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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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강시라 (10.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순천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저녁때가 되어 있었다. 이때 시라의 네명의 오빠중 셋째오빠는 광주에서, 넷째 오빠는 목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큰오빠와 둘째오빠만이 순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오래전에 이미 독립해서 각기 따로나가 살고 있었다. 거기다 이미 5년전에 시라의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났으니 시라가 예전에 살던 집에는 어느덧 연세 칠순이 넘은 시라의 노모 한분만이 혼자 쓸쓸하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시라의 어머니는 이때까지도 장사를 계속 하고 있기는 했지만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고 있어 시라의 큰오빠와 둘째오빠는 이 무렵 어머니를 이제 그만 일을 쉬게 하시고 자기네 집으로 모시는 것을 진지하게 상의중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집을 처분하는 문제까지 아울러 상의중이기도 했는데, 따라서 시라가 정태를 인사시키는 일이 조금이라도 더 늦어졌다면 시라가 예전에 살던 집에 정태를 데려오는 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될수도 있었다.

 어릴 때 부모님과 4남1녀 5남매까지 모두 일곱식구가 북적거리고 살때는 무척 비좁고 미어터지는 그런 느낌이 드는 집이었는데 이제 그 5남매가 모두 각기 따로 나가 살고있고 게다가 아버지까지 이미 세상을 떠난뒤라 어머니 혼자만이 이 집을 지키고 계셔서 집은 되려 텅비고 적적한 느낌마저 들었다. 보통 어릴 때 살던 동네나 학교에 가보면 어릴때는 굉장히 커보였던 학교나 동네등이 막상 성인이 되어 가보면 굉장히 작아보여 놀라곤 한다는데, 시라의 경우엔 자신이 어릴 때 살던집에 다시 와보면 그 정 반대 느낌이 드는 셈이었다. 어릴때는 일곱식구가 그렇게 북적거리며 살던집. 하지만 이제 막내딸이었던 자신이 가출을 했을때부터 시작 그 뒤를 이어 네명의 오빠들도 다 각기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전부 독립해 따로나가 살게 되었으니, 거기에 아버지마저 5년전에 세상을 떠나 70 넘은 어머니가 혼자서만 지키는 집이 되어버렸으니 되려 텅비고 적적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집이야말로 이젠 하숙이나 세를 놔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집이 좀 낡은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여하튼 지금은 방을 쓰는 주인이 없는 빈방이 두어개나 되니 수리만 깔끔하게 잘하면 하숙집이나 셋방으로 활용해도 충분할 것 같은 그런 집이었다. 시라는 순간 엉뚱하게도 ‘이럴줄 알았으면 정태를 기왕 지방대에서 시험을 칠 수밖에 없는 실력이라면 원주에서 시험을 보느니 여기 순천에서 시험을 보게 하는게 나았을걸 그랬다.’ 하는 생각까지 잠시 해봤다. 만약 그렇게 하면 정태를 이 집에서 살게하고 학교를 다니게 할수도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그거야 이미 정태는 시험까지 다 본뒤니 아무런 의미 없는 상상이 되는일이고 여하튼 그렇게 시라는 정태를 데리고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 살던 그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 엄마...저 왔어요. ”

 시라와 노모의 사이는 확실히 살가운 사이는 되지 못해서인지 시라는 늘 정중하게 존대를 써가며 나이많은 어머니를 대하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데려온 정태는 인사는 시켜야겠기에 이와같이 말하며 서로를 소개한다.

 “ 정태야 인사드려, 새엄마한테 어머니 되시는 분이야. 그러니 정태는 외할머니라 불

  러야지. ”

 “ 아...안녕하세요. ”

 ‘외할머니’라는 호칭에 슬쩍 드는 거부반응을 일단 내색은 하지 않고 정태는 정중하게 바짝 마르고 초췌헤보이는 칠순의 순천 노파에게 인사를 건넸다.

 “ 그래...잘 왔다. ”

 ‘자기아들’이라며 엄마에게 인사시키는 딸 시라를 보며 노인은 여하튼 정태의 손을 한번 잡아보기까지 하며 착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라가 스무살이나 많은 애딸린 이혼남과 결혼 열세살차이나는 전처소생 아들의 새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그녀 스스로 엄마에게 밝히기도 했고, 막상 그와같은 이야기를 딸로부터 들으니 노모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다 지나버린 일이니 어쩌랴. 이제와서 그 결혼을 깨라고 할수도 없는일이고. 그저 착잡한 심경으로 정태의 손을 한번 잡아볼뿐인 노인은 뒤를돌아 살짝 눈물을 훔쳤다.

