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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소원 (2)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응답하라 ! 1975


 

 아이가 넷이나 있는 40대의 홀아비와 성폭행 피해여성의 결혼이라고 했을진대 어느쪽이 손해를 보는것인지는 솔직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 다만 굳이 양쪽 직업을 갖고 비교하자면 택시기사와 식당 여종업원의 만남이다. 허나 그와같은 처지와 과거가 어찌되었건간에 이준열과 소원은 그렇게 서로의 상처와 결함을 보듬으면서 또는 그렇게 부족한 자신을 받아준것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으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갔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소원의 경우는 어쨌든 현재 결혼에 딱히 딴죽을 걸만한 가족은 없다. 사실 소원은 어린시절 사고로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는 그 뒤 거의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소원이 10대 후반에 이른 나이때 역시 세상을 떠났다. 바로 그렇게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떠나보내고 의지할곳 없게된 홀몸의 소원을 어릴때부터 그녀와 친하게 지내왔던 이웃언니인 수정이 거두어 함께 서울로 올라온것이고 따라서 지금 현재 소원에게 다른 가족은 없다. 게다가 그런 상처까지 입고 떠나온 고향이기 때문에 이후 그쪽 사람들과는 더더욱 연락하거나 할 일은 없었을것이고, 그러니 소원의 결혼문제에 개입을 할만한 가족이나 친지는 사실상 없는 것 아닌가. 굳이 소원의 결혼문제에 개입할만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녀의 고향언니인 수정 정도이지만 오히려 애딸린 홀아비인 이준열에게 시집을 보내는 문제를 자신이 앞장서 주선했으니 그런 수정에게 소원의 그와같은 결혼을 반대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다만 문제는 결국 이준열의 집안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준열은 우선 자신의 재혼의사를 4남매중 장남이며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동수에게 먼저 밝혔다. 하루는 이준열이 택시영업을 쉬는날 동수에게 목욕이나 같이 가자고 해서 그곳에서 조심스레 자신의 재혼의사와 상대가 누구인지를 밝혔다. 사실 이버지 이준열의 이와같은 대화방식은 큰아들 동수에겐 그런대로 익숙해져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늘 아침일찍 출근했다가 밤늦게 귀가하는 처지 그리고 집에 아이들을 돌볼만한 아내는 고사하고 무슨 친척이나 하다못해 파출부라도 둘 수 없는 처지니 아이들과 집안문제로 중요한 상의를 할때는 이런 방식을 지금껏 택해오곤 했던 것이다. 쉬는날 목욕을 하면서 장남인 동수에게 먼저 그 상의할 문제를 꺼내면 동수가 뒤를 이어 나중에 시간을 내서 동생들한테 아버지의 생각을 전하는 그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이 집안 부모-자식간에 대화를 나누는 방식은 이루어져왔다. 일단 동수는 그래도 아버지의 처지와 심정을 이해하는지 아버지의 재혼을 흔쾌히 환영하는 눈치였다. 게다가 상대가 바로 아버지가 단골로 다니는 육개장집 그 ‘소원’이라는 아주머니 – 미혼이긴 하지만 동수나 다른 아이들 눈에는 이미 나이든 여성으로 보여서인지 가끔 그 식당앞을 지나다 아주머니를 볼때면 그녀를 그냥 ‘아주머니’, ‘아줌마’ 이런식으로 불러오곤 했었다. - 라니 아주 낯선 사람도 아니고 그래도 어느정도 면식이 있는 사람이 ‘새어머니’가 될수도 있는 일이라니 동수는 그리 크게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다.

 허나 막상 아버지의 그 일을 다른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면서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먼저 동수는 그 사실을 세 살터울 아래인 중학생이고 여동생인 은희에게 먼저 알렸다. 그래도 중학생 정도면 그런대로 어른들의 일을 이해해줄수도 있을만한 나이고, 또 무엇보다 집안 4남매중에선 그래도 ‘부대장’ 정도의 역할은 하는 바로 밑의 동생이니만큼 이야기가 잘 통하려니 막연히 기대했었다. 허나 막상 그 기대감을 갖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은희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 싫어 !!! 난 싫다고. 대체 아버지가 이제와서 웬 재혼을 하시냐구 ? ”

