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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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6)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한편 병하는 수정(사실은 정아)을 일단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어쨌든 23년만에 만나게 된 큰딸이라니 가만 있을수는 없는일이 아닌가. 희현은 일단 병하가 의심을 할까봐 이쯤에서 빠졌고 병하 혼자서 수정을 데리고 집으로 온 것이다. 무엇보다 23년만에 그토록 찾고자했던 큰딸을 만났고 거기에 나머지 두 딸은 죽었다(?)는 소식까지 듣게 되었으니 병하로선 이성적인 생각이나 사리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마음상태가 아니었다. 우선 무엇보다 이대로 큰딸이라도 찾았고 그런 딸과 계속 함께하고 싶은게 아버지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수정(?)을 데리고 집으로 온 병하. 집에선 병하의 아내 지현이 그런 두 사람을 맞이했다.

 “ 이 아가씨가 당신 큰딸이라고요 ? ”

 안희현 보좌관이 미리 전화연락을 해줘서 소식은 들었지만 막상 그런 병하의 큰딸과 맞이하게 된 지현의 심경은 복잡했다. 단지 수정에게 새엄마가 되는데다가 나이차이도 열 살정도 밖에 나지 않는다는 그런 문제 때문만이 아니었다. 불과 몇 달전, 안희현 보좌관과의 문제 때문에 병하가 아내와 화해의 시간을 갖는답시고 한 며칠 일본여행을 함께 다녀왔는데 그때 병하는 지현에게 분명히 그와같이 말했다. 자신의 잃어버린 세 딸을 지현보고 꼭 좀 신경써서라도 찾아달라고. 그리고 그러면 자신이 이 집의 안주인으로 어른으로 확실하게 대접받으며 남은 시간을 살아갈수 있는 ‘최후의 승자가 되는길’가 될수 있다고 일러주지 않았던가. 안희현 보좌관이 정치적으로는 지난 15년동안 자신을 도운 고마운 동료이고 동지인것만은 맞지만 세 딸을 찾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집안일이니 병하의 스무살 어린 아내인 성지현이 해줘야 할 일이라는 것. 그것이 병하 입장에선 행여 생길수 있는 여자문제(?)에 대한 나름의 교통정리 방식이라고나 할까. 안희현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정치적 동지일뿐이고 성지현은 자신과 남은 시간을 함께 해야할 아내. 바로 그 점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 병하는 잃어버린 딸 셋을 찾는 문제를 지현의 몫으로 확실하게 해두었던 것이다. 헌데 지금은 일단 그 딸마저도 희현이 찾아준 모양새가 된 것 아닌가. 지현으로선 심경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일단 수정을 집으로 데려온 병하는 내일이든 모래든 시간을 잡아 원래 사는 집의 짐까지 아예 이리로 옮기자고 했다. 23년만에 만난 딸에게 해주고픈 일이 어디 그것뿐이랴. 학업문제든 취업문제든 아마 자신이 힘을써서 해줄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 해주고픈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일 것이다. 여하튼 일단 지금은 강북의 단칸방에서 혼자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수정. 희현이 수정를 찾게된 정황을 설명해주면서 이미 정아가 지금껏 살던곳까지 이야기를 해주었고, 희현은 그곳까지 어렵사리 찾아가 자신이 직접 수정을 만나본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짐을 옮기는 문제는 일단 희현이 빠지는 것으로 해 수정과 병하 둘이서 알아서 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희현으로선 행여 병하가 의심하는 일이 없도록 나름 용의주도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되자 지현으로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수밖에 없었다. 잔뜩이나 남편 병하가 아내인 자신보다 안희현 보좌관을 더 신뢰하고 아끼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 없었던 그녀. 헌데 병하가 그런 아내를 안심시킨답시고 한 부탁이 ‘딸 셋을 찾아달라’는 것 아니었던가. 헌데 이제 그 딸마저 안희현 보좌관이 찾아준 것이다. 그것도 큰딸은 찾았지만 나머지 두명은 어릴 때 물놀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러니 일이 이렇게 되면 앞으로 자신은 어찌되는것인가. 지현이 무슨 부처님 가운뎃토막이나 성인군자가 아닌 평범한 30대 후반의 그리고 병하와는 10년을 조금 넘게 산 평범한 주부이자 여성인 이상 속이 여간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안에서 머리를 싸매고 누워있는 그런 아내를 보자 병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가 없다.

