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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마마무 화사 (4)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부제 : 평행우주와 다차원 소녀




 화사의 얼굴빛이 많이 좋아진 듯 했다. 자신의 이상한 꿈, 그리고 그 꿈이 ‘평행우주속 또다른 나’일수도 있을것이란 생각이 그렇게 허무맹랑한 가치없는 망상은 아닐것이란 소리를 들으니 그래도 좀 마음이 나아진것일까. 비록 준식이 화사가 가끔씩 꾼다는 그 이상한 악몽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뭔가 기분이 한단계 상쾌해지고 산뜻해진 느낌이다. 무더운 한여름이라서인지 ‘음료수 토크쇼’라고 두 사람의 대화를 이름지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준식과 화사는 서로의 잔에 찬 음료를 계속 따라주며 두 사람의 대화는 거듭 진행된다.

 “ 근데 윤선생님. ”

 윤준식 작가를 ‘윤선생님’ 또는 ‘윤준식 선생님’ 이런식으로 호칭하게된 화사. 어쨌든 나이도 화사보다 열 살이나 많고 또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라고 하니 이 정도의 호칭이 가장 무난하다는 판단을 하게된 모양이다. 밝은 표정으로 준식을 바라보며 화사의 말이 이어진다.

 “ 헌데 그 다차원 이론이란건 대체 뭔가요 ? 좀 더 알기쉽게 설명해주실수는 없나

  요 ? ”

 원래 화사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소위 먼 우주에 또다른 우주 또는 그속에 또다른 내가 존재할수 있다는식의 ‘평행우주 이론’이었지만 ‘다차원 이론’은 상대적으로 화사가 관심가졌던 것은 아니기에 혹 이전까지 그런류의 서책들을 접해보는 과정에서 얼핏 한두번 들어봤을련지는 몰라도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본 것은 준식을 통해서 사실상 처음이라서인지 새삼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이렇게 묻는다. 화사를 바라보며 준식의 말이 이어진다.

 “ 헌데 거듭말하지만 평행우주론이든 다차원이론이든 본질은 우주생성원리를 연구하

  는 과정에서 생겨난 천문학 이론들(가령 빅뱅이론이라던가) 그런것들의 모순이나 허

  점을 보완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가설들에 불과해요. 그러니 그 본질에서만큼은 너

  무 멀어져서는 곤란하고요...음...화사씨...이렇게 한번 여쭤볼께요. 아까 신,귀신,영

  혼 이런것들은 어쩌면 정말 이미 생사와 시공을 초월한 그런 차원의 세계에서 사는

  4차원이나 5차원적 존재일수도 있다고요. 그렇다면 만약...이런 존재가 있다면 어떨

  까요 ? 우리가 사는 우주뿐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다중우주 그리고 그 다중우주

  속의 무수한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역시 그 무수한 다중우주속 무수한 전생-현생

  내생 이런것들을 모든 것을 총괄하여 관장하고 초월하는 그런 엄청난 초월자가 있

  다고 쳐요. 그럼 그 초월적 존재는 과연 몇차원에 존재하는 자일까요 ? - 사람이라

  고 할 수는 분명히 없고 신이라 하기도 뭔가 부족하니 이런식으로 표현해두죠. ”

 “ 으음...글쎄요...한 100차원 ? ”

 어차피 찍는수밖에 없으니 화사는 나름 생각나는대로 숫자를 최대한 크게 잡아서 이렇게 대답해본다. 그래도 막상 ‘100차원’이란 소리까지 나오니 좀 어이가 없어서일까. 준식이 순간 파안대소하기까지 한다. 그리고나서 물 한모금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킨뒤 다시 말을 이어간다.

 “ 뭐 일단...다차원이론에서 나온 이론은 11차원까지 있다는 주장이에요. 또 어떤 서

  책에는 26차원 그보다 더 무수한 차원이 존재한다는 책도 어디서 얼핏 본건데 이건

  기억이 확실치 않고요 (* 거듭 말씀드리지만 다차원 이론은 천문학에서 설명하는

  우주생성원리의 모순이나 허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가설중 하나일 뿐

  입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믿으시면 곤란함) 뭐...화사씨 말마따나

  100차원이든 11차원이든 26차원이든 그 차원의 세상을 우리가 인식하고 살수는 없

  어요. 2차원이나 1차원의 세계에 만약 어떤 생명체가 있다고 쳐도 그들은 우리를

  인식할수 없는것과 비슷한 이치죠. ”

