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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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10)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 무슨...일이에요 ?

 수정이 2층에서 내려온 것이 그때의 일이다. 수정은 사실 똑똑하거나 눈치가 빠른쪽과는 거리가 먼 여성이다. 다만 잠귀가 좀 예민한 편이라 옆에서 누가 조금만 부스럭거리기만 해도 곧잘 깨곤 하는 그런 스타일의 여자다. 그러니 아무리 넓고 큰 집이라도 1층에서 이미 이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무엇보다 화장실이라도 가기위해 잠시 방에서 나와보니 1층에 불이 켜져있는게 느껴졌다. 다만 수정은 안희현으로부터 행여 무슨 꼬투리나 의심잡힐일이 없게 자신이 특별히 지시내린일이 아닌 다음에는 웬만하면 조용히 사고치지말고 가만있으라는 지시를 받은 뒤라서 이 상황에서 1층으로 내려가보는게 적절한가 적절치 않은가 고민을 좀 하던 중이었다. 사실 4선 국회의원인 최병하 의원은 정치권과 관련해서도 아니면 여타 사회단체 인사들이라던가 하다못해 민원인의 입장에서라도 밤늦게라도 찾아오는 손님이 종종 있었다. 따라서 최의원의 집엔 그런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평상시 출퇴근을 하는 가정부를 둘씩이나 둘 정도로 집에 일손이 좀 많이 필요한 그런편의 집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최병하측 손님이라고 보기엔 너무 터무니없는 오밤중의 시간이다. - 시계를 얼핏 보니 새벽 두시가 가까워져가는 시간이었다. - 게다가 최병하도 지금 다른일로 지방에 내려가있는 상황에서 그 아내 성지현이 대체 무슨일로 1층에서 누굴 만나고 있는것일까. 궁금함이 생기지 않을수가 없다. 2층에서 1층의 일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도 한계가 있으니 결국 이래저래 1층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수정. 지현이 그런 수정을 보자 잘되었다는 듯 불렀다.

 “ 수정씨, 마침 잘왔어요. 안 그래도 깨우기라도 해볼까 고민중이었는데 잘 되었네

  요. 좀 앉아요. ”

 설마 이 시간에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이런 집까지 자신을 찾아올만한 손님은 없을터인데 자신을 찾아온 손님이 있단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일이기에 더더욱 궁금해하며 일단 다가가보는데 소파에 앉아있는 웬 젊은 여성을 흘깃 보기는 하면서도 ‘설마 무슨일이 있으랴’ 싶은 심정으로 일단 평상시와 같은 태도로 편하게 소파에 앉아보았다. 헌데 지현이 수정에게서 어차피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위치해 앉아있는 은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 수정씨...혹시 이 아가씨 알아보겠어요 ? 혹 모르겠더라도 자세히좀 봐봐요. 혹

  시 기억나는 얼굴이나 잔상같은것이라도 있는지. ”

 이게 대체 무슨소리인가. 지현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수정은 이제 살짝 불안해지기까지 하는데 은영이 그런 수정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바라본들 무슨 달라지거나 확인할수 있는 일이 있을수 있을까. 한편 지현은 그녀 나름대로 둘이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동안 제법 세밀하게 두 사람의 외양이라던가 분위기 태도등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는 일단 수정에게 말을 건넨다.

 “ 헌데...수정씨...자란 고아원이 OO시에 있는 OO 고아원이라고 했었죠 ? ”

 “ 네, 그런데요. ”

 갑자기 그 이야긴 왜 꺼내는것인지 의아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일단 별다른 의심없이 (안희현이 지시한대로) 자신이 자란 고아원이 그곳이 맞다고 대답하긴 했다. 지현의 말이 이어진다.

 “ 여기 이분은 박은영씨라 하는분인데요 이분도 사실 갓난아기때 고아원에 맡겨져

  서 지금껏 고아로 자라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자란 고아원은 OO 고아원이라

  하고요. ”

 박은영이든 OO 고아원이든 수정이야 알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고아원이다. 헌데 대체 그게 뭘 어쨌다는것인지. 확실히 은영은 생각보다 눈치가 별로 없는것인지 뭔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한 파악이 다소 느린듯했다. 잠시 미묘한 침묵이 흐르다 지현이 다시 수정에게 물었다.

