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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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7)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수정(정아)이 병하의 집에 들어온지 어느덧 며칠이 지났다. 수정이야 희현의 꾸민 음모로 최병하 의원의 가짜딸 노릇을 하기 직전까지 특별히 하는일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지금도 무직인 것은 별반 다를것이 없었고, 따라서 지금 그냥 집에 있는 상태였다. 그런 수정의 2층 방문을 하루는 병하의 아내 지현이 두드렸다.

 “ 네, 들어오세요. ”

 병하의 스무살 어린 아내인 30대 후반의 지현. 솔직히 수정 입장에선 이 여인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그게 가장 난감했다. 사실 수정이야 희현으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기 전까진 최병하의 가정사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었고, 여하튼 병하의 이전아내 순주는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기고 집을 나가버렸고 지금 사는 여인은 병하가 10여년전 재혼한 스무살 아래의 후처란 사실은 지금에서야 알게된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지현을 ‘어머니’라고 해야하는것인지 어떻게 대해야하는것인지. 희현도 그 문제에 대해선 하필 별다른 언질이 없었던 탓에 수정은 지현에 대한 호칭문제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채 ‘어...어...예...’ 하며 마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말더듬이나 벙어리라도 되는가 오해하기 십상인것처럼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 문제라도 확실하게 좀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일까. 지현은 뭔가 중요한 할말이라도 있는 듯 진지한 자세로 수정과 마주 앉는다. 수정 입장에선 자연히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 미안해요. 제가 좀 신경을 써야하는건데...저도 아버님 내조하는일이 워낙 바쁘다

  보니...단둘이 앉는 시간을 이제야 마련하게 되었네요. ”

 “ 예 ? ”

 수정은 지현의 의도를 알 수 없어 그렇게 다소 당혹스러우면서도 의아하다는 듯 묻고 지현은 그런 수정의 손을 한번 잡아본다. 웬지 진정성이 묻어나는 손길이다. 손의 체온이 따사롭다.

 “ 일단 그것 하나만 좀 확실하게 해두고 넘어가고 싶어요. 이제부터 그냥 제게 ‘어

  머니’라고 부르시는게 어때요 ? ”

 “ 예 ? ”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이와같이 말하는 지현의 태도에 수정은 더더욱 당혹스러워졌고 지현은 차분한 자세로 말을 이어간다. 지현의 천성이 원래 착한것인지 아니면 사악하거나 음흉한 면도 어느정도 있는것인지 지금 상태에서 그녀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긴 어렵지만 이런 지현의 태도 자체가 뭔가 차분하고 침착해 보이는것만은 분명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어떤 위엄을 잊지 않으려는 모습이 느껴졌다.

 “ 바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거란거 모르진 않아요. 여하튼 20년만에 돌아와본

  집에 친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보다 스무살 어린 새어머니가 있는거잖아요. 제

  입장이라도 이 상황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거에요. 하지만... ”

 “ ...... ”

 “ 어쨌든 아버님하고도 23년만에 만나신거고...또 아버지도 수정씨와 계속 함께 살

  기를 원하시는 것 같은데...그러니 저하고 관계도 확실하게 해두고 넘어가고 싶어

  말씀드리는거에요. ”

 수정이 지금 무슨말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수정이 정말 23년만에 병하가 찾은 진짜 친딸이 맞다면 지현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차라리 어느정도 솔직하게 말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수정, 아니 정아의 경우엔 행여 가짜딸임이 탄로날까봐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해야하는 그런 지경이다. 게다가 이 음모 자체가 수정은 거의 이 음모를 처음부터 기획한 희현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자신의 의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꼭두각시 같은 존재다. 그러니 그런 수정이 이런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수 있을까. 긴장된 마음을 감추기라도 하기 위함인지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기까지 하는데 지현은 그런 태도 자체가 자신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느껴져서인지 다시한번 그녀의 손을 꼭 잡아본다.