 “ ...... ”

 “ 한가지 분명한건 평행우주나 다차원이론은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야

  말로 대박이나 노다지를 만난것이나 다름없는 그런 매개체인 것은 분명해요. 상상

  력의 세계를 무한정 넓힐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마치 머릿속으로 수천억개의 평행

  우주를 새로 만들 수 있게 된것이나 다름없다고나 할까요. ... 이야기가 잠깐 곁길

  로 샌 것 같은데 제가 화사씨의 꿈 이야기가 오히려 평행우주나 다차원 원리의 실

  마리를 푸는 새로운 길이 될수도 있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에요. ”

 “ 어떤 이유에서 그런건데요 ? ”

 “ 거듭 말씀드리지만 설사 다차원이 존재하든 평행우주가 존재하든 거기를 우리가

  직접 가볼 방법은 없어요. 우리 우주안에서도 고작 은하계내 태양계 그중에서도 이

  웃행성인 화성에나 겨우 갈까말까 하는 그런 수준으로 무슨 방법으로 평행우주를

  가보나요. 더욱이 평행우주가 시공을 초월하는 그런 다차원적 존재임을 감안한다

  면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

 “ ...... ”

 “ 만약 귀신이나 영혼이 정말 시공을 초월하는 4차원이나 5차원적 존재라면 그들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 평행우주를 가본다는 것이. 인간은 평행우주에 가볼수 없지만

  영혼이라면 가능할수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그야말로 영적으로 느끼

  는것이죠. 마치 ‘꿈속에서 평행우주속 또다른 나’ 또는 ‘나의 전생’을 볼수 있는것처

  럼 말이죠. ”

 “ 아, 그게 그 이야기였어요 ? ”

 이제야 준식의 이야기가 제대로 이해가 가는 것 같아서인지 화사는 나름 경탄까지 한듯한 얼굴로 준식을 바라본다. 물론 그러한 상상 자체를 100퍼센트 진실이라고 확신할수 없지만(또 그래서도 안되고) 꿈속에 보는 세상이 어쩌면 평행우주속 ‘또다른 나’가 사는 다른 세상일수도 있다는 이야기. 생각해보면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지 않는가.

 “ 이건 실제 천체물리학에서 논하는 평행우주론에 대입해도 그렇게 크게 어긋나는

  발상이 아니에요. 어쨌든 나와 비슷한 입자나 그런 구조로 생성된 다른 존재가 다

  른 어딘가에 존재할수도 있다는 소리이거든요. 마치 쌍둥이나 도플갱어처럼 나와

  비슷하거나 동일한 존재가 어디엔가 존재할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꿈속의 내

  가 보는 세상이 평행우주속의 또다른 나일수도 있다는 것은 결코 그렇게 허무맹랑

  한 발상은 아니에요. ”

 “ 그건 그렇다치고 제 꿈은 그럼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건가요 ? 뭐 진짜...무슨 인과

  응보라도 되는건가요. 진짜 제가 그게 전생이든 평행우주든 중세유럽 분위기의 어

  떤곳에선 어떤 이상한 할아버지와 중년남자들이 절 죽도록 두들겨패는데 그 인과응

  보라도 받은것인지 어떤 구한말 같은 분위기가 나는 그런 세상에선 제가 반대로 그

  아이들을 죽도록 두들겨패는...다시말해 그 이상한 할아버지와 중년남자들이 제 아

  이들로 환생한 ? ”

 “ 하하하하... ”

 무슨 이유에서일까. 준식은 다시금 파안대소를 해보인뒤 의미심장하게 화사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와같이 말한다.

 “ 만약 평행우주를 소재로 누군가 소설이나 영화를 그렇게 만든다면 제법 그럴듯한

  스토리가 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는 분명하네요. ”





 혹떼러 왔다가 혹붙이고 간 경우는 분명히 아닐터이고, 이상한 악몽의 문제를 상담(?)이나 받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왔다가 오히려 윤준식 작가한테 괜한 소설소재 거리나 하나 제공한 셈이라고나 할까. 준식은 확실히 화사의 그 이상한 악몽을 평행우주나 다차원 이론에 대입해서 소설 소재로 삼으먼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준식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사실 전 오히려 근래들어 이런 생각을 한적도 있어요. 그...대체역사소설 같은거

  말고 한번 단편영화나 웹드라마 같은 형식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어보는건 어떨까

  하고요. ”

 “ 어떤 작품을요 ? ”

 흥미가 가는지 화사의 눈빛이 사뭇 번득이기까지 하면서 묻고 그런 화사를 바라보며 준식의 말은 계속된다.