 “ 수정씨...김순주님이란분 알아요 ? ”

 “ 예 ? ”

 너무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허를 찔린것일까. 김순주란 사람이 바로 안희현이 자신을 최병하의 가짜 딸로 위장을 시키면서 일러준 실제 최병하의 딸들을 고아원에 맡겼다는 전부인이란 사실을 수정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미 최병하의 가짜딸 행세를 한지가 한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일까. 사실 수정이나 안희현에게 지금 주된 관심은 완벽하게 병하의 가짜딸 행세를 하는 것, 그리고 가급적 의심을 받거나 꼬투리를 잡히지 않도록 행동거지에 더더욱 조심하고 주의하는것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최병하의 전부인이자 (만약 자신이 진짜라면 친어머니 이름이어야할) 딸들을 고아원에 맡겼다는 장본인인 김순주의 이름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런사람 모르는데요’ 라고 답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것일까. 허나 수정이 이 상황에서 어찌 대처를 해야할지 머릿속에서 아직 어떤 판단도 생각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지현은 은영에게 이번엔 질문을 건네고 있었다.

 “ 박은영씨는 김순주님이란 분을 어떻게 안다고 했죠 ? ”

 “ 저희 친어머니 이름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아원을 나올 때 저희 원장선생님께서

  어머니 이름을 그와같이 가르쳐주셨고요, 절 고아원에 맡긴분도 저희 어머니가 맞

  다고 들었어요. ”

 그제야 수정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 아찔한 생각에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는데, 너무 어질어질해서 지금 무슨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지경인데 지현이 이미 그런 수정에게도 질문을 건네고 있었다.

 “ 수정씨...수정씨 친어머니 이름도 김순주씨라 하지 않았나요 ? ”

 “ 아...아니 저 그게... ”

 차라리 시치미 뚝떼고 ‘아니에요 !!! 저희 엄마가 김순주가 맞아요.’ 이렇게 나올수도 있는일인데 너무 경황이 없고 당황해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오는것일까. 아니면 생각지도 못하게 허점이 노출되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것일까. 수정은 여전히 무슨말을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지현은 그런 수정에게 사뭇 친절하게 설명을 좀 더 들려주고 있었다.

 “ 수정씨...수정씨 두 동생은 어릴 때 물놀이 사고로 죽었다고 했었죠. 그런데...여

  기 은영씨 말로는...그러니까 뭐라고 해야하나...은영씨가 어쩌면 수정씨 동생일수

  도 있어요. 실은 이분이 그걸 확인해보고 싶다고 오셨다네요. ”

 “ 네 ??? 뭐...뭐라고요 ??? ”

 ‘아...이제 진짜 틀렸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머릿속이 아찔해져왔다. 현기증이라도 나서 쓰러지지 않은게 다행이라고나 해야하는건지. 일단 지현은 은영과 수정을 마주앉게 하고 그리고는 차분하게 다시 말을 이어간다. 생각보다 침착한 성격의 지현이다. 그녀야말로 어차피 이렇게 된 것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겠다는 심산인것인지.

 “ 제가 봐도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네요. 여기 박은영씨 친어머니도 김순주, 수정씨

  어머니도 김순주. 게다가 어릴 때 고아원에 맡겨졌다는 정황도 같고, 다만 수정씨

  는 어린 두 동생과 함께 고아원에 맡겨졌는데 그 두 동생이 물놀이 사고로 죽었다

  고 했는데...은영씨의 경우엔 갓난아기때 맡겨져서 그 당시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최근 언니 한명을 만났다고 해요. 헌데 그 언니의 말에 의하면 원래 모두 3자매였

  는데 그 3자매가 모두 제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겨진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리

  고 만약 그 3자매를 고아원에 맡긴게 역시 그 김순주님이란분이 맞다면...어쨌든 여

  기 은영씨 3자매도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에 의해 고아원에 버려진것이고요. ”

 대체 이게 무슨소리인가. 그렇다면 지금 여기 자기 눈앞에 있는 은영이란 여자가 설마 진짜 최병하의 딸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럼 이제 자신은 어찌되는것일까. 무엇보다 이 다급하고 급박한 상황에 오밤중일지언정 자신의 사촌언니 안희현에게 긴급전화라도 걸고픈 그런 심정이다. 하지만 지금 그걸 하겠다고 여기서 도망칠수도 없는 일이지 어질어질한 상황에서 가슴이 두근거려 어쩔줄 모르고 있는 수정과는 달리 은영은 대체로 차분해보였다. 그런 은영과 수정을 바라보며 지현의 말이 다시금 이어졌다.

