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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행우주 이야기 – 1. 솔파행성의 세은공주





 한편 세은공주의 제자들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고정적으로 거처할곳을 하나 마련하였다. 그때까지는 압독국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마을의 여관이나 경우에 따라선 마을주민들이 임시로 마련해주는곳을 거처로 삼곤 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부턴 자신들이 ‘집’처럼 주거할곳을 만들어놓고 정기적으로 날짜와 기간을 정해 지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그런 형식으로 자신들의 ‘일’을 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거처는 일단 세은공주가 먹고자고 하며 지낼수 있는 공간 그리고 자신들이 기거하는 ‘집’ 그렇게 두채의 건물로 나누어서 만들었다. 세은이 거처하는 공간은 작은 초가집을 깔끔하게 개량한듯한 그런 정도의 건물이었고 자신들은 2층정도 되는 규모의 건물을 지어 그곳을 반씩 나누어 위에 여섯명 아래에 여섯명 그렇게 사용하기로 했다. 그와같은 거처를 마련하고 얼마지나지 않았을 때, 하루는 열두제자중 한명인 장덕상이 세은이 주거하는 공간 근처를 쓸데없이 서성이고 있었다. 마침 이때 세은은 목욕을 하는 중이기도 했다.

 “ 덕상아, 네 거기서 뭐하느냐 ? ”

 장덕상의 행동이 좀 수상쩍게 여겨져서일까. 마침 잠시 바깥바람이라도 쐴겸 나와본 재워니우스의 눈에 그 모습이 뜨이자 재워니우스가 다가와서는 나무라듯 한마디 한다.

 “ 아...아뇨 전 그냥,,, ”

 순간 좀 당황한 듯 말을 얼버무리는 장덕상. 재워니우스는 거듭 그를 나무란다.

 “ 밤늦은 시간이니 공주님께서도 이만 쉬셔야하지 않겠느냐 ? 그러니 거기서 쓸데

  없이 알찐거리지 말고 그만 너도 들어가 쉬어라. ”

 말은 그렇게했지만 사실 아직 그렇게까지 밤늦은 시간은 아니다. 따라서 재워니우스의 말은 나름 세은을 지키면서 장덕상을 그에게서 떼어내기 위한 의도가 담겨져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장덕상은 재워니우스의 눈치를 흘끔흘끔 보는 것 같긴 하지만 바로 거처로 돌아가진 않고 있다. 그러자 재워니우스가 장덕상을 다시한번 다그친다.

 “ 허허...뭘 그러고있어. 어서 들어가라는데두 ? ”

 “ 예 ? 예에... ”

 재워니우스의 태도로 봐선 장덕상이 완전히 거처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자신도 들어가려는 것 같은데, 허나 장덕상이 거듭 머뭇거리며 쭈볏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재워니우스가 뭔가 이대론 안되겠다는 듯 다시금 뭐라고 한마디 한다.

 “ 안되겠군. 덕상아...너 그럴게아니라 잠깐 나랑 이야기좀 하자. ”

 “ 예 ? ”

 “ 할말이 있으니까 잔소리 말고 어서 나를 따라오너라. ”

 그리고는 거처에서 밖으로 나갈 기세인듯한 재워니우스. 장덕상이 재워니우스의 의도를 여전히 알 수 없어 여전히 의아해하면서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재워니우스는 다시금 장덕상을 호통치고 있다.

 “ 뭘 그렇게 계속 꾸물거리고 있어 ? 어서 따라오라는데두 ? ”

 재워니우스가 정말 벌컥 화라도 낼것같은 모습을 보이자 장덕상은 결국 찔끔하며 군소리없이 그를 따르고 재워니우스는 장덕상을 데리고 세은과 자신들의 거처가 있는곳에서 거리가 제법 떨어진 어느 한적한 공간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한 바위를 의자삼아 앉은뒤 장덕상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덕상아... ”

 “ 네, 아저씨. ”

