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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소원 (5)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응답하라 ! 1975





 한달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소원이 준열과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아이 넷 있는 집의 안주인이자 가정주부로써의 생활을 시작한지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 사이 아이들은 겨울방학을 했다. 그러나 고3이 되는 동수의 경우엔 겨울방학이 별 의미가 없을정도로 긴 보충수업 기간이 있었고, 중3으로 올라가는 은희의 경우엔 모처럼 맞은 겨울방학에 친구들이랑 놀러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따라서 남편이 일하러 나가고 난 뒤 집에는 소원과 셋째 동호 그리고 막내 순희 이렇게 셋이 남겨져 소원이 이 두 아이를 혼자 돌봐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 헌데 생각해보면 새엄마가 생기고 말고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지금까지 해왔듯 자신이 계속 집안살림을 하며 동생들을 돌보기라도 할 기세로 나왔던 은희가 그래도 새엄마가 집안살림을 하게되니 홀가분해지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그동안 오빠랑 동생들 돌보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한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누리려는지 거의 매일같이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며 밤늦게 돌아오곤 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하고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여하튼 그렇게 소원은 새엄마를 인정하지 않는 두 딸과 어른스러운 장남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엄마정이 그립다며 어떨땐 막내딸 순희보다도 더 어리광을 부리는 셋째 동호까지 그렇게 4남매와 부대끼며 결코 간단치 않은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러던 하루는 셋째 동호와 넷째 순희 사이에 탈이 좀 났다. 동호는 이때도 계속 새엄마 소원의 품에 안겨 잠이들곤 했었고 무엇보다 적어도 4남매중에선 그래도 소원을 가장 잘 따르는 아이가 되어 있기도 했다. 허나 그런 모습이 새엄마가 싫은 막내 순희의 눈에 꼴사납게 느껴져서일까. 생각해보면 새엄마가 생기기 전까지는 자신과 한방에서 지내던 작은오빠 동호이기도 했는데, 헌데 지금은 공교롭게도 새엄마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져 방까지 아들과 딸로 나뉘어져 – 그건 새엄마가 생기면서 식구가 한사람 늘어나 방 배치부터 다시 해야할 것 같은 이준열의 판단에 그리한것이긴 하지만 – 생활하고 있는판에 작은오빠 동호에 대한 어떤 배신감이라도 느끼는지, 아니면 새엄마와 잘 지내는 오빠 동호의 모습 자체가 싫은지 하루는 시비를 걸고 나온 것이다.

 “ 오빤 창피하지도 않냐 ? ”

 “ 무슨소리야 갑자기 ? ”

 “ 몇 살인데 애기처럼 엄마품에서 자냐 ? 아니, 그보다 그 아줌마가 어떻게 엄마야

  ? 그게 말이돼 ? ”

 일곱 살 유치원생이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놀라운 어휘력까지 구사하며 오빠를 힐난하는 동생 순희인데, 그런 모습을 보니 동호도 결국 화가나고 그렇게 남매간 싸움이 벌어지고야 만다.

 “ 너 도대체 왜 그래 ? 그리고 순희 너야말로 새엄마한테 언제까지 그렇게 버릇없

  이 굴거야 ? 지금부터라도 새엄마한테 조금이라도 잘해드리면 안 돼 ? ”

 “ 싫어, 새엄마가 그렇게 좋으면 그건 오빠들이나 그렇게 해. 어쨌든 나랑 언니는

  그 아줌마 죽어도 싫어 !!! ”

 소리까지 버럭 지르는데, 다른문제는 몰라도 새엄마가 생긴 문제에 대해선 이렇게 4남매가 아들과 딸 두명씩 편이 갈라져 어쩌면 이대로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지경인데, 어쨌든 비좁은 집안 아닌가. 그나마 첫째와 둘째가 집에 없으니 공간을 그나마 좀 넓게 쓸수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작기만 한 집. 아직 국민 학생이고 유치원생인 두 아이의 말싸움이지만 결국 새엄마 소원에게 들리지 않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소원이 아이들 있는쪽으로 오고야만다.