 저녁식사때는 시라가 미리 연락을 해서 그녀의 큰오빠와 작은오빠도 함께 와 있었다. - 그 점을 생각해보면 시라가 정태를 순천에 데려가는 것은 원주 숙소로 오기전에 이미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던 것으로 봐야할것같다. 시라의 오빠들도 지금은 다 결혼 슬하에 자녀들까지 있긴 했지만 자기 아이들까지 정태에게 인사시키는 것이 적절한 일일지 여부는 그들도 판단이 서지 않아 일단 자신들만 정태를 만나보러 왔다. 다만 칠순의 어머니가 시라는 물론 정태까지 저녁식사 대접을 혼자서 하기는 무리일것이라 판단을 했는지 큰오빠의 경우엔 자기 아내를 미리 시어머니 댁으로 가게해서 저녁식사 준비를 도와드리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퇴근후에 오빠 두명이 함께 이 집으로 온 것이다.

 “ 그래,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 ”

 식사를 마치고 전통차 한잔을 시라의 큰 올케언니가 내와 그것을 한잔 들면서 시라의 두 오빠는 정태와 잠시 환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술을 한잔 내오는게 어떨까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고3 수험생이라도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는 전이니 미성년이라면 미성년이라고 할수 있기에 시라의 오빠들은 그에게 술을 먹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대신 전통차를 내오게 한 것이다. 그리고 정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자네 아버지하곤 이미 인사를 나눈바가 있지만 여하튼 자네하고는 뒤늦게 인사를

  나누게 되는군. ”

 이들을 과연 어떻게 대하는게 좋을까. 정태 입장에선 어렵고 부담스러운 자리가 될 수밖에 없는 곳이라서인지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시라의 둘째오빠 되는이가 편하게 있으라며 거듭 차라도 마실 것을 권하자 예의상 한모금 들긴 했지만 긴장된 마음이 쉬이 가라앉기는 힘든 듯 했다. 시라 오빠들 입장에선 이 이정태란 아이 원래 이렇게 무뚝뚝한 표정을 가진 그런 아이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정태 아버지 이성희와는 이미 인사를 나눈바 있는 두 사람이지만 정태 아버지의 경우엔 오히려 반듯한 인상을 받았을지언정 무뚝뚝하다거나 그런 느낌까진 받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 시라가 자기 남편 성희를 소개시켜준다고 할때는 혹시 어린 여자애를 유혹하여 꼬신 천하의 한량이나 인간말종은 아닌가 그런 우려를 하고 있었는데, 되려 성희를 몇 번 만나보고 난 뒤엔 생각보다 오히려 존경심이 우러나는 인품마저 있어 두 사람은 다소 놀라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아들이고 시라에게는 의붓아들인 정태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 솔직히...이런 이야기 자네한테 하는게 어떨진 모르겠지만... ”

 “ ...... ”

 “ 만약 우리가 우리 동생과 자네 아버지 관계를 미리 눈치챘더라면 자네 집으로라도

  찾아들어가 당장 헤어지라며 한바탕 난리라도 쳤을 사람들이야 우린. ”

 비록 철부지에 세상물정 모르는 막내동생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 어린 동생을 스무살이나 많은 이혼남이 건드렸다니 오빠들 입장에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불이 날만한 그런일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성희나 정태 부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가출소녀로 자신의 가족들과도 한동안 연을 끊고 사는 상태였던 시라를 만나 재혼하게 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일련지도 모른다. 시라도 나중에야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을때도 차마 이혼남과 결혼한 사실까진 말 못하고 다만 ‘결혼은 했다’는 사실만을 알렸을 정도이니까. 그리고 그때 시라는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자’라면서 오빠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남편 성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나중에야 시라가 모든 사실을 밝혔을때는 오히려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까지 보였던 그런 오빠들이기도 하다. 여하튼 시라의 네명의 오빠중 두명이 함께한 자리에서 큰오빠 되는이는 정태를 바라보며 다음과같이 말을 이어간다.

 “ 내가 뭐 주제넘게 이런 자리에서 자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련지는 모르

  겠지만... ”

 “ ...... ”

 “ 여하튼 자네도 아직 젊은 친구고 이제 겨우 대학에 들어가는 한참 혈기왕성한 그

  런 나이이겠지만...사실 고등학교때까지 알던 세상과 대학에 들어간 뒤에 알게 되는

  세상은 많이 차이가 나. 나도 사실 대학에 들어갈때가 되어서야 그걸 느꼈거든. ‘아

  , 그전까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구나 하는.’ ”

 정태는 말이 없다. 시라의 두 오빠는 생전 처음보는 여동생의 의붓아들 앞에서 무슨 대단한 인생 교훈이라도 일깨워주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인지, 혹여 술이라도 한잔 들어간 상태라면 술주정뱅이가 취중에 횡설수설 헛소리를 늘어놓는구나 하고 여길수도 있지만 지금은 전통차를 한잔 들면서 무겁게 가라앉은 진지한 분위기라서 정태는 적당한 핑계를 대며 이 자리를 빠져나갈수도 없고 어렵다면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시라 오빠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