 “ 은희야... ”

 “ 글쎄, 난 반대야. 돌아가신 우리 엄마 불쌍해서라도 난 아버지 재혼 용납할수 없

  어. 게다가 그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작 우리동네 그 식당아줌마라고...아이

  구...난 더 싫어. 세상에 애들이 그럼 뭐라고 하겠어. ‘야 ! 너네집 그 식당아줌마가

  새엄마 되었다며 ?’ 이런식으로 놀릴거아냐. 싫어, 난 그런꼴 보느니 차라리 학교

  안가거나 아버지 재혼 기를쓰고라도 말릴거야. ”

 “ 은희야, 너 어떻게... ”

 그래도 중학생 정도 되었으면 철도 좀 들었을테고 아직 어린 동생들에 비해 좀 다를것이라 생각 했었는데 바로 밑에동생 은희부터 이렇게 나오자 동수 입장에선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중학생인 은희부터 이러면 나머지 밑의 동생들 반응도 어쩌면 뻔할뻔자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동수는 뭔가 막막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아버지 입장에선 오랜시간 고민하다가 장남인 자신한테 먼저 그와같은 생각을 어렵사리 밝힌것일텐데 당장 집안에서 둘째이면서 큰딸이기도 한 은희부터 이러면 어쩌라는 말인가. 답답한 생각이 온 몸에 확 밀려들어 동수는 일단 나름 간곡하게 은희를 다시금 설득해보려 했지만 장남이고 고등학생인 동수답지않게 말주변은 그리 좋지 못한것일까. 일단 은희를 설득하는 문제는 실패하고 말았다.

 헌데 더 큰 문제가 이미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형과 누나 또는 언니와 오빠가 그렇게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옆방의 다른 두 동생에게까지 다 들린 모양이다. 이준열이 사는 집은 부엌겸 거실로 쓰는 공간과 그리고 방은 그리 크지 않은 방 세 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그중 하나는 고등학생 동수가 다른 하나는 중학생 은희가 쓰고있고 나머지 한방을 아직 어린 두 동생 동호와 순희가 쓰고 있다. 원래 이전까지는 장남인 동수와 장녀인 은희가 한방, 그리고 차남인 동호와 차녀인 순희가 한방을 썼지만 동수도 은희도 계속 커가면서 아무래도 계속 같은방을 쓰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어서 아버지 준열이 한 3-4년전쯤부터 둘은 다른방을 쓰도록 조치를 해 주었다. 그리고 아직 어린 셋째 동호(초등학교 4학년)와 막내 순희(7살. 유치원생)가 함께 같은방을 쓰고 있는 것이다. - 어떻게보면 차라리 같은 남자형제인 동수와 동호가 한방을 쓰고 여자형제인 은희와 순희가 같은방을 쓰게 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었을텐데 의외로 이준열이 그 부분에 대한 그렇게까지 사려깊은 부분이 없었나보다. 그리고 준열은 어차피 밤늦게 집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러면 어린 셋째와 넷째가 있는 방에서 잠이 들거나 아니면 ‘피곤하다’며 그냥 거실겸 부엌으로 쓰는 공간(구분의 의미가 거의 없는 공간이다)에 대충 아무곳에나 누워 잠이들곤 했었다. 그러고나면 장남 동수는 그런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손수 이부자리를 거실공간 한가운데 펼쳐드리기도 했고, 장녀 은희의 경우엔 살그머니 여동생인 순희는 자기방에 데려와 재우기도 했더. 여하튼 그렇게 자녀넷을 키우며 6년세월을 혼자살아온 그리고 직업적으론 그런대로 성실한 택시기사이기도 했던 이준열인데, 그 준열의 재혼문제로 자녀들간에 이런 불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싫어, 난 새엄마 생기는거 싫단말이야. 신데렐라,백설공주처럼 맨날 구박만 하는

  나쁜 계모, 그런게 왜 있어야 해 ? ”