 세은의 제자들은 초창기 재워니우스가 세은,갈가리우스 형제와 함께 길을 떠났을때부터 함께했던 이들도 있고 이후 합류한 이들도 있긴 한데, 일단 자신들끼리의 호칭은 각자의 나이나 신분,서열에 맞게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가령 엇비슷한 연배끼리는 ‘야,너’ 하는식으로 말을 놓거나 ‘형님,동생’ 하는식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고 나이가 좀 많은 사람들의 경우엔 젊은 사람들이 그의 호칭이나 세은을 따르기 이전의 신분에 맞춰 그를 부르기도 하고 있었다. - 가령 촌장출신인 태수니우스나 상병이우스 같은 경우 젊은 사람들은 그를 ‘촌장님’ 이런식으로 부르고 있었다. - 그리고 장덕상의 경우는 재워니우스가 나이도 자신보다 스무살 정도 많으니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재워니우스는 그런 장덕상의 얼굴을 고민스레 살펴보다 다시금 말을 건넨다.

 “ 덕상아...너 우리끼리니 한번 허심탄회하게 묻자. ”

 애초 세은 일행이 처음 묵었던 마을 여관에서 장덕상이 도둑누명을 쓴 것을 세은이 벗겨주었고 그렇게 시작된 이들의 인연. 그때부터 시작된 인연이니 장덕상 역시 열두제자중 사실상 초창기 멤버나 다름이 없다고 봐도 된다. 어쨌든 그 사이 재워니우스와 장덕상의 사이는 어느정도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는 삼촌-조카 같은 사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덕상을 유심이 바라보며 재워니우스는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고는 말을 건넨다.

 “ 너...혹시 공주님을 연모하느냐 ? ”

 “ 예 ? ”

 순간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 장덕상. 재워니우스가 거듭 그런 장덕상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 괜찮으니 니 생각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보거라. 너...공주님을 어찌 생각하느냐 ?

 ”

 “ 아...아뇨 전 그냥.,.. ”

 만약 다른 제자들 같았으면 이런 자리에서 세은을 향해 ‘이 세상을 구원하러온 오래전부터 예정되어있던 구세주시며 구원자이십니다.’ 이런식으로 대답했을 것이다. 세은과는 그녀가 콩밥집에서 일할때부터 알고 지내던 갈가리우스와 달다리우스 형제도 이젠 사실상 세은을 구세주로 인정하고 있는데 혹시 장덕상은 여전히 그런 세은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아니면 무슨 다른 생각이나 흑심이라도 있는것일까. 여전히 재워니우스의 물음에 무슨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장덕상인데, 재워니우스는 한숨을 한번 내쉰뒤 장덕상에게 진지하게 말을 꺼낸다.

 “ 덕상아... ”

 “ 네, 아저씨. ”

 “ 다른건 몰라도 우선 공주님은 네 애초 도둑누명을 벗겨주신 분이고 네 아픈곳을

  치유해주신분이고 무엇보다 어린나이에 가출해 집을나온 널 거두어주신 그런 고마

  우신 은인같은 분이야. 그건 알고 있겠지 ? ”

 “ 다...당연히 그건 알고있죠. ”

 ‘아무렴 내가 그런일들까지 잊고 있겠느냐 ?’는 식으로 사뭇 항변이라도 하듯 답하는 장덕상. 그런 장덕상을 바라보며 재워니우스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그리고 지금은 무엇보다 우리가 받들어모셔야하는 오래전부터 예언되어왔던 신께

  서 이 세상에 보내신 우리를 구원하실 구세주시다. 세은공주님은 바로 그런 존재야

  .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느냐 ? ”

 “ ...... ”

 “ 우린 목숨을 다하여 세은공주님의 진리가 이 세상에 퍼져나가 이 세상의 모든 지

  성체들이 구원받을 그날까지 성심을 다하여 그분을 받들야하는 그런 존재들이지

  그 외에 다른 마음을 품어서는 안되는것이야. 무슨말인지 알겠느냐 ? ”

 “ ...... ”

 “ 세은공주님은 우리의 구세주...우리의 스승...그외에 다른 존재, 다른 의미가 되어

  선 안된다는 것. 그 말을 하고 싶었다. 내 말뜻 무슨맗인지 이제 알아듣겠느냐 ?

 ”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장덕상은 여전히 재워니우스의 말에 어떤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혹시 어쩌면 세은이 솔파를 구원할 구세주라는 그 의미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스승처럼 받들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것인지, 아니면 정말 재워니우스가 지적하고 있듯 세은에 대한 어떤 다른 마음이라도 품고있는것인지 재워니우스의 말에 여전히 제대로 답을하지 않고있는 장덕상. 재워니우스는 거듭 그런 장덕상에게 세은공주가 자신들이게 그리고 이 솔파행성에 있어서 어떤 존재인지를 거듭 역설하려들지만 장덕상은 여전히 재워니우스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할뿐 여전히 무슨 답을 하거나 반응을 보이진 않고 있다.





