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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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엄지 (7)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혜정과 윤석의 관계를 알게된 양쪽 집안이 펄쩍뛰고 그리고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대진교 회관측에서도 ‘이건 안되겠다’ 싶은지 청년사가 직접 나서 두 사람의 사이를 뜯어말리려고 했지만 그런식의 압박이 지속되면 될수록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는 더더욱 뜨거워져갔다. 남녀관계란게 주위에서 말리면 말릴수록 더 헤어지지 않으려 난리를 치기 마련이라는 세상의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 사람의 위험한 곡예같은 관계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만남이 지속되고 있는 어느날 윤석과 혜정은 서울 근교의 한 모텔방에 함께 있었다. 두 사람만의 차분하면서도 은밀한 시간을 갖기에는 그래도 이런 여관방이나 모텔방 같은곳이 제격이라는 판단을 한 것일까. 지친 심신을 쉬기라도 하듯 모텔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두 사람. 그러면서 혜정이 윤석에게 말을 건넨다.

 “ 윤석아... ”

 “ 네, 누나... ”

 화답하면서 윤석은 딴에는 드라마나 영화같은데서 본것이라도 있는지 마치 여인을 감싸안는 남자처럼 제법 멋을 부리며 혜정에게 팔을 뻗어 그녀를 안아보기까지 한다. 한편 혜정은 이제 세상에서 자신이 의지할수 있는 사람은 오윤석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이기라도 한양 그에게 사뭇 간절하게 매달려보기까지 하고 그런 가운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어른들은 참 이상한 것 같다. 그치 ? ”

 “ ??? ”

 “ 왜 어른들은 이렇게 우리 사이를 인정하려들지 않는것일까. ”

 윤석이나 혜정이나 두 사람의 관계를 뜯어말리려는 이유를 그저 ‘귀찮은 어른들의 간섭’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음은 분명했다. 사실 윤석이나 혜정 부모 입장에서야 그렇다치더라도 회관측에서도 이들의 관계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근본적으로 혜정의 아버지나 윤석의 어머니나 이 둘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 근본적으로 대진교 청운회 모임에서 출발한것이니 그쪽에 사실상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었고 그런 문제와 무엇보다 그로인해 청운회는 물론 대진교나 회관 전체 이미지까지 흐려질수 있는점. 그것을 종단측은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이런 관계에서 ‘우리가 처음 만난게 대진교 청운회 모임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나 그 이후의 일은 청운회나 종단과는 상관없이 우리 개인적으로 벌인일’ 이라고 해명을 한들 그것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개인적 문제로만 생각할뿐 부모님의 간섭이나 회관측의 개입까지도 모두 ‘지겨운 어른들의 잔소리’ 그 이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점이 확실한 문제였다. - 청운회 회원들이 대체로 대진교 종단측과는 별다른 일체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이 종교단체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 누나... ”

 “ 말해 윤석아. ”

 애틋함과 그윽함을 담은 눈빛으로 윤석을 바라보고 있는 혜정. 그런 혜정을 보며 윤석은 마치 ‘아무 걱정말고 나만 믿으라’는 듯 제법 듬직하게 그녀의 등과 허리를 쓰다듬어주기까지 하고 그러면서 말을 이어가고 있다.

 “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 그런것들 우리 전혀 개의치말고 우린 우리끼리의 사랑만 지

  켜가기로 해요. 그럼 되지 않을까요 누나 ? ”

 “ 정말...그래도 되는걸까... ”

 “ 세상이 우리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떳떳하면 되는거지 그

  이상 뭐가 문제에요 ? 우리가 이렇게 우리끼리 그저 순수하고 뜨겁게 사랑할 뿐인

  데 그런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이 무슨 상관이냐구요. 그러니 누나, 우리 그런 시선

  들 하나 상관하지 말고 우린 우리끼리의 사랑만 지켜가기로 해요 누나. 그러자구요

  우리. ”

 “ 윤석아... ”

 윤석의 그와같은 말에 감동을 했는지 혜정은 그를 다시한번 와락 끌어안는다. 그리고는 그 감격에 너무 취했는지 그만 울음까지 터트리는 그녀. 윤석이 그런 혜정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정말이지 혜정의 입장에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의지할수 있는 사람은 여기 이 오윤석이란 남자밖에 없다는 듯이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혜정이라서 ‘우리의 사랑을 지켜가겠다’는 윤석의 거듭되는 맹세에 감동과 위안이 될 수밖에 없고 그로인한 감격과 고마움에 울고있는 것이다. 그런 혜정을 달래주고 있는 윤석의 모습.

