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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유주 (6)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평행우주 이야기 – 1. 솔파행성의 세은공주





 세은이 장덕상의 아프거나 다친곳이 없나 살펴보려 한 이유는 재워니우스가 만든 영약이 효험이 있는지를 한번 시험해보기 위해서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장덕상의 옷을 벗기니 상처자국이 몇군데 보였다. 아까 여관주인과 실랑이를 벌일 때 맞은 자국인지 아니면 가출을 했다더니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다 어디 넘어지거나 긁혀 생긴 자국인지 그 진상은 알수 없지만 일단 재워니우스가 만든 ‘신비의 영약’을 붙여보았다. 어차피 바로 약효가 발휘되진 않을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일이기에 세은은 장덕상과 적당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면서 상태를 살펴보았다. 헌데 두어시간쯤 지났을까. 영약을 바른 부위의 상처자국이 말끔히 나은 것이 확인이 되었다. 세은과 재워니우스는 물론 장덕상도 놀라 어쩔줄 몰라했다.

 “ 세상에 어떻게 이런일이...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무당이나 보살을 불러 굿판을 벌이는것만 생각했지 약으로 병을 치유하는 것을 아직 잘 모르는게 이 시절 압독국 사람들의 수준이었다. (* 병을 치료한다거나 약의 개념이 아주 없다고 볼수는 없지만, 대체로 약보다는 무당굿 같은데 의지하는 비중이 높던 그런 시대로 보면 된다.) 따라서 장덕상의 아픈 상처가 나았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실로 기적과 같은 일이었지만 세은과 재워니우스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만든 ‘신비의 영약’이 효험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실로 기쁘고도 신나는 일이었다. 여관주인도 바로 그 사실을 알게되어 놀란 여관주인을 통해 입소문이 곧 퍼지기 시작했다. ‘신비의 영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왔다더라. 처음에 사람들이 긴가민가 했는데 그러다 혹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몇몇 병자들이 세은과 재워니우스 일행이 묵고있는 여관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중 몇몇 병자들에게 세은과 재워니우스는 자신들이 만든 ‘신비의 영약’을 붙여주었다.

 다만 바로 그 약이 효험을 보는 것은 아니고 차츰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있는것이기에 나을때까지 시간이 다소 걸려 그동안 환자가 행여 지루해하지 않을까 싶어 그동안 대체로 세은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환자의 병이나 상처자국이 씻은 듯이 나았다. ‘신비의 영약’ 소문은 그렇게 차츰 소문이 퍼지기 시작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편 그 사이 장덕상의 억울한 누명도 풀리게 되었다. 실은 원래 여관을 상습적으로 털던 좀도둑이 그로부터 멀지않은 시간이 지나 잡혔던 것이다. 그 좀도둑은 현재 세은일행이 묵고있는 여관도 그간 상습적으로 털었던 것이 밝혀졌다. 진짜 범인이 잡히자 여관주인은 뒤늦게 장덕상에게 백배 사죄했다.

 한편 애초에 압독국 이곳저곳을 돌며 병자들을 치료하려던 것이 재워니우스와 세은의 구상이었던지라 한달쯤 지났을 무렵 재워니우스 일행은 다른 이웃마을로 가보기 위해 이곳을 떠나려 했다. 헌데 재워니우스 일행이 떠날때쯤 장덕상이 그들을 붙잡았다.

 “ 저...죄송하지만 저도 함께 따라갈수 있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 ? ”

 “ 우릴 따라가겠다구 ? ”

 뜻밖의 요청에 세은과 재워니우스는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신비의 영약 효험 때문에 그로인한 답례를 해오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 그간 재워니우스 일행의 형편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 경제적으로 아직 그렇게 여유가 있는 사정은 아닐때였다. 헌데 그때 무작정 사람 한명을 더 일행에 포함시키는 것은 아직 난감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세은과 재워니우스 그리고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까지 이들 네명 이 넷이 먹고자며 생활하는데도 빠듯한 형편이었던 것이 이들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 제발 부탁이에요 누나. 저 집 나온 아이인거 아시잖아요. 어차피 지금 오갈데도

  없어요...집으로 돌아갈수도 없고...그러니 누나...제발...제발... ”