 “ 내가 자네한테 주제넘으나마 한가지 충고하고픈게 있다면... ”

 “ ...... ”

 “ 세상 이치가 알고보면...‘비판은 쉬워도 대안마련은 어렵다네.’ 그 이치만 알고 세

  상을 살아가도 아마 앞으로의 인생사가 그렇게 힘들고 어렵지만은 않을테야. ”

 ‘비판은 쉬워도 대안마련은 어렵다.’ ??? 차라리 무슨 학교나 직장선배 또는 정치지망생이 거물급 정치인에게 인사라도 온 자리라던가 하다못해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그 방면의 수완좋은 선배라도 찾아가 듣는 충고나 조언쯤 된다면 모를까. 의붓 외삼촌이 생전 처음보는 막내동생의 의붓아들에게 해주는 이야기치고는 좀 엉뚱한면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라의 큰오빠는 사뭇 진지하게 어차피 이렇게 만나게 된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 생각하는지 기왕지사 이렇게 인연맺어진 조카에게 인생의 좋은 충고라도 해주고픈 나름의 진정성을 담아 진지하게 말을 이어간다.

 “ 사실 나도 집에서 장남이기도 했고, 직장에서 간부급 자리에 앉아서 아랫사람을

  거느려보기도 했고, 또 사실 대학다닐 때 동아리 회장도 잠깐 맡은적도 있지만...

  그러니 살아오면서 나름 리더라면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이따금 맡아보기

  도 했던 그런 사람이야. 그리고 그 리더의 역할을 거슬러올라가면 집에서 5남매중

  장남이던 어린시절부터 해왔던 셈이지만... ”

 집에서는 장남이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간부급 자리까지도 올라가봤고, 게다가 대학시절엔 동아리 대표도 잠시 해본 ‘리더’로서의 경험이 적었다고 할 수는 없는 나이 어느덧 50에 이른 중년남이 이제 막 대입시험을 보고난 고3 수험생에게 해주는 인생의 충고이자 나름대로 생각해본 ‘리더론’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뭐 지금 이 자리에서 시라의 큰오빠가 정태에게 ‘이 다음에 사회에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는 그런 리더가 되라’는 그런 바램이라도 담아 이런말을 할리는 없겠지만 여하튼 시라 큰오빠는 사뭇 진지함을 담아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 실제 동아리에서 일반 회원으로 있을 때 무작정 동호회 운영에 대해 불만을 가졌

  을때와 실제 내가 대표가 되어 이끌어보니 회원으로 있을 때 무작정 회장이나 운영

  진에 대해서 비난만 하고 비판만 할때와 많이 다르다는걸 느끼게 되더군. 그냥 일

  반 회원일때는 동아리 운영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토로해야

  되는데 막상 리더가 되어서는 평상시에 터트리던 불만 그 이상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텐데 그게 쉽지 않았던거야.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더군. 일반 평

  사원이거나 남의 아랫사람일땐 사장이나 간부들 하는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뒷말

  을 하기도 쉽고 비판을 하기도 쉽지만, 그러다보니 막상 내가 그 자리에 오르니 입

  장이 전혀 달라지는거야. ‘내가 잘못하면 다른 아랫사람들도 내가 예전에 아랫사람

  일데 상사나 간부에게 그랬던것처럼 날 욕하고 비판하게 되겠지. 그러니 내가 비판

  받지 않으려면 이전의 상사나 간부보다 더 잘해야 하는구나. 그걸 깨닫게 된거야.

  헌데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는 이전의 상사나 간부가 잘못했던 것 그 이

  상 잘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 허허...이런식으로

  가다보면 아랫사람들이 차라리 예전 간부나 상사가 나았다는 식으로 ‘구관이 명관

  이더라’ 이런식으로 날 씹어대지는 않을까 하는 늘 그런 불안을 안고 살았지. ”

 이쯤되면 아들뻘은 될 고3수험생 정태에게 인생의 충고를 해주려는것인지 아니면 자기 인생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넋두리인지 살짝 분간이 안갈 지경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렇게 살아온 시라 큰오빠라는 사람이 내린 인생의 결론이 ‘비판은 쉬워도 대안마련은 어렵다’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남의 아랫사람일 때 또는 모임이나 동아리의 일반회원일 때 간부진이나 동아리 대표의 조직이나 동호회 운영해가는 방식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불만을 토로하고 비판을 하긴 쉬워도 막상 그 자리에 앉아서 전임자보다 더 잘하거나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는 것. 시라 큰오빠라는 사람은 그렇게 이 자리에서 지금 정태에게 ‘비판은 쉬워도 대안마련은 어렵다’는 인생의 충고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듣다보니 자기 인생 넋두리인지 인생 선배로써 후배에게 해주는 충고인지 분간이 안가는게 흠이라면 흠이긴 했지만, 사실 그래서 이 자리가 술자리가 아닌 차 한잔을 나누는 자리인게 다행이련지도 모르겠다. 만약 술이 한두잔 들어간 상황이라면 아직 고3이라 세상물정을 모르는 정태는 그 점까지 눈치채진 못했겠지만 다른이들이었다면 아마 ‘술 많이 취하신 듯 한데 그만하시라’며 시라 큰오빠를 만류했을지도 모를일이다. 허나 지금은 그런 자리가 분명 아니기에 정태는 묵묵히 시라 큰오빠의 충고를 듣고있는중이다.