 “ 무슨일이에요 ? 아니 무슨일이야 ? ”

 순간 존댓말을 써야 하는것인지 반말을 써야하는것인지 헷갈리기까지 했던 소원. 소원의 경우엔 비록 자신을 새어머니로 인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장남 동수의 경우엔 그러나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않아 어려움이 느껴져 존댓말을 쓰고 있었고 첫날부터 싸움이 벌어졌던 둘쨰 은희와의 경우엔 그런식으로 느껴지는 거리감때문에라도 반말을 쉬이 붙이지 못했다. 허나 아직 어린아이인 셋째와 넷째는 그래도 만만하게 보이는지 대체로 반말투로 대하곤 했는데 하지만 그렇게 첫째,둘째에겐 존댓말 셋째,넷째에겐 반말 이런식으로 쓰다보니 가끔 자신도 혼동을 일으키곤 하는 것이다. 여하튼 처음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쓰다가 반말을 써야 적절한 상황임을 알고 바로 정정을 하는데, 일단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아이들의 말싸움 문제다. 사실 그 와중에 오빠 동호가 바락바락 대드는 순희가 괘씸해보이기까지 했는지 살짝 손찌검까지 했다. 허나 소원이 아이들한테 다가왔을때는 동호가 순희를 때린 상황은 이미 지나간뒤고 울음을 터트리는 막내 순희를 보며 의아해진 소원이 물었다.

 “ 아니, 도대체 무슨일들이야 ? 무슨일로 싸운거야 ? ”

 “ 순희가 자꾸 새엄마한테 버릇없이 굴잖아요. 그래서... ”

 “ 그래서 뭐 ? ”

 “ 그래서 제가 좀...살짝 때린건데... ”

 여하튼 새엄마 소원에게 거짓말을 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라도 드는것인지 적어도 ‘때린’ 사실만큼은 시인하는 동호인데 소원은 그런 동호를 보며 ‘그렇다고 동생을 때리면 어떡하느냐 ?’ 고 살짝 나무란뒤 우는 막내 순희를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사실 은희와 순희가 쓰는 방으로 은희 입장에선 새엄마 소원에게까지 ‘출입금지령’을 내린것이나 다름없는 그러한 ‘자매의 방’이기도 하다. 헌데 은희도 집에 없는 상황에서 그 방 한가운데로 불쑥 들어가버린 소원. 그리고 순희를 불러세운다.

 “ 어디서 그런 버르장머리를 배웠니 ? 누가 그렇게 오빠한테 버릇없이 대들랬어 ?

 ”

 사실 소원도 외동딸로 자란몸이라 오빠든 동생이든 그런 형제들과 부대끼며 살아본 경험은 없다. 다만 형제나 자매,남매가 있는 집이 어떻게 사는지는 대충 그래도 학교다니거나 할 때 귀동냥 정도로 들은 것은 있을터. 그런 귀동냥으로 들은 지식을 염두에 두고 ‘오빠한테 대든’ 버릇없는 막내를 훈육시키려 하는 것이다. 정말 잘못한 아이를 야단치는 엄마같은 모습으로.

 “ 이순희. 너 한번 생각해봐. 너희 친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이런 네 모습 보고 어떻

  게 하셨을거 같니 ? ”

 새엄마 자체가 싫은 순희가 소원이 이런말을 한다고 대꾸할 아이도 아니고, 아이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그 버릇없음에 더 화가난 소원이 이제 소리까지 지른다.

 “ 어서 대답하지 못해 ? 너네 친엄마였으면 이렇게 버릇없는 너 야단쳤을거 같애 ?

