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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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4)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낡고 초라한 단칸방에 20대 중,후반 정도로 되어보이는 젊은 여성이 하나 널브러져 누워있다. 그래도 이불 하나를 대충 깔고 있기는 한데, 방구석 저쪽엔 간밤에 먹다남은듯한 술과 안주부스러기들이 대충 치워져있다. 아무래도 간밤에 저걸 마시다 곯아 떨어진 듯 한데 그래도 대충 술과 안주라도 치우고 이불이라도 깔 그 정도 정신까지는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허나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이 시간에까지 세상모르고 저렇게 곯아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하는일은 없는 백수가 분명해보인다. 대충 걸쳐입고 있는 낡은 츄리닝은 그녀의 작고 마른 체구뿐만 아니라 이 초라한 단칸방위 분위기와 그런데로 어우러져 그 초라한 느낌이 한층 더 증폭되고 있다. 여하튼 코까지 골며 세상모르고 여전히 잠들어있는 여성. 헌데 그런 단칸방에 누군가가 들어선다.

 들어서는 사람은 다름아닌 안희현이다. 아마 구식 철대문으로 여닫을수 있는 그런 낡은 단칸방형 집이기 때문에 희현은 그냥 그 반쯤 열려진 고장난 철대문을 통해 들어올수 있었나보다. 그러고보면 이 여성의 사는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것만은 충분히 짐작할수 있을 것 같다. 헌데 어쩌된 이유인지 이런 여성의 방에 지금 들어서있는 안 희현. 그녀가 여인을 깨운다.

 “ 정아야...정아야 그만 일어나봐. ”

 여인을 깨우며 그렇게 이름을 부르고 있는 희현. 여자가 반응이 없자 거듭 그녀를 흔들어보이며 말을 건넨다.

 “ 정아야, 박정아. 지금이 몇신데 이렇게 자고 있는거야 ? 아니, 그리고 간밤에 대

  체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정아야...그만 일어나보래두 ? ”

 방 한쪽구석에 대충 처박아놓듯 치워져있는 술병과 안주가 대충 희현의 눈에도 들어오니 어쩌다 잠이들어 여태 안 일어나고 있는것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할 것 같다. 무엇보다 여자에게선 여전히 술내음이 풍기고 있다. 박정아라고 이름이 불린 여인. 희현이 몇 번을 더 흔들어 깨워보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눈을 뜬다.

 “ 어...언니 ? ”

 희현을 보더니 정신이 좀 난 듯 대충 잠기운을 떨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한다. 희현은 그런 정아의 방의 술과 안주를 치우고 이불까지 개주는등 대충 방 정돈을 도와준다. 그 사이 정아는 잠시 세면대가 있는 화장실로 가서 세수라도 하고 나오고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는 희현에게 다시금 정중히 인사를 건넨다. 희현이 그런 정아를 보며 다소 딱하다는 듯 말을 건넨다.

 “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거야 ? ”

 “ 내가 뭐...어쨌다고 그래요 ? ”

 뭔가 걱정스레 나온 질문임이 분명한데 거기에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정아. 오히려 희현의 이런 관심이 귀찮고 성가시기라도 한것일까. 헌데 희현은 정색을 하고 일단 앉아서 정아에게 말을 건넨다.

 “ 일단 앉아봐. 우리 이야기좀 하자. ”

