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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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소원 (4)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응답하라 ! 1975





 “ 이봐요 이은희씨. 내가 웬만하면 그냥 참고 넘어가려 했는데 진짜 보아하니 너

  무하네요. 봐주는것도 도대체 어느 정도가 있어야지...도대체가 어른한테 너무 버

  릇없다는 생각 안들어요 ? ”

 “ 뭐라구요 ? ”

 처음 막상 준열에게 시집을 와보니 아이들이 제대로 먹을만한 변변한 밑반찬거리 하나 집에 준비되어 있지않아, ‘내가 출근하고나면 큰딸 은희가 끓여준 라면으로 애들은 삼시세끼 먹곤 한다’는 말이 결코 거짓이나 과장이 아니었구나 하는점을 실감한 소원. 그래서 그 다음날로 바로 시장에서 콩나물이나 시금치라도 사서 간단한 무침이나 밑반찬류라도 만들어보려한 소원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딴지를 걸었던 은희. 그러고난뒤에도 사사건건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은희였는지라 결국 참다참다 소원은 터지고 말았다. 여하튼 시집와서 바로 아이들 먹일만한 간단한 밑반찬 거리는 만들어놓았고, 그리고 이제 곧 겨울이기도 하니 조만간 김장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 준비를 좀 하려했는데 바로 거기 또 은희가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이다. 결국 소원도 웬만하면 감수하고 넘어가려고 했던 것이 기어이 터지고 말아 시집온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새엄마와 의붓딸간의 3차전쟁은 벌어지고 말았다.

 “ 내가 아무리 그래도 은희씨 오빠랑은 열세살 차이밖에 안나지만 은희씨하곤 무려

  열여섯살차이에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함부로 막 대해도 되는 여자로 생각헀어요

  ? 아닌말로 옛날같으면 저도 은희씨만한 딸이 있을수도 있는 그런 나이라구요. 그

  런데 어디서 버르장머리없이... ”

 “ 뭐야 ? 버르장머리 ? ”

 이런 말을 듣고 은희 역시 가만있을 성질은 아닌지라 다시 시작된 두 사람의 싸움. 허나 지난 열흘 소원이 지켜보기에도 그저 새엄마가 들어온게 싫은 사춘기 의붓딸의 반항정도로 받아 넘기기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지 않나 싶어 결국 소원도 화가나고 만 것이다. 소원 역시 결코 부처나 천사일수가 없는 그리고 실은 여자로서 참기힘든 깊은 과거의 상처가 있기도 한 그런 서른살의 보통 여자일뿐이다. 결국 그런 소원의 화가 은희에게 제대로 폭발하고 만 것이다.

 “ 아닌말로...최소한 배추,무우 여러개 사서 집까지 들고오는거 무겁고 힘들다는거

  모를만한 그런 나이도 아닐테고...그럼 최소한 오히려 은희씨가 직접 나서서...‘어머

  니 그럼 제가 좀 거들어드릴께요’ 이렇게 나와야 하는거 아니냐구요 ? 도대체가 어

  디서...그것도 식구들 쫄쫄 굶는게 안타까와 그래도 간단한 밑반찬거리라도 만들어

  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아닌말로 집안에 식모나 파출부가 있어도 이런식으로

  대하면 안되는거고...나도 열 살많은 고향언니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10년을 일했지

  만 난 적어도 식당에서 일하면서 우리 언니한테 이렇게까진 안 대했어 ! 근데 어딜

  감히 열여섯살 많은 어른앞에서 도대체 어른무서운줄 모르는것도 어느 정도여야 말

  이지... ”

 “ 뭐야 ? 식당 ? 종업원 ? 여기가 당신 일하는 식당인줄 알아 ? 내가 당신네 식당

  종업원인줄 아냐구 ? ”

 “ 뭐가 어쩌구 어째 ? ”

 ‘철썩’ 참다참다 결국 손찌검을 하고 말았고 따귀를 한 대 때린정도가 아니라 소원은 그녀대로 도대체가 더 이상 참고 봐줄수가 없어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은희도 은희대로 그 원인과 경위야 어찌되었건 젊은 새엄마한테 뺨을 얻어맞은 의붓딸의 처지가 아닌가. 그게 서러워서 한참을 자기방에 엎드려 울고 또 울었다.

 “ 은희야...자니 ? ”

 이미 며칠전에 ‘숙녀방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엄포를 놓았던 동생이 아니던가. 그래서 조심스럽게 방문 노크를 하며 양해를 구하는 동수인데, 그래도 오늘은 오빠한테는 마음이 열리는지 아니면 서럽고 분한 처지 어디 하소연할데도 없으니 오빠라도 붙잡고 늘어지고픈 마음인지 의외로 순순히 은희는 오빠의 드나듬을 허하는 말을 건넨다.