 “ 여보... ”

 아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 못할바는 아니라 병하는 어떻게든 좋은말로 그녀를 좀 다독여보려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말을 어찌 하면 좋을지 그 방도도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데다가 솔직히 지금은 병하 입장에서 지현에게 실망한감도 없지않아 있다. 여하튼 불과 몇 달전 그토록 신신당부한 일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 이전에도 ‘20여년전 잃어버린 딸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라도 그 딸들은 지금이라도 꼭 좀 찾아보고 싶다’는 의사를 그동안 틈만나면 병하는 지현에게 전하곤 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어린아내 지현이 자신을 위해 해줘야 할 일이라는 듯이. 그러니 그 뜻을 정히 이해못하는 것 같아 결국 대놓고 노골적으로 그 문제가 지현의 소임이라며 못박아두었던 것 아닌가. 그러니 그쯤되면 지현이 세상만사 모든걸 다 제쳐놓고라도 병하의 잃어버린 친딸들을 찾는 문제에 모든 것을 걸기라도 할 줄 알았다. 헌데 이렇게 되고보면 오히려 지현보다는 희현이 그 일을 더 신경쓰고 만사제쳐놓고 해결을 보려 했던 모양새가 된 것 아닌가. 그런 아내에 대한 실망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이제 딸과의 감격적인 상봉에 대한 감정도 그런대로 추슬러졌으니 차츰 이성을 되찾고 아내에게 좋은말로 말을 건네보려한다. 지현을 일으켜보려하며 뿌리치는 그녀를 가까스로 겨우겨우 일으키며 지현의 손까지 잡아보며 말한다.

 “ 여보... ”

 “ 왜요 ? ”

 마치 남편과 별로 하고싶은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없다는 사람마냥 퉁명스럽게 나오는 지현. 병하가 그런 스무살 연하의 아내를 거듭 타이른다.

 “ 이것 하나만든 분명히 해 두겠소.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내 분명한 사랑하는 아내

  라는 것을. ”

 “ 칫~! ”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남편의 이런말이 정말 신뢰가 가지 않아서일까. 어이없다는 듯 피식 헛웃음까지 터트리는 지현.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병하는 안타까운 감정을 담아 거듭 말을 이어간다.

 “ 허허 참...아무리 그래도 10년을 넘게 산 우리 사이인데...당신은 정말 그렇게 이

  최병하란 사람을 모르나 ? 아무리 그렇다고 내가 이런일로 당신을 내치기라도 할까

  봐 ? ”

 “ 그거야 모르는일이죠. ”

 다른건 몰라도 딸 셋을 찾고싶은 그 강렬한 열망만은 누구보다 지현이 더 잘알고 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이 집안에서 앞으로 입지가 어찌될지, 그 걱정까지 하고있는 지현의 처지. 남편의 말이 여전하 쉽게 위로도 안심도 안 되는 이유가 그와같다. 병하는 그런 아내를 거듭 타이르며 설득하려 한다.

 “ 물론 당신이...내 아이들을 찾는 문제에 너무 무성의하지 않았나. 그 부분에 대한

  실망감은 어느정도 있는게 사실이야. 하지만 아무리 그렇기로...막말로 내가 이런일

  로 당신을 내치기라도 한다 ? 그리고 설사 내친다고 해보자고...그럼 그 다음엔 뭘

  어쩔건데 ? 안희현 보좌관을 내가 이 집엔 안사람으로 들이기라도 할까봐 ? ”

 “ 남자 마음을 제가 어떻게 알아요 ? ”

 “ 여보... ”

 정말 자신이 앞으로 이 집에서 어찌 될지 모르겠다는 불안한 마음까지 담아 지현은 그와같이 말하고 있고, 이쯤되면 정말 두 사람 사이에 부부간으로서의 신뢰마저 깨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염려까지 되어 병하는 지현을 거듭 안타깝게 타일러보려 한다. 다독여보려한다. 그렇다고 지금 지현의 마음이 쉽게 움직일수 있을련지는 모르겠지만 병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그...지금와서 이런말 하는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일단 수정이한테 잘 해

  줘. 이 집에서 편히 잘 지낼수 있게 해달라고. ”

 “ 뭐라구요 ? ”

 “ 그래도 내 말이 무슨말인지 모르겠나 ? 이제 당신이 수정이에게 엄마가 되는셈이

  야. 안타깝게도 수아와 수지는 이미 20년전에 죽었다니 이제 더 이상 찾을수 없게

  된 것이지만... - 솔직히 난 그리고 수아와 수지도 어디엔가 살아있었으면...적어도

  그것만은...그 철두철미한 안희현 보좌관도 뭔가 착각을 하고 잘못안 사실이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도 있어. 하지만 그건 그거고...당신이 그저...엄마로서의 역할이 힘

  들다면 그냥 한 열 살 많은 언니나 인생선배같은 마음으로라도 수정이를 잘 돌봐달

  라고. 아직은 수정이도 당신이 마냥 어색하고 적응하기 쉽기 않겠지만...당신이 진

  심을 다하면 수정이도 마음을 열게될지 어찌아나. ”

 “ 그래서 그 다음엔 뭘 어쩌려구요 ? ”

 “ 어쩌긴 뭘 어째 ? 당신이 수정이의 좋은 새엄마로 그리고 이 최병하의 아내로 앞

  으로도 계속 이대로 변함없이 살아가면 되는거지.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 당신에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이집에서 안주인으로 어른으로 계속 살아갈수 있는길. 아직

  은 그 길에 달라진게 없는거라고. 당신은 앞으로도 그저 이 최병하가 신뢰하고 사

  랑할수 있는 그런 아내로 살아가면 되는거고 수정이에게도 한번 당신이 그래도...당

  신이 어쨌든 나이가 열 살이라도 더 많은 어른이고 언니 아닌가. 그러니 그런 마음

  으로 수정이도 당신에게 적응을 잘 하고 마음을 열수있도록 당신이 잘 해 보라구.

