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엄지 (6)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 윤석아...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게냐 ? 이 어미는 니가 하는말이 대

  체 무슨소리인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다. 대체 이게 무슨소리야 ? 게다가 뭐...지난

  번 여름에 어딜 갔던게 간게...무슨 스터디그룹 학생들과 합숙하면서 공부를 한게

  아니고...그 지혜정이랑 같이 어딜 갔었다고 ? ”

 “ 말씀드렸잖아요 이미. 혜정이누나와 일주일동안 함께 목포에서 있었어요. 그리고

  그 시간동안 혜정이 누나를 보다 가슴깊이 이해할수 있게 되었고요. 혜정이 누나

  에게 어떤 사연이 있고 어떤 상처가 있는지를...그리고 그 혜정이 누나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

 “ 뭐...뭐가 어째 ??? 에라이~~~!!! ”

 사실 어머니 승주 입장에서 평상시 지켜본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오윤석은 농담이나 실없는 소리 같은 것을 즐기거나 하는 성격은 분명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윤석이 대입시험을 안 본다느니 지혜정과 결혼을 하겠다느니 그런말이 나왔을때는 설마하며 혹여 아들이 심심해서 에미한테 장난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도 해봤다. 헌데 아들 입에서 점점 나오는 이야기가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막힐 수밖에 없어 승주는 윤석의 뺨을 처음으로 한 대 후려갈기고픈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또 아직은 아들을 만류할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윤석을 설득해보려한다.

 “ 윤석아...그러지말고 좀 앉아봐라. 우리 앉아서 차근차근 이야기좀 해 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다른건 몰라도 이 에미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는 아이라면

  이럴수가 없어...내가 남편도 없이 오직 너 하나만을 바라보며 지금껏 이 고생을

  했는데 니가 서울에 있는 명문대 들어가는 모습 보는것만을 유일한 소망으로 여기

  고 이날 이때껏 살아왔는데...니가 지금와서 대체 뭘 어쩐다구 ? 대체 그게 말이

  되는소리야 ? ”

 “ 원래는 대입시험 치를때쯤 되어서 말씀을 드리려 헀던것인데 조금 앞당긴 것 뿐이

  에요. 어차피 시험은 안보기로 하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혜정이 누나와 결혼...

 ”

 “ 뭐가 어째 ? 이녀석아 !!! ”

 급기야 승주는 아들 윤석에게 손찌검을 하기에까지 이르고 도저히 참을수 없는 지경까지 울화가 치밀어올라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그녀가 이미 말한것처럼 그야말로 젊은시절 남편을 여의고 오직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며, 그 아들이 대학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것만을 소망으로 여기며 지금까지 살아온 백승주 여사가 아닌가. 헌데 그런 아들이 지금 이와같이 어머니를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뜻을 어기고 대학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는것도 모자라 그것도 자신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대진교 회관을 통해 알게된 그 지혜정 수석부회장(현재는 아님)이란 여자와 결혼을 한다니 이런 기막힌일이 대체 어디에있단 말인가. 한편 윤석은 윤석대로 이미 결심을 굳힌 듯 어머니의 마음이 어떨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

 “ 대학은 저 아니라도 들어갈사람 많이 있어요. 하지만 혜정이 누나는 저 아니면

  지켜줄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난번 혜정이 누나와

  함께 목포에 다녀왔을 때 그걸 확실히 느꼈다니까요. ”

 “ 뭐...뭐가 어째 ? ”

 디소 궤변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여하튼 오윤석이 지금 펼치고 있는 논리(?)가 이와같은 것이다. 대학은 자기 아니더라도 들어갈수 있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지혜정을 지켜줄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어쩌면 요즘 여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오직 너 하나만을 일생동안 지켜주겠다’고 말하는 진정한 상남자중 상남자요 훈남중의 훈남 입에서 나올법한 그런 말을 입에담고 있는 셈이지만 지금 이 자리의 오윤석의 어머니 백승주 여사의 입장에선 기절초풍을 하고도 남을일이 분명하다. 물론 윤석의 말마따나 어쨌든 한해 대학에 들어가는 수험생의 숫자는 수만명선에 달할테니 ‘대학은 나 말고도 들어갈사람 많다’는 것 자체는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가 한해 대학입학 정원수 따지는 자리는 분명 아니지 않는가. 한해 대학입학 가능 수험생의 숫자가 대체 얼마나 되는지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긴 힘들지만 여하튼 승주의 입장에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 그것도 그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고 평생을 살아온 자신인데 – 대학을 포기하고 다섯 살 연상의 그 회관에서 만났다는 지혜정이란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것이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아 재차삼차 확인도 해보고 윤석을 달래거나 설득도 해보려하지만 오윤석은 이미 결심을 굳힌 듯 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 말씀드렸다시피 원래는 학교 졸업할때나 시험볼때쯤 되어서 제 대입포기 의사를

