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엄지 (1)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 줄을 타며 행복했지 / 춤을추며 신이났지 / 손풍금을 울리면서 / 사랑노래

  들려줬지

   공굴리며 좋아했지 / 노래하며 즐거웠지 / 흰분칠에 빨간코로 / 사랑노래

  들려줬지

   영원히 사랑하자 맹세했었지 / 죽어도 변치말자 언약했었지

   울어봐도 소용없고 / 후회해도 소용없는 / 어릿광대의 서글픈 사랑


                     ‘곡예사의 첫사랑 – 정진섭 작사,작곡  박경애 노래’  ”

                      (* 1970년대 대중가요)





 후천개벽과 미륵시대를 지향하는 민족주의 계열의 신흥종교 단체 ‘대진교’는 1980년대 초반에 만들어져 서울,부산,광주,대전,대구,인천등 총 12개 지역에 집회장소인 ‘회관’을 두고 있다. 그 대진교의 학생회,청년회 단체를 총칭하는 명칭을 ‘청운동지회(靑雲同志會)’라고 부르고 약칭을 ‘청운회’라고 한다. 청운회는 각 지역 회관별로 평균 한달에 한번꼴로 ‘집회’를 갖곤 한다. 한편 대진교 서울회관은 80년대 당시에는 혜화동의 주택가에 있는 한 2층집을 소유하고 그곳을 ‘회관’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1층에는 집회장소인 ‘성전’과 사무실 또는 신도회나 청운회가 모임장소로 쓸 수 있는 ‘방’과 2층에는 기도를 하거나 개인사정등으로 잠시 묵으러 온 성직자(聖職者)나 일반신도들이 사용할수 있는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회관은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층집 정도의 규모로 집 건물에서 나오면 대문까지 거리는 다섯발자욱이 채 안될정도로 따라서 앞마당의 넓이는 그리 넓지 않다. 청운회 회원들이 집회에 참석하러 왔을 때 혹 자기네들끼리 노닥거리거나 쉴만한 공간으로는 무척이나 협소하기 때문에 청운회원들은 자기네들끼리 별도의 모임이나 회동을 가질때는 인근의 혜화동 커피숍이나 분식점등을 이용하곤 했다. 다만 건물 뒤쪽에는 그런대로 조금 넓은 공간이 있어 그곳에선 개나 닭,염소 따위의 가축을 여러마리 기르고 있기도 했다. 한편 1980년대 후반 당시 서울회관 청운회는 ‘중고등부’는 등록되어있는 회원수가 40여명 청년부의 경우엔 30여명 정도였으나 실제 집회에 참석하는 숫자는 그 절반정도라 ‘정기집회’때 참석하는 서울회관 청운회 회원은 중,고등부, 청년부를 통털어 30명 수준을 넘진 못한다. 여하튼 80년대 당시 대진교 서울회관의 청운회는 그런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1989년 가을이면 윤준식이 이 대진교 청운회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한지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다. 대진교 서울회관 청운집회는 보통 매달 두 번째 일요일 오전 열시경에 시작 두시간 정도의 시간으로 진행되곤 했는데, 여하튼 그날도 바로 그 서울회관 청운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간 날. 이제 막 회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그런 준식에게 문득 이상한 광경이 목도되었다.

