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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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유주 (3)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평행우주 이야기 – 1. 솔파행성의 세은공주





 태수니우스가 찾아간곳은 세은이 처음 이 촌락에 왔을 때 보았던 (화장실로 착각하고 들어간 -.-) 고아남매의 집보다는 그나마 사람이 사는집 형태를 갖추고 있었지만, 역시 허름하고 낡은집인것만은 다름이 없었다. 세은이야 이제 그만 다른곳으로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에 태수니우스의 집에서 나온것이지만 세은의 천성이 원래 오지랖이 넓거나 호기심이 많은것인지, 아니면 생전 처음 해보는 세상구경에 사소한것에도 호기심이 자연스레 이끌리는것인지. 무엇보다 잠시나마 그렇게 인연을 맺었고 밥한끼까지 얻어먹고 고아소년 남매의 사연까지 알게해준 그 촌장의 심상찮은 모습에 발걸음이 쉬이 자기가 가야할 방향으로 옮겨지지가 않았다. 처음 촌장집에서 나올때는 일단 방향이 같기도 했지만, 태수니우스가 너무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가 ‘이쯤에서 헤어져야겠다’는 인사말도 나누지 못해서인지 태수니우스를 자신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었다. 태수니우스는 일단 그 작은집 안으로 들어간 상태인데 세은도 그 집에 딸린 방 가까이까지 와 있었기 때문에 방안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까진 살필수 없어도, 그 방에서 들려오는 태수니우스의 뭔가 다급하고 안타까와하는듯한 말소리는 들을수가 있었다.

 “ 이봐요...이봐요 영감님. 정신이 들어요. ”

 태수니우스는 방에서 누군가를 다급히 깨워보고 있었다. 숨이 붙어있는것인지 확인이라도 하려는것인지 맥박이나 고동소리등을 들어보기도 하고 그리고는 한숨을 돌린다.

 “ 휴우...아직도 다행히 숨은 붙어있구먼. ”

 그렇게 말한 태수니우스의 앞에는 그야말로 ‘산송장’이란 표현을 써도 별로 실례가 되지 않을 것 같을 바짝마르고 초췌하고 병색도 완연한 그런 고령의 노인 하나가 누워있었다. 태수니우스는 방안 어디선가에서 뭔가를 꺼내 그것을 일단 노인에게 먹여주려한다.

 “ 이봐요 영감님. 일단 약은 좀 들어봐요. 하긴 이제 약도 받지 못하는 몸이지. 그래

  도 영감님...어떤 목숨인데 살고는 봐야죠. 그러지말고 영감님. ”

 노인은 정신이나 기력이 있기는 한것인지 방바닥에 그렇게 누워만 있는 상태에서 사실상 태수니우스가 일으켜 앉혀준 상황에서 태수니우스가 약을 거의 강제로 먹이다시피 하고 있었다. 먹여준다기 보단 그냥 약을 들이붓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할판인 모습. 하지만 노인은 결국 약을 거의다 토해내고 만다. 하는수없이 태수니우스는 약이 다 쏟아진 바닥을 손수 준비해온 청소도구로 닦기까지 한다.

 “ 후우...영감님. 그래도 살아야죠. 이대로 이 허망한 세상 떠나실수는 없지않소 ?

  안 그래요 ? 그래도 자식들 얼굴이라도 한번은 보고... ”

 노인은 태수니우스의 말을 알아듣는것일까 못알아듣는것일까. 그저 힘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만 한다. 사실 태수니우스에겐 이미 이런일들이 일상화 되어있는 모습인듯 한숨을 내쉬고 방을 나오면서 투덜거린다.

 “ 에잉...촌장 하는일이란게 결국 이런식으로 병자 돌보다 죽게되면 송장치우는 일

  인건지... ”

 그렇게 투덜거리고 나오는데 이미 그곳에 와있던 세은과 다시 마주치지 않을수가 없었다. 태수니우스 입장에선 이미 제갈길을 간줄 알았던 세은이 아직 그곳에 있자 놀랍기도 하고 어리둥절한지 말을 건넨다.