 장덕상은 마치 누나라도 보채는 어린 동생처럼 그렇게 칭얼대며 조르기까지 했다. 사실 아직 이들 일행에서 리더는 재워니우스라고 봐야하는데, 그러나 세은이 사실상 영약을 바르는 일에서부터 환자를 맞이하는일까지 모든 것을 지금까지 주도적으로 해왔던 탓일까. 비단 장덕상뿐만 아니라 환자나 마을주민들도 세은을 사실상 이들 일행의 리더로 오해하고 있었다. 재워니우스가 천성이 별로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서인지 그 문제에 별로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있었으나 솔직히 좀 난감한면이 없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다. 허나 적어도 재워니우스는 자신들의 일행에서 사실상 세은이 리더 비슷한 역할이 되어가고 있음에 대해 아직 별다른 불만은 제기하지 않고 있었다. 어찌되었거나 장덕상이 거듭 이와같이 애원하자 세은은 더더욱 난처해졌고, 재워니우스를 바라보며 ‘이를 어쩌면 좋냐 ?’는 식으로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헌데 재워니우스는 뜻밖에도 장덕상의 간청을 들어주자며 바로 수락했다.

 “ 뭐 한사람쯤 더 따라붙는거야 큰 문제될 것도 없죠. 뭐 어차피 약초를 캐고 약을

  만들고 병자를 돌보고 하는 작업들이 생각보다 보통 일의 양이 많은게 아닙니다.

  그러니 아직은 일손이 하나정도는 더 따라붙는게 좋아요. 전 괜찮습니다. 마침 오

  갈데도 없는 그런 처지의 소년이라니 차라리 더 잘되었네요. 장덕상이도 우리가 데

  려갑시다. ”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재워니우스가 세은에게 존대말을 쓰고 있었는데, 어찌되었든 장덕상도 이들 일행에 합류하게 되어 재워니우스 일행은 세은과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 그리고 이 마을에서 처음 도둑누명을 쓰게될뻔한 소년을 세은이 여관주인을 만류하면서 생긴 인연인 장덕상이 이들 일행의 다섯 번째 멤버로 합류하게 된 셈이다. 그렇게 장덕상이 추가되어 모두 다섯명이 된 이들은 바로 이웃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 헌데 세은님...이 밤늦은 시간에 뭘 하시나요 ? ”

 이웃마을로 옮겨 그곳에서 새 거처를 마련한 재워니우스 일행. 헌데 밤늦은 시간에 뭔가 열심히 적고 쓰는 작업을 하고있는 세은. 좀 의아했던지 재워니우스가 하루는 그와같이 물었다. 사실 이와같은 모습은 이전 마을에 있을때도 세은이 하던 행동이었는데 세은은 이따금 그렇게 혼자 마치 참선이나 수도라도 하는 모습으로 한참을 앉아있다가 또 밤늦은 시간이 되면 뭔가를 열심히 적고 쓰고 하는 것이 재워니우스뿐만 아니라 갈가리우스와 달다리우스의 눈에도 뜨이게 되었다. 눈에 뜨이나마나 이전 마을 여관에 머물때까지만 해도 재워니우스 일행 형편이 그리 좋은편은 아니라 모두 한 방에서 지낼 수밖에 없을 때. 새로운 마을에 마련한 거처에서는 그래도 여성인 세은이 따로 잘 방을 하나 마련해주긴 했는데, 허나 이전 여관방에선 세은의 그런 모습이 재워니우스라던가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에게 바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는 이전에 세은이 일하던 콩밥집때부터 인연이 있던 그 콩밥집 주안아줌마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그때도 세은이 밤에 혼자 뭘 열심히 쓰고 적고 하곤 했지만 그건 루루아줌마 눈에만 몇 번 띄었지 갈가리우스 형제는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는 일이었다. 헌데 세은이 이따금 참선이나 수도 비슷한 자세를 취하거나 밤에 열심히 뭘 적고 쓰고 한다는 것은 적어도 재워니우스라던가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는 모두 알고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마을에 거처를 마련하고 나서 세은이 잘 방도 별도로 따로 마련해주고나서 재워니우스가 아무래도 궁금증을 이기지못해 하루는 그와같이 세은에게 물은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녀를 ‘세은님’이라 부르면서 정중하게 존칭을 쓰고 있으면서 바로 그와같은 말투로.





 “ 아니에요...별거 아니라니까요. 그냥 가끔 심심 파적삼아 쓰는 일기같은 거에요.