 “ 그냥 누워만 있는거니까 들어와도 돼. ”

 그 말에 결국 동생방으로 들어온 동수. 일어나 앉는 은희를 보며 동수는 진지하게 입을 연다.

 “ 은희야...오빠랑 잠깐 이야기좀 하자... ”

 “ 대체 무슨 이야길 하고싶은건데 ? ”

 아까 있었던 소동은 동수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니 설마 그 일을 소원이 오빠한테 – 아빠라면 모를까 그런일을 설마 오빠한테 고자질하진 않겠지 – 말했을리는 없을테고, 아니면 제 딴에는 집안의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라도 직감하고 있음인지 운을떼는 동수인데 혹시 새엄마에 대한 이야기라면 더 할말 없다는 듯 은희가 미리 불쑥 한마디 내뱉는다.

 “ 난 그래도 솔직히 식당에서 10년동안 일한 여자라길래 그래도 제법 대단한 음식

  솜씨라도 있는줄 알았다 ? 근데 무슨...기껏 콩나물이나 시금치 좀 무치고 김치나

  담그는 재주 있는게 전부구만. 근데 그게 무슨 대단한거라구 유세는... ”

 형편이 넉넉치 못한 이준열의 집이니만큼 무슨 비싼 고기반찬이라도 자주할 수 있는 처지도 못되겠지만, 실제 소원의 음식솜씨라고 해도 그저 식당에서 육개장,해장국 좀 만들어팔고 손님들 드실 간단한 밑반찬거리 정도 만드는 실력 그 이상은 아니다. - 근데 솔직히 이 정도면 다하는거지 그 이상 뭘 바랄려구 ? 무슨 호탤 뷔페식이라도 매일 해다바쳐야 할 것도 아닌데... -.- - 여하튼 그거라도 트집거리라면 분명 트집거리인지리 은희가 그런식으로 새엄마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데 그런 은희를 보며 동수가 결국 한마디 한다.

 “ 이은희...6년동안 우리한테 매일 라면만 끓여먹인 니가 할 소린 아닌거 같다. ”

 “ 왜 그래 도대체 ? ”

 “ 너무 그러지말고 새어머니한테 조금만 친절하게 해드려. 도대체 왜 그러냐 진짜

  ? 그리고 내가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아...아니다... ”

 무슨 다른 이야기 할게 있기라도 운을 띄우다가 뭔가 아니다싶은지 바로 말을 멈추는 동수인데, 그러는 동수는 동수대로 뭔가 답답하다는 듯 다시금 한숨을 내쉬기까지 하는데 허나 은희는 또 그녀대로 그런 오빠를 더더욱 이해할수 없다는 듯 말한다.

 “ 근데 진짜 보아하니 오빠 너무 변했다. ”

 “ 변하다니 ? 내가 대체 뭐가 변했는데 ? ”

 “ 오빠 지난 열흘동안 오로지 저 여자 역성만 든거 알기나 해 ? 이건 뭐 누가 보

  면 오빠가 저 여자 친아들이고 우리가 이복남매인줄 알겠어 ? 도대체 무슨 이유때

  문에 오빠가 허구헌날 저여자 편만 드는건데 ? 아빠는 그렇다치구 오빤 대체 저 여

  자 어디에 그렇게 혹한거냐구 ? ”

 “ 뭐...뭐라구 ? 혹해 ? 이은희 너 말조심해라. 기집애가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

 이러다 자칫 이제 남매간 말싸움까지 생길판인데, 일단 이건 아니다 싶은지 동수가 그쯤에서 눌러 참으려하는데, 하지만 그래도 답답한 속만은 누르기 쉽지 않은지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그 한숨 내쉬는 모습이 은희 입장에선 언젠가 불현 듯 본듯한 아버지 이준열의 모습이 느껴지기까지 할 지경인데, 생각해보니 은희도 동수한테 할말이 없진 않는지 결국 톡 쏜다.