 “ 아니...아직 안 갔던거에요 ? ”

 “ 네...뭐 그냥 어쩌다가...헌데 이 집엔 나이드신 할아버지가 하시는거에요 ? ”

 헌데 좀 난감하기라도 한것일까. 태수니우스는 세은의 물음에 바로 답은 안하고 핀잔이라도 주듯 한마디 쓴다.

 “ 이봐요 아가씨. 원래 그렇게 남의일에 관심이 많아요 ? ”

 “ 네 ? ”

 “ 아니 뭐 처음엔 여행객이라더니...또 나중에 들어보니 여행객은 아닌 가출소녀라

  하고...그런데 뭐 그리 생전 처음에 온 동네에서 생기는일에 관심이 많아요 ? ”

 “ 아니, 뭐 전 그냥... ”

 사실 상식적으로는 이런 여자한테 남의 깊은 속사정같은 것은 잘 말해주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린뒤 상대를 돌려보내든 쫒아보내든 하는게 일반적일텐데, 헌데 무슨 ‘인연의 끈’ 같은것이라도 작용하는것인지 태수니우스는 ‘어차피 이렇게 된 것’ 하는 생각으로 세은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한다. 마침 멀지 않은곳에 자리에 앉을 대용품으로 쓸만한 큰 바위 같은게 하나 있어서 거기 앉아 태수니우스가 이번엔 노인의 사연을 들려준다.

 “ 그...보다시피 저렇게 다 늙어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병색이 완연해서 혼자 죽어가

  는 그런 노인이오. ”

 “ 혼자 산다구요 ? ”

 “ 그리고 보다시피...‘산송장’이란게 바로 이런경우를 두고 하는말일께요. 이미 기력

  도 정신도 다 빠진채 목숨만 겨우 붙어있는 그런 상태. 그렇다고 사람을 억지로 숨

  통을 끊어놓을수도 없는 일이니...음식도 받지 못하는 몸...약이라도 겨우 먹여서 그

  렇게 숨은 붙어있게 하는거라오, 하지만 뭐...저 노인도 머지않아 죽게될게요. 그건

  내가 알아. ”

 “ ...... ”

 “ 허허...사실 내가 이 동네 촌장으로 한 30년 일하면서 내 손으로 치운 독거노인 시

  신이 벌써 수십구도 넘거든 ? 이런일은 내겐 사실상 일상이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미래라오. ”

 100명 남짓 사는 가난한 마을에서 30년동안 사망한 독거노인이 수십명선이라면 비율적으로 많다고 봐야할지 적다고 봐야할진 잘 모르겠으나 여하튼 이 촌장은 그동안 그런 동네 할아버지 시신들을 손수 거두어 주었다는 이야기다. 헌데 태수니우스는 거기다 딱하다는 듯 한마디 덧붙인다.

 “ 그리고...아까는 아이들 앞이라 말을 못했지만...그 고아남매 동생도 결국 머잖

  아 죽게될께요. 도대체 이유도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을 앓고있는 애인데다가 돌

  보는 부모가 있길하나 뭘하나. 약을 쓸 방법도 도리도 없으니...결국 저렇게 고통

  스럽게 아파하다 죽어가게 될거란걸 내가 알아요. 사실 저런 경우도 내가 이미

  그런걸 수없이 겪어봤거든. ”

 “ ...... ”

 “ 허허 참...그리고 그런일을 여러번 겪고나면 진짜 목숨이란게,생명이란게 뭔지

  도대체 우리가 이 세상을 왜 살아가는것이며 왜 태어난것인지 그 생각을...고민을

  안할수 없게되지 뭐요. 안 그래요 ? 과연 저렇게 자식들한테조차 버림받고 혼자

  죽어가는 가난한 노인...또 어차피 치료할수도 없는 병을 앓는 (따라서 죽는날만

  기다리는 것은 매한가지인) 저런 어린아이...저런이들에게 과연 이 세상을 살아가

  는 의미가 대체 무엇이 있겠소. ”

