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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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9)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병하가 밤늦은 시간 퇴근을 했는데, 아내 지현의 얼굴이 다소 어두워보였다. 아니 딱히 오늘 하루 그렇다기 보담은 근래들어 아내의 태도가 남편 병하가 지켜보기에 그랬다는 이야기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뭔가 예전같아 보이지 않는 느낌의 아내의 모습. 설마 했지만 아무래도 큰딸 수정을 찾은 뒤부터의 모습이 그렇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되겠다는 듯 잠자리에 들기전 조용히 아내를 불렀다.

 “ 당신 요즘 무슨일 있어 ? ”

 “ 아뇨, 무슨일은요. ”

 자기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에 대한 공연한 앙탈이라도 되는것일까. 실제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일단 이렇게 대답하고 있는 지현. 병하가 그런 지현을 바라보며 다시금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 당신 무슨 문제나 고민이 있으면 나한테 솔직히 털어놔봐. 어쨌든 난

  당신의 남편 아닌가. 당신의 사랑하는 남편. ”

 그 표현이 살짝 거슬리기라도 했던것일까. 흘깃 쏘아보듯 남편을 바라보는 지현. 병하가 당황해 순간 멈칫할 지경이었다. 귀찮은지 아니면 밤늦은 시간이라 별로 길게 말하고 싶지 않은것인지 대꾸를 하지 않고 그대로 잠자리에 누우려는듯한 시늉을 보이는 지현. 그러다 뭔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생각을 바꿔 다시금 일어나 병하를 바라본다.

 “ 당신 말이에요. ”

 “ 그래요, 말해봐요 뭐든. 고민이나 문제가 있으면. ”

 “ 나...사랑하세요 ? ”

 무슨 고민이라도 털어놓을줄 알았는데 밑도끝도 없이 이렇게 묻는 지현. 순간 좀 황당하긴 했지만 일단 아내의 비위는 맞춰줘야겠다는 듯 대응을 해준다.

 “ 이 사람이 새삼스럽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굴 사랑하나 ? 설마 내가

  어디서 바람이라도 피거나 다른 생각을 할거라고 짐작하는건 아니겠지 ? 나...당연

  히 당신 사랑하지...사랑하구말구. ”

 하지만 입에 발린 소리처럼 느껴져서일까. 지현은 남편의 이런 모습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은지 병하가 그런 지현의 손을 다시금 지그시 잡아보며 말한다.

 “ 여보... ”

 살짝 병하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지현. 병하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러지말고 내 진심을 믿어줘. 뭐...솔직히 지금 당장 날더러 무슨 내 마음을 증명

  해달라거나 보여달라고 한다면 그렇게 할 방법은 없지만 – 아닌말로 마음을 어떻

  게 보여준단 말인가 ? 그건 형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물체가 아닌데말이야.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변함없어. 정말이라니까. 내가 이전에 했던 이야기들 다 있지 않았

  겠지 ? ”

 사실 바로 그점 때문에 지현의 고민이 시작된 셈인 것 아닌가. 실제 병하는 몇 달전 희현과의 관계를 의심하던 아내를 달래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딸들을 찾아달라고 그것이 보좌관이 아닌 아내인 그녀가 할 일이라며, 그것만 해준다면 지현을 영원한 이 집안의 어른으로 아이들의 엄마로 남게 해주겠다고 철썩같이 약속했었다. 안희현 보좌관이야 정치를 하면서 곁에 없어선 안될 동지이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동지’로서의 관계일뿐 그 이상이 될수없다며 딸들을 찾는 문제는 자신의 집안일이기 때문에 지현에게 맡기는것이라 했었다. 허나 결과적으로 현재 그 딸들을 찾거나 생사여부를 확인해준 것은 안희현 보좌관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남편이 이전에 비해 희현을 대하는 태도도 뭔가 달라져있음을 느끼곤 했는데, 따라서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감정속에 있을 수밖에 없던 지현. 그 부분에 대해 남편에게 본격적으로 따지자면 할말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현은 일단 입술을 지그시 깨물어보이고는 살짝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여보...그리고요. ”

 “ 왜 ? 또 뭐 다른 할 이야기라도 있나 ? ”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오늘은 작심하고 아내의 고민을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한것인지 이미 밤늦은 시간이지만 차분하고 침착하게 지현에게 말을 건네는 병하. 지현은 그런 남편을 다소 묘하게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연다.

