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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소원 (6)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응답하라 ! 1975





 한해가 가고 새해가 되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다 나이를 한 살씩 먹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봄이되면 새학년으로 진급을 하게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기분이라서일까. 어른이건 아이이건 뭔가 막연한 희망과 기대 설레임과 함께 시작되기 마련인 그런 새해. ‘복많이 받으라’는 인사말과 함께 시작되는 그 새해에 은희의 경우엔 중학교 3학년이 되고 순희는 드디어 국민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렇게 한 살씩 더먹고 한학년씩 더 올라가게 되니 없던 철이라도 갑자기 생긴것일까. 어느날 갑자기 은희가 새엄마 소원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오늘따라 친구만난답시고 일찍 어디 나가지 않고 동생 순희와 함께 근처 공원에라도 놀러가자는 말을 은희가 제법 진지하게 그리고 밝은 얼굴로 했다. 소원 입장에서는 이런 은희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더우기 자신이 지난 두달동안은 물론 근래라고 해봐야 은희나 순희에게 딱히 잘해준것도 없는데) 이제라도 조금은 마음을 여는것인가 해서 다행스럽다는 생각에 흔쾌히 그녀의 제안에 응했다. 그래서 이제 여덟살 조금있으면 국민 학교 1학년이 되는 막내 순희까지 셋이 함께 산책삼아 나들이를 갔다. 그렇게 멀리까지 간 것은 아니고, 은희,순희네가 사는데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터다. 그래도 제법 멀찌감치 아이들끼리 뛰어놀만한 놀이기구도 갖춰져있고 산보라도 나온 노인네가 쉴만한 그런 공간도 마련되어있는 그런공간. 저멀리엔 혹 이 지역과 관련된 옛적 위인이나 인물이라도 되는것인지 작은 동상 하나가 무슨 기념물 같은것과 함께 세워져있긴 한데, 은희의 기억에도 저 동상이 세워진지는 꽤 된것같긴 한데 다만 그 이후 정비나 관리같은 것은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주변이 몹시나 낡고 지저분해보이는 그런 분위기의 동상과 기념물이었다. 어찌보면 그냥 방치되어있는 상태나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여하튼 그런 동상과 기념물에 쓰인 글귀라도 대충 읽어보고 그러면 시간을 대충 보낼수도 있는 그럴만한 공간이기도 한곳. 은희는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며 어느새 카메라까지 준비해와서는 동생과 그리고 새엄마하고도 함께 제법 다정스레 사진을 찍기까지 한다. 사실 이렇게 오붓하게 다정한 분위기까지 연출해가며 찍는 사진. 지난 두달간 은희나 순희의 소원에 대한 태도로 미루어보았을때는 웬만하면 잘 나오지 않는 태도인데, 그 점이 좀 수상스러워 보일수도 있는데 일단 소원은 두 딸의 그런 태도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지 전혀 이상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은채 한참 그렇게 모처럼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난 두달간 자신의 스트레스의 원인 제공자가 사실상 이 두아이였던 셈인데 적어도 그런 아이들이 자신에게 드디어 조금이라도 마음을 연것같다는 생각에 소원도 그저 마음이 놓인다는 생각뿐 그 외 전혀 다른 의심은 들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얼마를 그곳에서 보냈을까. 갑자기 은희가 뭔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의아해하는 소원을 보며 은희는 이런말을 한다.