 “ 그리고 오빠가 정 그렇게 새엄마 역성 들어주고 싶으면 오빠라도 대신 부엌일 거

  들어드려. 아닌말로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야 ? 남자가 부엌 들어가면 안되는 그런

  시대이기라도 하냐구 ? - 우리집은 부엌과 거실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는 그런 집

  이기도 하지만 – 그러니 정 그렇게 고생하는게 딱하면 대신 오빠가 거들어드리면

  되겠구만...그러고보니 진짜 배추나 무처럼 무거운건...그런건 남자가 좀 거들어줘야

  하는거 아냐 원래 ? 시장에서도 보니 다들 그렇게 하는거 같더만... ”

 자기도 모르게 ‘새엄마’란 호칭을 한번 쓴 것을 의식은 하고 있는지 모르는지 여하튼 오빠를 살짝 그렇게 빈정거리고 있는데, 동수는 동수대로 괜시리 찔리는지 변명처럼 한마디 하고는 동생방을 나간다.

 “ 나...난 고3이잖아 이제 곧. 그런데 공부해야하는데 무슨...여하튼 너라도 새어머니

  한테 좀 잘 해드리라구... ”





 이준열에겐 자녀가 동수,은희,동호.순희 이렇게 2남2녀 총 4남매가 있다. 따라서 그런 준열의 재혼자인 소원의 전쟁은 큰딸 은희하고만 있을수 있는일이 이미 아니었다. 그나마 장남 동수가 아버지의 재혼을 이해하고 소원에게 꼬박꼬박 ‘어머니’라 부르며 잘 해 드리는게 다행인 상황이라고나 할까. 이 집의 막내이기도 한 순희의 경우엔 바로 이 아이를 낳은 순희의 엄마가 1년정도 산후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난것인데 그 점을 생각하면 순희는 태어났을때부터 이미 사실상 엄마의 존재가 부재했던것이나 다름없다. 순희는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데 사실 70년대 정도면 서민층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 일은 웬만하면 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열이 막내딸 순희를 굳이 유치원에까지 보낸 것은 아이 기를 세워주거나 조기교육이라도 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단 아내까지 떠나보내고 혼자 네아이를 먹여살려야 하는 몸으로 부득이한 선택이기도 했다.

 사실 막내 순희의 경우엔 위에 언니,오빠들이 모두 학교에 가면 유치원도 다니기전의 어린아이가 사실상 집에 그냥 방치되어있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 요즘 같으면 이런 문제도 아동학대 내지 방임의 문제가 될수 있지만 70년대엔 그런 개념이 없었다. - 준열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첫째 동수가 국민 학교 5학년, 은희가 2학년이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때부터 은희가 대충 없는 솜씨와 실력에 대충 라면이라도 끓여 낮에는 오빠와 동생들을 그렇게 먹이며 돌보며 했지만 은희도 차츰 상급학년,학교로 진학하면서 하교시간이 늦어져 어린 동생들을 돌보기가 여의치 않아져 차라리 막내 순희가 혼자 집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면하게 하려고 유치원부터 보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사실 준열의 경우엔 택시기사일을 하면서도 오전과 낮에 언니,오빠들이 모두 학교에 가고나면 혼자 집에있는 막내딸이 걱정되어서 택시기사일을 하면서도 가끔씩 오전이나 낮에 집 근처를 지날일이 있으면 딸네미가 먹을만한 먹거리나 간식이라도 사다주기도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준열의 택시기사 벌이는 괜찮아지는 편이라서 오히려 점점 바빠지는 몸이라 그렇게 시간내서 딸에게 간식이나 먹거리를 사다주는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막내는 아예 유치원부터 보낼 생각을 한 것이다.

 순희는 지금까지는 유치원은 갈때는 언니 은희가 그리고 데려올때는 초등학생 둘째오빠 동호가 데려오곤 했다. 그렇게되면 순희는 유치원 수업이 시작되기 두시간전부터 그곳에 있다가 유치원 수업이 파하면 다시 한시간 정도는 지나 둘째오빠에게 이끌려 집에 돌아오곤 했다. 순희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집까지는 시장통 골목을 지나 차도를 횡단보도를 건넌뒤 조금만 더 골목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이준열 가족의 집이 있는 달동네 마을이 나오는데 유치원생의 도보로는 40-50분 정도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따라서 시간도 시간이지만 어린아이가 길을 잃을 위험이 있어서라도 유치원에 갈 때 올 때 언니와 오빠들이 챙겨주는수밖에 없었다. 이 동네 유치원은 50명 안팎의 원생이 다니는 사립 유치원인데 유치원 옆에는 살림집 건물이 붙어있어 순희는 유치원이 시작되거나 끝나기 전까진 언니가 데려다준뒤 또는 둘째오빠가 데리러올때까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살림집은 유치원 원장선생의 동생네가 사는 집이기도 했는데 일곱 살 순희가 뭐 그런것까지 신경쓰거나 관심가질일은 없었을것이고 여하튼 그런식으로 지금까지 순희는 유치원을 다녔다는 소리다. - 사실 70년대 서울의 대다수 학교들은 서울 인구집중 현상으로 인한 학교 과밀화 현상으로 이른바 ‘2부제 수업’을 하는 ‘콩나물교실’이 보편적이던 시절인데, 그나마 4학년인 동호의 경우엔 2부제 수업에 해당되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사실 동호네 학교도 국민 학교 3학년까지는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수업하는 2부제 수업이 운영되고, 4학년부터는 더 이상 실시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만약 다른 학교들처럼 4학년이나 5학년까지도 2부제수업을 실시하는 학교여서 동호도 계속 오전,오후반을 번갈아가며 수업을 하는 학생이었다면 유치원생 순희를 데려다주고 오는 문제가 시간이 너무 안 맞아 더 큰일이 벌어질뻔했다.