 “ 저도 솔직히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여하튼 확실한건 두분

  어머니 성함이 똑같이 김순주씨고 어릴 때 고아원에 맡겨져 자란 정황만은 분명

  한거잖아요. 그렇죠 박은영씨 ? 그리고 최수정씨. ”

 “ 네. ”

 “ 네 ? 네에... ”

 물론 은영 역시 어쨌든 혈육관계 여부를 확인하러 온 마당에 어쩌면 그 당사자일지도 모르는 사람과도 마주앉은 상황인데 긴장이 왜 되지 않으랴. 하지만 은영의 경우엔 오늘 자신이 한 행동이 나름 당당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대체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반면 수정은 떨고있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을 거듭 바라보며 지현이 제안을 한다.

 “ 그...확실하게 최의원님과 그리고 은영씨,수정씨 세분 모두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

  해보는건 어떨까요 ? ”

 “ 네 ? ”

 “ 누가 진짜 아버지와 딸 사인지 또는 두 사람이 혹시 친자매간은 아닌지 그걸 모두

  확인해보려면 그게 가장 확실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제 말은 최의원님과 수정씨 유

  전자검사, 은영씨와 최의원님 유전자 검사, 거기에 덧붙여 두 사람이 자매간이 맞

  는지 그 여부까지 확인해보자는거죠. 그렇게 세건을 한꺼번에 의뢰하는거 동의하

  시나요 ? ”

 “ 네, 동의합니다. ”

 일단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모든 의문이 풀려지고 확실해지겠지 그런 생각에서일까. 긴장감과 떨림은 은영의 심리나 수정의 심리나 다르지 않다고 해야겠지만 그 심리의 뿌리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은영의 경우엔 어차피 각오하고 한번은 넘어야하는 산이라면 넘겠다는 그런 나름의 결기가 깃든 긴장감이라면 수정은 이 사태를 어찌 대처해야할지 몰라 느끼는 불안함과 떨림이다. 의외로 덤덤하고 차분하게 – 속으론 여전히 긴장하고 있을지 몰라도 – 동의한다고 말한 은영과 달리 수정은 펄쩍 뛰었다.

 “ 아...안돼요 !!! 싫어요 !!! ”

 “ 네 ? ”

 자신이 지금 무슨 실수를 했는지도 깨닫지 못할만큼 수정은 펄쩍 뛰고 있었다. 그 너무 예기치 못한 행동에 지현은 물론 은영까지도 당황스러운 듯 수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수정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입에서 나오는대로 그냥 뱉어버린다.

 “ 저 실은 얼마전에 염색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유전자 검사 해봐도 몰라요. 머리카

  락 염색을 했기 때문에...어차피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거에요. ”

 머리염색을 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다 ? 어차피 지현이나 수정이나 은영이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세 사람 모두 유전자 검사와 관련한 어떤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정이 다급하게 내건 핑계에 대한 어떤 판단이 서거나 하진 못했다. 다만 일단 그 이유가 그럴듯하게 들려서인지 지현이 수정의 그 이야기는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 알았어요. 그럼...그럼 그 염색물도 빼고 해야할텐데 그럼 언제쯤 유전자 검사에

  응할수 있는거에요 ? ”

 “ 그...그거야 뭐...염색물 빠지고 머리카락 새로 자라는데는 한 1-2주 정도 시간이

  걸릴테니까. ”

 “ 알았어요. 그럼 어쨌든 한 두주정도 후엔 유전자검사 응하는데 아무문제 없는거

  죠. ”

 “ 그...그게... ”

 어찌해야하나. 다급하게 염색 핑계를 대서 두주 정도의 시간을 벌게될 수는 있었지만 그 이후의 유전자 검사 제안에는 응해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 사이 또다른 핑계를 댈만한게 생기지 않는한 유전자 검사가 피해갈수 없는 일이란 것을 깨달은 수정은 순간 다시금 아찔해진다. 어찌해야하나. 머릿속으론 천가지 만가지 고민이 피어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현이 차분한 어조로 그런 수정에게 다시금 말을 건넨다.

 “ 수정씨, 뭘하고 있어요 ? 두주후엔 분명히 유전자 검사 응할수 있는거죠 ? 참고

  로 모두 세건을 의뢰해야하는거에요. 수정씨와 저희 남편의 친 부녀관계 성립문제

  그리고 여기 박은영씨란 분과 저희 남편의 역시 친부녀 관계 문제 그리고 박은영

  씨와 최수정씨가 자매간이 맞는지 여부까지. 그렇게 모두 세건. 이의없죠 ? ”

 “ 네 ? 네... ”

 염색핑계 말고 이젠 어차피 다른 핑계 댈 것도 없어서인지 눈을 질끈 감아보고는 수정은 하는수없이 답한다. 지현이 일단 그 대답을 접수하고 이제 은영을 바라보며 묻는다.