 “ 아, 참 내 정신좀 봐라. 새엄마...제가 집에 좀 놓고 온 물건이 있어서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곧 가져올께요. ”

 대체 갑자기 뭘 두고왔다는것인지. 어차피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까지 그저 가벼운 산책삼아 나온것뿐인데, 다만 날씨가 쌀쌀해서 세 사람 모두 옷은 그런대로 단단히 껴입고 나왔고, 아니면 이제 곧 점심때도 되어가는데 혹 도시락이라도 쌌다가 집에 두고왔다는것인지 아니면 뭐라도 사먹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데 지갑이라도 집에 두고온것인지. 일단 소원은 돈이라면 자신에게 있다는 말은 하지만 은희는 그건 아니라는 듯 일단 둘러대고, 조금만 기다리라며 살짝 종종걸음으로 저만치 달려간다. 집에 갔다오겠다고 했으니 그와같은 말을 철썩같이 믿고 소원은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는데, 헌데 소원이 대충 다시 주변 경치라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러다 그만 소홀히 했던 탓일까. 둘째 순희마저 보이지 않았다. 언니 은희는 집에 뭐 잊고온 물건이 있대서 갔다니 그렇다치고 순희 이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간건가. 중학생인 은희는 몰라도 아직 여덟살인 둘째 순희는 길이라도 잃으면 큰일 아닌가. 일단 소원이 순희를 찾으러 주위를 돌아보는데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의아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해서 자신이 직접 주위를 돌아보며 찾아다니려 했는데 혹시 화장실이라도 잠깐 다녀오는건데 그러다 왔을 때 자신이 안보이면 더 큰일일 것 같아서 – 게다가 은희도 집에 잊고 온 물건을 가져오겠다고 했으니 – 아까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가 기다려보기로 했다. 헌데 이 근처에 공중화장실 시설이 있던가. 사실 소원도 이 동네에 산지는 그러고보면 어느덧 10년 세월이지만 이쪽은 어떻게 하다보니 와본적이 거의 없어서 – 소원이 일하던 식당과는 정 반대방향으로 가서 있는 공원이다. -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데 그래서 더더욱 의아해하고 초조해하고 있긴 한데, 다만 사태의 심각성(?)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일단 좀전에 있던 자리로 가서 딸들을 다시 기다려보기로 한다.

 헌데 소원이 그러고 있을 때 모처에 나타나는 꼬마아이가 있다. 다름아닌 순희다. 그리고 저만치서 아이에게 손짓하는 여자. 바로 은희다. 두 사람이 있는곳은 공원쪽도 집쪽도 아닌 대충 중간 어디쯤. 아마 은희가 그쪽에 미리가서 동생을 기다리고 있는듯했다. 그리고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본다.

 “ 순희야, 잘 빠져나왔어. 그리고 쉬잇~! ”

 “ 쉬잇~! ”

 아직 어린 순희 입장에선 이 상황이 언니 은희와 재미있는 장난이라도 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라도 드는것일까. 뭐가 그리 신난지 싱글벙글하는 표정인데, 자칫 이런 표정이 나중에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일단 은희는 동생에게 주의를 시킨다. 그리고 말을 건넨다.

 “ 순희 넌 그럼 이제부터 언니가 시키는대로 하기만 하면 돼. 무슨말인지 알겠지

  ? ”

 “ 응, 언니. ”

 여전히 순희는 그저 이걸 재미있는 장난 (범죄일수 있다는건 생각하지 못한채) 이라도 치는듯한 말투로 답하고 그런 순희를 보며 은희의 말은 이어진다.

 “ 그래, 그럼 넌 이제 저쪽에 보이는 OO슈퍼 알지 ? 그쪽에 가서 OO 언니를 기

  다리기만 하면 돼. 그럼 좀있다. OO 슈퍼에 OO 언니가 와서 너 데려다줄거야.

 ”

 “ 응, 언니. ”

 마치 어린아이에게 무슨 중간에 만나기로 하는 약속장소라도 일러주는 어른마냥 그와같이 말하고 무엇보다 은희가 언급한 ‘OO슈퍼’란곳은 순희에게도 혼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집에서 나와 찾아가볼수 있는 낯익은 곳이다. 바로 순희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집으로 가는 중간쯤 길목에 있는 슈퍼이기도 하고, 은희나 다른 오빠들이 가끔 순희에게 쭈쭈바나 알사탕이라도 사주기 위해 데려가주기도 하던곳이다. 그런 슈펴라면 순희 혼자도 얼마든지 찾아갈수 있는터. 충분히 언니의 지령(!)을 실수없이 수행해낼수 있다는 듯 자신만만한듯한 말투로 답하고, 그렇게 순희가 씩씩하게 자신이 말하는 슈퍼쪽으로 씩씩하고 늠름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은희는 회심의 미소를 지은뒤 저만치 사라져간다.