 “ 수정씨 지금 나이가 스물여덟이랬죠 ? 그러면 저하곤 딱 열 살차이네요. 만약 제

  가 한 사춘기 나이때 아버지가 겨우 저보다 열 살많은 여자를 새어머니로 들였다

  면 저도 역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상황이고 저도 많이 당황스러웠을거에요. 하

  지만 저도 이제 어느덧 나이가 40이 다 되어가는 사람이고... ”

 “ ...... ”

 “ 주제넘어 보일지 모르지만 저도 이쯤 살아보니까 깨닫게 되는 세상이치란게 좀

  있더라구요. 그리고 인간과 인간 관계에서 상대방의 심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

  해 보려는 마음도 생기기되고...어쨌든 그러니 수정씨... ”

 수정은 여전히 가슴이 떨려 무슨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수정이야말로 지금껏 ‘아버지’란 존재는 그나마 있었어도 ‘어머니’는 아예 없었던 그런 여자가 아닌가. 수정, 아니 정아야말로 원래 어릴 때 고아원에 맡겨져 그렇게 자라온 사람이고 희현에게 외삼촌이 되는 정아의 아버지는 바로 그런 정아를 입양한 양아버지였고 그때 30대 후반의 노총각이었다. 그러니 정아는 양어머니는 없는 상태에서 양아버지 밑에서 단둘이 살아온 그런 여성. 따라서 양부가 되었건 뭐가 되었건 그나마 아버지는 존재했어도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런 여자였던 것이다. 헌데 지금 이 뜻하지 않은 신분상승(?)의 상황에서 갑자기 자신을 ‘어머니’라고 불러달라는 최병하 의원의 스무살 어린아내 성지현을 어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현의 잡은 손을 어쨌든 정아는 쉽게 뿌리치진 못하고 있는데 그런 정아를 바라보며 지현의 말이 이어진다.

 “ 그...아버지로부터 그동안 수정씨와 다른 두 동생들 그 3자매가 어떻게 버려진건

  지 그때의 일들은 대충 들었어요. 물론 수정씨야 어릴때라 그 당시의 일들을 잘

  모르겠지만 – 물론 그때일은 저같은 경우엔 아예 최병하 의원을 알지도 못하던

  시절의 일들일테니 당연히 지금 병하씨와 결혼해 살게되면서 이야기를 듣기전까

  진 모르던 일들이었죠. ”

 “ ...... ”

 “ 어쨌든 수정씨 친어머니가 수정씨 3자매를 고아원에 맡겼다 그 이야기인거잖아

  요. ”

 대체 무슨말을 하고싶은것일까. 지현의 진정한 의도가 궁금해져서라도 정아는 이제 진지하게 그녀의 말을 경청하지 않을수가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정아의 눈빛에서 그래도 뭔가 조금 마음의 문이 열리는듯한 느낌이라도 받은것인지 지현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예하 그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고 있다.

 “ 제가 수정씨 친어머니를 흉보거나 할 의도는 없어요. 그리고 원래 아버님(최병하

  의원)이 알기로는 3자매를 모두 친어머니가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겼다고 했는데

  이번에 안보좌관이 확인해본바로는 3자매가 모두 같은 고아원에 맡겨진거라면서요

  ? 그건 도대체 저도 뭐가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는데... ”

 그 문제 자체가 모두 안희현이 조작해낸것이니 지금으로선 정아는 뭐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 따라서 다시금 고개를 숙인채 다소 어두워진 얼굴빛으로 별다른 말이 없는데 지현은 여전히 정아의 손을 놓치 않은채 말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 혹시 지금이라도 친어머니를 찾아보고 싶어요 ? ”

 “ 예 ??? 아...아뇨...그...글쎄요... ”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하나. 물론 당연히 정아는 최병하의 딸이 아니니 김순주의 딸도 아니다. 그리고 고아원에 맡겨지기전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는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아 입장에서도 어쩌면 그 문제들은 지금껏 잊고 살아온것이나 마찬가지일테고, 이런 상황에서 더더욱 복잡해진 심경을 어찌하면 좋을지. 정아는 솔직히 지금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어질어질 현기증을 느낄 지경이다. 그러나 지현은 진심으로 이런 수정과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이 있는것인지 좀 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간다.

