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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유주 (10)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평행우주 이야기 – 1. 솔파행성의 세은공주





 한편 세은은 하루는 몇몇 제자들과 함께 한적한 저녁시간에 산책을 나왔다. 사실 이때는 압독국의 실권자인 동시기우스 3인방이 세은공주 세력에 대한 간섭과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어서 세은과 제자들도 적잖이 긴장하고 있는때였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은공주 세력이 백성들에게 설교를 하건 병자를 치료하건 그대로 방치해두었던 3인방이지만 요즘은 노골적으로 세은공주 세력의 집회를 방해하는가하면 세은공주를 따르거나 집회에 참가하는 백성들을 이런저런 사소한 트집을 잡아 붙잡아가기도 하고 조사나 수사를 하는등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헌데 오히려 이럴 때 제자들과 마음을 좀 차분하게 정리하고 싶은 심산인것인지 저녁길 산책을 나온 세은공주. 어느덧 날은 저물어 어둑어둑해진 밤하늘의 달과별을 바라보다 세은은 순간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키며 쓰러질듯한 모습을 보였다. 놀란 제자 몇몇이 그런 세은을 부축했고 세은은 일단 거처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 제자들중 가장 나이가 많은 영시니우스 그리고 자신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던 재워니우스를 불렀다. 무슨일인지 의아해하는 두 사람에게 세은은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 아무래도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실날이 머지 않은 것 같구나. ”

 “ 공주님, 그게 무슨말씀이십니까 ? ”

 언젠가부터 자신을 ‘아버지가 보내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온 자’라고 하던 세은공주인데, 그런 자신이 ‘아버지가 부를날이 머지 않았다’니. 영시니우스와 재워니우스로선 적잖이 놀라지 않을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세은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아까 산책길에 잠시 천문을 보니 아버지께서 내게 명하시는 북동쪽의 별이 언젠

  가부터 그 밝은빛을 잃고 희미해져가는 것을 보고 있었네. 이는 필시 아버지께서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을 이미 다 했으니 그만 거둬가시겠다는 뜻일지라... ”

 “ 공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공주님께서 아직 이 천하창생들을 위해 하실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공주님...부디 이 압독국의 백성들과 천하창생을 굽어살펴 주

  시옵소서. ”

 막상 세은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라서인지 영시니우스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비오듯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헀다. 세은은 그런 영시니우스를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 너무 그렇게 비통해하지는 마세요. 제게 방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

 “ 방편이라 하시면 ? ”

 “ 아버지께 한번 내 운명을 조금만 조정해달라는 기원을 드릴참입니다. ”

 “ 어떤 기원을 드리실 생각이신지요 ? ”

 이번엔 재워니우스가 궁금해서 물었고 거기에 세은이 다음과 같이 답했다.

 “ 앞으로 49일동안 나는 일절 외출을 삼가고 이 방에서 아버지께 기도를 드릴 생각

  입니다. 49일동안 방에 촛불을 켜놓고 그 등촉이 꺼지지 않는다면 아버지께서 내

  뜻과 천하창생을 가여이 여기시어 내가 이 행성에서 있을 시간이 49년이 더 연장

  될것이나 만약 그 전에 촛불이 꺼진다면 내가 이 세상에 머무를날은 앞으로 49일

  이상이 되지 않을것이오. 그러니 그렇게 알고 다른 제자들과 함께 모든일을 채비

  해주시오. ”

 “ 저희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요 ? ”

 “ 말씀드린바와 같이 제가 이 방에서 49일 기도를 아버지께 드리는동안 그 촛불

  이 꺼지는 일이 없도록 여러분이 배려해주시면 됩니다. 삼시세끼 소량의 식사만

  규칙적으로 이 방에 넣고 그 외에는 일절 어떤 음식물이나 이물질도 들이지 말도

  록 하세요. 그렇게 이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등촉이 꺼지지 않는 시간이 49

  일이 간다면 내가 이 세상에 머물 시간이 앞으로 49년이 될것이며, 만약 그 전에

  촛불이 꺼진다면 내가 이 세상에 머물 시간도 49일이 채 넘지 못할것이오. ”