 잠시후 순희가 은희가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 OO슈퍼에서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다가오는 소녀가 있었다. 다름아닌 은희의 학교친구 영주다. 아마 순희도 영주언니의 얼굴은 본적이 있는지 기억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영주가 그런 순희를 보면서 말을 건넨다.

 “ 순희니 ? ”

 “ 네, 은희언니 동생 이순희에요. ”

 그렇게 영주언니의 물음에 또렷하게 대답하는 순희. 영주는 아마 미리 은희와 짠것들이 있는 듯 준비한 질문을 꺼내놓는다.

 “ 밥 먹었니 ? 배고파 ? ”

 “ 안먹었어요. 배고파요. ”

 하긴 점심때가 다가오고 있을 시간이니 아이가 배고플때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아까 은희도 그런식으로 ‘집에 두고온게 있다’며 핑계를 대고 소원이 있는 자리를 빠져나갔던 것 아닌가. 영주는 순희의 그와같은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어간다.

 “ 그럼 따라와. 언니가 맛있는거 사줄꼐. ”

 사실 (유괴위험 때문에) 수상한 사람이 맛있는거 사준다고 하거나 따라오라고 하면 절대 따라가선 안된다는 교육을 반공교육 다음으로 철저하게 시키던 시대인데, 하물며 그런 유치원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익히 들었을법한 순희가 아무런 의심도 거리낌도 없이 바로 영주언니를 따라가는 상황이긴 하다. 물론 순희 입장에서야 사전에 이미 은희언니와 짜고하는 짓이니 영주를 의심하거나 경계할 이유도 없긴 하지만 여하튼 그렇게 영주는 순희를 데리고 저만치 사라져가고 순희는 뭐 딱히 신나는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싫거나 거부반응을 보일 이유도 없는 듯 대체로 평범한 표정과 분위기로 영주를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순희가 안보인지 시간이 꽤 지난지라 소원은 이제 불안하고 초조해지기까지 하는데, 잠깐 집에 잊고온 것을 가져온다고 간 은희도 시간이 꽤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소원은 이제 마냥 그 자리에 앉아서만 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릴수도 없어 자기가 직접 공원주위를 돌아보기도 하고 공원에 온 사람들이나 지나가는 행인들에게도 ‘혹시 7-8세 정도 되는 키작은 여자아이를 못보셨느냐 ?’고 묻기도 하지만 일단 행인중에도 그만한 아이를 봤다는 목격담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게 소원이 ‘아이를 잃어버린 것 아닌가 ?’ 하는 생각에 어느덧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있는데 은희가 태평한 얼굴로 아까 있던 장소에 나타난 것은 그때쯤의 일이었다. 집에 두고온 물건을 가져오러 간다고 했을떄부턴 시간이 꽤 지난뒤의 일이다.

 “ 으...은희야... ”

 이미 사색이 되어있는 소원. 허나 은희는 사태를 전혀 눈치채고있지 못한 아이처럼 태연한 얼굴로 묻는다.

 “ 새엄마...어디 갔다오셨어요 ? 그런데 순희는요 ? ”

 자연스럽게 순희가 안 보이는 이유를 묻는데 그러자 결국 소원이 큰일났다며 가슴을 치며 사태를 알린다. 그러자 은희도 제법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 그게 무슨소리에요 ? 순희가 대체 어딜 갔다는건데요 ? ”

 “ 몰라, 아까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안보이던데...그래서 주위를 돌아봤는데 안 보

  이더라구. 그래서 난 혹시 근처 화장실이라도 갔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돌아오고 주위를 아무리 뒤져봐도 안보이는거야. 얘, 은희야. 대체 이

  를 어쩌면 좋으니 ? ”

 “ 그게 무슨말이에요 ? 그럼 순희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리잖아요 ? ”

 두 사람은 일단 공원 근처를 샅샅이 찾아보고 하지만 이미 은희가 사정거리 밖으로 뺴돌린 순희가 이 근방에서 아무리 찾는다고 나올 리가 없다. 은희는 다시금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소원에게 다시금 아이가 사라졌을 때 상황을 물어보고 소원은 울상이 되어서 답한다.