 “ 만약 친어머니를 찾고싶은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냥 솔직하게 나한테 이야기

  해줘요. 그럼 그 부분도 제가 별다른 거리낌없이 도와줄께요. 그 대신... ”

 “ ...... ”

 “ 앞으로 이렇게 함께 지내면서는 우리 사이좋게 지넀으면 좋겠어요. 전 진심으로

  수정씨 편이 되어주고 싶어 이러는거에요.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 ”

 “ 아...아니 저... ”

 “ 그래서 기왕이면 저보고 어머니라고 불러달라는거에요. 저 진심으로 한번 수정씨

  에게 어머니가 되어주고 싶어서 그래요. 이렇게 한 집에 함께있는 동안이라도...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죠. ”

 수정은 과연 지금 무슨말을 할수 있을까. 지현의 사뭇 간곡하고 절실해보이기까지 한 그와같은 말에 여전히 무슨 답을 제대로 하고있지 못하는데, 그런 수정의 태도에 살짝 서운함과 야속함까지 느껴지는 지현. 다시 수정을 바라보며 묻는다.

 “ 그리고...오늘 별일없죠 ? ”

 “ 예 ? 네, 뭐 별일이야... ”

 “ 별일 없으면 이따 저녁때는 다른 특별한 간식 같은거 먹지않고 늦더라도 좀 기다

  리고 있어요. 제가 카레라이스 한번 대접해 드리려고요. ”

 “ 예 ? 뭐...뭐라구요 ? ”

 “ 수정씨 아버님 이야기가 수정씨 3자매가 모두 어릴 때 카레라이스를 무척 좋아

  했다고 그러더라구요. 아, 참 근데 막내 수지씨 그분은 갓난아기였을 때니까 아

  니겠구나. 여하튼 아버님이 늘 세분 따님 이야기 입에 담으면서 하던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 수정이랑 수아가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카레라이스를 참 좋아했

  었는데...그리고 특히 수정이는 어린애 답지 않게 매운음식도 좋아하던게 눈에

  선해...참 그런 귀엽고 깜찍한 아이들이었는데...’ 저야 친어머니가 아니지만 오

  늘은 진짜 수정씨한테 친어머니가 된 기분으로 대접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먹고싶은 간식 같은게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줘요. 제가 망설임없이 언제든

  지 해드릴테니까. ”

 “ 아...아니 저... ”

 “ 어려워하지말고 그 외에도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 거리낌없이 이야기해줘요.

  절 친엄마처럼 대해달라니까요. ”





 미령이 결국 국회로 찾아가 최병하 의원을 한번 만나가보기로 했다. 원래 은영이 계속 확인을 좀 해보자고 성화였지만 미령은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었고, 따라서 은영은 기왕 확인을 할거면 같이 가자고까지 말했지만 미령이 그런 은영을 달래며 일단 혼자 찾아가보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미령은 가구센터를 하면서 물품납품차 국회의원 회관을 여러번 방문한적 있었기 때문에 비단 최의원이나 안희현 보좌관이 아니더라도 다른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도 면식이 있는 분들이 몇사람 있었고, 반면 은영은 딱히 무작정 국회를 출입할만한 명분이 있는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나마 미령은 최병하든 안희현이든 면식이 있는 사이지만 은영의 경우엔 최병하 의원등의 입장에서 누군지조차 모르는 생판 남이기 때문에 그게 낫겠다는 판단하에 그와같이 한 것이다. 때마침 국회에 또 물품 납품을 할것이 몇건 더 있었기에 겸사겸사 그렇게 다시 국회를 찾은 것이다.

 “ 뭐죠 ? ”

 일단 자기 할 일부터 먼저 하고 그리고 심호흡을 가다듬고는 최병하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예하 안희현 보좌관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미령의 얼굴을 알아보는지 희현은 이와같이 답했다.

 “ 저흰 가구주문 한적 없는데요. ”

 “ 아, 네. 그렇죠 여긴 아니지...저 그리고 이건 명함... ”

 “ 명함은 저번에도 여러번 주셨잖아요. ”

 희현은 사뭇 미령이 짜증스럽고 귀찮다는 듯 또 건네주는 명함을 사양까지 하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자 미령이 뭔가 아쉽다는 듯 다시금 희현을 불렀고 희현은 거듭 미령을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이며 말한다.