  밝히려 했어요. 허나 어차피 이야기할거면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쯤 되어서 이야기

  하나 몇 달 앞당겨 지금 이야기하나 다를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서 몇 달 앞당

  겨 말씀드리는거에요. 저 분명히 말씀드렸지만 시험 안 봐요. 대학 안 들어간다고

  요. 그리고 학교 졸업한뒤엔 취직해서 그 다음엔 오직 혜정이 누나만을 위한 인생

  을 살아갈거에요. 혜정이 누나를 위하는 일이라면 이 한몸이 부스러지는 일이 있

  더라도 무슨일이든 할 각오가 지금 제게 되어있어요. ”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는 어느 영화속 대사가 유행어로 한동안 번졌던것이 대략 80년대 중반의 일이다. 허나 지금이 92년 가을이니 그런 영화가 있었던 것이 벌써 6-7년전의 일. 아마 그때 윤석은 대략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나이였을 그럴때인데 따라서 그런 유행어나 영화대사를 들어보지 못할 나이는 분명히 아니었을테고 다만 그런말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수 있을만한 나이였을지는 확실치 않은데, 어쨌든 어느덧 고3이 되어있고 졸업을 몇 달 남겨놓지 않은 그 오윤석이 그 영화속 대사를 이런식으로 응용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혜정이 누나를 위한 일이라면 무슨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정말이지 한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에게 이런 고백을 받는다면 감동의 극치를 느낄만한 그럴 대사가 아닐까. 다만 그것을 오직 아들 대학들어가는것만을 바라보고 인생을 살아온 어머니 앞에서 그것도 대입시험을 코앞에둔 고3 아들이 입에 담고 있어서 그것이 어머니 입장에선 기절초풍을 하고도 남을일이 되어버린것이긴 하지만. 도저히 참을수 없는 지경이 된 백승주는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 이건 내가 직접 청년사를 만나 이야기 해야해. 도대체 애들을 데리고 뭘 하면 이

  런일이 다 벌어지는거야 ? ”

 청년사는 다름아닌 대진교 각 회관 신도회에서 청운회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간부’직. 따라서 지금은 회관에 더 이상 나가지도 않는 백승주가 청년사를 직접 만나 따지겠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애초에 승주가 회관에 나가게 된게 승주가 이전에 식당일을 하던 동료가 원래 대진교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이라서 그를 따라 나가게 된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료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곳 같다’며 더 이상 나가지 않게 된것이지만, 원래 청년사는 바로 그 백승주의 동료와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다. 그래서 백승주의 경우엔 한 1년 남짓 대진교 집회에 참석을 했었지만 그 과정에서 승주의 동료와 함께 자연스레 서울회관 청년사와도 다소의 친분이 생기게 되었다. 어찌되었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백승주는 바로 서울회관 청년사를 찾아가 따질 기세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어머니, 대체 왜 이러세요 ? 이건 그냥 혜정이 누나와 저 사이의 개인적 문제에요

  . 근데 왜 그걸 회관에 가서 따지겠다는거에요. ”

 혜정과 윤석의 일이 두 사람의 사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만약 정말 이대로 어머니가 회관에 가서 따지면 문제가 더 커지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도 생겨서 윤석은 일단 승주를 만류하려든다. 허나 지금 이미 승주의 심정은 윤석이 말린다고 말릴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 비키지 못해 ? 니들이 회관에서 처음 알게된 사인데 이게 왜 그쪽과 상관없어 ?

  아니 도대체 청운회 X들은 전부 뭐하는 X들이야 ? 거기가 연애질 하는데도 아니

  고...게다가 도대체 위에 어른이란 사람들은 뭘 하고 자빠져있길래...무슨 툭하면

  정법(正法)을 펴네, 미륵시대가 오네 오만가지 헛소리들은 다하고 있으면서 애들

  교육은 어떻게 시켰길래 이런 이야기가 나와 ? 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길래

  낼모래 대입시험 치러야하는 애 입에서 그것도 다섯 살이나 많은 여자애랑 결혼을

  하네 어쩌네 이런소리가 다 나오냐구 !!! ”