 ”

 “ 일기라구요 ? ”

 되묻는 재워니우스의 말투는 세은의 변명을 곧이 곧대로 듣지는 않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실 일전에 여관방에 머무를때도 갈가리우스나 달다리우스가 밤에 혼자 뭔가를 열심히 쓰는 세은에게 이상해서 물어보긴 했는데 그때도 세은은 그런식으로 얼버무리곤 했다. - 무엇보다 그때까지만해도 세은과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의 사이는 콩밥집 주인 아들일때부터 알고 지내던 그런 친한 누나-동생 같은 그 정도의 사이였다. 따라서 세은은 그때 마치 일기장이라도 짖궂은 동생한테 들킨 누나처럼 대수로운일 아니라는 듯 적당히 얼버무리곤 했으며 갈가리우스 형제도 세은의 그 뭔가 적는 행위에 대해 그렇게 크게 관심을 두거나 의미를 두진 않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그때는 재워니우스가 갈가리우스 형제의 그러는 모습을 만류하며 ‘그냥 놔두라’는 식으로 그네들을 나무라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재워니우스가 세원의 그 행위에 대한 의문과 의혹을 쉬이 떨치지 않는 분위기다.

 “ 일기라고 보기엔 쓰고 적는 시간이 제법 걸리던 것 같은데...그리고 그 작업을 이

  전 마을에 있을때도 하셨었잖아요. 헌데 그럼 그때부터 매일같이 그리 긴 시간을

  일기를 써왔다 그 말씀이신가요 ? ”

 “ 아유...그냥 밤에 심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거죠 뭐...별거 아니라니까요 재워

  니우스... ”

 “ 흐음... ”

 헌데 그날따라 재워니우스는 유심히 세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재워니우스의 눈빛에선 세은에 대한 뭔가 범상찮고 심상찮은 무엇을 느끼기라도 하는것일까. 세은의 이와같은 행동, 그녀는 늘상 그렇게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대왔지만 그 ‘별것아닌 행동’이 분명 ‘별 것’인 것 같다는 그런 생각 정도는 하고있는 듯 했다. 다만 지금으로선 그 행위와 적는 내용 자체에 대해서 더 이상 추궁할만한 꼬투리거리가 없기에 그쯤에서 물러나려고 한다. - 그렇다고 어쨌든 ‘일기를 쓴다’고 얼버무리는 판에 그 내용을 보겠다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 뭐 알았습니다. 어쨌든 이제 밤도 늦었으니 그만 편히 침수드시지요 세은님. ”

 “ 네, 재워니우스도 안녕히 주무세요 ”

 마치 아버지에게 잠자리 인사라도 드리는 천진한 딸처럼 해맑게 말하고 있는 세은. 헌데 재워니우스는 방에서 나가려다가 아무래도 뭔가 또 미심쩍은게 있는지 다시금 그녀에게 말을 건네다.

 “ 저기...그런데 세은님... ”

 “ 네 ? 또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 ”

 “ 세은님...혹시 말입니다... ”

 재워니우스의 그와같은 말투는 확실히 오늘따라 뭔가 범상찮게 들리긴 했다. 확실히 재워니우스는 뭔가 오늘따라 깊은 의문과 의혹 같은 것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한 듯 한데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의혹을 더 깊이 파헤칠 방도가 없어 고민하는 그런 표정이다. 일단 재워니우스가 다시금 세은에게 말을 건넨다.

 “ 세은님...혹시 말입니다. ”

 “ 왜요 ?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건데요 ? ”

 헌데 의미심장하게 거듭 세은을 불러보던 재워니우스는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은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리고는 뭔가 혼자 실소를 터트리는듯한 모습도 보이고, 그러면서 말한다.

 “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했던 것 같네요. 아무려면...

  설마...별 것 아니니 세은님도 그만 신경쓰시지 마시고 어서 주무시지요. 그러고보

  니 밤이 너무 깊었네요. ”

 그리고는 재워니우스는 방에서 나가고 세은은 재워니우스가 나간 방문쪽을 말없이 잠시 바라보다 일단 그쯤에서 문을 닫는다. 그리고 조금전까지 쓰던 일기(?)장을 적당히 정리해 치우고 잠시 참선하는 자세를 취해본뒤 잠자리에 든다.

 세은 일행의 ‘신비의 영약’을 통한 병자 치료 행위는 그뒤에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세은은 재워니우스는 물론 콩밥집 형제인 갈가리우스와 달다리우스 그리고 첫 번째 마을에서 만났던 장덕상이라는 가출청소년까지 그렇게 다섯명과 함께 압독국의 이 촌락, 저 부락을 돌아다니며 ‘신비의 영약’으로 병자를 치료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헌데 세은 일행은 병자치료 행위 말고도 하는게 또 하나 있었다. 사실 병자 치료 행위는 시간이 좀 걸리는지라 약을 붙이고 환자의 아픈곳이 나을때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다. 그래서 환자가 낫는동안 세은은 환자나 또는 환자와 함께온 가족과 일행등이 지루하지 않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럴 때 세은이 하는 이야기는 대략 이와같았다.