 안그래도 지금은 동시기우스 3인방의 세은공주 세력에 대한 위협과 견제가 계속되는 시기 아닌가. 헌데 그런 상황에서 세은이 이런 심상찮은 이야기까지 꺼내자 영시니우스와 재워니우스 입장에선 더더욱 기가막히지 않을수가 없었다. 어쨌든 세은을 전설속에 내려오는 예언처럼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온 구원자라 믿고 지금껏 그녀를 믿고 따라온 그들이 아닌가. 헌데 세은이 이제와 이런말을 하면 대체 자신들은 어쩌라는 말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힌 이야기라 영시니우스도 재워니우스도 어쩔줄 모르는데 세은은 그런 두 사람에게 ‘앞으로 49일동안 아버지께 기도를 올릴것이라’는 말만 거듭 입에 담은채 그 준비를 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영시니우스와 재워니우스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또 어쩌면 세은의 말대로 기도의 효험이 있어 49일동안 등촉이 꺼지지 않아 세은이 이 세상에 머물며 백성들을 구원할날이 그렇게 오래갈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세은의 기도준비를 하도록 했다. 방을 먼저 깨끗이 청소하고 등촉을 가져다놓은뒤, 세은의 엄명대로 그 방에는 삼시세끼 소량의 식사 외에는 어떠한 음식물이나 이물질도 그리고 아무도 방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다만 호위무사인 갈가리우스와 달다리우스에게 명하여 세은의 방 앞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했다. 원래 세은과 제자들의 거처는 제자들이 머무는 건물과 세은이 머무는 건물 그렇게 두채의 집으로 나뉘어있지 않던가. 그러니 갈가리우스 형제는 세은의 건물 정문만 철통같이 지키며 식사때가 되면 소량의 식사를 들이는것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갈가리우스 형제가 세은이 머무는 집 건물을 지키며 세은은 그 건물 자기방에서 신께 올리는 기도를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가 흐르기 시작했다.

 얼마가 지났을까. 다행히 아직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 세은은 삼시세끼 호위무사 갈가리우스 형제의 손에 의해 전해지는 소량의 식사외엔 그 어떤 음식물도 들지않고 묵묵히 기도만 올리고 있었다. 자칫 이러다 혹시 세은의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여하튼 세은은 경건하게 기도만 계속 올리고 있었고 무엇보다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으니 갈가리우스 형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그냥 49일이 흐르기만 하면 세은의 말대로 그녀의 수명이 49년이 더 연장되어 세은은 그토록 오랜시간 이 세상에 머물며 백성들을 구제할수 있게되는 것 아닌가. 그것만 이루어지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갈가리우스 형제와 다른 제자들의 근심도 차츰은 사라지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세은의 방에 슬며시 들어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세은의 거처 건물 정문은 갈가리우스 형제가 늘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는데, 갈가리우스 형제가 잠시 방심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남자가 어느 틈이나 허술한 공간이라도 알고 있었음인지 그와같이 방안으로 들어서고 있는것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남자가 손에 들고있는것이었다. 그것은 ‘독사(毒蛇)’였다.





 사실 동시기우스는 장덕상을 회유하여 세은의 거처로 돌려보낼 때 그에게 비밀리에 전해준 것이 있다. 동시기우스는 그것을 장덕상에게 내보이며 이와같이 말했다.

 “ 이걸로 네가 세은을 해치워라. 그렇게만 해준다면 약속한대로 네가 평생 먹고살수

  있는 금전과 네가 편안히 지낼수 있는 거처, 그리고 압독국에서 아리따운 여인 하

  나를 찾아내 너와 짝지어줘서 결혼시켜 남은 인생을 그녀와 함께 영원히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게 해주마. ”

 “ 잘 알겠습니다. 헌데 이게 뭔데요 장군님 ? ”

 동시기우스가 장덕상을 회유하며 내세운 조건은 이미 그가 여러차례 반복을 했으니 장덕상으로선 믿게될 수밖에 없었고 그보다는 세은을 해치우라며 내보여준것에 대한 궁금함이 안 생길수가 없어 그와같이 물었다. 동시기우스는 이와같이 답했다.

 “ 원래는 외적과 싸울때를 대비해서 내가 기르던것들이다. 허나 요즘은 그래도 외적

  의 침입이 뜸해 쓸일이 거의 없어졌구나. 그래서 세은을 없애버릴 때 쓰기위해 특

  별히 가져왔다. ”

 동시기우스의 말처럼 그래도 압독국에 운이 좀 있는것인지 압독국의 이웃나라인 벤자민 왕국이나 뚜아뚜지 용국은 적어도 3인방이 실권을 잡은뒤에는 침략해 오는일이 거의 없었다. 압독국이 통일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소수 부족민으로 흩어져살때는 오히려 그들을 자주 핍박하던 이웃나라들이었는데, 정작 압독국의 3인방 시대에 와서는 침략하는일이 거의 없었다. 동시기우스는 바로 그 외적과 싸울때를 대비 적군에 투입할 목적으로 맹독을 가진 독사들을 특별히 키워왔는데 외적의 침입이 적어도 근 10년 이내에는 거의 없자 그 독사들을 쓸일이 거의 없었다. 헌데 그 독사중 몇 마리를 특별히 세은 암살용으로 내놓은 것이다.