 이때 서울회관 청년사는 동대문에서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40대 중반의 여인이었는데, 평상시에는 생업에 전념하지만 회관에 무슨일이 생기면 만사를 제쳐놓고 부리나케 달려오기도 하는 그런 열성분자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오윤석의 어머니 백승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오자 뭔가 짐작이 간다는 듯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애초에 지혜정의 아버지 지연태가 회관에 찾아왔을때는 혜정이 언제부터 대진교에 다니기 시작한건지 그리고 일전에 여름에 수련대회에 준비위원으로 참석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러 온것이었고 일단 그것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그 다음 문제가 지혜정이 사귀는 남자가 회관에서 알게된 남자라는데 그 남자에 대해 알고자 하는게 지연태가 궁금해 하는것이었다. 다만 그 문제는 회관 관계자들도 아는바가 없기에 회관장은 청년사에게 그 문제를 좀 알아보라고 지시했었고 마침 청년사가 그래서 지혜정이 사귀는 남자에 대해 수소문을 해보았던 것이다. 허나 청운회원 몇몇을 개별적으로 면담을 하거나 자기네들끼리 어울릴 때 슬쩍 끼어들기도 하면서 탐문을 해보았어도 한동안 단서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대다수 청운회들은 지혜정이 사귀는 남자에 대해 아는바가 없다고 말했고 게다가 지혜정이 회관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지도 어느덧 1년 가까이가 되어가고 있으므로 (가령 그 사이 청운회에 새로 가입한 사람들도 있을것이고) 따라서 이미 지혜정은 청운회에서 잘 모르거나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혜정이 수석부회장 시절 오윤석과 함께 집회에 참석하지는 않고 혜화동 인근 편의점에서 자기네들끼리 맥주를 마시거나 노닥거리는 모습이 목격되었다는 이야기가 두어번 나오긴 했다.

 허나 그때까지만 해도 청년사는 ‘설마 오윤석은 아니겠지’ 하고 방심하고 있었다. 일단 두 사람의 나이차이도 나이차이거니와 –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적어도 60-70-80년대는 물론 한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그런 커플은 아니었다. - 무엇보다 지금 오윤석이 고3 수험생 아닌가. 지혜정의 아버지 말로는 어쨌든 지혜정이 그 사귀는 남자와 단둘이 무슨 목포에까지 일주일 여행을 다녀왔다는것인데 설마 고3인 오윤석과 그러고 다니지는 않았겠지 그것이 청년사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헌데 우려했던 사태가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 청년사, 청년사 잘 만났어요. 우리 이야기좀 합시다. ”

 약속시간에 허겁지겁 회관으로 쳐들어오는 백승주를 보면서 청년사는 일단 차분히 그녀를 진정시키려했다. 사실 청년사 입장에서도 쉬이 믿겨지지 않는 일이라 일단 그 부분에 대한 확인을 해보려했다.

 “ 지혜정 동지가 그쪽아들 오윤석 동지와 뭐 어쩐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게 대체

  무슨말이에요 승주부인 ? ”

 “ 내가 묻고 싶은말이외다 청년사. ”

 ‘부인(婦人)’은 대진교에서 성인 여성신도들끼리 상대를 호칭할 때 부르는 명칭이다. 사실 원래는 대진교에서 신자들에게 지어주는 ‘아호(雅號)’가 있고 보통은 그 호를 따서 ‘OO부인’이라고 하지만 여기선 일일이 다 설명하기가 복잡하고 분량만 길어지니 그냥 이름만 따서 ‘OO부인(예 : 승주부인, 순자부인)’ 이렇게 부르는 것으로 한다. (* 소설은 소설일뿐 오해하지 맙시다 ^^;;)

 “ 청년사, 다른건 몰라도 우리 윤석이 그 지경이 되어선 안돼요. 청년사도 알죠 ?

  내가 그 애 지금껏 어떻게 키워왔는데...다른건 다 둘째치고라도 오직 그 아이 명

  문대 들어가서 출세하는 모습...그것 하나만 보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이 나외다. 그런데 어떻게...그런데 어떻게 그런짓을... ”

 듣고보니 청년사 입장에서도 기가막혔다. 무엇보다 고3인 오윤석이란 회원이 자신보다 다섯 살위인 그리고 서울회관 청운회 수석부회장까지 역임한 지혜정이란 여자와 여름에 일주일씩 목포까지 여행도 가고 그러고 어울려다녔다는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생각해보면 할수록 너무 기막힌 일이라 청년사도 말문이 막혔고, 대체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해야할지 그저 눈앞이 캄캄해질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일단 오윤석의 어머니 백승주 여사에게는 도의적으로라도 사과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백배 사죄의 말을 입에 담는다.

 “ 미안해요 승주부인...다른건 몰라도...이건 다 그저 제 불찰입니다. 그저 저희가 다

  청운회 관리를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니...그저 모두 제 책임이고 불찰입니다. ”

 “ 청년사...다른건 몰라두 우리 윤석이...그 지경이 되면 안된단 말이외다. 어떻게 키

  운 우리 윤석인데...그것도 나이도 그렇게 많은 그런 여자랑...그것도 대학을 다니지

  도 않고 지혜정이랑 결혼을 하겠다구요 ? 세상에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 ”

 원래 백승주가 식당일을 할 때 알던 동료가 대진교 신자라서 그녀를 따라 대진교 집회에 참석하게된 승주였고, 원래 청년사와 그 동료가 친분이 있는 사이였기에 그래서 자연스레 자신도 한때나마 청년사와 가까워졌던 그런 그녀 아닌가. 허니 그런식으로 친분과 교류가 있던시절 서로의 개인사나 가정환경 같은데 대한 이야기는 일정부분 나누었을법한 그런사이. 따라서 남편없이 혼자 힘들게 아들 하나 키우며 그것 하나만 보고 기대하며 살아온 그런 여인이 백승주라는 것은 그리고 그런 여인의 심리를 청년사도 어느정도는 이해할만한 나이와 위치에 있는 여인이기에 거듭 승주를 위로하며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보겠다고 말한다. 지금으로선 그저 백배사죄하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겠다는 것이 지금 청년사의 판단인 듯 하다.

