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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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13.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흐릿한 하늘이지만 아직 비는 내릴 듯 말듯한 그런 정도의 날씨다. 아니면 종종 그렇듯이 이렇게 흐리기만 하고 정작 비는 내리지 않으려는 것인지, 헌데 걷다보면 느낌에 이따금 빗방울 같은 것이 떨어지는 느낌도 드는 그런 날씨다. 그래서인지 우산을 쓰는 것은 다소 거추장스럽게 느껴질수도 있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우산없이 그렇게 흐릿한 하늘아래 나타나는 여인이 있다. 바로 얼마전까지 최병하 의원의 가짜딸 행세를 했으나 지금은 모든 것이 들통난 안희현의 외사촌 박정아다. (정아는 희현의 어머니의 배다른 남동생의 양녀) 현재 안희현은 구속된 상태고 정아에게도 검찰출두 명령은 떨어진 상태이나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 정아는 검찰에 출석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고 도주를 한다거나 검찰에 출두 자체를 거부할 그럴 생각은 아닌것이고, 다만 그전에 추억이라도 곱씹고 싶은것일까. 아니면 나름의 어떤 감정정리 같은것이라도 하고픈것일까. 어쨌든 한 두달여동안 최병하의 딸 행세를 하면서 살았던 제법 고급스럽고 넓찍한 분위기의 그 최병하 의원 집 아닌가. 이제 자신은 거기서 살 이유도 없고 앞으로 저만한 큰 집에서 살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서인지 정아는 새삼 자신의 처지에 대한 탄식과 울화가 치밀어올라 그만 울컥 눈물을 쏟는다. 그래도 한달여의 시간. 잠시나마 행복하기라도 했던것일까. 아니, 사실은 더 엄밀히 말하면 언제 정체가 탄로날지 몰라 늘 불안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그런 한달여의 시간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저런 집에서 이제 더 이상 살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니 설움이 북받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저 집은 짐작컨대 최병하가 찾은 진짜 딸들이 들어가 살고 있겠지. 지금 시간이 평일낮이니만큼 병하의 두 딸 미령과 은영(어릴 때 이름은 수아,수지)이 저 안에 있지는 않을테지만(현재 미령은 가구센터 대표로 그리고 은영 역시 재연배우로 활동하며 계속 직장생활을 하는중이다.) 공연한 상상으로라도 최병하가 자신의 뒤늦게 찾은 두 딸과 행복하게 사는 그 모습과 웃음소리가 마치 환상이나 환청처럼 보이고 들리는것같은 느낌마저 들어 그 모습과 자신의 처지가 대비되어 거듭 설움이 북받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채 한참을 서럽게 울고있는 정아. 헌데 그때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 이봐요, 거기서 지금 뭐하는거에요. ”

 “ 헉~~!!! ”

 처음엔 어떤 치한이나 불한당이라도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 아닌가 싶어 본능적으로 흠칫하면서 고개를 올려본것인데 하지만 그런게 아니라서 오히려 더 정아를 놀라게 만들었다. 치한이나 불한당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정아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성지현이었다. 바로 대한민국 4선 국회의원 최병하의 스무살 어린아내 성지현. 아마 근방에 잠깐 외출이라도 했다 돌아가는 길인지 간편한 츄리닝에 그리고 슬리퍼차림. 날씨야 이제 차츰 추워지는 때이니 잠바라도 하나 걸치긴 했지만 대체로 어디 잠시 외출이라도 했다 돌아오는듯한 간편한 복장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잠시 집을 나왔다가 이런곳에서 울고있는 정아를 알아보기라도 한것인지. 하지만 지현은 막상 정아를 보자 더 쌀쌀맞고 냉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 뭐에요 ? 그리고 대체 여긴 무슨일로 왔어요 ? ”

 “ 아...아뇨 저...죄송합니다 사모님. ”

 이런곳에서 최병하의 식구들 그것도 여하튼 한달여시간이나마 함께 지내는 시간이 있었던 그 성지현과 마주치게 되리라고까진 생각 못했는데, 헌데 하필 바로 그녀와 만나는 바람에 정아의 당혹스러움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름 정중함을 갖춰 사과의 인사말을 건네고 지현은 지현대로 여전히 그녀를 쌀쌀맞게 대하고 있다.

 “ 뭐 잊고간 물건이라도 있어요 ? 아니면 나나 최의원님한테 다른 볼일이라두 ? ”

 마치 ‘우릴 다시 만날 이유야 없지 않느냐 ?’는듯한 투로 그와같이 묻고있는 지현. 그야말로 가짜 수정이였던 박정아가 다시금 집 근처에 나타나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볼쾌하다는듯한 눈치다. 그런 지현의 태도에 다시금 울컥하는 그 무엇이 있어 눈물이 고이는 정아. 무슨 변명이라도 하긴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런 심정의 정아가 무슨말을 꺼내기도 전에 지현은 거듭 차가운 어조로 말을 건넨다.