 “ 아...아니 저...근데 잠깐만요. ”

 태수니우스의 푸념이면서 나름의 삶에대한 의미와 고뇌가 담긴 말이 이어지다보니 세은이 문득 말을 끊으며 뭔가 이상하다는 듯 한마디 한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근데 그 고아소녀 남매중 동생도 또 저 할아버지도 도저히 목숨을 구할 방법이 없

  다는거에요 ? 대체 그건 왜 그런거죠 ? ”

 그야말로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부잣집 딸네미 같은 말이 입에서 나오자 태수니우스는 다소 어이없다는 듯 세은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 탄식조로 말한다.

 “ 가난하고 아픈사람을 무슨수로 병을 고쳐 ? 돈이 있길하나 ? 약이 있길하나 ? ”

 “ 제가 듣기로는 압독국에는 오래전부터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둬 그 돈으로 고아나

  독거노인 또 장애인,가난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돕는 그런 제도가 있다고 들었

  어요. 근데 왜 저 고아소녀나 할아버지를 구하지 못한다는건데요 ? ” 





 세은은 압독국을 세운 초대황제 유피아 시절에 있었다는 그 제도를 모를수 없는 입장에 있었다. 우선 근본적으로 세은의 출생의 비밀 그 자체가 그 제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또 아버지는 생전에 세은을 데리고 그 제도를 종종 언급하며 ‘압독국에는 그런 훌륭한 제도가 있단다’는 식으로 말씀하시곤 했었다. 세은의 아버지 엠파스가 굳이 막내인 세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곤 한 것은 자신과 딸 세은이 사는 이 ‘압독국’이란 나라가 그만큼 훌륭한 나라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2천년전 솔파행성 고대사회는 아직 ‘여성도 공부를 해야한다’는 의식은 거의 없던 시절이긴 하다. - 다만 그 부분은 지역과 나라에 따라 편차가 있을수 있다. - 다만 압독국의 귀족과 호족들의 경우 자기 가문의 명예나 영광 또는 이웃가문과의 관계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구히 지켜가기 위해서는 딸들에게도 일정부분의 ‘소양교육’은 시켜야 한다는 그 정도의 의식은 있었다. (* 그래야 집안에 남성 후계자가 없거나 몰락위기 같은데 처해졌을 때 딸이라도 대신 가문을 지키는 역할을 해줄수 있을 것 아닌가.) 따라서 귀족이나 부호들은 딸들에게도 역사라던가 간단한 소양,예절교육 그리고 철학과 같은 교육들을 집안 재량에 따라 ‘가정교사’를 두어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다만 그 교육을 받는 딸들의 입장에서 공부에 대한 열의는 개인적 편차가 클 수밖에 없어 어떤이들은 ‘왜 내가 굳이 이런걸 해야하냐’며 아예 공부하기가 싫어 일부러 피해다니는 정도인 경우도 있었고, 또 반면 공부에 열의를 보의는 딸들도 종종 있어 그중 그 열의가 상당한 경우는 그 학문의 정진 정도가 너무 앞서가 나중에는 심지어 외국의 철학이나 경전 또는 학문에 관한 서적을 직접 번역하는 수준에 이른 경우도 있다고 한다. (* 거의 조선왕조 인수대비 수준)

 한편 세은의 경우엔 아무래도 출생과 가정에서의 입장이 그러하다보니 집안에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가정교사를 두어 공부를 시키는 정도는 아니었고, 다만 그래도 엠파스는 ‘부잣집 딸’의 품격은 갖춰야하지 않겠냐며 철학과 예절교육 정도를 시키는 가정교사를 한동안 두긴 했었다. 그리고 세은의 경우엔 그 ‘귀족학습’을 그렇게 싫어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공부에 열의를 보이는것도 아닌 그냥 ‘어쨌든 부잣집 딸이니 어쩔수없이 배워야하는 것’ 정도로 인식을 해 왔다.