 옆방에서 이미 지네 언니와 오빠가 나누는 대화가 이미 큰소리로 번지고 있었으니 그게 바로 옆방의 두 꼬맹이들한테 들리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와같은 상황을 보면 이런식의 대화방식이 이들 4남매에게 어느덧 익숙해져있는 모양새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버지가 큰아들 동수와 갑자기 ‘목욕을 하자’고 하면 그날은 아버지가 집안문제와 관련 장남과 중대한 상의를 할 일이 있듯 그 뒤를 이어서 집안의 장남인 동수와 둘째이면서 장녀인 은희가 이런식의 대화를 나누면 이런 문제가 곧 자신들도 알고 있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셋째 동호와 넷째 순희도 모르지 않는 듯 했다. 게다가 이번만큼은 이전까지의 다른 사안들이라면 모를까 자신들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그런 문제 아닌가. 가령 형이나 누나의 상급학교 진학이나 진로문제 혹은 그로인한 학비마련 문제 또는 집안 구조를 옮기거나 가구나 방을 옮기는 문제 같은것이라면 아직 꼬맹이인 동호나 순희는 굳이 관심갖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으리라. 하지만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가 생기는 문제는 바로 자신들에게도 직결이 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옆방의 두 아이 역시 형과 누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새엄마가 생기는 문제는 어찌보면 상대적으로 큰 고등학생 형과 중학생 누나보다 아직 어린 자신들에게 더 영향이 끼치는 문제일수 있는 것 아닌가. 헌데 그와같은 형과 누나의 대화에 가장 먼저 발끈한 것은 셋째 동호가 아니라 일곱 살 막내 은희였다.

 “ 싫어...난 싫단말야. 그러니 짝은오빠라도 큰오빠랑 언니한테 말해줘. 나 새엄마

  생기는거 싫어. ”

 “ 순희야, 너 갑자기 왜그래 대체 ? ”

 무엇보다 지금은 밤늦은 시간이라 잘 시간인데 그것도 이 집에서 가장 어린 꼬맹이 넷째가 오늘따라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계속 큰오빠와 언니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 순희에게 작은오빠가 되는 동호에게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헌데 사실상의 말다툼으로 번지고 있던 형과 누나의 대화가 그나마 잦아들었는지 옆방의 큰소리가 좀 조용해지나 싶더나 갑자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 하던 동생 순희가 발끈하자 이번엔 셋째이면서 둘째아들인 동호가 놀라는 것이다. 동호는 일단 자신에게 유일하게 동생이 되는 유치원생 순희를 말려보려 했지만 순희도 이제 ‘미운 일곱 살’이란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빠들이 통제한다고 될일이 아닌 듯 되려 둘째오빠 동호에게 따지듯 묻고 있었다.

 “ 오빠는 그럼 좋아 ? 새엄마 생기는거 ? ”

 “ 아...아니...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게 ? ”

 “ 오빠 하나두 못들었다구 ? 옆방에서 큰오빠랑 언니가 싸우는거 ? ”

 지금까지 늘 그러고 살아온 남매인데 이미 순희가 관심을 갖고 귀기울여 듣는 대화를 자신보다 네 살많은 오빠가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해가 안가는 일일 것이다. 마치 ‘차라리 귀신을 속이라’는 듯이 작은오빠 동호에게 따져묻는 순희에 이제 동호도 피해갈수 없는 일임을 직감했음인지 허나 동호는 다소 뜻밖에도 어찌보면 형 동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는듯한 반응을 내놓는다.

 “ 난 괜찮을 것 같은데...엄마가 생기는거 ? ”

 “ 뭐...뭐라구 ? ”

 “ 난 뭐...엄마가 생겨서 우리 맛있는것도 늘 해주시고 옷도 늘 깨끗하게 빨아주시고

  새옷도 해 입히시고 그러면 좋을거 같은데...근데 순희 넌 싫다는 소리야 ? ”

 “ 오빠 그게 무슨말이야 ? 그리고 우리한텐 새엄마가 생기는거란말야.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동화 같은거 보지도 못했어 ? 우리도 늘 그렇게 구박당하며 사는 그런

  새엄마가 생기는거라구. 근데 오빤 좋단말이야 ? ”

 “ 수...순희야. ”