 “ 헌데 듣자하니 자네 지방에 있는 대학에 시험을 봤다고 ? ”

 시라로부터 대충 이야기를 들어서 정태가 어느 대학에 시험을 봤는지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정태야 뭐 굳이 숨길일은 아닌지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대학에 지원을 해 시험을 봤다는 말을 솔직하게 했고, 합격여부는 아직 모른다는 말도 했다. 그러자 시라 큰오빠가 살짝 나무라듯이 한마디 한다.

 “ 자네도 그럼 공부는 그리 썩 잘하지 않은 모양이구먼. ”

 농담인지 진지하게 나무라는것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말투로 시라 큰오빠가 이야기하고 있고, 정태는 살짝 무안해져서 어쩔줄 모르고 있다. 헌데 그때 시라가 잠깐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모습을 보고 큰오빠는 시라를 살짝 나무라듯 말한다.

 “ 그러고보면 시라 니가 정태 이 녀석한테 신경을 잘 안쓴 모양이구나. 보니까 대학

  도...서울사는애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시험도 치지 못하고 지방에서 시험을 친걸

  보면... ”

 순간 당황한 시라가 무슨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하고 다소 어이없다는 듯 제 오빠를 바라보고 있는데, 큰오빠는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나더니 막내동생 시라를 놀리듯 한마디 한다.

 “ 하긴 니가...니 애 키우느라 어디 의붓아들한테 신경이나 썼겠냐 ? 내가 널 아는

  데...하긴 추석때 딱 니 애들만 데려오고 정태 저 아인 쏙 빼놓고 오는걸만 봐도

  그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엥이~~~!!! 쯧쯧~~~!!! ”

 진심인지 아니면 무슨 의도라도 있는것인지 시라 큰오빠는 여전히 동생을 놀려대듯 그렇게 말하고 있고, 시라는 자신의 속도 모르는채 그런식으로 말하는 오빠로 인해 속상한지 괜시리 칭얼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정태와의 대화의 시간은 그쯤에서 마무리가 된 것인지 시라 큰오빠는 껄껄껄 크게 너털웃음을 지으며 방을 나서고 있고 둘째오빠도 어느덧 그 뒤를 따라 방을 나가고 있다.

 “ 들어와 정태야... ”

 어차피 밤이 늦어서 오늘밤은 여기서 묵고 서울로 올라가야겠기에 그런 정태를 시라가 잘 방으로 인도했다. 정태가 오늘 잘 방은 다름아닌 시라가 서울로 올라가기전까지 쓰던 방이기도 하다.

 “ 여기가 내가 20년을 살았던 방이야. ”

 시라는 시라대로 새삼 어떤 감회에라도 잠기는지 살짝 눈물을 훔치기라도 한다. 설마 시라가 갓난아기때부터 엄마품에서 떠나 이 방을 혼자 따로 쓰지는 않았을테니 ‘20년’이란 말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긴 하지만 여하튼 시라는 대충 자기가 혼자 방을 쓸수 있을 나이가 된 무렵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출을 해 서울로 올라가기 직전까진 쭉 이 방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라가 떠난 뒤로는 주인없는 빈방이기도 헀던곳. 시라가 가출을 한 직후 한동안은 아마 시라 부모님이 ‘시라가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며 빈방으로 남겨두었을 터이고, 그리고 시라가 뒤늦게 부친상 소식을 접하고 찾아온뒤 자신의 결혼소식등을 알리고 돌아간 뒤로는 그때는 이미 시라의 다른 오빠들도 하나하나 집을 떠나 따로 나가 살고 하던때이므로 그렇게 집안 식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빈 방이 되어버린 그 방인 셈이다. 그 방을 시라가 실로 고등학교를 졸업한뒤 십여년만에 다시금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대학입시까지 치른 열아홉살 의붓아들 이정태와 함께.





