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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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엄지 (8)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한편 연태는 연태대로 딸 문제에 관한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딸 혜정을 아무리 말리고 설득해도 안되고, 그렇다고 딸이 오윤석이란 학생을 처음 만나게 된 그 대진교란 종단을 찾아가본다한들 그곳에서도 달리 뾰족한 대책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심지어 오윤석이란 학생을 직접 만나 아직 미성년자인 그를 어른으로서 좋은말로 잘 타이르고 논리적으로 잘 설득해보려해도 소용없으니 이제 인위적으로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놓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나름 결단을 내린 연태는 하루는 딸 혜정의 방에 들러 통보라도 하듯 말했다.

 “ 유럽으로 떠나라. ”

 “ 네 ? ”

 “ 아빠 친구중에 독일에서 미술계통 관련한 일에 종사하는 분이 계셔. 그러니 그 사

  람에게 부탁해 더 유럽에서 디자인 공부라도 할수 있도록 좀 배려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런대로 괜찮은 디자인학교를 추천하더구나. 그러니 거기가서 공부해. 유

  럽에서 한 2-3년 마음 정리하고 공부하다보면 너도 새로운 인생길이 트이고 기회

  가 생길수도 있는것이고 그 오윤석이란 아이에 대한 감정도 자연스레 정리될게다.

  그러니 잔말말고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해. ”

 “ 아빠, 도대체 이게 갑자기 무슨 황당한 말씀이세요 ? 그리고 무엇보다 난데없이

  제가 무슨 디자인공부를 해요. 저 원래 그런데 관심도 없던 사람이에요. 근데 무슨

  난데없이... ”

 “ 이것아 !!! 누군 처음부터 다 세상만물에 관심 갖고 그렇게 되는건줄 알아 ? 다

  그렇게 살면서 이것저것 접해보고 경험도 쌓고 하다보면 그러다 자연스레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생기고 관심분야도 생기고 그러는거지. 그러니 잔말말고 유럽으로

  떠나서 공부해. 그러면서 차분히 마음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찾다보면 길이 트일게

  다. ”

 “ 아빠... ”

 “ 너 그리고 대학 졸업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여태 취직도 않고 이러고 있

  어. 그건 생각안해봤니 ? 그리고 니 엄마 말마따나 이 애비 나이도 어느덧 환갑이

  야. 근데 언제까지 이 애비 힘으로 너 먹여살릴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 그러니...꼭

  그 오윤석인지 뭔지 하는 X 문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너한테라도 새로운 인생길...

  너 혼자서라도 자립해서 먹고살수 있는길 찾아주려고 이러는거야. ”

 연태는 거듭 철없는 딸을 다그치듯 말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엔 여전히 ‘오윤석과의 결혼’에 관한 생각만으로 꽉 차있는 혜정이라서인지 그와같은 아버지 말은 도저히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딸의 마음을 연태도 이젠 모르지는 않는지라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다시 한마디 덧붙인다.

 “ 그래도 애비가 다 생각해서 이런 방도를 찾아본거야. 그렇다고 니가 이 판국에 무

  슨 선을 보게 한다고 그걸 들을 것도 아니고 자칫 니가 거기서 입이라도 잘못 놀리

  면 무슨 사달이 더 벌어질지 몰라서 이러는건데...그리고 무엇보다...다 몸이 멀어지

  면 마음도 멀어지게 되어있는거야. 다 인생 60-70년씩 살아본 어른들이 하시는 말

  씀이야. 너도 살다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세상에 왜 있는지 깨닫게 되는날이 올게

  다. ‘옛말 하나 틀린 것 없다’는 소리가 괜히 있는게 아냐 !!! 그러니 잔말말고 유

  학떠나. ”

 “ 싫어요 !!! 저 안가요 !!! 제가 대체 지금 난데없이 외국을 왜 가요 ? 더욱이 디

  자인에 관심 없던건 그렇다치더라도 외국어도 제대로 못 하는 제가 외국가서 무슨

  공부를 해요 ?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시려거든 그만 나가주세요. ”

 “ 아니 근데 너 정말...이 애비 진짜 한번 화내는걸 보고싶어 이러는게냐 ? ”

 “ 화는 이미 다 낼대로 내셔놓고 무슨 화를 더 내요 ? ”