 하긴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니만큼 바로 거기서 들은 그런류의 동화 내용이 생생히 기억이 나서인지 그런류의 동화를 바로 입에 올리며 격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막내 순희. 그 모습에 네 살 많은 오빠인 4학년 동호가 되려 말문이 막힐 지경인데, 사실 그보다 더 큰 사달은 이날이 아닌 다음날 나고 말았다. 지금 당장 그렇다고 아버지 이준열이 장남외에 다른 아이들에게도 정식으로 재혼말을 올린것도 아닌데, 순희는 유치원이 끝나자마자 바로 마치 오늘부터 당장 ‘새엄마’가 생기는 것으로 착각을 했는지 가출을 해버린 것이다. 다만 그 가출은 어린아이의 가출이라서인지 그렇게 큰일로 번지지 않고 큰오빠 동수와 작은오빠 동호가 애가 평소에 잘 놀러다니는 동네 그런곳을 뒤져 겨우 찾아내 집으로 데려올수는 있었다. 허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지자 이번엔 둘째이면서 첫째딸 은희가 아버지 이준열에게 그냥 못 넘어가겠다는 듯 정식으로 따져물었다.

 “ 아버지 이제 어떡하실거에요 ? 순희까지 이렇게 집 나간다고 난리까치 치는데...

  그래도 그 결혼 꼭 하셔야겠어요 ? ”

 중학생 은희는 이제 확실히 더 이상 어린애는 아닌것인지 마치 국회 상임위에서 정부의 잘못이라도 매섭게 질타하는 야당의원처럼 아버지 이준열을 엄하게 추궁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특히 딸들의 반발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서인지 준열의 당혹스러움도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그나마 아들들은 자신의 재혼문제에 부정적이진 않은 가운데 중학생인 둘째 은희와 막내 순희를 일단 달래보면서 자리에 앉아 차분히 이야기를 꺼내려한다.

 “ 얘들아. 동수,은희,동호 그리고 순희까지. 지금부터 이 아버지 말 차분하게 잘 들

  어라. 물론 갑자기 이렇게 재혼 이야기를 꺼내니 아직 어린 너희들이 당황하는 것

  충분히 이해는 해.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아버지도 오랜시간 고민하고 신중을

  기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것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

 “ 어쨌든 전 싫어요. 엄마 돌아가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와서 갑자기 재혼이에

  요. ”

 “ 이은희 넌 무슨말을 그렇게 하니 ? 얼마 되지도 않는다니 ? 6년이면 이미 긴 시

  간이야. ”

 동수가 그 말에 바로 발끈하며 한마디 했다. 말은 안하고 게다가 집안에서 장남으로의 책임까지 있어서인지 꾹꾹 눌러 참고있었지만 ‘어머니의 부재’는 동수에게도 견디기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던것일까. 그래서 더더욱 은희의 말을 봐줄수 없다는 듯 한마디 소리를 지른것인데, 하지만 은희도 그런 오빠 동수에게 더더욱 따지듯 대든다.

 “ 그래서 뭐 어쩌겠다구 ? 오빤 이대로 엄마 잊고 아빠가 집에다 새여자 들여서 그

  래서 시시덕거리며 사시면 좋겠다는 이야기야 ? 오빠 진짜 해도 너무한다. 게다가

  뭐 설마 새엄마가 들어오는거 오빠가 그렇게 쌍수들어 환영하면 새엄마가 오빠 예

  뻐해 주시기라도 할거같아 ? 천만에, 웃기지마. 예부터 신데렐라니 콩쥐팥쥐니 다

  그런 이야기들이 왜 있었는데. 새엄마란건 알고보면 다 똑같은거라구 !!! ”

 “ 그만 !!! 그만들 좀 해라 !!! ”

 자칫 이러다간 자신의 네 아이들이 아들 두명, 딸 두명 각기 편갈라서 아버지의 재혼문제로 한바탕 싸움이라도 벌일판이라 이쯤에서 진정을 시키려 한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자신이 재혼을 결심한 이유를 다시한번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하려한다.

 “ 거듭 말하지만 이건 다 너희들을 위해 한 결심이기도 해. 그래 뭐 너희들 말마따

  나 엄마 돌아가시고 지난 6년의 시간. 길었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다고 할수도 있고

  그건 아마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각자 다 다를게다. 무엇보다 너희 4남매 고

  등학생 동수부터 유치원생 순희까지 나이가 다 제각각이라니까. - 너희들은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나이에 따라 흐르는 시간에 대한 체감이 다 다른거란다. 여하튼

  무엇보다... ”

 일단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나 보자는 생각인것일까.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숙연해진 분위기속에 이준열의 말이 일단 좀 더 이어지고 있다. 은희도 순희도 일단은 준열의 말에 토는 달지 않은채 그의 말을 경청해보기로 한다.