 “ 대체 무슨 의도로 여길 다시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가줘요. 나나 다른 식

  구들이나 당신같은 사람이랑 두 번다시 마주할 생각은 전혀 없는 사람이고, 아니

  솔직히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기억이니까 이쯤에서 그만 꺼져달라구요.

 ”

 지금 정아가 무슨말을 할수 있을까. 그녀 입장에선 다만 검찰에 출두하기 전 개인적인 감정이나 좀 추슬르고 다잡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라도 한때나마 가짜딸 행세를 하며 살았던 그 집에 다시 찾아온 것뿐이다. 솔직히 행여 다른 식구들하고 마주치는일은 없었으면 하는게 정아의 바램이기도 했다. 그럼 잠시동안만이라도 그 행복했던 저 집안에서의 일들을 조금만 떠올리다가 검찰로 발걸음을 옮길 생각이었던것이었는데, 그런 정아의 속마음을 알길없는 지현은 거듭 냉랭하게 정아를 대하고 있을뿐이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행여 혹시라도 우리와의 인연이 오히려 좋은 인연으로 승화되는 계기라도 있지 않

  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라면 그런 생각은 지금이라도 접는게 좋을거에요. 우

  린 정말 당신은 물론 그 안희현 보좌관이란 사람까지 모두 두 번다시 보고싶지 않

  은 그런 얼굴들이니 두 번다시 여기 나타나지 말아요. ”

 “ ...... ”

 “ 악연으로 시작된게 나중에 다시 좋은인연으로 바뀌는거...그런건 출생의 비밀 같은

  거 다룬 막장 일일연속극 같은데서나 보는거지 현실에선 그런일 어림도 없어요. 그

  러니 쓸데없는 생각하지말고 그만 꺼져달라구요. 그래도 내 말 무슨말인지 모르겠

  어요 ? ”

 “ 죄...죄송합니다 사모님.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흑흑~~~!!! ”

 “ 글쎄, 죄송한거 알면 이제 그만 가달라구요. 신경쓰이게 자꾸 이런데서 알찐거리

  지 말고. 글쎄 그만 어서 가보라는데두. 썩 우리집 근처에서 꺼져달라니까 !!! ”

 “ 사모님~~~!!! 흑흑흑흑~~~!!! ”

 정말 정아에겐 가슴속 한켠에 조금만이라도 혹시 지현이나 다른 가족들이 자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고 아량을 베푸는 그런일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라도 있었던것일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차갑고 쌀쌀맞게 나오는 성지현의 태도를 보자 정아는 그야말로 마지막 일말의 가졌던 기대마저 무너진 사람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고만다. 그러고보니 조금전까진 그래도 간간이 떨어지던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정말 한바탕 비라도 제대로 쏟아질 것 같은데, 그렇기때문에라도 지현은 여기서 더 이상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않고 바로 뛰다시피 해서 집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잠시 열렸던 최병하의 집 자동응답 시스템 문은 지현이 비밀번호를 누르자 열렸고, 이후 지현이 안으로 들어가자 철커덕 다시금 닫히고 만다. 그 모습에 괜시리 다시금 어떤 막막함과 절망감을 느낀 정아. 새삼 어느곳에도 의지할곳이 없는 자신의 처지, 이제 정말 이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그 생각에 다시금 절망감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와 땅바닥에 엎드려 실성한 여인처럼 한참을 울부짖는다. 어느덧 거세진 빗줄기가 세차게 내려치며 정아를 흠뻑 적시고 있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방문앞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소리가 있다. 사뭇 짖궂은 장난이라도 치는듯한 천진난만한 소녀같은 얼굴이다.

 “ 저 죄송하지만 이미령씨. 별일 없으면 안에 좀 들어가도 될까요 ? 저 옆집사는

  은영이에요. ”

 “ 네, 들어오세요. ”

 그러니 방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라고 말하는 여인이 있다. 다름아닌 미령.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파안대소한다.

 “ 언니~~~!!! 히히히힛~~~!!! ”

 미령과 은영은 다정스런 자매라기보단 그야말로 10년만에 상봉한 친자매처럼 감격스레 서로를 부둥켜 얼싸안고 그리고 다시금 감회서린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 함께 방 한가운데 누워서는 천장을 바라보고있는 두 사람. 감격의 눈물이 두 사람에게 서려있다.