 허나 공부에 대한 열의야 어쨌건간에 초대황제 유피아시절의 그 제도는 세은 개인의 출생배경 문제때문에라도 모를수가 없는 일이었다. 헌데 그 제도를 입에담은 세은을 태수니우스는 잠시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운을 뗐다.

 “ 거 아가씨는...보아하니 여행객은 분명 아니고 가출한 부잣집 딸인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아니, 아무리 그렇기로 세상물정을 그것도 모르오 ? 그게 벌써 언제적 일

  인데 그 제도를 이야기하오 ? ”

 “ 예 ? ”

 세은의 입장에서야 태수니우스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으니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거듭 지어보였고 태수니우스는 혀를 끌끌차며 천천히 입을 연다. 우슨 긴 탄식부터 흘러나온다.

 “ 하긴 한때...그런 시절이 있기는했지. 사실 나도 유피아 황제 시절에는 젊었을 때

  라서 그때의 일을 세세히까지 알진 못해도 내 아버님이나 조부님뻘 되는 어른들은

  그분들끼리 모이기만 하면 한결같이 그런말들을 해요.‘그래도 유피아 황제시절이 좋

  았노라’고... ”

 그리고는 마치 정치평론이라도 하는듯한 말투로 초대황제 유피아 이후 지금까지 있었던일을 그리 길고 지루하지는 않게 간략하게 들려준다. 일단 내용은 대충 이와같았다.

 압독국 지역의 흩어져있는 부족민들을 규합 ‘더 이상 외적의 침입에 떨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도 뭉쳐 강한나라를 세우자’며 통일국가 ‘압독국’을 세운 유피아. 나라의 제도와 법령을 만들고 행정구역을 만들고 뿐만 아니라 부호들이 일정부분 세금을 내 그것을 열악하거나 불우한 환경에 있는 이들을 돕는데 쓰게하는 제도까지 만든 유피아. 뿐만 아니라 결혼이나 연애의 관습,풍습에서 행여 젊고 힘없는 여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그와 관련된 제도까지 만든 유피아. 이 정도면 태수니우스의 말마따나 나이드신 어른들 입에서 ‘유피아 시절이 좋았다’는 말이 나올만도 했다. 허나 어찌보면 압독국의 황금기는 유피아가 세상을 떠나면서 막을 내렸다고 보는게 맞을 듯 하다. 유피아 시절은 태평성대였으나 그후 20년은 그야말로 ‘막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엄청난 황실 권력다툼과 피비린내나는 골육상쟁이 계속되는 역사였으니까.

 유피아 황제는 정확히 43년의 치세를 끝으로 세상을 떠나고 일단 그 뒤를 이어선 2대 황제로 유피아의 장남이었던 문피아가 즉위한다. 헌데 그 문피아가 안타깝게도 불과 즉위 2년만에 세상을 떠난다. 원래 유피아에겐 문피아와 수피아란 두 아들이 있었는데 문피아가 죽자 그의 아들인 열두살난 단피아가 3대황제로 등극하고, 헌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피아가 욕심이 났는지 조카인 단피아를 6개월만에 그 자리에서 몰아내고 4대 황제에 등극한다.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4대황제 수피아는 약 11년간 압독국을 통치하고 세상을 떠나는데, 수피아에겐 선피아,요피아,종피아,찬피아,심피아,순피아,거피아라는 모두 7명의 아들이 있었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황위 계승권 순위 1,2위에 있다고 봐야할 장남 선피아와 차남 요피아가 모두 수피아 즉위 후반기쯤에 의문의 사고로 연달아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수피아가 죽고난뒤 3남 종피아와 4남 찬피아가 서로 ‘자신이 황제가 되겠다’고 하며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모아 한바탕 전쟁을 벌이는 일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종피아,찬피아는 서로 황위에 올랐다가 쫒겨나고 쫒아낸 사람이 다시 쫒겨난 사람에게 쫒겨나는 그 혼란기가 약 2년반동안이나 지속된다. (* 훗날의 압독국 역사가들은 이 2년반의 기간을 ‘2년전쟁’이라고 부르게 된다. 다만 이 ‘2년전쟁’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황위에 올랐다가 쫒겨나기를 반복한 종피아와 찬피아를 역대 즉위황제 순서에 포함시켜야 하느냐 마느냐로는 오랫동간 역사가들의 논란이 지속되었다. 여기에선 일단 편의상 ‘2년전쟁’동안 서로 쫒아내고 쫒겨나고 한 종피아와 찬피아는 황제 즉위 대수(代數)에서 제외시킨다.)