 여하튼 적어도 그 문제만큼은 새엄마인 소원이 전업주부 역할을 하게 되면서 한시름 놓았다고 봐야 하는것일까 ? - 게다가 어차피 11월이니만큼 막내 순희가 유치원에 다닐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고 내년부터는 순희도 국민 학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사실 새엄마 소원이 들어오면서 직접 부엌일을 하는 문제부터 못마땅한 듯 계속 이의제기를 해온 은희였지만 그래도 아침에 동생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문제는 그녀도 일손을 덜었다는 홀가분함이 생겨서인지 별다른말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부분을 남편 이준열이 이미 단단히 부탁하기도 했으니 소원은 남편의 바램대로 막내인 순희를 오전엔 위에 세 아이들 모두 학교에 가고난뒤 유치원이 시작될 무렵 천천히 아이를 데리고 나와 바람도 쐴겸 겸사겸사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는데, 헌데 아이를 데려올 때 기어이 탈이나고 말았다. 갑자기 아이가 유치원에서 집에 안 가겠다고 떼를쓰는 것이다.

 “ 싫어요. 저 집에 안가요, 싫어싫어~~~!!! 집에 안 간단말이에요. 선생님. 싫어요

  집에 안 간다구요. 안간다구요 엉엉엉엉~~~!!! ”

 “ 아니, 순희야 왜 그래 ? 대체 왜 집에 안가겠다는건데 ? ”

 사실 유치원 아이들이나 선생님은 순희 아버지 이준열의 재혼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일단 준열의 재혼이 주위에 그렇게 요란스럽게 알리지 않고 주위 친척,친지들먼 초청 올린 결혼식이었는데다가, 준열 자체가 택시기사를 하면서 아침일찍 일하러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사람이었으니 아무리 이 동네에 산지가 10년이 되었기로 동네에 딱히 그리 친분이 두터운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아빠의 재혼으로 새엄마가 생기는 것을 순희 역시 무척이나 싫어하고 반대하였으니 그런 순희가 아빠의 재혼 사실을 무슨 자랑이라고 유치원에서 동네방네 소문냈을리는 더더욱 없지 않은가. 따라서 유치원 아이들이건 선생님이건 순희 아버지의 재혼사실은 모르고 있고, 따라서 선생님 입장에선 여느때처럼 유치원 끝나고 한시간쯤 지나면 국민 학교 수업이 끝난 순희의 둘째오빠 동호가 데리러 오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헌데 그때 선생님을 더더욱 당혹스럽게 만드는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는것인지 ‘집에 안가겠다’며 그것도 유치원 원장 선생의 동생집이기도 한 살림집 한가운데 벌러덩 누워 떼를쓰는 순희로 인해 잔뜩이나 골치가 아픈 판인데 그때 웬 낯선여자가 유치원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것이다. 궁금하기도 해서 유치원 선생님이 가보았는데 그때 들어선 사람이 다름아닌 소원. 선생님과 마주한 순간 소원도 자신을 어찌 소개할지 난감해지긴 했는데, 일단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게 좋겠다는 판단에 있는 그대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순희 엄마가 된 사람입니다. 우리 순희...데리러 왔는데...

 ”

 “ 네 ? ”

 늘상 오던 둘째오빠 동호가 아닌 웬 낯선 여자가 유치원에 들어와서는 이렇게 말하니 선생님 입장에서도 적잖이 당혹스러운데 – 사실 오전에도 소원이 순희를 데리고 유치원에 오기도 했는데, 그때는 대체로 엇비슷한 시간에 아이들이 속속들이 도착을 하고 있는때라 별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고보면 유치원이 시작도 되기 두시간전에 중학생인 순희 언니 은희라는 학생이 늘 데려다주곤 했는데, 오늘은 그 은희가 아닌 웬 낯선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이 의아하긴 했는데, 그때만해도 선생은 그저 은희가 무슨 다른 사정이 생겨 다른 아는 사람을 시켜 보낸것이려니 그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헌데 이제와서 이 여자가 자신이 ‘순희 엄마’라고 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유치원 선생이 순희의 아버지 재혼사실은 몰라도 순희에게 엄마가 안 계시고 그래서 언니나 오빠가 유치원에 데리러 오고 가고 했던 사실은 익히 아는터라 그래서 유치원 선생도 순간 당혹스러움이 생겨 이와같이 말한다.