 “ 은영씨도 유전자 검사 세건 다 이의없는거죠 ? ”

 “ 네, 전 이의없습니다. ”

 어차피 그것을 알아보고 싶어 이렇게 한밤중에 최병하 의원의 집 가택침입까지 한 처지 아닌가. 따라서 그런 은영에게 이의가 있을수는 없다. 그렇게 최병하-최수정(사실은 박정아)의 친부녀관게 성립문제, 박은영과 최병하간의 친부녀관계 여부, 거기다 수정과 은영사이가 자매간인지 아닌지까지 확인해보는 그 세건의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다만 수정이 머리염색 문제 때문에 시간을 달라고 했으니 머리카락 채취는 세 사람이 그때가서 다시 만나서 셋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각자 머리카락을 뽑아 확인해보기로 했다. 행여 다른 누구든 조작을 하는일이 없이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최병하 의원 머리카락 채취는 아내인 지현이 직접 확인을 해보는 것으로 하고 그 작업 역시 수정과 은영이 모두 보는자리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되면 최병하와 은영의 만남 자리도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은영의 언니 미령은 최병하 의원은 물론 안희현 보좌관과도 면식이 있지만 아직까지 은영은 병하를 직접 만나본적은 없다.

 은영이 이쯤에서 돌아갔고 지현은 한밤중에 소란을 피워서 미안하다며 수정에게 사과하고 그만 올라가서 자라고 했지만 방으로 돌아온 수정은 편히 잠을 이룰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날이 밝자 지현이 일이 있어 외출을 하고난 뒤에 바로 부리나케 희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새벽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난 뒤 다시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으나 잠을 이룰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날이 밝고 지현이 외출할때까지 한 6-7시간이나 되었을까 하는 시간이 수정에게 얼마나 길고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어쨌든 수정은 지현이 외출하자마자 바로 자신의 사촌언니 안희현에게 다급히 전화를 건다.

 “ 뭐...뭐라고 그게 무슨소리야 ? ”

 수정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희현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수정은 그런 희현에게 불안함과 초조감을 호소하며 말을 건넸다.

 “ 그...이름이 어쨌든 박은영이라고 했던가. 여하튼 그 여자도 고아원에서 자랐는데

  엄마 이름이 김순주래. 그리고 언니라는 사람을 최근에 만났는데 위로 원래는 언니

  가 하나 더 있었대. 그러니까 3자매... ”

 “ 3자매...확실하게 3자매인거야 ? ”

 “ 그야 뭐...그 여자 입으로 직접 한 이야기니까... ”

 은영이 자신의 사연을 지현에게 말했지 수정까지 보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니까 또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수정이 그 상황에서 좀 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거나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하튼 그러니 더더욱 답답하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수정의 심리. 한편 희현도 막상 그런 이야기를 수정으로부터 듣고나니 손이 떨리고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정황이 그러하다면 진짜 최병하의 잃어버린 딸이 나타난것일 가능성도 분명 있는 것 아닌가. 어릴 때 고아원에 맡겨졌고 그 3자매중 막내라는 여자가 찾아왔다니. 이미 병하의 세 딸중 둘째와 셋째는 죽었다고 말해놓은 상태이니 그런 상황에서 진짜 딸이 나타나면 어찌하는가. 희현은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희현의 입장에선 여하튼 병하를 확실하게 자기곁에 붙잡아 두고 싶어서 벌인일. 그의 보다 확실한 환심과 신뢰를 얻고 싶어서 꾸민일. 헌데 그 모든게 다 어그러질판 아닌가. 희현은 일단 어쨌든 침착하려 애쓰며 수정에게 말을 건넨다.

 “ 수정아, 지금 어디니 ?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 어차피 전화로 통화할일은 아니

  니 우리 늘 만나는 거기서 만나. 바로 지금 꼭 와라. ”

 만사 제쳐놓고 이 일부터 처리를 해야할 것 같아서 바로 수정보고 만나자고 하고 그리고 두 사람의 비밀 접선장소로 정해놓은 그곳으로 갔다. 수정, 아니 원래 이름 박정아가 먼저와서 희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 언니... ”

 “ 대체 어떻게 된거야 ? 다시 차근차근 이야기해봐. ”

 희현의 성화에 정아가 간밤에 일어났던 소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해주고 희현은 막상 듣고보니 기가막혔다. 아니, 그 일 자체보다는 그런 상황에서 내놓은 유전자 검사 날짜를 미루려는 핑계를 댄 정아의 처신이 더 기가막혔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희현은 수정의 팔을 한번 툭 치기까지 하며 그녀를 다그쳤다.