  안 같애 ? 안 때리셨을거 같냐구 ? ”

 ‘ 씨이~! ’

 “ 뭐...뭐라구 ? ”

 순희는 실상 소원을 흘겨보고 있었다. 마치 ‘당신이 뭔데 우리 엄마까지 들먹이느냐 ?’는 듯한 표정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순희 자신도 모르게 그만 내뱉은 소리가 소원의 귀엔 자신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소리로 들렸고 그날 소원은 순희를 모질게 때렸다. 소원 입장에선 오빠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막내를 단단히 바로잡아야겠다는듯한 나름대로의 집안규율을 잡으려하는 의도라고나 할까. 그러나 결과적으로 새엄마한테 모질게 얻어맞은 일곱 살 어린 의붓딸 순희. 언니 은희가 귀가할때까지 하루종일 서럽게 울었다.





 은희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아침일찍 나가서 저녁때나 되어서 들어왔다. 그때는 하루종일 울던 순희도 그럭저럭 진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울다가 지치기라도 했는지 방에서 말없이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간간히 방에서 언니가 보는 책을 한두권 꺼내보기도 헀지만 어차피 중학생 언니가 보는책이 일곱 살 유치원생이 이해가 가거나 흥미가 갈 수 있는 책도 아니라 대충 몇장 넘기다가 팽개치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은희가 집에 돌아와서 순희가 새엄마한테 맞은 사실을 동생한테 들어 바로 알수는 있었지만 그땐 은희도 하루종일 놀다 오느라 지쳤는지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들었고, 그래서 더 이상의 분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은희가 잠에서 깼을 때 그때쯤 아버지가 귀가하셨는데, 그래서 더더욱 그때 집안 분란을 일으키고 싶진 않아서 은희는 잠자코 있었다. 상식적으로 순희 역성을 들어주었어야하는 은희인데 그러고보면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허나 밤늦은 시간 다른 식구들은 이미 잠들어있을 때 은희가 살그머니 동생을 불렀다. 옆자리에 누워있는 순희가 잠든것인지 아닌지 불분명해서 살짝 불러본것인데, 밤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하루종일 울면서 잠들다 깨다 하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그냥 누워만 있을뿐 순희도 그리 깊이 잠들어있진 않은 듯 했다. 자연스레 언니의 부름에 반응을 한다.

 “ 안 졸려 순희야 ? ”

 “ 안졸려 언니. ”

 그렇게 대충 일어나 앉으며 대답한 순희. 은희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렇게 마주앉은 자매. 은희가 순희에게 말을 건넨다.

 “ 순희야 잠깐 종아리좀 걷어볼래 ? ”

 새엄마에게 맞았다고 하니 걱정도 되고 해서 살펴본 동생의 종아리. 많이 맞았다더니 그래도 자국이 그렇게 심하게 남아있거나 하진 않았다. 허나 여하튼 동생이 거짓말을 할리는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딱하다는 듯 순희를 한번 안아보는 언니 은희. 그러고나서 말을 건넨다.

 “ 순희야... ”

 “ 왜 언니 ? ”

 위로를 해주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엄마한테 가서 한바탕 따진것도 아니면서 공연히 자신만 부르는 언니에 살짝 짜증이 나기도 하는지 그런 말투로 순희가 묻는데 은희는 그런 동생을 보며 나름 어떤 결심이라도 한게 있는 듯 말을 건넨다.

 “ 순희야...너도 새엄마랑 사는거 싫지 ? ”

 “ 그걸 말이라고 해 ? ”

 바로 이 둘이 아버지의 재혼과 새엄마가 생기는 문제에 대해 확실한 반대파였고 그래서 적어도 그 문제에 대해선 동지가 되었던 자매간 아닌가. 그러니 지금 새삼 그걸 확인하는 것은 오히려 번거로운 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순희는 은희가 한때나마 아버지의 재혼 자체는 반대않으나 그 식당아줌마하곤 하지 마시라는 정도로 한발 물러났을 때 언니도 저렇게 아예 마음이 변해 아버지 재혼문제를 찬성하면 어쩌나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허나 결국 아버지가 그 식당아줌마 소원과의 재혼을 결심하시고, 그러자 더더욱 그때부터 새엄마 반대파로 확실하게 똘똘뭉쳐진 두 사람. 그래서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매애가 확실하게 다져질수 있는 두 사람이기도 한데, 바로 그런 상태에서 은희가 다시금 동생에게 말을 건넨다.