 어차피 대입시험은 어제 치른것이고 또 이 먼 순천까지 와서 여기서 무슨 공부라도 지금 이 시간에 할 일이 있는것도 아니니 정태는 그렇게 자신보고 자고가라고 배려해준 시라의 옛날 쓰던 방에서 잠이 들었다. 아마 시라도 그냥 이 방에서 잠이 들 듯 한데, 다만 시라는 그녀대로 다른 할 일이 있기라도 한지 지금은 잠시 나간 상태다. 아마 집으로 돌아가는 오빠들 배웅도 해야하고 할 터이니, 그래서 외출을 했으려니 생각하고 정태는 그냥 방에서 잠이 들었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위에서 살짝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상해서 눈을 떠봤는데 시라가 자신의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깜짝 놀란 정태가 당황해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시라가 그런 정태의 입을 손가락으로 가렸다.

 “ 헉...새...새엄마 왜 이러세요 ? ”

 시라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적잖이 당황하고 흥분된 상태인데 헌데 자신의 입을 살짝 가리는 듯 하던 시라가 갑자기 정태에게 안겨들었다.

 “ 정태야...나 사실 미치겠어 ! ”

 “ 네 ? ”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설마 현실은 아니고 꿈이겠지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꿈속 상황은 분명 아닌 듯 하다. 자신이 잠에서 덜 깬 것 같기도 하고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수 없어서 정태는 뭘 어찌해야할지 몰라 계속 황망한 가운데 있는데 시라는 제법 간절한 눈빛을 담아 정태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 정태야...나 사실 너랑 하고싶어. 너랑 하고싶었어 사실은... ”

 “ 뭐...뭐라구요 ? ”

 “ 정태야...이리와...너도 나 사랑하지 ? 좋아하지 ? 그러니 이리와. 나 진짜 너하고

  하고싶어 견딜수 없었어 그동안. ”

 “ 왜...왜 이래요 새엄마 ? 저한테 왜 이러시는거에요 ? 이러지 마세요...허헉~~~

  !!! ”

 설마 이게 실제상황은 아니겠고 내가 무슨 이상한 꿈이라도 꾸고 있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꿈이 아니고 현실같았다. 시라에게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발버둥치는데 시라는 이미 정태를 양 팔로 꽉 끌어안은채 좀처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정태는 너무 놀라 비명까지 지르는데 순간 당황한 시라가 잠시 정태의 입을 틀어막기까지 하고, 그리고는 다시금 거듭 정태에게 안겨들며 그의 옷을 풀어헤치는 시늉까지 하기 시작했다. 기가막히고 어처구니 없는 한 장면이었다.

 “ 새엄마...저한테 왜 이러세요 ? 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 ”

 “ 정태야. 그러지말고 이리와. 나랑 하자 응 ? 나 너 진짜 좋아해...사랑해...그러니

  나랑 하자 정태야... ”

 “ 헉...제...제발 이러지 마세요. ”

 그러면서 어떻게든 시라에게서 벗어나려 하는데 그때 갑자기 시라가 살짝 정태에게서 벗어나는 듯 하더니 갑자기 뭔가를 집어든다. 그리고 ‘찰칵~!’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나서 시라는 뭔가 재미있는 장난이라도 한것인양 깔깔대며 웃는다.

 “ 몰래카메라였습니다 !!! 아하하핫~~~!!! 놀랐니 정태야 ? ”

 “ 네 ? 뭐...뭐라구요 ? ”

 “ 몰래카메라라구 정태야. 놀랐어 ? 바보야...아무렴 내가 진짜루 너랑 그럴거라구

  생각했니 ? 몰래카메라였다니까. 너 놀래켜주려고. ”

 그러고보니 그 카메라로 방금전 정태가 놀라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까지 한 모양인데 시라가 이미 좀전에 옷을 거의다 풀어헤쳐놓은 상황이라 반 이상이 벗겨진 상태였다. 정태의 모습은 그런식으로 카메라에 찍힌 셈이고, 일단 당황한 정태는 어쩔줄을 모르며 옷부터 제대로 고쳐입으려 한다.

 “ 어서 옷이나 입어. 몰래카메라였다니까. 우웅...우리애기. 놀라쩌요~~~!!! ”

 시라는 정태의 엉덩이를 장난스레 톡톡 건드리며 방금전 한 짓이 장난이었음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리고는 되려 정태를 어린아이 다루듯 하고있는 시라. 정태는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 무슨 몰래카메라를 그렇게 사람 간 떨어지게 해요 ? 진짜 놀랐단 말이에요. ”

 울상까지 되어있는 정태를 다독이며 놀랜 가슴을 진정시켜주는 시라. 해맑은 표정이 한없이 천진난만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어느덧 깊은밤이 되었다. 정태는 이대로 시라와 함께 그녀가 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 썼다는 그 방에서 함께 잠이 들었다. 시라는 이미 세상 모르고 쿨쿨 잠이 들어있는 상태인데, 정태는 한밤중에 깨서 잠이 오지 않는것일까. 잠시 밖으로 나와보았다. 한겨울이니 날은 무척 추울 수밖에 없는데, 방에서 나온 정태는 툇마루에 잠시 앉아 상념에 잠긴다.

