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소원 (8)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응답하라 ! 1975





 이준열 가족의 풍경은 그렇게 새엄마 소원과 대체로 잘 지내는 편인 동수와 동호는 그네들대로 불편한 관계는 은희와 순희는 또 그녀들대로 그럭저럭 그나마 큰 문제는 없이 하지만 소소한 갈등은 연일 지속되는 속에 흘러가고 있었다. 다만 새엄마를 쫒아내려고 동생 순희와 함께 꾸몄던 음모가 사실상 실패한뒤라 그 뒤엔 은희는 비교적 몸을 사리는 편이었고 행여 새엄마 눈밖에 나는일이 없을까 조금은 눈치를 보는 그런 모습이었다. 한편 동수는 집안의 장남으로 나름의 책임감 때문인지 여전히 새엄마 소원에게 조금이라도 친절하고 잘해드리려 노력하고 있었고 셋째 동호는 오히려 엄마품이 그리웠던지 더더욱 응석받이처럼 소원에게 들러붙는 그런 일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어떻게보면 공교롭게도 준열의 집안 4남매중 아들인 동수,동호는 새엄마와 잘 지내고 딸 은희와 순희는 여전히 새엄마를 불편히 여기는 그런식으로 아들 형제와 딸 자매간에 편이 갈라진채로 그렇게 가족관계가 형성이 되어버렸는데, 다만 그렇게 4년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준열의 집안 가족구성원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우선 이준열의 장남 동수의 경우엔 대학입시를 치르고 재수없이 바로 대학에 합격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었는데, 그리고나서 어느덧 3학년이 되어있었다. 다만 동수도 머잖아 군대는 가야하기 때문에 그 시기를 저울질하느라 약간의 고민이 있었다. - 무엇보다 동수 입장에선 자신이 군대에 가고나면 집안에 남게되는 가족들의 새엄마와의 관계 문제가 제1의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헌데 그런 동수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희가 이 무렵 가족구성원에서 빠지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실 이 무렵 은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울산에 있는 한 공장에 취직 그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게되었다. 다행히 다른지역에서 온 직원들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시설이 갖춰진 그런 공장이긴 했는데, 여하튼 은희는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은희 입장에선 새엄마와 지내는 불편한 생활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그와같은 선택을 한 셈이다. 울산의 공장에서 일하는게 확정이 되면서 은희는 마치 명문대 진학이라도 확정된 수험생마냥 뛸뜻이 기뻐하기까지 했다. 다만 은희는 마음 같아서는 동생 순희도 함께 데리고 가고싶긴 했는데, 아직 국민 학교 4학년인 순희는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터라 그렇게 조치하기가 쉽지 않은게 아쉬웠다. 하는수없이 순희는 그냥 서울 집에 두고 혼자 울산에 내려갈 수밖에 없었는데 은희가 떠나는날. 순희는 마치 신파드라마의 여주인공이라도 되는양 언니의 품에 안겨 울며불며 난리를 피웠다.

 “ 언니 그럼 언제오는거야 ? 나 언니 없으면 못살거 같은데... ”

 “ 조금만 참아...여름에 휴가내서 오거나 아니면 추석때 올라오던가 할게... ”

 택시기사를 하는 이준열의 집안 경제형편은 분명 넉넉지 못한 살림이 분명했으나, 그렇다고 아주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 그런 집안정도는 아닌데 은희와 순희 자매의 이별풍경을 보면 그야말로 60-70년대에 형제,자매가 많은 집안 큰딸이 서울에 돈벌러 올라갈 때 어린 막내동생과 작별인사라도 하는듯한 그런 모습까지 자아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순희 입장에서도 그나마 4남매중 유일하게 자신과 함께 새엄마와 불편한 관계인 은희 언니이기도 했고 그래서 더더욱 서로간의 동질감이 쌓여가며 두터운 자매간의 정을 나누기도 헀던 그런 언니였기에 그런 언니가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하자 오빠들만 있는 집에서 자기혼자 지내야한다는 생각에 무섭고 겁도나기도 해서 언니품에 안겨 서럽게 운 것이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울산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타기 직전 순희는 언니 은희의 품에서 한참을 그렇게 울며불며 한뒤 헤어진 것이다. ‘언니, 잘가. 울산에 내려가서 돈 많이 벌어와야해. 그리고 몸 건강하고. 그리고 순희 잊으면 안 돼 !’ 이와같은 인사말도 잊지 않은채.