 날이 따뜻한 어느날이었다. 세은도 어쨌든 아직은 20대 중반 정도의 젊은 여성. 따라서 그런 여성의 취향탓인지 하루는 혼자 거처에서 나와 근처에 핀 들꽃과 이런저런 경치를 만끽하며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헌데 그런 세은의 뒤를 따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다름아닌 장덕상이다.

 “ 누나...누나... ”

 열두제자 모두 이젠 확실히 세은을 ‘공주님’이라 부르고 있는데 장덕상만은 여전히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다. 애초 가출소년이었던 장덕상의 여관에서의 도둑누명을 벗겨주었고, 게다가 장덕상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했던 그런 세은. 어찌보면 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세은이기도 한데 하지만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않는 20대 여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장덕상에겐 친근함과 어떤 만만함이 작용했음일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여전히 세은을 ‘누나’라고 부르고 있는 장덕상. 그런 장덕상을 보며 무슨일인지 의아하게 보고있는 세은인데 장덕상은 막상 그런 세은에게 다가와서는 입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쭈볏거리고 있다. 어느새 얼굴까지 빨개진 상태로.

 “ 저어...이거... ”

 그리고는 한참만에 겨우 뭔가를 내미는 장덕상. 여전히 의아하게 보는 세은에게 장덕상이 겨우 설명을 덧붙인다.

 “ 사실은 간밤에 저 혼자 밤새 만든거에요. 누나도 알다시피 저야 손재주도 별로 없

  는 사람이지만... ”

 “ 무엄하다 !!! 무슨짓이야 !!! ”

 갑자기 뛰어들며 칼을 뽑는자가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갈가리우스. 애초 세은과 콩밥집에서부터의 인연이 있기도 한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고 따라서 세은은 그런 두 사람에게 자신이 지금까지 적은 ‘말씀’들을 책으로 한마디로 ‘경전’을 만들어 세상에 전파해달라는 그런 엄명을 내린바도 있다. 그런일이 있은후 갈가리우스 형제는 세은의 ‘말씀’을 책으로 엮어 경전을 만들어 세상에 전파하는 일을 도맡아하고 있기도 한데 그와 동시에 세은에 대한 ‘호위무사’ 역할도 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구비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갑옷,투구에 무장까지 한 모습으로 세은이 잠시라도 외출을 할때면 갈가리우스 형제는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헌데 갑자기 칼을 뽑아들며 뛰어들었기 때문일까. 장덕상은 물론 세은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 갈가리우스, 왜 그러느냐 ? 그만하거라. 칼을 거두라는데두. ”

 사실 장덕상이야 낯선사람도 아니고 함께 세은을 모시며 따르는 열두제자중 한 사람 아닌가. 그 점을 생각하면 갈가리우스의 이 행동은 다소 지나친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장덕상도 갈가리우스의 이런 행동에 다소 화가 난듯한 눈치인데, 허나 갈가리우스는 오히려 그래서인지 더더욱 장덕상에게 칼을 가까이 들이대며 엄포를 놓고 있었다.

 “ 장덕상 너...공주님께...함부로 대하지마라. ”

 “ 갈가리우스, 됐다. 그만해라. 그만 하라는데두. ”

 갈가리우스의 행동이 좀 지나친면도 있고, 자칫하면 같은 제자들끼리 싸움이라도 날듯한 분위기라서 세은이 만류하는데 장덕상도 갈가리우스의 이런 행동에 자신이 무슨 이상한 오해라도 받은 것 같아 더더욱 억울해하고 있는 가운데 갈가리우스의 경고의 말은 계속 나온다.

 “ 장덕상, 공주님은 우리가 모셔야하는 이 세상의 구원자시다. 함부로 대하지 마라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지 ? ”

 “ 갈가리우스 !!! ”

 세은이 거듭 그런 갈가리우스를 만류하자 갈가리우스는 결국 뽑아든 칼을 칼집에 집어넣는데, 장덕상은 장덕상대로 다시금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든다.