 “ 헌데 대체 어떻게 그 지경이 된거에요 ? 아니, 난 도대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가 안가. 다른건 몰라도 오윤석 동지 참 그렇게 안봤는데...아니 도대체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설을 몸소 증명해주는것도 아니고... ”

 실제 비단 청년사뿐만 아니라 평소 오윤석의 주변인이라던가 어쩌면 오윤석의 어머니 백승주 조차도 평소 윤석에 대해 아는 것은 말수가 적고 과묵하고 얌전한 그런 아이의 느낌이었다. 적어도 대체로 온순해보이고 무슨 말썽이나 사고같은 것은 치지 않을만한 그런 성격의 ‘모범생 같아 보이던’ 학생이었는데 허나 글자그대로 생긴것만 ‘모범생처럼’ 생긴 학생이었던것일까. 여하튼 다섯 살이나 연상인 여자와 그것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고 그 다음 인생은 오직 지혜정만을 위해 그 일생을 바치겠노라 자기 어머니 앞에서 폭탄선언까지 해버렸으니 이게 얼마나 기가막힌일이 아닐수가 있으랴. 무엇보다 다른 모든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고3 수험생이 다섯 살 연상의 여자와 한여름에 일주일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20여년전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일탈행위가 되리라. 그래서 더더욱 기가막힐 수밖에 없는 청년사와 백승주. 청년사가 거듭 승주를 위로하며 달랜다.

 “ 제가 조만간 두 사람 다 회관으로 불러서 단단히 야단을 치던가 헤어지라고  다

  짐을 받아두거나 그렇게 할께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승주부인. 어쨌든

  거듭 제가 다 면목이 없고 죄송하네요. ”

 “ 도대체 그 여우같은 것이...도대체 그 여우같은 것이 어떻게 우리애를 유혹했길

  래...그 여우같은게 어떻게 우리앨 꼬셨기에 생전 이 에미속 한번 썩인일이 없는

  애가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벌여요. 도대체 어떻게 그 여우같은게...그 여우같은

  게 우리애에게 대체 무슨짓을 했길래... ”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설처럼 그래도 자식만은 조금이라도 역성을 들어주고 편들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것일까. 승주가 지금 연신 ‘여우같은 것’이라 지칭하는 여자야 다름아닌 지혜정을 두고 하는말일테고 승주는 그래도 지금까지도 우리 아들은 그럴 아이가 아니고 그 여우같은 지혜정이란 여자가 단단히 우리애를 홀린것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우같은 것’이라면서 사실상 지혜정에 대한 욕설을 계속 입에 담으며 흐느끼고 있는 승주. 피눈물을 흘리고픈 심정이란게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말일까. 아들 윤석에게도 헀던말처럼 또는 청년사에게 했던말처럼 그야말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을 유일한 소망으로 생각하고 지금껏 일생을 바쳐왔을 백승주 여인. 헌데 그런 아들이 그것도 대입시험을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학입시를 포기하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다섯 살 연상의 지혜정과 결혼을 하겠다는 선언을 해놓은 상황. 겪어본 당사자가 아니라면 정말 지금의 이 기막힌 심정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것이리라. 여하튼 승주는 몇 번이고 자기 아들과 지혜정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좀 해결해달라고 수도없이 애걸복걸한뒤 회관을 떠났고 청년사 역시 어떻게든 두 사람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말하고 그녀를 돌려보냈다.






 얼마지나지 않아 청년사는 지혜정과 오윤석을 회관으로 호출했다. 사실 이때는 지혜정은 회관에 나가지 않은지 어느덧 1년 가까이가 되어가고 오윤석 역시 – 굳이 고3이란게 핑계라면 핑계가 될수 있겠지만 – 이때는 청운집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명목상의 회원명단엔 여전히 등록이 되어있는 상태이지만 청년사가 단속하고 관리하기엔 이미 그 밖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청년사의 입장에선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청운회뿐만 아니라 대진교 이미지 자체에까지 먹칠을 할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나름 ‘사명감’에 젖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사실 어차피 지혜정이나 오윤석이나 지금은 회관에서 어느정도 마음이 떠나있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관계를 회관이나 청운회와는 상관없이 자신들끼리 사적으로 벌이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회관 청년사의 호출에 굳이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사의 부름에 응한 것을 보면 그래도 의외로 양심이 있거나 순한면도 있다고 봐야하는것일까. 여하튼 두 사람을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셈이기도 한 청년사는 매섭게 두 사람을 다그쳤다.