 “ 제가 알기론 순희는 어머니가 오래전에 돌아가신걸로 아는데... ”

 “ 아, 실은 순희 아버지가 얼마전에 재혼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은 순희 엄

  마네요. 그러니...새엄마가 되는 셈인데... ”

 “ 네 ? 뭐라고요 ? ”

 이 여자가 ‘순희의 새엄마’라. 게다가 조금전 이미 ‘집에 안간다’며 울고불고 하던 아이를 이미 목격한 터. 그리고 유치원 선생 역시 새엄마나 계모하면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에 나오는 못된 계모나 심술궂은 마귀할멈 그 이상의 별다른 의식은 없는 그런 보통 여자다. - 게다가 유치원 선생이니만큼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면서 누구보다도 그런 동화속 심술궂은 계모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주입시켰을 그런이들중 한 사람 아닌가. - 따라서 유치원 선생은 지금 이 (적어도 그녀 입장에선) 낯선 상황을 어찌 대처하면 좋을지 그녀도 이미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사실 이 시절 이 정도 규모의 유치원이라면 선생님은 많아야 두명을 넘지 못한다. 개중엔 원장선생님이 선생님을 겸임하는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그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그냥 ‘일반 선생님’의 경우엔 달랑 한명인 경우도 많았다. 여하튼 그런 구조로 운영되는 유치원에서 달랑 한명뿐인 교사라고 해야할 순희의 유치원 선생님. 하지만 새파랗게 젊은 신출내기 선생님은 아니고 유치원 교사 경력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 30대 초반의 베테랑급 교사다. - 70년대에 미혼의 30대 전문직 여성은 그리 흔치 않았다. 그나마 학교 선생님들중 결혼후 나이 40,50이 되어서도 교편을 계속 잡고 있는경우를 종종 볼수 있었고, 일부 문화,예술계 종사여성(성악가,배우 등)중 결혼후에도 활동을 계속 하는 경우를 더러 볼수 있었을 정도이니 70년대 정도만 해도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그것도 나이 30이 넘어서까지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 그렇게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허나 그런 유치원 교사경력 10년의 베테랑 선생이라도 이런 상황은 지금껏 겪어보지 않은일이라서인지 어찌 대처를 해야할지 몰라 무척이나 난감해하고 있었다. ‘집에 가지 않겠다며 그것도 유치원 내부도 아닌 살림집 한가운데서 울며불며 한바탕 난리를 친 아이, 거기에 아이의 새엄마라며 나타는 낯선 여성. 정말 이럴 때 유치원 선생으로서 어찌 대처를 해야하는지를 알 수 있는 전문서적이나 지침서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인 순간이었다. - 사실 유치원 선생은 순희의 새엄마라서 아이를 데려가야 한다는 여자의 ’유괴범‘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60,70년대는 물론 80년대를 거쳐 90년대 초반까지도 ’유괴‘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은이의 치를 떨게 만들었던 ’강력범죄‘였고 그러한 범죄들은 대개 부잣집에 금품을 요구할 목적으로 그 집의 어린아이를 유괴하는 경우였다. 따라서 유치원이나 국민 학교 선생님들은 ‘수상한 사람은 절대 따라가선 안된다’는 식으로 ‘유괴범 주의’ 지침을 수도없이 주입시키기도 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 시절 아이들에게 유괴범은 간첩과 거의 동급으로 ‘나쁜사람’으로 인식될 정도로 반공교육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강력히 주입시켰던게 ‘유괴범 주의’ 교육이었다. 하물며 늘 그런식으로 수상한 사람이 ‘맛있는 것을 사준다’던가 ‘엄마가 기다리고 계신다’던가 하는식으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거든 ‘절대 따라가선 안된다’고 수도없이 지난 10년 교육을 시켜왔을 그런 선생님이 아니던가. 허니 의심이 자연스레 그런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나 어찌해야하나 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유치원이 파한지 이미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또 원래 아이를 데려와야할 국민 학교 4학년인것으로 알고있는 아이 오빠(동호)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고) 집에 가지 않겠다며 울며불며 난리를 치는 아이, 그리고 ‘아이를 데려가겠다’며 자신이 아이 새엄마라고 주장하는 낯선여자. 과연 이런 상황에서 유치원 선생님인 자신은 무엇을 어찌해야하나. 실제 시간으로는 5분도 채 되지 않았을 시간이었을것이나 체감적으로는 몇시간이라도 흐른것처럼 느껴질만큼 그 짧은시간 혼란스러운 머릿속으로 고민하던 선생은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 그럼 저와 함께 가도록 하시죠. 순희 어머니시라면서요 ? - 새엄마가 되었든 뭐