 “ 언니, 근데 생각해보니 좀 웃긴다. ”

 “ 웃긴다니 뭐가 ? ”

 “ 그러고보니 옆방까지 오는게 거리가 옆집보다 더 먼거같아. 안 그래 ? ”

 “ 칫~! ”

 농반진반의 말투로 그와같이 말하는 은영을 보면서 미령도 그런대로 공감이 가는지 다소 어이없다는듯한 헛웃음을 흘린다. 미령과 은영은 현재 두 사람 다 최병하 의원의 집에 들어와 살고 있다. 미령과 은영이 실제 병하의 23년전 잃어버린 두 딸 수아와 수지임이 확인되고 그뒤 병하가 두 사람을 모두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살도록 조치한 것이다. 가짜딸 수정이 노릇을 했던 정아는 그 일이 있은후 최병하가 일주일 말미를 준 사이에 조용히 짐을 싸서 집을 나갔고 그 뒤 미령과 은영이 들어와 살고있는 것이다.

 미령과 은영은 각기 2층에 있는 방을 하나씩 나눠가져 살게된 것인데 헌데 2층에서 두 사람이 쓰는 방 사이의 거리가 제법 좀 있어 오히려 바로 옆집에 살던 빌라에서의 시절보다 거리가 좀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파트든 빌라든 옆집은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닿을데 위치해 있지만, 최병하의 집에 들어와보니 2층 면적도 1층보다 오히려 더 넓찍해 은영이 쓰게 된 방과 미령이 쓰게된 방이 그만큼 거리가 좀 생긴 것이다. 2층 중앙에 있는 계단을 중심으로 미령의 방은 오른쪽, 은영의 방은 왼쪽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은영은 한번 장난스레 빌라에 살 때 종종 옆집 미령의 집에 살때의 분위기처럼 다만 벨을 누르는 대신 문을 노크해보는 것으로 불과 얼마전까지의 두 사람 왕래하며 교류할때의 모양새와 같은 그 흉내를 좀 내본 것이다. 미령도 생각해보니 그 모양새가 괜시리 우스운지 은영을 따라 야릇하게 미소를 지어보인 것이다.

 “ 언니, 근데... ”

 “ 응, 은영아. ”

 한편 두 사람의 이름은 미령,은영 그 이름 그대로 당분간 쓰기로 했다. 최병하는 가급적 두 딸의 어릴적 이름으로 되찾아주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오히려 20년동안 써온 미령과 은영이 더 익숙해져있어서인지 성만 바꾸는 것으로 하고 이름까지 바꾸는 것은 유보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름은 그대로인채 성만 바꿔 이전에 고아원에서 붙여준 성과 이름인 박은영,이미령에서 지금은 최은영,최미령이 된 것이다. 하긴 최은영,최미령이 되든 최수아,최수지가 되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하고 대수로운 일이랴. 중요한 것은 최병하가 잃어버린 두 딸을 찾았다는데 있는 것 아닌가. 아울러 은영과 미령도 지금까지 까맣게 몰랐던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리고 만났다는데 있는것이지. 다만 두 사람에게 아직까지 남아있는 의문이자 행방이 하나 있다. 바로 아직까지 찾지못한 병하의 큰딸이자 자신들의 언니 수정의 문제다. 얼마전까지 가짜로 수정 행세를 했던 안희현의 사촌 박정아가 아닌 진짜 자신들의 언니 최수정. 막내 은영에겐 아예 기억이 없지만 미령에겐 어쨌든 어릴 때 함께 살았던 기억 그리고 자신보다 두세살 터울지는 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 언니 수정. (병하의 말로는 정확히 수정과 수아 나이터울은 두 살차이라고 했다.) 바로 그 큰언니에 관한 문제를 미령보다도 오히려 동생 은영이 먼저 입에 담는다.

 “ 큰언니는 근데 과연 지금 어디에 있을까 ? ”

 “ 글쎄... ”

 야릇한 한숨과 함께 그리고 미안한 감정까지 생긴다. 사실 두 사람에게 기억조차 거의 없는 큰언니의 존재이긴 하지만 이렇게 막상 둘이 만나고 아버지까지 만나게되니 새삼 그 부분에 대한 미안함까지 생기는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같은하늘 아래 어디엔가 살아있다면 자신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모른채, 그리고 다른 동생들은 아버지를 만났다는 사실조차 모른채 스스로를 천애고아로 생각하고 쓸쓸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것이 분명한 최수정. 그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 생각 때문에 미령과 은영은 서로의 손을 한번 굳게 잡아보면서도 가슴 한켠이 아련해오는 감정을 숨길수가 없다. 그렇게 이런저런 복잡한 감회에 젖는 두 사람. 그리고 잠시후 미령이 살짝 화제를 돌려 은영에게 말을 건넨다.