  그냥 그렇게 하면 되는거야. 달라지는건 없어. 정말이야. 내 말을 믿어달라구. ”





 한편 수정은 밖에 별도의 제3의 장소에서 희현을 만나고 있었다. 일단 짐은 모두 병하의 집에 옮겨놓고 이제 거기서 살기로 결정이 났으나 두 사람은 두 사람대로 상의할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정은 여전히 뭔가 불안함을 떨치지 못한 눈빛이었다. 그러나 희현은 실제로는 사촌동생이기도 한 수정의 그런 모습엔 아랑곳없이 뭔가를 전해주며 자신의 말만 이어가고 있었다.

 “ 일단 이거받아. 대포폰이라고 알지 ? 앞으로 중요한 문제는 이걸로 통화해서 우

  리끼리 상의하기로 하자. 넌 그냥 내가 전화할때마다 이걸로 받으면 되는거고 혹시

  무슨 문제나 비상시 급히 상의할게 있으면 너도 이걸로 해. ”

 두사람 비밀통화용 대포폰을 급히 마련했다는 이야긴데 그러나 수정은 언니가 전해주는 대포폰을 말없이 건네받으면서도 여전히 뭔가 불안한 듯 결국 입을 열고만다.

 “ 언니 나 정말 불안해. 우리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돼 ? ”

 “ 쉿...조용히 해 !!! 쓸데없는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

 ”

 “ 언니...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한 생각 같아서 그러지. 그러지말고...정히

  그냥 우리끼리 한몫 챙기는게 목적이라면 다른 안전한 방법도 얼마든지 있지 않

  겠어 ? 하지만 최병하 의원 그분은 아직 찾지못한 딸도 둘이나 더 있다며 ? -

  게다가 그 두 사람 생사여부는 우리가 확인한것도 아니고 – 게다가 그만큼 엄청

  난 국회의원이라면... ”

 사실 수정이야 평상시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으니 4선의원 정도면 얼마나 거물 정치인인지 별로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어쨌든 최병하는 현재 유력정당의 4선의원이고 국회 상임위원장에 이어 지금은 당 최고위원에까지 올라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대선후보로도 유력후보군까진 아니더라도 2진급이나 차차기 후보군정도로까지는 거론이 되는 그 정도 인물이 되는 것이다. (* 굳이 현역 정치인에 비유하자면 원희룡이나 남경필 정도)

 “ 너 한번만 더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면 그땐 진짜 언니한테 혼난다. 아니, 이제 언

  니가 아니라 난 이제 내가 모시는 그리고 너한테 아버지가 되는 최병하 의원의 보

  좌관일뿐이야. ”

 “ 언니 ! ”

 어찌보면 양심을 아예 팔아치운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희현과 달리 그래도 수정은 양심이 좀 남아있는것일까, 아니면 성격이 소심한것일까. 희현의 이야기가 가면 갈수록 너무 지나치고 엄청나서 그런지 기어이 이렇게 한마디 내뱉는다. 허나 희현은 주위를 한번 두리번거린뒤 거듭 수정 아니 정아에게 주의를 줄 뿐이다.

 “ 니 머릿속에 거듭 주입시키란말야. 넌 더 이상 이 안희현의 외사촌동생 박정아가

  아니고 최병하 의원의 23년전 잃어버린 딸 최수정일뿐이야. 그리고 너에게는 어릴

  때 함께 고아원에 맡겨졌지만 물놀이 사고로 죽은 수아와 수지란 두 동생이 있는거

  고. 너 진짜 이건 분명히 니 머릿속에 분명히 주입시켜야한다. 거의 세뇌라도 시키

  듯 스스로의 의식을 그렇게 만들란말야. 만의하나 정말 그 나머지 두 동생의 문제

  에 대해 거짓이 탄로나는날엔 우린 완전히 끝장이야. ”