 서울회관은 평범한 2증칩 건물인데 앞마당은 그리 넓지않은 협소한 공간. 그리고 적어도 준식이 알기로는 꽤 오래전부터 그 한쪽에 권투용 ‘샌드백’이 하나 놓여있는게 눈길이 간다. 종교단체의 집회장소 마당에 비치되어 있는것으로는 꽤나 엉뚱하고 뜬금없는 물건이긴 한데, 준식이 그 이전부터 대진교 집회에 참석한 성직자나 신도들에게 물어보면 저 ‘의문의 샌드백’은 그전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2층집을 대진교측이 직접 매입하기 이전 그전에 살던 사람들이 쓰던것이라는 소린데, 대진교가 대체 어떤 경위를 거쳐 혜화동의 이 2층집을 매입해 서울회관으로 쓰기 시작했고, 그전까진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를 그때의 준식이 알길은 없었지만 여하튼 저 의문의 샌드백이 그전에 살던사람들이 쓰던 것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는것이라면 저 뜬금없어 보이는 물건을 여지껏 그냥 놓아두고 있다는것도 이해할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럼 대체 서울회관이 있기 전까진 이 집에 대체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지도 문득 궁금해지는 일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그 ‘의문의 샌드백’ 때문에 그러잖아도 협소한 앞마당이 쓸만한 공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지경인데 그래서 청운회원들의 경우엔 웬만해선 이용을 잘 안하는 앞마당 바로 그 ‘의문의 샌드백’ 뒤쪽에 샌드백보다 더 의문스러운 광경이 준식의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앞마당 공간이 그리 넓은것도 아니고 샌드백 크기도 그리 큰것도 아니라 대문안으로 들어서서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오기만 해도 그쪽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충분히 확인하고도 남을만한 거리인데, 여하튼 그쪽에 있는 한쌍의 남녀. 한사람은 청운회 수석부회장으로 있는 이때 대학 2학년 학생이었던 지혜정이란 여인이었고, 그 지혜정과 함께 있는 이는 준식이 대진교 청운회에 처음 등록할 때 비슷한 시기에 함께 등록했던 준식보다는 두 살어린 오윤석이란 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마침 같은시기에 등록했고 두 살 어린 학생이라서 준식의 경우엔 그런대로 만만하게 보여서였는지 녀석을 그냥 ‘야,너’ 정도로 불러오곤 했는데 그 오윤석이 수석부회장 지혜정과 다소 이상한 분위기로 함께 있는 것이다. 그냥 뭐 개인적으로 볼일이 있나보다 싶을수도 있지만 바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내용은 준식을 순간이나마 멈춰서게 만들지 않을수 없을 정도로 엉뚱하고 이상야릇했다.

 “ 누나, 그거 알아요. 요즘 점점 예뻐보이는거... ”

 “ 내가 ? ”

 중학교 3학년 오윤석의 말에 다소 의아하고 놀라운 듯 반응하는 대학 2학년생 수석부회장 지혜정. 그런 혜정의 얼굴이며 어깨부위 따위를 살짝 만지작거리는 시늉을 해보이면서 윤석은 사뭇 감탄스러운듯한 말투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 이전에 처음 봤을때와 느낌이 많이 달라요. 솔직히 누나 처음 봤을때는 그런거 못

  느꼈는데...누나의 이 어깨선하며 목선...또는 콧날...이전에 비해 점차 성숙해져가고

  뭔가 여자가 되어간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

 “ 내가 그럼 뭐 여자지 남자이기라도 했냐 ? ”

 다소 어이없다는 듯 대꾸하는 지혜정. 그러나 윤석은 그런 혜정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뭔가 감홍에 젖은듯한 말투가 이어지고 있다.

 “ 누나가 보면 볼수록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말이에요. 말했잖아요. 누나 점점 이뻐

  지고 있다고...점점 여자가 되어가고 있어요. 이 성숙한 곡선미에서 우러나는...이

  전에 볼수 없었던 우아한 느낌... ”