 “ 이웃을 사랑하세요. 남과 싸우지 말고 소통하고 화합하세요. ”

 “ 죄인을 용서하세요. 죄는 미워도 누구나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인간이 완벽하지

  못해 죄를 짓는것이니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해선 안됩니다. ”

 “ 이웃을 사랑하세요...죄인을 용서하세요...서로 소통하고 화합하세요. 화해하세요.

  서로 싸우지말고 화합하고 사랑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세은의 ‘이야기’는 차츰 무슨 설교나 설법 비슷한 행위가 되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세은에게 어떤 남다른 카리스마 같은 것이 있었던것일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세은에겐 ‘병치료’를 하러오는 사람들보다는 세은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은 일행이 압독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그렇게 세은을 추종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세은은 병자에게 약을 붙여주고 시간이 지나 효험이 올 것 같으면 이렇게 외치곤 했다.

 “ 일어나 너 걸어라 !!! ”

 “ 내가 말하노니 일어나라 !!! ”

 시간이 흐르면서 세은을 따르는 사람들은 점점 불어났고 특히 세은을 수행하며 함께 ‘병치료 행위’를 도우려는 ‘일행’이 몇몇 더 늘어났다. 처음 세은을 찾아온 사람들은 뜻밖에도 세은이 처음 집을 떠나 들렀던 마을의 촌장 태수니우스와 상병이우스였다. 태수니우스와 상병이우스는 남쪽지역 촌락의 촌장이었고 세은일행은 처음엔 주로 압독국 북쪽지역에서 병자들을 치료해갔기에 태수니우스나 상병이우스의 마을에선 거리가 제법 있었으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세은 일행은 차츰 남쪽지역 마을까지 찾아가며 병자를 치료하곤 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소문이 태수니우스나 상병이우스의 마을까지 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수니우스와 상병이우스는 세은을 따르며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직접 찾아온 것이다.

 태수니우스와 상병이우스 외에도 촌장출신 두명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그룹에 합류하였다. 영시니우스와 영지리우스라고 하는 이들이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선 농부출신의 기룡후, 어부 출신의 순명후, 기술자출신의 종겸후와 길환후라는 이가 역시 세은을 따르는 그룹이 되었다. 이렇게해서 세은을 따르는 무리는 초창기 재워니우스와 콩밥집 아들이었던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  그리고 세은일행이 첫 번째 묵었던 마을 여관에서 도둑누명을 쓴 것을 세은이 구해준 가출청소년이기도 했던 장덕상까지 모두 열두명이 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세은은 자신의 열두명 일행과 함께 그날도 어느어느 마을을 찾아 병자를 치료하고 설교를 하고 그러고 있었다. 이때쯤엔 세은 일행이 들르면 해당마을에선 아예 주민들이 자처해서 세은일행이 거처할만한 장소를 제공하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세은은 방에서 혼자 참선행위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세은 자신도 언제부터 자기가 이런 행위를 시작했는지 알수 없었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올라가면 아마 그 산등성이에서 두달간을 머물며 ‘이 세상을 만든자가 누구냐 ? 이 세상을 이렇게 고통스럽고 아프게 만든자가 누구냐 ?’며 따질 때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두달을 그 산등성이에 머물고 내려와 한동안 생계수단으로 콩밥집 종업원으로 일할때는 처음 한동안은 그 참선행위는 하지 않기도 했다. 그때는 잊어버리고 있기도 했고 귀찮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안 했지만, 그러다 또 다시 그 참선행위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 중단하기도 하고 그러기를 얼마를 반복했는데 이젠 세은의 참선행위는 자기전에 일종의 일상같은 행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은은 그 참선행위를 마치고 나면 뭔가를 또 열심히 적기도 했다. 이때는 압독국에 아직 ‘종이’ 같은 형태의 그런 물건은 없고, 그 대용품으로 쓰는것들이 있긴 했는데 여하튼 세은은 그런 뭔가를 적을수 있는 종잇장 비슷한 것을 모아 거기에 지금까지 한없이 뭔가를 적어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어느덧 그 분량도 엄청나게 많아졌는데, 세은은 처음 콩밥집을 떠날때부터 그 자신이 적은 것이 든 보따리를 항상 휴대하고 다녔다. 허나 지금은 그 분량도 엄청 많아져 그 세은이 적은 것이 든 보따리를 갈가리우스나 달다리우스가 대신해서 들고 다니기도 한다. 다만 세은은 갈가리우스와 달다리우스에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은 절대 열어보거나 들여다보려 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갈가리우스와 달다리우스는 콩밥집에서부터 세은을 ‘누나’라 부르며 잘 따르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세은의 그와같은 엄명을 철석같이 지켰다.