 “ 실은 그래서 언니가 곰곰이 생각해본게 있어. 새엄마랑 정 살기 싫으면 어떻게 해

  야 하는지... ”

 “ 왜 ? 도망가려구 ? ”

 일곱 살짜리의 기억력은 어느정도로 봐야하는것인지. 바로 그렇게 아버지 이준열과 새엄마 소원의 재혼이 확정적이 되어갈 때 언니 은희가 동생 순희를 은밀히 불러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이미 그런말을 한적이 있지 않은가. ‘우리 같이 도망이라도 가지 않을래 ?’ 하고. 그때 일곱 살 순희는 그 도망이란 말의 내면에 담긴 깊은 의미까지는 몰라도 표면적 의미는 아는것인지 뭔가 맞장구라도 치는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러나 그게 벌써 두달도 더 전의 일이다. - 아버지와 새엄마가 함께 산지가 벌써 한달반정도 지난 것 아닌가. - 근데 그때 그 일을 일곱 살짜리가 아직 기억하고 있는것인지. 무엇보다 언니 은희가 평상시 지켜본 동생 순희는 그렇게 똘망똘망한 아이는 아니었다. - 그건 다른 오빠들이 순희를 봤을때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 헌데 다른건 몰라도 적어도 그 일만큼은 이미 두달도 더 지난일을 어떻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것인지 바로 그 ‘도망’이란 말을 입에 담고있는 순희. 은희는 순간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선 그런걸 다 기억하는 동생 순희가 기특하고 귀엽게 여겨지기라도 하는지 살짝 한번 쓰다듬어주기도 하는데, 다만 이번의 생각은 그건 아니라는 듯 은희가 다시금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아냐, 도망은 왜 가. 언니 솔직히 진짜루 도망갈 생각 안해본건 아니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더라구. 그건 생각해보니 우리가 손해보는거야. 여기가

  우리집인데 도망을 왜 가 ? 6년전까지만 해도 엄마랑 함께살던 그리고 엄마가 돌아

  가신뒤로도 쭉 우리끼리 살아온 우리집인데 새엄마가 들어왔다고 우리가 도망간다

  구 ? 아니, 말도 안 돼. 그건 우리가 손해보는일이야. ”

 “ 손해 ? ”

 ‘손해’라는 단어는 또 아는것인지 모르는것인지 순희는 일단 의아한 눈빛으로 언니 은희를 바라보기까지 하는데, 은희는 지금 이 밤늦은 시간에 그것도 그런 단어 하나하나를 일곱 살 동생에게 설명할 상황은 아닌 듯 그건 일단 대충 넘기고 그리고는 자신의 생각한바를 이야기꺼낸다. 아마 즉흥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래도 한 얼마전부터는 고민해본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 그러지말고 우리 새엄마 쫒아내자. ”

 “ 새엄마를 쫒아내자구 ? ”

 “ 응 ! ”

 동생 순희가 그건 생각지 못한 일이기도 하고 다소 놀랍기도 한지 그런식으로 언니에게 되묻는데 은희는 순간적으로나마 어떤 희열감을 느끼거나 희망이라도 본듯한 눈빛과 표정이 되고 그리고는 동생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도망가면 아빠는 그냥 새엄마랑 행복하게 사실거고

  오빠들(동호의 경우엔 은희에겐 동생이지만 순희에게 오빠가 된다)도 다 그냥 새엄

  마 좋아하니까 그렇게 다들 자기네들끼리 잘 살거고...그럼 집나간 우리만 고생하는

  게 되더라구. 생각해보니까...그러니 그게 우리가 손해보는거란말이야. 알았어 이순

  희 ? ”

 “ 그게 ‘손해’라는 뜻이야 ? ”

 손해라는 말의 의미를 대충 알 것 같다는 듯 순희가 그와같이 되묻고 있고 은희가 그런 동생을 안쓰러움과 기특한 마음을 담아 한번 안아본뒤 그리고 다시금 천천히 입을 연다.

