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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소원 (1)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응답하라 ! 1975





 1970년대 중반(대략 75-76년 정도)이면 서울에도 낙후된 지역이 제법 보이던 그런 시기다. 특히 강북에 위치한 전형적인 달동네 마을들의 풍경은 산업화가 막 진행중이던 시기라는 것을 무색케할만큼 낡고 후진 마을들이 적잖이 보였는데, 대략 ‘도봉구’라 이름하여진 북쪽지역의 한 전형적인 낙후된 달동네 마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저기 낡고 후진 1층집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게 보이고 그나마 다행히 그 가운데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이 깔려져있긴 해도 오히려 그 도로정비조차 허술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보도블록을 깐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것인지 여기저기 울퉁불퉁 튀어나온것들이 보여 위험해보이기까지 한다. 안전사고를 우려해서인지 길 가생이에 세워놓은 철사로 된 경계선이나 줄따위는 오히려 그것들에 행여 찔리거나 다치지는 않을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고, 여하튼 그저그런 전형적인 낙후된 달동네 마을. 마을 곳곳엔 어느어느 짐승이라도 지나가다 싸놓은것인지 아니면 철없는 동네 꼬마아이들의 노상방뇨 흔적인지 아니면 혹 낡은 건물들에서 흘러내려온 녹물자국 같은것인지 정체조차 분명치 않은 오물덩어리들이 곳곳에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그늘진곳엔 겨우내 녹지않은 눈이나 얼음덩이 자국이 춘삼월을 지나 오뉴월 봄꽃이 한창 만개할때까지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낡고 후진 마을이건만 그래도 이런데서 나고자란 아이들은 그런대로 환경에 적응이 되는것인지 낡고 후진 그런 풍경에도 아랑곳없이 자기네들끼리 즐겁게 뛰놀기도 한다. 또 그런 꼬마아이들보다 조금 나이가 든 사춘기 중고생들은 그래도 이제 철이 들었답시고 주린배를 달래며 근처 문방구에서 내일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들을 구입하기도 하고 인근 분식집 따위에서 자기네들끼리 떡볶이나 오뎅이라도 떠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 간간이 그러면서 자기네 집안 나이어린 막내동생의 문제나 연세들어가는 부모님 걱정을 하는 모습. 그저 효자,효녀가 따로없네 하는 기특한 풍경이 간간이 보이기도 하는 그런 동네다.

 이준열도 바로 이런 동네에서 어느덧 10년 넘게 살아온 사람이다. 서울에서 택시운전사를 한지 어느덧 10여년 그 이전에는 다른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여하튼 그런 과정에서 이런 달동네 방한칸 정도는 마련할 형편이 되었는지 달동네 마을 중턱 어딘가에 있는 그런대로 쓸만한 집 한 채를 구해 4남매와 함께 지금껏 오순도순 살아오고 있다. 사실 70년대의 택시운전사 한달수입은 웬만한 대기업 말단사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면서 따라서 택시운전사란 직업이 그렇게 박봉에 서민계층은 아니었다는 반론도 있긴 하지만 여하튼 일반적으로 많은이들의 머릿속에 인식되어있는 ‘택시운전사’는 서민에 더 가깝고 친근한 그런 직업이다. (* 사실 필자도 고등학교때(80년대 후반) 같은반에 아버지가 택시운전사인 급우가 하나 있긴 했는데 밑으로 여동생이 있어서 부모님까지 총 네식구였던 이 학생의 경우도 집안살림이 그리 넉넉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준열이 밤늦게 영업을 마치면 들르는 식당이 하나 있다. 바로 준열이 자신이 사는 집으로 가기위해 올라가야하는 길 아래쯤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식당. 사실 준열의 집까지 올라가는길은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 철사로 된 망이나 경계선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준열이 자신의 ‘개인택시’를 몰고 거기까지 올라갈수는 없다. 또 가까스로 올라간다손 치더라도 주차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따라서 택시는 보통 이 인근 안전한 공간 어디쯤에 세워두고 집에까진 걸어서 올라가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마주치는 식당이 하나 있다. 대충 육개장이나 해장국 따위를 파는 그런 식당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동네에선 그런대로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는 집이다. 기억에 아마 준열이 이 마을에 정착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이 식당도 세워진 것으로 아는데, 그러고보면 이 식당도 어느덧 10년째 이 동네에서 영업을 하고있는 셈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지금 현재 나이가 한 40 전후인걸로 이준열이 얼핏 들은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준열은 그 아주머니보다도 4-5살 정도 위인 40대 중반 나이니 적어도 식당주인에겐 ‘오라버니 뻘’은 되는 그런 나이다.