 ‘허...저것들 뭐야 ?’ 순간 좀 어이없는 듯 준식은 멍하게 오윤석이란 너셕이 지혜정과 나누는 대화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확실하게 준식이 알고 있기로 윤석은 자신보다 두 살 어린 중학교 3학년이고 지혜정은 그때 이미 청운회 ‘수석부회장’의 위치에 있는 대학교 2학년 학생. 대진교 청운집회에 참석한 경력은 윤석이야 어차피 준식과 같은달에 등록했던 녀석이고, 지혜정은 이때 이미 대학생이고 ‘수석부회장’이란 위치에까지 있으니 이미 그전부터 집회에 참석해왔던 따라서 그 경력은 꽤나 되는 그런 신도로 봐야할 것이다. 헌데 그런 지혜정을 보면서 오윤석은 연신 그녀의 외모에 대한 ‘예찬’을 그와같이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준식은 순간적으로나마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중학교 3학년 정도 되는 사춘기 소년의 눈에 비치는 ‘여대생’의 모습은 어떤 이미지일까 하는. 물론 중학교 3학년 정도면 성이나 이성에는 어느정도 눈을 뜰만큼 떴을만한 나이고, 몽정도 이미 시작되었을 나이. 무엇보다 이 정도 나이의 학생이면 20대의 미모의 여가수나 탤런트에게 흠뻑 빠져있을만한 그런 시기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젊고 섹시한 자태의 수영선수나 체조선수 같은데 관심이 가기도 하는 그런 나이임에 분명하다. 허나 TV 화면이나 잡지 책자같은데서 볼 수 있는 그런 잘 꾸민 미모의 탤런트나 여자 운동선수에게 관심이 가는 경우와 일상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여대생 누나’를 보는 느낌은 분명 다를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 시기는 ‘연상녀 연하남 커플’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거의 없었을 시기고 특히 결혼은 남자가 여자보다 6-8살 정도 많은 것을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시대다. - 게다가 ‘연상녀 연하남 커플’을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이해해주는 그런 시대인 90년대 중,후반 정도만 되어도 특히 여성들은 종종 이런말을 했다. ‘여자 입장에서 어릴때부터 함께 알고지내거나 자란 경우엔 여자 눈에 그 남자애가 아무리 크고 성인이 되어도 ‘어린아이’로만 느껴지기 때문에 커플로 이어지는 경우는 웬만해선 잘 없다’고. 어찌되었거나 80년대는 어느덧 막바지인 89년 가을. 대진교 서울회관 건물 앞마당에서 중3짜리 회원 오윤석이란 소년은 자신보다 다섯 살 연상인 수석부회장 지혜정 누나에게 그것도 구체적으로 ‘목선이 어쩌구 어깨선이 어쩌구’ 하면서 볼수록 성숙해진다느니 여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니 그런식의 표현까지 입에 담으며 지혜정이란 여인의 외모를 예찬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남녀관계란게 오래전부터 ‘제눈에 안경’이란 말이 있기도 했지만 솔직히 준식의 입장에서 이때 서울회관 청운회 수석부회장을 하는 지혜정이란 여인에게선 딱히 ‘이쁘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없다. 오히려 대진교 청운회에 처음 등록을 하고 수석부회장 지혜정에게 간단히 자신의 프로필을 적어내며 청운회 회원들에게 ‘첫인사’를 할 때 자신을 소개하는 수석부회장을 처음 봤을때의 느낌은 ‘지저분하다’는 표현을 쓴다면 너무 실례가 되는 표현일까. 설마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된 남학생의 표현력이 그렇게까지 단순하겠느냐만 여하튼 방금전 오윤석이란 아이는 ‘목선이 어쩌구 어깨선이 어쩌구’ 하는 구체적인 미사여구까지 덧붙여가며 미모를 ‘예찬’하는 그 지혜정이란 여인에 대해 정작 준식은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일단 미모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런 여인이었다.

 오히려 살짝 가무잡잡하고 어두워보이는 얼굴, 게다가 평소에 다소 짙은색깔의 빛깔을 선호하는것인지 그런 계통의 캐쥬얼 복장을 하고 청운집회에 참석하는 지혜정은 바로 그런 이미지때문인지 고2 윤준식의 눈에 ‘지저분한 여자’라는 느낌이 좀 더 강렬하게 와닿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평소 잘 꾸미지도 않는데다가 자신의 외모며 외적 이미지를 별 신경 안 쓰는 그런 여인 같았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헌데 그런 느낌을 받았던 윤준식과는 정 반대로 준식보다 두 살어린 오윤석이 자신보다 다섯 살 연상의 여대생 지혜정을 두고 ‘목선이 어쩌구...어깨선이 어쩌구...’ 하면서 ‘갈수록 여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라느니 ‘성숙해져 가고 있다’느니 이런 말을 입에담고 있는 것이다. 그 풍경자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였을까. 잠시나마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청운회 간부 한명이 회관 건물안에서 나와서는 그렇게 마당에서 서성대고 있는 세사람을 향해 바로 외쳤다.