 “ 근데 은영아. ”

 “ 왜 언니. ”

 “ 넌 근데 참 넉살도 좋다. ”

 “ 내가 ? 뭘 ? ”

 “ 너 어떻게 그렇게...어머니란 말이...새어머니도 아니고 그냥 엄마란 말이 입에서

  술술 나오니 ? 난 솔직히 아직까지도...새어머니란 말도 입에 쉬이 안 붙는데 말이

  야. ”

 수정,수아,수지 3자매의 친모 김순주와 최병하는 그렇게 23년전에 이혼을 했던것이고(그 뒤에 김순주가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겼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서 병하는 지금의 스무살 연하의 아내 성지현과 재혼 어느덧 10년째 살고있는 것이다. 그러니 막상 그렇게 23년만에 아버지를 만나고보니 집안에 새어머니가 계신 상태 아닌가. 헌데 은영의 경우 어쨌든 그렇게 무단침입을 했을 때 만나본 인연이 있기 때문일까. 최병하와 부녀간이 맞음이 확인되고 이 집에 들어와 살게되면서부터 은영은 미령의 말마따나 넉살도 좋게 지현을 그날부터 ‘엄마,엄마’ 하며 따르기 시작했다. 지현과 나이차이가 불과 열두살밖에 나지않는 미령과는 달리 열다섯살이나 차이나는 은영은 그래도 아마 옛날같으면 그 정도 나이차이의 모녀간도 존재했을수도 있고 요즘이라도 한 이모나 고모뻘은 될법한 그런 나이차이라서인지, 아니면 부모,형제 하나없이 천애고아로 자라난 보상심리때문에라도 좀 더 가까이 친밀해지고픈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그렇게 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바로 지현을 ‘엄마’라 부르며 따르고 있었다. 미령의 입장에선 사뭇 충격으로까지 받아들일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 그냥 뭐랄까...느낌이랄까...웬지 처음 만났을때부터...그냥 이 여자가 우리 엄마

  였으면 좋겠다...그런 생각이 들겠어. ”

 “ 처음이라면...이 집에 처음 몰래들어왔을때를 말하는거야 ? ”

 “ 아니, 그때부터는 아니고...그렇게 막상 최병하 의원님이 우리 아버지라는 사실

  을 알게되니...그럼 그 옆에 계신분이 나한테 새어머니...그러니 그냥 바로 ‘엄마’

  였으면 좋겠다 그 생각이 들더라구. 그래서... ”

 하긴 생각해보니 그나마 둘째 미령이나 (만약 어디엔가 살아있다면) 첫째 수정과는 달리 은영은 갓난아기때 고아원에 맡겨졌으니 엄마에 대한 정이나 기억 같은 것은 그야말로 전무한채 지금껏 자라온 것이 아닌가. 그런 은영이 단 몇 번 만나보고 그런 친밀감을 느꼈다면 그것도 그렇게까지 무리가 갈 일은 아닐 것이다. 여하튼 자신에게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잘해주었고, 또 나이차이도 그 정도로 나는 여성이라면 천애고아였던 은영 입장에서 충분히 그만한 감정이 싹텄을법도 하다. 따라서 처음 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은영은 지현을 ‘엄마’라 부르며 잘 따리고 있는 반면 미령은 아직도 그녀가 어색한지 호칭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다소 어색하고 서먹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헌데 이번엔 미령이 은영을 다소 나무라듯 말한다.

 “ 헌데 은영이 너야말로 호칭을 좀 바꾸는게 좋겠다. ”

 “ 내가 뭘 ? ”

 어리둥절해하는 은영을 보며 미령의 말이 이어진다.

 “ 어쨌든 이제 우리 아빠야. 아빠라구 !!! 넌 근데 어떻게 아직까지도 최의원님, 최

  병하 의원님...이렇게 부르니. ”

 반면 은영은 여태까지도 최병하 의원을 아빠라 부르지 못하고 있었다. 여하튼 미령은 국회에 가구 납품을 할때부터 면식이 있었고, 무엇보다 머릿속으로 기억으로 있는 아빠 얼굴을 떠올려보려고 집에서 그동안 연습장에 수도없이 그려보며 하지만 머릿속 기억이 그림으로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안타까와했던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지금껏 말하진 못했지만 머릿속 기억의 얼굴과 최병하 의원의 얼굴이 흡사헀다는 고백을 은영에게 한적도 있는 미령. 그래서인지 막상 부녀간이 확인이 되고서는 ‘어떻게 딸 얼굴도 몰라보느냐 ?’며 병하의 가슴팍을 치며 원망과 설움을 쏟아냈던 그런 미령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날부터 바로 최병하를 ‘아빠’라 부르기 시작했던 미령과 달리 은영은 여전히 대한민국 4선 국회의원 최병하에 대한 어려움 떄문인지 어색함 때문인지 여전히 그를 ‘최의원님’, ‘최병하 의원님’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미령이 그런 철없는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섞어 그와같이 나무라고 있는 것이다.