 육개장과 해장국 따위를 만들어 파는 집이니 술 한잔이 떠오르거나 해장을 목적으로 하는 손님이라면 모를까, 젊은 학생들의 입맛에는 잘 안맞는 곳일수도 있다. - 그런 아이들한테는 아무래도 떡볶이나 튀김,만두같은 분식류나 오뎅 같은게 더 입에 맞으리라 – 허나 그런대로 맛있다고 소문이 난 식당이라서인지 학교를 파한 학생들이 가끔 들르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자기네 집에까지 가기전에 그런대로 편리하게 이용할수 있는 그런곳에 위치한 식당이다보니 집안의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집에서 저녁을 먹기가 마땅찮은 아이들이 이따금 이곳에서 한끼 식사를 때우기도 하는듯하다. 그래도 집에 부모는 있어서 몇천원 용돈이라도 챙겨주어 이곳에서 식사정도는 할수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오후께는 간간이 들르는 학생들로 그리고 저녁때가 되면 술 손님으로 한달 영업을 하기엔 그런대로 넉넉한 수입이 유지되는 그런 식당으로 보면된다. 그런 식당에 그 역시 단골인듯한 이준열. 식당안에 들어서서 아주머니께 정중히 인사를 건넨다.

 “ 아주머니, 저 왔습니다. ”

 “ 어서오세요. 이준열씨. 오늘은 많이 늦었네. ”

 “ 택시기사가 늘 그렇죠 뭐. 어서 국밥이나 뜨끈하게 하나 말아주세요. ”

 “ 그래요. 조금만 기다려요 이준열씨. ”

 꼬박꼬박 ‘이준열씨’라고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아서 기사의 이름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듯했고 친분도 어느정도 있어보이는 그런 사이인 듯 했다. 여하튼 준열이 택시기사를 하면서 이 동네에 산지가 어느덧 10년 세월이고 주인아주머니도 여기서 영업을 시작한지 10년 세월이라면, 그리고 그 정도의 시간을 준열이 단골손님으로 있어왔다면 그 정도 친분 정도는 충분이 생길법한 그런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주인 아주머니는 이준열의 집안 사정도 어느정도 알고는 있는것인지 살짝 아는체를 해보기도 한다.

 “ 저기 이준열씨 그리고말야... ”

 “ 왜요 ? 아주머니... ”

 “ 아까 동수랑 동호 학교 끝나고 집으로 올라가는걸 봤는데 말이에요. ”

 “ 학교끝나고 왜요 ? 무슨일이라도 있었던가요 ? ”

 “ 아니, 무슨일이 있었다기보단 멀리서 보니까 동호가 좀 어디 아파보이는 것 같더

  라구. 그래서. ”

 “ 아파요 ? 감기라도 걸렸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런게 걸릴 철도 아니구만... ”

 아이가 아프다는데 아무래도 놀랄 수밖에 없는 이준열. 게다가 지금은 여름철이니 감기 따위가 올리도 없을테고 만약 아침까지도 멀쩡한 모습이었다면 이해할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여하튼 주인 아주머니가 걱정이 되는 듯 꺼낸 이야기에 준열은 잠시후 나온 식사도 제대로 하는 듯 마는 듯 밥이 목구멍으로 쉬이 넘어가지 않는 듯 했고, 그렇게 부리나케 식사를 마치고 허겁지겁 집으로 뛰다시피 올라가는 이준열. 그런 준열의 모습을 주인 아주머니가 뭔가 안쓰럽다는 듯 바라본다.





