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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5)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며칠후에 이번엔 은영이 미령의 집으로 찾아왔다. 사실 은영은 요 며칠간 다소 번민의 시간을 보냈다. 원래 부모님을 찾는다던가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또 그런 그리움 자체가 존재하지조차 않았었다고 말했던 그녀. 헌데 고아원을 나올 때 원장 선생님께서 나중에라도 한번 찾아보라며 알려주셨다는 어머니의 이름. 헌데 그게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이미령의 어머니 이름과 똑같다는 사실이 은영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은영과 미령. 공교롭게도 둘 다 하필이면 아주 어린 나이에 고아원에 맡겨진 그런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 놀라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가까운 사이가 되기도 한 두 사람인데 거기다 하필 어머니 이름까지 똑같다니. 무슨 이런 우연이 있을수 있는가 싶은 생각에 은영은 미령이 돌아간후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 미령과 함께 있을 때 그 사실을 확인했을때는 순간 ‘혹시나’ 하면서도 ‘설마 그건 아니겠지’ 하며 웃어넘기고 말았는데, 그러고 만 미령과 달리 은영은 그 ‘혹시나’ 하는 의구심과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은영은 미령에게 찾아와 정중히 제안했다.

 “ 언니, 그러지말고 우리 유전자 검사라도 한번 해보는건 어때요 ? ”

 “ 유전자 검사를 ? ”

 우연치고는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어머니 이름이 ‘김순주’란 사실은 이미 알게된 터. 하지만 동명이인이 있을수도 있으니 미령은 그 사실 자체를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잊어버리려 했었는데, 은영이 다시 찾아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미령도 다시금 생각이 복잡해졌다. 은영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야 모르는바가 아니지만 미령은 그 자체를 그렇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막상 은영이 진지하게 이렇게 나오자 그녀도 마음이 조금은 흔들리지 않을수 없었다. 게다가 은영과 달리 미령은 어린시절 아버지나 가족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있고, 심지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연습장에 수도없이 자기 아버지 얼굴을 그리며 그러나 ‘머리속으론 기억이 나는데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며 그것을 한탄해오지 않았던가. 허나 은영과 달리 미령은 여전히 회의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 검사하는거야 뭐 그리 어려운일은 아니지만...그렇다고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 ?

 ”

 “ 하지만 언니... ”

 여전히 두 사람이 친자매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엔 회의적인 모습인듯한 미령. 미령의 이런 태도에 은영이 더 안타까와질 지경인데, 은영은 미령의 이와같은 반응에 뭔가 답답함을 느끼다 다시금 말을 건넨다.

 “ 언니...언니 그 연습장 한번만 보여줄수 있어요 ? ”

 “ 연습장 ? ”

 “ 네, 언니가 아빠 얼굴을 한번 그려보려고 했다는 그 연습장 있잖아요. ”

 “ 뭐...보여주는거야 어렵진 않지만... ”

 사실 그런 연습장 자체가 아무나 보여줄만한 것이 아니기도 하겠지만 은영한테야 이미 미령이 먼저 그 연습장속 그림을 보여준바 있고 그걸 그린 이유까지 말해준바 있는터다. 따라서 그런 은영한테 그 연습장을 한번 더 보여주는거야 그리 어렵거나 문제될일은 없을테고, 허나 미령은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일단 은영이 부탁한 그 연습장은 다시한번 꺼내 보여준다.

 “ 언니...한번 좀 더 다시 침착하게 구체적으로 생각해낼수는 없겠어요 ? ”

 “ 뭘 ? 아버지 얼굴을 ? ”

 “ 네, 언니. ”

 이제 사뭇 간곡해지기까지 하는 은영. 이런 은영의 태도를 보니 미령도 마음이 점차 계속 흔들려가고 있다. ‘설마 아니겠지...동명이인일수도 있는데...’하며 그리 대수좁지 않게 여기려 했던일. 그런데 은영의 계속되는 이런 태도가 미령에게도 뭔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 없게 만드는데, 하지만 미령은 다시금 침착하게 은영을 보며 말을 건넨다.