 “ 누나...전 그냥 누나한테 선물하고픈게 있어서... ”

 “ 공주님이라고 부르랬잖아 !!! ”

 여전히 세은을 ‘공주님’이라 부르지않고 그냥 ‘누나’라고 부르고 있는 장덕상. 사실 이런 장덕상을 지금까지 갈가리우스 형제라든가 재워니우스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여러차례 그에게 지적을 하거나 나무라기도 했었는데, 장덕상은 처음부터 몸에 밴 습관이 쉬이 고쳐지지 않는것인지 아니면 정말 세은에게 품고있는 다른 감정이라도 있어서인지 그 ‘공주님’이란 표현을 여전히 입에 붙이지 못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보면 갈가리우스 형제의 세은과의 인연이 장덕상보다도 더 먼저였는데, 그런 갈가리우스 형제도 지금은 세은을 꼬박꼬박 ‘공주님’이라 부르며 존중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보다 뒤에 세은을 알게된 장덕상의 이런 태도는 이해할수 없는 측면마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어서인지 봄나들이라도 즐기려던 세은의 기분이 깨져서 그쯤에서 숙소로 돌아왔고 갈가리우스는 동생 달다리우스를 불러서 나름대로 어떤 대책이라도 의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장덕상 저 녀석...도대체 어떻게하면 좋겠냐 ? ”

 원래 세은이 일하던 콩밥집 주인 루루아줌마의 10남매중 일곱째와 여덟째였던 갈가리우스와 달다리우스. 세은이 일하던 콩밥집 주인 루루 아줌마가 갈가리우스 형제를 부탁했을때 이들 나이가 각기 열다섯살과 열두살. 그리고 루루아줌마가 죽고난뒤 세은은 약을 만들어 병자를 치유한다는 재워니우스 그리고 갈가리우스 형제와 함께 마을을 떠났는데 그것이 세은이 콩밥집에서 일한지는 대략 3년정도가 지났고 갈가리우스 형제의 일을 루루아줌마로부터 당부받은때로부터는 1년정도가 지난뒤의 일이다. 그러니 그때 갈가리우는 열여섯살, 달다리우스는 열세살. 그리고 세은 일행이 처음 머문 마을에서 장덕상을 처음 만났을 때 가출소년이었던 장덕상의 나이는 열일곱이었다. 그러니 정확히 장덕상은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보다 나이는 조금 많은 셈이었다. 여하튼 세은을 따르는 열두제자중 이들 셋이 10대 중,후반 청소년 시절부터 세은을 모셔왔던 셈인데, 그러니 세은을 사실상 초창기부터 모셔왔고 따라서 가장 오랜시간을 함께하기도 한 이들 세사람이기도 하다. 헌데 이무렵부터는 갈가리우스는 차츰 장덕상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세은의 경전을 짓는 엄명을 받기도 했고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그 갈가리우스가.

 “ 덕상이형이 그렇다고 천성이 나쁘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

 동생 달다리우스는 오히려 형 갈가리우스가 너무 지나치게 장덕상을 경계하는 것처럼 생각하는것인지 형을 오히려 달래려는 듯 그와같이 한마디한다. - 허나 장덕상이 여전히 세은을 공주라 부르지 않고 ‘누나’라고 부른다거나 하는 행태는 다른 제자들도 모두 못마땅하게 여기고 경계하고 있었으며 개별적으로 그를 타이르거나 나무란일도 여러차례 있었다. - 불과 얼마전의 재워니우스처럼. 헌데 그래도 쉬이 고쳐지지 않는 장덕상의 행동. 확실히 그의 행동은 이해할수 없다고 생각하는게 더 자연스러 모습같다.