 사실 그렇다. 만약 정말 희현이 병하에게 어릴 때 사고로 죽었다고 말한 그의 나머지 두 딸이 나중에라도 살아있어 실제 나타나는날엔 지금 이 두 사람이 꾸마고 있는 음모는 모두 수포로 돌아가버릴 일이다. 게다가 어쩌면 그 뒤의 일도 감당할수 없는 상황이 될련지 모른다. 사실 수정은 그런 문제 때문에라도 이 음모가 너무 엄청난 일 같아서 불안해하고 있는것이고 그러나 희현은 수정이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거짓으로 꾸며낸일을 스스로조차 진실로 믿어버리게끔 거듭 다짐을 두고있는 것이다. 허나 여전히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수정은 뭔가 진짜 궁금한게 있는 듯 희현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 언니, 근데 대체 우리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가 뭐야 ? ”

 “ 너 진짜... ”

 “ 난 처음엔...언니가 그냥 나 챙겨주고 싶어서 최병하 의원 가짜딸로 둔갑시키겠다

  는 말을 들었을땐 처음엔 그냥 ‘재미있는 장난’쯤으로 여기고 함께하려 했어. 헌데

  이건 실제 와보니까 너무 엄청난일이라서 감당이 안될 것 같더라구. ”

 최병하 의원에 대해선 그전까진 누군지 조차 몰랐지만 알고보니 진짜 보통아닌 거물 정치인이란 점, 게다가 딸이 하나뿐이라면 몰라도 두명의 딸이 더 있다는데 그 두 딸까지 죽었다고 가장시키고 정아를 철저히 병하의 가짜딸 최수정으로 둔갑시킨 언니의 하는짓을 보니 수정은 희현이 지금까지 내가 알던 그 안희현이 맞나 싶을정도로 무서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애초 희현은 수정에게 이런 제안을 했을 때 원래 그런 다소 남다른 사연이 있는 그런 가정사가 있는 집안이기에 희현의 엄마 관선이 돌아가시기 전에 막내동생(사실은 5자매에게 이복동생인 남동생)의 입양한 딸인 정아(현재 수정)를 좀 챙겨주라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래서 그 사촌동생을 챙겨주기 위해 이런일을 꾸미는것이라고 말했던 희현. 그래서 그때까지만 해도 정아는 뭔가 그렇게 죄책감을 느낄필요 없거나 큰 범죄행위가 아닌 ‘가벼운 장난’쯤으로 여겼던 것이다. 허나 실제 이렇게 최병하란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그 집에까지 들어가게 되니 진짜 너무 엄청난 일을 희현이 벌이는 것 같아 대체 이런일까지 벌이는 이유가 궁금해진 것이다. 희현은 다시금 주위를 두리번거린뒤 나지막하면서도 진지한 말투로 말을 이어간다.

 “ 너 내가 그저 단순히 너 한몫 챙겨주고 싶어 이러는거라 생각하니 ? ”

 “ 그러니까 묻는거아냐 ? 대체 이런일까지 벌이는 이유가 뭔데 ? ”

 “ 넌 정치에 대해 잘 모르니까 내가 가르쳐주는거지만 최병하 의원은 그냥 흔하디

  흔한 허접한 국회의원이 아냐. 한때 보수우파 운동에 10년을 헌신하시기도 했던

  그런 유명한 시민운동가이기도 했고, 지금은 OOOO당 최고위원에 차기 내지 차차

  기 대선후보로 거론되기도 하는 그런 분이시라고. ”

 정아도 어쨌든 이렇게 병하의 집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다른 관계자나 식구(식구래야 지금은 젊은 아내 지현 한사람뿐이지만)들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들으면서 최병하가 어느정도 거물급 정치인인지는 대충 짐작이 오기도 했다. 허나 안희현은 정아가 미처 모르는 그런 부분까지도 사뭇 친절하게 열심을 다해가며 설명해가고 있었고, 그런 희현의 화술에 어느덧 빨려들기라도 했는지 정아도 조금전까지의 불안한 눈빛은 간데없고 자신도 모르게 진지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다. 희현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헌데 그런 최병하 의원님께 어릴 때 잃어버린 딸들에 대한 문제는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지. 또 그것이 최의원님께 지금껏 가장 아픈 상처이자 죄책감으로

  남아있는 일이기도 했고... ”

 “ ...... ”

 “ 난 그런 최의원님의 아픔과 그늘을 가장 곁에서 15년동안 지켜봐온 사람이고 그래

  서 그분이 가장 힘들어하는 아픈 상처이자 그늘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야. ”

 “ 그 아픈상처가 그래서...잃어버린 따님들에 대한 문제라는 이야기야 ? ”

 그래도 사촌동생이 제법 말귀를 알아듣는다는 생각에 기특하다고 여겨져서일까. 희현은 그만 미소까지 띤 얼굴로 정아를 한번 토닥여주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걱정말고 언니만 믿으라’는 듯 한번 꼭 안아준뒤,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간다.

