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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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8)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얼마후 지현이 수정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왔다. 지현은 수정과 단둘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시간을 갖고 싶어서 그런 제안을 한 것이고, 수정은 별다른 이유없이 거절하면 혹시 어떤 의심이나 꼬투리를 잡히진 않을지 하는 우려에서 일단 지현의 제안에 응했다. 평일 오전에 그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함께 집을 나선 두 사람. 지현은 서울 근교에 있는 한 강변가 경치좋은곳까지 와서 그곳에서 직접 싸온 도시락을 나누며 수정과 이야기를 나눈다.

 “ 수정씨... ”

 “ 네. ”

 “ 솔직히 수정씨는 이런 절 어떻게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

 “ ??? ”

 “ 전 수정씨 아버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의 어떤 진실함과 책임감을 느꼈어요

  . 그래서 그런 수정씨 아버님에게 신뢰가 가서 이 사람을 선택하기로 헀던거고요.

 ”

 이런말에 지금 수정이 무슨 대꾸를 할수 있을까. 그녀 입장에선 자신을 이런곳까지 데려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것인지 공연한 불안감에 가슴까지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가운데 지현은 직접 싼 김밥을 하나 수정에게 직접 먹여주기까지 하면서 말을 이어간다.

 “ 그리고 수정씨 아버님과 10년 넘게 살면서 특히 어릴 때 잃어버린 딸 셋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그런 마음을 늘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

 “ ...... ”

 “ 뭐랄까...이건 그냥 솔직하게 제 생각을 이야기할께요. 사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해서...자기 딸들을 찾고싶어하는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애틋한 느낌은 있

  으면서도 한편으론... ”

 “ ??? ”

 “ 뭐랄까...사람 마음이란게 확실히 간사하더라구요. 저 차라리 한때는 수정씨 아버

  님이 딸들을 영원히 찾지 못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의외로 제법 오랫동안 그

  생각 했던적도 있어요. ”

 “ 왜...그런 생각을... ”

 “ 그냥...뭐랄까...만약...저분이 저렇게 딸들에 대한 애착과 애틋한 정이 강하고 깊

  은데 만약 진짜 딸들을 찾게되면 그 아이들에 대한 애정만을 쏟아부으며 나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겠구나...솔직히 그런 불안감 없지는 않았어요. ”

 “ 그런...생각을 하셨어요 ? ”

 “ 미안해요. 하지만 다 어린나이에 철없이 해봤던 생각이에요. 하지만 나이가 좀

  들면서 사람이 달라지더라구요. ”

 “ 어떻게 달라지셨는데요 ? ”

 수정 아니 정아는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확실히 스스로를 ‘최수정으로 살아가야한다’는 의식을 못박아놓지 못한것일까. - 하긴 그게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다. 웬만한 강심장의 사기꾼이 아닌다음에야 쉬운일이 결코 아닐 것이다. - 지금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지현을 어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 오히려 혼란스럽다. 만약 자신이 아닌 진짜 수정이란 여자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허나 혼자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그 속내를 행여 들킬세라 수정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숙인채 다른곳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 지현 입장에선 그렇게 다소 어두워진 것 같은 수정의 태도가 마음에 걸리기까지 하는데. 그런 수정을 잠시 다독이는 말을 입에 담고는 다시 자기가 하려던 이야기를 이어간다.

 “ 오히려 만약 진짜 딸들을 찾으면...확실하게 내 딸로 만들어보고 싶다. 그 생각을

  했어요. ”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것인지, 수정의 작은 머리로는 나이 이미 30대 후반인 지현의 속마음이 제대로 읽혀지지 않는것인지 의아하게 다시금 흘깃 그녀를 바라보고 지현의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지고 있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가을철이기도 한데 쌀쌀한 가을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살짝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행여 먼지나 흙이라도 들어갔을세라 지현이 도시락통 윗부분을 살펴보기도 한다.