 하지만 은희의 경우엔 막상 그렇게 울산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직장생활을 하게되니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불편한 관계인 새엄마 소원을 더 이상 보지 않고 지내게 되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은희는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듯 가뿐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된 첫날 그 옥상에 올라가 크게 기지개를 켜며 환호성까지 질러댔다.

 “ 얏호~~~!!! 아아...너무 좋다. 아아...너무좋아. 너무 상쾌하고 맑은공기...무엇보다

  그 꼴보기 싫은얼굴 더 안보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속이 다 후련하다 !!! ”

 “ 이은희씨 !!! ”

 헌데 공교롭게도 그런 모습을 자신처럼 기숙사를 이용하는 다른 여직원에게 들키고 말았다. 기숙사는 바로 자신처럼 다른 지역에서 온 20-30여명 정도의 공원이 이용하고 있는 3층정도 되는 건물이었는데, 한 방에 평균 3-4명 정도의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헌데 하필이면 바로 자신과 같은 방을 이용하고 그리고 바로 자신처럼 비슷한 시기에 이 기숙사에 입소 생활하게 된 그런 여직원이기도 했다. 빨래라도 널게 있는지 옥상에 올라와본 직원이 그런 은희의 모습이 이해안간다는 듯 어리둥절해서 말을 건넨다.

 “ 뭐가 그렇게 좋아예 ? ”

 경상도 출신이라서 억센 억양이 바로 느껴지는 그런 말투이긴 했는데, 일단 나이는 은희와 비슷한 또래라고 했고 여하튼 그런 여직원이건만 옥상에서 그러고 있는 은희의 모습에 이해가 안간다는 듯 말을 건네온 것이다. 은희는 무안한 듯 살짝 말을 얼버무리며 답한다.

 “ 아뇨...그냥 뭐...모든게 다 좋고 기뻐서요. 아...아니 그보다 무엇보다...이렇게 취

  직해서 돈도 벌 수 있고 또 이렇게 맑은 공기 마시며 이런 좋은 고장에 살수 있게

  되고 그러니 다 좋은거죠 뭐. ”

 “ 좋긴 뭐가좋노 ? 난 공기탁해 미칠 것 같은 지경이구마. ”

 사실 울산만 해도 이때는 공업도시로 발전한지 꽤 되었을때라서 분명 ‘맑은공기’가 있는 지방과는 거리가 멀다. 은희에게 말을 건네온 여직원은 경상도 출신이긴 했지만 울산은 아닌 다른지역에서 나고자란 사람으로 어쨌든 은희와 비슷한 시기에 이 공장에서 일하게 된것인데 무엇보다 시골출신이라서 그런지 사방에 온통 공장투성이고 그래서 매연냄새라든가 이런게 보통아닌 곳에서 살아가게 된것에 살짝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 내는 이 매연냄새 하며...공장굴뚝 연기하며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은희씨는 이런 냄새가 좋은가봐요 ? 대체 뭐가 그렇게 좋고 신난다는건데예 ? ”

 “ 아...아뇨 뭐 아무튼...뭐 여하튼 이런 직장에 취직 돈도 벌고 그렇게 성인으로 자

  유롭게 살게될 수도 있고...그러면 다 좋은거 아닌가요 ? ”

 “ 치잇~! ”

 여직원은 여전히 은희의 이런 태도가 이해 안간다는 듯 헛웃음까지 내뱉고 그리고는 궁금한것이라도 있는지 다시 질문을 건넨다.

 “ 혹시...혼자 자랐어요 ? ”

 “ 네 ? ”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엉뚱한 소린가. 사실 오늘 처음으로 함께 공장에 입사했고 기숙사에서도 한방을 처음 같이 쓰게된 사람이니 이제 오늘부터 차차 알아가며 같이 지낼 사이지 그전까지는 서로에 대해 아는바나 정보가 있을 리가 없는 그런 사이인 여직원이다. 헌데 뜬금없이 혼자 자랐냐는 이런 엉뚱한 질문이 나오니 은희 입장에선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리둥절해하기도 하고 여직원은 그런 은희를 보며 말을 이어간다.