 “ 무엇보다 너희들 엄마없이 자라는 모습들...너무 표가나서 그게 안쓰러워서 내가

  견딜수가 없었다. 그런 문제 솔직히 동네 아줌마들이며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까지

  지금껏 한두마디 안 하는분이 없었어. 나도 뭐 택시기사 하느라 오직 너희들 벌어

  먹여 살릴 궁리에만 전념하느라 바빠 너희들 일상생활을 하나하나 세심히 챙기지

  못한 그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할수있지만... ”

 “ ...... ”

 “ 그래...너희들 지금까지 삼시세끼 챙겨먹는 문제하며 옷해입는 문제하며 집안 분

  위기 하나하나 무엇하나 신경쓰이지 않는 부분이 없었고 안쓰럽지 않은 것이 없었

  다. 그래서 정말 너희들 세끼 밥이라도 챙겨주고  방 정돈이라도 제대로 해줄 그

  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하나라도 필요하지 않나... ”

 “ 아빠... ”

 더 듣고싶지 않은것일까. 아니면 어떤 항변이라도 하고싶은것일까. 일단 묵묵히 아버지의 말을 듣는 듯 했던 은희가 결국 다시 한마디 불쑥 끼어들었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무슨 그런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 제가 뭐 오빠나 동생들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는 말씀이세요 ? ”

 어쨌거나 엄마부재의 6년동안 사실상 집안에서 오빠나 동생들에게 엄마나 다름없는 역할을 했을 은희 아닌가. 따라서 준열의 그와같은 말은 어찌보면 자신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책망으로 들릴수도 있어 발끈하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한게 있다고 그러냐 ?’며 항변이라도 할 기세은 은희. 헌데 이번엔 동수와 동호가 거의 동시에 ‘너 말잘했다’는 듯 결국 한마디한다.

 “ 야, 너 솔직히 말이 났으니 하는말이지 니가 할줄아는게 뭐 있어 ? 맨날 인스턴트

  라면 한박스 사들여 끓여먹이는일밖에 더 했냐 ?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6년동안

  맨날 라면만 끓여먹는짓 얼마나 지겨웠는지 알기나 해 ? ”

 “ 그건 형 말이 맞아. 나도 이제 라면 지겨워 !!! 아니 싫어 !!! ”

 “ 아니, 근데 동호 너까지 ? 너 한번 누나한테 맞아볼래 ? ”





 은희 입장에선 억울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라면만 끓여먹는거 이제 지겹다’는 말 동수와 동호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항변이었다. 동수,은희등 4남매의 어머니가 돌아가신게 6년전의 일이니 그때 은희는 초등학교(당시엔 국민 학교) 2학년. 물론 7,80년대뿐만 아니라 요즘도 그보다 더 어린나이에 소년,소녀 가장이 되어 부모없이 동생들을 돌보는 경우는 지금도 적잖이 찾아볼수 있지만, 일단 은희는 근본적으로 음식이나 요리를 지금까지 정식으로 배워본일이 없고 따라서 끓일줄 아는게 ‘라면’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70년대 중반 정도면 인스턴트 식품이 지금처럼 흔치 않던 시절이다. 가령 참치캔이나 간이 포장김이 나온것도 대략 80년대부터의 일이고, 패스트푸드점은 80년대 중반, 24시간 편의점은 80년대 후반이나 되어서야 국내에 들어왔다. 따라서 엄마없이 자라는 가난한 서민계층의 자녀들이 식사 대용으로 구할만한 먹거리는 지금처럼 흔치 않았던 시절로 봐야한다. 분식점이나 포장마차만 해도 떡볶이라던가 간단한 튀김종류 정도나 팔았지 지금처럼 메뉴가 다양하지도 않았으며, 김치의 경우엔 김치공장에서 만들어 포장해 파는 김치를 주문해서 먹는 개념과 인식이 생긴것도 80년대 후반 이후의 일이고, 백화점 같은데서 밑반찬류를 별도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것도 대략 그때부터로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70년대 중반 정도엔 집안에 김치를 담그거나 하다못해 나물이라도 무칠수 있는 여성 식구가 없는 경우라면 그야말로 줄창 라면만 끓여먹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 7,80년대 서민이나 소년소녀 가장으로 살았던 이들의 수기나 회고에 ‘하루세끼 라면만 먹으며 살았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게 그래서 결코 과장일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택시기사를 하며 힘들게 사는 이준열의 입장에선 파출부나 가정부를 들일수도 없는 형편이고, 준열에게 그나마 먼 친척누나나 아주머니가 몇분 계시긴 하지만 다들 각기 저 살기 바쁘고 거리상으로도 이준열네가 사는 집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서 애들 밥 챙겨주러 매일같이 들르거나 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따라서 이준열네 집안 4남매는 아버지가 택시기사일을 하러 나가시고 나면 삼시세끼는 그저 딸 은희가 끓여주는 라면 외엔 다른걸로 해결할 방도가 마땅치 않았다.