 “ 난 진심으로 최병하 의원 그분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 난 다른건 몰라도 정치

  적으로,역사적으로,사상적으로 가장 혼란스럽고 혼돈스러운 이 시기에 진정 이 나라

  를 위해 필요한 지도자가 최병하 의원님 같은분이라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 ”

 최병하 의원이 왜 이 혼돈의 시대에 ‘꼭 필요한 존재’인지까지 주절주절 늘어놓았다간 시간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인지 일단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채 희현은 스스로의 정치적 야심을 사촌동생 앞에서 드러내고 있다.

 “ 난 그분을 이 시대를 구한 구원자 같은 존재로 만들고 싶어. 그냥 5년 잠깐 하고

  마는 흔하디 흔한 대통령이 아니라 이 혼돈의 시대를 구한 메시아같은 존재로 만

  들고 싶은거지. ”

 수정은 침을 꿀꺽 삼킨다. 원래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치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던 그녀가 희현의 지금 이와같은 말을 어디까지 이해할수 있을련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상 희현이 이 엄청난 일을 벌인 진짜 속내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수정은 말없이 언니의 변설을 좀 더 경청하고 있다.

 “ 난 그럼 그 메시아를 만든 그런 존재가 되는거야. 킹메이커라고 들어봤나 모르겠

  네 ? 난 최병하 의원을 뒤에서 지키는 그림자이자 후원자 그리고 킹메이커로 역사

  에 길이남는거지. 이 시대를 구원한 메시아 최병하. 그리고 그 최병하를 만든 사람

  은 ??? ”

 “ 그게...언니라구 ? ”

 “ 그래, 바로 그거야. 그래도 용케 그 말귀를 바로 알아듣네. 그리고 넌 그냥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돼. 그럼 넌 더 이상 우리 외가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언 입양

  된 막내 사촌동생이 더 이상 아닌 – 그것도 딸 다섯을 낳은 희현의 외할아버지가

  대를 이은 아들이 필요하다며 밖에서 낳아와 희현 엄마를 비롯한 5자매와는 줄곧

  불편한 관계로 살아온 그런 막내 동생의 입양한 딸이 되는 – 대통령 최병하의 딸

  최수정으로 그냥 한바탕 근사하게 즐기며 살다가면 되는거야. 그래도 내 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

 어디선가 이름모를 새소리 같은게 들려온다. 공연한 경계심에 희현이 주위를 한번 돌아본다. 사실 이곳은 식당이나 커피숍 같은 실내공간은 아니고 실외공간. 그러나 평상시 인적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라 오히려 보안유지가 쉬울 것 같아 희현이 이 장소를 수정과 비상시나 비밀리 접속할만한 장소로 택한 것이다. - 혹 두 사람만이 만날 비밀 공간이나 방 같은 것을 구하기엔 희현은 이미 사촌동상 정아를 최병하의 가짜딸로 둔갑시키기 위해 너무 돈을 많이 썼다. 그 실외지만 고요해서 외려 더 비밀스러워 보이는 이런 공간에서 희현과 그녀의 사촌동생 정아(또는 수정)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언니, 언니 지금 자요 ? ”

 한편 고아출신으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친자매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미령과 은영은 그 뒤에도 자주 왕래가 계속되고 있었다. 어차피 옆집에 사는 사이니만큼 지난 20여년동안 못 나눈 자매의 정이라도 실컷 나누고픈 생각에서인지 사소한 볼일이나 용무가 있을때도 툭하면 서로 옆집의 문을 두드리고 했던 것이다. 다만 재연배우인 은영과는 달리 가구센터를 운영하는 중소규모 사업가인 미령은 평일에는 아무래도 밤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기 때문에 함께 있을 시간은 평일보다는 주말이나 휴일에 더 많았다. 그런데 어느날 밤늦은 시간에 미령이 퇴근을 한 사실을 안 은영이 그녀의 집 벨을 누른 것이다. 미령은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동생이 또 무슨일인가 싶어 문을 열어주었다.

 “ 언니, 혹시 인터넷 기사 봤어요 ? ”

 “ 기사 ? 무슨기사 ? ”

 뭔가 심상찮아보이는 은영의 분위기와는 달리 미령은 생판 영문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미령은 어차피 일 때문에 바빠서 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구할 때 정도를 제외하곤 인터넷을 이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미령의 경우엔 은영과 달리 직업이 재연배우라서인지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들 시청자 반응이 궁금해서라도 가끔씩 포털 댓글같은것도 검색하는 편이었고, 그 외에도 소일거리로 종종 인터넷 여기저기를 좀 쏘다니는 편이었다. 헌데 그런 은영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듯 미령을 찾아온 것이다.

 “ 못봤으면 지금이라도 좀 봐봐요. 인터넷에서 이상한 기사를 하나 봤어요. ”

 “ 아니, 대체 무슨 기사가 낫길래 그래 ? ”

 은영은 이미 그런 미령을 자신의 집으로 이끌다시피 하고 있었고, 미령도 동생의 그런 태도에 궁금함이 생겨 사실상 그녀를 뒤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둘이 함께 은영의 집으로 들어가서는 은영이 자기방 컴퓨터에서 인터넷 기사를 하나 보여주었다.