 “ 아니...그러고보이께네 얼굴도 뽀얗고 고생은 안해보고 자란 사람같아서...그래서

  혹시 집에서 돌볼 동생이나 이런것도 없이 고생 안해보고 자란 그런 사람같아 보여

  서. ”

 고생을 안하다니 ? 4남매중 둘째로 특히 국민 학교 2학년때 친엄마를 잃고 중학교때 새엄마가 생겨 그 뒤에 있었던 갈등을 쭉 이야기하자면 그걸로 장편소설 한권이 나올 분량이 될텐데 고생을 안하다니. 대체 자신의 어디가 그렇게 세상편한 사람같아 보여 이런 질문을 다 하는것인지. 생각해보니 진짜 어이가없는 소리이긴 하지만 어차피 오늘 초면인 여직원이고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천하태평이고 고생이나 근심같은 것은 전혀 안해보고 산 그런 사람처럼 보이나. 괜시리 근처에 있는 거울이라도 보며 ‘얼굴이 뽀얗다’ 어쩌구 한 여직원의 말을 상기해보기까지 하는데, 여하튼 살짝 묘한 기분이 되어 은희는 일단 자신이 묵게된 방으로 들어가보긴 한다. 은희가 쓰게된 방에는 자신을 포함 모두 네명의 여직원이 있었는데 그 한명이 바로 방금전 말을 건네온 그리고 오늘부터 함께 지내게된 경상도 출신의 여직원이고 다른 두명은 자신처럼 서울출신인 그리고 공장에서 일한지는 몇 년 된 고참급 언니들이다.





 “ 학교 다녀왔습니다 !!! ”

 어느덧 중학교 2학년이 된 이준열의 집 셋째 동호의 변성기가 막 시작된 사춘기 소년의 목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진다. 셋째 동호의 귀가에 소원이 반색을 하며 아들을 반기고 있다.

 “ 그래, 우리 동호 왔구나. 학교에서 잘 지냈니 ? 어서 들어오렴 우리아들. ”

 공부하느라 힘들 아들을 격려라도 하듯 어깨와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주기까지 하는 소원의 모습에선 누가봐도 영락없는 다정한 모자의 모습이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소원이 준열과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당시 국민 학교 4학년 학생으로 ‘엄마품에서 잠들고 싶다’고 해 서른살 소원을 순간 당혹스럽게 만들기까지 했던 그런 동호가 아닌가. 허나 어릴 때 엄마를 잃어 엄마품이 그리운 어린 동호를 이해해달라는 동수의 설득도 있고해서 그때부터 동호를 품에 안기 시작한 소원. 그래서인지 솔직한 이야기로 지금은 준열의 자녀 4남매중에서 소원이 진짜 자식처럼 느끼는 아이는 사실상 셋째 동호가 유일하기까지 하다. 사실 첫째 동수의 경우엔 나름 장남으로서의 책임감과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때문에라도 어떻게든 아버지의 재혼상대인 소원이 큰 어려움이나 힘든일 없이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친절하게 잘해드린것이었지만, 소원의 입장에서 동수는 나이도 열세살차이밖에 나지 않는데다가 자신이 준열과 결혼했을 때 이미 고등학교 2학년 클만큼 큰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에게 친절하게 잘해준다 하더라도 그저 좀 배려심 있고 자신에게 잘해주는 성격좋은 그렇게 평소 친하게 알고지내는 이웃 동생같은 그런 느낌이었지 ‘아들’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자신을 싫어하며 반항으로 일관했던 은희와 순희야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다보니 처음부터 ‘엄마품이 그립다’며 자신에게 안겨든 아직 어린아이라면 어린아이였던 셋째 동호가 소원 입장에선 사실상 유일하게 자식으로 느껴지는 그런 아이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런식으로 돌봐온 동호라서인지 제법 장난스레 이젠 엉덩이를 토닥이거나 볼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보는것도 어느덧 중학년이 된 동호이건만 어린아이 대하듯 그렇게 부담감없이 대하고 있는 것이다.