 사실 상식적인 제3자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럴 때 지혜정의 태도는 확실히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무슨 연상녀-연하남이라거나 윤석이 아직 고3 수험생이란 문제까진 그런대로 이해해줄수 있다 치더라도 적어도 혜정이 다섯 살이나 많은 누나고 선배라면 ‘너 이러면 안된다’던가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라’는 식의 타이르는 말이 한번쯤은 나왔어야 정상 아닐까. 헌데 혜정은 그런 인생의 선배나 나이많은 누나로서의 미안함 또는 그런 윤석을 타이르거나 바르게 인도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윤석에게 이와같이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미 윤석은 사실상 대입시험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이런식으로 영원히 지혜정을 위해 살 사람처럼 나오고 있는것이지만 – 그리고 오히려 그런 윤석의 모습이 혜정을 더더욱 감동시켜 그녀를 윤석에게 더더욱 들러붙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봐야하겠지만 – 지혜정의 태도는 적어도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그런 행동임은 분명해보였다.

 다만 굳이 지혜정의 입장으로 돌아간다면 전혀 이해못할일은 아닐 것도 같다. 남들 보기엔 여하튼 그만한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부모 밑에서 3남1녀중 막내로 자라 남부러울 것 없이 귀하게 자랐을 것 같지만 어릴때부터 공부에 흥미가 없고 엄마말도 제대로 안 듣고 늘 반항만 해서 그런지 – 아니면 본래 성격이 좀 까칠한것인지 – 그래서 공부도 잘하고 늘상 속썩이는 일 한번 없는 모범생 오빠들과는 달리 특히 늘 자기 엄마의 눈밖에 나있는 그런 혜정이었고 – 오죽 사이가 안 좋았으면 제3자의 입장에선 혜정 어머니가 진짜 지혜정의 친엄마가 맞나 의심을 할 지경이었다. - 어머니 입장에선 그래서 되려 어쨌든 나이들어 늦게 본 막내딸 자신들이 더 늙기전에 시집이라도 빨리 보내려고 섣불리 맞선을 추진해보려다 거기에 반발심이 생긴 지혜정이 이 사달을 만든 셈 아닌가.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혜정은 굳이 윤석에게 매달리고픈 마음까지는 없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거듭 선을 보라며 무리하게 맞선을 강제적으로 추진하고 그런 상황에서 어디 마땅히 고민이라도 나눌 상대나 친구도 없는 그런 혜정이 그나마 회관에서 만난 인연인 오윤석과 이런식의 일탈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일탈은 이미 두 사람을 더 이상 걷잡을수 없고 말리기도 쉽지 않은 그런 사이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번엔 지연태가 직접 윤석을 만나보기로 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아무래도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둘을 떼어놓는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미 윤석의 어머니 백승주 여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우리아이 대학 들어가는거 못보면 죽어도 눈 못 감는다’며 그렇게 애걸복걸 대성통곡을 하고가지 않았던가.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서라도 차라리 인생선배나 어른의 입장에서라도 오윤석이란 학생을 만나 좋은말로 한번 잘 타일러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시내의 한 커피숍에 마주하게 된 두 사람. 허나 연태는 윤석은 아직 어린 학생이니 쥬스를 주문했고, 그리고 차분하게 윤석에게 물었다.