 “ 당신...수정씨 믿으시는거죠 ? ”

 “ 응 ? 누구 ? 수정이 말인가 ? 내 딸 ? ”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는가. 그리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 수정이와 무슨 문제라도 생긴것인가 그런 불안감마저 스치는데 지현은 그런 병하를 여전히 물끄러미 바라본채 이야기를 이어간다.

 “ 당신은 지금 어쨌든..수정씨가 해달라는게 있다면 뭐든지 다해주고픈 그런 마음이

  시겠네요 ? 23년만에 찾은 그것도 다른 두 딸은 죽었다는데 유일하게 살아남아 찾

  은 그런 딸이니 ? ”

 “ 그야 뭐...너무 무리가 가는 부탁이라면 모를까. 보니까 수정이도 대학도 제대로

  못 나왔고 한 것 같던데...원한다면 대학도 지금이라도 다시 보내주고 다른 하고픈

  일이 있다면 애비로서 지원도 해주고픈 그런 마음이야 분명 있는거지. ”

 “ 그렇...겠네요.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지현. 여전히 표정은 뭔가 심상찮아보인다. 역시 수정이와의 문제 때문인가. 또 한편으로는 지현도 어쩔수없이 이런 문제로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여성이었던가 하는 한계와 실망감마저 느끼는 가운데 다시금 지현의 손을 잡아보며 그녀를 다독이려해본다.

 “ 여보, 그러지말고 당신이 지금부터라도 수정이한테 잘 해봐. 내가 말했지 ? 당신

  이 수정이한테 정말 친딸처럼 잘 대해주면 그에대한 댓가와 보상은 충분히 받을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

 허나 별다른 대꾸없이 하지만 남편의 손은 뿌리치지 않은채 시선만 외면하고 있는 지현의 모습. 어찌보면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하는듯한 느낌마저 보인다. 병하는 그런 아내를 거듭 달래야겠다는 듯 가까이 다가가서는 그녀를 한번 안아보고 어깨를 주물러주기까지 하는데, 일단 그런 병하를 굳이 뿌리치거나 하진 않고있는 지현. 하지만 살짝 남편의 시선을 피해 한숨을 내쉬기까지 한다. 헌데 그러다 지현이 살짝 또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여보... ”

 “ 왜 또 ?

 “ 그거 아세요 ? OO시가요 원래 그런대로 배드민턴을 좀 하는 학교가 하나 있는곳

  이에요. 당신 아시죠 ? 저 배드민턴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거. 명문급이라고까진

  할수없어도 가끔 전국체전 정도 출전권은 따는 그런 학교가 하나 있어요. 제 선배

  중에도 그 학교 출신 선수가 한명 있어서 제가 잘 알아요. ”

 헌데 뜬금없이 여기서 배드민턴 이야기가 왜 나오는가. 설마 4선 국회의원인 자신에게 비인기종목인 배드민턴을 후원해달라는 베갯머리 청탁이라도 하려는 것은 아닐테고, 병하는 다소 의아하게 지현을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가 다시금 묘하게 남편에게로 시선을 향한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어쨌든 OO시면 배드민턴으로 유명한 고등학교가 하나 있는곳이에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핸드볼부는 없어요. ”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대체 난데없이...아니 뜬금없이 당신이나 수정이 문제를 이

  야기하다말고 배드민턴은 뭐고 핸드볼은 또 뭐야 ? 그리고 OO시가 갑자기 뭐가

  어쨌다는건데 ? ”

 “ 아니에요. 제가 잠깐 다른 생각을 했어요. 피곤할텐데 그만 주무세요. ”