 준열의 동네에서 육개장과 해장국을 만들어 파는 주인아주머니의 이름안 함수정. 나이는 올해 만 40세로 10년전에 고향인 충청도에서 올라와 지금껏 10년째 이와같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식당을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고향에서 올라올 때 함께 왔던 원래 고향에서부터 ‘언니-동생’하며 친 동기간이나 다름없이 지낸 열 살터울의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이 식당 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열 살차이가 나는 동생이긴 했지만 수정이 혼자 외롭게 자라왔던터에 그 동생을 어릴때부터 무척이나 예뻐해주었고 그런 동생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어느덧 10년째 이러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식당은 육개장과 해장국을 파는곳이지만 아무래도 성격이 그렇다보니 밤늦은 시간엔 불가피하게 술손님을 가끔 받기도 한다. 물론 주 목적이 그런곳은 아니지만 가끔 술이 거나하게 취한 손님이 몰지각한 행위를 벌이기도 한다. 특히 이럴때는 나이도 이미 40대 중년인데다 외모도 투박한 수정보다는 열 살아래의 후배가 봉변을 당하는 일이 이따금 있었다. 후배의 이름은 김소원이고, 얼굴도 곱상한데다 몸매도 은근히 섹시해서인지 술에 거나하게 취한 손님이 이따금 수작을 부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때면 당연히 언니인 수정이 ‘무슨짓이냐’고 막아서긴 했지만 밤마다 이따금씩 겪는 이와같은 일에 소원은 적잖이 난감해하고 있었다. 하루는 이런일이 있었다.

 “ 왜...왜 이러세요 아저씨 ? ”

 “ 에이 참...그러지말고 이리 오라니까. 아까 이야기도 들어보니 아직 시집도 안간

  젊은 아가씨라더만...그러지말고 이리와서 한잔 따라줘요. 에이~~~!!! 거 괜히 좀

  빼지 말고. ”

 “ 이것봐 !!! 무슨짓이야 ? 이딴 수작이나 부릴거면 당장 여기서 나가 !!! ”

 “ 에이...주인아줌마. 왜 그래요 ? 내가 뭘 어쨌다구 ? ”

 “ 뭘 어쩌다니 ? 여기가 무슨 룸살롱이나 유흥업소인줄 알아 ? 술먹고 여자한테

  수작부리려거든 그런데 가서 해 !!! 여긴 엄연히 밥파는 식당이지 그런데 아니라

  구 !!! 어디서 여기서 룸살롱이나 유흥업소 같은데서나 벌일 수작질이야 ? 당장

  여기서 안 나가 ? ”

 “ 에이...아주머니...난 그냥 좀... ”

 “ 술값 안 받을테니 우리 동생한테 수작질 부리려거든 당장 나가라구 여기서 !!!

  쟤 내 동생이나 다름없는애야. 근데 어디서 감히 ? 당신같으면 아무 남자가 당

  신 동생한테 이런 수작 부리면 좋겠어 ? ”

 “ 아니...뭐 어째 ? 아무 남자...동생 ? 아니 근데 이 아주머니가...해보겠다는거

  야 ? ”

 “ 무슨일이십니까 아주머니 ? ”

 그때 마침 식당안으로 들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다름아닌 이준열이다. 준열도 오늘 택시기사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기전 식사나 하기위해 단골인 식당에 들른것인데 그러다 이와같은 행패가 목격된 것이다. 웬 남자까지 들어와 자신을 만류하고 게다가 주인아주머니 역시 당장 경찰에 신고라도 할 듯 나오자 남자는 그제서야 겁이 났는지 주춤하고 만다. 술버릇,손버릇이 좀 나쁜 사내임은 분명해 보였으나 그래도 의외로 겁이 많거나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진 않은 그런 성격임은 분명해보였다. 대충 그쯤에서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꽁무니빼듯 일단 돈부터 지불하고 거스름돈도 받지 않은채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졸지에 주인아주머니와 직원인 소원은 부수입까지 생긴셈이다. 그래서인지 한번 괜시리 씨익 웃어보이는 수정과 소원 그리고 이준열 세사람. 하지만 소원은 그런 가운데서도 표정은 웬지 밝아보이지 않는다.