 “ 두 사람 도대체 지금까지 무슨짓을 하고 다닌거에요 ? ”

 혜정과 윤석은 두 사람 다 일단 대체로 그다지 밝지 못한 얼굴빛으로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사는 청년사대로 기가막힌 마음에 자기 할말을 있는대로 두 사람에게 쏟아붓고 있는중이다.

 “ 아니, 도대체 지금까지 회관에 다니면서 뭘 배운거에요 ? 아니...세상에 도대체가

  이래서 충(忠)과 효(孝)와 의(義)의 진리로 5만년동안 인류를 구할 대 철학을 만들

  청운동지들이라 할수 있겠어요 ? 대체 그동안 회관에서 뭘 배운거에요 ? ”

 “ 미안하지만 전 그런 문제에 관심 없는데요. ”

 대뜸 그와같이 나온 것은 다름아닌 지혜정이었다. 여하튼 청년사 입장에선 대진교의  핵심교리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부분까지 들먹이며 혜정과 윤석의 문제를 질책하려 드는것인데 혜정은 되려 그런식으로 나오는 청년사의 말이 더 듣기싫고 귀찮다는 듯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혜정의 말이 이어진다.

 “ 저 원래 그런데 관심 없었어요. 그리고 이 문제는 저희들 사적인 문제니까 어른들

  은 좀 간섭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네요. ”

 “ 뭐...뭐라구요 ? ”

 듣자하니 청년사 입장에선 더더욱 기가막힐 수밖에 없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어쨌든 ‘충과 효와 의’라든가 ‘5만년동안 인류를 구원할 대 철학을 창조할 한민족의 민족종교’라든가 이런 문제는 그야말로 대진교 핵심교리다. 헌데 그것을 그것도 명색이 청운회 수석 부회장까지 역임한 사람 입장에서 ‘관심없다’며 그와같은 교리를 부인하고 나오면 어쩌자는것인가. - 굳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가령 명색이 기독교인인 사람이 목사나 전도사 앞에서 ‘난 성경말씀 관심없다’고 한다면 어찌되겠는가 ? 또는 명색이 불교신자라는이가 ‘전 염불따위 관심없다’고 한다는 말을 스님들 앞에서 한다면 스님들은 그런 신자를 어찌 생각하겠는가. 지혜정이 청년사 앞에서 ‘전 그런 교리따위 원래 관심었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굳이 비유하자면 이런 상황과 별반 다를것이 없는 것이다. 혜정의 태도가 이와같으니 청년사 입장에선 그야말로 기가막히지 않을수가 없었다. 혼절이라도 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봐야할판이다.

 “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청운집회를 하루이틀 참석한 사람도 아니고 수석부

  회장까지 역임한 사람 입에서...아니, 뭐 좋아요. 막말로 사람 마음이야 언제든지

  변할수 있는것이니까 지혜정 동지 마음이 지금은 그렇게 대진교에서 떠난것이라 이

  해한다 쳐도 다른건 몰라도 지혜정씨는 오윤석군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인생의 선

  배고 누나잖아요. 오히려 오윤석동지가 아직 어려서 판단을 잘못해서 비뚫어지거나

  그릇된길을 간다고 해도 ‘그럼 못쓴다’며 타이르고 바로 잡아주어야 할 사람이 이

  게대체 뭐하는짓이냐구요 ? 듣자하니 심지어 그 목포여행도 처음부터 지혜정 동지

  가 제안하고 기획했다면서요 ? ”

 “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닌가요 ? ”

 “ 뭐...뭐라구요 ? ”

 그렇게 치고나온 것은 다름아닌 오윤석이었다. 지혜정이 그래도 일단 청년사의 기세에 밀리기라도 한것인지 별다른 대꾸가 없는 가운데 윤석이 그와같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윤석은 한술더떠 자신들의 관계를 항변하려 들었다. 어찌보면 한 여자를 지켜주려는 진정한 상남자의 모습이고 또 어찌보면 그야말로 철없는 고등학생의 철부지같은 행동이라고나 할까. 윤석의 말은 이어졌다.