 “ 헌데...말했잖아. 아주 어릴 때 기억이고...마치 영화 하이라이트 또는 무슨 티저

  예고편마냥 아주 단편적으로 떠올려지는 그런 기억이라니까. 허니 그 기억과 그림

  을 그려본다한들... ”

 “ 언니... ”

 “ 게다가 설사 진짜 우리 사이가 뭔가 있을수 있다고 쳐. 일단 우리가 알고있는 단

  서는...은영씨 엄마와 우리 엄마가 이름이 같은 김순주라는 점이잖아. 그러니 아빠

  얼굴 단서는 여기에 덧붙이는게 별 의미가 없지. 그것도 이렇게 제대로 그려지지

  조차 않는 얼굴을. ”

 실제 미령이 그렸다는 연습장 그림은 미령이 워낙 그림실력이 없는터인지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연습장을 봤다면 그야말로 초등학생 꼬맹이 정도가 심심할 때 그린 낙서 따위가 아닌가 딱 그런 생각이 들기 안성마춤인 조악한 그림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점 때문에 머릿속에 있는 기억이 그림으로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며 그것을 한탄해오기도 했다는게 미령이 아니던가. 따라서 은영이 그 조잡한 사람얼굴이 수도없이 그려진 그림을 몇 번을 더 들여다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영은 다시금 그 연습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하지만 아무래도 ‘이걸로는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바로 드는지 절망스럽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연습장을 덮는다.

 “ 언니 차라리 그러니 유전자 검사라도 해보자구요. 이런 막연한 단서만 가지고 답

  답해하느니 차라리 그게 더 낫지 않겠어요 ? ”

 “ 은영씨도 참... ”

 은영의 이런 태도가 솔직히 미령 입장에선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그런 상태였다. 원래 은영은 워낙 갓난아기때 고아원에 맡겨져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한 기억이 존재할수조차 없고 따라서 그런 그리움이나 찾아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은채 그냥 이대로 쭉 혼자 살아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오히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기억조차 아예 없어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고있는 자신과 어렴풋한 기억이나마 가족과 함께 살던 기억이 있어 ‘찾고싶다’는 갈망과 하지만 방도가 없어 좌절하는 그 안타까운 감정이 늘 교차하는 미령 두 사람의 처지를 비교하며 둘중 누가 나은지 모르겠다고 말하기까지 하던 그런 은영이었다. 무엇보다 결론적으로 부모님이든 가족이든 찾을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않고 –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할수조차 없는 심리상태일수도 있었던 – 있었다는 은영이 지금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오는 모습이 미령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 근데 참...은영씨도...뭐 언제는 그렇게 가족을 찾을 생각자체를 안하고 그냥 쭉

  혼자 살아왔다고 하더니...그 김순주란 엄마 이름도 그냥 고아원 원장선생님이 가

  르쳐주셔서 그렇게 알고있고 그냥 잊어버리고 살아온 그런 이름이라며. 그렇다면

  서 무슨... ”

 “ 지금까진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뭔가 상황이 다르잖아요. 지금까진 뭔가 가족을

  찾을만한 단서도 기억도 없는 그런 상태라 ‘에라~! 모르겠다’ 그런 체념상태였던

  거지만...상황이 이렇게 달라진건데... ”

 “ 달라지기는 대체 뭐가 달라졌다는건데 ? ”

 그건 솔직히 미령말이 맞다. 은영의 친엄마 이름이 김순주고 하필 그게 미령의 친엄마 이름과 같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게 있는것도 아니지 않는가. 아닌말로 지금 아버지나 어머니를 찾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사고나 트라우마 때문에 잊어버린 어릴 때 기억이 되살아나기라도 한것도 아니고, 그저 단지 지금 확인할수 있는 것은 둘 다 각기 자기가 살던 고아원에서 확인할수 있었다는 친엄마의 이름. 그게 알고보니 우연히 같다는 것 외엔 크게 두 사람의 삶이나 생활이 달라질만한 그런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 김순주란 이름 자체가 정말 그냥 ‘동명이인’이고 두 사람이 실은 자매가 아닌 그냥 생판 모르는 남일뿐인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야말로 허무개그 같은 결말 아닌가. 사실 미령은 행여 그런 좌절감이나 허탈감 같은 것을 맛보게 될까봐 그래서 애써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으려한 면도 있다. 괜한 기대가 나중에 더 큰 실망감으로 돌아오는 경우. 미령은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러지말고 언니...아주 확실하게 확인하는게 낫지 않겠어요. 저 진짜 그러지 않고

  는 이렇게 미심쩍은 마음만 간직한채로 사는건 더 못할거 같아요. 언니, 그러니 제

  발. ”