 “ 모르겠어. 난 그냥 아직 어색해. 아직도 최병하 의원님이 내 아버지란게 쉬이 받

  아들여지지도 않고...그냥 쉽게 안 붙더라. 오히려 새엄마한테는 그냥 보자마자부

  터 ‘엄마’소리가 나왔는데말야. ”

 병하와의 부녀간이 확인되자마자부터 그에게 ‘아빠’라고 부르면서 울며불며 달려들었던만큼 그렇게 바로 ‘아빠’라는 호칭이 익숙하게 나왔지만 반면 그의 젊은 새아내 성지현에겐 아직 호칭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채 어색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미령. 반면 지현에게는 보자마자부터 느낀 어떤 친근함에 열다섯살이나 나는 나이차 때문에라도 바로 ‘엄마’ 소리가 바로 나온반면 정작 자신의 친부인 최병하에겐 여전히 ‘아빠’나 ‘아버지’는 고사하고 ‘최의원님’ 또는 ‘최병하 의원님’ 그렇게 부르고 있는 은영. 그렇게 미령과 은영 두 사람의 사뭇 대조되는 살짝 공교로운 그림이 그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미령과 은영 두 자매는 나란히 다정스레 누워서는 그야말로 한쌍의 의좋은 친자매같은 모습을 자아내고 있는중이다.


 “ 히힛~! 엄마아아... ”

 은영은 정말 병하의 스무살 어린 후처이면서 자신과는 열다섯살 차이나는 새엄마가 되는셈인 성지현을 마치 친엄마라도 되는 듯 여기며 지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날 그렇게 최병하의 집에 무단침입을 해서 최의원과의 친자여부 확인을 해보고 싶다고 애원을 하고, 그 제안을 지현이 받아들여 병하와 수정(정아),은영과의 친자관계 여부 그리고 수정과 은영과의 친자매간 여부까지 세건을 모두 확인해보자고 한뒤 다시 은영을 몰래 만나자고 해서는 ‘설사 최병하와의 친자관계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내 비서역할을 좀 해줄수 없느냐 ?’고 부탁을 했던 그때부터 마음이 끌렸던것이라고나 할까. 도대체 무슨 말못할 속사정이나 사연이 있는것인지 그것도 친자관계 확인을 요구하며 무단침입까지 했었던 자신을 은밀히 불러내서는 자신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것인지, 어쩌면 그때부터 지현에 대한 남다른 연민이나 관심 같은게 생겼을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자신이 최병하의 친딸임이 확인이 된 순간. 헌데 정작 친아버지인 병하에게는 여전히 어색함 때문인지 ‘아빠’는커녕 ‘아버지’라는 호칭조차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여전히 ‘의원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은영이 지현에게만은 ‘엄마’라고 부르며 살갑게 찰떡같이 들러붙고 있는 것이다. 그런 지현을 보면서 은영도 그야말로 공짜딸이 하나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까. 은영을 사뭇 기특하고 흡족하다는 듯 그녀를 어루만지고 쓰다듬어주고 있다. 그렇게 지현의 품에 안긴 은영. 지현이 은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은영씨... ”

 하지만 아무래도 다 큰 어른이다보니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은영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말을 놓거나 하진 못하고 그와같이 부르고 있는 지현. 하지만 대하는 태도만큼은 진짜 그 어떤 거리낌이나 거리감이 없는 진짜 친딸이나 막내동생이라도 대하는듯한 그런 느낌으로 그녀를 보고 있다. 그렇게 은영을 바라보며 꺼내는 지현의 말. 어쩌면 남편 병하에게조차도 하지 못했던 깊은 속내를 그녀 앞에서 털어놓는 그런 모양새이기도 하다.

 “ 솔직히 저 만약...은영씨가 최의원님과 친자관계가 성립이 안 되면... ”

 “ ...... ”

 “ 그냥 의원님과 이혼하고 차라리 저 혼자 어디 스포츠센터 같은데서 어린 아이들

  한테 배드민턴이나 가르치며 그렇게 남은 여생을 살까 그 생각까지 하고 있었어요.

  - 저 배드민턴 선수 출신이에요. - 헌데 어찌되었거나 이렇게...은영씨도 제 곁에

  있게되고...은영씨가 최의원님 친딸임이 밝혀져 저와 이렇게 함께 지내게 되었네

  요. ”

 “ 그러게 말이에요. ”

 묘한 감회에 젖는 은영. 생각해보면 은영이야말로 갓난아기때 고아원에 맡겨져 친모에 대한 기억도 애정도 전혀 없는 그런 상태의 여인이었다. 그런 은영에게 처음으로 엄마같은 정을 느끼게 해주고 있는 사람이 지현이라고나 할까. 그런 지현이 은영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 솔직히 전...뭐 그렇게 착한 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나쁜 여자도 아 

  닌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다만 여하튼 스무살이나 차이나는 그런 의원님과 결혼했