 “ 이 바보야 !!! 그 상황에서 니가 거부를 하면 어떻게해 ? 그건 니가 가짜라는걸

  시인하는 꼴밖에 더 돼 ? ”

 “ 그럼 어떻게 해 ? 성지현 그 여자가 유전자 검사 세건을 모드 의뢰해보자고 그렇

  게까지 나오는데. ”

 “ 그래도 일단 시치미떼고 응한뒤에 그 다음에 나한테 전화를 했어야지. 그래야 그

  다음 대책을 세우던가 했을거아냐. 그런데 니가 그걸 거절하면... ”
“ 머리염색 때문에 안된다고 했어. ”

 “ 머리염색 ? ”

 사실 안희현도 어디까지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권 인사일뿐 유전자 검사 자체에 무슨 전문 지식이 있거나 한 사람이 아닌 것은 정아나 은영등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 머리염색을 해서 유전자 검사가 안된다는 핑계가 과연 사리에 맞는 핑계가 되긴 하는것인지. 희현도 그것을 지금 바로 확인해보거나 할 수는 없는 처지로 혼란스러운 머릿속에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여전히 난감해하고 있었다. 정아는 그녀대로 불안한 마음 가운데 희현에게 말한다.

 “ 언니, 그런데 머리염색...유전자 검사에 지장있는건 맞는거지 ? ”

 정아도 그녀대로 자신이 제대로 핑계를 대긴 한것인지 불안한 마음에 그와같이 물을 수밖에 없었을것이고 희현은 그녀대로 열 살터울의 사촌동생의 물음에 어찌 답하는게 좋을지 몰라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일단 희현은 처음에 유전자 검사를 거부한 정아의 처신에 대한 어리석음부터 거듭 책망할뿐이다.

 “ 그러게 왜 그냥 유전자 검사 응하겠다고 하지. 왜 그런 쓸데없는 핑계를 대 ? 이

  래저래 아주 의심살 일만 골라가며 했구만. 그리고 이게 어디봐서 염색한 머리냐

  ? 그냥 지나가다 얼핏봐도 딱 그냥 평범한 생머리구만. ”

 짜증스러운 듯 희현은 공연히 정아의 머리카락까지 한웅큼 쥐고 흔들어보이며 그렇게 사촌동생을 다그친다. 정아도 그녀대로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에 무슨 말이라도 하고픈 심정으로 입을 연다.

 “ 그리고...일부러 검은색으로 염색하는 사람들도 있어. 꼭 나이든 할아버지들이 흰

  머리 흉해서 염색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나 학교다닐 때 보면 머리가 갈색이나

  노랑빛이 나서 그것 때문에 일부러 염색하는 애들도 있더만. ”

 “ 지금 우리가...그런게 문제니 ? 우리한테 문제는...두주후엔 어쨌든 유전자 검사에

  응하기로 했다며 ? 그러니 그 문제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세우냐 그게 문제인거지

  . ”

 희현은 실제 이 갑작스러운 엄청난 사태에 어찌 대처를 해야할지 마땅한 대처방안이 떠올려지지가 않아 답답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만의하나 정말 진짜딸이 나타난것이라면 ? 그 이후의 일은 어찌되는가. 생각만 하면 끔찍한일인지라 희현은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수정에겐 의심사지 않도록 당분간 행동거지 조심하라고 단단히 일러둔뒤 집으로 돌아가 대기하고 있으라고 했다. 희현은 어떤 뾰족한 대책이 나오면 그때 다시 수정을 불러 상의를 해볼 생각이었다. 