 “ 전 수정씨 아버님과 제 아이는 낳지 않기로 하고 그 조건으로 결혼을 한 사람이기

  도 하고. - 물론 그 이유는 딸들을 꼭 찾고 싶어하는 아버님의 마음 때문이기도 했

  을테고요. - 그런 제가...만약 정말 딸들을 모두 찾는 상황이라도 오면 난 그때 어

  떻게 해야하는거지 혼자 많은 고민을 해봤었어요. 그리고... ”

 “ 그리고요 ? ”

 “ 그래서 차라리...수정씨등을 확실하게 내 사람으로 만들어보는건 어떨까...그쪽으로

  생각을 조금씩 바꾸게 되었어요. ”

 지현의 이런 마음이 수정에겐 아직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것일까. 여전히 살짝 지현을 외면하고 있는 수정의 시선. 양심의 가책때문인걸까. 허나 그걸 알리없는 지현은 수정에게 살짝 톡 쏘듯 한마디 한다.

 “ 그러고보니 아직 저보고 어머니라고 안 부르네요 ?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더니만...

  정히 그게 싫으면 그냥 ‘새엄마’라고 해도 상관없으니...그게 벌써 언제적 일인데

 ”

 “ 어머, 죄...죄송해요. 실은 그게...쉽게 입에 안 붙어서... ”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쩌 처신하고 반응하는게 좋은것인지 수정 아니 정아는 여전히 판단이 안 들어 일단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죄송하다는 사과인사를 건넨다. 지현은 미소띤 얼굴로 고개를 한번 끄덕여보인뒤 말한다.

 “ 그래요 뭐. 강요하진 않을께요. 그게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란것쯤은 아니까...

  하지만 기다릴께요. 저 분명히 말했어요. 기다린다고 했어요. ”

 “ 죄...죄송합니다. ”

 (엄마라고 불러줄날을) 기다린다고 했는데, 거기에 죄송하다고 하면 대체 어떤 의미가 되는것인지. 허나 정아는 여전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터라 그러잖아도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터라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저 사과의 인사말만 연신 입에 담고 있다. 지현이 그런 수정을 바라보는데 뭔가 그녀가 딱하다는 생각이라도 든걸까. 뭔가 애틋한 감정의 눈빛이 흐르고 있다. 그러다 문득 뭐가 생각나는게 있는지 지현이 묻는다.

 “ 참, 그런데 수정씨. ”

 “ 네... ”

 “ 그...동생분 두분은 다 세상을 떠났다고 했었죠. ”

 “ 네, 물놀이 사고로요. 고아원에 들어온지 3년만의 일이에요. ”

 “ 그럼 그땐 수정씨 나이는 여덟살때일이 되는건가요 ? ”

 “ 네...뭐 그렇죠. ”

 “ 고아원에 그렇게 3자매가 함께 맡겨진 것 자체도 엄청난 일인데, 거기다 3년후엔

  그런 물놀이 사고로 동생 둘을 모두 잃었다. 이래저래 상처가 컸겠어요. 요즘은 그

  걸 ‘트라우마’라고도 부르지만. ”

 “ 네... ”

 별다른 억양없이 대답하고 있는 수정. 지현은 그런 수정을 별다른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다 지현이 다시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헌데, 수정씨 자라온 고아원이 OO 고아원이라고 했죠 ? OO남도 OO에 있는. ”

 “ 네. ”

 “ 그 지역이 아마 핸드볼이 유명한 지역으로 아는데...핸드볼로 유명한 고등학교가

  있어요. 실은 제가 젊은시절 한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어 태릉선수촌에서

  도 한 몇 년 있었거든요. 그래서 비인기종목들에 대해선 좀 알아요. 그 지역이

  아마 핸드볼로 유명한 지역일텐데... ”

 “ 네...뭐...그런 이야기 학교 다닐 때 몇 번 들었던거 같아요. ”

 “ 어, 그래요 ? ”