 그렇게 여러날이 지난 어느날 하루는 재워니우스가 세은의 방을 엿보고 있었다. 그때 세은은 방에서 혼자 참선자세를 하고 있었는데, 사실 재워니우스는 스스로 뭔가 미심쩍거나 의심가는 무엇이 있기라도 했는지 이따금 이런식으로 세은의 참선하는 모습을 엿보곤 했었던 것이다. 허나 지금까진 확신이 없었는데 이제 그 어떤 확신이 생기기라도 하고 있는것일까. 사실 지금 재워니우스는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스스로 어떤 충격이나 감동에 휩싸이기라도 한 그런 상황일까. 그러다가 세은이 참선자세를 마치고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 할 무렵 갑자기 재워니우스가 벌컥 문을 열고 세은의 방으로 뛰쳐들어갔다.

 “ 공주님 !!! ”

 느닷없이 세은을 ‘공주님’이라고 부르는 재워니우스. 세은이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세은도 재워니우스가 자신의 방을 엿보고 있었던것에 대한 당혹스러움도 당혹스러움이려니와 그의 갑작스러운 이런 행동에 너무 놀라는 모습이다.

 “ 재워니우스...아저씨... ”

 세은은 아직까지 그를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실제 재워니우스가 세은보다 스무살정도 많은 ‘아저씨뻘’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애초에 약을 짓기 시작한것도 그리고 이 그룹의 리더역할을 했던것도 원래는 재워니우스였다. 게다가 처음엔 일이 여기까지 오리라고 초창기 멤버였던 재워니우스와 세은은 물론 갈가리우스와 달다리우스 형제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터. 헌데 언제부터인가 이 그룹의 리더역할을 사실상 세은이 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세은을 따르고 추종하는 이들이 날이 가면 갈수록 불어나는 상태. 어찌보면 이들 그룹도 지금의 이 상황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하루는 갑자기 재워니우스가 세은의 방에 들이닥쳐 이와같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아아...공주님...정녕 당신이셨습니까 ? ”

 “ 재워니우스...갑자기 왜 이러세요 ? 아저씨...아저씨... ”

 세은은 아직 여전히 20대 초반의 순진한 젊은여성의 모습 그대로 재워니우스의 이런 행동에 당황해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재워니우스는 그런 세은의 발앞에 엎드려 몸을 부르르 떨며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실은 오래전부터...압독국이 생기기 이전 이곳의 부락민들에게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는 예언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 지역의 부락이 혼란스러워지고 폭군이 나

  타나 백성들을 핍박할 때 그 폭군을 내치고 이 백성을 구원할자를 하늘이 내려보낸

  다 하였습니다. 공주를 내려보낸다 하였습니다. 아아...그런데 정말...아무래도 그 예

  언대로인 듯 합니다. 당신이 구원자이십니다. 당신이 공주님이십니다. ”

 “ 예에 ? ”

 아직 뭐가 뭔지몰라 황당해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세은의 모습. 허나 재워니우스는 몸을 떨며 어찌보면 감격에 겨워 울먹이는듯한 목소리로 그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말씀을 선포하며 이땅의 백성들이 살아갈길을 인도하실 경전을 짓고 병자와 가난

  한자를 돌보는자...그런자가 나타날것이란 예언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압

  독국이 생기기 그 이전부터...그 오래전 예언...다들 반신반의하던 그 예언...아무래

  도 그 예언이 실현되는날인 듯 합니다. 아아...공주님...정녕 당신이셨군요. ”