 한편 은영은 집으로 돌아가서 미령에게 자신이 최병하 의원의 집에 밤에 몰래 찾아간일과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전했다. 한밤중에 병하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지현에게 들킨뒤 유전자 검사를 한번 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이른 새벽시간이 되어서야 은영은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은 마침 촬영 스케줄이 없는 날이기도 해서 집에서 휴식을 취한뒤 저녁늦게 미령이 퇴근하자 찾아가서는 그와같은 사실을 말한 것이다. 애초에 최병하가 딸을 찾았다는 소식을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접한뒤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확인을 해보고 싶다고 하던 은영과는 달리 신중론을 펴던 미령이 아닌가. 게다가 오히려 미령은 자신의 일로 종종 국회에 출입하면서 최병하 의원은 물론 안희현 보좌관과도 면식이 있는 사이기도 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더욱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계속 내비쳤었다. 게다가 원래 최병하의 보좌관 안희현과 껄끄러운 관계 떄문에라도 그 문제에 대한 확인만은 더더욱 난감해서 주저하고 있었는데, 자신도 아닌 은영이 직접 병하의 집까지 찾아갔다는 사실에 미령은 더더욱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 은영아 너... ”

 어쩌자구 그런일까지 벌였냐며 동생이 너무 생각없이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령은 더더욱 기가막히고 어이없어 하는데 그러나 은영이 어쩐일인지 차분하고 침착하게 말을 이어간다.

 “ 그리고 무엇보다 막상 사모님 만나 뵙고 보니 굉장히 경우있으신 분 같더라. 무

  엇보다 뭔가 침착하면서도 합리적으로 뭔가 판단해가며 확인하려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고말야. ”

 “ 그건 또 무슨소리야 ? ”

 “ 어쨌든...나하고 최병하 의원님 그리고 그 수정씨라는 분, 거기다 나하고 수정씨

  유전자 검사까지 모두 해보자고 하셨다니까. 그러면 모든게 깔끔하고 확실하게 정

  리가 되고 확인할수 있지 않겠냐고. 뭔가 그렇게 단칼에 정리하려드는 모습이 인

  상깊었어. ”

 어떤 의미에선 병하의 젊은 아내 지현에게 그런대로 호감을 느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것일까. 은영은 어쩐일인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속내를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이다.

 “ 사실 처음엔 사모님과 처음 마주쳤을 때, 만감이 교차하더라. 만약 최병하 의원이

  정말 우리 아빠가 맞다면...그분은...그러니까 우리한테 새어머니가 되는건데... ”

 “ 은영아... ”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그런말을 입에 담는 미령을 은영이 잠시 만류해보려한다. 허나 은영은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그냥 자기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려한다. 가만보면 대체로 거침없이 그냥 자기 생각을 말하는 편인 그런 은영이기도 하다.

 “ 어디까지나 만약을 전제로하고 하는 이야기잖아. 사실 난...늘 해온 이야기지만 처

  음엔 부모님이고 가족이고 그런분들을 찾거나 할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체념하고 살

  아왔던 사람이고...다만 난 왜 고아원에 맡겨졌을까 그 부분에 대한 궁금함과 원망

  감만을 막연히 간직하고 살아온 그런 사람이야. ”

 “ ...... ”

 “ 헌데 이렇게 언니 만나고...또 우리가 어떻게해서 고아원에 제각기 맡겨진건지 그

  경위도 대충은 알게되고...그러고보니...김순주 그 여자에 대한 내 감정이 참 복잡해

  졌어. 언니는 그거 알아... ? ”

 “ 대체 뭘...도대체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건데. ”

 “ 어쨌든 김순주 그분은 우리를 낳아준 친엄마.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릴 제각기 다

  른 고아원에 맡겨 서로 찾을수조차 만들 수 없게 만들어버린 여자. 뭐 어쨌든 우

  리 둘은 이렇게 만나게 되었지만말야...그러니 하물며 그런 사람에 대한 우리 아빠

  의 감정은 또 어땠을까. 그 생각도 해봤고... ”

 “ 은영아... ”

 사실상 최병하가 친아버지가 맞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하는 이야기 같아서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령은 더더욱 이런 은영의 태도가 걱정이 된다. 은영도 그녀 나름대로의 복잡한 감정을 이렇게 그나마 20년만에 만난 친언니 앞에서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는것뿐인데, 다만 자신이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 스스로도 들어서였는지 그쯤에서 멈추고 살짝 화제를 돌린다.

 “ 근데 언니... ”

 “ ...... ”

 “ 만의하나 정말 최병하 의원이 우리 아빠가 맞으면 그럼 지금 대체 최의원님 댁에

  있는 그 여자는 누굴까 ? 대체 정체가 뭘까 ? ”

 “ 글쎄... ”

 은영과 달리 미령은 최병하와의 친자확인 문제에 대해선 별 고민을 안해봐서인지 하물며 그 찾았다는 친딸의 정체 문제는 아예 관심권 밖이었는 듯 약간 한숨을 내쉬면서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은영의 너무 앞서나가는듯한 이야기도 여전히 최병하 의원과 친자관계 여부 확인에 대해선 난감해하는 모습인 미령의 입장에서도 뭔가 더 진전될만한 주제의 이야기가 없어서인지 잠시 두 사람 사이엔 침묵이 흐른다. 헌데 그러다 한참만에 미령이 입을 연다.