 “ 흑흑...흑흑흑~~~!!! ”

 식당이나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곳들이 대개 그렇듯 수정과 소원의 살림집은 식당과 붙어있다. 오늘 일을 마치고 가게문을 닫은채 이만 잠을 청하려는데 소원은 아까전에 당할뻔한 봉변때문일까. 방에서 혼자 흐느끼고 있다. 그런 동생의 모습에 놀라 수정이 들어와본다. 수정 입장에선 어릴 때 고향에서부터 친동생이나 다름없이 아껴주고 예뻐해주던 열 살어린 고향후배다.

 “ 소원아...소원아 너 왜 그래 ? ”

 “ 언니...흑흑...언니 나말야 흑흑... ”

 “ 왜 그래 ? 아까 식당에서 그 손님 때문에 그래 ? ”

 헌데 그 말에는 고개를 가로저어보이는 소원. 그리고는 말없이 수정을 한참 바라보는 듯 하다 조심스레 입을연다. 마치 작심하고 하는 듯 내뱉는 한마디다.

 “ 언니...나 그냥 차라리 죽어버릴래. ”

 “ 소원아. 또 왜 그래 ? 그럼 못써. 그런 생각 하는거 아니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

  니 ? 내가 다른건 몰라도 너 행여 그럴까봐 서울 올라오면서 일부러 너까지 데리고

  온건데... ”

 “ ...... ”

 “ 너...이 지경으로 만든 X들에게 분한마음에서라도 억척같이 어떻게든 잘 살아볼

  생각을 해야지. 그런 못된 생각을 한다는게 말이 돼 ? 그건 정말 아냐. 니가 어떻

  게든 악착같이 이 풍진 세상 잘 살아보는게 그X들한테 진정으로 복수하는 길이

  라니까. ”

 “ 다 필요없어. 다 필요없다니까 언니...흑흑흑~~~!!! ”

 수정의 그와같은 위로말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는것인지 다시금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흔드는 모습. 아무래도 아까 당한 봉변이 소원의 내면 깊숙이 자리잡은 트라우마를 건드린게 있나보다. 그래서인지 수정이 착잡한 표정으로 소원의 손을 한번 꼭 잡아보고는 되뇌어본다.

 “ 벌써 그러고보니 16년전 일이구나. 너 중학교때 그런일을 겪었으니말야. ”

 이제와서 새삼 그런일을 곱씹어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인지 16년전 있었던 ‘그런일’을 새삼 입에담은 수정언니가 소원 입장에선 한층 더 원망스러워지기까지 할 지경인데, 수정이 그런 소원을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 말을 건넨다.

 “ 소원아...너 그러지말고... ”

 “ ...... ”

 “ 사실 나도 너 언제까지 이런 식당에서 계속 일하도록 하는거 마음에 걸리긴 했어.

  우리가 하는 식당이 그런데는 아니지만 아무튼 밤엔 가끔 별스런 이상한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하고...헌데 너한테 그런일까지 시키는데 과연 적절한지 그 고민 나 안

  해본거 아냐. ”

 “ 그래서 뭐 어쩌라구 ? ”

 “ 소원아... ”