 “ 거기 다들 뭐해요 ? ”

 “ 옛 ? ”

 “ 집회가 곧 시작되는데 거기서 뭣들 하느냐고 ? 어서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요. 지

  혜정이 너도...수석부회장이란 녀석이 그런데서 꾸물럭거리고 있으면 어떻게 해 ? ”

 집회가 곧 시작되니 어서 들어오라는 청운회 간부의 말이 있자 지혜정이 수석부회장이란 책무도 있고 농땡이를 피우고 있었음이 민망해져서인지 바로 쪼르르 회관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집회가 곧 시작한다고 했으니 오윤석도 바로 회관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그런 윤석을 잠시 준식이 불러서는 말을 건넨다.

 “ 야, 너 뭐야 ? ”

 “ 뭐가요 형 ? ”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준식에게 살짝 짜증이 났는지 자신보다 두 살위은 준식을 ‘형’이라고 부르는 녀석을 바라보며 준식의 말이 이어졌다.

 “ 너 조금전 그게 무슨이야기냐고 ? 수석부회장님한테 그게 무슨 태도야 ? ”

 “ 제가...뭘 어쨌다구요... ”

 뭘 잘못했다고 그러느냐는 항변이라기 보단 살짝 무안함과 민망함이 곁들여진 그런 말투라고나 할까. 다만 윤석은 자신의 조금전 언행에 대한 별다른 자책감은 없는지 대체로 당당해보이는 태도였고, 하지만 그랬기에 준식은 더더욱 이해가 안간다는 듯 윤석에게 한마디 했다.

 “ 너 이녀석아 정신차려라. 부회장님이 너랑 도대체 몇 살차인데. ”

 바로 두 사람 사이가 다섯 살이나 차이가 남을 언급하며 윤석의 언행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것인데, 오히려 조금전 그 광경을 색안경 끼고보는 준식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 윤석은 준식을 바라보고 있었고, 한편 조금전 밖으로 잠깐나와 마당에 있는 이들을 보고 ‘집회가 시작하니 어서 들어오라’고 했던 청운회 간부는 아까 분명히 마당에 있었는데 아직 들어오지 않은 두명이 신경이 쓰였는지 다시금 나와서는 둘에게 재촉한다.

 “ 거기 너희들 뭐하고 있는거야 대체 ? ”

 “ 아...아니 저... ”

 “ 집회 곧 시작하니까 들어오란말 못 들었어 ? 이 녀석들이 도대체가 말야. ”

 그 말에 윤석과 준식은 곧 그 청운회 간부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건넸고 그리고 바로 군소리없이 회관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날의 청운집회도 여느때와는 크게 다를바 없이 진행되었다.

 매달 두 번째 일요일 오전 10시에 열리던 청운집회는 보통 두시간 정도에 걸쳐 진행되고 점심때가 거의다 되어가는 정오무렵에 마무리된다. 집회가 끝나고 나면 청운회원들은 자기네들끼리 삼삼오오 짝을지어 모여 인근 분식점이나 이런데서 점심식사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볼일이 있거나 집에 돌아가야 하는이는 서둘러 먼저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이후의 행보는 대체로 제각각이다. 준식의 경우엔 그날 집에 급한 볼일이 있기라도 한지 ‘같이 밥먹고 가자’며 준식의 팔을 부여잡는 다른 청운회원 두어명의 팔을 뿌리치고 서둘러 혜화역 전철역을 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택가를 빠져나와 혜화 전철역이 있는 마로니에공원까지는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헌데 준식이 이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철역으로 들어섰을때쯤 또다시 의문의 장면이 하나 목격되었다.