 그나마 택시기사를 하는 준열은 사정이 좀 나아서 낮에는 기사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밤에는 동네의 그 육개장과 해장국을 만들어 파는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곤 했고 따라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그런 식당에서 먹다남은 밑반찬류나 식사류를 이따금씩 ‘아이들에게 주려하니 좀 챙겨달라’고 해서 좀 챙겨오는때가 있긴 했다. 그리고 준열 스스로도 하루는 차라리 아이들에게 ‘자신이 단골로 가는 식당 아주머니한테 저녁을 좀 챙겨달라 부탁할테니 거기가서 먹는게 어떻겠느냐 ?’는 제안을 하긴 했지만 그건 장남 동수부터도 자존심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가 거지에요 ? 왜 남의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어요 ? ’ 하긴 70년대면 가난하거나 다른 돌봐주는 식구가 없어 그야말로 거지로 떠돌아다니는 아이를 이따금씩 볼수도 있던 때이기도 하니, 그래도 적어도 아버지도 있고 형제들도 있는 자신들이 ‘거지취급’을 받는 것은 자존심때문에라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인 듯 했다. 동생들에게도 상처가 될 일이지만 고등학생인 동수 입장에서도 그런 식당에 매일같이 찾아가 ‘밥을 얻어먹는 것’은 거지로 보일 것 같아서라도 자존심 때문에 수용할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나름 절충안으로 ‘그럼 용돈을 조금 챙겨줄테니 돈을 조금이라도 지불하면 될 것 아니냐 ?’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 조차도 동수는 수용하지 않았다. - 사실 생각해보면 다른 식당이나 분식집 같은데서라도 사먹으면 될 것 아닌가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매일 삼시세끼를 ‘사먹는 것’으로 해결한다면 그 또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일이 아닐수가 없다. 무엇보다 동수네는 형제가 한명도 아닌 무려 4남매가 아니던가.

 여하튼 이준열의 입장에선 나때문이 아니라 너희들을 위해서라도 엄마역할을 해줄사람이 하나 필요할 것 같아서 한 결심이라고 자신의 재혼문제를 아이들에게 그 당위성을 거듭 설득해보려 했으나 일단 아들 동수와 동호는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었건만 딸 은희와 순희의 결사반대로 한동안 난항을 겪었다. 덕분에 그동안은 엄마없이 자라면서도 그런대로 화목했던 4남매 사이에도 어색한 기류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어쨌든 두 여동생(은희,순희)의 반대로 아버지의 재혼문제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 동수는 그나마 자신처럼 아버지 재혼에 긍정적인 동호를 별도로 불러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집에서 거리가 다소 떨어진 한 공터에 고등학생 형과 국민학교 4학년 동생 형제가 나란히 서서 먼저 동수가 물었다.

 “ 동호야... ”

 “ 응, 형. ”

 웬지 모를 슬픈 눈빛으로 형아를 바라보고 있는 동생 동호. 동수의 말이 이어진다.

