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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2)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 의원님...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그것도 하필 이럴때에...대체 무슨 소릴 하고

  계시는거에요 ? 의원님 올 여름에 있을 우리 당 최고위원 경선에는 출마가 기정

  사실화 되어있고 일부 언론에서는 의원님 이름을 조심스럽게 차기 내지는 차차기

  잠룡급으로 거론까지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지금와서 그것도 총선 불출마라뇨

  ? ”

 희현은 당치도 않다는 듯 펄쩍 뛰지만 병하는 일단 그녀를 진정시키고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것 뭔가 작심이라도 한 듯 희현을 자리에 앉힌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희현을 좀 달래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인지 커피를 손수 따라주기까지 한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직접 커피를 타주는 웬만해선 보기 힘든 진짜 특수한 광경이다.

 “ 안보좌관...진정하고 내 이야기나 좀 잘 들어봐요. ”

 너무 기가막히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최병하의 진심은 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그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기로 한다. 사실 자칫 이런식의 대화가 밖으로 새어나가면 매우 곤란한 일이겠기에 조심스러워지는 측면도 있다.

 “ 안 보좌관이 지금껏 지난 15년 날 진심으로 도와준 것은 내가 정말 고맙게 생각

  해요. 하지만 안 보좌관이 한편으로 나에대해 어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난 애

  초부터 대선도전은 생각이 없었어. ”

 “ 없었...다구요 ? ”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그와같이 묻는 회현을 바라보며 병하는 그대로의 어떤 회한 같은 것이 있는지 한숨을 잠시 내쉰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안보좌관도 알다시피 난 젊은시절 한 10년 넘는 세월을 이른바 보수우파 운동을

  하다가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 정치권에 발탁되어 정계에 입문하게 된 사람이지. 뭐

  그거야 안보좌관도 익히 다 아는 사실이니 지금 이런 내 개인사를 언급하는 것 자

  체가 새삼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

 “ ...... ”

 “ 그리고 나 역시 막상 국회에 들어와서는 정치권에서 내가 하고싶고 이루고픈 일들

  이 있었어. 그리고 기왕 들어온 것 상임위원장이나 당 중역 정도는 맡아보는 중진

  노릇도 좀 해보고 싶었고말야. 하지만...솔직히 내가 국회에 들어와서 내가 하고팠

  던일, 이루고싶었던 것은 다 이루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멈추려는거야. ”

 “ 의원님... ”

 안희현은 더더욱 안타깝다는 듯 병하의 이름을 불러보고 있고, 병하는 아직 할 이야기가 좀 남아있는지 조금 더 말을 이어간다.

 “ 그리고 무엇보다...난 정치인까진 몰라도 정치 지도자가 될 그럴 자격은 없는 몸이

  야. 그건 안보좌관도 잘 알지않나. ”

 “ 의원님...그 무슨 당치않은 말씀을...세상에 더 기가막힌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

  게 정치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데 의원님이 뭘 어쩌셨다구요. ”

 “ 내가 이혼전력이 있고 잃어버린 딸 셋에 대한 미안함을 늘 간직해오며 살아온 사

  람이란걸 안 보좌관도 잘 알지않나. ”

 사실 최병하는 20대 시절 청년 보수우파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 떄문에 그 시절 생계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20대 후반때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그리고 그녀와의 사이에 딸 셋을 낳기까지 했지만 당시 병하의 아내는 보수우파 운동을 한답시고 돌아다니며 가족생계문제에 소홀한 남편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처음엔 그래도 한동안은 참고 견뎌보려했고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도무지 견딜수가 없었는지 병하와 결혼한지 한 7-8년쯤 지난 무렵에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그때가 병하와의 사이에 이미 딸 셋을 낳은 뒤의 일이고 특히 셋째딸은 출산을 한지도 얼마 되지도 않은 핏덩이 갓난아기 같을때였는데, 헌데 그럴 때 집을 나가면서 병하의 전처 김순주는 진짜 기가막힌짓을 저질렀다.

 “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그 사람은 아이들을 고아원에 각기 따로따로 맡겼다

  고 하더군. 그것도 내가 아주 찾지 못하게 딸 셋을 제각기 다른 고아원 세군데에

  맡겼다는거야. 한마디로 딸 찾는 방법이 아주 쉽지 않도록 아주 철저하게 일을

  벌였던셈이야. ”