 어쨌든 혜정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말주변이 좀 늘긴 한걸까. 연태에게 따져드는 모습이 과거에 비해 사뭇 솜씨가 있어졌다는 느낌마저 들 지경이다. 연태는 그런 혜정의 모습에 어이가없기도 하고, 다만 더 이상 긴 말 필요없다는 듯 만약 정히 딸이 계속 거부하면 강제로라도 외국에 보낼 생각이라도 있는양 말하고 방을 나와버린다. 혜정은 짜증스럽게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 그러게 당신은 왜 그 처음에 무리하게 그런걸 추진해가지고... ”

 “ 왜 또 저한테 그러세요 ? ”

 연태는 방에서 아내 순규가 혜정이 아직 2학년일 때 너무 섣불리 맞선을 추진하려고 했던일을 입에 담으며 아내를 나무랐다. 벌써 그 이야기가 몇 번째인지 몰라 아내도 아내 나름대로 짜증을 내듯 대꾸했고, 그런 아내 순규를 보며 연태는 말을 이어간다.

 “ 여하튼 애가 그때부터 비뚫게 나가기 시작했으니 그러는거 아냐 ? 그러니 정말...

  그때 일만 아니었어도... ”

 연태는 확실히 딸이 비뚫게 나가기 시작한게 그때 아내 순규가 막내딸의 맞선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했던 그때부터로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사실 틀린말도 아니다. - 그 이전까지만 해도 혜정은 윤석에게 그저 회관에서 만난 나이차 좀 나는 친한 동생 그 이상의 의미로 생각하진 않았었다.) 여하튼 그런 혜정에게 딱히 의지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할곳이 마땅치 않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윤석에게 계속 간절히 매달리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것 같은데, 그러니 생각해보면 그 시발이 거기서부터였다고 생각해도 무리한 분석은 아닐듯하다. 여하튼 딸 문제로 약간의 말다툼까지 오가서인지 연태부부는 편치않은 심정으로 등까지 돌린채 잠자리에 들기까지 했는데, 그런일이 있은 얼마후 진짜 큰 사달이 나고야말았다.

 연태의 집은 현재 연태의 세 아들은 모두 결혼을 해서 각자 따로 나가 살고있고 지금은 막내딸 혜정과 부모 그렇게 세식구만 살고 있다. 평일엔 가끔 가사일을 돕는 파출부 아주머니가 오기도 하지만 여하튼 달랑 세식구만 살기엔 이제 커보이는 집이기까지 하고, 무엇보다 휴일엔 이제 다소 적적하고 무료한 느낌마저 드는 집. 그래서 의외로 허점이나 허술한 구석이 많이 보이는 그런 집에서 혜정은 비밀리에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 혜정아, 혜정아 아직 자니 ? ”

 아침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딸이 2층에서 여전히 내려오지 않자 엄마 순규가 의아해서 올라가보았다. 딸이 어느덧 대학을 졸업하고 1년째 백수로 있기도 하고, 게다가 딸이 성격이 좀 까칠하고 말을 안들어서 그렇지 적어도 늦잠을 자거나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아침때가 되도록 2층에서 내려오지 않으니 의아해서 올라가본 것이다. 오늘이 마침 휴일이기도 하지만 혜정은 현재 무직자니 그런게 그리 큰 의미도 없을터이고 무엇보다 간밤에 무슨 할 일이라도 있거나 늦게 잠자리에 들만한 이유는 더더욱 없었을터. 그래서 한층 더 의아해진 순규가 딸 방을 열어보았다. 헌데 그때 이미 혜정은 방안에 없었다.

 “ 이상하다...얘가 어디로 갔지 ? ”

 화장실에 있거나 아니면 이미 일어나 씻고있는 중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2층 욕실이 비어있는채로 반쯤 열려있는게 바로 눈에 띄어서 그건 확실히 아닌듯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욕실문을 활짝 열어보기까지 했는데 딸이 지금 거기 있는게 아닌것만 보다 확실히 확인하고만 말았다. 다른방이나 베란다에도 보이지 않고 의아해서 다시금 딸 방에 들어가보았으나 역시 이상한 구석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 설마 얘가...에이...아니겠지... ”