 “ 듣자하니 옛날에는 꼬마신랑이라던가 그런것도 있었다면서요. 그런데 겨우 다섯

  살 차이가 무슨 상관이냐구요. ”

 “ 뭐...뭐라구요... ”

 굳이 가끔 코미디 콩트나 영화같은데서 우스개로 설정되는 조선시대 배경의 꼬마신랑 같은 이야기까진 아니더라도 실제 여자가 한두살 정도 나이많은 경우는 일제때는 물론 6.25 직후인 50년대 중,후반에도 이따금 볼 수 있는 경우였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가 많건 어리건 그건 별로 신경쓰지 않고 대체로 엇비슷한 나이의 남녀끼리 만나 결혼하거나 그런식으로 짝지워주곤 했다는 증거다. 남자가 그래도 여자보다 한 6-7살정도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식이 생긴 것은 아무래도 산업화가 진전되고 무엇보다 남자가 3년정도 군대를 다녀와야하면서 남자 입장에선 제대하고 취직해서 자리잡고 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보다 몇 살 많은게 피차 부담없지 않겠느냐는 그런 의식이 생긴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그리고 그와같은 의식이 60-70년대는 물론 80년대를 거쳐 대략 90년대까지도 이어진 듯 하다. 허나 개인주의 의식이 팽배한 70년대생들이 성인이 되기 시작한 90년대부터 그와같은 연상녀-연하남 커플에 대한 선입견은 다시금 깨지기 시작했으며 90년대 남녀간 연애에서 제법 큰 논란거리이자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 문제이기도 하다. 허나 지금 이 자리가 무슨 ‘연상녀-연하남 커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같은 주제로 논쟁할 자리는 아니지 않는가. 무엇보다 지금 진짜 중요한 문제는 그것도 다섯 살이나 많은 성인이며 대학까지 졸업한 지혜정이 고등학생인 오윤석을 꼬셔 그것도 대학입시가 낼모래인 윤석과 함께 여름에 같이 여행까지 다니고 그야말로 윤석을 대학까지 포기하게 만들정도로 비상식적인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는데 있다. 바로 그 점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힌 청년사는 그래도 오윤석을 아직은 ‘어린아이’로 생각하는지 타이르듯 다시금 말해보려 했다.

 “ 오윤석 동지...아니 내가 오윤석군 어머니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그래도 한 1

  년 가까이 친분이 있었던 사인데...내가 그래도 지금까지 오윤석군이 어머니는 더

  이상 회관에 나오지도 않는데 그 아들은 꾸준히 나오는 것을 보고 그래도 나름대

  로 자기 소신과 주관은 뚜렷하게 가진 그런 학생이구나.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

  어요. 헌데 아니 대체 이게 무슨짓이에요 ? 이게 도대체 사람 할짓이냐구요 ? 내가

  오윤석군 어머니를 모르는 사람이 아닌데...윤석군 어머니가 지금까지 윤석군을 위

  해 어떻게 희생하고 헌신해왔는지 그거 모르는분 아닐거잖아요. 그런분이 어떻게

  이렇게 어머니를 기함시키실수가 있어요 ? 생각해보세요. 윤석군 좋은대학 가는 것

  그것 하나만을 일생의 바램이자 소망으로 생각하고 지금껏 살아오신 윤석군 어머니

  가 오윤석군이 ‘나 대학 안갑니다. 그리고 혜정이 누나랑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결혼할겁니다’ 이런말을 했을 때, 어머니 심정이 어떠셨을 것 같아요 ? ”

 ‘죄송합니다 청년사님. 아무래도 제가 생각을 잘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식으로 나올것이라 기대했다면 그만큼 40대 중반의 청년사도 뜻밖에 순진한 면이 있는 것으로 봐야하는것일까. 그래도 최소한 자신의 설득과 꾸짖음이 두 사람에게 어느정도는 먹혀들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윤석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사실상 지혜정보다 한술 더 뜨고 있는 것이 오윤석이었다.

 “ 어머니 인생은 어머니 인생이고 제 인생은 제 인생일뿐입니다. ”

 “ 뭐...뭐라구요 ? ”

 “ 어머니 인생은 그냥 어머니 인생대로 그렇게 살아온것이고 전 제 자유의지대로

  제가 사랑하는 여인을 선택한것뿐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여인을 선택했는데 거기

  에 어른이나 제3자가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 자

  유의지로 혜정이 누나를 선택했고 혜정이 누나를 지켜주는데 제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것 뿐입니다. 그러니 어머니든 다른 누구든 거기에 간섭할 이유 전혀 없어

  요. ”

 “ 이것보세요 오윤석 동지 !!! ”

 ‘이것들을 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정말이지 청년사 입장에선 눈앞이 캄캄해질 뿐이었다. 한편 생각해보면 이제 지혜정이든 오윤석이든 둘 다 더 이상 청운집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의 문제에 내가 왜 이렇게까지 신경을 곤두서고 나서야하나 하는 회의감까지 생긴다. 허나 다른 것은 몰라도 이런문제가 청운회나 대진교 전체 이미지에까지 먹칠을 하게되는 그런 결과를 만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청년사는 다시금 두 사람을 설득하고 타일러보려했다. 허나 설득을 하려면 할수록 두 사람은 이미 자신의 권한으로 다스릴수 있는 범위 밖에 있구나 하는것만을 거듭 깨달을 뿐이었다.