  고...의원님께선 자신의 어릴 때 잃어버린 세 딸에 대한 죄책감때문에라도 저하고

  사이에 아이를 갖는다던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던 그런분인데... ”

 “ ...... ”

 “ 그런 사람을 택하면서 저도 저 나름대로 생각한게 있었을 따름이에요. ”

 “ 어떤...생각을 하셨는데요 ? ”

 “ 뭐...젊은 시절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면 좀 믿기 어려운 과장스런 이야기가 될

  련지 모르겠지만...여하튼 살아보니 세상 이치란게 그렇더라구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되고...그게 세상사라고나 할까요. 가령 돈도 많고 잘생기고 성격도

  좋은 그런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그런 남자를 만나는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만약 정히 돈이 필요하면 다른걸 포기해야겠고, 외모나 인품을 원했다면 대신

  다른걸 포기해야겠죠. 생각해보니 그게 인생사더라구요.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

  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또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

 “ ...... ”

 “ 하나를 포기했다면 그대신 다른 하나는 보상심리로라도 얻어야하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봤던거에요. ”

 좀 난해하고 현학적인 이야기로 들려서일까. 은영은 아직 지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못한 느낌이다. 지현이 그런 은영을 바라보며 미소띤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아본다. 그리고 설명을 좀 더 덧붙여준다.

 “ 전 어쨌든 제 아이를 낳는 것은 포기하고 대한민국 국회의윈 최병하의 아내로 살

  기로 결심한 그런 여자였어요. 그러니 제가 포기한 것 대신 다른 얻는 그 무엇이

  있어야겠죠 ? 안 그래요 ? 맞아요 전...제가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한 대신 다른

  그에 상응하는 댓가나 보상이 훗날 제게 주어지길 바랬던 것 뿐이에요. ”

 “ 어떤 보상을 바라셨는데요. ”

 “ 글쎄요... ”

 구체적으로 말하긴 좀 난감해서일까. 약간 말을 망설이고 있는 지현. 은영이 그런 지현을 바라보며 약간 따지는듯한 말투로 묻는다.

 “ 동상이라도 지어드려요 ? 아니면 송덕비라도 지어드려요 ? ”

 그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그런말을 듣는순간 지현이 오히려 더 어이없다는 듯 ‘아하하핫~~~!!!’ 하고 웃는다. 그리고 다시 물끄러미 은영을 바라보는 지현. 그리고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저번에 제가 말씀드렸었죠. 누군가 제 곁에서 절 지켜주며 제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

 아직 지현의 말뜻을 이해할수 없어서인지 의아함과 궁금한 감정을 함께 섞어 그녀를 바라보고있는 은영. 지현의 말이 이어진다.

 “ 언젠가 최의원님께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어요. 정치는 ‘교통정리’라고

  이를테면...서로 이해관계나 이익이 다른 그 많은 계층과 집단간의 갈등과 충돌을

  조정하고 정리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게 교통정리라고나 할까. 그런 비유를 하시

  더라구요. ”

 바로 지현이 자신과 안희현 보좌관과의 사이를 의심할 때 그녀와의 특별여행까지 간 자리에서 아내를 달라며 정치를 ‘교통정리’에 비유했던 최병하. 그러면서 정치를 하면서 세상에 대한 교통정리를 하다보니 집안문제에대해서도 나름 교통정리를 하는 방법을 익힌 것 같다고 말했던 병하. 그런 병하가 지현에게 이런말을 했었다. 안희현 보좌관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15년 보좌관이고 정치적 동지일 따름이지만 지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며 앞으로의 여생을 함께 가야할 사람이라며, 그러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딸들을 찾아주는 책무를 안희현 보좌관이 아닌 아내 성지현에게 지우기까지 했던 최병하. 헌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23년만에 찾은 최병하의 딸 은영 앞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성지현.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헌데 제가볼 때 정치는...‘제 사람을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

 “ 그건 또 무슨말씀이세요 ? ”

 아직도 지현의 말뜻이 잘 이해는 가지않아 여전히 의아함과 호기심의 감정을 담아 그와같은 질문을 하고있는 은영. 지현의 말은 계속된다.