 그리고는 지현도 졸린지 그대로 잠자리에 누워버린다. 어차피 밤늦은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대로 바로 쿨쿨 잠을 청하려는 지현과 달리 오히려 밤늦게 퇴근을 한 병하가 더 잠이 오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는 아내의 이런 태도를 보며 한참을 멀뚱멀뚱 서있다가 거실로 나가버린다.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2층짜리 주택에 다가오는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이 근방의 집들이 대개 그런대로 잘사는 사람들이 사는 그런 집들이긴 하지만 그림자가 다가가는곳은 다른 주택들에선 다소 거리가 떨어져 하나의 작은 섬처럼 위치해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밤늦은 시간. 그림자가 다가가고 있는곳은 다름아닌 최병하 의원의 집이다. 복면을 쓰고 거기다가 모자가 붙어있는 잠바를 푹 눌러쓰고 거기다 선글라스까지 끼고있는 것을 보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변장을 한 것이 틀림없다. - 어느덧 가을철이니 게다가 이정도 밤늦은 시간이면 날씨가 제법 쌀쌀할때이긴 하다. - 헌데 이런 옷차림이면 누가봐도 강도나 괴한같은 자신을 못알아보게 하고 어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이러고 있는 그런 차림새가 분명하지 않은가. 하지만 실은 이렇게 최병하 의원집을 바라보고 있는 괴한(?)은 다름아닌 박은영이다. 현재 재연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기도 한 올해 스물세살의 그녀. 바로 몇 달전 새로 이사한 강북의 작은 빌라에서 옆집에 사는 여자가 다름아닌 자신의 친언니임을 확인하고는 충격과 감격에 휩싸이기도 했던 그 은영이 아닌가. 무엇보다 서로가 자매임을 확인하게 된 단서가 자신들의 친모 이름이 김순주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해보려 한 것이 결국 사실을 확인하게 된것이고. 헌데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최병하라는 4선 국회의원이 최근 딸을 찾았다는데 그 최병하의 전처 이름도 자신들의 엄마 이름과 같은 김순주라는것에 놀라 다시금 의구심을 품게된 은영. 다만 은영이 미령에게 들은바로는 어쨌든 어릴 때 위로 언니 한명과 아래로 갓난아기였던 동생 한명 즉 자신이 있었다는것인데, 최병하 의원의 잃어버린 세 딸중 다른 두 딸은 어릴 때 고아원에서 물놀이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다. 뭔가 앞뒤가 맞는 것 같으면서도 들어맞지가 않는 이상한 상황. (미령은 동생인 은영 외에도 위로 언니가 한명 더 있었다고 했고, 그렇게 세자매가 모두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겨져 자란셈인데 최병하 의원의 경우엔 큰딸은 찾았지만 다른 두딸은 같은 고아원에 맡겨졌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물놀이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안희현 보좌관이 고아원에서 확인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문과 의혹이 점점 커져갈 수밖에 없는 일이라 은영은 이렇게 답답하게 있느니 차라리 확실하게 확인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다만 미령은 최병하 의원같은 거물 정치인에게 괜히 잘못 보여봤자 좋을일도 없고 게다가 그 사람의 보좌관과 평상시 좋은 사이도 아니었던데다가 이런 이야기 자체가 꺼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서 최병하에게 직접 확인해 보는 문제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거듭 피력했다. 허나 미령조차 자꾸 그렇게 나오자 은영은 더더욱 답답해져서 차라리 자신이 확실하게 확인을 해보고 넘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친자매이긴 하지만 성격은 다소 다르다고나 해야할까. 미령이 뭔가 매사에 신중하고 침착한 편이라면 은영은 한번 궁금한게 생기면 뭔가 확실하게 확인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못 참는 그런 성격이었다. 물론 두 사람은 이미 친자매간이 맞다는 것을 유전자 감식을 통해 확인했고, 게다가 식성까지 둘 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것을 닮은 친 자매가 틀림이 없다. - 어쩌면 한쪽은 아빠를 한쪽은 엄마를 더 닮은것일수도 있다. - 다만 성격이나 외모만큼은 살짝 차이가 나는 그런 친자매인 두명. 그중 최병하 의원을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 문제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는 미령과는 달리 은영은 도저히 그런 언니의 태도에 답답함을 견딜수 없어 다소 무리이긴 하지만 이런일까지 감행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바로 최병하 의원집에 밤에 몰래 침입을 해서라도 최의원의 머리카락 같은것이라도 확보 확실하게 유전자 검사 의로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미령은 재연배우를 할 때 하필이면 도둑이나 스파이같은 범죄쪽과 관련된 역할을 제법 맡아서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이라도 욾는다는 속설처럼 이런일에 약간 노하우가 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을 못알아보도록 변장까지 하고 최의원 집에 진입을 시도해보려 한 것이다.