 장덕상은 안에 있는 내용물들이 흉측하게 생긴 독사들이란 것을 알고 기겁하긴 했지만 동시기우스와 이미 그와같은 약조를 했으니 독사들이 담긴 상자통을 들고 거처로 돌아온 것이다. 처음엔 갈가리우스 형제들이 그 상자통을 의아하게 보았지만 장덕상은 ‘고향에 계신 어머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둘러댔다. 그러고보면 장덕상이 지금까지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적이 거의 없었는데, 그럼 장덕상이 그동안 보이지 않는동안 고향에 가서 부모님이라도 만나 뵙고 왔다는 소린지, 의문이 더 갈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장덕상에 대해 그때까지는 그리 큰 의심은 하지 않았는지 그 의문을 더 이상 추궁하진 않았다. 헌데 지금 장덕상이 그 독사가 든 상자통을 들고 세은의 방에 침입해온 것이다.

 장덕상은 떨리는 손으로 그 안에 든 독사 한 마리를 집어들었다. 워낙 징그럽게 생긴 뱀이라 장덕상도 차마 그것을 직접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조심조심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들고 세은에게 다가가고 있는데 기척을 느꼈는지 갑자기 세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냐 ? ”

 49일동안 아무도 이 방에 들어와선 안된다고 엄명을 내렸던 세은이 아닌가. 삼시세끼 소량의 식사를 들이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음식물이나 이물질도 이 방에 들여선 안된다고 한 세은. 헌데 지금은 식사시간도 아닌데 누군가 들어와있는 느낌이 들어 세은도 잔뜩 긴장되어 물은것인데 그 소리에 순간 놀란것일까. 아니면 순간 어떤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낀것일까. 장덕상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 혹시...장덕상이냐 ? ”

 어떤 예감같은것일까. 아니면 예지력이라도 갖추고 있는것일까. 장덕상의 근래 행동이 확실히 수상쩍게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자신을 해치리라는 생각까지 하진 못할 것 같은데, 세은은 마치 장덕상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다는 듯 이미 돌아서서 장덕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 장덕상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떨리는 손으로 어쩔줄 모르고 있었고 다만 그 와중에도 손에 쥐고있는 독사는 놓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짐작되는 세은이라서인지 극히 놀라고 있었지만 이내 곧 평정심을 되찾고 장덕상에게 다가와 묻는다. “

 “ 동시기우스가 시킨것이냐 ? ”

 “ 고...공주님... ”

 아무리 그래도 장덕상이 그렇게까지 파렴치한이거나 양심이 없지는 않을터, 세은이 이와같이 묻자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고 세은은 그런 장덕상을 보며 엄숙하게 다시 묻는다.

 “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해라. 그 뱀으로 동시기우스가 날 해치우라고 한 것이냐 ?

 ”

 “ 공주님... ”

 양심의 가책으로 차마 무슨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장덕상. 허나 세은은 이게 자신의 운명인 것 같다는 어떤 체념이나 달관의 경지에 도달한것일까. 탄식을 한번 하고는 다시금 장덕상에게 말을 건넨다.

 “ 내가 네게 그동안 어떻게 했는데...넌 내게 이런식으로 보답을 하는구나. ”

 “ 공주님... ”

 “ 한가지만 묻자. ”

 다소 갑작스러운 그와같은 말에 의아해진 장덕상. 그런 장덕상을 바라보며 세은의 말이 이어진다.

 “ 날 연모하였느냐 ? ”

 “ 고...공주님... ”

 대놓고 이와같이 묻자 차마 솔직하게 답하기 어려워서일까. 덕상은 말을 잇지 못하고 다만 ‘공주님...’이라며 거듭 그녀를 부르고 있고 –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세은을 ‘공주님’이라고 하지 않고 ‘누나’라고 부르던 장덕상이 처음으로 그녀를 ‘공주님’이라 부르고 있다.