 세은보다 스무살 많은 재워니우스의 현재 나이가 40대 중반. (* 2천년전 솔파행성 고대사회 지성체 평균수명 50세 안팎) 그리고 압독국의 역사는 유피아 40년 태평성대가 끝나고 20년 정치적 혼란기가 지나 지금은 2년전쟁을 진압한 동시기우스,도형리우스,태시니아 3인방이 병약해서 일찍 세상을 떠난 거피아의 남긴 돌도 채 지나지 않은 막내아들을 허수아비 황제로 세우고 자기네들끼리 전권을 휘두르기 시작한지 대략 6-7년전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허나 동시기우스,도형리우스,태시니아 3인방의 6-7년 치세는 너무나 끔찍한 폭정으로 백성들은 그 학정에 시달리고 민중의 삶은 도탄에 빠져있었다. 한편 세은은 원래 압독국 남부의 대부호 엠파스의 칠순넘어 본 늦둥이 막내딸로 아버지 엠파스가 세상을 떠난뒤 이복오빠들의 냉대를 받으며 사느니 그냥 따로나가 혼자 사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해서 집을 떠났다. 그뒤 이런저런 마을을 돌아보며 고아,독거노인,장애인,미혼모,기형아등을 만나보며 이전까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되고 도탄에 빠진 민중들의 삶을 눈으로 직접 목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산등성이에 올라 ‘이런 세상’을 만든 절대자를 원망하며 두달정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그 세은. 그 세은이 언제부터인가 ‘병자를 치료하는 약’을 만든다는 재워니우스와 함께 압독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병자를 치료하고 말씀을 전하며 또 때로는 세은은 무슨 글 같은 것을 적고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세은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종교의 실체와 본질도 따지고보면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인물이든 철학이든 사상이든 가치관이든 그것에 대한 존경이 커져 추앙,숭상하는 단계에 이르고 그러다보면 그 대상은 언제부터인가 신격화,우상화된다. 정치지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정치지도자에 대한 존경이나 흠모의 마음이 지나치다보면 그것이 때로는 마치 절대자를 찬양하는 종교집회 행사나 별다를 것 없는 그런 모양새가 되기도 하고 연예인에 대한 추앙, 어떤 철학이나 가치관에 대한 숭상도 그와 마찬가지다. 어떤 대상을 지나치게 추앙하고 숭상하다보면 그 어느 단계에서부터는 그것이 절대화되고 신격화,우상화되기 마련. 허나 그 대상이 정말 구원자일지 아니면 사탄일지는 어리석은 인간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 어쩌면 ‘이기면 대감이고 지면 역적’이란 속설처럼 종교와 신의 본질도 ‘이기면 신이되고 지면 사탄이 되는 것’은 아닐까 ?)

 어찌되었거나 지금 여기 안드로메다의 한 항성계 지성체가 사는 행성 ‘솔파행성’ 그 2천년전 고대사회. 솔파행성에서 가장 큰 대륙 ‘에이핑크 대륙’ 남서쪽 끝자락에 있는 한 나라에서 이와같은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래 아직 고대국가가 형성되지 않고 십여개의 부족들이 흩어져 살던지역. 그곳을 유피아란 자가 나타나 통일하고 ‘압독국’이란 나라를 세운뒤 40년 태평성대를 이루었고, 그러나 그 유피아가 세상을 떠난뒤 20년의 정치혼란기. 그 정치혼란기가 ‘2년전쟁’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가 했더니 2년전쟁을 진압하고 실권자가 된 동시기우스,도형리우스,태시니아 3인방이 갓난아기 황제를 허수아비로 내세우고 자신들이 실권을 행사하며 폭정을 일삼고 있던 그때. 압독국에서 병자를 치료한다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세은과 재워니우스 일행. 그러다 재워니우스가 세은에게 이렇게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당신이 예언속 그 사람이 맞는 것 같다’며 ‘폭군을 물리치고 도탄에 빠진 압독국(그때는 국가가 세워지기 전이니 ’부족‘이라고 했다)의 백성들을 구할자’ 그 공주가 온다는. 허나 세은은 아직 이 상황이 당혹스러운지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세은도 자신도 알지못하는 어떤 충격과 떨림 그런 흥분감 가운데 휩싸여있는데, 그러다 세은이 갑자기 이전까지 보지 못한 말투로 말한다. 서서히 재워니우스에게 다가와서는.

 “ 일어나라 재워니우스... ”

 “ ??? ”

 “ 나는...아버지께서 보낸 자이니라... ”

 무슨 생각에서 세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니 세은 그 자신조차 어떻게 이런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왔는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정말 어쩌면 세은이나 솔파행성의 평범한 지성체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기운 – 혹은 성령 같은 것 ? - 그런것에 이끌려 이런말이 나오기라도 했단말인가. 허나 안타깝게도 그것을 규명할 방법은 없다. 사실 따지고보면 종교,영혼,신 이런것들은 인간의 과학으로는 규명할수 없는것들이다. 굳이 다차원이론에 대입하자면 2차원공간에 생명체가 있다면 그 2차원의 존재는 우리 3차원 세계를 인식할수 없듯 어쩌면 영혼이나 신,사후세계 이런것들도 3차원의 존재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4차원이나 5차원 그 어느곳에 존재하는 그런 절대자(3차원의 존재들 입장에서 봤을 때)인 것은 아닐까. 여하튼 세은은 지금까지의 그 세은이 맞는가 싶은 이전까지는 없던 음성과 말투로 재워니우스에게 이와같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일어나라 재워니우스...아버지의 뜻대로 그대를 나의 제자로 삼겠느니라. ”

 “ 공주님... ”

 재워니우스는 감격에 겨워 통곡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은이 그 재워니우스의 손을 부여잡고 일으켜세우고 재워니우스는 그런 세은앞에 다시한번 큰절을 올린다.