 한편 2년전쟁의 혼란기간동안 수피아의 5남 심피아는 형제들간에 계속되는 골육상쟁이 벌어지는 것이 부끄러워 하루는 자신에게 할아버지가 되는 초대황제 유피아의 사당을 찾는다. 그리고는 ‘조부님께서 세우신 이 나라가 손자대에 이르러 이렇게 막장이 되었나이다. 이 심피아는 저 세상에서 형님들이 지은 죄를 대신 사죄하고자 하나이다.’ 라고한뒤 처절하게 울부짖고는 자신의 세 아들과 함께 자결한다.

 한편 2년전쟁은 어느날 갑자기 혜성같이 나타난 세명의 용맹한 장수 동시기우스,도형리우스,태시니아 이들 3인방에 의해 진압된다. 허나 2년전쟁은 진압되었으나 이후 마땅히 세울만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 된 압독국. 그러자 동시기우스는 꾀를 하나 짜낸다. 사실 수피아의 일곱아들중 막내 거피아는 어릴때부터 병약해서 애초부터 황위계승 순위에선 거론조차 되지 않았을뿐더러 황위는커녕 정상적으로 성인으로 성장할수나 있을지조치 의문시되던 인물이었다. 그 거피아 역시 2년전쟁의 혼란기동안 원래 병약했던 몸때문인지 아니면 골육상쟁을 벌이는 형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음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요인이 포함되어 있는것인지 역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다만 비록 병약한 거피아이긴 했지만 그래서 아버지 수피아가 막내의 처지를 가엾이 여겨 세상을 떠나기 얼마전 당시 10대 후반이던 거피아를 결혼을 시키긴 했다. 그리고 얼마뒤 세상을 떠난 압독국 4대황제 수피아. 그리고 2년전쟁의 와중에 병약한 거피아마저 세상을 떠난것인데 그 거피아가 그나마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본 아들이 하나 있었다. 2년전쟁이 모두 진압되었을때쯤 그 아기는 이제 겨우 생후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허나 어쨌든 황실의 핏줄이니만큼 동시기우스,도형리우스,태시니아 이 3인방은 거피아의 아들인 그 생후 5개월인 황손(수피아의 막내손자)을 새 황제에 즉위시키기로 한다.

 “ 허나 생후 5개월짜리 갓난아기가 무슨 황제노릇을 하겠소. 다 그렇게 나이어린 황

  제를 허수아비처럼 올려놓고 지들이 실권을 행사...사실상 지들이 왕노릇을 하겠다

  는 수작질이지. 바로 지금은 그 5개월짜리 갓난아기가 즉위하지 그래도 2년정도가

  지난 시점이니 그 아기황제도 지금은 세 살정도가 되었겠군. 허허...세살이면 그래

  도 이제 똥기저귀 갈아주거나 할 일은 더 이상 없는건가. 하지만 지금은 이미 이

  압독국의 실권은 동시기우스,도형리우스,태시니아 세 사람에게 있다오. 한마디로

  지금은 그들이 압독국 왕노릇을 하고있단말이지. 아시겠소 ? ”