 “ 우리가 새엄마 쫒아내자. 그게 우리가 손해 안 보는길이야. ”

 “ 그럼...어떻게 하면 되는데 ? ”

 새엄마를 쫒아내는게 손해보는일인지 아닌지 그것까지 순희가 깊이 생각하고 사고할만한 능력과 나이는 아닌것같고 다만 언니가 그렇게 말하는걸로 봐선 무슨 방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그와같이 묻고 은희는 그런 동생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언니가 조만간 좋은 방법을 생각해볼게. 그러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봐. ”

 “ 좋은...방법 ? ”

 순희는 언니의 말을 그와같이 되새겨보고, 은희는 나름대로 정말 어떤 결심한 것이 있기라도 한 듯 다시금 어떤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한번 끄덕여본다. 그리고 다시금 동생을 꼭 안아보는 언니. 지금 언니가 하는 말의 의미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것인지 또는 ‘새엄마를 쫒아낸다’는 말이 뭘 의미하는것인지 제대로 이해는 하는것인지. 다만 여하튼 자신과 같은편이라고 생각한 언니 은희가 ‘새엄마를 쫒아내겠다’고 말한 것 만으로도 순희는 어떤 위안이나 안도감이라도 드는지 언니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입에 담는다. 어찌되었거나 이 집에서 새엄마에게 구박받는 신세가 된 은희와 순희 두 자매.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선 서로에 대한 이해감과 동질감을 확실히 느껴서인지 서로를 부둥켜안고 진한 눈물을 한줄기 비오듯 흘리기까지 한다. 새엄마를 인정하고 잘 지내려하는 아들 동수와 동호와는 달리 딸 은희와 순희는 새엄마를 인정하지 않고 또 불편한 관계라는 점에서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확실한 동질감을 느끼는 자매간이라서인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끈끈한 자매간의 정을 느끼며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꼭 부둥켜안고 있다.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기도 하고 게다가 아이들이 겨울방학이기도 한 때. 허나 고3이 되는 장남 동수는 보충수업이 있어서 학교를 계속 나가고 있고, 중3이 되는 둘째 은희의 경우엔 새엄마가 있는 집에서 함께 지내기 싫은 심리를 이런식으로 표출하기라도 하는것인지 방학이라 친구들과 놀러간다는 핑계로 늘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늦게나 되어 집에 들어오고, 그런 상황에서 셋째 동호와 넷째 순희와 부대끼는 그와같은 일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허나 엄마품이 그리워서인지 오히려 새엄마인 자신에게 더더욱 어리광과 응석을 부리며 안겨드는 셋째 동호, 그 반대로 오히려 자신을 거부하며 늘상 칭얼대며 반항하는 막내 순희. 이런 상황에서 대체 중심을 어찌 잡아야할지 소원도 혼란스럽고 힘든 하루하루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는 소원은 준열과 결혼하기 전까지 자신이 일하던 곳이기도 하고 바로 자신의 고향선배 수정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식당이야 바로 준열의 집에서 아래 차도나 큰길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으니 학교를 가든 다른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하는 경우든 필히 지나쳐야 하는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로 이준열도 지난 10년 이 식당의 단골손님으로 있다 결국 그 식당 직원이었던 소원과 결혼하기에 이른 것 아닌가. 여하튼 소원 입장에선 가까운 거리에 자신의 처지나 하소연하며 스트레스라도 풀수이는 그 대상인 고향언니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볼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자기 식당에 소원이 찾아오는 것은 그런대로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인지라 수정은 소원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 그래, 어떻게 지내 ? 잘 지내곤 있는거지 ? ”

 무엇보다 준열의 네 자녀의 재혼과 새엄마가 생기는 문제에 대한 태도가 어땠는지를 누구보다 아는 수정인지라 그게 우선 걱정되어 물었다. 헌데 소원은 씨익 한번 묘한 미소를 지어보더니 수정의 물음에 답한다.