 “ 네, 아마...OO 고등학교가 제가 다니던 학교 근처에 있었는데 거기가 아마 핸드

  볼 명문고라고 했던거 같은데... ”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희현은 병하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었다. 사실 이런 행동은 희현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병하에게 잘 하지않던 아니 할수없던 행동이었다. 안희현이 비록 병하의 15년 보좌관으로 그만큼 그가 신임하는 보좌관이긴 했으나 적어도 불과 얼마전까진 그런 희현일지언정 병하는 일정부분 두 사람사이의 선을 분명히 긋는 경우있는 남자였다고나 할까. 헌데 희현이 병하가 지난 23년 그토록 찾고싶어 했고 잃어버린 것을 가슴아파했던 평생을 가슴에 한으로 남아있던 그 딸을 찾아주고 (비록 죽었다는(?) 소식일망정) 나머지 두 딸의 소식까지 알려준것에 그 선과 경계를 스스로 허물어버렸다고나 할까. 어쩌면 희현 입장에서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던 병하와의 스킨쉽을 딸 셋 찾기 미션 성공으로 인해 지난 15년 차마 손가락 하나 함부로 가까이 갖다댈수 없었던 병하에게 다가가는게 수월해진 것이다. 그야말로 어려운 미션 하나 성공으로 인해 난공불락의 요새 하나를 허물어뜨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병하는 희현의 손을 슬쩍 어루만져보기까지 하며 추근덕대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 허허...희현이의 손길이 이렇게까지 부드러운줄을 내 이전엔 미쳐 몰랐군.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이런것도 종종 시키고 그럴걸. ”

 “ 제가 안마해 드리니까 시원하세요 의원님 ? ”

 “ 허허허...시원하다뿐인가. 아주 이 세상 모든 걱정,근심,시름이 싹 다 날아갈것만

  같은걸. 허허허...고마와요 희현이. 내가 정말 이 세상에서 진심으로 의지하고 믿을

  만한 사람은 안희현 자네 딱 한 사람뿐이야. ”

 “ 거봐요 의원님. 제가 뭐라고 했어요. ”

 그러면서 살짝 애교띤 모습까지 보이고 30대 후반의 여인답지 않은 수줍은 미소까지 지어보이고 있다. 병하도 뭔가 매우 흐뭇하고 흡족해하는 얼굴. 한편 희현은 병하의 안마작업을 대충 마무리한뒤 이번엔 의자를 가져와 병하에게 바짝 다가가서는 가까이 앉으며 미소띤 얼굴로 뭔가 궁금한 것이 있는 듯 말을 건네다. 그전에 살짝 자신의 두 손으로 얼굴에 턱받침을 해보이고는 싱긋이 미소를 지어보이기까지 하고. 병하 입장에서 그야말로 희현이 귀여워 어쩔줄을 모르고도 남을것만 같은 그런 동작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희현의 말이 이어진다.

 “ 근데 의원님. ”

 “ 왜 ? 뭐 궁금한거라도 있나 ? ”

 “ 헌데 따님들이 원래 어릴때는 매운음식을 즐겨 드셨다고 헀잖아요. 아니, 그런데

  대체 어린애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면 얼마나 좋아했다고 그런 말씀을 다 하셨어

  요 ? 솔직히 저 그거 진짜 궁금했어요. ”

 “ 아, 그거 말인가. ”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도 궁금해하지 않을수 없는 일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매운음식이든 짠 음식이든 어린 애기들이 먹기엔 부담스러운 음식인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헌데 대체 불과 세 살,다섯살정도때 헤어진 어린아이들이 매운음식을 좋아했으면 뭘 얼마나 좋아했다고 어릴 때 ‘매운음식을 좋아했었다’는 소리가 그 아버지 입에서 다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희현에게 병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해준다.

 “ 아, 그게 말이지... ”

 “ ...... ”

 “ 여하튼 어릴 때 몇 번 그런적이 있어요. 가끔 과자 같은 것 ‘매운맛 과자’로 파는

  게 있지 않나. 꼬깔콘이나 포테토칩 같은거 또는 떡볶이도 제법 잘 먹는 편이었고

  여하튼 대체로 매운맛이나 매운편인 음식을 간식으로 비교적 잘 먹는 그런편이었

  어요. 수정이도 그렇고 수아도 그렇고말이지. 비록 희현이 말마따나 겨우 세 살,다

  섯살 때 일이긴 하지만 애비로선 생생하게 기억하는 일들이 있는걸. 그리고 카레로

  만든 요리도 잘 먹었고말야. ”

 매운음식이라기 보다는 어느정도 살짝 매콤한 맛이 나는 그 정도 음식을 좋아했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병하는 그걸 편의상 ‘매운음식을 좋아했다’고 단순하게 대답했지만. 그리고 아이들이 원래 카레나 떡볶이 같은 간식이나 음식은 좋아하긴 하지만 여하튼 세 살,다섯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들이 매콤한 맛의 간식거리를 별다른 거부감 없이 즐겨 먹었다면 어른 입장에선 비교적 흔히 볼 수 없는 그런 풍경이었을 것은 분명하리라.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주변 어른의 입장에서도 아마 쉬이 잊어버리지 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았을만한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 그런데 의원님...그동안은 왜 그런 말씀은 제게 한번도 안 하셨어요. 그래서 전 그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단말이에요. 그래서 하마터면 큰일날뻔한 거잖아요. ”