 “ 사실 이야기 자체는 별건 아니고 어떤 불륜관계 커플의 이야기를 소설 또는 단편

  영화 소재로 생각해본적이 있어요. 헌데 그 이야기를 구상하다 문득... ”

 “ ??? ”

 “ 으음...그러니까...결말을 짓지 못한 경우는 분명 아닐터이고...쓰다가 잠깐 고민이

  생겼어요. 이 불륜커플(소설 또는 영화속 주인공)의 중반 이후 스토리 또는 결말을

  어찌 맺게할까. 그러다...원래 시작은 한 작품에서의 출발이었는데 세가지 각기 다

  른 결말을 생각해보게 된거라고나 할까요. ”

 소설가나 드라마 또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이런 경우가 흔하게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화사의 입장에선 처음 들어보는 그런 이야기인지라 거듭 호기심이 가는 눈빛으로 준식을 바라보고 있고 준식의 설명은 계속되고 있다.

 “ 세가지 결말이...처음엔 그냥 이 불륜커플 결말을 비극으로 끝나는 것으로...파국

  으로 치닫는 것으로 하려했는데...그러다 문득 어떤 아쉬움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그래서...결말을 비극으로 끝나는 것으로 하지말고...두가지 경우를 더 상정해봤어

  요. 그 하나는 이 커플은 결국 깨지지만 그후 시간이 지난뒤 각자 다른 인연을 만

  나 일종의 재생(再生)의 길을 간다고나 할까요 ? 뭐 여하튼 그런 과거를 잊고 새

  로운 인연을 각기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되는 그런 결말인거죠. 그리고 또 하

  나는 차라리...이 불륜커플이 맺어지는 것으로 해서 둘이 애낳고 알콩달콩 잘 사는

  걸로 해보는건 어떨까 ? 그렇게해서 원래 처음 출발은 한 작품 소재의 스토리였

  는데 결말은 각기 세가지 다른 경우의 수가 만들어진 그런것이죠, (1) 파국으로 치

  닫는 결말 (2) 헤어지고 그 뒤 각기 다른 인연을 만나는 결말 (3) 그 불륜커플이

  결국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사는 해피엔딩...하하...불륜커플이 극중에서 비극으로

  안 끝나고 둘이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산다니...좀 ‘엽기적인 해피엔딩’이라고나 할

  까요. 소설이나 드라마,영화야 다 결국 가공의 창작품이지만...따지고보면 현실에선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기가막힌 일은 얼마든지 일어나요. 가령 유명인사들중에도

  한때 부적절한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였지

  만 결국 그 두사람이 결혼하게 된 경우 종종 있잖아요. 뭐...굳이 구체적으로 어느

  어느 사례라고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

 “ 아... ”

 화사 입장에서도 언뜻 생각나는 커플의 사례가 있는지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물론 지금 준식이 그 어느어느 특정한 실제 사례를 꼭 염두에 두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 준식의 이야기가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라 화사는 그의 이야기를 좀 더 경청하게 된다.

 “ 아까 창작활동을 하다보면 마치 신이 세상을 창조하는것처럼 내가 어떤 새로운 세

  상을 창조하면서 그 세상(작품)속의 인물들의 운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많다는 이야긴 이미 했어요. 그러니 바로 그런 맥락에서 대입

  해보면 평행우주도 결국 그런 이치 아닌가 그 생각이 들더라구요. ”

 “ 그것도요 ? ”

 “ 네, 평행우주도 가장 기초적인 이론에서 보면 결국 그것이거든요. 내가 여기선 복

  권에 당첨되지 못했지만 다른우주의 또다른 나는 당첨되었을수도 있다. 또 나는 여

  기서 시험에 떨어졌지만 다른우주의 또다른 나는 시험에 붙었을수도 있다. 그렇게

  또다른 나와 이 세상에서의 내가 운명이 마치 그런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

  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수 있다는...그게 평행이론의 기초인거죠.