 “ 학력고사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얼마 남았나 ? ”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양 태연자약하게 물어본 연태. 허나 윤석은 예하 그 이미 준비하고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 저 시험 안 봅니다. ”

 “ 무슨소리야 그게 ? 고3이 대학을 안 가겠다는 소린가 ? 대체 시험을 왜 안보겠다

  는건데 ? ”

 연태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양 오히려 윤석의 그 말이 납득이 안 간다는 듯 그와같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석의 생각이나 마음이 달라질 것도 아닐터. 윤석은 혜정의 아버지 지연태의 앞임에도 조금의 주눅듦이나 굽힘이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

 “ 혜정이 누나는 제가 사랑하는 여인입니다. 따라서 전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바로

  그 다음부터는 혜정이 누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한 몸입니다. 이 세상에

  저 아니면 그 누구도 혜정씨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그 사실을 깨달았어요. 고등

  학교만 졸업하면 바로 혜정씨와 결혼할겁니다. ”

 “ 뭐...뭐라구 ? 혜정씨 ??? 결혼 ??? ”

 연태는 그야말로 철없는 어린아이나 소꿉장난을 하는 애기들이 어디서 본게 있어서 어른흉내를 내는것만 같은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듯한 어른처럼 황당하고 기가막힌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 오윤석이란 학생. 너무나 철없는 철부지 어린학생이 아닌가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말이 고3이지 이제 대학입시가 코앞이면 졸업도 사실상 몇 달 남겨놓지 않은 상태. 지금쯤은 아마 정상적인 고3 수업과정도 거의 종료가 되었을터 – 이때가 되면 웬만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들은 정상적인 고등학교 수업과정은 모두 마치고 사실상 대입 준비체제로 들어가 있을때다. - 따라서 그야말로 성인이나 다름없다고 봐야할 그런 윤석이기도 하건만 말하는 것으로 봐선 도저히 철부지 어린아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을 한 연태. 한바탕 훈계라도 할 생각으로 위엄을 갖춰 묻는다.

 “ 좋아...뭐 아닌말로 자네가 우리딸과 결혼한다고 치세. 허나 결혼이란게 결국 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가장이고 어른이 된다는 뜻인데 자네가 대체 우리딸을 뭘로 먹

  여 살릴 생각인가 ? ”

 “ 혜정이 누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패스트푸드점 아르

  바이트를 하든 아니면 어디 영화판이나 드라마촬영장 같은데서 알바를 하든 무슨일

  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

 아마 그런 알바자리가 있다는 것을 이미 어디서 주워듣긴 했는지 – 게다가 어쨌든 졸업후 혜정과의 결혼을 결심한 상태라면 그뒤에 무엇을 생계수단을 삼을것인지 그런것들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다닌다던가 그러기는 했을 것 아닌가. - 제법 거침없이 그와같이 말하고 있는 윤석. 허나 연태는 당치도 않다는 듯 말한다.

 “ 그럼 뭐 자네가...고작 패스트푸드 알바나 촬영장 알바 그딴거나 해서 우리딸을 먹

  여살릴 그럴 생각이란 소린가 ? 그래도 지금까지 부잣집 막내딸로 고생 모르고 귀

  히 자란 우리딸을 그런식으로 고생시키겠다구 ? ”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데 그게 어떻게 고생이라고 할 수 있나요 ? ”

 “ 허허 참... ”

 도대체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제법 있는것인지. 마치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드라마나 영화속 주인공처럼 윤석은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고, 도대체가 철이 없다고 봐야하는지 아니면 그만큼 제법 당차고 자기주관이 있는 소년으로 봐야하는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지경인 지연태. 이번엔 결국 나이문제를 걸고 넘어진다.

 “ 그래, 그래서 결국 나이도 많은 우리딸과 그렇게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소리야 ?

  아직 어린 학생인 자네가 다섯 살이나 많은 우리딸과 ? ”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겁니다. 그리고 도대체 여자가 나이 좀 많은게 무슨 상관이

  죠 ? 심지어 옛날엔 꼬마신랑이라든가 그런것도 있었다면서요 ? 헌데 대체 여자가

  나이가 좀 많은게 무슨 상관이에요 ? 결혼이나 연애가 남자가 꼭 여자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것 그것도 편견입니다 아버님. ”

 “ 뭐...뭐가 어째 ? 아버님 ??? ”

 마치 무슨 장인어른이나 여자친구의 아버지라도 대하는 듯 하는 말투를 보자 연태는 더더욱 발끈했다. 이건 뭐 철없는 어린아이의 어설픈 어른흉내나 소꿉장난도 어느정도지 딱 지금 그런 심정인 것이다.