 “ 괜찮으니 솔직하게 다 말해라.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너도 하고싶은 말, 네 속마음

  은 다 털어놓고 가야 편하지 않겠느냐. 솔직하게 말해봐. 날 연모하였느냐 ? ”

 “ 공주님... ”

 결국 장덕상은 대성통곡을 하고만다. 자신의 속내를 들켜서일까. 아니면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세은에 대한 원망이 그제서야 북받친것일까. 아니면 어쨌든 자신에겐 더할나위없는 은인같은 존재인 세은인데 그런 그녀를 배신한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이러는것일까. 아니면 그 모든 감정이 복합되어 나오는 행동인것인지 한바탕 대성통곡을 하는 장덕상. 세은은 그런 장덕상을 보며 깊은 탄식을 한번 내뱉더니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불쌍한 것...왜 하필이면 나냐 ? ”

 “ 죄송합니다 공주님. ”

 “ 나는 어떤 남자의 연모도 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인데 그걸 네가 왜 몰라 ? 나는

  아버지의 명을 받아 이 세상의 백성들을 구하러 온 예언속의 존재. 그런 나를 연모

  하는자가 있거든 내 마음이 흐트러지고 어지러워져 세상을 구원하는데 방해가 되고

  장애가 된다는 것을 왜 몰라 ? 헌데 어쩌자구 내게 그런 감정을 품어 ? ”

 “ 죄송합니다 공주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

 “ 불쌍하고 가련한 것 같으니...왜 하필이면 나였느냐 ? ”

 “ 공주님~~~!!! 으흐흐흑~~~!!! ”

 “ 압독국에만 젊고 아리따운 여인이 반은 될것이며 세상의 반이 여성일터인즉 왜 하

  필 그 하고많은 여성중 나를 마음에 품어 ? 대체 어쩌자구 ? ”

 “ ...... ”

 “ 그리고 그 연모가 받아들여질수 없음에 나오는 행동이 이와같은것이냐 ? 동시기우

  스가 제시한 사소한 재물이 욕심이 나 그걸 받아들이고 날 죽이려 해 ? 그것이 네

  가 동시기우스를 은밀히 만나서 한 약조였더냐 ? ”

 장덕상이 세은을 암살하는 보답으로 동시기우스로부터 받기로 한 조건을 누구에게도 지금껏 발설했을리는 없는데, 하지만 세은으로선 그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일이라서일까. - 하긴 애초에 세은을 만났을때도 아주 근사하고 화려한 ‘교황청’을 지어주고 백성들을 구원하는데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했던 그런 3인방이다. 그걸 생각해보면 장덕상에게도 언뜻 비슷한 수준의 재물보답 약속을 했을것이라는것도 짐작하기 어려운일은 아닐터. 그러나 장덕상은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고 동시기우스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두 안다는 듯 나오는 그녀앞에서 어떤 두려움마저 일어 부르르 몸을 떨며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세은은 여전히 그런 장덕상을 딱하다는 듯 바라다보고 있었는데 그때 방안으로 뛰쳐들어오는 또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

 “ 네 이놈 장덕상 !!! 공주님에게 이게 무슨짓이냐 !!! ”

 호위무사 갈가리우스가 그제서야 칼을 뽑아들고 방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자신들이 한눈을 파는사이 방안에 침입자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챈 갈가리우스. 경악할 수밖에 없는일이라 앞뒤 재볼 것도 없이 바로 방으로 뛰쳐들어와 보았는데, 그 침입을 한 존재의 정체를 알고나서는 더더욱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 칼을 뽑아 장덕상을 한칼에 벨 기세로 달려들었다.

 “ 장덕상 너 이 배은망덕한 X !!! 공주님께서 네게 대체 어떤 은혜를 베풀어 주셨는

  데 그 은공도 모르고 감히 이런식으로 공주님을 배신해 ? 이 천하의 죽어마땅한 배

  신자 !!! ”

 “ 진정하라 갈가리우스 !!! ”

 “ 왜 이러십니까 공주님 ? 이런X을 살려주어 대체 뭘 어쩌자구요 ? ”

 세은이 갈가리우스를 만류하려 들었으나 갈가리우스는 이미 눈에 핏발이 일어 그런 세은의 만류조차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결국 그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그 난리가 벌어지는동안 갈가리우스가 너무 수선을 피워대는 바람에 단상에 있는 촛대들이 모두 떨어져 촛불이 다 꺼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세은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되는 것이 결국 내 운명이로구나. 아버지여 !!! 이렇게 나를 저버리시나이

  까 !!! ”





 세은공주는 마침내 혼절까지 하게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세은의 제자들은 바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책회의에는 장덕상을 제외한 열한명의 제자들이 모두 참석하였다. 그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인 영시니우스가 마치 호통이라도 치듯 소리쳤다.