 다시금 간곡하게 애원을 하는 은영의 모습을 보니 미령도 마냥 ‘곤란하다’고 나올수도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어쨌든 그렇게 지난 몇 달간 서로 옆집에 살면서 그야말로 친자매라도 되는듯한 끈끈한 이웃사촌간의 정이 쌓여온 두 사람 사이가 아닌가. 아닌말로 정말 나이어린 철없는 동생의 보챔이라도 들어주고픈 언니같은 마음이 생겨서라도 미령은 결국 은영의 애원을 들어주는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 뭐...솔직히 유전자 검사 자체가 그리 어려운일은 아니니... ”

 “ 언니... ”

 미령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이 은영이 새로운 희망이라도 본 듯 화색이 되는데 일단 미령은 여전히 차분함과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다시금 은영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유전자 검사 해보는 것 자체가 뭐 그리 어려운일은 아니니 해보는것이긴 하지만

  우리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기로 하자. ”

 “ 언니... ”

 “ 설사 우리가 친자매가 아니더라도 그냥 이렇게 친한 이웃의 언니,동생 그런사이로

  사는것만으로도 되는 것 아니겠어. 그러니 내말은 그 부분에 대해 너무 큰 기대나

  의미는 부여하지 않기로 하자구. ”





 여름에 있었던 자당(自黨)의 지도부(대표,최고위원 등) 경선에서 최병하는 최고위원이 되었고 그때부터 병하는 더더욱 정치적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병하 스스로 4선을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활동은 마감하기로 마음의 결심을 하고 있었던터라 최고위원 자리를 자신이 정치를 하면서 사실상 마지막 앉아보는 높은 자리라 생각하고 2년동안 그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2년정도 최고위원으로 당과 나라를 위해 더 봉사를 한뒤 깔끔하게 정치활동은 마무리할 생각으로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때쯤(2년후)이면 현 국회의원 임기도 끝나고 새로 총선을 4월쯤 치러 새 국회가 열린지도 한달여쯤 지났을 무렵이니 그때 병하는 더 이상 현역 국회의원도 아닌 신분으로 한층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정계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지금 현재 대한민국 4선의원 최병하의 앞으로 남은 2년간의 정치활동에 대한 구상인셈이다. 그렇게 16년 정치활동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고 싶은 것이 최병하의 생각. 헌데 요즘 병하 주변에 좀 이해할수 없는 일이 하나 생겼다.

 실은 어찌된 영문인지 안희현 보좌관이 근래들어 자주 자리를 비우는 것이다. 만약 공적인 심부름이나 일이 있어 자리를 뜨는것이라면 그녀를 거느리고 있는 최병하가 모를이유가 없을것인데 요즘은 심지어 별로 납득할수 없는 핑계를 대면서 자리를 비우는 것이다. 자신이 처음 총선에 출마할 준비를 하면서 그 1년전부터 지역에 사무실을 마련했을 때 그 사무실 여직원으로 처음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15년간 자신을 곁에서 그야말로 복심처럼 보좌해온 안희현의 이전에 없던 이해할수 없는 행동이었다. 병하는 혹시 자신이 불출마의사를 밝히고나자 그때부터 사람이 좀 나태해져 농땡이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의심까지 들 지경이었다. 이래서 불출마 결심을 측근에게든 누구에게든 사전에 말해서는 안되는것인데 하며 후회까지 하고 있는중인데 그러기를 어느덧 며칠. 밤늦은 시간에 어디를 출타했는지 도무지 종적을 알수없던 안희현이 그제서야 조심스레 병하의 의뭔 사무실에 들렀다.

 “ 아니, 대체 어딜 갔다오는거에요 ? 이제 내 보좌관 노릇은 안 할 생각인거야 ?

 ”

 전에없이 버럭 화를 내는 병하를 보면서 ‘죄송합니다’ 하고 사죄인사라도 건넬줄 알았는데 희현은 어찌된 영문인지 손으로 살짝 입을 가린채 별다른 말이 없다. 그래도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은 아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것인지, 그러나 사과의 말은 여전히 입에 담고있지 않은 안희현의 모습을 보며 병하는 부아가 터져 견딜수가 없어 삿대질까지 하며 소리를 지른다.