 “ 이런 천하의 망할... ”

 하도 기가막히고 분해 윤석을 손찌검이라도 할 기세였뎐 연태는 그래도 제법 이 거침없이 말 잘하는 청소년을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일이 어디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그건 자제하고, 그리고 여하튼 아직은 어린아이란 생각에 좋은말로 잘 타일러보려 한다.

 “ 이것보게 오윤석군. ”

 “ 예, 아버님. ”

 “ 그...아버님이란 소린 좀 하지말고. 소름끼치니까...그...다른건 몰라도 자네 어머님

  은 생각 안하나. 그 자네 하는 말투를 보니까 그래도 제법 어른흉내는 좀 내는 것

  같은데...그래, 그렇게까지 이렇게 성인이나 다름없이 다 성장한 사람이 자네 어머

  님 생각은 안 하냐구. 자네 하나 보고 지금껏 평생 고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어

  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자네가 벌일수가 있나 ? ”

 “ 어머님이 인생을 지금까지 어찌 사셨든 그건 저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 인생은

  저의것. 전 누가 뭐래도 제 사랑을 지켜나갈것입니다. 혜정씨는 이제 제가 지킬 것

  이라구요. ”

 “ 아니...정말... ”

 하는소리가 점점 가관이라서 연태는 현기증까지 느낄 지경이고, 어쨌든 거듭 좋은말로 윤석을 타일러봐야겠다는 생각에 현실적인 문제를 다시금 거론해보기로 한다. 연태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그래 뭐...아닌말로 자네가 우리딸과 결혼한다 치세. 내가 자네 인정이나 할거라고

  생각하나 ? 나나 우리 집사람 – 내 아내는 지난 40년 가까운 세월 오직 나 하나만

  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라온 사람일세. 내 의견에는 무조건 따라올 그런 사람이란

  말이지 (무엇보다 딸이 대학 2학년때부터 그렇게 좋은곳으로 시집보내려 그 난리를

  쳤던 사람이니만큼 오윤석이란 어린 학생을 용납할 그럴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 그

  런 우리가 자네를 사위로 인정이나 할 것 같냐구 ? 또 혜정이의 오빠들은...내 아들

  들은말일세. 그 아이들은 자네를 자기 여동생의 남자로 인정이나 할거 같아 ? 그렇

  게 여자쪽 집안에서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도 오빠들로부터도 인정 못받는 그런 남

  자.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이 행복할수 있을거라 생각하냐구 !!! ”

 “ ...... ”

 “ 뿐인가 ? 솔직히 우리 혜정이 지금까지 손에 물 한번 안 묻히고 그야말로 부잣집

  에서 온실속 화초처럼 귀하게 자라온 그런 몸이라네. 아까 뭐 자네 햄버거 가게에

  서 일하든 영화판이나 어디서 알바를 뛰든 무슨 각오든 다 되어있다고 말하는데...

  그게 결국 생고생이란말이지. 그렇게 박봉으로 벌어오는 나이어린 남편과의 결혼

  생활... ”

 다소 열변조가 되어 흥분했음인지 연태는 일단 음료수 한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그렇게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연태의 말은 차분히 이어진다.