 “ 그래도 뭐...견딜만은 해. 그러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언니. ”

 “ 견딜만하다구 ? ”

 소원의 말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든 일이라서 안 믿겨진다는 듯 수정이 다시금 그와같이 묻는데 소원이 그런 수정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차분하게 물 한모금을 음미한뒤.

 “ 언니, 나 그보다말야... ”

 “ ??? ”

 “ 나 요즘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 해보곤 한다 ? 과연 엄마없이 자란 그런 아이들의

  심리는 어떨까 하는. 사실 그러고보면 나도 엄마가 어릴 때 돌아가신것이긴 하지만

  난 그래도 그런 정도는 아니었는데말야... ”

 대체 무슨말을 하고싶은것인지 수정의 입장에선 여전히 소원의 의도가 이해가지 않아 의아하기만 한데 여전히 차분한 어조로 소원은 자신의 생각을 계속 이야기한다.

 “ 솔직히 처음엔 다 큰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인 첫째나 둘째의 경우엔 상대하기 벅차

  도 셋째나 넷째는 아직 어린아이라 만만하고 부담없을거라는 그 정도 생각은 했었

  어. 그런 상황에서 그 장남인 동수녀석은 나름 의젓한데도 있고 또 나한테 친절하

  게 잘해주니 딱히 싫은 이유도 없었고 그런데... ”

 “ 그런데 ? ”

 “ 오히려 아직 어린 셋째나 넷째가 생각했던것보다 다르더라. 사실 처음엔 셋째는

  제 형처럼 내가 새엄마가 되는것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니 그나마 다행일거라 생

  각했고 새엄마 생기는 것을 싫어했다는 막내를 어찌 대해야할까 그게 걱정이었는

  데... ”

 “ 헌데 ? ”

 “ 솔직히 지금은 많이 혼란스러워. 어떨 때 보면 진짜 누가 셋째고 누가 넷째인지

  모를정도로 참 너무 달라서 혼동될때가 많거든. ”

 “ 아니, 대체 어떻게 다르다는 이야긴데 ? ”

 “ 막상 겪어보니 셋째 동호 그 아이는 생각보다 너무 응석받이고 어리광장인거야.

  뭐 어려서 엄마를 잃어 엄마정이 한창 그리운 아이니 이해해라 주위에선 다들 그

  런식으로 말하지만...솔직히 너무 어린애같아서 지치기도 하고... ”

 “ 그리고 ? ”

 “ 반대로 넷째의 경우엔...완전히 지 언니랑 한통속이지 뭐. 어쨌든 은희와 순희 그

  두 아이가 나 반대하는 아이들이었다니까...그래서인지 오히려 철이 없고 어리다기

  보다는 가끔 너무 영악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

 “ 아니,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영악하다는건데... ”

 수정이 궁금해서 거듭 그와같이 묻지만 그동안 있었던일들을 다 하나하나 열거하자니 한도끝도 없을 것 같고 그래서 소원은 살짝 손을 내저어보인뒤 – 소원으로서도 언급하고 싶지 않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일을 그것도 고향언니나 만나 잠시 스트레스나 해소해보려고 한 자리에서 굳이 말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 다소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나 차라리 언제 한번 짬내서 시내 대형서점같은데 가서 아동심리나 뭐 이런거 전

  문적으로 다룬 그런책이나 사서 읽어보고 싶다 그 생각이 들어. 말했지만 진짜 그

  래도 열한살 국민 학교 4학년인 동호는 너무 어리광장이라서 힘들고 또 반대로

  나 거부하는 막내는 그 아이대로 다루고 대하기가 어렵고...참 이럴땐 어떻게 해

  야하는지 그게 쉽지 않다니까. 정말 어디 아동심리 같은거 연구하는 선생님이라

  도 찾아가 전문가 상담이라도 받아볼까 그 생각이 들더라니까. 아니면 내가 직접

  그런 책이라도 사 읽어보면 셋째나 넷째 그 아이들 심리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