 “ 이따위로 할거거든 보좌관이고 뭐고 당장 그만둬요. 원...내가 아무리 그동안 오

  냐오냐 해줬기로 기고만장해지는것도 정도가 있지...최고위원 되고나서 내 일이

  더 바빠진건 알고는 있는거야 ? ”

 “ 알고 있습니다. ”

 그제서야 나지막한 소리로 정중하게 대답하는 희현. 헌데 그런 희현의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인다. 혹시 진짜 무슨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순간적으로 걱정도 되는데, 그러나 희현의 나태함만은 분명하게 책망을 하고 넘어가야겠기에 병하는 거듭 희현을 꾸짖는다.

 “ 정 이런식으로 할거고...일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관둬요. 내 밑에서 일하는거 싫

  거든 지금이라도 당장 관두라고. 내 말리진 않을테니까. 원 세상에...어디 보좌관 할

  사람이 없어서 못 구하는것도 아닌데...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요즘 ? 그 이유

  나 좀 알자고 ! 진짜 내 밑에서 일하는게 싫어진거야 ? 아님 진짜 무슨 피치못할

  사정이나 문제 같은게 생긴거야. ”

 “ 그럴리가요. 제가 왜 의원님을 버리겠어요. ”

 “ 근데 왜 ? 근데 왜 요즘들어 자꾸 이렇게 농땡이를 피우냐고 !!! ”

 “ 저어...그보다 의원님... ”

 “ 왜 ? 뭐 할말이라도 있어 ? ”

 “ 수정아가씨를...찾았어요. ”

 “ 뭐...누굴찾아 ? ”

 수정은 다름아닌 최병하의 잃어버린 세딸중 큰 딸의 이름이다. 지난 20년 넘는 시간 그토록 애타게 찾고싶어 목매달아했던 그런 딸들(수정,수아,수지)이니만큼 어찌 그 이름들을 한순간이라도 잊었겠냐마는 지금은 워낙 이런저런 업무에 바빴던데다가 게다가 농땡이를 피우는 것 같은 안희현 보좌관으로 인한 화까지 겹쳐져서였음인지 그 이름 자체가 바로 신경이 쓰이지가 않았다. 무슨 흔한 지역 유권자나 민원인 또는 이런저런 이익단체,시민단체 관계자 대략 국회의원 업무상 피치못하게 만나봐야하는 그런 사람들중 하나인가 싶어 그냥 대수롭지않게 그 이름을 입에 담았는데 그러다 그만 병하 스스로 눈이 휘둥그래지고야 만다.

 “ 아니...대체...아니 대체 누굴 찾았다는거야 ? ”

 “ 수정씨를요...지금 제가 사무실 앞까지 데려왔습니다. ”

 “ 뭐...뭐라고 ? ”

 조금전에 ‘수정 아가씨’라고 호칭을 붙인 것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인지 ‘수정씨’라고 호칭을 정정하기도 했는데 – 지금이 신분제 조선시대도 아닐진대 국회의원 보좌관쯤 되는 인물이 아무리 자신의 모시는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아가씨’란 표현은 과도한 것이 분명하다. (* 게다가 실제로는 최병하의 딸도 아니고 가짜로 꾸민 자신의 사촌동생이다.) 여하튼 희현은 병하를 살짝 눈꼬리를 치켜떠 올려보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간다.

 “ 저 실은...그동안 알게 모르게 의원님 잃어버린 따님들을 찾아보려 노력을 해왔습

  니다. 하지만 그러나 저도 워낙 일이 바쁜 사람이다보니 그쪽에만 백퍼센트 열중

  하거나 전념할수도 없어서 ‘꼭 의원님 딸들을 찾아드려야지’ 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는데...그래도 의원님 이번 국회 임

  기 끝나시기 전까진 꼭 좀 따님들을 만나게 해드리고 싶어서 이번엔 제가 동원할

  수 있는 정보와 인맥을 총 동원해서...정말 대한민국 모든 고아원,보육시설을 샅샅

  이 뒤지고 경우에 따라선 학교마다 신상명세까지 다 뒤져볼 각오까지 하면서 찾

  아보려 했어요. 그러다...큰 따님을...수정씨를...OO에 있는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하더라구요. 학교야 그러니 당연히 그 인근지역에서 나왔고요. 여하튼 ‘최수정’이

  란 이름으로 20여년전에 OO에 있는 고아원에 맡겨진 아이가 있다는 것을 최종

  확인하고 그리고 혹시몰라 유전자 검사까지 다 해봐서 확실하게 확인을 했습니다.