 세은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들어 늘 알고있는 ‘초대황제 유피아’ 시절의 그 태평성대가 벌써 그렇게 까마득한 옛 이야기고, 그 뒤론 그렇게 오랫동안 극심한 혼란기가 거듭되었다니. 그리고 계산을 해보면 그렇게 유피아 사망이후 어느덧 18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문피아 2년 + 단피아 6개월 + 수피아 11년 + 2년전쟁 2년 6개월 + 3인방이 추대한 새 황제가 즉위후 2년) 그리고 생각해보면 초대황제 유피아가 세상을 떠난 것은 세은이 세상에 태어나고 1년정도가 지난뒤의 일이다. (세은의 현재 나이 19세)





 “ 그럼 이제 부자들한테서 10퍼센트씩 세금을 거둬 그것으로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

  들에게 나눠주고 하는 제도는 완전히 없어졌다는 말씀이신가요 ? ”

 이미 태수니우스가 충분히 알아들을수 있도록 그동안의 정치상황을 설명을 해주었는데 막상 듣고보니 오히려 뭔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생기기라도 했는지 확인차 세은이 다시금 그와같이 물었고 그 물음에 태수니우스가 딱하다는 듯 답한다.

 “ 여태까지 내가 하는 이야기 뭐 들었소 ? 지난 20년 가까이(정확히는 18년) 나라

  가 그 지경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제도를 계속 운영해올수 있겠소 ? ”

 “ 하긴 그렇겠네요. ”

 “ 뿐만 아니라 유피아 황제시절 세운 많은 법도와 제도들은 이제 거의다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오. 게다가 2년전쟁을 종식시키고 실권을 잡은 그들은 이전 황

  제들보다도 더더욱 나라를 어지럽히고 전횡을 일삼고 있어서 지금은 그전보다 나

  라가 더 엉망이 되어가고 있소. 그러니 유피아 황제시절 있었던 뭐 그런 부자들

  한테서 세금 거둬서 못사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그런 제도는 이제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가 되어가 있다 그 말이오. 이미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과 같은 아주

  오랫적 이야기가 되어있단말이오. ”

 “ ...... ”

 “ 그러니 내가 하는수없이 저렇게 어린 고아애들 밥이라도 가끔 손수 챙겨주려 하

  고 아픈 노인네가 죽으면 내가 직접 송장거둘 생각도 하고 그러는거지...그런 제

  도가 아직도 시행되고 있다면 내가 왜 괜히 이 고생을 하겠소. 진작에 국가에 도

  움을 청해도 벌써 청했지. ”

 “ 하긴...듣고보니 정말 그러네요. ”

 이야기를 듣고보니 세은으로선 안타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세은은 엠파스 생전에 압독국에 그런 제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그 제도가 ‘아 ! 정말 좋은 제도인 것 같다’는 생각과 그런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데 대한 어떤 자부심과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었다. - 사실상 엠파스도 막내딸 세은에게 자기가 사는 나라에 대한 그런 뿌듯한 애국심 같은 것을 일깨워줄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한것이라 봐야할것이고. - 헌데 정작 유피아 황제가 죽고나서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은 그 정도로 정치가 혼란스러운 시절이었다니 자신이 살고있는 이 나라와 이 땅에 대한 어떤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운 마음마저 일었다. 실로 기가막히고 통탄스럽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었다.