 “ 허어...참 결과적으로 그러게나말이지. “

 희현의 말에 병하는 한숨을 내쉬고 살짝 어떤 죄책감이라도 느끼는지 눈물이 고이는 모습마저 보인다. 잠시나마 용의주도한 눈빛으로 그런 병하를 응시하고 있는 희현.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어쨌든 지금은 그런 트라우마가 생겨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때 따님 찾고서 처음 서울로 데려올 때 중간에 휴게소에서 점심이라도 대접하려

  하다 그때 처음 알았거든요. 그때 수정씨가 제게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어

  요. ”

 “ 그랬었구먼. ”

 병하의 딸들은 실제 어릴 때 카레요리나 매운음식을 좋아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가짜딸 정아는 원래 선천적인 카레 알레르기에 심지어 어릴 때 트라우마로 매운음식을 못먹기까지 하는 그런 여자라는 점. 희현으로선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병하가 의도적이었는지 우연이었는지 그런 이야기를 지금껏 아내 지현에게 한적은 있어도 보좌관인 안희현에겐 일절 한적이 없어서 희현에겐 그런 정보가 일절 없었다. 그래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아찔한 위기상황이 불과 얼마전의 일. 일단 지현이 딸 수정에게 카레요리를 대접해주겠다고 한 것은 그날 겨우 희현의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앞으로의 일이 더 문제다. 매번 그런식으로 식사자리를 피해가거나 할수도 없는 일이고, 따라서 희현은 한 며칠 고민과 궁리를 하다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또 지어냈다.

 “ 실은 수정씨가요 ‘매운음식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실은 고아원에 있을

  때 한번은 유괴범에게 납치를 당한적이 있대요. 그때 한달정도 납치를 당했었는

  데 그때 유괴범이 수정씨한데 한달동안 다른 식사는 일절 안 먹이고 고추장과 카

  레만 먹였대요. 그래서 그 트라우마 때문에...경찰에 구출이 된 뒤에도 바로 병원

  으로 후송되어 정밀수술까지 받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하더라구요. ”

 헌데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 엄청난 거짓말을 지어낸 셈이다. 그러고보면 3자매가 한꺼번에 맡겨진 고아원에서 그 3년쯤 뒤 물놀이 사고로 그 3자매중 두명이 죽는 사고가 있었는데, 다시 그런일이 있은지 얼마 채 지나지도 않아서 – 희현은 깜빡하고 정확한 유괴시기까진 병하에게 말해주지 못했다. - 이번엔 그 3자매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첫째 수정에게 유괴사건까지 있었다는 것 아닌가. - 게다가 유괴사건이라는게 일반적으로 금품을 노리는게 주목적임을 감안하면 보통 부잣집 아이를 납치하기 마련이다. 혹여 원한관계로 인해 벌인 일이라면 몰라도 돈없이 후원금등으로 운영되는 지방의 작은 고아원을 대상으로 단지 돈이 필요해 그런짓을 벌일 멍청한 유괴범은 전 세계를 통털어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정도로 작은도시의 고아원에서 두자매를 비롯한 5-6명 정도가 사망하는 물놀이 사고가 있었다면 이미 그 정도로도 큰 사건인데 게다가 얼마지나지 않아 또 유괴사건이 발생했다 ? 그것도 앞서 물놀이 사고에서 죽은 두 자매외에 남은 한명인 큰언니가 유괴당하는 일이 ? 이 정도의 일이라면 지역언론정도에서도 충분히 다뤘을법한 일이고 아마 지역적으로도 이미 소문이 아마 크게 났을 것이다. 아무리 20년정도 지난 일이라도 그 지역에서 대충 어릴때부터 자라온 사람들이라면 소문을 듣지 않을만한 사람이 거의 없을만한 사건. 따라서 만약 어떤 기자가 작심하고 집요하게 취재를 한다면 이 사건들(물놀이 사고, 유괴사건)의 실제와 거짓여부는 금방 판명이 날 것이다. 그점을 생각해본다면 그 용의주도한 성격의 안희현 답지않고 아마 생각지도 못한 허점이 금방 노출되서인지 그 당혹감 때문에 너무나 허술하게 엄청난 거짓말을 꾸며낸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을 찾은것만으로도 너무 감격하고 고마워 안희현에 대한 평정심마저 잃은 병하는 거기에다 딸에게 그런 상처까지 있다는것에 앞뒤 재보지도 않고 지금은 희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 하긴 23년만에 찾은 딸이 심지어 중간에 그런 사건까지 겪으며 트라우마로 인해 식성까지 바뀌었다면 어느 부모인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 되지 않으라. 한마디로 최병하로선 안희현에 대한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그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령과 은영은 서로 옆집에 살면서 여러 가지로 공통점과 맞는부분이 많아 그때부터 자주 오가면서 가끔 간식도 나누고 어떨땐 서로의 집에서 번갈아가며 같이 밥도 해먹고 하는날들이 많아졌지만, - 특히 자매임을 알게되고선 더더욱 – 특히 눈길이 가는부분이 있었다. 사실 애초에 은영이 처음 이사를 와서 무섭다며 밤길을 같이 가달라고 했을 때 미령이 응해주고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간단한 안주거리와 술을 사왔었는데 그때 가져온 것은 특별한 것은 아니고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류들이었다. 다만 그중에도 ‘매운맛’이 유난히 많은 편이었다. 헌데 미령도 ‘매운맛’ 과자를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었는지 은영이 종종 사오는 그런 종류의 과자에 별다른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맛있게 잘 먹었다. 