 “ 동호 지금 뭐하니 ? ”

 첫째 동수는 지금 대학생이고 학교공부때문만이 아니더라도 그냥 개인적으로 바쁜일이 많은지 이제 늦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동호와 소원이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지기도 한다. 한편 어느덧 국민 학교 4학년이 된 막내 순희의 경우엔 언니 은희까지 울산으로 내려가자 사실상 집에서 새엄마를 싫어하는 사람은 자신 혼자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그래서 자신의 처지가 더더욱 서럽고 분하기라도 한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대체로 방구석에 틀어박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사실 이런 경우라면 새엄마와 함께 지내는게 불편해서 – 마치 은희가 중학교 겨울방학때 ‘친구랑 약속이 있다’며 늘 밖으로 나돈것처럼 – 일부러 밖으로 나돌며 늦게 들어오거나 할만도 한데 순희의 경우엔 딱히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그러는 성격도 못 되는지 그렇게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상 자기방에 틀어박혀 거의 나오지 않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집안에선 자연스레 동호와 소원 사이에만 다정스런 모자간의 정을 쌓는 시간이 더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순희의 경우엔 은희까지 울산으로 내려가버린 상황에서 혼자 쓰게된 방에서 대체로 인형놀이 같은 것을 하거나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어느덧 80년대로 접어든 시간이고 이때쯤이면 TV도 가정에서 거의 보편화된 시대인데, 따라서 이준열의 집에도 TV 하나가 거실에 놓여있긴 했지만 순희는 그 TV조차도 거의 시청하지 않은채 늘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것이다. -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거실의 TV는 동호와 소원 둘이서 함께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순희의 경우엔 소원과 동호가 함께 TV를 보고 있을때도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책을 보거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서 다만 자신이 어릴 때 은희언니가 사준 인형이 몇 개 있는데 그것으로 밤늦게까지 인형놀이를 즐기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잠들곤 했다. 은희까지 없는 방에서 순희에게 사실상 유일한 놀이대상이며 위안의 대상이 ‘인형놀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순희야... ”

 그런 동생이 마음에 쓰이기라도 했는지 하루는 동호가 그래도 한번은 동생의 방에 들어와 말을 걸어보긴 했다. 이전 은희의 경우엔 사춘기가 되고 새엄마가 생기면서 신경이 더 날카로와졌는지 순희와 함께 쓰게된 방에 오빠 동수도 노크없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었는데, 순희의 경우엔 그래도 그렇지는 않은지 아니면 큰오빠 동수와 달리 그래도 둘째오빠 동호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대상이라서인지 별다른 거부감없이 동호의 들어섬을 허락했다.

 “ 너도 가끔 마루에 나와서 TV도 좀 보고 그러지 그래 ? ”

 결국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것인가. 어찌보면 순희 입장에서 새삼스러운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해 별다른 대꾸가 없는데 동호가 거듭 그런 순희를 보며 말을 건넨다.

 “ 순희야... ”

 “ 왜 ? ”

 “ 오빠하고도...이젠 말하기 싫어 ? ”

 새엄마 소원이 생긴 이후로 집안의 분위기가 지금까지 어땠는지 셋째 동호도 모르진 않을 것 아닌가. 사실 동호도 이따금 막내 순희가 신경이 쓰여서 소원에게 순희도 좀 신경을 써달라는 부탁을 하긴 했는데 소원 입장에서 그런 동호의 부탁은 곧이 듣는것인지 아닌것인지 보통은 그럴 때 미소로 고개만 끄덕이는 정도로 대답하곤 했는데, 적어도 그러고나서 소원이 딱히 순희에게 신경을 쓴다거나 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루세끼 밥이나 챙겨주는 역할 그 이상은 순희에게는 거의 하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이런 분위기에서 사실상 집안에서 혼자 따돌림 당하는 느낌마저 들어서인지 순희는 하루는 불쑥 이렇게 내뱉기까지 했다.