 일반적으로 가출을 했다면 최소한 부모나 식구에게 자기 입장을 밝히는 쪽지 한 장 정도는 남겨놓고 가는게 흔히 보는 가출 현장의 모습이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런식의 편지나 쪽지도 보이지 않는 혜정의 방. 혜정이 무슨 아침운동 같은 것을 즐기는 편도 아니니 그럼 다른 볼일이라도 있어 외출을 했나. 일단 빈방에선 달리 이상한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어 다시 나와서 남편하고만 아침식사를 한 뒤 시간이 좀 지나도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더더욱 이상해서 순규는 다시금 2층으로 올라가보았고 하지만 그때까지도 이상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 혹시 얘가... ”

 만약 다른 볼일이 있어 외출한것이라면 그래도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면 집에 들어오긴 할텐데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2층이나 넓은 집안의 다른곳까지 뒤져가며 거듭 확인해봐도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여하튼 그 오윤석이란 학생과의 관계 문제로 어느덧 지난 반년 가까이 그 난리가 벌어졌는데 ‘가출 가능성’ 여부를 그제서야 생각한걸보면 순규도 생각보다 둔한 구석이 좀 있는듯하다. 여하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2층으로 올라가보니 혜정이 평소 입던 옷가지며 이런저런 물품 따위가 보이지 않는 것이 확인이 되었다. 결국 순규는 혜정의 가출사실을 그제서야 확인한 셈이다.

 


 “ 여보 !!! 큰일났어요 !!! 혜정이 이 망할것이 아무래도 집을 나간 것 같아요 !!! ”

 하지만 혜정의 가출사실을 뒤늦게 알고 연태부부가 난리가 났을때는 이미 혜정은 두 사람의 사정권을 훨씬 벗어나 있었다. 만약 혜정이 가출하는 것을 부모에게 들키지 않기위해 새벽 5-6시쯤 집을 나갔다면 일요일 아침식사를 연태부부가 늦으감치 한 오전 8시쯤 했다면 이미 이때 혜정은 집을 나간지 두세시간 정도가 지난뒤의 일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다시금 혜정의 방안을 뒤져볼때가 오전 10시 정도로 친다면 이미 다섯시간이나 지나있을때다. 사실 이때 이미 지혜정은 서울에 없었다. 오전 이른 시간에 이미 혜정은 서울역 대합실에 윤석과 함께 있었던 것이다. 각자의 짐을 챙겨들고 그곳에서 만난 두 사람. 혜정은 윤석을 꼬옥 끌어안는다.

 “ 윤석아... ”

 막상 이렇게 되니 오히려 뭔가 해방이 된 기분이라도 만끽하는것일까. 아니면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선택하고픈 것, 자신이 원했던길을 택한것만 같아 그로인한 기쁨과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윤석과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 한없이 편해오는 혜정의 감정. 윤석의 옷 양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다시금 꼭 끌어안은 혜정은 ‘포근하다’는 말을 연발한다. 윤석은 혜정의 눈물을 닦아주고 함께 가방을 들고 기차역 개찰구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연태부부가 혜정의 가출사실을 알았을때쯤엔 이미 목포행 기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지난 여름 일주일동안 함께 떠났던 목포. 사실 그것외에는 두 사람 다 딱히 목포와 어떤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무작정 부모나 가족 또는 어른들의 간섭이 없는 어느 먼곳으로 떠나기로 한 이상 그나마 지난 여름에 갔었던 그 목포가 상대적으로 조금이나마 익숙해 있어서 그런지 행선지를 그쪽으로 정한 것이다.

 “ 윤석아... ”

 목포행 기차안에서 윤석의 손을 꼭 잡고 그의품에 안긴 혜정. 정말이지 혹 30여년만에 상봉한 이산가족의 애틋함이나 간절함인들 이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혜정의 윤석에 대한 감정은 그만큼 절실하고 간절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윤석의 손을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않은 혜정의 마음. 그런 혜정의 마음을 실은 기차는 머나먼 목포를 향해 호남선으로 가는 속도를 한층 높이고 있는중이다.