 바로 아까 그러니 어느덧 두시간여전 청운집회가 막 시작되기 직전 회관건물 앞마당에서 뭔가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던 그 두 사람. 이번엔 전철역 개찰구 앞에서도 그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어느덧 준식도 계단을 다 내려와 개찰구와 매표소가 있는 공간까지 다다르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을 목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혜정은 윤석의 한쪽팔을 살짝 붙잡고 있었고, 그리고는 뭔가 한참을 애틋하고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그런 연인같은 그런 분위기라고나 할까. 글쎄, 저 두 사람의 구체적인 인연과 사이를 모르는 평범한 혜화역의 일반인들이 지나가면서 그 광경을 봤다면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일요일 점심시간 무렵. 일단 복장은 그저 휴일 나들이라도 나온듯한 간편한 복장으로 그러나 분위기만은 뭔가 야릇하게 서로를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 저 두 사람의 모습은. 헌데 사실 저 두 사람이 굳이 이 공간에서 저러고 있다는것도 다소 엉뚱하다면 엉뚱하다. 준식이 알고 있기로는 지혜정 수석부회장은 신촌에 산다고 들었고, 윤석은 사는곳이 구로동이다. 그렇다면 대략 전철역 방면으로 볼 때 일단 혜화역에선 같은 방향의 전철을 타야할 가능성이 높다. 헌데 전철을 갈아타기 위해 헤어지는곳도 아닌 혜화역에서 굳이 저런 분위기를 자아낼 필요가 있는가. - 물론 두 사람중 어느 한쪽이 다른 사정이 있어 버스나 다른 교통편을 이용 다른 방향으로 가야할수도 있는것이지만 – 여하튼 그렇게 한참을 잠시 뭔가 이상야릇한 분위기로 한참을 서로 바라보던 두 사람은 그러더니 이내 곧 사이좋게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그것도 사뭇 다정스런 포즈까지 연출해가며 그 와중에 지혜정은 살짝 윤석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주기까지 한다.

 ‘ 에이...신경쓰지 말자. 내가 저 사람들 하는일에 뭐 이렇게 굳이 신경써야 하나. ’

 생각해보니 자신이 지혜정과 오윤석이 무슨짓을 하든 신경쓸일이 아니지않는가. 상식적으로 볼 때 뭔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 있어서 – 중학교 3학년밖에 안 된 녀석이 다섯 살 연상의 여대생에게 ‘목선이 어쩌구 어깨선이 어쩌구’ 하며 (그것도 보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딱히 미인이라고 할수도 없는 그런 여인에게) 미모 예찬을 늘어놓는 모습이라던가, 헤어져야하는 순간도 아니건만 전철역 앞에서 그렇게 제법 오랜시간 애틋하고 아쉬운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 등 – 잠시 눈길이 갔던것이지만, 자신이 필요이상 저 두 사람 하는것에 대한 공연한 관심을 갖는 것이 되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될수도 있는지라 준식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자신은 자기 갈길을 가기로 한다. 준식이 사는 서울 강동방면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윤석과 혜정이 타는 전철과 정 반대편 전철을 타야한다. - 5호선은 아직 개통되기 이전 - ‘어서 집에나 가자’며 발걸음을 서둘렀던 그때. 그러나 그 무렵까지만 해도 저 두 사람의 야릇한 분위기가 훗날 엄청난 사달의 시발점이 되어있을것이라곤 그때의 준식도 회관이나 청운회 관계자도 아무도 예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혜정의 아버지 지연태는 80년대에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으로, 이후 공기업 감사를 4년간 역임한뒤 80년대 후반부터는 명예교수나 초빙교수 자격으로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사람이었다. 한편 연태는 동갑내기 아내 이순규와의 사이에서 모두 3남1녀를 두었는데 그중 막내딸이 바로 지혜정이다. 혜정의 큰오빠는 이때 의사, 둘째오빠는 변호사 그리고 혜정과 여섯 살 터울이 지는 셋째오빠는 1년여전쯤에 유력언론사에 입사 기자로 활동중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때 혜정의 큰오빠와 둘째오빠는 이미 몇 년전 결혼 각기 따로 나가 살고 있었으며 각기 아내와의 사이에 아이도 이미 한둘씩 본 상태라 지혜정에겐 조카들까지 있었다. 여하튼 그런집안의 3남1녀중 막내인 지혜정. 그런 지혜정이 대진교 청운회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대략 고2때부터였다. 당시 혜정의 학교 반 친구중에 가족이 전부 대진교 신자인 그런 집안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혜정은 바로 그런 집안의 막내딸이기도 한 아이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대진교 청운회에 가입까지 한 것이다. 다만 그때는 혜정은 머지않아 고3이 되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대입준비에 전념하느라 청운회나 대진교에 그리 신경은 쓰지 않는 편이었고, 정작 대진교 청운회 집회에 열성적이 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무렵부터였다. 그러다 대학 2학년에 되어서는 서울회관 청운회의 ‘수석 부회장’까지 맡게된 것이다. 비단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대학 동아리나 그런류의 단체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런 학생단체의 간부급은 3,4학년이나 고참급이 맡게되기 마련인데 2학년인 지혜정이 그냥 부회장도 아니고 ‘수석부회장’까지 맡게된 것은 그 당시 서울회관 청운회에 간부일을 맡길만한 적임자가 없었던 탓으로도 봐야할 것이다. 당시 대진교 청운회 청년부에 등록되어있는 회원은 30명 수준이었지만 정기적으로 집회에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멤버는 기껏해야 열명 안팎 수준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대학 2학년의 몸으로 서울회관 청운회 수석부회장을 맡고있던 지혜정. 그날도 변함없이 그렇게 집회이 참석한 일요일이었는데, 다만 집회야 대개 점심무렵에 끝나고 그날은 심지어 오윤석이란 고등학생 회원과 함께 집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부랴부랴 회관을 나오기까지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비교적 늦은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귀가를 하게되었다. 국회의원과 공기업 감사를 역임하고 지금은 대학에 초빙교수로 출강중인 지연태. 그런집안의 막내딸이기도 한 혜정이 저녁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서자 연태가 그런 혜정을 보고 묻는다.