 “ 이게 뭐야 대체 ? ”

 은영이 보여준 기사는 다름아닌 4선 국회의원 최병하가 최근 23년전 잃어버린 딸을 만났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미 언론플레이를 안희현이 철저하게 하는중이었기 때문에 최병하의 이미지 관리용으로라도 기사는 이미 대대적으로 나 있었고, 그 사이 최병하와 그 딸 수정은 몇몇 토크쇼에 방송출연까지 한 상태다. 게다가 딸 상봉과 관련된 기사에는 최병하의 전처 김순주가 병하가 가정에 소홀하던 젊은시절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딸 셋을 모두 고아원에 맡겼다는 이야기, 그리고 지금껏 김순주의 친구란 사람을 통해 들은 정보로 딸 셋이 모두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겨진줄만 알고 있었는데 병하의 15년 보좌관이자 최측근인 안희현이 최근 각고의 노력 끝에 최병하의 딸들의 행방을 추적한 끝에 딸 셋은 각기 다른 고아원이 아닌 모두 같은 고아원에 맡겨졌으며 그러나 큰 딸만이 지금껏 살아있었고 나머지 두 딸은 고아원에 맡겨진지 불과 3년만에 물놀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의 설명까지 덧붙여져있었다. 헌데 이 기사에서 아무래도 바로 두 사람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바로 최병하의 전처 이름 역시 김순주라는 점이었다.

 “ 언니,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 ”

 김순주란 이름이 대체 대한민국에 얼마나 그렇게 흔한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은영과 미령은 서로 똑같이 생모의 이름이 김순주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결국 서로 자매간이란것까지 확인이 가능했다. 헌데 고아원에 딸들을 맡겼다는 최병하의 전처란 사람의 이름도 김순주라는 것 아닌가. 게다가 미령의 기억엔 어릴 때 분명 언니와 동생이 각기 한명씩 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고 했는데 최병하가 찾았다는 큰 딸의 경우 두 동생은 이미 물놀이 사고로 20년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이 이상한 기사를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것인지 미령도 은영도 의아하고 심상찮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근데...저 최병하 의원이란분 딸들 이름은 수아와 수지라고 ??? ”

 기사에는 그와같은 최병하의 죽은(?) 딸들 이름까지 그와같이 소개가 되어있었고 그 모든 기사내용은 병하의 15년 보좌관 안희현이 제공한 보도자료에 근거해서 적혀질수 있었던 기사였다. 허나 미령과 은영의 경우엔 자신들이 고아원에 맡겨질 당시의 진짜 이름은 지금 알턱이 없다. 일단 두 사람은 고아원에서 나올 무렵 은영은 고아원 원장님이 가르쳐주셔서 미령은 자신의 구체적인 신상과 고아원에 맡겨진 정황을 알고 싶어서 스스로 자신의 신상기록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엄마의 이름이 김순주란 사실을 알게된 것이고, 다만 어릴 때 원래 이름은 모르는채 고아원에서 새로 지어준 이름 은영과 미령으로 지금껏 각기 살아온 것이다. 그러니 최병하의 딸 이름이 무엇이건 그것을 지금 자신들이 뭘 확인해본다던가 하는 것은 그럴만한 어떤 방법이 없다. 다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것은 최병하란 사람의 전처도 자신들의 엄마와 같은 이름인 김순주라는 것. 다만 한가지 다른 것은 최병하측의 관련기사에 의하면 병하는 순주의 친구란 사람으로부터 시간이 훨씬 지난후에 자신의 딸 셋을 순주가 전부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겼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는 것이고 헌데 안희현이 확인(?)해본 바로는 그게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세 딸은 전부 같은 고아원에 맡겨졌다는게 최병하의 사연이다. 일단 은영과 미령으로선 하필 자신들의 엄마와 동명이인(?)이란 점도 마음에 걸리는 판에 게다가 저와같은 사연까지 있으니 대체 뭐가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일단 미령이 은영을 바라보며 다시금 말을 건넨다.