 헌데 세은이 지난 20년 가까이 있었다는 그 혼란스러운 정치상황 – 더욱이 그 사이에 일종의 내전형태인 전쟁까지 있었다는데 – 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지극히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현재 세은의 나이가 19세. 2년전쟁을 진압했다는 동시기우스,도형리우스,태시니아 3인방이 갓난아기 황제를 허수아비로 내세우고 즉위한게 2년전 일이고 2년전쟁은 정확히 2년반동안이니 햇수로 따지면 3년. 그리고 세은의 아버지 엠파스가 세상을 떠난 것은 세은이 열세살때인 6년전의 일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이때는 여자들이 체계적으로 역사나 정치 같은것에 대해 교육육을 받는 시절이 아니고 (* 2천년전 고대사회) 엠파스는 다만 세은에게 자신이 사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위해 (더우기 세은의 출생의 비밀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니) 입버릇처럼 들려주고 한 것이니 무슨 숙부가 왕위를 찬탈하고 하는 그런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엠파스가 세은에게 일부러 말해줄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2년전쟁이라던가 그 진압등은 엠파스가 세상을 떠난뒤의 일. 그리고 세은의 오빠들이야 그런 정치상황의 변화 같은 것을 세은에게 말해줄 이유도 그럴 생각도 없는 사람들일터이니 세은으로선 그런 문제에 대해선 그야말로 ‘까막눈’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렇기로 2년반동안 전쟁이 있었다는데 그걸 모를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들겠지만 사실상 왕자들끼리의 황제자리를 놓고 권력다툼을 벌이는 ‘내전’에 해당되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세은의 집안이 사는 도시는 수도에서 그래도 거리가 어느정도 떨어졌음을 감안한다면 수도에서 한바탕 그런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어린 세은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 실제 지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5.18의 진상이 대다수 일반국민이나 어린 학생들에게 알려지기까지도 무려 8년의 시간이 걸린 것을 생각해봐도)

 여하튼 세은은 공연한 이야기를 꺼내 오히려 망신만 당한 느낌마저 들어 부끄러운 생각까지 들었다. 따지고보면 사실상 20년전에 무너져 사라져버린 제도를 이제와서 언급한 셈 아닌가. 태수니우스 입장에선 세은이 그저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부잣집 나이어린 아가씨 정도로 생각되겠지만, 세은은 나름대로 대단한 결심을 하고 집을 떠난 몸인지라 ‘내가 세상을 몰라도 정말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되는 계기도 되었던 셈이다. 세은이 다시 태수니우스에게 묻는다.

 “ 그럼 지금 이 나라의 실권은 그 2년전쟁을 진압했다는 이들이 잡고있는건가요 ?

 ”

 “ 그렇다오. ”

 태수니우스가 탄식과 한숨을 섞어 그렇게 대답한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 어르신들이 괜히 ‘유피아 황제시절이 좋았다’ 이 말을 입에 담는게 아니라오. 사

  실 나도 그땐 아직 젊은나이였을 때이긴 하지만...여하튼 어르신들 하시는 말씀만

  들어봐도 유피아 황제 시절 압독국은 진짜 태평성대였다고 봐야 할거요. ”

 “ ...... ”

 “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완전히 나라에 망조가 들었고...그렇게 된거라오. ”

 “ 죄송합니다 촌장님,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 이제

  정말 가볼께요. ”

 따지고보면 애초에 밝혔던 신분대로 진짜 ‘여행객’의 몸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가출소녀’가 지금 세은의 정체성에 딱 맞는 셈인데, 그런 일개 가출소녀가 어쩄든 100명 안팎의 인구가 사는 작은 촌락을 책임지고 있는 촌장의 시간을 많이 빼앗은 셈 아닌가.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다시금 정중하게 사과의 인사를 올리고, 아울러 압독국의 지난 20년동안의 일은 세은에게도 정말 중요하게 얻은 정보라 그것을 알게해준 촌장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함께 전한다. 그리고 이제 정말 자신은 다른곳으로 가보기위해 발걸음을 옮기려한다.

 “ 헌데 여보시오 젊은 아가씨... ”

 세은이 이제 진짜 이 마을을 떠나려는데 태수니우스가 무슨 다른 할말이 있는것인지 다시금 그녀를 부른다. 그러고보면 태수니우스는 여태 세은의 이름조차도 모르고 있는셈인데, 그런 태수니우스는 어쨌든 자신보다 서른살 가까이 어려보이는 여자한테 나름대로 충고라도 하나 해주고픈 마음으로 한마디 덧붙이는 것이다.