  그러니 마찬가지로 소설이나 드라마등도 구상을 하다보면... ”

 “ ...... ”

 “ 처음엔 분명 동일한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아니, 동일한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엔

  그냥 한 작품이죠. 하지만 쓰면서 이 결말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이 등장인물의

  운명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는거죠. 그리고 만약 그

  렇게되면 – 마치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한것과 같이 작품도 결국 작가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것이라면 – 그 작품속의 인물들은 제 의지에 의해 서로 다른 운

  명을 사는 결과를 만들수도 있게되는거에요. 방금 제가 이야기한 사례처럼 말이

  죠. 처음엔 그냥 동일한 인물인 불륜커플의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 이

  야기의 진행을 나중에 각기 다른 세 개의 결말로 만들어버린다면...하나는 비극

  하나는 비극은 아니지만 여하튼 헤어지고 각자의 삶을 사는 것 또 하나는 좀 엽

  기적이지만 어쨌든 그 불륜커플이 결국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사는 것. 만약 이걸

  진짜 단막극이나 단편영화 시리즈물로 만들어본다면 ‘평행우주 이론’이 어떤건지

  를 설명해줄수도 있는 그런 작품이 될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

 “ 그러니까 처음에 작품의 출발은 동일한데 각기 다른 세가지 결말이 나오는 그런

  이야기가 된다는거죠 ? 똑같은 불륜커플의 시작인데 끝에가선 (1) 비극으로 끝나

  는거 (2) 헤어지고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거 (3) 불륜커플이 결국 행복하게 잘

  사는거...그럼 정말 마치 동일한 인물이 세 개의 평행우주에서 각기 다른 세 개의

  삶을 사는 것 같은 그런 그림이 그려지겠네요. 동일한 인물의 또 다른 우주에서의

  또 다른 운명...또 다른 나...마치 그렇게말이죠. ”

 “ 맞아요. 그래서 제가 앞서 이미 이야기했잖아요. 평행우주나 다차원 이론은 작품

  활동 하는 사람 입장에선 대박이나 노다지를 발견한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상상력

  의 범위를 정말 수천수조억배 아니 그 이상 훨씬 넓게 넓혀준다니까요. ”

 화사의 악몽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애초 화사도 그 평행우주론과 자신의 꿈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던것이고, 그러다보니 준식의 말에 거듭 흥미를 느끼면서 그런대로 마음의 위안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확실히 화사의 표정은 처음에 비해 많이 밝아져있다. 어쨌든 다소 복잡하고 장황헀던 평행우주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충 그런식으로 마무리되고 화사는 준식이란 남자에게 흥미를 느끼는지 사적인 질문을 몇가지 던진다.

 “ 헌데 윤선생님은 이곳에서 혼자 사시는거에요 ? 가족은 없어요 ? ”

 “ 보다시피 이렇게 혼자 살아요. 결혼은 하지 않았고요. ”

 “ 결혼을 안 했다구요 ? 왜요 ?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 ”

 “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작품활동에만 지난 6-7년 열중하다보니 결혼이고 연애

  고 그런 것 자체가 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고나 할까요. 제가 작품활동을 시작

  한게 대략 20대 중,후반때부터의 일인데 그러다보니 어느덧 6-7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어쨌든 지금까지 작품활동에만 올인하다보니 지금껏 홀몸이네요. 뭐 그

  고 솔직히 이런 활동을 하며 살다보니 차라리 혼자사는게 편하다 그 생각도 들더라

  구요. 결혼이나 연애는 이제 제가 더 거추장스러울거 같아서 싫더라구요. ”

 “ 그러시구나. ”

 아무리 그래도 혼자 산다는게 좀 안되보이고 딱해져서일까. 화사가 살짝 뭔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준식을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화사가 준식의 작업실을 찾아온지 어느덧 두시간여 정도가 지난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화사도 이쯤에서 준식에게 작별을 고하려한다.