 “ 장덕상 이 X은 어딜간게야 ? ”

 “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던데요. 아무래도 도망친 듯 합니다. ”

 “ 도망을 가 ? 이런 망할자식... ”

 애초에 동시기우스의 밀명을 받고 세은을 독살하려 한 장덕상이 그때 호위무사 갈가리우스가 들이닥침으로써 그 음모가 실패로 돌아갔고, 그러나 장덕상을 목베려는 갈가리우스를 세은이 만류하는 과정에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져 그래서 단상의 촛대가 모두 떨어지면서 촛불이 꺼진 것 아닌가. 그 소동이 벌어졌으니 제자들이 모두 달려올 수밖에 없었고, 혼절까지 한 세은으로 인해 다들 어쩔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던중이었으니 그 틈새를 이용해 장덕상이 ‘걸음아 ! 나 살려라’ 하고 도망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허나 막상 그 사실을 안 영시니우스는 불같이 격노하고 있었다. 아니, 어디 비단 영시니우스뿐이랴. 사실상 자신들 모두와 세은을 배신한 장덕상에 대한 분노로 다들 치를떨고 있었다. 영시니우스의 경우는 애초에 장덕상이 다른 제자들과 달리 너무 겉도는 것을 걱정해서 그에게도 보직을 주는 문제를 한때 고민하였는데 그랬던 영시니우스 조차도 장덕상이 한 짓에 대한 분노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한편 정신을 차린 세은공주가 뒤늦게 제자들이 회의를 열고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공주가 정신을 차린 모습을 보고 제자들은 모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 ”

 “ 공주님, 좀 더 쉬시지 않구요. 그러다 진짜 몸 상하실까 걱정됩니다. ”

 무엇보다 며칠간 계속 기도정진을 하느라 체력을 많이 소진했을 세은이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이런 난리까지 겪고 혼절까지 했으니 제자들로선 당연히 그 걱정부터 될 수밖에 없을터. 허나 세은은 그런 제자들을 일단 진정시키고 차분히 자리에 앉았다.

 “ 다들 조용히 하세요. 난 지금 앞으로의 일들을 어찌할것인지 그 문제를 이야기하

  러 온것입니다. ”

 “ 공주님... ”

 이 판국에 대체 무엇을 어찌하려는것인지, 무엇보다 그 기도 자체가 자신의 운명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신의 수명과 운명을 연장시켜달라는 기도를 한게 그만 등촉이 꺼져버린 것 아닌가. 그러니 만약 정말 세은이 말한것처럼 그녀와 자신들이 구원자인 그녀의 뜻을 받들어 하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이 이것으로 끝나는것이라면 이제 대체 어찌해야한다는 말인가. 바로 그 부분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태산같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은의 말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 아무래도 머지않아 동시기우스가 우리를 치러올 듯 합니다. 장덕상이 도망쳤으니

  그 아이가 지금 갈곳은 뻔하지 않나요 ? 그렇다면 그 뒤에 일을 예상하는것도 그

  렇게 어려운일은 아니겠지요. ”

 “ 공주님, 그렇다고 우리보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자는 말입니까 ?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야지요. ”

 도저히 더는 두고볼수 없다는 듯 그렇게 나온 것은 기룡후였다. 허나 기룡후의 그런 모습에 오히려 더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 하는 것은 촌장출신 제자 상병이우스다.

 “ 그래서 우리가 뭘 어쩌자구 ? 우리가 맨몸으로 압독국의 병권을 한손에 쥐고있는

  동시기우스 군대와 한바탕 맞짱이라도 뜨자고 ? ”

 하긴 그랬다. 적어도 이들은 지금까지 세은공주의 말씀과 설교를 세상에 전하는데만 집중했을뿐 그런 군사적인 방비 같은 것은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야말로 맨 몸으로 말씀과 설교만을 전하는데만 온몸을 바쳐온 제자들. 그나마 힘을 쓸수 있는 것은 호위무사인 갈가리우스 형제가 전부고, 그 둘의 무술실력도 실은 아마츄어 수준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동시기우스의 군사들에 대응하는 것은 이들에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고 눈앞이 캄캄할뿐인 세은과 그녀의 제자들. 허나 오히려 세은은 다시금 차분한 음성으로 그런 제자들에게 일러둘말이 있는 듯 입을연다.

 “ 그것 하나만은 제가 여러분들게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지금껏 이 세상

  에 전하고자 한 아버지의 말씀은 ‘사랑하라 ! 용서하라 ! 화합하라 ! 화해하라 !