 수정 입장에선 소원의 신변이나 장래문제를 나름대로 뭔가 생각해둔게 있기라도 한걸까.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문제의 이야기를 꺼내는게 적절한지는 판단이 서지않아 잠시 망설이고 있다. 다만 소원이란 여자의 입장에선 어쩌면 평생을 두고 쉬이 지워지지 않을 그 어릴적 당한 끔찍한 트라우마. 그런게 있는 동생을 아무리 어릴때부터 아끼고 예뻐해주던 후배였기로 언제까지 자신이 이 아이를 계속 책임지고 가야하는지는 수정 입장에선 분명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 게다가 올해 서른살인 소원은 현재 독신이지만 수정은 현재 결혼을 해서 남편과 아이들까지 있는 몸이다. 소원은 어쨌든 어린시절 당한 그런 상처 때문에 지금까지 시집도 못가고 혼자 살아오고 있는 몸이지만 수정은 서울에 올라와서 이렇게 식당을 하면서 한 몇 년 지내다가 그런대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 그 남자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남편은 식당을 하는 아내 수정과 별도로 인근 공장에서 간부급 직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집안 살림도 대체로 넉넉한 편이다. 수정의 남자는 대체로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는 점이 수정 입장에서도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기도 하다. 허나 그런 수정의 문제와는 달리 어린시절 당한 끔찍한 트라우마로 인해 늘상 악몽에 시달리는 소원을 – 게다가 밤엔 가끔 몰지각한 술손님들의 희롱에 늘상 노출되어있는 그런 식당에서 – 언제까지 자신이 끼고 살아가야 하는지 그것은 분명 소원에게도 고민거리였다. 사실 그런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소원도 자연스레 나이도 들고 하면 그런 짖궂은 손님들의 희롱은 더 이상 없으려니 막연히 기대(!)도 했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소원은 나이 서른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곱상한 외모를 갖추고 있어 언제쯤이나 그런 술손님들의 희롱에서 자유로와질수 있을지 그 또한 장담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 게다가 70년대 중반에 나이 서른이면 꽤나 노처녀 취급을 받을 그런 시대이기도 하다.) 수정은 일단 악몽에 시달리는 소원을 겨우겨우 진정시켜 재운뒤 한참을 물끄러미 그녀를 말없이 바라본다. 소원을 생각하논 고향언니로서의 마음이 있는 그대로 우러나는 한 장면이라고나 할까. 소원이 쿨쿨 편안히 잠들어있는 것을 겨우 확인하고는 방을 나온 수정은 이미 깊어버린 밤하늘을 말없이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 이준열씨, 우리 진지하게 이야기좀 할수 없을까요 ? ”

 하루는 고심 끝에 수정이 준열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어차피 준열이야 택시기사를 하면서 늘 밤늦게 귀가를 하니 그 늦은시간에 길게 이야기하긴 적절치 못할터이니 낮에 시간이 날 때 짬을 좀 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준열은 영업을 안하고 쉬는날 수정의 식당을 찾았다. 수정은 그날 술대신 자신이 직접 탄 따끈따근한 커피를 내오며 준열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이야기의 주제가 그만큼 중요한 대화니만큼 술취한 정신으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했기에 이와같은 판단을 한 것이다. 그래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나누며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진다.

 “ 헌데...준열씨 지금 아이가 모두 몇이라고 했었죠 ? 넷이라고 했던가요 ? ”

 “ 모두 넷이죠. 2남2녀. 큰애 동수가 고등학교 2학년, 둘째가 딸인데...큰딸이죠 그

  러니 첫째가 큰아들이고 둘째는 둘째면서 큰딸, 그러니 둘째 은희가 중학교 2학년

  그리고 셋째가 사내놈인데 그 아이 동호가 지금 국민학교 4학년 그리고 막내로 귀

  여운 늦둥이 응석받이 막내딸이 있는데 이름은 순희로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일곱

  살입니다. ”

 “ 그렇군요... ”

 고개를 끄덕이는 수정. 그리고는 준열을 사뭇 딱하고 안된다는 듯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이제 한참 사춘기인 아이들부터 아직 한참 자라야할 엄마손길이 필요한 아이까지