 원래 시라네 가족 부모님과 4남1녀 5남매까지 일곱식구가 살때는 북적거리던 집이라고 했지만 그 5남매가 모두 제각기 따로나가 살게되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뒤엔 그야말로 휑하고 쓸쓸한 집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라의 입장에서 볼 때 느낌이 그럴뿐이고 정태 입장에선 그저 낡고 작은 시골집 같은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나마 전형적인 시골집 답게 제법 마당이 넓은편인게 약간의 차이라면 차이일까. 건너편엔 안채에 양쪽으로 방이 두 개가 있고 건너편에 지금 시라와 정태가 쓰는 방과 또 다른 방 하나가 있다. 아마 예전에는 그렇게 시라라던가 시라의 오빠들이 방을 제각기 또는 두명이 한방을 그런식으로 쓰던 구조였음을 충분히 추정해볼수 있는데, 여하튼 지금은 정말이지 차라리 집을 수리해 하숙시설로 쓰던가 하는게 합리적인 판단이 될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뭔가 쓸쓸해보이는 느낌이 드는 그런 집이긴 했다.

 정태는 잠깐 밖으로 나와보았다. 시골집 같은 분위기라고는 했지만 완전히 시골은 아니고 그냥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지역 마을에 위치한 집일 뿐이다. 시라의 집을 나와서 조금 걸어가면 대체로 엇비슷한 구조의 집채를 여러채 볼수가 있고, 그리고 좀 더 걸어가면 큰길도 나온다. 아마 지금은 그런대로 개발이 되어서인지 이런저런 깔끔한 상가건물도 보이고 시골마을이라기 보다는 소도시의 외곽마을 정도의 분위기가 풍기는 딱 그 정도의 마을이다. 그리고 이 동네가 시라가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살았던 동네가 되는 셈이다.

 집으로 돌아왔을때는 시라는 아직 세상모르고 쿨쿨 잠이 들어있었다. 아직 한밤중이니만큼 그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다만 정태는 말없이 시라를 바라보았다. 한두시간전에 시라가 했던 짖궂은 몰래카메라 때문에 그런지 괜시리 젊은 새엄마 시라가 신경쓰여 약간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녀의 잠든 표정을 말없이 바라보는 중이다.

 그러고보면 시라가 자신의 새엄마가 된지 어느덧 7년 세월이다. - 시라가 정태 아버지와 사실상의 동거에 들어갔던 시간까지 포함하면 확실히 그렇게 된다. - 어릴 때 부모님 이혼으로 친엄마의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초등학교 시절엔 아버지가 회사에서 늦게 퇴근하실때는 미리 이웃집에 말해놓고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오곤 해서 ‘엄마가 없어 이웃집에서 밥얻어 먹는 아이’란 트라우마가 생겼던 그 정태. 그리고 그 정태에게 시라가 새엄마가 된지가 어느덧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처음 한동안은 그래도 자신에게 정성을 들이며 잘 돌봐주려는 것 같더니 정작 자신의 아이들을 낳고나서는 그 아이들 돌보고 키우느라 상대적으로 정태에게선 멀어졌던 시라. 그 시라가 정태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서인지 대입시헙을 보기위해 묵게된 원주의 숙소까지 찾아오고 그 시라와 함께 원주를 출발 그녀의 친정이자 고향인 이곳 순천까지 오게된 것이다. 정태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그런 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살짝 보니 시라는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 이불이 좀 흩어졌는지 이불 아래로 그녀의 다리 아랫부분과 양 발이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정태가 시라의 그 부분을 제대로 덮어주려 하다가 물끄러미 그녀의 발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언제였던가. 시라가 정태의 새엄마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태가 시라의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려 하자 시라는 기겁하며 자신을 뿌리치며 뺨까지 때리고 불같이 화를냈다. 하지만 그게 이내 마음에 걸렸다. 헌데 그런 정태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라는 초등학교 6학년 정태에게 엉뚱한 제안을 했었다.

 “ 너한테 내 젖꼭지를 내어줄순 없어. 하지만 네가 엄마정을 그리워하는건 이해해.

  그러니 대신 이걸 빨아봐. ”

 그러면서 유두 대용으로 내준게 시라의 발가락이었다. 뭐 동글동글하고 살짝 긴 발가락이 은근히 유두를 연상케하는 느낌도 있긴 했지만 시라의 허락이 있어서인지 한동안 정태는 시라의 발가락을 맛있게(?) 잘 빨았다. 사실 시라의 발가락뿐만 아니라 발은 은근히 섹시하고 예뻤다.