 “ 저희한테 무슨 다른 용무라도 있으신건가요 ? ”

 “ 뭔가 ? ”

 그렇게 희현과 미령 사이에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을 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다름아닌 최병하였다. 지금은 최고위원 신분이기도 한 그는 외부에 다른 볼일이 있어 잠시 출타했다 지금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것이다. 헌데 안희현 보좌관이 누군가와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와 그와같이 물은 것이다.

 “ 아, 저 안녕하세요 ? 저 미령 가구센터 대표 이미령이라고 합니다. 저 그리고 이

  건 명함... ”

 “ 아, 네. 얼굴이 기억나네요.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

 “ 예, 의원님. 다시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

 헌데 그러고는 다시금 최병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미령. 마치 그에게 반하기라도 한듯한 그런 표정이라고나 할까. 그런게 아니면 잠시 넋을 잃거나 뭔가 홀리기라도 한 듯한 그런 얼굴이다. 순간 당황한 병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 허 참...아니 그러고보니 이 아가씨 습관인건가. 보니까 멀쩡하게 생긴 아가씨가

  전에도 그러더니... ”

 전에도 한번 최병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아 자신을 당황스럽게 만든 기억이 있기에 그도 다소 불쾌하다는 듯 그와같이 한마디 한다. 그러자 결국 안희현이 두 사람 앞을 막아섰다.

 “ 말씀드렸죠 ? 저희 의원님한테 특별한 용무 없으시면 이런행동 주의해달라고. 거

  듭 말씀드리는데 앞으로 이런일 없도록 해주세요. ”

 그야말로 단순히 보좌관이 아니라 최병하의 심기경호까지 하는듯한 그런 태도로 미령을 막아서며 밀쳐내는듯한 모습까지 보이는 희현. 그리고 아직 사무실 밖에 있는 모양새인 병하에겐 안으로 들어오실 것을 권한다. 병하 입장에서야 어쨌든 그런 희현의 마음씀이 고마울 입장이겠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걸리거나 의아한게 있는것일까. 병하도 한번 다시금 미령을 흘끔 바라본다. 하지만 이제 병하의 이런 태도가 희현이 더 신경쓰이는지 거듭 미령을 쫒아내려한다.

 “ 의원님 어서 들어오세요. 그리고 거기...여기서 자꾸 이러지 말고 볼일 없으면 이

  만 가보시라니까요. ”

 그래도 그쯤 되었으면 이미령이란 이름을 아주 모르진 않을텐데 ‘거기’란 3인칭 대명사까지 붙여가며 그녀에게 까탈스럽게 나오고 있는 희현. 확실히 그녀는 이전부터 미령을 많이 불편해하고 있었던 눈치가 역력하다. 하지만 미령도 지금은 이대로 물러설수가 없어서인지 기어이 다급하게 한마디 덧붙인다.

 “ 저...그리고 의원님. 저...실은 뉴스에서 봤어요. 최근에 따님을 만나셨다구요 ?

 ”

 “ 네, 맞아요. 저희 의원님 원래 어릴 때 잃어버린 따님이 있으시고 최근에 만나셨

  어요. ”

 “ 아, 네에. 축하드립니다. 그 인사라도 전하고 싶어서...그리고... ”

 “ 또 뭐요 ? ”

 “ 아...실은 근데 기사를 보니 딸 셋중 나머지 둘은 세상을 떠났다고 했나...못찾았

  다고 했나...그렇게 본거 같은데. ”

 “ 큰따님 최수정씨가 이번에 만나신 따님이고요 둘째따님 최수아씨와 셋째따님 최

  수지씨는 모두 지금은 이 세상사람이 아니세요. 돌아가셨다구요. 그리고 그것들

  도 모두 제가 직접 확인한사실이구요. ”

 “ 아, 그렇구나. 그러니 나머지 두분 따님은 세상을 떠나셨다고요 ? ”

 무슨 이상한 느낌이라도 괜시리 받는것일까. 미령은 다시금 이번엔 안희현을 뚫어져라 쳐다보기까지 하는데, 희현은 미령의 이런 태도가 거듭 불쾌한지 다시금 이쯤에서 미령의 말을 자르고 그녀를 쫒아내려한다.