 승주는 아예 지혜정의 아버지 지연태의 집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이미 한번 회관 청년사를 찾아가 자기 아들과 혜정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신신당부한바 있지만 청년사도 둘을 갈라놓는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을 못하는 것 같아 보였고, 무엇보다 자신이 이미 대진교에 더 이상 발걸음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 회관 청년사에게 도움을 계속 요청하는것도 모양새가 우스울 것 같아 아예 자신이 직접 혜정의 부모를 만나 애원을 하든 애걸복걸을 하든 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애초에 승주는 지혜정에 대해서는 서울회관 청운회 수석부회장이라는것만 알고 있었을뿐 그녀의 집안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 일단 근본적으로 혜정이 청운회시절 자신의 그런 집안환경을 다른 회원들에게 잘 이야기하는편이 아니었고, 게다가 일반 신도회의 나이많은 성인 신도와 젊은 청년회(청운회) 간부가 굳이 그렇게까지 교류가 깊을일은 거의 많지 않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승주는 지혜정에 대해선 그냥 그런 이름을 가진 청운회 간부가 있더라 그 이상은 아는바가 없었다. 허나 지금은 무엇보다 지연태가 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회관에 찾아갔을때는 행여나 이름조차 생소한 그런 종교단체에서 자신에게 무슨 해꼬지라도 하지 않을까 우려되어 나름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밝히며 거드름을 좀 피우기도 했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서울회관 회관장과 청년서가 자연스레 혜정의 집안에 대해 알게된 것이다. 허나 어쨌든 지금은 승주도 혜정의 아버지라는 이가 민정당 국회의원과 공기업 감사를 역임하고 지금은 대학 초빙교수로 출강하는 그만한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에 아들 셋은 의사,변호사,유력언론사 기자인 셋 모두 그만큼 잘나가는 직업을 가진 그런 대단한 집안임을 알고있는터. 따라서 승주의 입장에선 자기아들을 꼬셔는 그런 못된 여우같은 여자아이 집안을 찾아가 따진다기 보다는 그야말로 높으신 어른이나 나으리라도 찾아가 하소연이나 애원이라도 하고픈 그런 심정으로 찾아간 것이다. 그래서 막상 그 집안에 들어서 지연태와 마주했을때는 대성통곡부터하며 연태의 다리를 붙잡고 빌기까지 하면서 하소연을 해댔다.

 “ 아이구...선생님, 의원님...나으리...사장님...제발 저희애좀 어떻게 해주세요. 저희

  애 제발...이집 귀한 따님 더 이상 못만나게 좀 해달라구요. 저희애 대학가야돼요.

  제가 지금껏 남편도 없이 오직 그 아이 하나만을 보고 살았는데...그 아이 대학가

  서 출세하는 모습만은 분명히 보고야 말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만 지금껏 살아온 사

  람이 바로 저구먼유. 그런데...그 애가 지금 저러고 있으면...선생님...의원님...어르

  신...제발...저 저희아들 대학가는거 보지 못하면 제가 죽어도 눈을 못 감는구먼유...

  그러니 제발 저희애좀 말려주세요. 저희애좀 이 집 귀하디 귀하신 따님 더 이상 못

  만나게 해달란 말씀이구먼유. 그러니 선생님 제발... ”

 일단 지연태는 지금 현역 국회의원은 아니고 전직 의원이긴 하지만 승주가 지금 그런걸 따질 상황은 아니고, 의원이든 교수님이 되었든 그 외 다른 무엇이 되었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칭이며 직함명을 있는대로 갖다대면서 그렇게 애원하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국회의원에 공기업 감사까지 역임하고 지금은 대학 초빙교수로 있는 사람이라니 거기에 어울릴만한 직함이나 존칭을 있는대로 갖다 붙이며 애원하면 조금이라도 이 지연태의 마음을 움직일수가 있으려니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으로 이러는 것이다. 한편 연태 입장에선 윤석 어머니 승주의 이와같은 방문이 놀랍고 당혹스러운 일이기도 했으나 기왕 이렇게된 것 정중히 사과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겠다는 생각에 사죄의 말부터 입에 올린다.

 “ 일단 딸아이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키고 관리를 제대로 못한점...부모된 입장에서 진

  심으로 윤석군 어머님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모두 다 제 불찰입니다. 용

  서하십시오. 딸아이는 제가 책임을 지고 무슨수를 써서라도 윤석군에게서 떼어내도

  록 하겠습니다. ”

 “ 선생님...의원님...교수님...제발 부탁하는구먼유. 저 그애 대학 꼭 보내야해요. 남

  편없는 여자가 혼자 아들하나 키우며 지금껏 산다는거 얼마나 힘든일인지 아마 잘

  모르실거구먼유. 하지만 전 진짜...그 아이 좋은대학가서 출세하는거...그거 하나는

  반드시 보고 가겠노라는 그 일념 하나만으로 지금껏 살아온 그런 여자구먼유. 그런

  데...그런데 그런 아이가...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고 있으니...정말 저 진짜 그

  아이 대학 들어가는거 못보면 죽어도 눈을 못 감을 사람이구먼유... ”