 또 가끔은 둘이 떡볶이나 불고기 양념 같은 것을 해먹는 경우도 많았는데 양념장을 다소 맵게 하는편인게 두 사람의 특징이었다. 처음엔 은영이나 미령이나 혹시 상대방이 매운음식을 못 먹으면 어쩌나 그런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다행히도 두 사람은 그 부분에 대해선 확실하게 식성이 맞았다. 하루는 미령이 은영과 그날도 함께 간식을 나누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별스럽다는 듯 말을 건넸다.

 “ 은영아, 넌 근데 왜 그렇게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니 ? ”

 “ 제가요 ? ”

 “ 응, 뭐 나도 떡볶이 맵게해서 먹는거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넌 좀 유별난거 같

  아서. ”

 “ 아이고 언니...매운맛 라면을 저렇게 한박스 쌓아놓고 먹는 사람이 나한테 할 소

  린 아닌 것 같은데 ? ”

 그렇게 말하면서 은영이 손가락으로 가리킨쪽은 부엌쪽이었는데 그쪽에는 라면이 두어박스 쌓여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사실 미령은 일 때문에 밤늦게 퇴근을 한뒤 다음날 다시 아침일찍 출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 혼자 손수 밥을 해먹기가 귀찮아 일반적으로는 라면을 집에 여러박스 쌓아놓고 저녁이나 아침을 그런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헌데 거기까진 그렇다치고 하루는 궁금해서 은영이 박스를 열어보니 유독 ‘매운맛’ 종류의 라면이 많이 들어있는게 특징이었다. 은영도 매운맛 과자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매운맛 라면을 이렇게 집에 잔뜩 사들여놓고 먹는 사람은 그런 은영조차도 처음이라서인지 눈이 휘둥그래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은영을 더더욱 기함하게 만든 것은 하루는 그렇게 미령이 라면을 잔뜩 쌓아다놓고 밤늦은 시간에 귀가했을때나 이럴떄 저녁용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사정을 말하면서 한 소리였다.

 “ 나 그리고 O라면은 싱거워서 잘 못먹겠더라구. 그래서 일부러라도 멀리있는 가

  게나 마트까지 가서라도 매운맛 라면을 수집하듯이 사들여놓는 편이야. 나 O라면

  은 싱거워서 못먹어. ”

 사실 미령이 언급한 그 라면이야말로 (가장 맵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이웃나라나 외국의 한류팬들 사이에서도 ‘매운라면’으로 소문이 난 그 라면이었다. 헌데 미령은 그 ‘O라면’을 싱거워서 못먹는다며 그보다 더 매운 라면을 일부러라도 멀리있는 마트나 가게까지 가서 사들여 모은다는 것 아닌가. 은영은 새삼 그날일을 떠올리며 미령을 놀리듯 한마디 한다.