  이 되지 않을지... ”

 “ 녀석 별 소리를 다 한다... ”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말을 다 할까. 그 생각을 하니 수정 입장에선 소원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무엇보다 처음부터 이 결혼을 주선했던 사람이 자신이니만큼 내가 괜한일을 벌였던것인가 하는 후회도 들고. 헌데 소원은 다시 다소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 언니...그래도 한 한달좀 넘게 겪어보니까 그래도 요령이 좀 생기긴 하더라. ”

 “ 요령이 생기다니 ? ”

 “ 어쨌든 첫째와 셋째 두 아이는 그래도 새엄마가 생긴 것을 인정하고 나 따라주는

  아이들이잖아. - 심지어 셋째는 너무 응석받이처럼 들러붙으려 해서 그게 힘든거

  고...반대로 둘째와 넷째는...심지어 은희 걔도...아니 걔도 어쨌든 이제 곧 중3이고

  그럼 얼마안있으면 고등학생일텐데 도대체 공부는 안하고 어딜 그렇게 맨날 싸돌

  아다니는지 몰라. 아침일찍 나가서 늘 그렇게 밤늦게 돌아오고 도대체가 애가... ”

 밉다밉다 하니까 그야말로 뭘해도 미워지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처음부터 새엄마가 생기는 문제를 반대했고 자신이 시집와서 처음 집안 살림을 시작했을때도 밑반찬이라도 만들고 김치라도 좀 담그려는것조차 그렇게 못마땅한 듯 나와서 한바탕 난리를 쳐서 시집오자마자부터 큰딸 은희와 몇차례 전쟁까지 치른 소원. 그래서인지 은희에게는 도대체가 이쁜 감정이 생길수가 없는 그런 상태라서인지 그야말로 의붓딸 싹수가 노랗다는 듯 작정하고 험담까지 늘어놓는다. 그리고 다시금 말을 이어가는 소원.

 “ 근데 그러다보니...어쨌든 애가 넷이나 되는데 그중 아들 두 녀석은 날 따르는

  녀석들이고 딸 둘은 여전히 날 싫어하고...그러다보니 내 심리도 자연스럽게 그렇

  게 흐르더라. ”

 “ 대체 뭐가 어떻게 흐른다는건데 ? ”

 “ 아이 넷을 관리하는 방법이랄까 노하우가 조금씩 생기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솔

  직히 나도 사람이니...그래도 나 좋아하고 따르는 애들 편을 조금이라도 들어주고

  싶지 나 싫어하고 거부하는 애들은 편들어주고픈 생각이 안 들더라고. 오히려 한

  번 미운마음이 생기니까 그 다음엔 뭘해도 꼴보기 싫어주고. 반대로 나 좋다고 하

  는 동수와 동호는 진짜 반찬이라도 조금은 더 좋은거 챙겨주고픈 마음 생기고 그

  게 사람 마음이더라고... ”

 전처자녀 넷을 돌보는 새엄마가 된 입장에서 그렇게 나름의 넷을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두달 가까운 시간을 그리 길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래도 그 짧은시간동안 워낙 많은일이 있었던탓에 소원은 그녀대로 그렇게 아이들 관리하는 방식을 익혀가는 듯 했다.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는 애들은 조금이라도 더 편들어주고 잘해주고픈 마음이 생기고 자신을 싫어하는 애들은 자신도 어쩔수없이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는. 새엄마 소원의 심리가 지금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중이다. - 하긴 정치인들도 기왕이면 자기한테 잘해주고 따르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신경써주고 챙겨주지 맨날 자기 욕하는 사람 챙겨주고픈 생각 드는 정치인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 그런걸 생각해보면 소원도 소원 나름대로 그렇게 가정에서 정치(?)하는 노하우를 배워가는 중인 것 같기도 하다. 한편 수정은 그녀대로 여전히 그런 소원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한편 준열은 하루는 시간을 내서 소원을 시내로 불렀다. 그러고보면 명색이 신혼인데도 자신은 택시기사일을 하느라 바빠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도 못했고, 아내는 그녀대로 지금까지 자신의 아이 넷을 돌보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던 것 아닌가. 그에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라도 하루는 시간을 내서 아내와 단둘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부른 것이다. 잔잔한 분위기있는 음악이 흐르는 다방에서 커피한잔을 들며 준열은 아내 소원과 대화를 나눈다.