 “ 나 언니한테 갈거야. ”

 “ 뭐라구 ? ”

 하루는 불쑥 이렇게 말한 순희로 인해 동호도 황당해지는데, 순희는 철없는 어린아이가 내뱉은 즉흥적인 말인지 아니면 혼자 무슨 생각이라도 해둔게 있는것인지 제법 억양에 힘을주어 둘째오빠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 언니 있는데로 갈거라구. 나도 이제 이런집에서 살기 싫어. ”

 “ 이순희. ”

 아무리 철없는 막내동생이기로 너무하지 않나 싶어 중학생 동호가 정색이 된다. 그리고 일단 타이르는듯한 말을 건넨다.

 “ 너 진짜...장난해 지금 ? 누나가 지금 울산에 있는데 가긴 어딜 간다는거야 ? 울

  산이 서울에서 얼마나 먼곳인지 알아 ? ”

 중학생 정도면 가령 ‘사회과 부도’ 같은것도 있을것이고 그 외 다른 책자 같은 것을 통해서도 한국지도를 접해보지 못할 나이는 분명 아니다. 따라서 동호야 당연히 울산이 어딘지 모르진 않지만, 아직 사회과 부도를 접해보지 못한 순희는 그 울산이 대체 어딘지 알고는 있는것인지 모르는것인지 그야말로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그와같이 내뱉었는데, 그런 동생을 타일러야겠다는 듯 한마디 한 동호. 허나 순희 입장에선 이런 둘째오빠도 더 이상 꼴보기 싫은지 다시금 한마디 한다.

 “ 그리고 오빠도 미워. 아니 큰오빠, 작은오빠 둘다 미워. 도대체 오빠들은 어떻게

  그렇게 맨날 새엄마만 싸고도냐. ”

 “ 순희야 그런게 아니라...그리고 새엄마도 알고보면 좋은분이셔. 나도 새엄마한테

  잘해드리니까 늘 이렇게 이쁨받는거 보면 모르겠어. 그러니 너도... ”

 너도 새엄마한테 잘해드리면 새엄마도 너한테 마음을 여실것이란 그런식의 설득을 하려나본데 헌데 순희 입장에선 이전에 누구한테 많이 들었던 소리 같기라도 한지 되려 핀잔조로 한마디 톡 쏜다.

 “ 오빠 그거 알고 있어 ? 작은오빠 언제부터인가 큰오빠 닮아가고 있어. 말하는거

  하며 새엄마 툭하면 감싸고 도는거 하며 점점 큰오빠 닮아가고 있단말이야 !!! ”

 “ 아니, 근데 얘가 점점...그러는 너야말로...너야말로 갈수록 반항조로 나오는거 점

  점 은희누나 사춘기때 반항하던 모습 닮아가고 있다는거 알기나 해 ? ”





 허나 이준열의 집 가족구성원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동수가 군에 입대하게 되면서였다. 이때는 군복무기간이 3년 6개월이라서 남자 입장에선 사실상 4년의 시간을 비워두어야 하는 그럴때이기도 했는데, 은희가 울산의 공장에 취직을 해서 지방으로 내려갔을때만 해도 그저 4남매중 한명이 빠진것에 불과한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동수까지 군대를 가면 4남매중 현재 성인이 되어있는 형제 두 사람이 빠지게 되는것이니 그만큼 집안 분위기가 휑해질것이란 것은 충분히 예상해볼수 있는일이다. 동수는 은희가 울산에 내려가고 나서 반년쯤 지난 그해 가을에 군 입대를 결정했는데 그러니 사실상 대학 4학년 과정은 거의 다 마치고 군에 가게되는것이나 다름없다. 입영통지서가 나오고 군입대 날짜가 결정이 되었을때쯤 동수는 어느덧 중학생이 된 셋쨰 동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 형... ”

 동호도 막상 제 형이 군대에 가게되자 가슴이 짠해오는데, 그런 동호를 바라보면서 동수의 마음도 착잡하기 그지없다. 동수가 동생 동호에게 말을 건넨다.