  의원님 머리카락과 치솔등은 제가 평소 사무실 청소등을 하면서 확보할수 있었던

  것을 모아둬서 했고요. ”

 “ 아...아니 그럼...수정이를...정말 내 딸을 찾았단말야 ? 정말 내 딸을 ??? ”

 “ 들어오세요. ”

 병하의 충격이 아직 쉬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희현은 바로 상봉을 시켜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때까지 사무실 앞에서 대기중이던 수정(실제로는 희현의 외사촌동생 박정아)을 들어오게 했다. 수정, 아니 정아는 아무래도 긴장되고 떨려서인지 그러잖아도 추레한 옷차림새로 병하의 눈을 똑바로도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좀 안 되겠다 싶은지 희현이 정아의 팔을 한번 툭 쳐보고는 한마디 한다.

 “ 저...말씀드렸죠. 이분이 바로 정아씨...아...아니...최수정씨의 아버님이신 최병하

  의원님이시라고요. 지금 OOOO당 소속의 대한민국 4선 국회의원이시죠. 그리고 의

  원님. 아마 고아원에 맡겨져 있을 때 거기선 이름을 정아로 바꿔서 썼나보더라구요

  . 그러니 수정씨는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정아로만 알고 20여년을 살아온건데...

  이제 진짜 이름까지 찾았네요. ”

 “ 그러니까...니가 정말 수정이란 말이지...니가 정말 수정이...세상에 어떻게...세상

  에 어떻게 이런일이... ”

 희현은 자신이 조작한 가짜 유전검사 결과표를(물론 병하야 그것을 당연히 진짜로 알고 있다) 병하에게 내어 보여주고 병하는 그것과 수정을 번갈아 바라보며 어쩔줄을 모르고 있다. 그야말로 20여년만에 찾은 자신의 친딸이 아닌가. 그것도 자신이 보수우파 운동을 하면서 정신이 없어 도저히 생계문제는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아내가 그런 가정에 무책임한 남편에 복수한답시고 딸 셋을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겼다는 그 세딸중 하나를. 병하는 바로 수정을 끌어안고 울며불며 어쩔줄을 모르고 수정, 아니 정아는 이런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치기라도 한것일까. 아니면 원래 연기가 좀 되거나 희현이 철저하게 사전연습을 시켰던것일까. 정아 역시 병하의 품에 안겨 울고 있다. 그리고 희현은 잘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 저...그리고 의원님. ”

 “ 왜요 ? 또 다른 뭐가 있나요 ? ”

 “ 안타깝게도 다른 따님 두분인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 하더라구요. ”

 “ 무슨말이에요 그건 또 ? 수아와 수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니. ”

 병하는 자신의 세 딸을 전처 순주가 제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겼다고 들어 지금껏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다만 순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고 순주 친구란 사람으로부터 수년이 훨씬 지난뒤에 듣게된 이야기다. 딸 셋을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겼다는 사실을 알게되고는 그럼 더 찾기가 힘들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때는 하염없는 절망감에 휩싸이기까지 했는데 지금 희현의 말로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 그러니까 아마 의원님께 그 사실을 알렸다는 김순주님 친구분이 거짓말을 한 모

  양이더라구요. 고아원엔 분명 딸 셋이 다 한꺼번에 맡겨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

  황이 있기에 제가 더 확실하게 수정씨를 찾을수 있었던거고요. ”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의 나이어린 딸을 한명도 아니고 세명씩이나 한꺼번에 맡긴다는 것은 분명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만약 이것이 희현이 꾸며낸 거짓말이 아니라면) 그 정도의 특별한 정황은 그 무렵 고아원 관계자들이라면 기억을 하지 못할일일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여하튼 수정을 찾는일이 더 수월했다는 말이 되는것인가. 헌데 수정은 그렇다치고 또 다른 두 딸 수아와 수지는 대체 어찌되었단 말인가.