 “ 거 보아하니...여행객은 분명 아닌 것 같고...그렇다고 무당이나 보살같은 이는 정

  말 아닐터이고 – 그런 사람이라면 병을 고쳐준다 굿을 하겠다 하며 돈을 내놔라

  하면서 이미 한바탕 사기극을 벌이고 있었겠지. - 아무리 봐도 철없는 부잣집 아가

  씨가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출한 아가씨가 분

  명한 것 같은데 웬만하면 괜히 쓸데없는 짓 벌이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시오. 내

  그 충고 하나는 해주고 싶어 불렀소. ”

 세은이야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는 사정이 있어 처음엔 ‘여행객’이라 둘러댔고 그 다음 촌장 태수니우스 집에서 밥을 얻어먹을때는 ‘그냥 사정이 있어 집을 좀 나왔다’고 말했고, 그리고 태수니우스 입장에서 세은의 언행을 살펴보니 아무래도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가 집을 나온 것이 분명해보여 세은의 정체성을 그렇게 짐작하게 된 것이다. (* 사실상 거의 정확하게 짚은것이긴 하지만) 따라서 더더욱 태수니우스 입장에선 이만 이 마을을 뜨려는 세은에게 괜시리 걱정스런 마음이 일어나 이와같은 충고의 말을 하는 것이다.

 “ 집떠나면 고생이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오. 그리고 대체 집안에 무슨 말못할 사

  정이 있어 나이어린 아가씨가 집을 나올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나도 어쨌든 서

  른 좀 넘게 인생을 살아보니 가출이란게 그렇게 함부로 하는게 아니외다. 그리고

  나이어린 아가씨의 가출은 주위에서 있었던 사례를 들어봐도 십중팔구는 결국 집

  으로 다들 돌아가게 되더이다. ”

 “ ...... ”

 “ 뭐 아가씨 입장에서도 분명 말못할 사정이 있긴 있겠지만 세상에 알고보면 사연

  없는 집안, 사연 없는 인생 아닌 경우가 없다오. 그러니 아가씨도 그만 고집피우고

  집으로 그만 돌아가란말이오. ”

 허나 세은도 자신의 현재 처지와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을 모두 고려 무엇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이 이 집에서 뭘 어떻게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것인가(또는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것인가) 그것을 고민해오다 내린 결론이 아닌가. 그만큼 굳고 비장한 결심으로 감행한 가출이니만큼 이렇게 마을을 지나다 우연히 만난 촌장의 한마디 충고에 쉽게 마음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태수니우스는 진심 걱정되는 마음으로 세은에게 충고의 말을 잊지 않는다.

 “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이 지금 무척 험하단 말이오.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 못

  들었소 ? 지금은 유피아 황제 시절같은 태평성대가 아니에요. 아주 복잡하고 혼란

  스러운 난세지. 유피아 황제시절의 법과 제도는 모두 무너지고 2년전쟁을 진압하

  고 실권을 잡은 3인방이 나라를 온통 전횡하는 그런 세상이란말이오, 휴우...더 말

  해 무엇하겠소. 세상이 지금 얼마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지 내 아가씨에게 더 말하

  진 않으리다. 여하튼 거듭 부탁하고 충고하는데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몰라도 그만

  고집피우고 집으로 돌아가요. 그게 아가씨 인생을 위해서도 좋을것이란 말이외다.

 ”

 “ 좋은충고 감사드립니다. ”

 태수니우스의 충고대로 하겠다는것인지 아닌것인지 약간 애매한 인사를 그러나 태도만은 정중하게 다시한번 하고 세은은 이제 진짜 마을을 빠져나온다. 아까 아침에 왔던 산길과 반대쪽으로 이미 세은은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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