 “ 사실 여러 가지 집안 사정때문에 군대를 언제가는게 적절할지 나도 고민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어. ”

 아버지와 새어머니 그리고 밑으로 세 동생. 그런 복잡한 가족관계 자체도 문제지만 그 4남매의 새엄마와의 관계가 각기 천양지차며 나이도 제각각이니 그런 문제때문에라도 집안에서 장남인 동수는 사실상 3년반을 집을 비위야하는 군입대를 언제 결정하는게 좋을지 속이 참 복잡했던 것이다. 동수가 그 솔직한 심경을 동호에게 토로하고 있다.

 “ 그래도 은희라도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나면 그때쯤 가는게 상대적으로 좋지 않을

  까. 그 생각을 막연히 1-2년전부터 하긴 했었는데 뭐 어쨌든 자연스레 그렇게 되

  었네. ”

 동수가 가장 크게 걱정한 것은 역시 자신이 집을 비우게되면 그때 다른 동생들의 새어머니와의 관계 문제때문이었다. 만약 은희,순희,동호 셋이 모두 집에 남게되는 상황이면 새어머니 소원은 장남 동수가 없는 가운데에서 여전히 새어머니를 껄끄러워하는 두 딸을 모두 대해야만 한다. 그것도 나날이 커져가는 두명의 딸과. 게다가 그 가운데 끼게되는 남동생 동호의 처지까지 걱정하면 이래저래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은희는 일단 애초부터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 처음부터 은희는 대학 진학은 아예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는게 옳다. 은희에겐 새엄마와 함께 살며 스트레스만 나날이 쌓여가는 이 집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지방의 공장에 취직 내려가버렸으니 그런 상황이라면 자신이 군대가는 문제를 그렇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가족구성원이었다. 허나 또 이렇게되면 되려 상대적으로 걱정이 되는게 막내 순희이기도 했다. 장남 동수와 차남 동호는 모두 지금까지 새엄마와 좋은관계를 유지하며 지내왔지만 여전히 새엄마를 싫어하는 막내딸 순희. 그래도 나이를 한두살이라도 더 먹고 철이 좀 들면 괜찮아질줄 알았는데, 순희는 언니까지 떠나고 혼자남게된 집에서 이젠 오빠들도 보기 싫은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거의 나오지 않는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아이들이 당연히 좋아할만한 TV 시청 같은것도 즐기지 않은채, - TV를 보러 거실로 나오면 자연스레 새엄마와도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 혼자 제 방에서 인형놀이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 - 심지어 오빠 동수와 동호조차도 순희가 방에 혼자서 무엇을 하는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동수 입장에선 오히려 이제 막내 순희가 저러다 뭔가 어긋나거나 잘못되지는 않을지 그걸 걱정해야할 판이다.

 “ 생각해보니 새어머니보다 순희를 더 걱정해야하는 상황이구나. 나 없는동안 니가

  순희좀 잘 챙겨라. ”

 어차피 동호야 지금까지 4남매중에서도 새엄마 소원을 가장 좋아하고 잘 따르는 그런 아이다. 어릴 때 엄마를 잃어 엄마정이 그리워서라도 더더욱 새엄마 소원을 잘 따르고 더더욱 가슴팍으로 파고들던 아이 동호. 게다가 소원 입장에서도 동수는 그저 친절한 이웃동생같은 느낌 정도지 나이차이도 얼마나지 않는데다가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이미 다 큰 고등학생이었기에 아들로까지 느껴지진 않은 반면 초등학교 4학년때 자신의 품에 품은 셋째 동호는 그야말로 ‘진정한 자식’으로 느껴지던 그런 아이. 따라서 4남매중 새엄마와의 사이가 가장 돈독해질 수밖에 없는게 셋째 동호였으니 자신이 군대가고 난 뒤에 동호와 순희 둘만 남게 되는 집안이라면 새어머니 문제는 오히려 걱정할일이 없다. 오히려 막내 순희가 어긋나지나 않을까 그걸 걱정해야할판이지. 사실 순희는 그런 집안 분위기 때문이라도 ‘은희언니 한테 갈거야 !!!’ 하고 여러번 칭얼댔지만 아직 학교에 다녀야하는 순희를 공장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은희한테 보낼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동수와 동호 입장에선 순희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채 그저 새엄마 소원에게 마음을 열고 잘 지내게 되기만을 바랐을뿐. 그러나 그 문제는 적어도 오빠들의 뜻대로 제대로 일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것만은 분명한 이준열의 집안 분위기였다. - 그리고 어떻게보면 아이러니하게 은희가 지방으로 가버린 것이 새엄마 소원을 도와준 셈이라고나 할까. 바로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은희,순희 두 딸을 새엄마 혼자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서 군입대 문제를 쉽게 결정내리지 못한게 동수였는데, 은희가 지방으로 가버리면서 일단 그 문제는 동수가 한시름 덜게된 셈이니 말이다. 은희가 가족구성원에서 빠지게 된 것이 결과적으로 새엄마 소원이나 장남 동수에게도 짐 하나를 덜게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게 만든것이나 다름없다.