 “ 근데...최병하 의원이다 이거지... ”

 미령이야 바로 가구센터를 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물품을 국회에까지 납품하게된 그런 사람 아닌가. 바로 그 과정에서 최병하 의원이라던가 안희현 보좌관의 이름 정도는 모르지 않고 있었다. 다만 ‘왜 하필 최병하인가 ?’ 하는 그 생각을 하고 있는중이다. 병하와는 딱히 무슨 악연같은게 있었다고 할 수는 없는 사이지만, 안희현의 경우엔 자신이 국회에서 이 사무실, 저 사무실 마구 들락거리고 할 때 뭔가 자신을 많이 불편해 하는 반응을 보이던 것을 미령이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최병하 의원의 가정사가 대체 그 정확한 진상이 어찌되었든 안희현 보좌관이란 사람에 대해선 계속 마음에 걸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 언니, 그 연습장 다시 보여줄수 없어요 ? 언니가 아빠 얼굴 떠올려보려고 그려보

  곤 했다던 그 연습장이요. ”

 “ 연습장을 ? ”

 세 살때 고아원에 맡겨진 미령에게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 분명 언니와 동생이 각기 한명씩 더 있었다는 부분과 그리고 어렴풋하지만 분명 아빠 얼굴에 대한 기억이 있다는게 지금껏 미령이 은영에게 해온 말이었다. 다만 기억에는 분명히 있는데 그 그림이 정확치가 않아 마치 흐릿한 옛날영화의 한 장면처럼 너무나 어렴풋해 기억을 제대로 떠올려보려고 수도없이 연습장에 아빠얼굴을 그려보려 했는데 머릿속 기억이 그림으로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며 그것을 안타까와 해오고 있었다. 은영과 처음 알게되고 같은 고아출신임을 알게되었을때부터 이미 여러번 했던 이야기. 은영이 왜 지금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는지 의도야 충분히 이해할수 있을 것 같지만 미령은 다만 그 부분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 하지만 연습장을 보여준다고 그게 뭐 별 의미가 있겠어 ? 너도 이미 여러번 봤지

  만 그냥 사람얼굴 형상이나 겨우 갖춰 낙서처럼 그린 그게 전부야. 그래서 내가

  그림실력이 없어서 머릿속에 있는 아빠 얼굴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고 그걸 한

  탄하고 안타까와했던거잖아. 근데 지금 그 그림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 ”

 “ 어쨌든 일단 다시 보여줘봐요. ”

 연습장 보여주는것이야 뭐 어렵지 않은 일이라서인지 은영의 거듭되는 재촉에 미령이 도로 집으로 가서 문제의 연습장을 가져온다. 은영이 냉큼 그 연습장을 받아 인터넷 기사와 함께 있는 최병하 의원이라던가 딸의 사진과 몇 번이고 번갈아가며 살펴본다. 허나 그야말로 미령의 그림실력을 탓해야 하는것인지, 그 막연한 사람얼굴 그림과 최병하 얼굴을 비교해본들 정말 아무의미가 없는 일이라 은영은 탄식을 내뱉는다.

 “ 언니, 차라리 우리가 직접 한번 찾아가서 확인해보는건 어때요 ? ”

 아무래도 이런식으로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미심쩍은 의혹이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하필 공교롭게도 최병하 전처의 이름도 자신들의 엄마 이름과 같은 김순주인데 거기다 최병하가 찾았다는 수정이란 딸과 관련된 증언에 의하면 수정과 같은 고아원에 맡겨진 동생 두명이 더 있는데 그 동생 둘은 이미 어렷을 때 죽었다는 것, 헌데 미령의 말에 의하면 어릴 때 아빠,엄마는 물론 동생과 언니가 한명씩 더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중 당시 갓난아기였던 동생이 최근에 극적으로 재회하게된 은영인것이고 다만 미령이 자신보다 두어살 위였던걸로 추정한다는 언니의 행방은 지금도 알길이 없다. 그리고 최병하측의 증언에 의하면 원래는 전처 김순주가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아이 셋을 다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겼다는데, 나중에 안희현 보좌관이라는 최병하 최측근이 확인해본바에 의하면 셋 다 같은 고아원에 맡겨졌으며 이름도 바꾸지 않고 수정,수아,수지란 이름 그대로 고아원에서 3자매가 함께 지냈다는 것이 아닌가. 헌데 그중 큰딸 수정은 찾았지만 나머지 두 딸 수아와 수지는 고아원에 맡겨진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물놀이 사고가 생겨 그때 죽었다는 것. 뭔가 양쪽의 정황이 앞뒤가 안맞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뭔가 맞아떨어지는게 있는 것 같은 정말이지 무엇이 정확한 진상인지 알수가 없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혼돈만 더 거듭되는 상황인 것이다. 은영이 이대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듯 다시금 심각하게 미령에게 묻는다.

 “ 언니, 혹시 우리가 어릴 때 물놀이 사고 같은걸 당했다던가 그런 기억같은 것은

  없어요 ? ”

 “ 야, 너 정신차려. 지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 ”

 막상 은영에게서 이와같은 질문이 나오자 미령이 어이없다는 듯 이런 반응을 보인다. 하긴 은영의 저 질문은 아무래도 그녀가 뭔가 착오를 일으킨 질문인 것 같다. 일단 저런 질문은 자신들이 바로 그 수아와 수지일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나온 질문 아닌가. 그러나 적어도 최병하측의 증언에 의하면 수아와 수지는 고아원에 맡겨진 3년쯤 후에 그러한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고, 은영과 미령은 분명히 지금까지 각기 다른 고아원에서 서로의 존재조차 아예 모르는채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따라서 수아와 수지가 진짜 고아원에서 물놀이 사고를 당한적이 있든 없든 그것은 지금 은영과 미령의 상황에선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 될 수가 있다. 미령이 다시금 곰곰이 뭔가를 생각해본다.