 “ 공주님의 위신과 위상을 자꾸 깎아내리는 것 같으니 하는소리야. ”

 애초 재워니우스가 세은을 ‘우리를 구원하실 공주님’이라고 선포했을 때 사실 가장 얼떨떨한 모습이었던 사람들이 갈가리우스 형제이기도 하다. 따지고보면 이들에게야말로 세은과의 첫 인연이 콩밥집 직원과 그 집 주인아줌마의 아들들의 관계로 시작된 인연. 따라서 세은을 공주님이자 구세주로 받들어야 한다는게 더 쉬이 현실로 와닿지 않았던 심정은 이들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허나 이젠 확실히 세은을 공주로 인정하고 그녀의 호위무사이자 경전작업 편찬자로 일하고 있는 두 사람. 따라서 갈가리우스 형제조차 이러는데 장덕상이 오히려 더 세은을 공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 아무리봐도 우려되지 않을수 없고 이해하기도 힘든 일인것만은 분명하다. 허나 이런 문제로 오히려 제자들사이에 분란이 일어나는게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라서일까. 다소 격정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으로 보이는 갈가리우스에 비해 다소 신중해보이는 달다리우스가 다시금 한마디 한다.

 “ 그래도 우리끼리 있을 때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고 덕상이형이 밖에서까지 그

  렇게 함부로 경거망동하고 경솔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이런일은

  우리끼리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하는게 좋아요. ”

 “ 대체 뭘 어떻게 조용히 해결하자는건데 ? 그러는 너한테 무슨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기라도 하다는 소리야 ? ”

 “ 그런건 아니지만... ”

 “ 그런 대안도 없으면서 뭘 그래 ? ”

 “ 하여튼 우리 제자들끼리 너무 시끄럽게 하진 말자구요. 자칫 밖으로 이런일들이

  새어나가면 결국 우리의 이미지와 위상만 훼손되는거잖아요. 안 그래요 형 ? ”

 “ 덕상이 저녀석 하는짓은 ? 덕상이 하는짓은 공주님 위상 깎이는 짓이 아니구 ? ”

 “ 하여튼 전 너무 시끄럽게 분란이 일어나진 않았으면 해요 형. ”





 세은의 제자들이 쓰는 거처는 2층으로 되어있는데 이중 2층은 촌장출신 4인방 태수니우스,상병이우스,영지니우스,영지리우스가 쓰고있고 1층에는 세은의 측근겸 책사 재워니우스 그리고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가 사용하는 방이 있다. 사실 촌장출신 4인방은 모두 50대의 나이로 세은의 제자들중 사실상 원로급 비슷한 위치가 되어버렸는데, 어찌보면 나이많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편리한 1층방을 쓰는게 상식적일 것 같지만 측근인 재워니우스나 호위무사인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의 경우엔 세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달려와야할 책무가 있으므로 애초에 방을 정할 때 그렇게 사용하기로 했다. 세은의 측근 재워니우스는 1층 오른쪽의 상대적으로 넓찍한 방을 혼자 쓰고 있었고 호위무사 갈가리우스 형제는 그 뒤쪽에 있는방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한편 촌장 4인방은 2층 왼쪽에 있는 두 개의 방을 각기 두명씩 나눠쓰고 있었고 그 외 농부,어부,기술자 출신인 기룡후,길환후,순명후,종겸후 이들 네명중 기룡후,길환후,순명후는 1층 왼쪽방을 함께 쓰고 있었고 나머지 2층의 또 한 개의 방을 종겸후와 장덕상이 함께 쓰고 있었다. 한편 세은을 따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촌장출신 4인방은 일종의 신도관리 및 조직을 담당하는 일종의 행정사무,관리 그리고 자신들의 조직을 어찌 이끌어갈지 하는 문제에 대한 일종의 ‘자문기구’ 같은 역할을 하게되었고, 기룡후,길환후,순명후,종겸후 이들 넷은 세은 일행의 재정과 집회,행사 담당을 하고 있었다. 굳이 정부기구나 일반직장에 비유하자면 촌장 4인방이 행정전반과 자문위원 역할을 맡고 기룡후,길환후,순명후,종겸후는 재정과 행사등 운영담당, 그리고 재워니우스그 측근겸 책사 갈가리우스 형제는 그야말로 일종의 경호원격인 호위무사. 이런식으로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역할분담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하루는 밤늦은 시간. 촌장 4인방이 2층 방 옆쪽에 있는 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애초 이 건물을 지으면서 2층에 방을 만들고 옆에 자투리 공간이 더 생겨 이곳을 촌장 4인방이 그곳에서 자신들끼리 차를 마시고 담소도 나누는 일종의 ‘사랑방’ 비슷한 공간으로 활용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 그렇다고 이 ‘사랑방’을 촌장 4인방만 쓸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상대적으로 거리가 다소 있어서 다른이들은 이 공간까지 굳이 오는 이유는 웬만해선 잘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촌장출신 4인방이 자신들끼리 담소를 나누거나 또는 때론 회의를 하기도 하는 그런식의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사랑방에서 하루는 영시니우스가 차를 마시다 말고 뭔가 생각에 잠긴다. 영시니우스는 촌장 4인방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이이기도 했는데, 본래 마른체구에 길쭉한 얼굴. 게다가 나이때문인지 적잖이 나있는 주름때문이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근심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인방중 영시니우스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영지리우스가 그런 영시니우스에게 걱정되는 듯 말을 건넨다.