 사실 두 사람은 사촌간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두사람의 사이는 약간의 집안 사연이 좀 있다. 희현의 어머니 박관선 여사는 5자매중 막내. 그리고 밑으로 남동생이 하나 더 있다. 하지만 그 ‘막내남동생’은 희현의 어머니인 박관선 5자매와는 배가 다르다. 다름아닌 희현에게는 외할아버지가 되는 관선 5자매의 아버지가 딸 다섯을 내리 낳을때까지 그때까지 아들이 없자 그래도 집안의 대를 잇고 제사는 지내줘야할 아들이 하나 있어야한다며 바람을 피워 밖에서 아들을 낳아갔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관선 5자매의 아버지 입장에선 그 세대 시절만해도 정말 중요한 가치였던 ‘대를 낳아야 하는 아들’의 문제 때문에 그런식의 일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관선 5자매의 입장에선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두고 밖에서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은 아버지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그렇게 생긴 이복동생인 막내와는 불편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고 관선 5자매에게는 동생이 되고 희현에게는 어쨌든 외삼촌이 된다고 봐야할 그 (관선 5자매의) 막내 남동생은 대체로 누나들과는 불편한 관계로 살아왔었다. 하지만 그 2세들은 어쨌든 사촌지간이 된다고 봐야할터인데, 다만 그 희현의 외삼촌이란 사람은 어찌된 영문인지 나이 40이 되도록 장가를 가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었던것인지 아니면 성격이나 사람됨에 문제가 있었던것인지 나이 40이 되도록 장가를 못간 그는 그래도 혼자 지내는게 쓸쓸했는지 그 나이때 딸을 하나 입양했는데 그게 바로 지금 희현과 함께 있는 박정아다. 그러니 어쨌든 희현에게는 외삼촌의 딸, 즉 외사촌 동생이 되는 셈이고 정아에게 희현은 고종사촌언니다. 그냥 간단하게 ‘사촌간’이라고 하면 정리되는 두 사람의 사이긴 하지만 조금 세밀히 들어다보면 남다른 사연이 있기도 한 그와같은 안희현 집안의 가정사. 헌데 그런 희현이 자신과 열 살차이가 나는 사촌동생인 정아의 단칸방에 찾아온 것이다. (* 정아의 아버지가 정아를 나이 40이 다 되어서 입양을 했기 때문에 희현과 정아가 나이 터울이 그렇게 많이 지는 것이다. 물론 희현의 다른 사촌언니,오빠들(희현의 이모들 즉 희현의 엄마 박관선의 언니들의 자녀들)은 그런 희현보다도 나이가 더 많다. 그러니 정아로선 그나마 가장 나이터울이 덜 지는 사촌인 안희현과도 열 살차이가 나는 것이다.

 “ 벌써 3년되었구나. ”

 “ 뭐가요 ? ”

 희현은 나름대로 회한에 잠기는듯한 음성으로 그와같이 말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여전히 시큰둥한 목소리인 정아. 희현이 그런 정아의 손을 잡아보면서 말을 건넨다.

 “ 외삼촌...그러니 너희 아버지 돌아가신지가 말야. ”

 희현의 말대로 사실 정아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게 3년전이다. 그러니 고아출신인 정아가 입양이 되었을 때 이미 나이 30대 후반이었던 희현의 외삼촌은 정아가 나이 20대 중반일 때 이미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헌데 그건 그렇다치고 그럼 그런 문제 때문에 지금껏 실의에 빠져 살아왔다는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문제가 있기라도 한것인지 뭔가 범상찮고 힘들게 사연많은 여인처럼 살아가고 있는 박정아의 이런 모습. 희현이 그런 사촌동생 정아를 안타깝게 바라보다 말을 건넨다.

 “ 정아야... ”

 “ 할말있으면 해요 언니. ”

 정아의 태도는 일단 희현의 이런 관심이 딱히 불편하진 않은 모습이다. 다만 흔한 잔소리쯤으로 여기는 그 정도의 귀찮음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거부하진 않고 무슨 할말이 있는지 들어나 보자는 그 정도의 생각은 있는 상태인 것이다. 힘들게 사는 사촌동생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라도 새삼 북받친것일까. 안쓰럽고 안타까운 인상이 되어서 정아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희현아...내가 말했었지 ? ”

 “ 뭘요 ? ”

 “ 그래도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전에...너라도 가끔 챙겨주라고 유언하고 돌아가신

  거 말야. ”





 정아의 아버지도 3년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사실 희현의 어머니 박관선 여사도 그보다 2년전인 5년전에 세상을 떠났다. - 헌데 그렇게 따지면 정아가 비록 그녀의 아버지가 나이 30대 후반에 입양한 딸임을 감안해도 한 나이 60대 후반 무렵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봐야할것이고 희현의 어머니 또한 기껏해야 그 ‘정아 아버지’보다 몇 살 더 많은 사람일것임을 감안한다면 명색이 ‘백세시대’라 불리는 요즘 세상에 나이 겨우 60대 후반 – 70대 초반 정도 나이에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떠난 셈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 정도 나이에 세상 떠나는 사람 생각보다 많이 있다.)