 “ 한...3년쯤후에 그 고아원에서 물놀이 사고가 하나 있었나봐요. 아이들이 다섯명이

  나 희생된 큰 사고였대요. 그때 죽은 아이들중 수아 아가씨와 수지 아가씨가 있더

  라구요. 그러니 안타깝게도...다른 두 따님 수아씨와 수지씨는 영원히 찾아드릴수

  없게 되었네요. ”

 그러면서 희현은 직접 신문기사까지 하나 병하에게 보여준다. 수정 3자매가 고아원에 맡겨진게 20여년전 일이니 그보다 3년후에 물놀이 사고가 났다면 그 역시 이미 20년이 지난일일 것이다. 지금 그때의 신문기사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여하튼 희현은 그런 신문기사까지 직접 구해와서 병하에게 보여준다. (* 헌데 만약 이 모든 것을 희현이 조작한것이라고 한다면 안희현은 정말 무섭고 끔찍할정도로 용의주도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고아원에 맡겨지면서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꿀수도 있는것이니 (게다가 이미 수정이 정아로 이름까지 바뀌어졌다는 사실(?)까지 말해준 상황이니, 수아와 수지 역시 고아원에선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져 생활했다고 희현이 말해도 병하로선 곧이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희현은 대충 아무 이름이나 고아원 물놀이 사고 희생자 명단이 적혀있는 사망자 명단을 보여주며 그게 수아와 수지라고 확인(?)을 시켜준다.) - 그리고 이와같은 정황을 모두 맞추기 위해 이미 안희현은 고아원 관계자를 확실하게 매수해 놓은 것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하는 자신의 15년 보좌관 희현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며 실로 23년만에 다시 찾은 큰딸 수정이 그리고 이미 20년전에 고아원 물놀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수아와 수지 두 딸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바탕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한편 이 무렵 미령과 은영은 유전자 검사 의뢰서를 감식센터에 제출해놓은 상태이다. 감식센터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진 보통 일주일정도 걸리기 때문에, 일단 두 사람은 근거가 될만한 머리카락을 맡겨놓고 각기 자기할일을 하며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검사결과표가 나오기까지 두 사람의 태도는 다소 달랐다. 은영의 경우엔 미령과 자신이 똑같은 고아출신에 나이도 비슷하고 엄마 이름까지 김순주로 똑같다는점에 혹시 정말 ‘친자매가 아닐까 ?’ 하는 생각에 미령을 간곡하게 설득하고 또 설득했을만큼 ‘혹시 친자매였으면’ 아니면 설사 아니더라도 사실관계라도 분명히 확인하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미령의 경우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클까봐 아예 단념하려 했던것일까. 비록 두 사람의 동의하에 함께 머리카락을 유전자 감식센터에 맡기긴 했지만 미령의 경우엔 큰 기대는 하지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김순주라는 이름 자체가 드물다면 드물다고 할 수 있고 그렇다고 아주 흔하다고까진 할 수 없어도 그 정도 세대 여성에서 이따금 볼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단 여자이름은 한 20-30년전까지만 해도 크게 신경써서 짓지 않는 사회분위기였기 때문에 엇비슷하거나 동명이인이 많았고, ‘순’이니 ‘영’이니 ‘주’니 하는 식의 이름은 그래서 대체로 ‘여자느낌이 난다’는 생각 때문인지 대체로 여자아이들 이름에 자주 붙여주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가령 ‘순자’니 ‘순영’이니 하는 이름을 생각할수 있다면 ‘순주’란 이름도 생각 못할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성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김씨’라는 점이 미령으로 하여금 지나친 기대는 접는쪽으로 마음이 움직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혹 성이 그렇게 흔한성은 아닌 가령 ‘공씨’나 ‘진씨’ 또는 ‘변씨’쯤 되는 성이었어도 공순주나 진순주,변순주 같은 이름은 그렇게까지 흔하진 않을것이니 미령도 한번 기대를 걸어보았을수도 있다. 하지만 김씨란 성 자체가 워낙 흔한데다 거기에 애매하게 드물다고도 드물다고 하지 않을수도 없는 다소 애매한 여성이름 ‘순주’. 그게 결론적으로 ‘동명이인’ 가능성에 미령으로 하여금 마음이 더 기울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은영은 정말 미령과 자신이 똑같이 고아출신이고 20여년전에 누군가에 의해 각기 따로따로 다른 고아원에 맡겨졌고 설상가상으로 엄마 이름까지 똑같이 김순주라면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쉬이 버리지 않고있는 것이다. - 그리고 두 아이를 각기 따로 고아원에 맡긴 사람이 실제 친엄마가 아닐수도 있다. 일단 고아원에서 간단한 아이들 신상확인은 해야할테니 그 과정에서 엄마 이름을 나중에 아이들이 자기 친부모를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마이름 정도는 기록으로 남겨둘수 있어도 그 ‘김순주’란 이름이 미령과 은영의 진짜 친엄마 이름인지지 또는 설사 그 김순주가 진짜 두 사람의 친엄마라도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긴 당사자가 그 김순주와 동일인물이 아닐 가능성도 있고 역시 여전히 여러 가지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이다.