 “ 다른 이야기 다 집어치우고 어른이 이렇게 말씀하시면 그래도 좀 들어두는게 좋

  을것일세. 자넨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인생 한 60-70년 살다보면 세상을 바라보

  는 통찰이란게 생겨. ‘옛말 하나 틀린게 없다’는 말이 괜히 생기는게 아니란 말이

  지. 사람이 인생을 그만큼 살다보면 인간의 본질이라든가 세상의 이치 그런게 눈에

  보이기 시작한단말이지. ”

 “ ...... ”

 “ 서론이 좀 장황하게 길어지긴 했지만 내가 하고픈말은 가난하게 살던 사람이 잘

  살게 되면 그래도 그 환경엔 어느정도 적응을 하게 되지만 잘살던 사람이 하루아

  침에 가난하게 되면 그건 진짜 적응 못하네. 내가 인생 70년 가까이 살면서 주변

  의 그 많은이들 살아가는 모습 또 주변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던가 신문,방

  송등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접해보는 사건,사연들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야. 가난

  한 사람이 잘살게 되면 그건 적응하지만 잘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가난하게 되

  면 그건 진짜 적응못하게 돼 !!! 아닌말로 눈만감으면 엊그제까지 잘사는 집에서

  공주처럼 살던 자기 모습이 다시금 떠올려질텐데 그거 배겨낼수 있을 것 같은가

  ? 또 아닌말로 생활습관 하며 심지어 생리작용까지 잘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가

  난한집에서 없이살게되면 불편 느끼게 되는게 한둘이 아니야 !!! 그래서 가난한

  사람이 잘살게 되면 그건 적응을 해도 잘사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가난하게 되면

  그건 절대 적응 못한단말일세. 부잣집에서 자기 개인방 쓰면서 20여년을 공주처럼

  살아온 우리딸이 고작 패스트푸드점이나 촬영장 알바나 뛰는 그런 어린 남편이 박

  봉으로 벌어오는 그 돈으로 살아갈수 있을거라 생각하냔말일세. 어른들 말 예부터

  다 틀린거 하나 없다고 했으니 당장 집어치우게. 그...솔직히 나이 몇 살이라도 많

  은 우리딸이 나이어린 학생인 자네 오히려 좋은말로 잘 타이르고 올바르게 선도하

  진 못할망정 오히려 그러고 다닌거...내 딸의 불찰이 맞으니 그건 뭐라고하지 않겠

  네. 그 대신 지금 당장이라도 이 철없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 당장 집어치워. 도대

  체가 무슨 철없는 불장난도 아니고 소꿉장난도 아니고 낼모래가 시험 치러야 하는

  고3 수험생과 대학까지 졸업한 다 큰 여자애가 무슨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벌이고

  돌아다니고 있는게야 !!! ”