 헌데 근본적으로 박관선 5자매의 경우엔 그녀들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낳아갖고 온 아들인 막내동생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았고, 따라서 그 동생이 나이 30대 후반에 입양을 한 정아에 대해서도 그리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어릴때야 어쨌든 다 같은 핏줄이고 혈육이니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함께 살며 자라왔다치더라도 성인이 되어 각기 결혼하고 나서는 그냥 명절때나 가끔 인사하는 그 정도의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로 지내온 것으로 봐야할게 박관선 5자매와 그 막내 남동생과의 사이다. 그리고 그 동생이 나이 30대 후반에 입양을 했다는 정아 – 그 정아란 이름 역시 입양을 하면서 관선 5자매의 남동생이 직접 지어준 것. - 란 아이에 대해서도 좋게보지 않았던 것이다.

 “ 아휴...정아 쟤는 어쩜 저렇게 지저분하냐. ”

 “ 얘, 희현아. 정아 쟤한테는 가깝게 가지마라 지저분한해야. 냄새나는 애라구. ”

 “ 정아같은 애랑 같이 지내면 못써요. 봐요 ? 냄새나잖아. 아휴 어쩌면 먹는것도 지

  저분하게 먹고...아휴 더러워...아휴 냄새나. 봐, 엄마말이 맞지 ? 정아 쟨 냄새나는

  얘야, 지저분한 애야. ”

 관선 5자매는 대체로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정아에 대해선 그런식으로 말하며 ‘정아랑 놀지말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관선 5자매의 자녀들 입장에서 정아는 명절때나 가끔 보는 그런 ‘친척동생’ 정도로 인식이 되어 있었지만 여하튼 그 어머니들은 정아에 대해 그런식으로 말하며 행여 자기 아이들이 정아랑 가까이 지내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 헌데 5자매중 막내인 관선의 외동딸 안희현이 정아와 열 살터울인데 그렇다면 정아의 다른 이종사촌 언니,오빠들(관선의 언니들의 자녀들)은 당연히 정아보다 나이가 많을 것 아닌가. 아주 어릴때라면 친척어른들이 ‘정아 쟨 지저분한 애다, 냄새난단다 가깝게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식으로 세뇌를 시켰다면 ‘정아는 지저분한 아이,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아이’란 인식이 그런대로 뇌리에 박혔겠지만 정아가 입양될 무렵에 이미 희현이 열 살정도 나이였고 다른 이종사촌 언니,오빠들은 이미 대개 사춘기 중,고생들이었다. 헌데 이미 웬만해선 부모 말이 씨알도 안 먹힐만한 10대 청소년 나이의 자녀들에게 그런 의식을 주입시키려 했다면 그 어머니들도 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인것만은 분명해보인다.

 하지만 엄마나 이모들이 정아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늘 그랬고 그 정아의 아버지인 ‘막내 외삼촌’이 어떻게 해서 태어난 사람인가 하는 가족 내력도 자라면서 차츰 알게 되었기에 희현은 물론 다른 사촌언니,오빠들도 ‘정아’나 그 아버지인 막내 외삼촌에 대해선 ‘불가근 불가원’ 정도의 생각을 갖고 지내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슨 철부지 어린아이들도 아닐진대 딱히 특별한 이유도 없이 단지 친척어른들이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아이’라고 흉본다고 그래서 멀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여하튼 굳이 친하거나 가까이 지낼 필요는 없는 그 정도 의미의 ‘친척동생’ 정도로 생각하고 자라왔던 것이다.

 여하튼 그런 분위기속에서 살아온 안희현의 외가쪽 집안이긴 하지만 희현의 어머니 관선은 그래도 나이 들어서는 그 이복동생이나 그 이복동생이 입양했다는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라도 생겼던것일까. 세상 떠나기 얼마전 희현에게 이런 유언 비슷한 말을 남겼던 것이다.

 “ 희현아...너라도 가끔 정아좀 챙겨보는게 어떻겠니 ? ”

 “ 엄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이때는 정아도 이미 나이 서른을 넘긴 나이고 한참 4선의 국회의원 최병하의 보좌관으로 열성적으로 일하고 있을 때. 헌데 이때 어머니 건강이 많이 악화되어 있어 걱정이 많을때였는데, 그때 희현의 어머니 박관선이 이런말을 했던 것이다.

 “ 생각해보니 그 아이나 OO이(관선 5자매의 이복동생)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니 ?