 “ 저 역시 아무튼 국회의원의 아내로 10년을 살면서 남편을 내조하면서 살아보니

  정치란게 결국 그런것이더라구요.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내 편...내 사람

  을 늘릴수 있을까. 정치하는 사람들이 밤낮 궁리하는게 결국 그것이더라구요. 내

  말을 잘 듣고 따라줄 사람, 내 의견이나 견해에 동조해 줄 사람, 내 일을 돕거나

  협조해줄 사람. 그런식으로 하다보면 내 사람...내 계파...그러다보면 차츰 내 정책

  이나 소신에 동조해줄 사람...내 비전을 이해해주고 그것을 적국 지원해주고 후원

  해줄사람...그렇게 더 나아가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유권자들이 늘어나다보

  면 그러다 결국 국회의원도 하게되고 시장,도지사도 하게되고 나중엔 대통령도

  하게되고 그런게 정치 아니겠어요. 정치란걸...국회의원의 아내로 10년 지켜보니

  느끼는게 그것이더라구요. 정치는 ‘내 사람을 만드는 것’ 이다. ”

 “ ...... ”

 “ 그러니 저도 그렇게... ”

 “ ??? ”

 “ 제 인생의 정치를 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제 일을 곁에서 도와주면서

  제 말을 잘 듣고 들어줄 사람. 제 편이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

  다. 그 생각을 하게된거에요. 정치는 ‘내 사람을 만드는 것’ 그리고 전 그렇게

  제 인생의 정치를 하고 싶었다...그 의미에요. 앞으로 남은 인생 그저 날 곁에서

  지켜주며 내게 든든한 의지처가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줄 그런 동료나 동지가

  한둘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

 의미심장하게 지현은 은영을 바라본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그래서 일전에 은영씨에게 그런 부탁을 했던거에요. 앞으로 제 일을 도와주는

  딸겸 비서겸 그렇게 제 사람으로 곁에 있어주었으면 한다는...그래주실수 있곘

  어요 은영씨 ? ”

 은영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성지현 이 여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뭔지 알듯도 하고 모를듯도 한 다소 알쏭달쏭한 느낌이기도 한데, 다만 정치는 ‘내 사람을 만드는 것’이란 지현의 비유는 그런대로 이해가 갈 것도 같고 공감도 갈 것 같다. 정치가 결국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을 늘려가는 행위라면 자신의 인생에서도 내 곁에서 날 이해해주고 따라줄 사람을 하나라도 더 구하는 것. 그것도 나름 ‘인생의 정치’라 말할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바로 그런 맥락에서 최병하의 스무살 어린 후처 성지현은 자기 사람이 필요했다는 그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젊은시절 이혼한 상처가 있고 23년전 잃어버린 딸들로 인한 상처와 죄책감에 지난 23년 시간을 살아온 그 최병하. 그 최병하의 아내로 10년을 살아온 지현. 그 지현이 국회의원의 아내로 10년 가까이를 살면서 그리고 어느덧 나이 40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은 자신에게도 ‘자기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그래서 지현은 이렇게 최병하의 23년만에 찾은딸 은영 앞에서 이런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은영씨가 앞으로 그러니 내 곁에 있어줘요. 앞으로 제 곁에서 제 일을 도와주고

  지켜주는 그런 존재가 되어주셨으면 해요. 제가 은영씨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

  에요 ”

 두 사람이 그렇게 1층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 2층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다름아닌 병하의 둘째딸 미령이다. 미령은 지현이 은영과 함께 있는 모습에 괜시리 무안해져서일까. 도로 2층으로 올라가려 했는데, 그때 미령을 본 지현이 그녀를 부른다. 그리고는 이리로 오라고 손짓한다.

 “ 왜 도로 올라가요. 이리와요. ”

 “ 아...아니에요 전... ”

 민망함에 2층으로 올라가려는 지현을 속도를 내어 따라잡아서는 도로 손을 잡고 거실로 데려오는 지현. 그리고 은영과 함께 두 사람을 거실 소파에 앉게한다. 그리고 다과를 간단히 내와서 그것을 나누며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간다.

 “ 그러고보니 아직... ”

 “ ??? ”

 “ 두 분 큰언니...그러니까 최의원님의 큰딸인 수정씨는 아직 못 찾은거네요 ? 그 일

  전의 가짜딸 말고 진짜 수정씨요. ”

 “ 그건 그렇죠. ”

 지현의 입에서 수정언니의 이야기가 언급되는건 조금 뜻밖이라서일까. 미령이 그와같이 대꾸하고, 지현은 차 한모금을 음미한뒤 말을 다시금 이어간다.

 “ 큰언니 찾는 문제도 제가 성심성의껏 도울께요. 그러니 우리 큰언니 수정씨도 힘

  을 모아서 한번 꼭 찾을수 있도록 노력해봐요. ”

 “ 아...아니 저... ”

 미령의 입장에선 지현의 이런 태도가 다소 과해보이는 느낌이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꿍꿍이속이라도 있는것처럼 보여서일까. 살짝 경계심으로 뭔가 입을 여는데, 하지만 딱히 할말이 없어서인지 말을 제대로 잇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미령을 바라보며 지현이 말을 건넨다.