 실제 은영이 재연배우를 하면서 출연한 프로가 주로 강력사건이나 범죄,사기사건 이런 것을 바탕으로 한 재연프로였기 때문에 그런 역할들을 쭉 하면서 느낀바가 한가지 있었다. 아무리 부잣집이라서 보안시설을 잘 해놓았거나 철통같은 경호를 하고 있더라도 어디든 허점은 하나씩 있기 마련이란 것을. 따라서 아무리 최병하 의원 정도 되는 대한민국 4선 국회의원 집이라도 어디엔가 침입해 들어갈만한 허점은 있겠지 막연히 그 생각을 하고 진입을 시도하려드는 것이다.

 일단 무사히 담을 넘는 것을 성공했다. 담벼락과 계단부분 연결되어있는 공간을 발견해 그곳으로 쉽게 넘어갈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다음에 조심스레 뒷문 창고 비슷한쪽에 출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평상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것인지 허술하게 열려있는 공간. 은영은 그곳을 통해 최의원의 집으로 들어갈수가 있었다.

 조심스레 그렇게 지하계단문을 통과 실내로 진입이 가능했던 은영. 이제 병하의 머리카락이나 하다못해 칫솔이라도 확보하면 된다. 그 생각을 하니 어느덧 성공 직전까지 왔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오기까지 했다. 헌데 그렇다면 방으로 들어가야하나. 아니면 욕실같은곳으로 가야하나. 처음 들어와보는 최병하 의원집 구조를 알턱없는 은영은 막상 그러고보니 그 문제가 고민이 되었다. 일단 침실엔 이 늦은시간에 최병하 의원이 잠들어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일이고, 그렇다면 그곳으로 들어가면 들킬 위험이 있고, 그럼 결국 욕실로 들어가 칫솔을 확보해야하나. 무엇보다 어디가 침실이고 욕실인지 그 자체를 알턱없는 은영은 이 제법 넓은 최병하의 집 공간 한쪽에서 엉거주춤 망설이고 있었다. 헌데 그때였다.

 “ 뭐죠 !!! ”

 갑자기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 당황한 은영보다 더 놀란 웬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아악 !!! 뭐...뭐야 ? ”

 강도나 도둑이라도 든 것으로 생각한 여인의 찢어질듯한 비명소리. 헌데 이 시간에 다른 식구들은 없는것인지 일단 여인의 비명소리만 거듭 들려왔을뿐 다른 식구들이 달려온다던가 그런 기척은 없었다. 그게 더 의아해 은영은 여전히 뭘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엉거주춤 하고 있는사이 겨우 정신을 차린 여인이 다가와서 은영의 목덜미를 잡았다.

 “ 당신 뭐야 !!! ”

 보니까 키나 체구도 일단 작아보이고 무엇보다 남성은 아닌 것 같다는 짐작이 들었던것일까. 그렇다고 딱히 어떤 흉기라도 들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 국가대표 상비군 배드민턴 선수 출신이기도 한 성지현이 바로 단숨에 상대를 제압할 수가 있었다. 당황하고 놀란 은영이 순간 뭘 어찌해야할지 몰라 지현에게 목덜미를 잡힌채 버둥거리고 있는데 지현은 그런 은영의 목덜미를 잡은채 그대로 거실 한가운데로 끌고와 밀어버렸다.

 “ 당신 뭐야 ? 강도야 ? ”

 “ 죄...죄송합니다 아주머니. ”

 ‘아주머니 ?’ 일단 여자 목소리인데다가 ‘아주머니’란 호칭에 지현은 순간 기분이 이상해지기까지 했는데, 은영 입장에서 지금 상대방의 정확한 신분이 어떻게 되는지 호칭을 어찌 붙여야할지 그런 경황이 있을수야 없을테고, 어차피 이렇게된 것 체념한 듯 바로 마스크와 복면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하고 있던 변장물을 모두 벗어내렸다. 그리고는 지현앞에 무릎꿇고 백배 사죄를 한다.