  다 니네 외할아버지(관선의 아버지) 잘못이지. 그런데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괴롭

  혔던 것 아닌가 그 생각이 들어서... ”

 “ ...... ”

 “ 생각해보니 그 아이...따지고보면 친부모도 없이 그렇게 천애고아로 태어나 OO

  이 한테 입양이 된 아인데...그런데도 친척이 있어도 없는것이나 다름없는 그렇게

  살아온 아이 아니냐 ? 그러니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냐...아는 친척 하나 없이...돌

  봐주는 친지하나 없이...이제 우리까지 다 세상떠나고 나면...그 아이 돌봐줄 사람

  도 더 없을텐데...그러니 희현이 너라도 가끔 정아 그 아이 챙겨봐줘. ”

 이때 이미 희현의 나이가 30대 초반이고 다른 이종사촌 언니,오빠들은 당연히 희현보다 더 나이가 많을터. 각기 자기 먹고살고 자기아이 키우기도 바쁘고 힘들판에 어릴 때 엄마나 이모들 때문에라도 눈치가 보여 가급적 멀리두고 관심권 밖에 두려했던 그런 사촌동생(엄마와 이모들의 이복 남동생의 입양된 딸)에게 굳이 관심가지려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 희현이나 다른 이종사촌들도 정아에 대해선 그 정도의 의미로만 인식해둔채 그렇게 각자 살아왔고. 다만 그 5자매중 막내인 박관선만은 그래도 나이 70을 바라볼 나이에 죽을때가 다 되어 희현에게 그런 유언같은 말을 남겼던 것이다.

 “ 생각해보니 우리가 좀 너무했던 것 같아서...그러니 정아 그 아이...지금와 생각해

  보니 친척하나 없는것이나 다름없는 그 어리고 불쌍한 아이. 너라도 가끔 어떻게

  살고있나 너라도 챙겨봐. 이제 우리까지 다 세상 떠나고나면 누가 그 아이 챙겨줄

  사람이 있겠니 ? ”

 하긴 그냥 평범한 사촌들이라도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 다 각자 생업에 바빠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기 십상인게 요즘의 세상이치인데 하물며 그렇게 불편한 사이로 지내온 사촌동생을 굳이 관심가져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실제 희현이나 다른 사촌언니,오빠들도 지금껏 정아를 그리 대하며 살아왔고. 헌데 희현의 어머니이자 5자매중 막내인 관선은 그 문제에 대한 회한을 이와같이 정리하고 싶어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그런 유언같은 말을 남겼던 것이다.

 “ 너라도 그러니 가끔 정아라도 찾아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좀 챙겨주라고. 이제

  우리까지 다 세상 떠나고 나면 정아 그 아이 더 이상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그래.

  누가 있어 이제 더 정아 그 아이를 챙겨주겠냐 ? ”

 희현이 그래도 나름 효녀였던것인지 어머니의 그 돌아가시기전 유언을 지켜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가끔 이렇게 정아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살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희현이 이제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세상에 정말 혼자 남겨진것이나 다름없게된 정아를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 정아야 너... ”

 희현은 혼자 뭔가 생각하고 있는게 있는것일까. 사실 정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엔 이런저런 일용직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왔는데 요즘은 그마저 쉽지않아 이렇게 백수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희현 입장에서도 참 보기 딱하고 안타까운 그런 사촌동생 같은 처지가 되어버린것인데, 이 정아의 문제를 어찌 해결을 하는게 좋을까 그 고민을 하다 이렇게 혼자 단칸방에서 힘들게 살고있는 정아를 찾아온 것이다. 그런 희현이 정아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 너...한번 언니가 시키는대로 해줄수 있어 ? ”

 “ 언니가 시키는대로라뇨 ? 대체 뭘요 ? ”

 “ 너...언니가 무슨일을 하는지 지금껏 말한적 있었던가 ? ”

 최병하 의원의 15년 보좌관으로 일해온 안희현. 그리고 희현의 어머니가 돌아가신게 5년전 일이고 정아 아버지가 돌아가신게 3년전이다. 물론 희현의 어머니가 정아를 좀 챙겨봐달라는 말을 남기고 가긴 했지만 그때까진 아직 정아에게도 양부일지언정 아버지가 살아계셨고 따라서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정아의 생계까지 돌봐줘야 할 일은 없었다. - 게다가 그때까지만 해도 정아도 일용직 알바라도 대충 하면서 생활하고 있었고. - 헌데 지금은 그마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게된 정아에게 희현이 찾아와서 뭔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것이다.