 “ 예, 예 잘 알겠습니다 어머님. 윤석군 어머님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여하튼 제

  가 책임을 지고 제 딸아이가 그쪽 아드님 더 이상 만나는일 없도록 특단의 조치라

  도 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딸아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부족하고 못난

  부끄러운 애비로서 그 부분에 한없는 책임을 진심으로 느끼며 깊은 사죄말씀 올립

  니다. ”

 지연태는 정말 승주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을것같은 기세로 나왔고 승주는 이건 아니다싶은지 그런 연태를 만류한뒤 그만을 믿겠다며 거듭 두 사람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그 집을 나왔다. 그리고 승주가 돌아가고 나서 혜정은 아버지 연태의 엄청난 꾸지람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 도대체 너 뭐하고 돌아다니는애야 !!! ”

 “ ...... ”

 “ 그 윤석이란 학생 어머니가 우리집까지 찾아오셔서 애걸복걸을 하며 울다 가셨어

  !!! 아니, 도대체 무슨짓을 하고 돌아다니길래 환갑넘은 애비가 이런일까지 겪게 만

  들어. ”

 “ 아버진 왜 그렇게 제 일에 참견이세요 ? ”

 “ 뭐...뭐라고 ? ”

 애초부터 공부잘하고 말도 잘듣는 오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환경에서 자란 혜정이라서일까. 이와같은 아버지의 이야기조차 ‘귀찮은 어른들의 잔소리’ 그 이상으로 여겨지지 않는듯하다. 그래서인지 되려 당당하게 나오고 있고 마치 무슨 80년대 유행하던 어느 유명 노래가사라도 인용하듯 이와같이 말한다.

 “ 어쨌든 중요한건 제 인생이에요. 다 제가 선택하고 제가 원하고 바래서 한 일들일

  뿐이라구요. 제 인생은 제거에요. 알아요 ? 아빠가 간섭하실일 아니라구요. ”

 “ 이것아 !!! 그것도 어느 정도라야 말이지. 도대체가 세상천지 어디에 이런 비상식

  적인 일이 있을수가 있어 ? 길가는 사람 백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라. 아니, 다섯 살

  이나 나는 나이차이는 그렇다 치더라도...오히려 그런 나이어린 고등학생이 행여 어

  려서 판단을 잘못해서 비뚫어진 길로 나간다던가 해도...오히려 누나로서 인생의 선

  배고 어른으로서 잘 타이르고 바른길로 인도하고 선도해야할 그런 어른이 오히려

  그런애를 꼬드겨 이런짓을벌여 ? ”

 “ 아빠, 말 조심해요. 꼬드기다뇨 ? ”

 “ 낼모래 대학입시 치러야하는 고3을 끌어내서 일주일씩이나 목포까지 다녀오고 그

  게 꼬드긴게 아니면 뭐가 꼬드긴게 아냐 ? 도대체가 세상천지에 어떤 대학생 어른

  이 수험생인 학생을 꼬셔서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벌인다더냐 ? 세상에 도대체 어

  디 이런 황당무계한 일이 있을수가 있어 ? ”

 “ 아빠가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 지금 생각 변하지 않아요. 이건 다 저와 그

  사람과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일뿐이라고요. 어른이고 제3자고 관여할일 아닌 저

  와 그 사람만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구요. ”

 “ 뭐...뭐라고 ? 그 사람 ??? ”

 ‘그 사람’이란 호칭. 성인여성이 남편이나 남자친구 혹은 연인정도쯤 되는 사이가 아닌다음에는 웬만하면 잘 안 붙이는 호칭일까. 차라리 그냥 ‘윤석이’라던가 ‘오윤석군’ 아니면 청운회들끼리 붙이는 명칭을 붙어 ‘오윤석 동지’ 이런식으로 불렀다면 그나마 아버지 연태의 황당함과 울화가 덜해졌을까. 마치 오윤석이 정말 자신과 장래를 약속한 상대이거나 연인관계라도 되는양 그와같이 부르고 있는 지혜정. 따라서 연태는 더더욱 기가막힐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더욱 나름 단호하고 굳인 결심이라도 한 듯 딸에게 말한다.

 “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니 엄마가 일전에 추진하려던 맞선 다시 추진하는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니가 아직 어리고 학교도 졸업하기 전이라서 나도 니 엄마를 말린

  것이지만 이젠 그럴 이유도 없고 상황이 이런이상 더더욱 니 역성을 들어줄 이유

  도 없고 어림도 없는줄 알아라. 당장 선 봐. ”

 “ 아빠 !!! ”

 “ 그조차도 거부하면 차라리 너 어디 멀리 외국이라도 보내던가 할거야. 미국이든

  카나다든 유럽이든 외국에 사는 친척이나 아빠 친구들에게 상의라도 해서 너 그

  리로 보내버리든가 할테니 알아서 해 !!! ”



- 7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