 “ 근데...저분들 말에 의하면... ”

 저분들이란 당연히 최병하 의원이라던가 최의원 가정사 관련한 보도자료를 뿌린 안희현 보좌관등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여러차례 국회출입으로 인한 노하우 같은것이라도 생긴것인지 아니면 어쨌든 그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이라면 예의를 차려야 겠다는 평소의 사고판단력이나 가치관이라도 잡혀있는것인지 제법 정중하게 이와같은 표현을 하고있는 미령.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 여하튼 그 김순주라는 분이 복수심에 최병하 의원의 세 딸을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겼다. 그 이야기 아냐 ? ”

 사실 미령이나 은영이나 자신들이 대체 어떻게 고아원에 버려진것인지 또 왜 버려전 것인지 그것이 진짜 궁금해서 견딜수 없는 지경인 일이었을 것이다. 단지 미령과 은영의 상황이 약간 달라 미령은 어렴풋이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기억이 있는 상태에서 대체 그런 자신이 왜 혼자 고아원에 버려진것인지 그 궁금함과 원망감이 늘 함께했던것이고 은영은 그런 기억 자체가 아예 없는채 갓난아기때 맡겨진 것이라 부모나 가족을 찾고싶은 생각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예 체념하거나 염두에 두지 않은채 단지 자신을 버린 부모님에 대한 막연한 원망과 그리움을 갖고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두 사람 다 최소한 친모의 이름 정도는 확인할수 있는 방도가 있었기에 결국 유전자 검사까지 해서 친자매임을 확인했던 것. 헌데 최병하측 증언에 의하면 그것이 정말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긴것이든 아니면 3자매를 다 한 고아원에 맡긴것이든 김순주란 사람이 가정에 소홀한 남편 최병하에 대한 복수심으로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겼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 되는 것 아닌가. 적어도 김순주란 이름은 미령과 은영 입장에선 서로가 친자매임을 확인하는게 가능했던 유일한 단서였는데, 그 김순주에 의해 버려진 아이들이라니. 참 이럴땐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판단이 제대로 서지않아 미령과 은영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움만 극에 달할뿐이다.

 “ 언니, 그러지말고 차라리 우리가 직접 찾아가 확인이라도 해보는건 어때요 ? 저

  진짜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요. ”

 “ 아니, 제정신이야 ? 지금 대체 누굴 찾아가 뭘 확인해보자는거야 ? 지금 당장 최

  병하 의원 사무실이라도 쳐들어가 ‘혹시 우리도 당신들 딸인 것 아니냐 ?’ 대뜸

  이런 질문이라도 하자구 ? ”

 하긴 이미 최병하 의원(대한민국 4선 국회의원)이 23년만에 잃어버린 딸을 찾았다는 것이 이만큼 기사화가 되어 정치권은 믈론 사회 전반에도 화제가 되어있는만큼 이럴 때 자신들이 또 최병하를 찾아간다면 그 또한 이슈나 화제 또는 논란거리가 될수 있을 것이다. 또 어찌보면 자칫 이런걸 기화로 한몫 챙겨보려는 그런 사기꾼 같은 이들은 아닌가 그런 오해를 살수도 있는일 아닌가. 가구센터를 운영하면서 국회에까지 들락거려본 경험이 있는 미령이 그래도 은영보다 세상물정을 조금 더 아는 언니라서인지 그런 부분을 더더욱 조심하고 경계할일이란 생각에 은영을 만류하듯 이런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은영은 도무지 답답함을 견딜수 없는지 그런 언니를 거듭 재촉한다.

 “ 지금 이 판국에 그까짓 오해받는게 문제에요 ? 만약 확인해봐서 맞으면 정말 그

  건 기적과도 같은 가족상봉 사건이 되는것이고, 아니면 그냥 ‘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습니다.’하고 사과한번 하고 나오면 그만이죠 뭐. 언니, 오해받는게 문제가

  아니에요. 전 진짜 대체 뭐가뭔지 너무 혼란스럽고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어요. 언

  니, 내일 당장에라도 찾아가잔 말까진 안 할테니까 한 며칠내, 아니 한 1,2주내라

  도 시간을 잡아서 일단 사실관계 확인정도는 해보러 가요. 그건 뭐 그렇게 어려

  운 일이거나 문제될일은 아니잖아요. 네, 언니 ? ”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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