 다음날 재워니우스는 세은 일행의 다른이들 열한명을 모두 불러 세은이 사실은 예언속의 공주며 이 세상을 구할 구세주임을 정식 공표하였다. 재워니우스의 그와같은 말에 다들 처음엔 놀라는 눈치였었다. 허나 촌장출신인 태수니우스,상병이우스,영시니우스,영지리우스와 농부,어부,기술자 출신인 기룡후,순명후,길환후,종겸후등은 그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쉬이 수긍하는 분위기가 되어갔다. 다만 오히려 세은이 콩밥집에서일할때부터 알고 지내던 그 집 아들 갈가리우스,달다리우스 형제와 세은일행이 처음 묵었던 여관에서 세은이 구해주었던 장덕상 이들셋은 쉬이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 실제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정한 사회적 지위에 올랐을때도 오히려 어릴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을 만났을 때 그 권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 심지어 연상녀-연하남 커플도 어느정도 성인이 된 뒤에 만나는 경우에야 이루어지기 쉽지 어릴때부터 누나-동생 하며 지냈던 사이인 경우엔 성인이 되어서도 상대여성이 여전히 남자를 어린해 취급한다. -.-)

 따라서 의외로 끝까지 세은이 실은 이 세상을 구할 공주요 구세주라는 사실을 쉬이 수긍하지 못하던 갈가리우스와 달다리우스 형제. 헌데 그 둘을 세은이 하루는 은밀히 불렀다.

 “ 거기 앉거라. ”

 위엄을 갖추며 두 사람에게 그와같이 말하는 세은. 사실 공주나 구세주 그런게 아니더라도 콩밥집 시절부터 갈가리우스 형제는 세은을 ‘누나’라고 부르며 따랐으니 이들 두 사람에게 세은은 여전히 윗사람 대접을 해줘야하는 처지에 있긴 하다. 게다가 처음 길을 떠났을때부터 갈가리우스 형제는 의도치않게 세은을 지키고 보호하는 사실상 일종의 호위무사 같은 역할을 종종 맡기도 했다. 그래서 여전히 그녀를 공주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를 떠나 적어도 상하의 주종관계는 어느정도 유지할수 있는 그런사이. 세은의 말대로 갈가리우스 형제는 그러나 대체로 편한 자세로 세은앞에 앉았다. 한편 세은은 갈가리우스 형제에게 어떤 꾸러미같은 것을 보여주었다.

 “ 내가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특별히 당부할 사명이 있어 불렀다. ”

 그러면서 보여준 꾸러미는 갈가리우스 형제에게도 낯설지는 않은것이었다. 바로 세은이 틈틈이 심심 파적(?) 삼아 뭔가를 적어내려가던 그런 낙서쪼가리 비슷한것들이 있는 그런 꾸러미였다. 다만 세은은 그게 마치 중요한 뭐라도 되는양 지금껏 신주단지처럼 보관해오고 있었으며 길을 떠날때는 항상 그것들이 든 보따리를 갈가리우스 형제에게 맡겨오곤 했다. 세은 입장에선 갈가리우스 형제는 그만큼 신임하는 사람들이란 이야기도 될터. 그런 세은이 다시금 그 보따리와 꾸러미를 보여주며 갈가리우스 형제에게 엄명을 내린다.

 “ 내가 이제 너희들에게 이 속에 든 내용물의 실체를 밝힐때가 왔구나. ”

 “ ...... ”

 “ 아울러 한가지 당부할것이 있는데, 너희가 이것으로 지금부터 해야할 일이 있다.

  그 임무를 부여하려 하는데, 어떻게...내가 부여하는 임무를 철석같이 수행할수 있

  겠느냐 ? ”

 순간 어찌된 영문인지 갈가리우스 형제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전까지 볼수 없었던 세은의 이와같은 사뭇 위엄갖춘 말투. 무슨 공주가 어쩌구 구세주가 어쩌구 하더니 ‘이 누나 이제 완전히 정신이 어떻게 되어버린 것 아닌가’ 그런 의문과 안타까움 같은게 서린 그런 표정까지 비치는 갈가리우스 형제. 안되겠다 싶은지 세은은 약간의 호통을 섞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내가 너희들과 한가로이 농이나 지껄이고자 부른줄 아느냐 ? 지금부터 너희들이

  맡아야할 사명은 실로 막중한 사명이다. 그런식으로 장난처럼 여겨선 안 돼. 무슨

  말인지 아직도 모르겠느냐 ? ”

 “ 그게 대체 뭔데요 누나 ? ”

 “ 형 ! ”

 약간 불만스럽기도 하고 궁금증도 더해져 그와같이 물은 갈가리우스인데 동생 달다리우스가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듯 살짝 주의를 주려는 듯 한마디 한다.