  가 되었든 – 그럼 저와 함께 집으로 가면 되겠네요. ”

 생각해보니 유괴범이란게 대개 부잣집 금품을 요구하는 목적으로 벌이는 짓들 아닌가. 헌데 순희네집이 그런 요구를 할만큼 잘사는 집은 분명 아니고 – 순희 아버지 이준열이 택시기사라는 것 정도는 유치원 선생도 알고 있으니 – 하지만 적어도 미심쩍은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순희를 자신이 직접 데리고 아이의 새엄마라는 여자와 함께 아이집으로 가면 되겠다 그 생각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집에 안 가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이대로 유치원에 방치해둘수도 없는일이니 – 결정적으로 자신도 퇴근을 해야한다. - 아무래도 그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에 그와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유치원 선생이 ‘함께가자’는 제안을 하자 소원도 딱히 거부반응을 일으킬 이유는 없는것이라 일단 동의해서 둘이 함께 순희를 달래 일단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 이렇게 사시는군요. 그러고보니 순희네 집 와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은데

  ... ”

 졸지에 가정방문까지 하게된 모양새가된 유치원 선생. 헌데 사실 바로 어제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오늘부터 처음 살림을 시작하게 된 소원이 아닌가. 따라서 집에 아직 찬거리도 없는판이니 하물며 무슨 마실만한 음료 같은것도 없는판. 겨우 보리차나 한잔내와 대접을 하며 소원은 유치원 선생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야말로 가정방문을 온 선생님의 모습 그 자체다.

 “ 아이를 혹시 학대하거나 구박하시는건 아니죠 ? ”

 “ 예 ? ”

 순간 당혹해하는 소원의 모습. 좀 어안이 벙벙해진다. 무엇보다 자신은 어제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오늘부터가 살림을 시작하는 사실상 첫날 아닌가. 아침에 아침식사를 차리는 문제로 의붓딸 은희와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아이들을 무슨 구박하고 자시고 할만한 그런 시간(?)이 있을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바로 그렇게 아침을 보내고 막내딸 순희는 처음으로 유치원에 보내고 데려오고 한것인데 그런 자신에게 구박이나 학대같은 것을 하냐고 묻다니. 아무리 10년 경력의 유치원 선생님이라도 이런 새엄마가 생긴 재혼가정을 접해본 경험은 지금껏 없어서인지 그런 미숙함이 대번에 드러나는 순간인 것 같기도 하다. 허나 소원 역시 그런 유치원 선생의 입장을 생각해볼수 있는 그런 처지는 못되고, 불쾌함이 적잖이 생겨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생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 10년 가까이 해보니까 알겠더라구요. 아이들의

  정서나 가치관은 과연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느냐 그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더라구

  요. ”

 “ 아...아니 저... ”

 “ 다른건 몰라도 아이를 함부로 때리거나 학대하거나 구박하시면 안됩니다. 그런게

  다 아이들 자라는 정서나 가치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거든요. 저도 앞으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쯤되면 학부모와 방문상담을 하는 유치원 선생이 아니라 무슨 취조라도 하는 여형사나 경찰같다는 느낌마저 들 지경이다. 소원 입장에선 자신을 대놓고 죄인취급하는 그런 유치원 선생으로 인해 불만이 생기지 않을수가 없는데 선생은 그녀대로 보란 듯이 자신의 10년 유치원 경력 체험과 연륜을 자랑이라도 하고픈지 소원에게 가르치듯 계속 말을 이어간다.