 지연태까지 나서서 윤석을 제법 논리적으로 설득도 해보고 철없는 어린학생을 타이르는 어른처럼 말을 잘 해보려고도 했지만 윤석의 이미 굳어버린 결심은 물론 혜정과의 사이를 갈라놓는것도 결국 뜻대로 되긴 쉽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윤석은 결국 대입 학력고사를 치르는 시기가 되었고, 애초에 결심한대로 윤석은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 수능시험제도가 실시된건 93년도고 지금 소설속 배경은 92년이기 때문에 윤석은 아직 학력고사 세대고 수능시험 대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소설 설정에 고민을 좀 했는데, 어차피 작품속 설정을 92년으로 해버리면 주인공 윤석은 수능에 해당되는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갑니다.) 정확히는 윤석은 시험을 ‘안본 것’은 아니다. 윤석은 수험장에 나가긴 했다. 다만 시험 답안을 아예 기입하지도 않고 백지로 제출을 해버린 것이다. 사실 윤석 입장에선 수험장에 나가는 것은 물론 대입 원서까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직 그의 이런 상태를 학교 친구들이나 선생님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은 애초부터 혜정과 사귀는 문제 그리고 대입시험을 칠 의사가 없음을 어머니에게만 밝혔을뿐 학교 친구들이나 선생님들한테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간 학교 친구들이나 담임선생님이 자신을 이상하게 볼 우려도 있고 자칫 일만 더 복잡하고 크게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어 학교에선 전혀 그런 문제가 없는 평범한 학생인양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윤석은 아주 날라리거나 공부를 안하는 학생은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를 썩 잘하는 정도도 아닌 그런대로 노력만 하면 지방대 정도엔 합격이 가능한 그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 적어도 고3 여름 전까지는 – 허나 혜정과의 일주일 목포여행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그 이후로 사실상 ‘혜정과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이후로는 더 이상 시험준비를 하는 것을 포기해버린것이고 게다가 이미 지난 몇 달간 그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으니 대입시험 준비를 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것이리라. 다만 이런 상황을 공연히 일을 복잡하고 크게 만들고싶지 않아 학교에선 일절 시치미를 떼고 있었던것이고 윤석의 어머니의 경우엔 일단 이 문제를 지혜정의 부모측이나 회관측과 상의할 생각에만 집중해 있느라 학교측에 말할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바로 그런 가운데 결국 윤석이 대입시험을 치르는 날이 왔고, 사실 지난 몇 달간의 있었던일을 봤을 때 윤석이 시험을 보더라도 합격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봐야할판인데, 다만 일단 시험보는 당일엔 윤석은 어머니를 안심(?)이라도 시키고 싶어드렸는지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 태연하게 수험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험장에서 정작 시험지는 백지를 냄으로써 대입시험을 ‘포기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대입시험 점수는 지원한 대학에서나 알지 재학중인 고등학교에 일일이 알려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윤석이 백지를 낸 사실은 학교측이나 담임선생님이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이상 알수도 없는 일이며 윤석은 혹시 몰라서 아예 성명까지 기입을 안해버렸으니 시험을 채점하는 이들도 ‘백지답안’을 낸 학생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 또 굳이 그래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수도 있고 – 시험을 포기한 학생을 굳이 확인해 보려고할 채점위원은 없을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렇게 일을 저지른 것을 보면 오윤석은 나름 자기 주장도 강하지만 거기다 제법 용의주도한 꾀도 있는 그런 사람으로 봐야할것같다.

 다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어차피 이런일을 어머니한테 거짓으로 말할 수는 없는일이니 윤석은 사실대로 백지시험지를 낸 일을 밝힌 것이다. 어차피 알아둬야할 일이라면 그냥 미리 사실대로 이실직고하는게 낫겠다고 판단을 한 것이고, 다만 덕분에 그 이야기를 아들로부터 들은 어머니 승주는 그저 기가막힐 수밖에 없었다. 한바탕 너죽고 나죽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났다.

 “ 너 이놈...너 이놈 그게 대체 무슨짓이야 ? 너 세상에...그게 제정신으로 한 짓이

  니 ? 시험지를 대체 뭘 어쨌다구 ? ”

 “ 이미 몇 달전부터 말씀드렸잖아요. 저 시험 안본다구요. 이미 다 했던 이야기를

  뭘 더 말씀드려요. ”

 “ 이런 천하의 망할...너 정말 기어이 이 에미 죽는꼴 보려고 작정한거냐 ? 그래도

  이 에민...행여나...행여나 하면서 일말의 기대를 했건만 뭐가 어쩌구 어째 ? ”

 “ 그만 진정하세요. 이미 다 결론 난 일이에요. 전 이미 시험지를 백지로 제출했고

  당연히 대학은 들어갈수가 없죠. 전 바로 고등학교 졸업하면 취직해서 남은 일생

  은 오직 혜정이 누나를 위한 삶을 살아갈거에요. ”

 “ 뭐가 어쩌구 어째 ? 니가 기어이...니가 기어이 이 에미 죽는꼴을 보려고 이러는

  구나...그래 어디 너 죽고 나 죽자...세상에...세상에 어디서 그런 천하의 여우같은

  것한테 홀려서...이 에미 기대를 저버리는것도 유분수지. 천하 여우같은것한테 홀

  려 아주 에미 죽는꼴 보려고 작정을 하는구나. 그래 그럼 아주 너 죽고 나죽자.