 “ 왜요 미령씨 ? 제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 ”

 “ 아...아뇨 그보다 전... ”

 “ 그보다 뭐요 ? ”

 “ 너무...무리하시는 것 같아서. ”

 “ 뭐...무리하고 말고할게 뭐 있나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두분을 찾은데는 딱히 제

  가 노력한게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거잖아요. 오히려 제가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은영씨가 그렇게 제발로 저희집으로 찾아오는 일만 없었어도 전 어디 마땅히 찾

  을만한 단서도 없는 가운데...도대체 최의원님 딸들을 어디서 찾나 막막해하고 있

  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어쩌면 저도 의원님과 함께 그 안희현 보좌관이 만든 가

  짜딸에 여전히 깜빡 속고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

 “ 생각해보니 그건 그러네요. ”

 만약 은영이 제발로 찾아오지만 않았다면 희현과 공모한 가짜딸 수정은 과연 무슨일을 꾸몄을것이며 또 이 집에서 지현의 입지는 어떻게 되었을것인가. 미령이나 은영은 안희현이 꾸민 그런 엄청난 음모까지는 알 수 없는 처지지만 지현의 입장에선 진짜 소름돋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더욱 병하의 진짜딸 은영과 미령에게는 더더욱 친밀해지려 애쓰며 심지어 큰딸도 자신이 직접 찾아주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지현과 은영,미령간의 다소 야릇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가운데 세 사람은 함께 다과를 들며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다.

 “ 최의원님이 실수하신거에요 제가봤을때는. ”

 그로부터 얼마후.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좀 뜬금없이 은영이 이야기를 꺼냈다. 여전히 가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미령, 재연배우로 활동하는 은영, 그리고 아직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최병하와 그 내조를 하고있는 아내 성지현. 따라서 각기 스케줄이나 출퇴근 시간이 어차피 맞지 않아서 이렇게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은 그리 흔치가 않다. 한편 안희현은 최근 구속되었고, 덕분에 최병하에겐 의원 보좌관 자리가 하나 비었는데 병하는 미령이나 은영중 한명을 자신의 보좌관으로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하지만 은영은 병하보다는 지현이 자신의 비서로 쓰고 싶어해서 그로인한 갈등기류가 살짝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한 갈등은 아니었고, 약간 야릇한 기류가 형성되는 정도의 분위기였고, 그런 상황에서 은영이 놀리듯이 최병하에게 한마디 한 것이다.

 “ 아니, 근데 이 녀석이...대체 내가 뭘 했다고 ? ”

 “ 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엄마 입에서 툭하면 외롭다느니 힘들다느니...그런 소리

  가 다 나와요. 제 앞에서 지금껏 그런 하소연을 얼마나 하셨는지 알기나 하세요

  ? 그러게...어쨌든 나이 40에 스무살이나 어린 젊은 여자와 재혼하셨으면 좀 잘 해

  주시지나 않고... ”

 “ 아니, 근데 이 녀석이 점점...그나저나 수지야...아니 은영아. 넌 대체 언제까지 애

  비한테 최의원님이라고 부를거냐 ? 이 녀석이 근데 이 집에 들어와 산지가 벌써

  몇 달짼데 여전히 애비한테 최의원님이라 부르고있어. 이 녀석아, 너 그런식으로

  자꾸 하려거든 차라리 내 집에서 나가. 나 원...어릴 때 이름이었던 수지로 도로 바

  꾸는것도 싫다고 여전히 은영이란 이름으로 계속 쓰고있는 녀석이... ”

 “ 아하하핫... ”

 


 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달려오는 차가 한 대 있다. 그 차가 어디선가 멈춰선다. 차안에서 누군가가 내린다. 우산을 쓰고 내리는 웬 의문의 여인. 목발을 짚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데 쿨럭쿨럭 기침소리가 뭔가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게한다. 헌데 그녀의 뒤를 이어 웬 초췌한 노인 하나가 차안에서 내린다. 딱 봐도 지난 인생이 보통 아니게 힘들고 고단했구나 그런 것이 느껴지는 의문의 노인. 그 노인이 목발에 쿨럭거리는 의문의 여인을 옆에 데리고 있는 것이다. 여인이 젊은 여인인지 나이든 여인인지는 아직 확실치가 않다. 헌데 이런 사람들이라면 사는게 그리 형편이 여유가 있는 그런 사람들은 아닐터인데, 어떻게 이런 고급차를 운전 여기까지 올수 있었을까. 일단 운전석에는 이 차를 몰고 여기까지 온 듯한 누군가가 있는 듯 한데 운전석에 앉은이의 정체는 알수가 없다. 다만 노인이 살짝 고개를 들어 운전석의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듯 몇 번이나 인사를 한다. 이 빗줄기속에 자칫 온 몸이 다 젖을수 있음에도 합장절까지 올리며, 그리고는 목발을 짚은 여인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쿨럭쿨럭. 기침소리가 빗소리보다도 더 세차게 들릴 지경인데, 노인이 목발여인을 데리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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