 “ 뭐 그렇게까지 남의집 사생활에 대해 궁금한게 많아요. 저희 의원님 사생활을 그

  렇게 자세히 알아서 뭐 어쩌려구요. 볼일 끝났으면 이만 가보시라니까요 !!! ”

 “ 아...아니 전 그냥...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 ”

 “ 허허 참... ”

 미령은 아무래도 더 이상 뭔가 알아낼수 있는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쯤에서 결국 포기하고 사과의 말을 건네고 사라진다. 그리고 병하는 병하대로 역시 기분이 다소 언짢은지 꼭 안희현에게 들으라는 듯 하는말이라기보단 혼잣말에 가깝게 중얼거린다.

 “ 그 참...성격이 뭐랄까...일은 무슨 센터 대표라더니...정신이 좀 성치 못한 아가씨

  인가. 저런 정신으로 대체 세상살이를 어떻게 하는지 그게 다 신기할 지경이군. ”

 병하 입장에선 이미령이란 여자는 무슨 국회에 물품 납품까지 하는 가구센터 대표라지만 지금까지 두어번 접해본 경험으론 어디 정신이 성치못한 구석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뭔가 좀 유쾌하지 않은 그런 여성이었다. 그래서 저런 정신머리로 어떻게 그런 업체대표까지 한다는것인지 그게 다 이해가 안갈 지경이라는 듯 말한것인데 희현이 그런 병하의 심기를 좀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듯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 너무 신경쓰시지 마세요 의원님. 그리고 어쩌면 의원님이 정확하게 보신걸지도 몰

  라요. ”

 “ 내가 정확하게 봤다구 ? ”

 “ 말씀드렸잖아요. 일은 제법 열심히...좀 수선스러운 느낌이 든다 싶을 정도로 정

  신없이 하는데...오히려 그래서인지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여자라니까요. 그러니 의원님 부디 너무 신경쓰지 말도록 하세요. ”

 “ 뭐 알았어요. 아무튼 안보좌관은 내게 그런부분까지 신경쓰니 더더욱 고맙군. 그

  리고말야 나도 어쩄든 의정생활 14년 하면서 별일을 다 겪어봤고 별 사람도 다

  만나보았지만 나중엔 이런일도 다 겪어보는구만 그래. ”

 “ 그러게말이에요 의원님. ”





 그때 수정은 집에서 잠시 나와서 어디론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다름아닌 안희현 보좌관에게. 두 사람만이 연락할일이 있을 때 하라고 준 바로 그 대포폰으로 한 전화이지만 이제 며칠이나 지났다고 설마 지금 그렇게까지 급한일이 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희현은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았는데, 그 전화너머로는 수정, 아니 정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언니, 큰일났어. 이 일을 어떻게해 ? ”

 “ 왜 그래 ? 대체 무슨일이야 ? ”

 “ 성지현 그 여자가...아니 그분이...뭐 어쨌든 나한테 카레라이스를 해주겠대. ”

 “ 뭐...뭐라구 ? ”

 정아의 경우 아까 지현이 방에 들어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엄마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한 당부가 있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그녀에 대한 호칭을 어찌 정리해야할지 몰라 ‘그여자’랬다가 ‘그분’이랬다가 그야말로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허나 그런 호칭문제보다 더 화급한일이 있는 것이다. 수정의 다급한 살려달라는듯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뿐만아니라 그...원래 수정이라는 애 매운음식도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대. ”

 “ 매운음식 ? 아니, 다섯 살짜리가 무슨 매운음식을 좋아해 ? ”

 최병하의 큰딸 수정이 고아원에 맡겨진게 다섯 살때니 ‘어릴 때’라는 기준이 아무리 많이 잡아도 다섯 살 이후의 일을 최병하가 알수는 없을것이고 헌데 누구한테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운음식을 좋아했다’니. 희현은 상식적으로 그게 더 말이 안된다는듯한 반응을 보이고, 허나 지금 그게 문제는 아니라서인지 어쩌면 좋냐는 울상이 되다시피한 정아의 목소리는 계속 되고 있었다.