 “ 글쎄, 난 모른대두. 그냥 잠깐 다른데좀 보고 있다가 옆을 돌아보니...그냥 순희가

  계속 거기 있는줄 알았는데 안보였어. 그래서 난 화장실이라도 간줄 알았고... ”

 “ 뭐에요 그럼 ? 아이가 지멋대로 어디 가는데 그냥 방치해두고 있었다는 말이에요

  ? 게다가 한눈까지 팔고 있었고 ? ”

 한참동안 다시 둘이서 근방을 뒤져보았으나 아이를 찾을수는 없었고, 오후늦게 다른 식구들도 상황을 알고 모두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동수는 그날도 학교 보충수업이 있어서 오후에야 집에 들어왔고 동호도 동호대로 다른 볼일이 있어 잠시 외출했다가 오후쯤에 들어왔는데 그런 두 사람도 뒤늦게 사실을 알고는 크게 놀라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기사이신 아버지한테 연락할 방도도 없다. - 이준열은 개인택시를 운영하기 때문에 가령 하다못해 본사 사무실로 전화를 한다거나 그럴수도 없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이준열은 밤늦게 택시기사 영업을 다 마칠때까지 막내딸의 실종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새엄마...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 솔직히 말해봐요. ”

 여하튼 오후 늦게라도 동수와 동호까지 동원되어 동네와 근방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헛수고였고, 그렇다고 아버지가 돌아오실때까지 마냥 기다릴수도 없는 일이라 어찌해야할지 몰라 다들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하기만 한 가운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소원을 의심하는듯한 말을 꺼내는 것은 은희다. 애초부터 미리 치밀하게 짜놓은 작전이었던 것이다.

 “ 아까 아침에 전 그래도 새엄마랑 화해라도 하고 앞으로 잘 지내고 싶은 생각에

  순희까지 데리고 공원에 놀러갔던거잖아요. 그런데 전 그러다 집에 잠깐 볼일이 있

  어서 자리를 비웠고...근데 그 뒤에 순희가 없어졌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

 ”

 “ 글쎄, 난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아이가 안 보이더라구. 그래서 나도 걱정이 되어

  찾아봤고...또 혹시 내가 자리를 비웠는데 그때 아이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

  는 생각에 너무 멀리 떠나지도 못하고 그 주변만 빙빙 맴돌고 있었던건데... ”

 “ 뭐에요 그럼 ? 아이가 제멋대로 어디 가는데 보지도 못하고 그냥 방치해두고 있

  었고, 그리고 그런 뒤에도 아이를 적극적으로 찾아볼 생각도 않고 그냥 멍하니 그

  자리에 있기만 했단말이에요 ? ”

 “ 아니, 찾아볼 생각을 안한게 아니라...난 순희가 혹시 그 자리로 다시 돌아왔는데

  내가 없으면 또 길이 엇갈릴 것 아닌가. 그래서 못 떠났던거지. ”

 “ 무슨 말이 그래요 ? 보자보자하니 정말 너무한 것 아니에요 ? 아니 도대체 그 어

  린 아이가 이 추운겨울날 그것도 감쪽같이 사라졌는데...그럴 생각이 나요 ? 찾을

  생각도 없이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다는게 말이 되냐구요 ? 이 아줌마가 보자

  보자하니 진짜... ”

 “ 은희야... ”