 예부터 그런말이 있다고 한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 하얀것까지 흉을 본다’는. 사실 정태는 어릴 때 그 속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며느리들의 발은 어떨지 몰라도 젊은 새엄마 시라의 발은 섹시하고 예뼜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시라는 그 발을 종종 정태에게 씻겨달라고 하거나 또는 발톱을 깎아주거나 발을 주물러 달라고 했었다.

 기독교 의식이던가 천주교 의식이던가 여하튼 ‘세족식’이란 의식이 있다는것도 정태는 얼핏 귀동냥으로 들은바가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발을 씻겨주는 행위’는 어떤 성스러운 종교의식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도 한 것일까. 생각해보면 인간의 발은 양면성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늘 땅을 밟고 다니기 때문에 땅바닥의 온갖 더러운 흙먼지며 오물이 묻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더러는 역한 냄새가 나기도 하는 그 발. 하지만 그 발이 없으면 인간은 걸어다닐수 없다. 그건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날개가 있는 새나 바닷속을 헤엄쳐 다닐수 있는 어류를 제외한 걷거나 기어다니는 모든 생명체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러니 더럽고 냄새나는 발이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인간에게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둘도 없는 정말 소중한 존재인 발. 따라서 더럽고 냄새나는 존재이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하고 신성한(!) 존재이기도 하다.

 헌데 시라는 언젠가 그런 고백을 정태에게 하기도 했다. 자신은 발에 ‘성감대’가 있다고. 초등학교 6학년인 그때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알것같다. 그럼 시라는 누군가 자신의 발을 만져주면 성적 흥분이나 쾌감이라도 느낀단 말인가. 헌데 그렇다면서 시라는 그 발을 정태에게 허락한 것이다. 심지어 그것을 아버지는 모르는 둘 사이의 비밀로 하자고. - 그렇다면 시라와 정태의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지금껏 이어져온 행위는 ‘유사 성행위’ 내지 ‘유사 간통’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 하지만 정태는 순간 고개를 가로저으며 ‘절대 그런일이 있어선 안되지’ 그런짓을 해선 안되는것이라며 스스로를 다짐해보았다.

 하지만 젊은 새엄마 시라의 발에 여전히 끌리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정태는 시라의 발을 다시금 만지작거려보았다. 시라는 깊이 잠이 들어있는데 정태는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는 시라의 발을 살짝 만져보고 자신의 볼을 거기에 대보기도 한다. 살짝 입맞춰보기까지 한다. 어느덧 나이 서른둘이 된 젊은 새엄마 시라의 발은 여전히 섹시하고 예쁘다.

 무슨 생각이 든 것일까. 공연히 울컥하고 치미는 그 무엇이 있었다. 어떤 양심의 가책이라도 드는것일까. 아니면 새엄마의 발에서 자신이 어릴 때 느껴보지 못한 모정이라도 느끼는것일까. 아니면 모성과 여성에게 가질법한 어떤 성애(性愛)의 감정이라도 느껴 혼란스러운것일까. 어쩌면 정태는 정말 시라의 발에서 모정과 성애 사이의 한두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그 혼란스러운 감정속에서 방황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 당신의 발가락에 사로잡혔어... ’

 무슨 환청이라도 들린것일까. 아니면 정태 내면에 존재하는 어떤 알 수 없는 소리일까. 자신도 모르게 정태는 그렇게 웅얼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도 그런 말을 내뱉은것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할정도로, 그리고 스스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게 말로 나온 소리든 생각으로만 한 것이든, 자신이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낼수 있는것인지 스스로도 놀란 것이다. 정태는 시라의 발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나 어쩌면 좋아... ’

 정태는 울고 있다. 가슴이 아려오고 아파온다. 시라는 분명 정태에게 새엄마다. 성적인 애욕을 품어서는 안되는 대상이고 존재다. 정태가 애초에 시라에게 느껴보려 했던 감정은 어디까지나 ‘모정’이지 애욕이 아니었다. 헌데 지금 그 정태는 모정과 애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고있는 것이다. 바로 그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워 가슴이 아려와 그 ‘아픈 느낌’ 때문에 울고있는 것이다.

 ‘ 당신의 발가락에 사로잡힌 나...나 어쩌란말야... ’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는 시라의 발을 부둥켜안고 정태는 한참을 흐느끼고 있다. 시라의 발이 흥건히 젖을때까지.





 “ 인사드리렴. 외할아버지셔. ”

 다음날 순천을 떠나기전 잠시 시라의 아버지 묘역에도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시라의 두 오빠도 함께한 자리에서 순천 외곽의 공원묘지에 안장되어있는 이미 5년전에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난 시라 아버지에게 정태는 절을 올린다. ‘외할아버지’ 운운하는 표현엔 여전히 살짝 거부감이 남아있긴 했지만 그런 생각으로 공연히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라도 전혀 내색은 하지 않은채 정태는 시라 아버지에게 묵묵히 절을 올린다.