 “ 어머니...저 동수입니다. ”

 어느덧 군에 입대해야하는 전날밤이 되었다. 아버지는 밤늦게 급한 택시손님이 생겨서 그때분에 늦으신다고도 연락이 왔는데 그런날밤. 동수가 열세살 차이가 나는 새엄마 소원의 방문을 두드린 것이다. 소원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나이때문이 아니라 그동안의 시름과 근심때문에라도 소원의 모습은 많이 초췌해져있고 주름도 많이 나 있다.

 “ 어쩐...일로... ”

 어느덧 5년을 함께 지낸 장남 동수이긴 하지만 나이차이도 나이차이거니와 이젠 다 큰 성인인 그라서 소원 입장에선 여전히 쉬이 말을 놓지 못하는 동수이기도 했다. 헌데 그런 소원에게 동수는 다소 뜻밖의 부탁을 했다.

 “ 실은...부탁 하나만 들어주셨으면 해서요. ”

 “ 부탁이라뇨 ? 어떤... ”

 내일 군에 입대하는 동수가 아닌가. 헌데 그런 그에게 대체 무슨 부탁이 있다는것인지. 헌데 그런 동수의 입에선 다소 뜻밖의 말이 나왔다.

 “ 저...실은 어머니와 하룻밤만 같이 지내보고 싶어요. ”

 “ 네 ? ”

 순간 황당해지는 소원. 어느덧 23세의 다 큰 성인이고 게다가 군에 입대까지 하게된 그런 동수가 열세살 차이 나는 새어머니한테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그러나 동수는 나름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을 이어간다.

 “ 내일이면 이제 3년반의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거잖아요. 그러니...솔직

  히 군대가기전에 그냥 좀...뭐랄까...어머니와 같이 보내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

 군대가기전 어머니와 하룻밤 같이 자보고 싶은 아들의 소원이라. 시집가기 전날밤 딸과 하룻밤을 보내는 친정어미의 이야기는 세상에 많이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 낯선 경우인데다가 아직 젊다면 젊은편이라고 할 수 있는 소원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라서 망설여진다. 일단 동수의 거듭되는 간곡한 애원이 있어 소원은 일단 자기방에서 자는 것을 허락하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수에게서 살짝 거리를 두어 떨어져 눕긴 한다. 헌데 이미 자리에 누운 상태에서 동수는 소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어머니... ”

 나름 간곡하고 뭔가 애정이 담긴듯한 말투로 동수가 소원을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동수의 ‘어머니’ 호칭인 소원 입장에서도 여전히 어색한 느낌이 없지는 않다. 솔직히 동수의 지금 이런 태도도 여전히 이해가 안갈 지경이긴 한데, 헌데 그런 소원을 바라보며 동수의 말은 이어지고 있다.

 “ 말씀을 안 드려서 그렇지 제 마음도 어쩌면 동호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지 몰라요

  . ”

 “ ??? ”

 “ 전 동호가 처음부터 그렇게 새어머니와 자고싶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새엄마에

  게 들러붙고 안기려 할때만 해도 그냥 어릴 때 엄마를 잃어 엄마정이 그리워 그러

  는 것 정도로 이해했어요. 그런데... ”

 그리고는 살짝 한숨을 내쉬는 동수. 야릇한 표정으로 소원을 바라본다.