 “ 공주님...이시라잖아. ”

 형 갈가리우스의 태도가 좀 심하지 않나 싶어 그와같이 한마디 했지만 달다리우스도 여전히 이 현실이 믿겨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허나 세은은 그런 갈가리우스 형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듯 말한다.

 “ 됐다. 괜찮다. 어차피 너희들 입장에선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내

  가 잘 안다. ‘공주님’이란 호칭이 정히 입에 붙지 않으면 차츰 익숙해질때까지 기다

  려보았다가 천천히 그리 불러도 좋아. 하지만 공주님이라 부르든 안 부르든 지금부

  터 내가 전하는 사명은 분명히 수행해야할것이야. 무슨말인지 알겠느냐 ? ”

 갈가리우스 형제는 일단 세은의 말에 대충 ‘그리 하겠다’는 의미의 답을 하고 세은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말을 이어간다.

 “ 사실 이것들은 내가 지금까지 아버지의 말씀을 받아 세상을 구할 이야기들을 적은

  것들이다. ”

 그 말에 갈가리우스 형제는 놀랍다기 보다는 다소 황당하다는 듯 세은을 쳐다보았다. - 마치 ‘이 여자 완전 이제 사이비종교 교주행세 하고 있구나’ 그러는 분위기 같다고나 할까. - 허나 갈가리우스 형제의 그런 태도와는 아랑곳없이 세은은 그녀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을 다소 솔직히 말해줘야할 부분이 있는 듯 진지하게 말을 이어간다.

 “ 나도 처음엔 내가 어떻게 이것을 적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

  무슨 학식이 있거나 공부를 한것도 아닌데...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알게모르게 이런

  이야기들을 적게 되었구나. 솔직히 나도 그 상황들이 이해가 안갔는데...이제 확실

  히 알겠다. 이건 내가 성령을 받아 적은것들이야. ”

 “ ...... ”

 “ 여기에는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선

  우리 생령들을 어찌 보시는가...또 이 세상을 구하려면 어찌해야하는가 그와 관련

  된 많은 이야기들이 적혀있단다. 무슨말인지 알겠느냐 ? ”

 “ 저희가...뭘 어찌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 ”

 세은에게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어떤 카리스마 같은것이라도 느껴지는지 자신도 모르게 정중해진 갈가리우스가 그와같이 묻고 세은이 그런 갈가리우스를 보며 답을 해준다.

 “ 너희가 지금부터 해야할일은 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고 그것을 세상에

  전하는 일이다. 알겠느냐 ? ”

 “ 책...을요 ? ”

 “ 이미 말했지만 내가 이것들을 처음 적기 시작할때는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시작했던 것이 아니야. 헌데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그만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하

  지만 보다시피 지금 이것들은 어떤 체계를 갖추어 적은것들이 아니야. 마치 무슨

  낙서쪼가리 같은 그런식의 뭉치가 되어있단말이지. ”

 “ ...... ”

 “ 지금부터 난 여기에 적힌 이 내용들을 체계적인 말씀으로 다시적고 책으로 엮어

  세상에 전파하는 그 일을 하려한다. 너희가 도와줘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일이란

  말이다. ”

 “ ...... ”

 “ 또 한가지. 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은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 따라서

  내가 이속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 세상에 공개하기 전까지 그 이전의 내용들은 절대

  외부로 유출이 되어선 아니되느니라. 다시말해 일급기밀이란 말이지. 책으로 내서

  세상에 공개한 내용 이외의 것들은 공개되어선 아니된다는 것. 따라서 이 속의 내

  용물들을 앞으로 끝까지 지켜야하는데 그 사명을 너희가 맡아야 한다. 할수 있겠느

  냐  ”

 “ 며...명심하겠습니다 공주님. ”

 얼떨결에 결국 세은을 ‘공주님’이라고 부른 갈가리우스 형제. 그리고 세은의 엄명을 분부 받들어 수행하겠다는 답을 하고야 만다. 그리고 세은은 그런 갈가리우스 형제를 마치 믿을만한 최측근을 보는듯한 신뢰가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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