 “ 너 형한테 한번 솔직히 말해볼래. 넌 새엄마 생기는거 어떻게 생각해 ? ”

 “ 형...나...난말이지... ”

 은희누나도 없고 동생 순희도 없는 자리에서 그 가운데 끼어있는 동생 셋째 동호의 생각을 한번 듣고싶었던 동수. 그러자 동호는 왈칵 울음부터 터트리며 말한다.

 “ 형...형...난말야... ”

 “ 왜...왜그래 동호야 ? 그냥 니 생각 솔직히 말해보라니까. ”

 “ 나...엄마 갖고싶어. ”

 그 말 한마디가 동수의 마음을 ‘쿵’하고 울렸다. ‘엄마 갖고싶다.’ 철부지 어린아이의 한마디 말로 이보다 더 절실하면서도 간결한 표현이 또 어디 있을수 있을까. ‘새엄마 생기는 것 싫다’며 반발했던 막내 순희의 말 보다도 더 솔직하고 진실한 표현일수도 있으리라. 동수는 일단 울음을 터트린 동호를 달래보려고도 하는데 동호는 그런 형의 품안에서 울먹이며 말을 이어간다.

 “ 나 사실...학교에서 엄마 있는애들 제일 부러웠어. 매일 맛있는 도시락 싸다주시는

  엄마...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싸우면 찾아와서 말려주고 나 괴롭히는 애들 혼내주고

  다쳤을 때 어루만져주시는 그런 엄마...잠에 코야코야 자장가불러주는 그런 엄마...

  나 사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엄마있는 애들이 가장 부러웠다. ”

 “ 어...어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동호야. ”

 이들 4남매의 어머니가 돌아가신게 6년전이니 바로 초등학교 4학년 동호는 유치원에도 들어가기 전의 일이리라. 허나 어쩌면 학교나 이런데서 다른 아이들과 부대끼며 서로의 집을 비교해볼 기회는 별로 없었을 그 어릴때보다 나중에 학교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으리라. 다른건 몰라도 그 부분만은 아이들에게 확실하게 표가날 수밖에 없는부분. 바로 그 설움을 동호는 마치 참았던 그 무엇을 한꺼번에 터트리기라도 하듯 토해내는데 그런 동생의 고백을 지켜보니 형의 마음도 아파올 수밖에 없었다. 동호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형...동호는 엄마 생기면 안 되는거야 ? 아빠가 결혼하셔서 엄마(새엄마) 생기면

  안되는거야 ? 나...새엄마고 뭐고 그런건 다 모르겠고 솔직히 그냥 엄마 생기는게

  좋아. 헌데 누나랑 순희는 왜 다들 싫다고 하는거야 ? ”

 이런 아이의 마음은 또 어찌 이해할수 있을까. 어쩌면 엄마없이 자란 동호에게는 ‘새엄마’가 생기는것에 대한 공포감보다 엄마의 부재로 인한 그로인한 결핍과 굶주림이 더 컸기 때문에 이런말이 나오는것일지도 모른다. 동수가 그런 동호를 한참을 달래고 집으로 데려가고 그리고 동수 역시 뭔가 고민이 많이 되는 듯 혼자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한참을 우러러보기도 한다.

 헌데 은희와 순희도 비슷한 시기에 형제간의 대화를 나눈 동수,동호 형제와는 별개로 ‘자매간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새엄마가 생기는게 싫은 반대파 두명의 목소리다.

 “ 순희야... ”

 “ 응, 언니. ”

 언니가 대체 무슨말을 하고싶어 이 시간에 자기를 별도로 부른걸까. 은희는 일단 없는돈에 간단한 간식거리(대충 사탕이나 쭈쭈바 따위)를 하나 사서 동생의 입에 물려주기도 했는데 철없이 그것을 입으로 쪽쪽 빨고있는 동생을 보며 은희가 말을 건넨다.

 “ 너...언니랑 차라리 어디 멀리 도망갈래 ? ”

 “ 도망 ? ”

 일곱 살 유치원생이면 ‘도망’이란 말의 의미를 알수 있는걸까 모르는걸까. 어쩌면 그 표면적인 의미는 알수 있어도 그 내면에 담긴 깊은 의미까진 이해하지 못할 그 정도의 나이일수도 있으리라. 헌데 언니가 난데없이 대체 어디로 도망을 가자는것인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언니를 바라보는 동생을 보며 은희의 말은 이어진다.