 그렇게 사라진 혜정과 윤석의 사태로 인해 무슨 나비효과마냥 윤준식에게 이상한 불똥이 떨어졌다. 윤준식은 이때 대진교 산하의 문화재단 사무업무를 맡는 간사로 있었는데 그 준식을 하루는 서울회관 청년사가 부른 것이다. 그리고는 지혜정과 오윤석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사실 준식 입장에선 좀 난감한 일이었다. 준식은 이때 대진교 산하 문화재단 사무간사로 있으면서 평상시에는 재단과 관련한 사무업무를 맡으면서 간간이 청운회와 관련한 허드렛일이나 심부름을 도맡아하기도 했지만 대개 주어지는 업무가 이런식으로 준식 입장에선 다소 난감한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혜정과 윤석의 뒤를 밟고 뒷조사를 하란소리 아닌가. 사실 원래 준식은 청운회 시절부터도 청운회 멤버들과 그리 원활한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임무가 자신에게 자꾸만 주어진다는 것이 결국 그네들과의 관계만 더 불편해지게 만들것이란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이런 난감한일을 자꾸 자신에게 맡기는 것을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허나 어쨌든 어른이 시키시는일 거절할수도 없는터. 결국 윤석과 혜정의 행방을 자신이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혜정의 아버지 지연태까지 준식을 찾아와 진지하게 자기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했으니 더더욱 그 일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허나 솔직히 사막에서 바늘찾는일이나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일인들 이보다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감한 일이었다. 솔직히 준식이라고 해서 딱히 윤석과 혜정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이 아니니 이들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것인지 그 행방을 알아낸다는 것은 실로 막연한 일이었다. 차라리 요즘처럼 인터넷에서 신상털이라도 할 수 있는 시대라면 모를까. 93년 정도면 아직 하이텔 같은 pc통신 매체 정도가 중산층 이상의 젊은세대들에게 ‘신세계’처럼 붐이 일고 있는 수준이었고 당시의 pc통신으로 얻어낼수 있는 정보라고 해봐야 지금의 인터넷하곤 비교도 안 될 수준이었다. 게다가 혜정과 윤석의 관계는 글자그대로 사적인 일탈행위이니 그들의 정보를 pc통신이 아니라 인터넷이 있는 시절이라 한들 알아낼수 있는 방도가 있을까.

 따라서 청년사의 부탁에 지연태까지 찾아와 진지하게 애원까지 해 마냥 외면할 수가 없는 일이라 결국 자신이 직접 나서보기로 했는데,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별다른 성과가 없어 난감해하고 있을때쯤 뜻밖의 제보를 하나 듣게되었다. 지혜정과 오윤석을 봤다는 이야기를 한 서울회관 청운회 회원으로부터 듣게 된 것이다.

 “ 야, 지혜정과 오윤석 둘이 웬 축구경기장에 있더라. 나 시합중계 보다가 봤어. ”

 이야기는 서울회관 청운회 간부를 역임한 정승원이란 회원으로부터 들을수가 있었는데 서울회관 청운회 출신들끼리 모여 술을 한잔 하는 자리에 승원이 우연히 참석해서 들려준 이야기인 것이다. 준식이 이때 혜정과 윤석의 뒤를 밟는중이란 사실을 전혀 알 리가 없는 정승원은 별다른 문제는 아니라는 듯 태연자약하게 그와같은 자신의 혜정과 윤석 발견사실을 말했고 바로 눈에서 불이 일어난 준식이 추궁해 물었다.

 “ 아니 대체 어디서 봤다는거에요 ? 자세히 말좀 해봐요. ”

 “ 아니, 난 그냥...집에서 축구경기 보고 있는데...휴식시간에 TV에서 관중석을 잠시

  비치는데 웬 낯익은 얼굴이 나오더라구. 보니까 혜정이랑 윤석이던데. ”

 “ 언제에요 그게 ? 대체 어느 경기장이냐구 !!! ”

 거듭된 추궁에 승원은 자신이 본 축구경기와 날짜를 말했고 준식은 방송국에 전화까지 걸어 해당 축구경기가 중계된 시간과 그리고 경기장 위치까지 확인을 하였다. 그리고 일단 그곳으로 가보았다.