 최병하는 자신의 가까운 지인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의 이혼 무렵에 있었던 일을 진지하게 고백하곤 했다. 어쩌면 병하의 아내 순주는 보수우파 운동을 한답시고 돌아다니며 그대신 가족과 생계에 소홀했던 남편에게 아주 제대로 기가막힌 복수를 한 셈이다. 사실 병하는 순주가 집을 나간 사실을 알았을때도 아마 아이들도 모두 데리고 친정으로 간것이려니 생각했다. 허나 순주의 친정에 가보았을때는 이미 순주도 아이들도 그곳에 보이지 않았고, 처가 식구들은 하나같이 순주와 아이들의 행방에 대해선 모른다는 말로만 일관했다. 병하가 순주가 자신의 아이들을 어찌 처리했는지를 알게된 것은 그때부터도 시간이 한참 지난뒤에 순주의 고등학교 동창이 된다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그녀로부터 전해듣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때 최병하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느꼈다. 사실 순주가 그렇게 집을 나갔을때만 해도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에 그저 순주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그런 방식으로 자신에게 복수(!)까지 했다는 생각을 하니 배신감에 치를 떨었던 것이다. 설사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집을 나갔을지언정 아이들은 순주 자신이 데리고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겠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순주는 정말 남편에 대한 복수심이었는지 아니면 막상 이혼하고나니 혼자 딸 셋을 키우기가 쉽지 않아서였는지 딸 셋을 그것도 한곳도 아닌 세곳의 고아원에 그것도 거리도 서로 먼곳에 각기 따로따로 맡겼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확실히 복수의 의도가 보이는 것 아닌가. 단지 생계문제 때문에 하는수없이 아이들을 맡기는것이라면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혹여 고아원이 애 셋을 한꺼번에 맡을만한곳이 못되어서 그런 이유때문에라도 가령 한명과 두명 그렇게 두곳에 분산시켜 맡길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도 아닌 애 셋을 모두 각기 거리도 너무 먼 각기 다른 고아원에 맡겼다는 것은 역시 김순주 나름대로의 최병하에 대한 복수의 방식이었던 것 같다.

 “ 정치를 시작한 동기는 나 나름대로 우리 사회와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생각...그리

  고 새로운 보수정치 구현에 나도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는 생각에 뛰어든것이지만

  그런 문제와 별개로 가정사에 있어서는 난 분명 아이들에게 죄인인 그런 몸이야.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어주지 못한 그런 몸으로 대권꿈까지 꾼다는 것은 당

  치 않지. 그래서 이쯤에서 멈추려는거야. ”

 안희현이야 최병하의 15년 보좌관이니 병하의 이런 개인적인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사람일 것이다. 따라서 병하가 지금와서 희현에게 이런 자신의 가정사를 처음 털어놓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이전에 가끔 가까이 지내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자신이 이혼하게 된 사정과 전처 김순주에 대한 배신감이 든 이유를 그와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를 그만두고 그 다음엔 뭘 하고 싶은것인지 그 고백만큼은 지금 처음 하고 있다. 최병하가 안희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정치를 떠난뒤엔 그 다음엔 보수주의 가치나 철학을 담은 그런 문화 콘텐츠를 제

  작하는 그런 제작사를 하나 만들고 싶어. 드라마 제작사라고 해야할지 영화 제작사

  라고 해야할지 그 장르구분이 좀 명확치는 않지만...여하튼 내가 지금 머릿속에 그

  리고 있는 것은 보수주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문화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그런 제작

  사에요. 그것이 드라마가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애니매이션이나 웹툰이 되었든 연

  극이나 뮤지컬,오페라가 되었든 소설이나 기타 다른 장르가 되었든...여하튼 보수주

  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은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제작사. 그게 내가 남은 여생

  동안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야. 어찌보면 국회에 몸담고 있던 지난 14년의 시간도

  그것을 하기위한 준비기간이었을수도 있어요. 내가 궁극적으로 바랬던 것은 사실

  보수주의 가치관을 담은 문화작품을 생산해내는 그런 작품 제작사였거든. ”





 모처럼만에 열린 임시국회가 여야간에 다시금 쟁점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있을 때, 세상이 알고있는 그런 시끄러운 사안과는 별개로 세상이 모르는 또다른 작은 파문이 국회 한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일어나고 있을 때 서울 강북의 한 으슥한 골목길에는 귀갓길을 서두르는 한 젊은 여성이 있었다. ‘미령 가구센터’ 대표 조미령이다. 미령 가구센터는 자신들이 직접 가구를 제작 주문을 받은곳에 납품을 하는 공장과 대리점 역할을 모두 겸하고 있는 그런 업체로 작업실은 서울 인근지역에 있고 그 가구들을 전시하며 손님들을 받는 대리점과 전시관을 겸한 장소가 여의도에서 그리 멀지않은곳에 위치해 있었다. ‘미령 가구센터’가 국회에까지 입소문이 나게 된 것은 바로 대리점 위치 자체가 국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그런 미령 가구센터 대표인 조미령의 거처는 강북의 한 서민형 빌라.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도 걸어서 한 10여분은 더 들어가야 하는곳이다. 미령은 일에 따라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 20대 중반의 젊은 여성으로선 이런 거처는 다소 무섭게 느껴질수도 있는 그런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미령 정도의 그래도 이제 막 뜨기 시작하는 중소규모의 자영업체 대표도 이런곳에 작은 거처하나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을. 그나마 그래도 미령은 이런 강북의 서민형 빌라에 혼자 사는집을 마련한지가 몇 년 된다. 생각보다 가구센터가 잘 나가 돈을 좀 벌수 있었던게 주 요인으로 보인다.