  ’ 그것이었습니다. 싸우지 않고 서로 용서하고 대화하며 사랑하며 사는 세상, 그것

  이 아버지께서 꿈꾸시는 진정한 이 세상의 모습이며 그것이 솔파의 지성체들이 구

  원받을수 있는길입니다. ”

 사실 이때는 아직 고대사회니 이 행성의 명칭을 정식으로 ‘솔파’라고 이름지어 붙이고 있지는 않은때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세은은 이 세상(행성)의 명칭을 계속 ‘솔파’라고 부르고 있었다. 따라서 이 행성의 이름을 솔파라고 한 이는 사실상 세은공주가 최초라고 봐야하는것일까. ‘이 세상’ 혹은 ‘솔파’라고 계속하여 자신들이 사는 세상을 지칭하고 있는 세은공주. 그래서인지 제자들도 언제부터인가 이 세상을 지칭하는 명칭을 자신들도 모르게 이따금 ‘솔파’라고 언급하고 있었다.

 “ 내가 그동안 아버지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그것들을 모두 적어서 책으로

  엮기까지 했으니 그 부분은 굳이 더 당부할 일은 없을줄로 압니다. 아버지의 말씀

  을 책으로 엮는일은 처음엔 갈가리우스 형제가 수고해주었고 그 뒤엔 촌장출신인

  영시니우스 4인방이 수고해주셨지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어찌보면 유언 비슷한 말을 남기는듯한 분위기처럼 되어버린 자리. 그래서일까. 세은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은 촌장출신 4인방은 그만 감정이 북받쳐 눈물까지 흘리고 있다. 세은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아버지의 말씀은 그렇게 책으로 엮었고, 또 약으로 병자를 치료하는 기술은 재워

  니우스가 책으로 엮은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할겝니다. 다만 앞으로는 여분의

  책이 더 필요할테니 재워니우스도 다른이들의 도움을 받아 그 책자는 앞으로 여분

  을 몇 개 더 만들도록 하세요. ”

 세은의 이와같은 당부를 어찌 받아들이고 있는것인지 재워니우스는 일단 분부대로 받들겠다고 말한다. 그리고나서 세은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이제 이 세상에 아버지의 말씀을 앞으로 어찌 전할지 그 길과 책무를 일러주고자

  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난 뒤의 일을 당부하는것입니다. ”

 “ ...... ”

 “ 아버지의 뜻은 비단 압독국뿐만 아니라 솔파의 모든 지성체들을 구원하라는 것입

  니다.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이 하나도 없도록 솔파의 모든 백성들을 구원하라는

  것입니다. ”

 세은의 말이 사뭇 비장하게 들려서 제자들은 엄숙하게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세은의 말은 계속된다.

 “ 우선 영시니우스,영지리우스,태수니우스,상병이우스. 촌장출신 4인방은 앞으로 두

  명씩 조를 나누어 이웃 벤자민 왕국과 뚜아뚜지 용국으로 가서 그곳에서부터 다시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나하나 보다 많은 나라의 많은 백성들

  에게 말씀을 전하라는 이야기입니다. ”

 “ 저희보고 이웃나라에까지 가서 이 말씀을 전하라는 말씀이십니까 ? ”

 사실 압독국과 이웃한 벤자민 왕국이나 뚜아뚜지 용국의 경우 자신들의 시조신화나 다름없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전통신앙이자 토착신앙으로 믿어오고 있었다. - 어쩌면 이 시대의 솔파행성 다른 고대국가들의 모습도 거의 비슷할련지 모른다. - 따라서 그곳으로 다짜고짜 가서 세은공주가 구세주이며 그 말씀을 전하겠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은의 분부이니만큼 촌장출신 4인방은 그 뜻을 거행하겠다는 답을 하고, 세은은 이번엔 기룡후,길환후,종겸후,순명후 네 사람에게도 사명을 내린다. 이들 넷은 각기 농부,어부,기술자 출신으로 열두제자중 가장 나중에 제자가 된 사람들이다.

 “ 당신들은 압독국 남부의 무역을 하는 부호를 찾아가 그곳에서 해양기술을 익히도

  록 하세요. 그래서 그곳에서 익힌 해양기술로 바다를 건너가 바다건너 있을 다른

  땅(대륙)에서 말씀을 전파하도록 하세요. ”

 “ 저희보고 바다를 건너라는 말씀이십니까 ? ”

 세은의 경우 본래 압독국의 대부호 엠파스의 막내딸이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엠파스는 한때 배를 항해시켜 바다건너의 나라에까지 가서 무역을 하기도 하던 거상. 다만 지금은 그 엠파스의 자손들도 압독국의 한바탕 난리의 시간을 거치며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는 소식을 세은은 말씀을 전파하러 압독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전해들을수가 있었다. 압독국 중,남부지역에 사는 무역을 하는 부호들이 지금은 다들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때 해양기술로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에까지 가서 무역을 하던 이들이었으니 수소문을 해보면 그 기술을 알고있는 사람을 찾는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그들의 도움을 받아 배를 만들어 직접 해양기술을 익혀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가서 그곳에서 말씀을 전하라는 것. 그것이 세은이 기룡후,길환후,종겸후,순명후 이들 넷에게 내린 사명이었다. 네 사람 역시 세은으로부터 사명을 받고 물러난다.