 “ 미안해요 여보. 내가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하는데...보다시피 일하느라 바빠서 그

  렇게 챙겨주지 못해서. ”

 “ 아니에요. 별 말씀을.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한걸요. 아이들한테 조금이라도 챙겨주

  고 잘해줬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다보니 여러 가지로 많이 부족한

  것만 같아서요... ”

 사실 이런 자리에서 자기 속썩이는 두 딸 은희와 순희에 대한 불만이라도 한바탕 털어놓을 법도 한데, 이런걸 생각해보면 소원도 의외로 약은면이 조금은 있는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런 시간만큼은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더 이쁨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서 이러는것인지 오히려 수줍어하며 스스로를 낮추며 겸양하는 말을 입에 담는다. 사실 전처소생 자녀 넷을 돌봐야하는 40대 중반 남자의 재취자리로 들어와서 그렇지 나이 서른의 여자는 7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볼 때 결코 어린나이가 아니다. 가령 20대 초,중반 정도에 결혼을 한 여성이라면 나이 서른 정도엔 이미 미취학 아동 하나둘 정도는 이미 키우고 있을법한 그런 나이일 것 아닌가. 허나 90노인에겐 환갑의 손아랫사람도 어린아이처럼 보이는게 세상의 이치이듯, 40대 중반의 이준열의 눈엔 열다섯살 연하 아내는 여전히 ‘어린사람’으로 느껴질터. 그런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만을 거듭 입에 담을뿐이다.

 “ 어쨌든 고마워요 여보. 나같은 사람의 아내가 되어줘서. 솔직히 당신을 만나기 전

  까진...나같은 주제에...무슨 돈이 많은것도 아니고 거기다 아이만 넷...이렇게 저 아

  이들 키우다 늙어가게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는데...나이 40대 중반에 당신

  처럼 심성고운 아내를 만나게 되었으니 이건 진짜 나에게 너무나 복인 것 같아. 너

  무 고마워 여보. ”

 “ 별말씀을 다하세요. 오히려 제가 더... ”

 사실 성폭행 피해여성이라는 상처 때문에 결혼이라던가 이런 것은 포기하고 그나마 운이 좋아 자신에게 잘해주는 고향선배 언니가 있어서 그 선배언니 식당에서 일하며 살아온 그런 소원 아니던가. 그런 소원 입장에서도 결혼이나 연애같은것인 애초부터 포기하고 그렇게 살아왔던것인데 그런 소원 입장에서도 이준열은 분명 고맙다면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에겐 더 중요한 약속을 한게 있는데 사실은 소원은 바로 그런 상처가 있기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를 갖는 것을 대체로 불편해하고 있었고 그리고 준열은 준열대로 이미 아이가 넷이나 있는 마당에 아이가 더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 자신의 형편과 처지로 아이가 더 생기는 것은 분명 곤란한 문제이기도 할테고 –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제대로 합의가 이루어질수 있는 문제였다고나 할까. 소원은 남자와의 성관계를 불편해하고 준열은 아이가 더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럼 이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하고 상의를 할 일도 없을 것 아닌가. 따라서 그점만큼은 확실한 동질감과 동의가 이루어진것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는 두 사람. 그래서 오히려 더더욱 훈훈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두 사람사이에 만들어지고 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누가봐도 남부럽지 않을것만큼 훈훈하고 다정스러운 한쌍의 부부의 모습을 자아냐고 있는 이준열과 소원이다.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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