 은희의 말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동수가 일단 동생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순희의 실종상황을 파악해보려했다. 그래봤자 소원 입장에선 ‘아까 공원에서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사라졌다’는 말만 반복될 뿐이고 은희 입장에선 집에 뭐 두고온게 있어 찾으러 갔는데 돌아와보니 새엄마 소원이 순희가 없어졌다고 하더라 그렇게 이야기할뿐이었다. 동수는 은희에게 ‘집엔 뭘 두고왔길래 찾으러 갔던것이냐 ?’고 해서 마침 점심때고 하니 뭐 먹을거라도 사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중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지갑을 집에 두고온 것 같아 찾으러 갔다왔다고 해명을 했다. 헌데 동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은희의 평소 성격은 원래 꼼꼼한 편이 좀 있는편이라 그것도 새엄마와의 화해의 자리라는 그런 중요한 자리를 준비하면서 지갑도 챙기지 않고 그렇게 허술하게 집을 나갔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가는 일이긴 했다. 허나 여하튼 지금으로선 막내 순희가 없어진 정황속에서 별다른 이상한점을 발견할 수는 없는지라 그 부분은 넘어가고 다만 이렇게 되었으니 실종신고부터 하자는게 동수의 제안이었다.

 “ 그...그건 안돼 오빠 !!! ”

 그러자 허점을 찔렸는지 그만 은희가 바로 사색이 되어서 만류한다. 사실 무엇보다 가족이 그것도 어린 막내동생이 실종된 상황이고 – 게다가 이 시대는 어린아이 유괴가 가장 끔찍하고 흉측한 사회적 범죄로 많은이들의 치를 떨게 만들고 그래서 특히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그 부분에 대한 주의사항을 늘 주입시키던 그런 시절이다. - 그렇다면 아직 어린 학생들끼리 동생을 찾을만한 방도가 쉽지도 않을테니 그럴때일수록 빨리 실종신고라도 해서 경찰의 도움을 받던가 하는게 가장 상식적인 상황 아닌가. - 더욱이 유괴 가능성을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그렇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라면 행여 그런 상황에서 어린 막내동생이 무슨 끔찍한 일이라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신고부터 하는게 가장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일이다. 헌데 그걸 펄쩍뛰면서 막다니. 오빠뿐만 아니라 누가봐도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긴 한데, 순간 당황한 은희는 일단 적당히 그 사유를 둘러댄다.

 “ 아...아니 난...아직 아빠도 모르시는데...집안에 어른도 안 계시는데 우리끼리 너무

  서두는 것 아닌가 해서...그래도 아빠도 오시고 하면 그때 다시 회의열어 결정하는

  게... ”

 “ 아버지가 몇시에 들어오실줄 알고 지금 마냥 아버지 오실때를 기다려 ? 게다가 어

  차피 밤늦게라도 아버지가 순희 실종사실을 알게 되실일이라면 차라리 미리 신고부

  터 해서 아버지도 그렇게 알게 하시는게 당연한 도리지. 그리고 한시간이라도 빨리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 아버지 오시기전에 순희를 찾을수 있다면 그건 더 다행인

  거고... ”

 “ 아니 난 그게 아니라...오...오빠 그럼...내일 해. 내일 신고 하자고. 하루 늦게 신고

  한다고 뭐 달라질게 있는것도 아니잖아. 경찰에 실종신고 하는것도 다 그만큼 절차

  도 밟아야하고 시간도 걸릴테니 그럼 뭐 오늘하나 내일하나 마찬가지일텐데... ”

 “ 은희야... ”


 