 사실 좀 황당한 일이긴 하다. 축구경기를 한 때로부턴 이미 날짜가 한참 지난때이고 또 경기장 관람이야 먼 거리에서도 얼마든지 올수 있는것이니 경기를 봤다고 해서 꼭 인근지역에 혜정과 윤석이 산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가령 목포라든가 그렇게까지 멀리 가지는 않고 기껏해야 서울이나 경기 근교지역에 두 사람이 있을것이란 추정은 그래도 어느정도 가능하기에 그곳을 중심으로 추적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 사실 그전까지 회관이나 청운회원들을 중심으로 윤석과 혜정이 갈만한곳을 수소문해보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두 사람 다 청운집회에 참석하지 않은지는 꽤 된 사람들이니 지금이라고 해서 그 사람들이 둘의 행방을 알리도 없고 또 혜정과 윤석 입장에서도 과거 청운회원들에게 도움을 청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 않은가. 따라서 그 방면으로는 별다른 소득이 없어 허탈해하는 가운데 그와같이 새로운 정보를 얻을수 있었던 것이라 일단 문제의 축구경기장 주변주역을 중심으로 두 사람의 행방을 탐문해보기로 한 것이다. 준식이 무슨 범인 수사같은 것을 하는 형사나 정보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흥신소 같은데서 일한 경력이 있는것도 아닌데 졸지에 그야말로 사람 행방찾는일에 전념을 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하튼 알 수 없는 하늘의 도우심이라도 있었는지 준식의 예감이나 느낌이 – 아니면 신기라도 있던가 -.- - 통하기라도 했는지 자신이 예상했던대로 윤석과 혜정의 행방을 문제의 축구경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서 찾을수가 있었다. 헌데 생각해보니 좀 의문이 가는일도 있었다. 평소 혜정이나 윤석이 축구경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문제였다. 물론 남자야 축구나 야구같은 운동경기 관람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니 윤석의 경우엔 혹 축구팬이라고 해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지만 휴일에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평범한 경기 관람을 위해 여자친구까지 데려올 정도면 여하튼 윤석도 평상시 축구를 제법 좋아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쨌든 그런 축구팬이기도 한 오윤석과 그의 여자 지혜정의 행방은 그런식으로 윤준식의 레이다에 포착이 된 것이다.





 윤석은 이때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서 단칸방에 세를들어 살고 있었다. 한편 윤석은 연태에게 호언장담을 한것처럼 낮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뛰고 밤에는 또 다른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었다. 사실상 새벽같이 나가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그와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던 셈인데, 여하튼 이제 한 여자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그 역할은 그런대로 다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었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막상 그렇게 윤석과 살게된 혜정은 매일같이 술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토록 소원하던 오윤석과 함께하는 시간을 이룬 셈인데, 그럼에도 무슨 못마땅하거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는것인지 아니면 혜정의 아버지 연태가 말했던것처럼 그래도 그만한 잘사는 집에서 경제적인 부족함은 모르고 살아오다 갑자기 단칸셋방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다보니 견디기가 힘든것인지 아니면 새벽같이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 윤석으로 인한 힘든 심리를 그와같이 표출하는것인지 윤석이 아침일찍 출근을 하고나면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 몇병을 사서 그것으로 혼자 방안에서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곤 하는 모습이 동네 주민들에게 자주 목격되었다. 하루는 밤늦게 퇴근을 한 윤석도 그렇게 술에 쩔어 곯아떨어져 있는 혜정의 모습에 기가막혀했다. 어지간해서는 다섯 살 많은 누나이기도 한 혜정을 그런대로 이해해주고 싶었던 윤석이건만 그런 윤석도 더 이상 참기힘든 지경에 이른것인지.

 “ 누나...누나 저 왔어요. ”

 사실 두 사람이 아직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한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아직은 서로 부부나 동거를 하는 사이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이전에 친한 누나와 동생처럼 지내는 그때의 호칭과 느낌이 익숙해서인지 윤석은 혜정을 누나라고 부르고 있었고, 혜정의 윤석에 대한 호칭도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래도 곯아떨어진지 시간은 꽤 지나서인지 흔들어 깨우는 윤석으로 인해 정신을 좀 차린 혜정은 알 수 없는 헛소리를 주절거린다.

 “ 헤에...윤석이 왔냐 ? 윤석이 왔어 ? 헤에... ”

 “ 누나...정말 왜 그래요 ? ”

 보니까 싱크대에 대충 먹다남은 밥그릇인지 반찬그릇인지가 대충 어질러져있고 집이 넓은것도 아니고 방으로 쓰는 공간 바로 옆에 싱크대와 찬장이 놓여있기 때문에 그 음식찌꺼기 냄새하며 악취들이 바로 풍겨오는등 ‘지저분한’ 느낌이 바로 들 수밖에 없는 방이다. 보다못한 윤석이 일단 설거지라도 하기위해 씽크대로 가는데, 밤늦게 들어와서도 그렇게 정리작업부터 하는 윤석이건만 혜정은 그 사이 비틀거리며 뒤에서 다가와 살짝 그를 안아보기까지 한다.