 ”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승주는 방안에 있는 집기며 물건을 모두 내던지며 한바탕 난리를 쳤다. 화가나는 정도가 아니지 않는가. 남편도 없이 혼자 아들을 키워오며 지금껏 살아온 백승주 여사에겐 그야말로 그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좋은대학 들어가고 좋은직장 들어가 출세해서 잘되는게 남편없이 힘들게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보상이요 보람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헌데 그 유일한 기대주였던 아들 윤석이 그런 어머니의 바램이자 가장 간절하면서도 유일했던 소망을 어그러뜨렸으니 그 절망감이 어쩌랴. 그야말로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린것만 같은 그런 심정이 아니겠는가. 한바탕 그렇게 방안에서 난리를 친 승주는 그러고도 분이 안풀리는지 자해행위까지 했고 그러다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승주의 심정도 심정이거니와 방에서 이미 그 난리를 치면서 정신도 제 정신이 아니었고 혈압까지 오른판이다. 게다가 자해행위까지 하며 난리를 쳤으니 도저히 정상적인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놀란 윤석이 바로 이웃집에 도움을 요청 병원에 전화 잠시후 앰뷸런스가 도착 그녀를 싣고갔다.

 “ 아니, 정말 도대체 어쩌자구 이래요 ? ”

 뒤늦게 소식을 들은 서울회관 청년사가 승주가 과거 회관 집회에 참석하던 시절 알고지내던 여신도 몇몇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승주야 이미 회관에 다니지 않은지는 꽤 되었지만 사태가 사태인데다가 그래도 이전의 정리가 있어서인지 그녀의 상황을 아주 외면만은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 일이 어디 종단의 일반 신도들까지 다 알도록 동네방네 떠들일도 아니라 조용히 쉬쉬해가며 그나마 승주부인과 신도회때 친분이 있던 몇몇에게 은밀히 연락을 취해 그네들하고만 함께 병원을 찾은 것이다. 병문안을 온 청년사 일행을 보며 승주는 또다시 한바탕 눈물을 쏟았고, 청년사는 이 지경까지 온 사태를 더 이상 두고볼수가 없는지 다시금 윤석을 다그쳤다.

 “ 나 원 진짜...종단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아니 도대체 어쩌자

  구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요 ? 아닌말로 오윤석 동지와 지혜정씨 일은 사적인 문

  제라고 쳐요. 하지만 최소한 그 원성이 종단과 회관에까지 닿지는 않게 만들었어야

  하는일이잖아요. ”

 허나 여전히 오윤석은 청년사의 이런 태도를 그저 ‘귀찮은 어른들의 잔소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것일까. 청년사의 말에 윤석은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오윤석과 지혜정은 그야말로 자신들만의 불같은 사랑이든 철없는 불장난이든 자기네들끼리 사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것이 대진교 종단 이미지에까지 누를 끼치고 있다는점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그 부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없는듯했다. 그런 윤석의 태도가 청년사를 더더욱 답답하게 만들었고, 청년사는 그래도 윤석을 아들이나 조카 또는 막내동생 보는듯한 마음으로 한번 더 타일러보려 했다.

 “ 다른건 몰라도 어머니가 저 지경이 되셨는데 거기에 대한 죄스런 마음도 없는거에

  요 ? 정말 그런거에요 오윤석 동지 ? 윤석동지가 대학 들어가는 그 모습 하나만

  보겠다며 그 일념 하나로만 살아오신 어머니에 대해선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

  지 않느냐구요. ”

 윤석은 여전히 대꾸가 없었고 이런 윤석의 태도에 청년사도 절망스럽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뭔가 굳은 결심이라도 한 듯 윤석에게 엄포를 놓는다.

 “ 안 되겠어요. 나 이 두사람 관계 더 이상 묵과 못해요. 정말 무슨 특단의 조치라

  도 취하든가 해야지. 종단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나 두 사람 관계 더 이상 용납못해

  요. 아무리 그래도 지혜정씨나 윤석동지나 어차피 더 이상 청운집회에 나오진 않는

  사람이라서 내 권한 밖의 일이지 않나 그런 생각에 망설이긴 했는데...자꾸 이렇게

  일을 복잡하고 크게 벌이면 나도 더 이상 가만 못있어요. 종단 이미지를 위해서라

  도 두 사람 관계 더 이상 용납 못한다구요.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 ”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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