 “ 뭐야 당신 ? 그리고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 ”

 딱 보니까 나이도 어려보이고 젊은 여성이란점에 조금전 기겁하듯 놀랐던 태도와는 달리 상대가 만만하게 느껴져서일까. 지현은 제법 위엄을 갖춘 목소리로 상대에게 꾸짖듯 한마디 건네고, 은영은 무릎꿇고 어차피 이렇게된거 사실대로 말해야겠다는 생각이라도 든 것인지 그 자세로 그냥 말을 이어간다.

 “ 죄송합니다. 제 이름은 박은영이라고 하고요...지금 쓰는 이름은 그렇지만 사실 어

  릴 때 고아원 원장선생님께서 제게 붙여주신 이름이에요. 그리고 어릴때부터 그렇

  게 제 원래 이름조차 모른채 고아원에서 자라왔고요. ”

 “ 뭐라구요 ? ”

 고아로 자란 어린 소녀가 살기가 힘들어 잘사는집 물건이 탐이나 이 시간에 침입이라도 헀다는것인지, 무엇보다 뜻밖에 자신의 신상에 대해 술술 불고있는 여성이 다소 어이없고 어처구니 없다는 듯 지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 이봐요, 댁이 고아로 자랐든 어찌 자랐든 그건 내가 지금 알아야할 이유는 없을

  것 같고, 대체 내 집에 무슨일로 들어온거에요 ? 여기가 그리고 어디라고 감히 함

  부로 들어왔어 ? ”

 “ 저...저희 어머님 성함이 김순주씨에요. ”

 “ 뭐라구요 ? ”

 지현이 평상시 병하의 전처 이름 김순주를 인식하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그 이름이 언급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도둑이나 강도로 짐작한 이 한밤의 침입을 한 여성에게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지현은 더더욱 어이없고 얼떨떨하다는 듯 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우리집에 무슨 목적으로 이 시간에 침입을 한것인지 그 이유나 말하라’ 그 이야기를 다시금 입에 담기도전에 은영이 제법 다급하게 다시금 말을 덧붙인다.

 “ 실은...뉴스를 봤어요. 최병하 의원님께서 최근 큰 따님을 찾으셨다는것을요. 그

  리고...제가 알기론 최병하 의원님에게 잃어버린 딸이 셋이라는데...그중 나머지

  두 딸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면서요 ? ”

 최병하 의원의 딸을 찾은 이야기나 또 나머지 두 딸은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아픈 가정사는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여러차례 보도가 되었으니 만약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일을 분명 모르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이야기를 지금 줄줄 늘어놓고 있는 은영의 모습 자체는 그렇게까지 놀랄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황당한 것은 하필이면 이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입에 담고있는 그녀의 태도다. 지현은 아직까지 그녀를 그저 단순히 금품같은 것을 노리고 침입한 단순 절도범이나 강도쯤으로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뭔가 좀 심상찮은 사연이 있어보이기도 하고 그녀를 경찰에 넘기든 아니면 사연을 들어주든 일단 그녀의 마음은 좀 진정시켜줘야 할 것 같아서 소파에 앉게한다. 그리고 지현이 간단하게 마실것까지 하나 내온다. 일단 은영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기위한 조치다.

 “ 그러니까 그쪽 이야긴 그쪽 친어머니 이름도 김순주인데 저희 최의원님 전 부인

  이름도 김순주라고 해서 그래서 그게 이상하고 마음에 걸려서 찾아왔다 이 말인

  건가요 ? ”

 “ 예. ”

 “ 아, 참 그전에 간단하게 제 소개부터 해야할 것 같네요. 전 최의원님의 현재 아

  내 성지현이라고 해요. 뭐 대충 기사를 봐서 아시겠다지만 최의원님 전부인...그

  러니...김순주...여사라고나 할까요 ? 여하튼 그분과는 오래전에 이혼하셨고 지금

  은 제가 최의원님 아내죠. ”