 “ 헤에...윤석아... ”

 “ 아이참...누나 왜 그래요 ? 저리좀 가 있어요. 나 이것부터 좀 치우고... ”

 “ 헤에...헤에...윤석아...너 누나한테 맘 변한거 아니지 ? 너 나한테...마음 변하면

  안된다. ”

 “ 알았으니 그만하고 좀 저기가 쉬든가 해요. 나 원 세상에...이건 뭐 술주정도 어

  디 하루이틀이어야 견디고 받아주던가 하지. ”

 윤석은 대충 설거지 작업을 마치고 그리고는 자신도 피곤하기 때문에 씻을 생각도 못하고 대충 이부자리를 깔고 잠자리에 들 생각을 한다. 한편 그 사이 혜정도 다시 잠이 들어서는 세상모르고 쿨쿨 코를 골고있고 윤석은 착잡한 심경으로 그런 혜정을 바라보기까지 한다.

 “ 오윤석 ! ”

 그런식의 일상이 반복되기를 얼마를 지났을까. 하루는 아침일찍 윤석이 출근을 서두르며 집에서 나오는데 그런 윤석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다름아닌 지금까지 오윤석의 뒤를 쫒고있던 윤준식이다. 윤준식 혼자뿐만 아니라 뒤에는 봉고차 한 대에 대력 너댓명정도 되는 남자들이 타고 있었다.

 “ 오윤석...일단 타라. ”

 준식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온 이들은 다름아닌 청운회 멤버들이다. 오윤석과 지혜정의 행방을 찾으라는 청년사의 엄명을 받은 윤준식이 이와같이 두 사람의 거처를 알아냈고 그리고 청운회 회원들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다. 놀란 윤석이 달아나려고 하나 이미 봉고차에서 나온 청운회원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 어억...이거 왜 이래요 ?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거에요 ? ”

 “ 잔말말고 타 !!! 너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기나 해 ? 이 정신나간 자식.

  잔말말고 타라니까. 얘들아. 어서 윤석이 태워 !!! ”

 “ 누나 !!! 누나 어서 도망쳐요 !!! ”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오윤석이 집안으로 향해 있는대로 고함을 치지만 지금 여기서 부르는 소리가 집안에까지 들릴리는 없고 청운회들에게 붙잡혀 봉고차안에 꽁꽁묶여 들어가게된 윤석. 준식은 함께온 다섯명의 청운회중 두명보고는 윤석을 붙잡고 계속 감시하라고 이르고는 나머지 두명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본다. - 나머지 한명은 차량운행을 담당하고 있다. - 그리고 이내곧 방안에서 지혜정까지 끌려나온다.

 “ 우웅...우웅...뭐야 도대체 ? ”

 “ 누나...누나 어서 도망치라니까요 !!! ”

 간밤에도 술을 마셔 곯아떨어진것인지 그래도 날이 밝아 정신은 조금 나는 것 같은 모습인데, 다만 아주 인사불성으로 곯아떨어지는 상황에서 약간 벗어나있을뿐 아직 맨 정신으로 상황에 대처하거나 도망이라도 칠 그런 정신까지 돌아온 것은 아니라 지혜정 역시 속수무책으로 붙잡혀 봉고차에 태워지고 그런 혜정을 바라보며 오윤석은 안타까와한다.

 “ 누나... ”

 “ 시끄러워 !!! 조용히 못해 !!! 누군 뭐 이런짓까지 하고싶어 이러는줄 알아 ? 잔말

  말고 조용히들 해 !!! 그리고 OO아, 어서 차 출발시켜. ”

 준식의 엄명에 이내 곧 봉고차 운행을 맡은이가 차를 출발시키고 지혜정과 오윤석을 태운 봉고차가 그렇게 출발했다. 준식은 그 차안에서 혜정과 윤석 두 사람과 마주 앉은채 그간의 두 사람의 행각이 더더욱 어이없고 기가막히다는 듯 다그치고 추궁한다.