 “ 어머, 벌써 이렇게 시간이 되었네요 ? 저도 이제 그만 가봐야겠네요. ”

 “ 아, 네에. 그러세요 그럼. 그리고...사실 제 이야기가 화사씨에게 어떤 도움이 되

  었을지 잘 몰라서...좀 미안하기도 하네요. ”

 “ 아, 아니에요. 흥미로운 이야기 잘 들었어요. 뭐 꼭 제가 꾸는 악몽 문제가 완전

  히 해결되었다고 볼수는 없지만...그냥 대체로 제 마음이 편해요. 그거면 됐어요. ”

 준식이야 어디까지나 작가지 무슨 퇴마사도 아니고 영혼이나 사후세계 문제를 해결해줄만한 그런 능력 같은 것을 갖춘 사람은 아니니 화사의 그 이상한 악몽 문제를 해결해줄수 있는 그런 존재는 분명 못된다. 하지만 이른바 ‘평행우주 이론’과 관련된 이런 이야기를 듣고나니 웬지 준식의 생각이 화사와 통하는 면도 있는 것 같고 준식이 소위 그 평행우주론에 입각해서 구상하고 있다는 작품들(가령 대체역사소설이나 동일한 출발에서 다른 결말이 되는 이야기 등)도 그런대로 흥미가 가는 것 같다. 여하튼 대체로 밝아진 표정의 화사를 보니 준식도 그런대로 흡족한 기분이 드는 것 같고 준식은 화사를 배웅해주고나서 작업실로 돌아온다.





 준식을 만난일이 어쨌든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것인지 한동안 화사는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일단 아침에 그런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거나 발작을 일으켜 전식을 놀라게 하는일이 한동안 없었던것만 봐도 한동안은 그런 악몽을 꾸지 않았던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한 두세달정도가 무탈하게 지나간 어느날이었다.

 “ 아아아악~~~!!! ”

 실로 오랜만에 또다시 그와같은 화사의 비명소리가 그녀의 방안에서 째지듯이 들려왔다. 마침 공교롭게도 욕실에서 이를 닦고있던 전식은 그 바람에 하마터면 들고있던 칫솔을 떨어뜨릴뻔하기까지 했다. 일단 이닦는 작업은 멈추고 치약을 물로 대충 헹궈 뱉어낸뒤 화사의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역시나. 화사는 또 이전의 그 모습처럼 흠뻑 땀에 젖은 얼굴로 깨어 몽롱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전식이 화사의 곁으로 다가보았다.

 “ 화사씨...화사씨 괜찮아요 ? ”

 그나마 조금씩 정상으로 현실로 돌아오는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전식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뭔가 마음이라도 놓인듯한 표정으로 다시금 내쉬는 한숨. 전식이 걱정되어 다시 묻는다.

 “ 왜 그래요 화사씨 ? 또 악몽을 꾼거에요 ? ”

 “ 네. ”

 이제 전식도 다 알고있는 사실이니 숨길 이유도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같이 답하는 화사. 다만 그러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숨을 돌리고 정상으로 돌아오는 화사란 것을 알기에 좀 쉬다 나와서 아침먹으라는 말을 건네고 전식은 이를 닦다말로 달려온것이기도 했기에 그쯤에서 다시 방을 나가려한다. 헌데 화사가 그런 전식을 부른다.

 “ 저기...그런데요 전식씨. ”

 “ 네, 왜요 화사씨 ? ”

 물이라도 갖다줘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으로 전식이 화사의 안색을 다시 살피면서 말을 건네는데 화사는 뭔가 착잡한 심경으로 입을 연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이번엔...달랐어요. ”

 “ 네 ?

 “ 꿈 내용이 이번엔 좀 달랐다구요. ”

 “ 다르다니요 ? ”

 화사가 다시금 전식에게 설명해준 꿈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원래 꾸던 악몽은 중세유럽 배경에서 어떤 이상한 노인과 중년남자들에게 구타당하는 꿈, 그리고 구한말 배경에서 자신이 한복저고리를 입고 웬 아이들을 무참히 구타하고 구박하는꿈. 그런것들이라 하지 않았던가. 헌데 이번엔 배경은 확실히 그 구한말 내지 일제때로 추정되는 그 시기는 분명해 보이는데 자신이 아이들로부터 절을 받고 있더라는 것이다.