 허나 그런 23년전 일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미령과 은영은 일단 고아원에 유전자 감식 의뢰는 해놓은 상태로 은영은 은영대로 대체로 긴장되고 초조한 상태로 미령은 반대로 되려 담담하게 그런일을 했었다는 것 조차 기억에서 지워버렸나 싶을정도로 담담하게 일주일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검사결과가 나왔다고 한날. 유전자 감식센터는 이번엔 은영 혼자 찾아갔다. 미령은 애초부터 그 결과에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기에 차라리 그런일 자체를 잊어버리고 싶다는 마음 상태였기 때문에 여전히 그 검사결과에 큰 의미를 두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결과를 받으러 갈 때 둘이 꼭 반드시 같이가야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니 은영 혼자 그렇게 감식센터를 찾아가 결과표를 받아갖고 온 것이다.

 ‘ 지이이이~~~!!! ’

 아직 구식 벨 장치가 되어있는 미령과 은영의 집. 그 벨을 조심스레 은영이 눌렀다. 밤늦은 시간인데 일단 문을 연 미령은 여전히 담담하게 그녀를 맞이했다. 두 사람이야 이미 그동안 특별한 용무가 없을때도 가끔 서로의 집을 오가며 술친구,수다친구를 하며 어울리고 지냈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에 이렇게 무작정 벨을 누른다고해서 이상할일은 없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다만 오늘따라 뭔가 이미 떨리고 상기되어 있는 은영의 표정은 미령의 눈에 이미 확연히 들어오고 있었다. 무슨일인가 싶어 정말 의아한 듯 미령이 물었다.

 “ 은영씨, 뭐에요 ? 이 밤중에... ”

 “ 어...언니...언니... ”

 뭔가 말을 쉽게 잇지 못하고 있는 은영의 표정. 벌써 울고있는 듯 해 보이기도 했다. 허나 미령은 오늘따라 몸이 좀 많이 피곤했기에 혹 놀고 싶으면 다음에 오라는 듯 이쯤에서 은영을 내보내려했다. 하필 오늘따라 일이 좀 많아서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 별일없으면 내일이나 다음에 보면 안 될까요 ? 오늘 제가 좀 피곤해서. ”

 “ 어...언니 그게 아니고...이거...이거... ”

 미령은 정말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는 사람처럼 무표정하고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고, 그 미령에게 은영은 울먹이며 유전자 의뢰 감식결과표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 표가 눈에 들어온 미령. 일단 받아보려했다.

 “ 뭔데요 대체 이게... ”

 “ 바보야 !!! 이 바보야 !!! ”

 아직까지도 상황파악이 안 되냐는 듯 원망하는 소리부터 은영에게서 터져나왔다. 불과 일주일전에 둘이 같이 유전자 감식센터에 머리카락을 맡기기까지 했는데, 아무리 무심하거나 기대하고 있지 않기로 아직 치매가 걸릴 나이도 아닐진데 어떻게 이렇게 무심하게 잊어버릴수가 있나. 어느덧 감식표를 받아들고 있는 미령을 은영은 가슴팍을 치며 따지듯 울부짖었다.

 “ 맞을거라고 했잖아...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고 했잖아. 이 바보야...그래도 모르겠

  어... ”

 “ 아...아니 잠깐만요...은영씨...그러니까...이게 그러니까... ”

 미령도 이미 감식표를 받아들고 확인은 한 상태고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미령의 가슴에 얼굴까지 파묻고 울고있는 은영. 표정이 말이 아니다.  