 “ 아이에게 세끼 밥은 제대로 챙겨 먹이시죠 ? ”

 “ 아...아니 그건...이제 먹여야죠. 이제부턴... ”

 ‘이제부턴’이고 뭐고를 떠나서 오늘 처음 아이들 돌보며 집안 살림일을 시작하게 된 소원이다.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아침 차리는 일로 오전에 하마터면 큰딸 은희와 싸움까지 벌일뻔한 그런 소원이다. 헌데 그런 자신이 무슨 아이들 밥을 굶기기라도 한 못된 계모처럼 단정지어 말을하고 있으니 이런 황당하고 기막힌일이 어디있단 말인가. 솔직히 소원 입장에선 아침에 그렇게 큰딸과 말다툼을 한 이유 때문에 심기가 어느정도 불편해져있기도 했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그나마 좀 누그러진 상태였는데, 그런 자신의 속을 순희의 유치원 선생이라는 자가 한바탕 더 긁어놓은셈 아닌가. 소원은 소원대로 생각하니 정말 어이가 없고 기가막혀 멍한 얼굴로 선생을 바라보기만 할 뿐인데, 유치원 선생은 자기 멋대로 단정지은 소원을 아이들을 학대하고 굶기는 그런 ‘못된계모’ 그러한 의식의 바탕으로 다시금 한마디한다.

 “ 여하튼 순희양 가정문제는 저도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요술안경 쓴 유치원 선생님이신거 아시죠 ? 다 아는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조심해

  주세요. ”

 보통 선생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일반 비슷한 또래의 성인을 만나도 마치 상대를 아이 다루거나 상대하듯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데, 이 유치원 선생도 그런 경우를 보이는 듯 하다. 마치 유치원에서 아이들 훈육할 때 말하듯이 ‘선생님은 요술안경을 쓰고있어 다 알아요, 다 보여요.’ 그런식의 말을 그것도 아이를 ‘학대하지 말라’는 주의를 경찰이 범인 취조하는듯한 말투로 하고난 말미에 덧붙인 것 아닌가. 생각하니 정말 기가막혀 소원 입장에선 선생에게 뭐라고 한마디 하고싶은 심정이기도 한데 명색이 가정방문의 형태가 된 상태에서 유치원 선생은 그렇게 자기할말만 다 쏟아붓고순희네집 사는 모습을 한번 돌아본뒤 그 길로 퇴근을 하는것인지 저쪽 차도방면으로 가는 모습이 소원의 눈에도 들어왔다.


 은희와 순희의 문제가 새엄마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였다면 셋째 동호와는 또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새엄마를 인정하지 않아 첫날부터 갈등을 빚기 시작했던 딸 은희,순희와 달리 셋째 동호는 제 형 동수와 함께 아빠 재혼 찬성파였기 때문에 그나마 새엄마가 숨돌릴 시간은 좀 주는것인지 소원이 준열에게 시집온지 십여일 정도가 지났을 때까진 별일이 없었는데 그러다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 그런 것을 보면 동호 입장에선 지금까지 사실상 ‘눈치’를 보고있던 상황이었다고 하는게 정확하리라. 성인 내지 사춘기 청소년 두명정도가 쓰기도 벅찬 작은방 세 개 그리고 거실과 부엌으로 쓰는 공간이 그 가운데(대략 2-3평 정도 크기 ?)있는 그런집에 소원이 들어오고나서 방을 하나는 준열과 소원 부부가 쓰고 다른 한방은 아들인 동수와 동호가 그리고 또다른 한방을 딸인 은희와 순희가 쓰도록 그와같이 재배치가 이루어졌는데, 그리고나서 한 십여일 정도가 지난 어느날. 이미 잘시간이 지났음에도 초등학교 4학년 동호가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아빠와 새엄마의 방 앞에서 서성대며 쭈볏거리는 것이 보였다.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지 아버지 이준열이 그런 동호에게 한마디 했다.

 “ 동호 뭐하니 ? 밤도 늦었는데 어서 들어가 자지않고... ”

 그렇게 말하는데 아버지가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안방으로 발을 한쪽 들여놓고 있는 동호, 그러면서 준열에게 말한다.

 “ 저어...아빠... ”

 “ 왜...무슨 할말이라도 있어 ? ”

 아무래도 아들의 태도가 심상찮게 느껴져 준열이 의아해서 묻는데 동호는 뭔가 여전히 머뭇거리는 듯 하다 힘들게 입을 연다.

 “ 저...엄마랑 자면 안 돼요 ? ”

 “ 뭐...뭐라구 ? ”

 “ 저 이제 엄마 생긴거잖아요. 엄마랑 자고 싶어요. ”

 “ 뭐...뭐라구 ? 이 녀석아. 안 돼 ? 다 큰 녀석이 무슨...그리고 이 녀석아...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안 돼 !!! 이녀석아. ”

 당치도 않은 소리라는 듯 이준열이 바로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그러자 동호가 바로 울음을 터트린다. 아버지 준열은 물론 새엄마 소원도 그런 동호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이해할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데 동호는 그런 아빠 준열에게 보채듯 말하고 있다.