 “ 언니,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 ”

 막상 그렇게 찾아와서 희현이 밝힌 그녀의 구상을 듣자 정아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였다. 너무 놀라운 제안이라서일까. 충격에 그야말로 온 몸이 부르르 떨릴지경. 희현은 그런 정아를 진정시키고 안심시켜주기라도 하려는 듯 열 살터울의 사촌동생을 한번 안아주기까지 하면서 말을 이어간다.

 “ 넌 걱정말고 그냥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돼. 넌 그냥 내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되는거라니까. ”

 “ 하...하지만 이건... ”

 “ 박정아 !!! ”

 너무 놀랍고 어찌보면 무섭고 소름까지 끼치는 제안이라서일까. 충격과 놀라움에 그 제안 자체를 받아들이는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보다는 그 일 자체의 엄청남 때문에라도 두려움에 떨고있는 정아. 희현은 그런 정아를 보면서 이번엔 정색을 하며 말한다.

 “ 너...한번 잘 생각해봐. 나라도 아니면 세상에 너 이렇게 보살펴주고 챙겨줄 사람

  있기나 한지. ”

 “ 언니... ”

 “ 다른 사촌언니,오빠들 다 너 외면한채 지들 잘난맛에 사는데...그래도 나 혼자 돌

  아가신 우리 엄마 유언 지켜드리기 위해 너 찾아왔던거야. 그리고 막상 보니 네 처

  지가 너무 딱하고 안타까와서 고민 끝에 궁리 끝에 결심한일이고. ”

 “ 언니...하지만 이건... ”

 “ 쓸데없는 고민 하지말고 넌 그냥 언니 시키는대로만 하면 돼. 넌 그냥 한방에 인

  생역전 하는거라고. 잘 생각해봐 박정아. 니가 지금껏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그렇게 참 말같지 않은 이유로 무시당하고 왕따당하며 살아온 인생이 넌데...이렇

  게 한방에 인생역전 하는 기회 쉽게 오는건줄 아니. 네게 그야말로 로또복권 당첨

  된거나 다름없는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온거야. 그러니 잔말말고 그냥 넌 언니가

  시키는대로 해봐. 걱정마. 넌 그냥 언니랑 비상시 연락할수 있는 대포폰 하나만

  갖고 우리끼리 연락 주고 받으면서 넌 그냥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는거라니까.

 ”





 한편 서로 옆집에 사는 은영과 미령은 여전히 이따금 휴일이나 쉬는날엔 가끔씩 서로의 집을 오가며 간단한 술과 안주나 간식거리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서로 엇비슷한 나이에 고졸 그리고 고아출신이라는 점. 그렇게 의외로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을 제법 통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다만 한사람은 중소규모 가구센터 대표, 또 한 사람은 재연배우로 하는일이나 성격은 완전히 다른 그러나 학력이나 출신배경은 공통점이 있는 그런 이웃사촌같은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이번엔 미령이 은영의 집으로 찾아와 술을 한잔 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미령의 집은 밤늦게 퇴근하는 그녀에게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곳 그 외의 용도로 활용되는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특별한 가구나 – 그것도 가구점 대표란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 - 장식품같은 것은 거의 없는 썰렁한 분위기인 반면 재연배우로 활동하는 미령은 그때문인지 그런 일을 할 때 필요한 옷가지라던가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많이 들여놔서 다소 복잡한 분위기였다. 다만 은영이 성격이 좀 깔끔한 편이라서인지 그런것들이 어질러져있지는 않고 대체로 차곡차곡 잘 정돈된 그런 분위기다. 그런 은영의 집에서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헌데, 언니...그 아버지 얼굴에 대해서말이에요. ”

 아빠의 얼굴. 아니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어렴풋이나마 어릴 때 아빠나 엄마 그리고 심지어 언니와 동생까지 분명히 있는 그런 기억이 있었다고 말했던 미령. 바로 그점이 갓난아기때 고아원에 맡겨져 가족에 대한 기억이 전혀 있을수가 없는 은영과 확실하게 차이나는 점이기도 한 그녀와 달리 미령은 아빠의 얼굴을 확실하게 기억한다며 다만 그것이 머릿속으로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막상 그림으로 그리려하니 그려지지 않더라며 그 답답한 마음을 여러차례 은영에게 호소해왔다. 다시금 그 이야기가 떠올라 은영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 헌데 그럼...그렇게라도 해서...아버님을 찾고싶은 그런 생각인거에요 ? ”