 “ 대학 동아리 모임이 있다더니 그래서 거기 다녀오는길이냐 ? ”

 혜정의 부모는 그때까지도 혜정이 어딜 다니고 있는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고등학교때는 어차피 고3때는 공부하느라 청운집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고2때 불과 두어번 친구따라 가본 것이 전부고, 이후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혜정은 집에는 보통 ‘대학동아리 모임이 있다’는 식으로 둘러대며 청운집회에 참석하곤 했다. 그래서 혜정이 말한대로 그런 대학동아리 모임에 갔다온줄로만 알고있는 그녀의 부모.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혜정에게 어머니 이순규가 한마디 잔소리를 한다.

 “ 혜정아, 좀 일찍일찍 다니면 안 되겠니 ? 기집애가말야. 이제 좀 처신을 조심할줄

  도 알아야지. ”

 “ 엄마는...아직 저녁 7시도 안 되었는데 뭘 그래요 ? ”

 하긴 아직 미성년자인 사춘기 여학생이라면 모를까. 여대생의 귀가를 단속하기에 일요일 6-7시 정도의 저녁시간은 다소 이른 시간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살짝 짜증스럽게 대꾸하고는 2층의 자기방으로 올라가는 혜정인데 딸에게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지 이순규 여사가 그녀의 뒤를 따른다. 혜정이 자기방에 들어서 이제 막 옷을 갈아입으려 하는데 바로 들어온 순규. 혜정은 마치 외간남자라도 불쑥 들어온듯한 경계함까지 보이고 있다.

 “ 깜짝이야. 엄마는 노크할줄도 몰라요 ? ”

 “ 이것아...누가보면 우리가 생판 모르는 남남이라도 되는줄 알겠다. 우리가 무슨 남

  이니 ? ”

 “ 옷 갈아입는 동안이라도 좀 기다려주시면 안 돼요 ? 뭐가 그렇게 급한데 딸 옷벗

  고 있는데 그냥 들어와요 ? ”

 “ 그러지말고 좀 앉아봐라. ”

 어차피 엄마를 방에서 내보내기는 틀렸다는 생각을 한것인지 혜정은 반쯤 체념한 모습으로 대충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한편 순규는 순규대로 딸의 그런 모습 자체가 뭔가 못마땅하기라도 한지 혀를 끌끌차며 한마디 한다.