 “ 나도 엄마랑 자고 싶었단말야 !!! 나도 다른애들처럼 엄마품에서 자고 싶었단말야

  엉엉엉엉~~~!!! ”

 그렇게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울부짖고 있는 동호.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적이 없던 녀석인데, 게다가 다른건 몰라도 이 녀석은 제 형처럼 새엄마가 생기는 것을 찬성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으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문제로 지금 준열 내외를 당황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지금 열한살이니 6년전 다섯 살 한참 엄마품이 필요한 나이에 제 엄마를 잃은아이. 그 점을 생각해보면 그동안 엄마정이, 엄마품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걸 이해해줄수 있을만한데도 새엄마 소원은 그렇다치더라도 준열도 더더욱 당치않다는 듯 오히려 그런 아이를 더더욱 방에서 내쫒으려고 한다.

 “ 이 녀석이 !!! 도대체 다 큰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 초등학교 4학년

  이나 된게 누가 엄마랑 자 ? 말도 안 돼 !!! 어서 형 방으로 가 !!! 어서 니 방으로

  들어가래두 !!! ”

 “ 싫어~~~!!! 싫어~~~!!! 나 엄마랑 자고싶단말야. 나도 다른애들처럼 엄마랑 자고

  싶었단말야. 허락해줘 엉엉엉~~~!!! 허락해줘 아빠~~~~!!! 엉엉엉엉~~~!!! ”

 “ 아니, 근데 이 녀석이 정말... ”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일자 일단 그날은 하는수없이 준열은 자신이 소원과 함께 동호를 자기방에서 재우기로 했는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동호는 계속 그것을 원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런 아이 심리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것인지 준열도 소원도 모두 난감해 하는데 동수가 하루는 그런 준열을 별도로 만나 설득했다.

 “ 아버지...전 동호마음 이해할수 있을 것 같아요. ”

 “ 뭐...뭐라구 ? ”

 “ 솔직히 저도 동호보다는 몇 살 많은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긴 했지만 어머니의 빈

  자리 저도 지난 6년동안 많이 힘들었거든요. 아버지나 아직 어린 동생들을 생각해

  서 내색하지 않아서 그렇지 엄마정이 그리웠던 동호마음 이해는 가요. ”

 “ 하...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교 4학년의 나이에 그것도 새엄마와의 동침(?)은 아무래도 그렇다는 것인지 준열은 여전히 이해못한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동수가 그런 준열을 거듭 간곡히 설득하려 들었다.

 “ 아버지...그리고 만약 동호의 이 간청 안 들어주시면 어쩌면 동호가 더 어긋나고

  비뚫어질수도 있어요. ”

 “ 그건 또 무슨소리야 ? ”

 “ 왜 그런거 있잖아요. 아이들땐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싶어지고 또 안된다고 하

  면 더 어긋나고 싶어지는 그런 심리. 동호가 그래도 은희나 순희와는 달리 아버지

  의 재혼을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그리고 무엇보다 그건 저는 어쨌든 아버지의 재

  혼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이걸 받아들인것이었지만, 동호의 경우엔 또 달라요. 단순

  히 아버지를 이해한다기 보단 동호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그 절실함이 있었던

  것이거든요. ”

 동수의 이런 설득을 듣고보니 준열도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 준열은 아들인 동수나 동호가 아버지 재혼에 별다른 반대가 없는 것은 그저 지금까지는 같은 남자로서 아버지인 자신을 이해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헌데 그러고보니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미 고등학생으로 다 큰(?) 동수와는 달리 아직 어린 동호에게는 ‘엄마’가 필요했던 것. 무엇보다 다섯 살 어린나이 한참 엄마손길이 필요한 나이에 엄마를 잃은 그런 아이가 동호라는 것을 준열은 자신의 재혼문제에만 집착하다보니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동수의 그와같은 설득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걸 거부하면 동호가 더 비뚫어질수도 있다고 하니 – 어쩌면 처음부터 새엄마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은희나 순희보다 더 – 그럼 더 큰일 아닌가. 안 그래도 이미 은희와 순희의 반항문제로 힘들어하는 소원을 지난 십여일 지켜본 이준열이다. 헌데 여기에 셋째 동호까지 비뚫게 나간다면 자칫하면 자신의 재혼생활도 오래 영위하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국 소원을 간곡하게 설득하여 그녀가 동호를 재우는 것을 받아들이게 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준열이 잘때는 장남 동수의 방에서 큰아들과 함께 잤다.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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