 한편 그 시간 순희는 은희 친구 영주의 집에 있었다. 영주네 집은 은희네 동네에선 다소 떨어진 거리에 있는 5층자리 아파트에 있었는데, 약 20평이 조금 넘는 아파트에 영주는 부모님과 남동생 그렇게 모두 네식구가 살고 있었다. 영주는 순희를 그 언니이면서 자신의 친구 은희와 함께 새엄마에게 구박받으며 사는 그런 처지라고 가족들에게 소개했고 언니인 은희가 잠시 돈을벌러 떠나기 때문에 일주일정도만 맡아줬으면 하는 부탁을 친구 은희에게 받았다고 사정설명을 했다. 네식구가 20평 정도 아파트에 사는 영주네 집 입장에서 그래도 여덟살 아이를 일주일정도 맡는 것은 그리 큰 부담은 가지 않는 일이라서인지 영주네 가족은 일단 딸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영주 어머니는 평상시 인품이 후덕하고 마음씨가 좋은 분이라서인지 여덟살짜리 꼬맹이가 새엄마에게 구박받으며 사는 처지라고 하니 더더욱 안쓰럽고 딱한 마음으로 여덟살 순희를 한번 안아주시기까지 했다.

 “ 어서오렴. 이름이 순희라고 했지 ? 그래, 너무 걱정말고 한 며칠간 아줌마네 집에

  서 푹 쉬렴. 아유, 그런대 애가 어쩜 이렇게 피골이 상접하니 ? 새엄마한테 늘 구

  박받으며 산다더니...밥은 제대로 챙겨먹고 사는건지... ”

 영주 어머니 입장에선 새엄마에게 구박받으며 사는 어린 꼬맹이라니까 마치 그 집안 상황이 안봐도 훤히 알겠다는 듯 눈물까지 훔치며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을 담뿍담아 말하고 있었다. 영주는 괜시리 가슴이 찔려 살짝 마음이 조마조마하기까지 한데 일단 공연히 이야기가 길어지면 자칫 이상한 낌새라도 들키게 될까봐 그쯤에서 대화는 마무리 시키려한다.

 “ 엄마, 순희는 어쨌든 당분간 제 방에서 돌보며 지낼께요. 그래봤자 한 일주일 정

  도라니까...너무 걱정안하셔도 돼요. ”

 “ 걱정은 무슨...어쨌든 그런 불쌍한 아이 일주일정도 돌보는것도 다 적선이지 뭐...

  헌데 네 친구란 아이는 대체 어디로 돈을벌러 떠났다는게야 ? ”

 “ 아...그...그게 경기도에 있는 어느 공장에서 한 일주일정도만 일하면 돈을 준다고

  해서 급히 생활비가 필요해서 내린 결정으로 알고 있어요. ”

 “ 저런. 그랬구나...아니 근데 도대체...어쨌든 새엄마든 뭐든 그 집에 새로 안주인이

  들어온건데...대체 그 집 여자는 살림을 어떻게 하길래 아무리 의붓딸이라도 그렇지

  한참 공부하고 먹어야할 아이들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다니 ? ”

 아무것도 모르는 영주 어머니 입장에선 순희와 은희의 새엄마가 그야말로 동화나 드라마 같은데서 이따금씩 보는 아주 ‘악독한 새엄마’처럼 느껴져서인지 그와같이 험담까지 입에담고, 그리고 어린 순희는 더더욱 안쓰러워보인다는 듯 말을 건넨다.

 “ 그래, 오늘은 아줌마가 급해서 별다른 차린거는 없지만 내일은 아줌마가 순희 위

  해서 특별히 맛있는것도 해줄게. 그저 아무걱정말고 맛있게 잘 먹으렴. 알겠지 ?

  아휴...참 근데 보니까 애기가 보면볼수록 너무 안쓰럽네...도대체 애들을 얼마나 굶

  기고 들들볶기에...정말이지 우리집에 있는 동안에라도 내가 제대로 영양보충좀 시

  켜줘야겠다. ”