 “ 아니 나 카레 알레르기 원래 있는것까진 그렇다치고...그 미친 고모 X들이...아...

  아니 저 미안...그...나 어릴 때 명절에 강제로 매운 고추장에 밥 비벼서 수십숟갈

  을 퍼먹이는 바람에...그때 위염걸려서...알지 언니 ? 나 그때부터 트라우마 생긴

  거. ”

 정아가 지금 한 말처럼 실제 그것이 그녀가 어릴 때 정아에게는 고모들이 되고 희현에겐 엄마와 이모가 되는 이들이 그녀에게 한 짓이었다. 아무리 이복남동생이 나이 서른아홉에 입양한 아이가 밉기로 이쯤되면 그저 심술이다못해 그야말로 싸이코들이 아닌가 싶을정도의 범죄행위. 그냥 맛있게 먹으려고 만든 비빔밥도 아닌 그저 고추장만 잔뜩 심술궂게 듬뿍 비벼서 그 고추장 비빔밥을 다섯 살도 채 되기전인 정아에게 수십숟갈도 넘게 강제로 퍼먹인 것이다. 그리고 그때 정아는 급성 위염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되었고, 그로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정아는 그때부터 매운 음식을 못먹는 여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카레는 그런 문제와 별개로 어떤 유전적 문제가 있는지 알레르기가 있는 그런 여자였다. 그래서 지금도 카레성분이 들어간 음식을 못 먹는 여자. 헌데 지현의 말로는 – 그녀 역시 남편 병하로부터 들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 병하의 큰딸 수정은 어릴때부터 카레음식을 좋아했고 매운음식도 좋아했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지현 딴에는 23년만에 남편 병하가 찾은 친딸과 친하게 지내고픈 마음에 카레라이스를 손수 만들어 대접해주겠다는 것인데 그게 수정이 아닌 정아로선 사색이 되고도 남을일이었다. 이건 그야말로 가짜딸로 들어간 집에서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들통이 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자칫하면 살아서 나올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수도 있는판 아닌가. 정아는 새삼 그래서 다시금 되살아난 트라우마 때문에 고모들과 사촌들에 대한 원망감까지 담아서 이와같이 말한다.

 “ 하여튼 그러니...아무리 그래도 애한테 할짓이 따로있지. 나 진짜 그때 죽을뻔했

  다 ? ”

 “ 정아야...박정아. 지금 우리가 과거 우리집안 가정사 문제갖고 싸울일은 아닐거 같

  다. 일단 이 사태부터 해결해야할 것 아냐. ”

 생각해보면 안희현의 외가쪽 가정사도 별도 소설 몇권분량이 나올만큼의 복잡한 사연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그 복잡한 가정사의 최악의 피해자였을수도 있는 정아. 그 정아에게서 그래서 새삼 자신의 과거에 대한 원망과 설움이 핏발처럼 서릴판인데, 허나 지금 한가하게 그런 문제갖고 싸울때는 아니라서 희현은 일단 정아부터 진정시켜놓으려고 한다. 정아는 정아대로 그런 희현에게 따지듯이 말한다.

 “ 그러니 이 사태를 대체 어떻게 할거냐구 ? 그리고...무슨 가짜딸을 만든다면서 그

  만한 조사도 안 하고 뭐했어. 세상에...카레 좋아하고 매운음식 좋아했다는 그런 여

  자애를...가짜딸을 만든다면서 카레 알레르기에 매운음식 트라우마 있는애를...언니

  나 골탕먹이려고 이러는거야 ? ”

 “ 정아야...일단 지난일은 더 거론하지 말기로 하고. 내가 처음에도 말했잤아. 그래서

  그 지난일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라도 엄마 유언도 있고해서 너한테 잘해주려고

  이러는거라고. ”

 “ 근데 이런 사태를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해 !!! 식성이 정 반대인 애를 그런애 가짜