 “ 아, 예에. 죄송합니다. 몰라뵈었습니다. ”

 이제야 상대 여성의 구체적 신분을 알게된지라 그리고 무엇보다 최병하의 현재 부인이라니 은영은 정중하게 사죄의 마음까지 담아 인사를 건넨다. 하긴 최병하의 딸찾은 일과 관련된 기사에는 상대적으로 현재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언급되어있지 않으니 은영이 아무리 관심을 갖고 기사를 읽어봤다 하더라도 거기 지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을테고 당연히 사진같은게 실리거나 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은영 입장에서 최병하에게 현재 아내가 있다는 사실까지는 혹시 알수는 있어도 그 얼굴까지 알수는 없다. 여하튼 밤에 몰래 침입했을 때 불을켜고 자신을 발견한 상대여성의 정확한 신분을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모르다가 지금에야 알게된 것이다. 지현이 현재 집안 상황에 대한 설명을 약간 더 덧붙여준다.

 “ 사실 지금 의원님은 지방에 일이 있어 내려가셔서 지금은 댁에 안계세요. 일하는

  아주머니가 계시긴 하지만 그분도 출퇴근을 하시기 때문에 밤에는 없고요. 여하튼

  ...헌데 그쪽 이야기가...하고싶은 이야기가 뭔가요 ? 그쪽이 저희 최의원님 딸이

  라도 된다 뭐 그소린가요 ? ”

 “ 죄송합니다 사모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얼마나 엄청난일을 지금 제가 저지른

  건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

 반사적으로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무릎까지 꿇고 사죄의 말을 입에 올리고 있는 은영. 하지만 지현은 일단 그런 은영을 진정시킨다.

 “ 그러지말고 그냥 편히 앉아요. 어차피 차분하게 이야기나 좀 들어보려고 앉으라

  고 한 거니까. 그래요 그렇게. ”

 지현의 허락이 있어서인지 은영은 일단 다시 제자리에 앉고 지현이 다시 그런 은영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좀 차분하게 이야기해봐요. 아깐 저도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거 같은데...그러니

  까 그쪽 친어머니 이름도 김순주고...뭐 어릴 때 고아원에 맡겨져 자랐다...그런 이

  야긴가요 ? ”

 “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선 너무 뭔가 이상하고 의아해서 확실하게 확인해

  보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

 “ 어디 뭐 계속 이야기해봐요. ”

 “ 전 워낙 갓난아기때 고아원에 맡겨져 어릴 때 기억이라던가 그런건 거의없고 그

  렇게 그냥 부모,형제 없는 천애고아로만 자랐어요. 헌데 고아원을 나올 때 원장 선

  생님께서 나중에 찾아나보라고 제 친어머니 이름을 가르쳐주셨는데 그게 김순주였

  어요. 그리고 무슨 하늘의 도우심이라도 있었는지 최근에 언니를 만났고요. ”

 “ 언니를 만났다구요 ? ”

 “ 네, 어떻게 하다보니 저희 옆집에 살던 사람이 바로 저의 작은언니였더라구요.

  전 그전까진 까맣게 몰랐는데 언니 이야기로는 저희가 모두 3자매라고 했어요. 그

  러니 최근에 만난 작은언니 외에 큰언니 한명이 더 있는셈이죠. 그리고 언니와

  저는 각기 다른 고아원에서 자란거고 큰언니 소식은 알지 못하지만 만약 큰언니

  마저 다른 고아원에 맡겨진거라면...저흴 나아주신 친어머니는 딸 세자매를 모두

  그렇게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긴게 되는거죠. ”