 “ 아이들한테 절을 받고 있었다구요 ? ”

 “ 네, 분위기는 마치 명절날이라도 된듯한 그런 분위기였고요...분위기가 이전과는

  달리 많이 평온해졌고요. ”

 “ 그럼 뭐...아이들과의 관계가 그 사이 좋아지거나 하기라도 했나보네요. ”

 화사의 주장처럼 그 꿈을 무슨 평행우주속의 또다른 화사의 모습이라고 하든 또는 전생의 모습으로 보든 그렇다면 그런대로 좋은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전식이 화사를 안심시켜줘야겠다는듯한 마음이라도 담아 그와같이 말하는데, 헌데 그럼 꿈 내용 자체는 그리 나쁜꿈이 아닌데 화사가 그렇게 놀라 비명을 지르며 깨어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화사가 바로 그 부분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 놀란 것은 아이들 때문에 놀란게 아니라...꿈속에서 제 남편인듯한 남자가 옆에 있

  더라구요. ”

 “ 화사씨 남편이요 ? ”

 “ 네, 꿈속에서요 어디까지나. 여하튼 처음엔 일단 금슬은 좋은 부부같고 남편이 절

  많이 아껴주는듯한 그런 느낌도 들었는데 그러다 문득 제가 남편얼굴을 봤어요. 그

  런데... ”

 “ 그런데 ? ”

 “ 놀랍게도 그 노인이었어요. ”

 “ 그 노인이라면 ? ”

 “ 그...중세유럽 배경에서 절 무참하게 때리고 폭행하고 겁탈하던 그 노인...꿈이지만

  얼굴은 그 노인이 확실했어요. ”

 화사는 늘 그 꿈을 평행우주속 자신인 것 같다느니 뭐라느니 이런식으로 주장해왔는데, 이쯤되면 그 두 개의 이상한 꿈은 대충 스토리텔링이 맞아떨어지는 느낌마저 들지 않는가. 여하튼 화사의 말로는 남편인듯한 남자의 얼굴을 보니 바로 그 중세유럽 배경에서 자신을 때리던 그 노인이라는 것이다. 그 노인이 이번엔 자신과 같은 구한말식 한복차림으로 앉아있었고, 그래서 화사는 그 얼굴을 알아보고 기겁해서 놀라다 꿈에서 깨어났다는 것이다. 아무리 꿈이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진짜 기겁하고 놀랐을법하다. 그런식으로라면 정말 그 중세유럽 배경에서 화사를 때리는 이상한 노인이 구한말 내지 일제 배경의 꿈에선 화사의 나이많은 남편이 되어있을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그게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닐수가 있겠는가.

 “ 허허 참...그건 또 무슨조화일까요. 정말 알수가 없네요. 정말 그럼 그 꿈 내용이

  무슨 저 머나먼 평행우주 같은데서 일어나는 일이라도 되는걸까요 ? ”

 “ 글쎄요...아,참 그리고 깜빡했는데 바뀐 꿈내용은 또 하나가 더 있어요. ”

 “ 하나가 더 있다구요 ? ”

 “ 네, 말씀드렸잖아요. 꿈을 딱 한편만 꾸는 경우는 없었고 늘 두편 아니면 세편 이

  런식으로 무슨 연작 단막극이나 연작소설 같은 형태로 꿔오곤 했다고. ”

 “ 그럼 또 어떤 꿈내용이 바뀌어 있었다는건가요 ? ”

 화사의 꿈 내용은 그 중세와 일제때 배경 꿈 외에 두 개가 더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두 개는 배경이 과거가 아니라 21세기 현재가 분명해 보였는데, 한 꿈은 웬 중년남이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고 그래서 오히려 자신은 그 남자에게 늘 미안해하는 내용, 또다른 하나는 이번엔 비슷한 젊은 남자와 연애를 하는데 다만 적절한 관계가 아니기라도 한것인지 늘 불안하고 쫒기는듯한 그런 분위기속에 연애하는꿈. 헌데 화사는 그 꿈은 또 이렇게 달라져 있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 이번엔 그 늘 불안한 분위기속에 연애하던 그 남자와 함께 있는데, 그때 갑자기

  역시 비슷한 연배의 젊은 남자가 나타나는거에요. 전 순간 너무 놀라고 그리고 그

  남자는 제가 데이트를 하던 그 남자와 다툼을 벌여요. 그러다 나중에는 칼부림까지

  하게되고... ”

 “ 칼부림을 한다고요 ? 그 낯선 남자가 화사씨 남자친구에게 ? ”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 화사가 손을 내저으며 이야기를 좀 더 덧붙인다.