 “ 하여튼 옷입는 꼬라지부터 하곤...대체 넌 대학생이 되어서도 언제까지 그모양일

  참이냐. ”

 “ 내가 뭘요 ? ”

 “ 아무리 동아리 모임에 나갔다 오는길이라도 그렇지 마치 동네 슈퍼라도 잠깐 나가

  는 애마냥 달랑 츄리닝 바람으로...그러면서도 한사코 집에 들어와선 또 그 옷은 갈

  아입고 마는건 뭔데 ? 내가 볼땐 그 옷차림으로 집안에 그냥 있으나 밖에 나돌아

  다니거나 별 차이도 없겠구만. ”

 “ 왜 그래요 엄마 ? 대체 무슨말이 하고싶은건데요 ? ”

 엄마 순규의 태도로 봐선 단순히 옷입는거 트집 잡으러고 이 시간에 일부러 자기방에 들어온 것 같지는 않고 다른 무슨 하고싶은 말이 있는것인가 하는 생각에 혜정이 그와같이 묻는데 어느새 그런대로 옷은 다 갈아입은 혜정을 순규는 말없이 바라보다 한숨을 내쉰뒤 손을 내젓는다.

 “ 아니다 그만하자. 그만 쉬어라. 뭐 어쨌든 하루종일 나돌아다니다 온 애한테... ”

 “ 나돌아다니긴요 !!! 대학동아리 모임에 다녀왔다니까요. ”

 대진교 청운집회에 다녀온 것을 그런식으로 늘 둘러대고 있는 지혜정. 허나 오히려 그걸 들키기라도 할까봐여서일까. ‘나돌아다녔다’느니 하는식으로 나오는 엄마 순규의 표현이 거슬린 듯 그와같이 발끈하고 순규는 그쯤에서 방에서 나가려 하다 그래도 한마디 다짐은 좀 받아두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금 한마디 한다.

 “ 이것아 너도 그리고 이제부터 옷차림에 좀 신경을 써. 화장도 좀 하고 다니고...도

  대체가 대학생까지 된 애가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그럴래 ? ”

 “ 엄마는...내가 뭐 어쨌다고 그래요 자꾸 ? ”

 “ 남들볼 때 지저분하게 보이게 하고다니지 말란말야 !!! 옷도 좀 제대로 깔끔하게

  입고 다니고...남들 볼때...그래도 좀 이쁘다, 매력적이다, 호감간다 그런 소리는 들

  어야 할거아냐. 이것아 !!! ”

 “ 엄마도 참... ”

 아무리 생각해도 순규의 일요일 저녁의 이와같은 난데없는 트집이 이해가 안가서인지 혜정도 뭐라고 결국 한마디 하고 순규는 별로 길게 이야기를 끌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그쯤에서 마무리하고 방을 나온다. 허나 다시금 혀는 끌끌차며 1층으로 내려오는 순규. 아내의 그런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라도 하는지, 그때까지 1층 거실에 있던 지연태가 한마디 한다.

 “ 당신 왜 그래 ? 무슨일이 있어 ? ”
“ 아뇨, 무슨일은요. 제가 뭘 어쨌다구요. ”

 별일 아니라는 듯 적당히 얼버무리려하는데 – 다만 그 적당히 둘러대는 말투만큼은 확실히 자기 딸 혜정을 닮아있다. - 연태는 여전히 아내 순규의 그런 모습이 못마땅한 듯 한마디 한다.