 “ 처음에 전 집안 장남으로써 힘들게 사시는 아버님께 정말 효도하는 마음으로 아버

  지의 곁을 지켜드려야하는분. 그런분이 필요하다며 아버지를 이해해드려야 한다고

  동생들을 설득했어요. 전 그때까지만 해도 진짜 그게 순전히 아버지를 걱정하는 아

  들의 마음으로 생각했어요. 진심으로 아버지가 좋은분을 만나서 남은 여생을 편하

  게 사셨으면 하는 그런 마음. ”

 “ ...... ”

 “ 헌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저도 제 가슴 한켠에 동호와

  비슷한 그런 마음과 감정이 없었던게 아니었더라구요. ”

 “ 뭐...엄마정이 그리운...그런걸 말씀하신건가요 ? ”

 소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동수. 여전히 미소띤 얼굴로 동수는 소원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동수에게 살짝 다가와보기도 한다. 여하튼 5년의 시간을 한집에서 보낸 그런 사이 아닌가. 그 정도의 친밀감이 분명 소원에게 없지는 않다. 소원에게 지금까지 동수에 대한 느낌은 자신에게 친절하게 잘해주는 이웃동생.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 솔직히 전 다른 동생들과 달리 전 그래도 다 컸는데...지금까진 그렇게 생각했는

  데 아니었어요. 저도 여전히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았거든요. 여전히 다른 아이들처

  럼 엄마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안겨도 보고싶은 그런 마음...그 마음이 없지는 않았

  던 것 같아요. ”

 헌데 그런 마음을 5년동안 숨기고 살았다면 그것도 보통아닌 인내였던것만은 분명하다. 한참 혈기왕성한 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그런 동수이기도 하지 않는가. 그 동수가 지금 이렇게 군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30대 중반의 새엄마 소원에게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 엄마... ”

 ‘어머니’도 아니고 그냥 ‘엄마’라고 부르고 있는 동수. 그리고는 이렇게 요구한다.

 “ 한번만 이렇게 불러주시면 안되겠어요 ? ‘우리 착한아들 동수 이리온...’ 하구... ”

 “ ?! ”

 “ 솔직히 내심 부러웠어요. 동호가 말이죠. 동호한테는 늘 말씀도 놓으시면서...우리

  동호...우리애기...우리아들...그러면서 저한테는 항상 존대말로 ‘동수씨’ 하면서 어렵

  게 대하시는거...제가 아무리 잘해드리고 친절하게 대해드려도 전 어쩔수없이 젊은

  새어머니 입장에서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아들이구나 하는 그런점을요.

 ”

 ‘젊은 새어머니’ 하니까 뉘앙스가 묘하긴 하지만 단지 동수와 소원의 나이차이가 열마나지 않는다는점(열세살 차이)에서 그럴뿐 소원은 이미 30대 중반의 나이고 – 무엇보다 70-80년대 정도만 해도 여자나이 30대 중반은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다 – 무엇보다 소원은 이때 평범하고 후줄그레한 그저그런 ‘보통 아줌마’에 지나지 않았다. 허나 어쨌든 그런 소원에게 동수는 지금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다. 마치 동호에게 늘 그러는것처럼 ‘우리 착한아들 동수 이리온...’ 그렇게 한번만 불러달라구.

 “ 어서요 엄마... ”

 이젠 아예 보채기까지 하는 동수. 어째 자신이 이 단계를 넘어가지 않으면 동수는 이 문제로 밤새 자신을 괴롭힐것만 같은 그런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결국 소원은 눈을 질끈감고 마치 게임에서 져서 벌칙이라도 받는 젊은 연예인처럼 어색하고 어려운 말투로 간신히 말을 이어간다.

 “ 우리...착한아들 동수 이리온... ”

 “ 엄마... ”

 가까스로 나온 소원의 그 말에 동수가 감격했는지 바로 다가와서 소원에게 안기고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자신에게 얼굴을 부비며 그저 좋아 어린애처럼 어쩔줄 모르는 동수의 모습에 그냥 이대로 동수를 자신의 품에 맡기고 있다. 살짝 한번 동수의 어깨와 등을 토닥여주기까지 하면서.



- 9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