 “ 솔직히...가능하면 좋겠어. ”

 전혀 불가능한일은 아닐것이라는 바램이 담긴 표현인걸까. ‘솔직히’라는 전제가 달린 것을 보면 그런 속내를 평상시 ‘솔직하게’ 표현하고픈 마음은 없었던것일수도 있다. 하긴 설사 그렇게 아버지의 얼굴을 그려낸다한들 그 외 다른 이름이나 나이,특징같은 기억이나 정보가 전무한 사항에서 단지 자신의 어렴풋한 기억 하나에 의존해서 그린 아버지 얼굴로 아버지란 사람을 무슨수로 찾아낼수 있으랴. 그 복잡한 속내를 그와같이 표현하고 있는 미령. 그런 미령을 바라보며 은영은 말한다.

 “ 그래도 언니는 참... ”

 “ ??? ”

 “ 그래도 그렇게나마 아빠 얼굴이라도...그리고 언니와 동생이 있는 그런 가족이었다

  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것만이라도 다행이네요. 전 진짜 아무것도 아는게 없는데.

  고아원에 맡겨지기 전에 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맡겨진건지 또 그런 날 고아원

  에 맡긴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지 –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맡겼을 가능성도 있

  는거잖아요. - 솔직히 진짜 궁금한 그 이유. 어떤 이유에서 내가 버려진것인지 그

  것조차 알 수 없는 그런 처지인데 반해서 말이죠. ”

 미령은 어쨌든 아빠의 얼굴과 그리고 언니,동생이 함께 있었던 어릴적 모습을 기억한다며 아빠의 얼굴이라도 기억은 분명 있으니 그려보려고 한 그런 의지라도 있었지만 갓난아기때 맡겨져 도무지 가족을 찾을만한 단서조차 없고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상황. 그래서 미령의 경우엔 어떻게든 그런 방식으로 – 아빠의 얼굴을 그려보려 하는 방법으로라도 – 가족을 찾고싶은 의지를 보인 반면 은영은 아예 그 자체를 체념하고 살아왔다는 것. 그렇게 확실하게 차이나는 두 사람의 가족문제에 대한 방식. 그런 둘중 어느쪽 처지가 더 나은것인지는 솔직히 두 사람도 판단이 안 되는 문제이리라. 가족에 대한 기억이 그래도 어렴풋이 남아있어 찾고자 하는 의지까지는 몰라도 어쨌든 얼굴이라도 한번 그려보려고 한 미령. 그런 단서나 기억이 일절 없어 아예 ‘부모님이나 가족을 찾고 싶다’는 그 의지 자체가 – 어쩌면 ‘체념’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 조차도 의미가 없을수 있는일인것만큼 –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은영. 가족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지만 방도가 없어 답답해하는 미령과 그 자체를 체념하고 그저 자신의 생업에만 전념하며 열심히 살아온 은영. 이 두 사람중 과연 누구의 처지가 나은것일까. 어찌보면 똑같은 고졸에 고아출신으로 혼자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적어도 고아원에 맡겨진 상황과 이후 가족을 찾는 문제에 대한 의지와 생각은 정 반대였다고 봐야할 두 사람의 처지. 과연 이 두사람의 처지중 어느쪽이 더 나은것일지는 진짜 정확히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미령이 따라준 소주 한잔을 음미하면서 은영이 넋두리같은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간다.

 “ 사실 저같은 경우엔... ”

 “ ...... ”

 “ 고아원에서 나올 때 원장 선생님께서 저희 친엄마 이름을 알려주시긴 헀어요. 원

  장선생님이 제가 고아원에 맡겨질 때 제 친엄마 이름을 그분이 일러주고 가셨대요.