  그렇게 넷...그 아이들 키우느라 참 많이 어렵고 힘들었겠네요 헌데 사별한지는 이

  제 꽤 되지 않았어요 이준열씨 ? ”

 “ 어느덧 5년 넘어 6년이 되어가죠. 그 사람 막내딸 낳고 한 1년을 시름시름 앓다

  가 아무래도 형편이 안되다보니 약 한첩 제대로 못 써보고 세상을 떠났고...그리고

  그후 저 혼자 네아이 키우며 살아왔습니다. ”

 “ 그랬군요...안사람 떠난지가 벌써 그렇게... ”

 “ 왜요 ? 저 재취자리라도 하나 추천해 주시게요 ? ”

 ‘재취(再娶)’의 사전적 정의는 ‘다시 장가드는일’이니만큼 이럴 때 그 주체는 어디까지나 남자가 된다. 허나 ‘재취자리’라고 할때는 재혼을 희망하는자의 안사람 자리 정도의 의미가 될테니 이럴 때 주체는 여자가 되어야한다. 약간 혼돈이 느껴지는 표현이긴 하지만 아내를 잃은 남자 입장에서 자신의 재혼문제를 저와같이 표현하는게 그렇게까지 어긋나는 표현은 아닐 것이다. - 가령 예전엔 혼기를 놓친 나이많은 여성이나 성폭행 피해여성을 안쓰럽거나 딱히여겨 주위에서 ‘재취자리로라도 (시집을) 보내는게 어떻겠느냐 ?’고 권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여하튼 수정이 이미 화두를 이와같이 꺼낸이상 결국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함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대뜸 준열이 이와같이 물은것인데, 그런 것을 보면 준열도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은 눈치인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평상시 비교적 눈치가 빠른편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준열이이기도 하다. 가령 ‘무던하다’든가 ‘무심하다’는 평가를 자주 듣는 그런 성격의 인물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것이 이준열이란 인간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런 준열이 막상 어느덧 10년지기이기도 한 수정에게서 이런말을 들으니 어떤 복잡한 감정이라도 이는지 약간 한숨을 섞는 듯 하고는 말을 이어간다.

 “ 뭐...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집사람 잃었을때는 그저 모든 것이 막

  막하기도 하고 하늘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는데...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

  엇보다 집에 여자없이 혼자 애 넷 돌보며 사는게 보통일이 아니더라구요. 무엇보다

  저 하는일이 택시기사로 아침일찍 일나가서 밤늦게 들어와야하는 그런 몸이다 보니

  한달에 한번 쉬는날 제외하곤 사실상 애들과 제대로 대화나눌 시간조차 없는 그런

  몸이었어요. 지난 6년...아니 택시기사로 일한 10년의 시간 그 자체가 그랬죠. 뭐

  형편이나 좀 넉넉하면 파출부라도 들여 애들 밥이라도 해주게 하든가 할텐데 저야

  뭐 일개 택시기사가 그럴 형편도 못되고...그냥 제가 지난 10년 저 아이들 넷 키우

  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그 많은 사연을 일일이 다 이야기하자면 진짜 그거 하나로

  장편소설 하나 써야할겁니다. 허허허허... ”

 새삼 여러 가지로 복잡한 회한이 이는지 그와같이 말하고는 너털웃음을 흘리는 이준열. 하지만 그 웃음은 그 내면에 수많은 사연과 한이 담겨있는 한많은 웃음이리라. 그런 준열을 바라보며 수정이 다시금 말을 건넨다.