 “ 이정태 학생...이리오게. ”

 부른 것은 다름아닌 시라의 큰오빠다. 어느덧 50이 다 되어가는 사람이지 정태에게도 아버지뻘이 되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덧 대입시험까지 치른 열아홉살의 정태이니만큼 비록 조카뻘이라 해도 ‘정태야’ 어쩌구 하며 말을 놓기는 다소 어렵고 힘들어서인지 시라 큰오빠는 정태를 그런식으로 호칭하고 있었다.

 “ 뭐...자네에게도 일러두는게 좋을거 같아서 하는 말이네만 우리 아버님은 평생을

  반듯하게 살다가신 그런분일세. ”

 “ ...... ”

 “ 비록 학력도 일천하고 – 사실상 학교를 나오지 않은 일자무식이신 어른이었지만

  - 평생을 순천 시장에서 장사만 하다 가신 그런분이긴 하지만 그 슬하 4남1녀 5

  남매 모두 휼륭하게 키우다 가신 적어도 그 하나만으로라도 ‘성공한 인생’이라 말

  할수 있는 그런 분이시란 말일세. ”

 설마 정태에게 자신의 아버지 평전이나 전기라도 써달라는 당부라도 할 셈인지 제법 진지하게 자신의 아버님에 대해 다소 진지하게 그와같은 설명을 덧붙이고 있었고, 그리고 이런말도 잊지 않고 있다.

 “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모든 인간군상들이 다 제각각이긴 하지만 우리 5남매 그

  렇게 반듯하게 키우고 가신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 아버님 고 OOO 선생은 그런

  대로 성공한 인생을 살다가신 분이라는 그 말 하나만은 꼭 전하고 싶어서 자넬 부

  른 것이다 그말이지. 무슨말인지 알겠는가 ? ”

 실제 시라의 네명의 오빠는 각기 순천이나 목포,광주등지에 흩어져 살면서 그런대로 괜찮은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그런대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허니 적어도 그 하나만으로도 ‘자식농사’ 만큼은 성공하고 간 그런분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분 아니겠는가. 물론 막내 시라만은 예외가 되겠지만.

 “ 하지만 새엄마는 거기서 열외 아닌가요 ? 고등학교 졸업하고 가출까지 한 사람인

  데...근데 자식농사에 다 성공했다는 것은... ”

 만약 정말 만만한 삼촌이나 이모와 대화하는 조카였다면 농담이나 장난삼아서라도 그렇게 한마디 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태와 시라 오빠들의 사이는 그런 농담까지 주고받을수 있는 사이는 못되는지라 정태가 그런 말까지 입에 담지는 못하고 있고 다만 시라와 그녀의 오빠들을 묘하게 번갈아 바라만볼뿐이다.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시라의 큰오빠와 둘째오빠 그리고 시라와 정태까지 네 사람은 함께 공원묘역을 빠져나오고 있다.

 “ 그런데 시라야. ”

 이제 시라 오빠들에게도 작별인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가야할 시간인데, 차를 타기전 시라 큰오빠는 시라에게 다른 할말이 있거나 궁금한것이라도 있는지 그녀를 살짝 불렀다. 그리고 뭔가를 묻는다.

 “ 헌데 너 대체 비결이 뭐냐 ? ”

 “ 비결이라뇨 ? ”

 “ 내가 널 아는데말야...너처럼 그렇게 철부지고 철딱서니 없는 애가 나이차이도 한

  열 살(실제로는 열세살 차이)밖에 나지않는 그런 사춘기 의붓아들을 건사하기는 쉽

  지 않았을텐데...대체 저 녀석 잘 건사할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 ? ”

 그 철부지 같았던 막내동생이 스무살 많은 이혼남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때는 기가막혔는데 지금 보니까 그렇게 생긴 사춘기 의붓아들과 그다지 큰 탈 없이 – 물론 한동안 소원한 시간이 있긴 했지만 – 지내온것만은 분명해보여 그 비결이랄까 이유가 궁금해서 물은 것이다. 헌데 시라는 오빠의 그와같은 물음에 바로 대답은 하지 않고 미묘하게 웃더니 살짝 신고있던 구두를 벗는다. 그리고 오빠에게 자신의 발을 내어보인다.

 “ 이 녀석이...오빠한테 버르장머리없이 뭐하는짓이야 ? ”

 알 수 없는 시라의 행동에 순간 당황까지 한 큰 오빠. 시라는 야릇한 미소담긴 얼굴로 답한다.

 “ 이 발로 사로잡았지. ”

 “ 뭐라구 ? ”

 “ 저 아이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이 발에 있단말야 오빠.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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