  - 그러니 절 고아원에 맡긴분도 제 친 부모님은 아니라는 이야긴데 – 어쨌든...그

  렇게 일러준 이름이 김순주라고 했는데...근데 그것조차도 잊고 있었네요. 전 그냥

  그렇게 살아왔던거에요. 친엄마 이름이라도 원장선생님이 가르쳐주셨는데...저 자

  신이 이미 그때 부모님을 찾는 일 자체를 의미없는 일이라 생각했던건지 그 이름

  조차도 잊고 살아왔네요. ”

 “ 자...잠깐만... ”

 “ 왜요 언니 ? ”

 “ 친엄마 이름이 뭐라고 ? ”

 “ 김순주요. 저 고아원 나올 때 원장선생님께서 제게 알려주셨고요. 하지만 말씀드

  렸잖아요. 잊고 살아왔다고. ”

 “ 어머나, 웬일이야. 이건 또 무슨 인연이야. ”

 “ 뭐가요 언니 ? ”

 “ 사실 우리 친엄마 이름도 김순주야. ”

 “ 예 ? ”

 은영의 경우엔 어쨌든 고아원을 나올 때 나중에라도 찾아보라는 듯 친엄마 이름을 그와같이 가르쳐준것인데 미령의 친엄마 이름도 그와같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미령의 말이 이어진다.

 “ 나같은 경우엔 그냥 어쩌다 우연히 알게되었어. 하루는 그냥 고아원 사무실에 일

  이 있어 들렀다가 그냥 한번 나에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보고싶다는 생각에 신상

  명세표를 살펴봤지 뭐야. - 뭐 어쨌든 그것도 그러니 고아원 나올 무렵에 알게된

  것은 마찬가지긴 하지만...거기 우리 엄마 이름이 김순주라고 되어있더라구. ”

 별일이 다 있다는 듯 그렇게 은영의 친엄마처럼 자신의 친엄마 이름도 김순주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그녀. 헌데 그러다 순간 갑자기 두 사람 눈빛이 번득인다.

 “ 서...설마... !!! ”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내뱉어진 그와같은말. 하지만 바로 ‘이건 아니다’ 란 생각이라도 들은것일까. 바로 서로 손사래를 치며 실없는 웃음을 흘려보인다.

 “ 아...하하하...설마 아니겠죠 ? ”

 “ 하아...설마 아니겠지. 그럼 진짜 이건 코미디같은 우연의 연속인 막장드라마다. 설

  마 그런일이야 있을라구. ”

 세상에 동명이인이 얼마든지 있을수 있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행여 외모나 분위기가 좀 비슷했다면 ‘혹시나’ 하는 의심을 가져볼만도 한데, 두 사람은 외모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우선 은영의 경우엔 비교적 작은키에 마른체고. 게다가 청순하거나 수수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재연배우란 – 아니면 오히려 너무 드러나진 않아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차려입고 다니는 것일수도 있고 –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 평소 잘 꾸며입고 다니지도 않기 때문에 뭔가 어두워보이고 사연이 많은듯한 딱 그런 여자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미령은 ‘못생겼다;’고까진 할수 없어도 일단 미인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얼굴. 키는 여성으로선 중간키에 뚱뚱하거나 통통한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일단 마른정도는 아닌 ‘적당한 체격’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길가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의 체격을 가진 딱 그 정도 외모와 체구를 가진 여성이었다. 얼굴이 갸름하다던가 눈이나 코의 생김새가 어떻다던가 뭔가 유전적인 것 아닌가 생각이 드는 그런 동일한 특징이 있다면 모를까 딱 봐도 은영과 미령의 외모는 딱히 그런 동질함이나 특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런 얼굴이었다. - 다만 형제간에 한쪽은 친가쪽을 한쪽은 외가쪽을 많이 닮아 분위기가 많이 다른 형제나 남매등은 세상에 생각보다 제법 있다.

 “ 아...아니겠죠 언니 ? 설마...아...아닐거에요. 아하하핫~~~!!! 내가 지금 무슨 생각

  을... ”

 “ 아...하하하...그래그래. 아닐거야. 세상에 동명이인이 얼마나 있는데...우리가 잠

  깐 너무 우연찮게 동시에 너무 엉뚱한 생각을 했다. 에이~~~!!! 아무렴 세상에

  그런 동일한 우연이 얼마나 있을라고. 똑같은 고졸출신에 똑같은 고아...게다가

  친엄마 이름이 갖다고...그래서 혹시 ? 에이...아하하핫~~~!!! 그건 정말...그건 진

  짜 말도 안 되는 출생의 비밀 다룬 막장 일일연속극이다. 정말 그런 우연이 세상

  에 존재한다면 그건 딱 SOS 아침 일일드라마 소재감이지 !!! ”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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