 한편 순희는 순희대로 새엄마 소원을 쫒아내기 위한 이런 작전을 은희와 꾸미면서 – 사실상 모든 작전은 은희가 꾸미고 순희는 언니가 시키는대로만 하고있는 상황으로 봐야겠지만 – 사전에 은희언니가 제대로 언질을 주었는지 자신이 공연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떠들면 행여 들통이라도 날까봐서인지 별다른 말 없이 영주 어머니의 물음에도 ‘네,아니오’ 정도의 간단한 단답형의 짧은 대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영주 어머니는 아이의 그런모습까지도 혹시 새엄마한테 늘 구박받으며 살다보니 주눅이 들어 그런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더해가기까지 하고 심지어 형편만 더 좋았으면 차라리 양녀라도 더 들이는 셈 치고 자신이 데리고 살고싶다는 말까지 입에 담는다. 영주는 그런 자신의 엄마가 너무 유난을 떠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살짝 제지하기까지 하고. 영주 어머니의 지나친 마음씀과 신경씀이 되려 영주를 초조하게 만드는 모양새가 되고있는 셈이다.

 “ 자...어서오렴 우리애기. 이리와봐. 아줌마가 순희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봤어. ”

 순희네 집에 온 저녁과 다음날 아침은 집에있는 찬거리로 간단히 식사를 했는데 점심때는 영주 어머니가 ‘햄벅스테이크’를 시장에서 직접 사서 손수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 70년대 중반 정도면 이 정도 경양식은 TV 요리프로 같은데서도 조리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요리책에도 나와있는 경우가 있어 영주네 정도 사는 집이면 자주는 몰라도 가끔씩 해먹을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 아줌마, 맛있는거 많이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렇게 매 끼니 영주 어머니는 순희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것을 해주고 싶어 좀 더 신경을 써가며 별식까지 만들어가며 순희를 먹였고, 순희는 그런 영주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담았다. 다른건 몰라도 간단한 나물류와 김치정도 외엔 식단이 거의 변하는 일이 없는 자기네집 식탁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차려지는 밥상이 아니던가. 순희의 입장에선 진심으로 자신한데 맛있는 것 제대로 먹여주는 영주 어머니에대한 고마운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한번은 식사를 하다말고 눈물까지 쏟기도 했고. 그런 작은 해프닝이 있기까지 하는등, 순희의 먹는 모습은 볼때마다 영주 어머니의 안쓰러운 마음을 더하게 만들고 있었다.

 허나 영주는 영주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초조해지고 있었다. 일단 애초 은희와 짰던 계획대로라면 순희는 일주일정도 자신의 집에 숨겨놓고 있어야한다. 그런뒤 적당한 시기를 봐서 애를 집에 돌려보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할지 상의를 해야한다. 순희가 영주집에 들어온지 사흘쯤 지났을 때 그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은희와 비밀접선을 했다. 지금 은희네집은 여전히 실종(?)된 막내딸을 찾는 문제로 여전히 발칵 뒤집힌 상태고 가족들은 초죽음이 되어있기까지 하다. 그런 가운데 은희는 아이를 유기(遺棄 : 내다버림)한 혐의를 소원에게 돌리고 있는중이다. 처음엔 은희의 말을 반신반의하던 가족들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차츰 새엄마 소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 (* 처음 은희가 새엄마와 화해하고 싶다며 동생 순희와 함께 인근 공원으로 놀러갔고 은희가 집에 두고온 물건이 있다고 간 사이 아이가 사라진 것이다.) 소원이야 당연히 억울하고 말도 안된다며 펄쩍뛰고 있었지만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이 유기에 대한 의심을 차츰 새엄마 소원에게 보내고 있는중이었다.

 “ 어떻게 할거야 ? 애 언제까지 우리가 데리고 있어야해 ? ”

 두 사람만의 비밀장소에서 접선한 은희와 영주. 여하튼 시간이 다소 지나니까 언제까지 자신이 마냥 순희를 맡고 있어야하는지 슬슬 초조해져서 그와같이 물었고 은희는 거듭 영주에게 양해를 구했다.