 “ 영시니우스. ”

 “ 왜요 ? 영지리우스. ”

 자신을 부르는 영지리우스를 바라보며 대답한 영시니우스. 영지리우스의 말이 이어진다.

 “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십니까 ? 안면에 수심이... ”

 “ 아닙니다. 아니에요 무슨 근심이라고 할것까지야... ”

 그러면서 손을 내젓는 영시니우스. 허나 살짝 무슨 한숨같은 것을 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그러다 말없이 영지리우스를 바라보던 영시니우스는 차분하게 입을 연다.

 “ 꼭 근심이라고까진 할 것 없지만... ”

 “ ??? ”

 “ 우리 세은공주님의 말씀이 어떻게하면 좀 더 세상에 많이 제대로 퍼져나갈수 있을

  까 그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

 “ 하하 참...별 말씀을... ”

 어쨌든 세은을 오래전부터 예언되어온 압독국과 이 세상을 구원할 구원자로 인정하고 그녀를 받들어 모시면서 그녀의 말씀을 세상에 전파하기로 작심하고 모인 사람들이 아닌가. 따라서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하면 세은의 말씀이 세상에 제대로 전해질까를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따라서 따지고보면 영시니우스는 다소 변명같지 않은 변명을 한 셈이다. 그럼 정말 별일 아닌 것을 가지고 영지리우스가 공연한 질문을 했던것일까. 아니면 영시니우스 나름대로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말못할 다른 근심거리라도 있는것일까. 영시니우스는 말없이 차를 마시며 쉬이 꺼낼이야기는 아닌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이미 밤늦은 시간이라서 태수니우스와 상병이우스는 잠을 청하러 방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단둘만 남겨진 상황에서 영시니우스가 다시금 영지리우스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 영지리우스. ”

 “ 네, 하시고싶은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 ”

 “ 난 어쨌든 세은공주가 진심으로 오래전부터 예언되어온 그런 구세주이길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그분으로 인해... ”

 “ ...... ”

 “ 이 도탄에 빠진 가없은 압독국 백성들과 세상의 저 많은 천하창생 만민들이 모두

  구원받게 되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

 적어도 세은을 따르는 제자들 입장에선 지극히 당연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생각이니 이 역시 새삼스러운 말임에는 틀림없다. 영지리우스는 아무래도 자신이 공연히 영지니우스에게 무슨 큰 근심이나 걱정거리라도 있나 하고 다소 과민한 반응을 보였나 싶어 그만 그도 그쯤에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어차피 밤늦은 시간이니 피곤하기도 하다. 그리고 내일부터 당분간은 또 압독국의 다른 지역으로 가서 세은공주님의 말씀을 전파해야 하니 그 일정을 소화하려면 아침부터 일찍 준비를 해야하니 오늘은 일찍 자두는 것이 좋기도 하다. 그래서 영지리우스도 이쯤에서 잠을 청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헌데 영시니우스가 다시금 그런 영지리우스를 부른다.

 “ 영지리우스... ”

 “ 말씀하세요 영시니우스. ”

 확실히 영시니우스의 이런 태도는 이전같아 보이지 않는 다소 이상하고 심상찮은 모습이긴 하다. 애초 무슨 근심이라도 있냐고 영지리우스가 물을때는 아니라고 손을 내젓더니 그리고나선 또 다른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할게있나 싶어 들어보려 했더니 세은공주가 진심으로 구세주이길 바란다느니 어쩌느니 자신들의 입장에선 지극히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는 생각을 무슨 대단한 이야기라도 되는양 늘어놓고. 아니면 진짜 무슨 다른 중요한 할 이야기라도 있는데 차마 꺼내지 못하고 이런식으로 뜸을들이려 하는것인지. 영지리우스가 영시니우스에게 다시 다가오자 영시니우스는 뭔가 살짝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더니 헛기침을 두어번 한다. 영지리우스가 다시금 이런 영시니우스의 모습에 의아해하는데 영시니우스가 다시금 영지리우스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지금 갑자기 생각한건 아니고 이전부터 고민해온 문제이긴 하지만, 그...갈가리우