 “ 은영아... ”

 “ 응, 언니. ”

 “ 나 사실 이제야 하는말이지만...솔직히 최의원님 처음 봤을 때 뭔가 이상한 느낌

  을 받은게 있었어. ”

 “ 이상한 느낌 ? ”

 이건 또 갑자기 무슨소리인가 ? 은영이 의아해하고 있는데 미령이 뭔가를 꺼내 가져온다. 바로 그 문제의 연습장이다. 미령이 아빠얼굴을 떠올려보고 싶어서 늘 그 얼굴을 그려오곤 했다는 그 연습장. 머릿속엔 기억나는 얼굴이 있는데 그 얼굴이 그림으로는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그점을 늘 안타까와했다는 문제의 그림. 지금 다시 펼쳐봐도 아무래도 미령의 그림실력이 없는 탓인지 그야말로 초등학생이 사람 얼굴과 눈코입귀 그린 것 그 이상은 아닌 것 같은 그런 그림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미령이 그 그림을 좀 더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뒤 은영을 보며 말한다.

 “ 사실 나...머리속에 기억에 있다는 아빠얼굴...보면 알 것 같은데...만약 만나게 된

  다면 알것같은...머리속엔 마치 잔상처럼 영화 하이라이트 한 장면처럼 어렴풋한 얼

  굴인데... ”

 “ 근데 그림으론 잘 안 그려진다며 ? 머릿속 기억엔 있는데 그 기억속 그림이 정작

  실제 그림으론 그려지지 않는다고. ”

 “ 사실 나... ”

 “ ??? ”

 “ 최병하 의원님 처음 봤을 때, 그 기억속 얼굴과 많이 흡사하다는 그 느낌을 받았

  었어. ”

 “ 뭐...뭐라구 ???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이번엔 은영이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저 문제의 연습장 그림은 두 사람이 친자매임을 확인하기도 전에 다만 서로 이웃집에 살며 같은 고아출신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친목 나누며 간식과 술을 나누다 하루는 연습장을 보여주며 했던 이야기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지 머릿속 기억은 분명 있는데 그 기억속 얼굴이 제대로 그림으로 그려지질 않는다며 그것을 안타까와했던 미령. 헌데 지금와서 최병하 의원 얼굴이 그 기억속 얼굴과 흡사하다는 것 아닌가.

 “ 사실 그랬었어. 다른 사람들도 혹 나같은 경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난 분명

  아주 오래전부터 흐릿한 기억으로나마 잔상처럼 떠오르는 얼굴이 분명 있었거든...

  헌데 그 얼굴...사실 너무 막연하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일일이 붙잡고 확인해볼

  수도 없는 일이고... ”

 “ 그런데... ”

 “ 주문받은 가구물품 납품하는 일을 하러 국회를 여느때처럼 들락거렸던 그날. 그냥

  우연히 최병하 의원 그분과 사무실에서 마주친 것 뿐인데... ”

 “ ??? ”

 “ 딱 그분과 마주친 그 순간...그 느낌이 들더라. ‘어 ? 이 얼굴인데 ?’ 그런 느낌이

  라고나 할까. ”

 “ 언니, 대체 무슨말이야. 그러니까 언니 말인즉슨 언니 기억속 아빠얼굴이 최병하

  의원 얼굴이 맞다는 소리잖아. ”

 “ 그러니까 더더욱 신중하게 해왔다는 소리잖아. 이 기집애야 !!! ”

 은영이 마치 왜 그러면서 지금껏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냐며 항의라도 할듯한 기세로 나오자 미령이 더더욱 펄쩍뛰며 그렇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미령도 미령 나름대로 복잡한 감정이 있는것일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눈물까지 고이는데 미령은 잠시 한동안 자신을 주체못하는듯한 그런 모습을 보이다가 걱정된 은영이 미령을 달래며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이자 그제야 좀 차분해진 얼굴로 은영을 바라보며 말한다.