 “ 일주일...일주일만이라고 했잖아. 그러니 이번주 토요일까지만 맡아줘. 알았지 송영

  주 ? ”

 그만큼 간곡하고 속이 바작바작 타서인지 은희는 평소 절친인 영주의 성까지 붙여가며 그렇게 부르고 있고, 헌데 그 뒤엔 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것인지 그 또한 영주 입장에선 걱정도 되고 궁금해져 묻지 않을수 없었다.

 “ 토요일날 오후 O시쯤에 저쪽 굴다리 있는데로 네가 순희 데려다놔. 그럼 내가 아

  이 데리러 갈게. ”

 은희가 말한 위치는 사실 은희네 집은 물론 영주네 아파트에서도 거리가 꽤 되는 곳이다. 여덟살 순희에겐 말할 것도 없고 어쩌면 중학생인 은희나 영주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스러운 거리 – 대략 버스로 4-5 정거장 정도 거리 - 가 될수있는곳이다. 게다가 자칫하면 진짜 아이를 잃어버리거나 무슨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음을 감안하면 은희와 영주는 지금 진짜 위험한짓을 벌이고 있는셈이 된다. - 만의하나 정말 순희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그 뒷감당은 어찌할참인가. 허나 은희는 일단 그런문제는 걱정하지 않는 듯 거듭 아이를 돌려받을 날짜와 시간 위치만을 확인했고, 일단 큰 문제없이 약속한 당일에 순희를 넘겨받아 집으로 데려올수는 있었다.

 “ 순희야, 어때 그동안 잘 지냈어 ? ”

 집으로 순희를 데려가기전에 실제 동생 안부는 묻고싶어 은희가 물었다. - 집에서 할 수는 없는 대화 아닌가. - 그러자 순희는 자신이 왜 언니친구집에 일주일을 가게된것인지 그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은 듯 무척 신난다는 듯 말했다.

 “ 응, 언니네 아줌마가 맛있는거 많이 해주셔서 맛있게 먹었어. 햄벅스텍도 맛있었

  구 감자튀김도 맛있었구...또...응...국수를 막 이쁜 케첩같은데 비벼먹는 그런것도

  있었는데...(* 스파게티를 아이는 지금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확실히 아이는 단순한것인지 일주일동안 – 그것도 영주 어머니 입장에선 새엄마에게 구박당하며 굶고사는 불쌍한 아이라는 생각에 안쓰럽고 안타까와 – 아줌마가 신경써서 매일같이 해주신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들에 신이나 그 외 다른 문제는 모두 잊어버렸는지 영주 어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음식들만 계속 입에 담고 있었다. 그러자 은희가 당황해서 순간 동생입을 막는다.

 “ 순희야...쉬잇... ”

 “ 쉬잇 ??? ”

 “ 너...지금 그런말 집에가서 하면 큰일나. 알았어 ? 언니가 왜 너 영주언니네 집에

  가 있으라고 한건지 벌써 잊었어 ? 그리고 너 지금까지 영주언니네서 있었던걸로

  해서도 안 돼. 알았어 ? 순희 넌 지금부터 나쁜사람들한테 유괴되었다가 경찰아저

  씨들한테 발견되어 가까스로 구출되어 언니가 연락받고 인계받아서 지금 이렇게 집

  에 데리고 가는거야. 알았어 ? 그러니 영주언니고 뭐고 또 영주언니네 아줌마가 해

  주신 맛있는 음식...그런건 절대 집에가서 입에 담으면 안 돼. 알았어 ? 다른 식구

  들이 알면 우리 둘 다 죽는거야. 무슨말인지 알겠지 ? ”

 “ 응...어어...알았어 언니. ”

 그제서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자신이 왜 은희언니 친구 영주언니네 가있어야 했는지를 떠올린 순희가 당황해 바로 입을 막고, 은희는 일단 동생의 모습이 가족들에게 초췌하게 보이게 해야겠기에 일단 아이를 데리고 추운 겨울날 근처 한바퀴를 더 돌아본뒤 아이에게 흙과 숯검정까지 대충 묻혀서 집으로 데리고 간다.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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