  행세를 내가 어떻게 하냐구 !!! ”

 “ 정아야...정아야 일단 진정해. 그리고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지말구 우리 비밀대화

  나눌 때 만나기로 한 거기서 만나자. ”

 사실 정아도 지금은 집 근처의 공터쯤 되는곳에서 급한대로 대충 전화해서 항의하는 중인지라 들통날 위험이 있음을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희현의 제안대로 두 사람이 비밀대화를 나눌 때 만나기로 한 모처에서 다시 만나 침착하게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정아는 바로 곧 서둘러 두 사람의 접선장소로 갔다.

 “ 일단...오늘 저녁은 내가 없는 스케줄이라도 하나 새로 만들어서 사모님 집에 못

  못들어가시게 할게. 그럼 오늘 위기는 일단 무사히 넘기는거 아냐 ? ”

 “ 없는 스케줄 ? ”

 의아해하는 정아에게 그 부분은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해서인지 희현이 침착하게 설명을 해준다.

 “ 내가 누구냐 ? 최병하 의원님 15년 보좌관 아니냐. 그리고 국회의원이 내외가 함

  께 동반해야하는 행사나 스케줄이 한두개인줄 알아 ? 걱정마. 저녁때 원래 없던 스

  케줄 하나 급하게 잡아놓는 것은 나한테 일도 아니니까. 그럼 일단 오늘 저녁 위기

  는 무사히 넘어가는거지 ? ”

 지현이 최병하 의원과 소화해야하는 스케줄 문제로 저녁때 귀가를 못한다면 오늘 저녁에 카레요리 대접을 해주겠다고 한 약속도 일단 물건너가는 것. 어찌보면 저녁때 해주겠다고 한 지현의 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것일까. 행여 별다른 스케줄이 없어 한가롭게 집에있던 낮 시간에 수정에게 사전에 이야기도 해주지 않고 그냥 만들어서 – 가령 깜짝파티 같은 형식으로라도 – 대접하려 했다면 어찌될뻔 했는가. 여하튼 희현이 그와같이 말하자 수정 아니 정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허나 오늘 저녁은 그렇게 무사히 넘어간다 치더라도 그 다음에도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카레음식이든 매운음식이든 꼭 특별할때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수시로 먹을수 있는 것 아닌가. 희현도 그걸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 그러니 왜 그런건 사전에 알아두지 못했냐구 ? 그것도 어쨌든 성지현 그 여자도

  다 아는걸. ”

 아침에 이미 지현이 수정의 방에 들어와서 ‘엄마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는데 무슨 꿍꿍이나 의도인지 아니면 ‘엄마’란 말 자체가 입에 쉽게 안 붙어서 그러는것인지 지금은 지현을 그냥 ‘그 여자’라고 부르고 있는 수정 아니 정아. - 사실 어쨌든 나이도 열 살많은 어른이고 꼭 사촌언니 안희현 보좌관이 15년동안 모신 국회의원의 부인이 아니더라도 그만한 사회적 지위나 여성이라면 ‘사모님’이나 ‘여사님’ 같은 호칭을 붙일수도 있다. 헌데 원래 그런 호칭을 모르는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나 꿍꿍이라도 있는것인지 희현과 만난 자리에서 정아의 지현에 대한 호칭은 여전히 ‘그 여자’다. 이쯤되면 정아의 천성도 뭔가 좀 문제가 있는 여자로 보는게 맞는 것 같다.

 “ 생각해보니 진짜...그런 이야긴 의원님이 나한테 한번도 하신적 없는 것 같다. ”

 “ 없다구 ? ”

 믿겨지지가 않는다는 듯 정아는 여전히 희현을 좀 더 추궁해보고픈 심정으로 묻고있고, 희현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한다.