 “ 언니 난 진짜 살다살다 O라면을 싱겁다고 하는 사람은 진짜 처음보는 것 같아. 세

  상에 어떻게 사람입에서 O라면이 싱겁다는 소리가 다 나오냐 ? ”

 “ 아이고 은영씨...너야말로 이렇게 매운 양념불고기나 떡볶이 하다못해 매운 고추장

  양념넣어 만든 찌개 아니면 밥 못먹는 니가 할소리는 아닌거 같은데 ? ”

 그야말로 사돈 남말하는 상황이 되어버려서일까. 은영과 미령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참, 웃기다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그러한 자매간의 대화. 그러다 다시금 은영이 미령에게 말을 건넨다.

 “ 언니 그런데 그러고보면 우리가 진짜 자매가 맞긴 맞나봐요. 그렇게 식성까지 똑

  같이 매운맛 즐기는 식성인걸 보면... ”

 “ 이미 유전자 검사까지 다 한 마당에 새삼스럽긴... ”

 이미 서로가 자매임을 확인한 뒤라서인지 이런말은 그야말로 새삼스러운 이야기로 들릴 지경이다. 여하튼 두 사람 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그런 공통점이 있는것만은 확실해 보이고, 문득 그러다 다시금 은영이 궁금하다는 듯 말을 건넨다.

 “ 근데 언니 우리 그럼 이런 식성은 누굴 닮은걸까요. 엄마쪽을 닮은걸까요, 아빠쪽

  을 닮은걸까요. ”

 “ 글쎄... ”

 은영이 이렇게 나오자 다시금 아직 찾지못한 부모님을 찾는 문제에 대한 생각때문이라서 일까. 착잡한 감화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미령. 생각해보면 이 두사람 일종의 ‘반쪽 상봉’인 셈이다. 굳이 비슷한 사례를 들자면 83년에 KBS에서 했던 ‘이산가족 찾기’때 그런 사례가 많았다. 일단 남북분단과 냉전상황에서 남북간의 이산가족 상봉은 불가능하고 다만 6.25 전쟁통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거나 혹은 정치,사상적 문제 또는 가난등 기타 여러 가지 문제로 같은 남한땅안에 살면서도 서로 소식을 알 수 없었던 가족. 게다가 6.25로 남북으로 흩어진 ‘진짜 이산가족’은 만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그야말로 ‘반쪽 상봉’이었다. 가령 부녀나 모녀간에 만나긴 했지만 아직 못 찾은 딸이나 아들이 한두명 더 있다던가, 또는 누나와 동생이 만났는데 전쟁통에 헤어진 또 다른 언니와 남동생은 아직 소식을 모른다던가 그런경우가 부지기수였던 ‘반쪽 상봉’이었던 것이다. 물론 미령과 은영은 그런 6.25와는 거리가 한참 먼 그런 세대이긴 하지만 어떤 사연에서든 가족이 전부 뿔뿔히 흩어졌다가 자매 두 사람이 만나긴 했지만 아직 부모님은 물론 또 다른 언니 한명도 만나지 못한채 자매 두명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런 ‘반쪽상봉’이 되었던 것이다. 은영이 새삼 다시 답답함이 밀려와 미령을 바라보며 말한다.

 “ 언니, 그러니...차라리 그 최병하 의원이라도 찾아가 확인을 해보자니까요. 난 아

  무래도 그쪽이 마음에 걸린다니까요. 어쨌든 그쪽도 전부인 이름이 김순주라고 했

  고 이번에 만났다는 그 딸이 큰 딸이고 나머지 딸이 두명 더 있다고 했다면서요.

 ”

 “ 하지만 거긴...다른 두 딸은 죽었다고 했잖아. ”

 “ 하지만 모르잖아요. 혹시 어떤 착오가 있을 가능성도 있고. ”

 “ 그 생각을 안해본건 아니지만 막상 찾아가면 말이 안 나오더라. 어쨌든 그만한 국

  회의원에게 대놓고 그런 질문을 드린다는게 너무 결례같다는 생각도 들고... ”

 “ 언니도 참... ”