 “ 그럼 저흰 어떻게 해야하나요 ? ”

 촌장출신 4인방은 이웃나라로 가서 기룡후등 네사람은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가서 말씀을 전하라는 사명을 받았는데 갈가리우스 형제와 재워니우스만은 아직 명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하고 의아해져 갈가리우스가 묻는데 세은이 일단 갈가리우스 형제를 착잡하게 바라본다. 따지고보면 이들이야말로 세은이 처음 콩밥집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 그곳 주인아주머니의 아들들로 그때부터 ‘누나-동생’ 하면서 지냈던 가장 인연이 오래된 사람들 아닌가. 따라서 지금껏 세은공주의 호위무사로 일했고 한때는 세은공주의 명을 받아 아버지의 말씀을 경전으로 편찬하는 일까지 맡기도 했던 두 사람. 세은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두 형제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 너희들은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 여생을 편히 보내는게 어떻겠느냐 ? ”

 “ 공주님... ”

 다른 제자들에겐 다른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말씀을 전하라는 사명을 내렸는데, 정작 갈가리우스 형제들에겐 그런 어렵고 힘든일은 하지말고 고향에서 편히 지내라는 듯 말하는 세은. 하지만 그게 오히려 현실적으로 더 불가능하다는 것은 갈가리우스 형제가 더 잘 알 것이다. 무엇보다 동시기우스 3인방이 작정하고 세은과 제자들을 치기로 한다면 갈가리우스 형제가 그냥 압독국에 머물고 있다면 동시기우스 3인방이 그들의 행방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일일 것이다. 따라서 갈가리우스 형제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오히려 그네들에게 더더욱 위험한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들에겐 이미 어머니였던 루루아줌마마저 세상을 떠났고 루루가 세상을 떠난뒤엔 세은이그녀의 유언대로 콩밥집까지 처분한 상태. 따라서 지금 갈가리우스 형제가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거기서 뭘 할수 있다는 말인가. 세은은 그제서야 갈가리우스 형제의 속내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 너희도 그럼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도록 하려무나. 촌장출신 4인방을 따라가던지

  아니면 농민,기술자 출신등인 기룡후 4인방을 따라가던지...어차피 둘이 모두 어느

  한쪽을 따라가게 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하려면 한 사람이 한쪽을 택해 같이가야 할

  터인데 그렇게 되면 너희 두 형제에겐 어쩌면 영원한 이별이 될 수 있는 길이라 차

  마 그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

 만약 갈가리우스 형제들도 다른 제자들처럼 말씀을 전하기 위해 길을 떠나야 한다면 이미 두 개의 조로 나뉘어진 촌장 4인방과 기룡후 4인방중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 하나는 육로를 통해 이웃나라들로 가서 다른 한조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가서. 완전히 다른 방향이 되고 이때는 교통,통신이 원시적 수준인 고대시대니 그렇게 되면 갈가리우스 형제로선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생이별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차라리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 두 사람이 두 개로 나뉘어진 말씀 전파조중 어느 한조를 함께 택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어느 한조가 여섯명씩이나 된다면 오히려 그 조에게 더 부담을 지우는 일이 될수도 있다. 말씀을 전파하는일. 그것이 솔파의 고대사회라면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어떤 어려움과 고통,환란이 닥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여섯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부적절한 일이 될터. 갈가리우스 형제는 결국 둘이 각기 어느 한조씩을 택해 형제가 영원한 이별을 해야할지 모른다. 허나 갈가리우스 형제는 이미 그 부분에 대한 결심을 굳힌듯한 반응을 보이고 그러자 세은이 마침내 입을 연다.