 “ 그...애한테 좀 상냥하게 대해주고 그러면 안 되는거야 ? 당신은 왜 그렇게 혜정이

  만 보면 꼭 못마땅한게 있는 사람처럼 나오는건데 ?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혜정이

  가 당신 친딸 아닌줄 알겠어 ? ”

 “ 기집애가 말이라도 좀 상냥하고 곱게 해주었으면 제가 그래요 ? ”

 “ 거 참...하여튼 자기가 배아파 낳은딸 그렇게 매사에 못마땅하게 보는 당신같은 엄

  마도 세상에 없을거야. ”

 여하튼 연태와 순규 부부 입장에선 나이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보게된 막내딸. 하지만 그 위로 이미 든든한 아들 셋을 둔 탓이라서일까. 오히려 늦게 본 막내딸을 딱히 귀히 여기거나 그런면은 별로 없던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그래서일까. 연태는 아내 순규를 보며 다소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다시 한마디한다.

 “ 그러지말고 애 좀 상냥하게 대해줘. 내가 볼땐... - 뭐 제딴에는 대학 동아리 모

  임에 다녀오느라 그랬다지만 – 애가 자꾸만 저렇게 겉도는것도 다 당신때문 아닌

  가 싶어서 그래. ”

 “ 제가 대체 뭘 어쨌다고 그러세요 당신은 ? ”

 순규는 거듭 남편 연태의 그와같은 나무람과 지적이 못마땅하다는 듯 나오고있고 그리고 뭔가 말나온김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불쑥 한마디 꺼낸다.

 “ 그리고...마침 생각중이던거라 이야기하는건데...혜정이 선자리 알아모고 있는중이

  에요. ”

 “ 선 ? 아니. 무슨 혜정이 선을 벌써 봐 ? ”

 지혜정은 아직 지금 대학 2학년. 그리고 80년대 후반쯤 되면 여성들의 결혼 적령기도 어느덧 20대 중,후반 정도에 이르고 있을 무렵이니 아직 스물두살의 여대생 지혜정에게 ‘맞선’ 운운하는 것은 너무 빠른 시기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연태도 사뭇 놀라고 황당하다는 듯 나오는데, 순규는 이미 뭔가 작심한게 있는 듯 자기생각을 술술 이야기하고 있다.

 “ 이미 제 주변사람들을 통해 혜정이에게 적당히 어울릴만한 사람좀 알아봐달라고

  당부는 해놓았어요. 뭐 그러니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 두어달안에 괜찮은 상대

  가 나올수도 있어요. ”

 “ 아니, 당신 도대체...무슨 애 선을 그렇게 서둘러 보게 하겠다는거야 ? 혜정이 아

  직 대학교 2학년이야. ”

 “ 하지만 벌써 곧 3학년이에요. 그리고 그러다보면... ”

 “ 아무리 그래도 졸업할때까진 한 2년정도 남은거 아닌가. 설마 당신 대학이 중,고

  등학교처럼 3년제인줄 아는건 아니겠지 ? 걔 아직 대학 졸업하려면 2년 이상이나

  남은 아이야. ”

 “ 아무렴 제가 대학이 4년제인걸 모르겠어요 ? - 게다가 어쨌든 저도 대학을 나온

  몸인데...하지만 당신이나 나나 이제 다 나이가 있잖아요. 생각해봐요. 당신도 이제

  곧 60인데 지금처럼 왕성하게 사회활동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을거라

  생각하세요. 우리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요. 그러니 더 늦게전에 혜정이 혼사

  문제는 빨리 처리해야돼요. ”

 “ 허허 참...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너무 빨라요. 대체 무슨

  사람이 막내딸 혼사를 이렇게 급히 서두르나 ? ”

 “ 내가 뭐 나 좋자고 이러는건줄 알아요 ? 다 당신 위하고 혜정이 위한 일이에요.

  그래야...혜정이 문제 빨리 처리해야 당신은 당신대로 막내딸 빨리 시집보내고 편

  한 마음으로 여생보낼수 있고, 또 혜정이 저 애는 저 애 대로 일찌감치 자기 챙겨

  줄만한 좋은사람 만나서 좋고 다 피차 편하고 좋자고 그러는건데 뭘 그래요 당신

  은 ? ”



- 2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