 “ 우리 언니 맞단말야. 그쪽이 우리언니 맞다구. 그러니까 내가 확인해보자구 한거

  잖아. 혹시 자매일지 모르니까 확인이라도 한번 해보자구. 그런데 그걸 아직도 모

  르겠어 ? 이 바보야 !!! 엉엉엉엉~~~!!! ”

 “ 아...아니 그러니까. 이게 정말...그게 정말...은영씨가...아니 정말...니가 내동생이

  라구 ? ”

 “ 그래...언니란말야. 니가 우리 언니란말야. 그래도 아직 모르겠어 ? 우리 자매 맞

  다구. 자매 맞단말야 엉엉엉~~~!!! 똑같이 엄마 이름이 김순주고 난 갓난아기때 언

  니는 세 살때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겨진 그런 친자매가 맞단말야 !!! 엉엉엉엉~~~

  !!! ”

 “ 어...어떻게 이런일이...어떻게 이런일이... ”

 조금전 피곤하니 별다른 용무가 없으면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듯 말하던 미령은 이미 간데없고 은영을 일단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다시금 몇 번이고 유전자 감식 결과표를 확인하고는 너무나 놀라 어쩔줄 모르고 있는 미령. 은영은 그때까지도 감정을 못 추슬르는 듯 울고있고, 미령이 그런 동생을...실로 23년만에 찾은 동생을 달래주고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아예 두 사람의 이부자리까지 내와 펼치고 오늘 이렇게 밤새 같이 누워 이야기라도 나누자는듯한 기세가 되어있는 미령. 이번엔 미령이 은영을 꼭 품에 안고 한참을 흐느낀다.

 “ 언니야... ”

 “ 웬일이야...정말 이게 웬일이야... ”

 “ 그러니까...우리 정말 친자매가 맞는거지 ? 언니가 정말 우리언니 맞는거지 ? ”

 은영은 몇 번이고 행여 지금이라도 다시 아니기라도 할까봐 미령의 손을 몇 번이고 꼭 잡아보며 다시금 결과표를 확인해보기까지 하고, 미령은 은영처럼 그렇게 한꺼번에 오열을 터트리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라서인지 이따금 울먹이거나 흐느끼면서 자신의 감정을 추슬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은영에 비해 담담하고 별 기대를 안 했던 미령이라서일까. 충격과 놀라움은 미령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터인데도 이 믿겨지지 않는 자매 상봉의 순간에 두 사람의 감정표현이 이렇게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다.

 “ 근데 언니... ”

 “ 응, 은영아. ”

 아직 두 사람의 고아원에 맡겨지기전 진짜 이름은 이 두사람이 알 리가 없고, 은영과 미령 일단 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생각해보면 미령의 경우엔 언니와 갓난동생과 함께 살았던 것 그리고 아빠 얼굴도 기억이 난다고 몇 번을 말하지 않았던가. -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 미령의 기억속에 남아있다는 갓난 동생이 바로 은영 자신이 아닌가. 그걸 생각해보니 은영은 다시금 미령에 대한 원망과 반가움이 미묘하게 교차 웃는얼굴도 우는얼굴도 아닌 표정으로 언니 미령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 근데 언니 말로는 위로 언니가 한명 더 있다고 하지 않았어 ? 그러니까 나한테는

  큰언니가 되는거잖아. ”

 “ 맞아, 나 그건 분명히 기억해. 갓난 너하고 위로 나보다 한 두 살인가 세 살정도

  위였던 것 같은 언니 한명이 더 있었던거. ”

 “ 그럼 큰언니는 그때 한 대여섯살쯤 되었다는 소리네 ? 살아있다면 지금 한 28-

  29세. 그정도 되었겠다. ”

 “ 그렇지. ”

 새삼 그점을 상기해보니 여러 가지로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히는 은영과 미령 자매. 무엇보다 은영이 지금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 나 진짜 꿈만같다. 난 정말 갓난아기때 고아원에 맡겨져 세상에 가족이고 뭐고 그

  런건 아무것도 없는 천애고아일거라 생각했거든 ? 그런데 이렇게...어쨌든 아빠,엄

  마도 다 계셨던거고 언니도 위로 둘씩이나 있었던거고. ”

 “ 그러게말야. ”

 “ 난 진짜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일거라 생각하고 가족이고 뭐고 그런거 찾을생각 자

  체를 전혀 안하고 살아왔던거거든. 그런데 이렇게 믿겨지지 않는 일이 벌어지다니.

  진짜 꿈만같다 언니. ”

 둘이 밤새 이 감회에 젖는 대화를 나누어도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을 두 사람. 실로 23년만에 서로 얼굴도 존재도 모르던 – 미령의 경우엔 어릴 때 가족들과 살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고 했었지만 – 언니와 동생의 존재를 확인하고 훈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감격스런 대화가 한참을 이어지고 있다.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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