  스 형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경전편찬작업 그건 우리가 거둬서 앞으론 우리가 그 작

  업을 맡도록 합시다. ”

 “ 예 ? ”

 “ 갈가리우스 형제가 비록 세은공주님으로부터 직접 명을 받아 하는 작업이라고 하

  지만 내가 살펴볼때마다 느껴본거지만 그 아이들이 펴내는 경전은 너무 조잡하기

  이를데 없어요. 그러니 경전편찬같은 중요한 작업은 나이도 있고 학식도 있는 우

  리가 맡는게 낫지 않을까 그 고민을 해왔던중이에요. 그러니 조만간 우리 제자들

  끼리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리기로 합시다. ”

 “ 그럼 지금까지 그 고민을 해오셨단 말씀이십니까. ”

 “ 한가지가 더 있어요. 장덕상 그 아이 문제요. ”

 “ 장덕상이요 ? 덕상이 그 아이를 왜요 ? ”

 설마 아직까지도 세은을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는것인지 다른 열한명의 제자들은 모두 세은을 ‘공주님’이라 부르는데 유일하게 그녀를 ‘공주님’이라 하지않고 ‘누나’라고 부르고 있는 장덕상. 그런 장덕상의 문제는 갈가리우스 형제뿐만 아니라 이들 촌장 4인방 아니 다른 모든 제자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헌데 그 장덕상 문제와 관련 영시니우스는 다소 다른 제안을 한다.

 “ 그...장덕상 그 아이에게도 합당한 보직을 하나 주는게 어떻겠소 ? ”

 “ 보직이라구요 ? ”

 “ 생각해보니 우리 열두제자중 아직까지 장덕상 그 아이에게만 아직까지 어떤 맡겨

  진 보직이 없어요. 지금까지 재워니우스가 세은공주님의 책사이자 측근 역할을 해

  왔고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는 호위무사와 경전편찬 담당 – 경전편찬은 조만

  간 우리가 맡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내 방금 하기도 했습니다만 - 그리고 우리

  촌장출신 4인방은 행정과 자문 담당, 기룡후,길환후,순명후,종겸후 네사람은 재정과

  행사,집회등 운영담당. 헌데 유일하게 장덕상 그 아이만이 지금까지 딱히 맡은 보

  직이 없어요. 내 그 생각을 지금까지 못해봤지뭐요. ”

 “ 그래서 어쩌자는 말씀이신가요 ? ”

 “ 내 생각엔 장덕상 그 아이가 자꾸 겉도는 이유도 자기가 맡은 특별한 직책이나 임

  무가 없기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는 그야말로 특별한 보직없

  이 우리들의 허드렛일이나 잡무,심부름 같은것이나 종합적으로 도맡아온 그런 아이

  아니요. 헌데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게 진짜 사람 못할노릇이지 뭐요. 그

  러니 우리 조만간 회의를 열어 장덕상 그 아이에게도 마땅한 보직을 내리도록 합시

  다. ”

 “ 그럼 지금까지 그 고민을 하고 계셨던 말씀이십니까 ? 갈가리우스 형제가 맡은 경

  전편찬작업을 거둬들여 우리가 맡는일과 장덕상 그 아이에게도 마땅한 보직을 주자

  는 그 문제를요 ? ”

 둘 다 어느정도 회의안건으로 올릴만한 그런 내용이긴 하지만 이 깊은밤 영시니우스가 이렇게까지 깊은 고민을 할만한 그런 사안으로 보기엔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드는 사실이다. 그러면 영시니우스는 대체 이 깊은밤에 정말 무슨 고민을 그리도 깊이 하고 있었던것일까. 영시니우스는 잠시 2층 발코니쪽으로 다가가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건너편의 1층짜리 세은의 거처를 바라보며 잠시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러다 말없이 밤하늘을 우러러보는 영시니우스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여있다.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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