 “ 너도 새엄마 생기는거 싫다고 했잖아. ”

 “ 나 싫어 !!! 신데렐라,백설공주 그런데 나오는 그런 새엄마 생기는거 싫어 !!! 마귀

  할멈같은 계모 생기는거 싫어 !!! ”

 어떻게 보면 ‘엄마가 필요하다’는 제 둘째오빠 동호보다도 더 노골적으로 새엄마에 대한 거부반응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일곱 살 순희. 은희는 그런 순희를 보더니 ‘그만하면 됐다’는 심산인 것인지 뭔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간다.

 “ 그러니까말이야...만약 아빠가...정 우리가 반대해도 끝까지 고집피우시면서 재혼

  해서 새엄마 데려오겠다고 하시면 차라리 우리 둘이 어디 멀리 도망가서 살자고.

  싫은 새엄마 들어와서 같이 사는것보단 그게 낫지 않겠어 ? ”

 “ 어디로 도망갈건데 ? ”

 이제 순희도 은희가 입에담은 ‘도망’의 깊은뜻이 그런대로 이해가 가는것인지, 일단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호기심이나 희망이라도 보이는듯한 눈빛으로 그와같이 묻는 동생을 보며 은희의 말은 이어진다.

 “ 언니...학교 졸업하면 바로 취직해서 돈벌려고. 언니가 학교 졸업해서 돈 벌면 너

  하나쯤은 얼마든지 먹여살려줄 수 있어. ”

 “ 어떤 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 ? ”

 “ 아...저 그...그게... ”

 은희 입장에선 아무튼 새엄마가 들어오는게 싫은것에 대한 동생 순희와의 마음은 확실하게 맞은것이니 그와같은 ‘동지’이기도 한 어린 동생 하나 데리고 무작정 집을 나가면 된다는 생각에 그와같은 말을 한 것인데, 아직 어린 순희지만 국민 학교-중학교-고등학교로 이어지는 학제에 대해선 대충 아는것인지(유치원에서 배워서 알수도 있고) ‘학교 졸업하면’ 이란 전제에 대체 어떤 학교를 졸업하고 그렇게 하겠다는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이 생겨 묻는다. (일단 언니가 지금 중학교 2학년이란 것은 알 것 아닌가.) 허나 막상 동생이 이와같이 물으니 말문이 막히는지 혹은 당혹스러운지 그러나일단 적당히 동생을 납득은 시켜야겠는지 얼버무리듯 말은 이어간다.

 “ 말했잖아. 그러니까 언니 학교 졸업하면 바로 취직할거라구. 그럼 언니가 너 하나

  쯤은 얼마든지 먹여살려줄수 있어. ”

 “ 그러니까 어떤 학교 졸업하면 그럴거냐구 ? ”

 아무리 그래도 일곱 살 어린동생 앞에서 대학이나 고등학교도 아닌 중학교만 졸업하고 취직한다는 소린 차마 못할소리라서인지 그 이상 구체적인 자신의 구상(?)은 입에 담지 못하고 있는 은희. 어쩌면 은희 입장에서도 아직 철없는 마음에 무엇보다 새엄마가 생긴다는 만약의 사태를 고민하다 즉흥적으로 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집을 나가 취직해서 동생을 혼자 먹여살리겠다는 발상이. 하긴 6,70년대는 물론 80년대에도 가정형편 때문에 더 이상의 학업은 포기하고 무작정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돈을 버는 그런 젊은 여성은 적잖이 볼수 있었다. 허나 이건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무작정 상경(上京)’이 아닌 어쨌거나 서울에서 나고 자란걸로 봐야할 은희가 아직 일곱 살난 동생을 데리고 어디 멀리 집을 나가서 (학교도 더 안 다니고) 취직해서 돈을 벌겠다는 그런 발상 아닌가. 어찌보면 다소 위험해 보일수도 있는 생각이라서인지 은희는 일단 순희에게 더 말은 잇지 못하고 있는데 아직 어린 순희는 조금전 언니가 꺼낸 진지한 이야기를 그새 잊어버리기라도 했는지 언니가 사준 아직 다 빨지 못한 사탕만 마저 쭉쭉 빨고 있다.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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