 “ 그러고보니 지난 15년동안 나도 의원님이 어릴 때 헤어지게 된 딸들이 있고 그 아

  이들을 나중에라도 꼭 찾고싶다는 말만...정말 그 말만 수도없이 들었지 구체적으로

  그 아이들 식성이나 특징 뭐 그런것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

 “ 그게 말이 돼 ? 어쨌든 성지현 그 여자는 다 아는 것 같던데. 어쨌든 카레 좋아하

  고 매운거 좋아하는 그런 여자였대. ”

 “ 몰라, 왜 그런건지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런 이야긴 들은적이 없고...나

  도 뭐 어쨌든 대략 세 살,다섯살 이럴 때 잃어버린 아이들이라니까 뭐 딱히 특징

  이나 식성 그런게 특별할건 없었나보다 하고 별 신경을 안 쓰고 살아온거지 뭐.

  근데 진짜 이런 뜻밖의 사태가 벌어질줄이야... ”

 희현도 정말 뜻밖에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허점이 생겨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해야할지 그 해결방안이 나오기 쉽지않다. 어쨌든 오늘저녁 위기는 무사히 넘긴다 하더라도 이후의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그게 쉽지 않은 것 아닌가. 희현은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한번 짚어보다가 정아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한다.

 “ 일단 넌 지금 집으로 돌아가있어. 괜히 이렇게 바깥으로 돌아다니다 무슨 꼬투리

  거리라도 잡히면 그게 더 큰일이니까. 일단 오늘 저녁 위기는 무사히 넘길수 있는

  거니까 그건 일단 언니 믿고 집에 들어가 쥐죽은 듯 조용히 있으라구. ”

 “ 정말 그래도 되는거야 ? ”

 “ 그래, 차라리 이럴때일수록 너무 과하게 쓸데없는 짓 하고 돌아다니면 그것때문

  에 탈이 날수도 있는거니까 오늘은 일단 돌아가서 지난 일주일동안 그런것처럼

  괜히 쓸데없는 짓이나 말 하지말고 그저 쥐죽은 듯이 조용히 있으라고. 그럼 다

  음문제는 언니가 어떻게든 해결방안을 찾아볼게. ”

 “ 알았어. 그대신 꼭 해결방안 마련해놔야돼 ? ”

 일단 오늘 저녁 문제는 대책이 있다니까 그것은 안심이 되는지 희현의 말대로 따르기로 하는 정아. 헌데 아직 남은 문제가 있어서인지 희현에게 다시 말을 건넨다.

 “ 참, 그리고 언니 ? ”

 “ 왜 ? 뭐 또 다른 문제라도 있어 ? ”

 “ 응...저 문제가 실은...그 여자가 나한테 한 이야기가 카레문제 말고 다른게 또 있

  어. 실은 자기보고 엄마라고 불러달래. ”

 “ 엄마라구 ? ”

 이것 역시 희현은 예상치 못했던것일까. 좀 얼떨떨하고 어이없다는 듯 정아를 바라보고 있는데 정아의 말이 이어진다.

 “ 뭐 어쨌든 한 집에 계속 살고...그...최병하 의원 그분이 이제 나한테 아버지가 되

  는거고...자기가 부인이니까 엄마라고 불러달라는거지. 그런데 나 어떻게해 ? 그렇

  게 해야해 ? ”

 “ 으음...글세... ”

 사실 가장 자연스럽게 하려면 피차 가족간 호칭문제때문에라도 ‘엄마’라는 호칭을 수용하는게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 그것도 적어도 아버지는 있었을지언정 엄마 자체는 아예 없이 자라온 정아임에도 불구하고 – 정아는 그 부분이 진짜 고민되는 듯 말하고 있고 그러자 희현도 뭔가 정아의 감정에 맞장구를 치는듯한 말을 꺼낸다.

 “ 와...그 여자 세다 ? ”

 “ 세다구 ? ”

 “ 센거지. 생각보다 고단수아냐. 그러니 너 확실하게 자기딸로 가족으로 못박아 두고

  싶다 이거지. 세상에...솔직히 니가 딸이라고 그 집에 들어가면 성지현 그 여자가

  어찌 나올지 솔직히 나도 그게 진짜 가장 궁금했는데...아예 대놓고 ‘엄마’라고 불

  러달라구 ? 진짜 세네 그여자. 나도 솔직히 그게 이런면까지 있는지는 예상 못했다

  정말. ”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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