 “ 제가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 꿈은 분명 그 중년남 꿈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건 전식씨도 이전에 이야기했잖아요. 혹시 꿈속에서 제가 그 젊은남자

  와 중년남자 사이에서 삼각관계라도 되는 것 아니냐고. 헌데...그렇다면 만약 그런

  꿈이라면 당연히 그 중년남자가 달려와서 저희 데이트를 방해해야죠. 헌데 그런게

  아니고 웬 다른 낯선 젊은 남자가 그 남자와 크게 다툼을 벌이는거에요. 나중엔 심

  지어 칼부림까지 하게될정도로... ”

 “ 허어... ”

 화사가 꾼다는 네 개의 악몽은 확실히 나름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두 개의 이야기가 한조로 묶음이 되어 그런식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꿈들이긴 했다. 중세유럽꿈과 일제배경 꿈은 가령 불교식 전생업보나 인과응보 그런식의 해석이 가능한 꿈일수도 있고 세 번째와 네 번째 꿈 역시 굳이 해석을 해본다면 화사가 어떤 젊은 남자와 중년남자 사이에서 삼각관계에 있는 꿈. 헌데 일제 강점기 배경의 꿈이 달라져 있는것까지야 그렇다치더라도 그 의문의 네 번째 꿈과 관련해선 화사 세 번째꿈의 본래 중년남자도 아니고 또 다른 젊은 남자가 불쑥 나타나 화사와 데이트를 하던 남자와 나중엔 칼부림까지 할 정도로 크게 다툰다는 것 아닌가. 화사는 확실히 그런 꿈을 꾸다 또 놀라 깨어난듯하고. 여하튼 이번꿈은 좀 해석이 난해하다면 난해하다고 볼 수 있는 그런 꿈이 분명하다. 전식은 일단 화사에게 아침이나 먹자며 그만 일어나라고 재촉을 한다. 지금은 화사도 그 사이 새 직장이 생겨 출근을 해야하는 몸이라서아침에 시간을 너무 지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둘이 같이 경양식으로 잠시후 아침을 먹고 있는데 그러다 불쑥 전식이 화사에게 제안을 한다.

 “ 화사씨 그러지말고 언제한번 제가 윤준식씨에게 또 데리고 가드릴까요 ? ”

 “ 윤준식 선생님께요 ? ”

 윤준식 작가가 화사의 악몽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점술사나 주술사라도 되는것도 아닌데 그러나 최소한 자신의 꿈을 ‘평행우주속의 나’라고 주장하는 이 다소 4차원 기질이 있는 화사와 그런대로 마음이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으니 최소한의 심리적 위안이 될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 생각에 전식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화사가 그렇게 준식을 한번 만나 장시간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온뒤 한동안 얼굴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두세달간 그런 악몽을 꾸지 않았던것만 봐도 준식을 만나는게 화사의 악몽문제의 치유 해결방안이 될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는 된다. 그래서 전식이 화사에게 그런 제안을 했고, 다만 화사는 오히려 윤준식 작가에게 행여 폐가 되는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 처음엔 한두번 망설인다. 그러나 전식이 두어번 거듭 권하자 결국 그 제안에 응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뒤의 일이다.

 “ 저어...화사씨 죄송해서 어쩌죠 ? 윤준식 작가를 만나는일이 여의치가 않은 것 같

  네요. ”

 “ 아니, 왜요 ? ”

 “ 윤준식 작가가 요즘은 집필하는 작품도 많고 또 다른 바쁜 스케줄도 있다고 화사

  씨를 면담하는 문제에 난색을 표하더라구요. 제가 몇 번이나 설득을 해봤는데도 거

  듭 당분간은 어렵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

 막상 준식을 다시 만나는일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자 화사는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헌데 며칠후 전식은 다시 그런 화사에게 다른 제안을 한다.

 “ 화사씨 그러지말고 이번엔 제가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드릴테니 그분을 한번 만나

  보는건 어때요 ? ”

 “ 다른분이라면 어떤분인데요 ? ”

 “ 네, 이번엔 진짜 천문학자이니까 오히려 화사씨를 위해 더더욱 다행일수도 있어요.

  실은 제가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할 때 알고지내던 선배가 하나 있는데 그분이 천문

  학 전공이에요. 그러나 화사씨가 고민하는 그 문제에 더 정확한 해법을 줄수도 있

  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드네요. 아...참 나도 바보같이 왜 여태 그 생각을 못했지 ?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이 어떻게 다른건지 전 솔직히 자세힌 모르겠는데...여하튼 그

  런방면의 전문지식이 있는 분이니까 화사씨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더 현실적이고 확

  실한 방안이 될지도 몰라요. ”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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