 “ 너라면 그럴수 있겠니 ? 아무리 그렇기로 다짜고짜...어쨌든 생전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아...아빠 혹시 우리아빠 아니에요 ? 기억속 우리 아빠 얼굴같은데...죄송

  하지만 지금이라도 확인해보면 안될까요 ?’ 그렇게 말할수 있었겠냐구 ? 그것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하긴 넌...이미 겁도없이 최의원님 자택에까지 침입

  한 몸이니까 너였다면 충분히 그럴수 있었겠다. ”

 “ 언니 !!! ”

 미령의 그와같은 말에 펄쩍뛰는 은영의 모습. 언니 미령이 동생인 자신을 마치 생각없는 아이라도 되는양 말하는 모습에 더더욱 부아가 치밀어서 그런지 억울한 감정을 담아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무슨말이 그래 ? 나 그렇게 생각없이 사는애 아냐. 난 다만 어쨌든 너무 답답하

  고 미심쩍어서 도대체 이 의문을 풀지 않고는 견딜수 없어서 그렇게 한것뿐이고...

  헌데 어쨌든 언니는 최의원님 처음 뵈었을때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말인거

  야 ? ”

 미령의 그와같은 말도 있었고해서 은영이 다시금 문제의 연습장을 살펴본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사람얼굴 그린 낙서수준에 비슷한 그런 그림에서 최병하 의원과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제 은영도 비록 병하와는 여전히 일면식이 없는채 그 아내라는 여자하고만 만나봤을뿐이지만, 적어도 병하의 딸 상봉 관련 기사를 접해보면서 기사 사진을 통해 최병하의 얼굴을 확인해보기는 했다. 사진으로 확인해본 최병하의 얼굴과 미령이 아빠얼굴이 떠올려질때마다 그려보려 했다는 문제의 그림. 허나 그 그림만으로는 딱히 무슨 단서나 공통점을 발견할수 있는 것은 아니니 다만 그만큼 미령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그 답답한 마음이 어느정도였을지가 이해가 돼 언니가 다시금 안타깝게 느껴질뿐이다. 은영이 미령을 한번 안아본다.

 “ 언니...우리 만약에...만약에말야. ”

 “ 만약에 뭐 ? ”

 “ 만약 정말...최병하 의원 그분이...정말 우리 아빠가 맞으면...맞으면 다행인거지만

  ... ”

 “ 다행이지만 ? ”

 “ 만약 아니면 그땐 차라리 우리 둘이서 어디 멀리 도망가서 살자. 혹시 해외로 나

  갈 방법이 있으면 외국으로라도 나가고 그게 안되면 어디 시골구석이나 무인도

  같은데서라도... ”

 “ ??? ”

 “ 언니, 나 사실 무서워. 진짜 만약에 아니면...나 만약 확인해봐서 아닐 경우 그 뒷

  감당 못할거 같아. 최의원님 댁에서도 만약 사실이 아닐 경우 모든 처벌 감수하겠

  다고 말하고는 나왔지만 나 솔직히 무서워. ”

 단순히 법적 처벌을 받는 문제나 최병하 의원 내외에게 천하의 사기꾼이나 인간 쓰레기쯤으로 낙인찍힐게 뻔한 그런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불과 얼마전까지는 눈꼽만큼만한 단서조차 없어, 아니 은영의 경우엔 아예 갓난아기때 맡겨져 부모나 가족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어 가족을 찾을생각 자체를 안하고 살아왔던 지난 20여년 인생. 그런데 천행으로 최근에 이렇게 친언니 되는이를 만나게 되었고, 아직 남아있는 부모님의 행방과 확인문제. 헌데 찾을 단서가 없어 막연하기만 했던 그 단서가 어쩌면 실날같은 실마리나 희망 같은게 보일것만 같은 그런일이 벌어진것인데, 만약에 아니면 어쩌나.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자신이 너무 엄청난 일을 벌인것만 같다는 그 자각이 이제야 들어 그 두려움에 은영은 떨고있는 것이다. 단순히 처벌받거나 그만한 사회적 지위를 갖춘이들로부터 인간쓰레기로 찍히는 문제때문만이 아닌 그나마 가족을 찾을수 있을까 희망을 걸어보려헀던 실날같은 단서마저 사라져버릴수 있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그 뒤의 답답함과 막막함 그리고 절망감은 어찌 감당해낼까. 그 뒤의 좌절과 절망감은 또 어쩌면 좋단 말인가. 바로 그 부분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은영은 현재까지는 유일한 혈육일 수밖에 없는 23년만에 찾은 언니 미령의 품에 안겨 그렇게 울먹이며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은영의 마음이 미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23년만에 서로의 존재를 알게된 미령과 은영 자매는 그렇게 작은 방안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고 또 울고 있는 것이다.



- 11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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