 “ 도대체가 정신들이 있는거에요 없는거에요 ? 두 사람이 얼마나 엄청난 짓을 지금

  저지른것인지 알기나 해요 ? 도대체 종단까지 이리 발칵 뒤집히게 만들고...이게 대

  체 얼마나 기가막히고 엄청난 짓인지 잘기나 하는거냐구 ? ”

 “ 너...너 윤준식 ? 니가 감히 우리한테 어떻게 ? 너 우리집이 어떤 집안인지 알기

  나 해 ? 나 너 가만 안둘거야. ”

 지혜정은 새삼 자신의 집안에 대한 권위까지 내세우며 윤준식을 협박해보려 했지만 허나 지금 그런식의 말이 준식에게 통할 상황이 아니다. 준식이 오히려 그런 혜정을 어처구니없이 바라보며 말한다.

 “ 누나, 누나네 아버님이 심지어 저한테까지 와서 부탁을 했어요. 자기 딸 어떻게든

  좀 찾아달라고...아주 울고불고 애원을 하십디다. 정말 목불인견이었다구요. 그러니

  내가 이런짓까지 벌이지 아니면 왜 그러겠어요 ? ”

 “ 그럼...우리 아빠도 이 일 알고 계신다는 이야기야 ? ”

 “ 뭐 한 50퍼센트쯤 묵인하고 계신 상황이라고 보면 될겁니다. 여하튼 두 사람 찾

  아내는 문제는 제가 전권을 일임받은거나 마찬가지니까요. ”

 준식은 마치 커다란 수확이라도 한 농부나 월척이라도 낚은 어부처럼 으스대며 뿌둣해하기까지 하고 있었고 봉고차는 말없이 계속 달리고 있었다. 함께 차에 타고있던 청운회 남자 네명중에는 윤석과 평상시 친분이 있던 사람도 있는지라 그네들은 그네들대로 윤석에게 안타깝다는 듯 사적인 몇마디를 주고받고 있었다. ‘대체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했느냐 ?’, ‘어머니 걱정은 안 되느냐 ?’ 대략 이 정도 취지의 대화가 오고가기도 했지만 윤석은 어찌된 영문인지 통 말이 없었다.

 “ 그럼 대체 우릴 어디로 끌고가는거에요 ? ”

 “ 조용히 있어봐. 후속조치를 어떻게 취할것인지는 우리도 아직 결론을 내린게 아니

  니까. 아무튼 두 사람은 당분간 잠자코 있는게 좋을거에요. ”

 그렇게 달려간 봉고차는 서울의 한 모처에 있는 2층집에 당도했다. 사실은 대진교의 한 법사가 쓰는 개인집이긴 했는데 일단 윤석과 혜정 두 사람을 당분간 이곳에 있게 할 예정이다. 두 사람을 봉고차에서 내리게 한 준식은 그 집주인인 법사님께 인사를 올리고 그리고 법사와 함께 그 2층집의 지하방으로 혜정과 윤석을 데리고갔다.

 “ 일단 두 사람은 여기 들어가 있어. 공연한짓 하지 말고 꼼짝말고 있어야 해. ”

 “ 아...아니 대체 우릴 어쩌려구 ? ”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두 사람은 진짜 덜컥 겁이나서 어쩔줄 모르고 있었고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준식은 거듭 엄포를 놓는다.

 “ 시끄러워요. 잔말말고 방안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어요. 진짜 감금해버리기전에 진

  짜...만약 여기서 도망치거나 허튼짓할 생각 하면 그땐 진짜로 잠궈버릴테니 알아서

  들 해요. 좋은말로들 할 때 군소리없이 가만히들 있으라고. ”

 그리고는 일단 거부하는 두 사람을 강제로 방안으로 들여놓고는 문은 닫아버렸다. 그리고 대진교 법사중 한 사람의 개인집이기도 한 그곳에는 저녁때쯤 십여명의 어른들이 모여들어 회의를 벌였다. 이들은 대진교의 법사와 순도사들로 종단의 지도부급에 해당되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이 전체회의를 열만큼 이미 사태는 심각해져 있었던 것이다. 대진교 법사와 순도사들(총 인원 약 10-15명 정도)이 대책회의를 밤새 여는동안 준식은 혜정과 윤석이 사실상 감금된것이나 다름없는 지하 방문앞을 지키며 두 사람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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