 “ 그래서 제가 이준열씨를 좀 보자고 한거에요. ”

 “ 왜요 ? 아이가 넷이나 되는 나이 40대 중반의 늙은 홀아비라도 상관없다는 그런

  정신빠진 여자가 있기라도 하답니까 ? ”

 이런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비록 체념조이긴 하지만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여하튼 공연히 말 빙빙 돌릴 것은 없다는 판단을 했는지 수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 긴 이야기로 시간끌 것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준열씨 우리 소원이 어떻게 생

  각해요 ? ”

 “ 네...소원씨를요 ? ”

 순간 준열은 당황하는 눈빛이 된다. 사실 이 식당 10년 단골을 하면서 준열과 식당주인 수정은 물론 직원으로 일하는 소원과도 그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어있었다. 피차 상대방의 사정은 어느정도 알고있는 그 정도의 사이라고나 할까. 무엇보다 수정은 자신의 고향동생이고 후배이기도 한 소원에 대해 이미 이전에 가끔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뭔가 평상시 말수도 적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 하는 것 같지도 않은 묵묵히 일만하는 그런 소원을 가리켜 수정은 준열에게 이런식으로 말한적이 몇 번 있다. ‘실은 어릴 때 상처를 좀 입은일이 있어. 그러니 그걸 준열씨가 좀 이해해줘.’ 하는식으로. 그 말의 의미를 준열이 평소 눈치가 좀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해 못했을수도 있는데 여하튼 눈치는 제법 있는편이란 평가를 받아온 그런 준열이라서인지 그 말뜻을 충분히 짐작할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소원이 가끔 밤중에 술버릇 나쁜 손님들에게 희롱을 당하려하면 구해주기도 한 그런일이 있기도 한 준열이 아닌가. 사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준열과 소원의 사이도 어느정도 가까워져 있다고 할수도 있는 사이라고 할수 있었지만 다만 피차간의 처지가 처지라서인지 차마 그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헌데 그렇게 피차 서로의 마음을 차마 전하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수정이 직접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려고 나선것이라고나할까. 다만 막상 그렇게 재혼의사를 물어본 수정에게서 언급된 이름이 소원임을 알자 준열이 되려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 저야 뭐...소원씨 정도면 과분하지만...소원씨가 괜찮을련지... ”

 “ 아유, 무슨 그런 소리를 다해 ? 이준열씨가 어때서 ? 오히려 과분하다면 준열씨가

  우리 소원이에게 과분한거지. 솔직히 우리 소원이처럼 시골 촌구석에서 자라 세상

  물정 모르고 자라온 그런 아이가 어디서 준열씨같은 사람 만나 ? 그만하면 성실하

  고. 예의바르고... ”

 “ 하하...갑자기 무슨 그런 과찬의 말씀을 다...제가 오히려 민망하네요. 그만하시죠.

 ”

 그런식으로 이야기가 나온것이긴 하지만 여하튼 준열이 소원에게 평상시 마음은 없지 않았던 듯 하다, 수정이 이미 두 사람 사이를 중신(?)이라도 서듯 나서니 그간 망설이던 부담이 조금은 덜해진것일까. 그로부터 시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우연인지 필연인지 준열은 소원과 단둘이 이야기나눌 시간을 갖게 되었다.

 “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모자라는 사람이란 것 모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전

  이미 상처한 몸으로 아이도 하나,둘이 아닌 넷이나 있고... ”

 “ ...... ”

 “ 사실 그런 몸으로 함부로 재혼의사 밝히는 것 쉽지 않은일이죠. 제정신 가진 여자

  가 어디...그나마 돈이라도 많다면 모를까...저같은 일개 택시기사가 애까지 넷이나

  있는 홀아비의 몸으로 이리 살아가고 있다면...재혼같은건 진짜 꿈에도 생각 말아야

  하는건데... ”

 “ 솔직히...많은 시간을 고민을 했었어요. ”

 준열 입장에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자 저와같이 운을 띄운것인데 헌데 거기에 처음엔 별다른 대꾸가 없던 소원이, 혹시 이런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해서 초조해지기까지 한 가운데 소원이 다소 엉뚱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준열은 의아함과 조마조마한 마음이 함께 겹쳐 어쩔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소원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저...솔직히 이렇게 성치못한 몸으로 언니네 식당에서 얹혀사는 처지로...언

  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하나 많은시간 고민도 했고요... ”

 “ ...... ”

 “ 솔직히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버티기 너무 힘든 시간이었을테니) 그냥 확 어디 가

  서 아무도 모르는데로 가서 혼자 죽어버리자 그런 생각도 안해본건 아닌데. ”

 “ 소원씨 !!! ”

 마치 자신의 인생을 정말 체념이라도 한 사람인 듯 그와같이 소원이 나오자 준열이 당치도 않다는 듯 이와같이 발끈했고, 소원은 슬픈 눈빛과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고 있다.