 생각해보면 미령의 성격이 좀 소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가족을 찾는 문제인데 상대가 국회의원이든 그보다 더한사람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여하튼 확인을 해보고 싶은 문제가 있으니 확인만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그말만이라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무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란 사람은 그만한 양해도 못해주는 그런 사람일까. 막말로 가짜딸 행세라도 하며 사기라도 치겠다는것도 아니고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확인만이라도 해보고싶어 그런다는 그 정도 이야기도 왜 못한다는 말인가. 미령의 이런 태도가 은영을 갈수록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은영과 미령은 물론 이미 유전자 감식까지 했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식성이 있는 그런 공통점까지 있는 친 자매인 것은 분명하지만 성격은 다른 것 같다. 미령이 생각보다 소심한면이 있는 반면 은영은 뭔가 궁금해진게 있으면 그 궁금증을 풀거나 해결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런 성격인 듯 하다. 자매이면서도 뭔가 성격은 다소 차이가 나는듯한 이 두사람. 은영이 다시금 미령에게 말을 건넨다.

 “ 언니, 그리고 말이에요. ”

 “ 또 왜 ? ”

 “ 큰언니에 대해선 다른 기억이나 그런건 없어요. 아빠 얼굴은 어쨌든 기억이 난다

  며. ”

 “ 말했잖아. 그렇게 너하고 언니, 아빠,엄마 어릴 때 그렇게 다섯식구가 함께 있었

  던...가족이 분명 있었던 기억. 그리고 아빠얼굴. 생각나는건 딱 거기까지야. 너에

  대해서도 그저 막연히 ‘갓난아이 정도 되는 동생이 있었다 – 솔직히 여동생인지

  남동생인지조차 기억이 확실치 않았어. 갓난아이였으니까. - 그 정도로만 기억한

  것처럼, 언니에 대해서도 그저 나보다 두세살 정도 위일 것 같은 그런 언니가 한

  명 더 있었다. 거기까지일뿐 그 이상의 기억은 없어. ”

 “ 그렇구나. ”

 세 살때 기억이 많으면 얼마나 많으랴. 그나마 이 정도 기억이 있다는것만으로도 미령은 어릴 때 기억력이 참 좋았다는 칭찬과 감탄을 듣고도 남을 여자다. 그러나 세 살때 기억이 그보다 더 있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는 무리다. 은영도 그걸 깨닫는지 그 이상의 어떤 단서 같은 것은 찾을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살짝 탄식을 내뱉는다. 또다시 답답한 이야기만 계속 오갈 것 같아서 먹던 과자나 마저 들기로 한다.

 “ 참, 그리고말야 은영아. ”

 “ 네, 언니. ”

 “ 니가 자꾸 그 최병하 의원님 이야길 자꾸 꺼내서 생각난김에 하는데말야 거기 성

  격 굉장히 까탈스러운 보좌관이 하나 있더라구. ”

 “ 까탈스러운 보좌관이요 ? ”

 “ 응, 나야 어쨌든 그동안 가구납품 문제 때문에 국회출입이 잦으면서 특히 의원보

  다는 보좌관이나 비서관들이랑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솔직히 안희현 보

  좌관 그 여잔...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을정도로 성격이 까칠하더라구. ”

 안희현이라며 직접 그녀의 실명까지 언급하며 아마도 그 여인에 대한 그동안 쌓인게 많았었는 듯 ‘그 여자’라는 사뭇 감정적이고 상대방에 대한 경멸이 살짝 들어간 호칭까지 붙여가며 말하고 있는 미령.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말이 나왔으니 하는말이지만 사실 그동안 나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말 많이 만나

  봤다. 하지만 다른 보좌관들은 다 안희현 그 여자같지는 않아. 사람 성격이야 다

  저마다 제각기지만 안희현 그여잔 진짜 ‘어떻게 저런 여자가 국회의원 보좌관을

  다 하나’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상한 여자더라구요. ”

 “ 안희현이란 보좌관 성격이 그렇게 이상해요 ? ”

 미령이 워낙 맺힌게 많은 사람인것처럼 열변까지 토하면서 언급하는 이야기라서인지 은영에게도 안희현이란 사람의 이름은 일단 당분간 잊지 못할것처럼 강렬하게 인상에 박혀서인지 스스로도 그 이름을 직접 언급해보며 묻고있는 은영. 미령의 말이 이어진다.

 “ 글쎄, 그렇다니까. 한마디로 재수없는 여자야. 안희현 그 여자는... ” 



-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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