무슨소리야 ? ”

 “ 어서 비키지 못해요 ? 나 지금 급한일이 있다구. ”

 급한일이 있다니 아니 대체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지에서 첫날밤을 보내게된 새신부가 신랑과 보내는일보다 더 급한일이 세상에 어디있단 말인가. 민철로선 얼떨떨하고 기가막혀 어이없이 은희를 바라보고 있는데 은희는 이미 저만치 쏜살같이 어디로 달려가고 있었다.

 속옷바람과 슬리퍼차림으로 허겁지겁 호텔방을 나온 은희는 하염없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허나 지금 대체 뭘 어찌해야 하는가. 지금 이 밤늦은 시간에 교통편이라도 잡아 밤을달려 서울로 올라가 새어머니 소원을 만나볼수도 없는 일이고, 여전히 머리가 혼란스러워 어쩔줄 모르는가운데 마침 저만치 공중전화가 하나 보였다. 은희는 급한대로 그 공중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가 바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저 은희에요. ”

 “ 은희 ? 아...아 그래 ? 지금 어디니 ? 신혼여행지야 ? ”

 소원은 설마 은희가 자신에게 전화를 해오리라곤 진짜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은희의 친이모가 자신의 권유로 대신 신부 어머니 자리에 참석한것까지야 알고 있을테지만 그 이모가 은희한테 특별한 당부의 편지까지 남긴일은 모르고 있을테니까. 그런 상황에서 은희는 소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 왜 그랬어요 ? 대체 왜그랬냐구요 ? ”

 “ 으...은희야...왜 그래 ? 무슨일이야 ? 신혼여행은 잘 간거야 ? 아니, 그보다 결

  혼식은 잘 마쳤구 ? ”

 아마 지금쯤은 결혼식에 참석한 이준열이나 다른 아이들도 서울로 올라오고 있을터인데 다만 결혼식을 치르고 그 뒷정리 때문에 다소 늦어지는지 아직 서울엔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소원 혼자 아직 집을 지키는 가운데 결혼식은 무사히 잘 치렀는지 신혼여행은 잘 떠났는지 소원 입장에서도 그에대한 궁금함은 생길 수밖에 없는 가운데 은희의 이런 전화를 받으니 그녀 역시 놀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은희는 수화기를 붙들고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말한다.

 “ 왜 그랬어 바보야 ? 대체 왜그랬냐구...엉엉엉엉~~~!!! ”

 “ 으...은희야 ? 대체 왜 그래 ? 대체 무슨일이야 ? ”

 “ 그냥 엄마가 결혼식장에 오면 되는거잖아. 엄마가 그냥 엄마자리에 앉으면 되는거

  지 뭐하러 그런 쓸데없는짓까지 했냔말야. 뭐하러 그런데까지 찾아가 그런 부탁까

  지해. ”

 “ 은희야... ”

 “ 그냥 엄마가 참석하면 되지...그냥 엄마가 엄마로 엄마자리 앉으면 되는거지 뭐 잘

  한게 있다구...뭐 이쁜딸이라구 그런짓을 했냐구. 엉엉엉엉~~~!!! ”

 “ 은희야... ”

 이제야 모든 상황이 짐작이 가는 듯 소원은 눈을 한번 지그시 감아보았다. 그리고 차분히 입을 연다.

 “ 지난일은 더 이상 입에담지 말자. 그리고 난 그저 니가 이제라도 좋은사람 만났으

  니 그저 너 사랑해주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만 바란다. 그 이상은 다른거 바라는

  거 없어. 알겠지 은희야 ? ”

 “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어머니 !!! 다 제가 잘못했어요 엄마~~~!!! 제가 나빴어요

  제가 죽일X이에요 어머니. 엉엉엉엉~~~!!! ”

 “ 은희야, 지난일은 더 이상 입에담지 않는걸로 하자. ”

 “ 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죽일X이에요. 제가 나쁜딸이에요 엄마. ”

 “ 그냥 김서방하고 행복하게 살어. 내가 바라는건 그것뿐이다. ”

 “ 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다니까요 엄마.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죄송해

  요 어머니. 엉엉엉엉~~~!!! ”

 “ 난 그저 네가 너 사랑해준다는 사람 만나 이렇게 결혼식까지 올리게되었으니 그것

  만을 만족한다 그 이상 바라는거 없어. 그저 김서방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긴 그것뿐이다. ”

 “ 용서하세요. 아뇨 용서하지 마세요. 저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애에요. 제가 나쁜애

  였어요. 제가 정말 못된 아이였어요. 제가 죽일X이에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머

  니. 엉엉엉엉~~~!!! ”

 “ 다 지난 일이다. 그저 김서방이랑 행복하게 살으렴. ”

 “ 저 용서하지 마세요 어머니. 전 용서받을 자격 없어요. 다 제가 나쁜X이라서 그랬

  던거에요. 잘못했어요 어머니. 용서하지 마세요 어머니. 전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

  아이에요 엉엉엉엉~~~!!! ”

 소원은 ‘김서방과 행복하게 잘 살라’는 말만을 거듭 남긴채 통화를 마무리하려들고 은희는 이 깊은 밤중에 공중전화박스안에 주저앉아 한참을 서럽게 대성통곡하고 있다. 통한의 눈물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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