 “ 헌데 막상 그런 생각을 하고서도...결심을...실행에 옮길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그

  래서...난 진짜 죽을 용기도 없는 그런 여자구나. 하는 생각에 한탄하기도 했고...정

  말이지 자살도 보통 용기를 내지 않고서는 못하는 그런것이더라구요. 그래서... ”

 “ 소원씨...그 무슨 당치도 않은 말씀을... ”

 “ 그럼 죽을 용기도 없다면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야할텐데...대체 앞으로 뭘 어찌 살

  아가야할것인지...참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서...막막하더라구요. 언제까지...그래

  도 지금까진 그래도 마음씨 좋은 고향언니가 있어서 절 지금껏 거두어주긴 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신세지며 살아야하나 많은 고민도 했고요. ”

 “ 소원씨... ”

 소원의 이런 모습이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학하는 말처럼 들려서일까. 준열이 일단 그런 소원의 입을 막는다. 그리고 그녀를 설득이라도 하듯 말을 이어간다.

 “ 제가 소원씨의 상처와 아픔을 모르진 않는데 – 다만 그걸 이 자리에서 굳이 언급

  하진 않겠습니다. - 허나 소원씨는 죄가 없잖아요. 소원씨는 잘못이 없잖아요. 그런

  데 왜 소원씨가 그런 자신을 자책하고 자학하며 평생을 살아가야 하나요 ? 소원씨

  한테 몹쓸짓을 한 그 X들이 천하의 죽일 몹쓸X들인것이지 소원씨는 잘못이 없잖아

  요. ”

 “ 하지만 그렇다고 뭐 어떡하나요 ? 그렇다고 저같은 여자가 달리 살아갈 뾰족할 방

  도가 생기는것도 아닐텐데... ”

 “ 제가 그럼 소원씨 인생을 책임져 드리면 안될까요 ? ”

 “ 예 ? ”

 “ 소원씨 인생을 제가...아니 주제넘게 그런 이야기는 입에 담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부족하다면 애가 넷이나 딸린 40대의 홀아비인 제게 한참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죠

  어떻게 소원씨가 부족한 여자가 될수 있나요. 아니에요, 전 그렇게 생각 안해요. 소

  원씨야말로 진정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천사같은 여자에요. 만약 그런 소원씨

  가 제 남은 여생의 동반자가 되어주신다면 그게 제가 오히려 무릎이라도 꿇고 감사

  의 큰절을 올릴일이지 어떻게 소원씨에게 제가 과분한 몸이 될 수가 있나요. 아니

  에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소원씨가 제 마음을 받아주신다면 제가 더더욱

  기쁘고 감사할일이지 소원씨는 절대 부족하거나 못난 존재가 아니에요. 아니, 소원

  씨야말로 이 세상 누구와도 비할수 없는 그런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여자. 맑은

  눈빛을 가진여자. 소원씨는 그런분이에요. 그리고 그런 소원씨가... ”

 “ ...... ”

 “ 그런 소원씨가 제 남은 인생을 책임져 주신다면 이 한몸 불살라 소원씨를 위해

  한번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하겠습니다. 그러니 소원씨... ”

 “ ...... ”

 “ 소원씨가 한번 제게 그런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소원씨가 제 인생을...아...아

  니 제가 소원씨 인생을...아...아니 그 어느쪽이 되었든 만약 소원씨가 제 아내가 되

  어주시기만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전 한없이 기쁘고 감사해할것입니다. 그러니

  소원씨, 부디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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