 “ 그렇다면 너희 둘은 촌장 4인방조와 기룡후 4인방중 각기 어느쪽을 택할지 상의

  를 하든 제비뽑기를 하든 가위바위보를 하든 그렇게해서 결정을 하려무나. ”

 세은은 그렇게 제자들이 각기 말씀을 전하러 가는길을 모두 일러주었다. 따지고보면 사실상 동시기우스가 군대를 보내 이곳을 습격하기전에 모두 뿔뿔히 흩어지기로 결심한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헌데 아직까지 어떤 사명을 받지못한 한 사람이 있다. 재워니우스다. 바로 애초에 약으로 병자를 치료하겠다는 재워니우스를 세은이 알게되어 그때부터 세은이 그 약초를 캐고 약을 짓는일을 돕기 시작하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된 것 아닌가. 세은은 그 재워니우스에게 마지막 당부할말이 있는 듯 다른 제자들은 모두 이만 자기방으로 가서 쉬게하고 그러고나서 재워니우스를 다시불렀다.

 “ 재워니우스... ”

 “ 예, 공주님. ”

 “ 재워니우스에겐 제 마지막 모습을 기록해달라는 당부를 하고자 합니다. 해주실수

  있겠습니까 ? ”

 “ 제가 그 일을 해야하는겁니까 ? ”

 만약 세은이 동시기우스 3인방의 군사들에게 체포되거나 한다면 그 이후의 일은 어찌될지 아무도 장담 못할일. 무엇보다 그 일을 직접 목격하고 기록해서 전하는 일이 없다면 세은의 마지막 모습을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재워니우스보고는 끝까지 남아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 세상에 전해달라는게 세은의 부탁인 셈인데, 어찌보면 이게 진짜 못할일이라서인지 세은은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허나 재워니우스는 오히려 담담하게 세은의 그 명에 응한다.

 “ 당신께서 진정 이 땅의 생명체들을 구하러오신 구원자라면 그 마지막 모습을 기록

  할수 있다는것만으로도 영광일것입니다.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

 “ 고맙습니다 재워니우스. ”

 끝까지 자기곁에 남아주겠다는 재워니우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감격했는지 그만 세은은 재워니우스를 한번 꼭 안아보기도 한다. 한참을 재워니우스를 끌어안은채 있던 세은. 그러다 서서히 그에게서 떨어진다.

 “ 헌데 공주님. ”

 재워니우스는 이미 세은의 명을 받들겠다고 했고, 헌데 아직 할말이 남아있기라도 한것일까. 이제 모든 당부를 마친 것 같은데 다시 세은을 부른 재워니우스. 그를 바라보는 세은을 보며 재워니우스가 질문을 건넨다.

 “ 장덕상은 이제 어떻게 하실겁니까 ? 아무리 공주님이시더라도 용서는 못하실 것

  같은데. ”

 따지고보면 세은 일행이 처음 머문 마을 여관방에서 도둑누명을 벗겨주고 아픈곳을 치료해주고 그렇게 세은의 약으로 치료를 받은 첫 번째 치유자이기도 했으며 열일곱살 가출소년에 불과했던 그를 거두어준 장덕상에겐 더할나위 없는 은인이었던 세은. 헌데 그 세은공주를 지금 장덕상이 배신하고 오히려 그녀를 해치려 한 것 아닌가. 따라서 그런 장덕상을 세은공주가 어찌 생각하는지 재워니우스로선 묻지 않을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세은이 솔파의 지성체들에게 전하고자 한 하늘의 말씀은 ‘사랑, 용서, 화합, 화해, 평화’ 그런것들이 아니던가. 그 말씀을 전한 세은은 과연 장덕상을 용서할수 있을까.

 “ 나는 그를...용서할수 있습니다. ”

 “ 용서...를 하신다구요 ? ”

 그런 장덕상을 용서한다면 세은의 인품이야말로 어쩌면 솔파행성 지성체 수천년 문명사에 길이길이 남을 진정한 성인군자가 분명하긴 한데, 헌데 세은은 약간의 단서를 덧붙인다.

 “ 용서는 하되 그를 기억에서 지우기로 했습니다. 잊어버리기로 했단 말입니다. ”

 “ 그건 또 무슨말씀이신지요 ? ”

 “ 용서는 하되 기억에서 지운다는 말이지요. 장덕상이란 자가 이 세은공주의 생애에

  마치 애초부터 끝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하겠단 말입니다. 이제 이 순간부터

  이 세은의 머릿속 기억에 장덕상이란 존재는 없습니다. 세은의 제자들중에 앞으로

  장덕상은 더 이상 없습니다. ”

 “ 공주님... ”

 “ 그게 그 아이에게 주는 진정한 형벌인 것을...다만 그 아이가 그 이치를 깨닫지 못

  할게 뻔하니 그게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



- 11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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