 이쯤 이야기를 듣고보니 지현도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그녀의 친어머니 이름도 김순주고 물론 최병하 의원의 전부인 이름은 지금 아내 성지현도 당연히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딸 셋을 보수우파운동을 10년동안 하느라 가정에 소홀히 해서 그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김순주란 여자가 제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기고 떠났다는 사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병하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 않았던가. 헌데 이번에 안희현 보좌관이 찾았다는 큰딸쪽 고아원의 증언에 의하면 사실은 딸 셋이 모두 한 고아원에 맡겨졌고 그러나 다른 두 딸은 고아원에 맡겨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놀이 사고로 그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헌데 똑같이 친어머니 이름이 김순주인 상황에서 완전히 상반된 증언을 하고있는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현재 병하가 찾았다는 큰딸 수정, 아니 수정의 이야기라기 보단 그녀를 찾아냈다고 한 안희현 보좌관이 전해준 이야기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지만 그쪽의 말로는 실제로는 3자매가 다 한 고아원에 맡겨졌고 그중 둘은 죽고 큰딸인 수정만 살아남은 상태라는 것. 헌데 박은영이란 여자의 말은 정 반대가 아닌가. 여하튼 최근에 만난 둘째언니라는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위로 언니가 하나 더 있었다는 이야기고 3자매가 모두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겨져 자랐다는 것. 똑같이 친어머니가 김순주인 상황에서 이런 우연같기도 하고 뭔가 같으면서도 다른 이런 이야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은 이상한 이야기. 지현이 잠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고통스럽게 앉아있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은영을 보며 말한다.

 “ 그러니까 그쪽 이야긴 그 문제를 확인해보고 싶어서...뭐 저희 최의원님 머리카락

  이라도 훔치러 왔다 그 이야기인가요 ? ”

 “ 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얼마나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것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 너무 궁금하고 이상해서 확인을 해보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어요. 저

  희 언니조차도 좀 신중하자며 절 말렸는데 저 혼자 단독으로 결정하고 저지른일

  이에요. 그러니 최근에 찾은 저희 언니도 이 일에 대해선 전혀 몰라요. 그러니...

 ”

 “ 뭐 여하튼...난 또 뭐 값나가는 물건이라도 훔치러온 도둑인가 했는데...기껏 훔

  치러온게 저희 남편 머리카락이다 ? ”

 “ 뭐 아니면 칫솔이나 면도기 같은거라도...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저지른일 무단

  가택침입이든 절도미수든...오늘 한 일에 대해 처벌하시면 어떤 처벌을 하신대도

  감수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확인만...한번만 확인만 해볼수 있게 해주세요. ”

 지현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해 한숨만을 내쉬고 있는데 은영은 다시금 무릎까지 꿇고 지현에게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간곡하게 애원하고 있다.

 “ 죄송합니다. 만약 확인을 해봐서 아닐 경우 오늘 제가 한짓에 대해 절도미수든

  무단 가택침입이든 그 외 어떤 처벌을 내리신대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저 진

  짜 너무 궁금해 미치겠어서 저지른일이니 그 문제만 확인할수 있게 해주세요. 저

  희를 고아원에 맡겼다는 친엄마 이름도 김순주. 최의원님 전부인 이름도 김순주.

  헌데 기사에 의하면 큰 딸을 최근 찾았고 다른 두 딸은 사고로 죽었다고 했는데

  저희가 아는 정황은 세 딸이 모두 다른 고아원에 맡긴것만은 확실하고...여하튼 저

  랑 저희 둘째언니 모두 멀쩡히 살아있는거잖아요. 그런 제발 사모님...한번만...한

  번만 확인을 좀 할수있게 해주세요. 똑같은 이름 김순주가 동명이인이야 얼마든지

  있을수 있다 치더라도 그런 이름의 어머니를 가진 아이가 고아원에 맡겨지고, 어

  떤 김순주의 아이는 딸 셋이 한 고아원에 맡겨졌는데 그중 한명은 찾았고 나머지

  둘은 죽었다고 하고, 저희같은 경우는 둘째와 셋째인 저희는 최근 만났는데 큰언

  니와 부모님 소식은 아직 모르고 어떤 찾을만한 단서가 있는것도 아니고...그러니

  사모님. 그냥 절 불쌍히 여기셔서라도 확인만 한번 해볼수 있게 해주세요. 그래서

  만약 아닐 경우 오늘 제가 저지른짓에 대해선 어떤 처벌을 내리시더라도 달게 받

  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한번만...확인반 한번 할수있게 해주세요. 대신 만약 확인

  해봐서 아닐경우엔 오늘 제가 저지른짓에 대해선 어떤 처벌을 내리신대도 감수하

  겠습니다. ”



- 10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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