 여하튼 그렇게 귀가길을 서두르고 있는데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내릴때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었는데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느낌이었다. 우연히 방향이 같을수도 있겠지만 사실 모르는 일이다. 여성으로서 본능적으로 할법한 두려움과 경계심에 미령은 발걸음을 서두른다. 뒤따르는 사람이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것이라도 확인해보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 정도의 확인조차 하기가 쉽지 않다. 여하튼 느낌이나 기분탓인지 점차 가까워지는듯한 발걸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령은 걸음에 속도를 좀 더 높이고 있다. 이쯤되면 ‘차라리 뛰자’는 생각이 들법도 한 속도로. 헌데 그때였다.

 “ 저기 이봐요 !!! ”

 “ 아악~~~!!! 누구야 !!! ”

 아니나 다를까. 역시 한밤의 치한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비명부터 질러댔는데, 그러다 순간 그 부르는 소리가 여자였음을 느꼈다. 그럼 아니란 말인가. 하지만 경계심을 늦출수도 없는 상황이라 다시금 비명을 질러대는데 그러자 상대방이 더 당황한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목소리는 영락없는 여자였다.

 “ 아...아니 저 이봐요. 그런게 아니라...이봐요. 정신차려요, 왜 그래요. ”

 상대방도 당황했음인지 비명을 질러대는 미령을 일단 진정시켜보려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좀 차린 미령은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여성임을 알아차리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같은 여자끼리 이해할수도 있을법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상대 여성 반응이 너무 과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그녀도 살짝 짜증을 낸다.

 “ 아니, 왜 소린 지르고 그래요. 저...사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얼굴을 알아봤거든

  요. 그래서... ”

 그제야 미령도 상대방 얼굴을 알아볼 것 같았다. 일단 자신을 해할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는데 헌데 여성이 오히려 미령에게 더더욱 확실하게 자신의 신분과 의도를 확인시켜줘야겠다는 생각에 어떤 조급함마저 담긴 속도로 말한다.

 “ 저 며칠전에...그쪽사는 옆집에 이사온 여자에요. 전 그래도 얼굴 기억하시려나 기

  대하고 다가가려 한건데 너무 급하게 달아나더라구요. 그래서. ”

 “ 아아... ”

 그제서야 미령도 확실하게 그녀를 기억해낼수 있었다. 미령의 기억에도 확실히 한 이틀전인가 사흘전에 자신의 옆집에 이사오는 사람이 있었고, 마침 휴일이기도 해 분주히 이삿짐을 옮기는 대충 자신과 엇비슷해 보이는 여성의 얼굴을 기억할수 있었다. 이쯤되면 이웃사촌간에 반갑다는 인사라도 나눠야할판인데 그보다 무슨 용무인지 궁금해져서 그것부터 묻는다.

 “ 미안해요 못 알아봐서. 헌데 대체 무슨일로... ”

 “ 저...실은 무서워서요. ”

 막상 미령이 그와같이 묻자 되려 이번엔 여성이 미령보다도 뭔가 쑥스럽고 무안한 표정이 되어 망설이고 있다. 얼핏 말을 잘못알아들은 것 같기도 해 미령이 확인차 되묻는다.

 “ 뭐라구요 ? ”

 “ 저...실은 아시다시피 저 이동네 이사온지 며칠 안 되잖아요. 그래서 무서워서...

  집에까지만 좀 같이 가달라고 그 부탁하려 했던건데... ”

 “ 아니...뭐...뭐라구요 ? ”

 같은 여자끼리라도 아마 이 정도면 이런일이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법한 해프닝일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여성의 부탁은 그와같았다.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길도 잘 모르고 아는사람도 없어 무섭고 게다가 밤늦은 시간이니 마침 상대방도 같은 여성이고 이웃 그것도 마침 옆집에 사니 좀 같이 가달라는 이야기다. 아무리 같은 여자끼리라도 이게 이해할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 몰라 미령은 어안이 벙벙한채로 바라보는데, 하지만 여성이 거듭 다시 애원하자 하는수없이 그녀의 청을 들어주기로 한다. 10여분 정도 걸리는 으슥한 밤골목. 젊은 여성이 혼자 가기엔 무서운 길이라는게 이해 못할 상황은 분명 아니지 않는가. 여하튼 처음엔 자신이 혹시 치한인가 싶어 무서워 달아나려 했는데 되려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어떻게보면 자신보다도 더 겁이 만다고 해야할 ‘여성’이었다는것에 미령은 괜한 웃음까지 잠시 흘러나왔다. 빌라까지 가는 한 10분정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그 시간에 그래도 궁금함이 생겨 미령이 여성에게 묻는다.

 “ 그런데...혼자 살아요 ? ”

 “ 네, 맞아요. ”

 ‘다른 식구들은 없고 혼자 산다는 말이냐 ?’ 이런식의 질문을 할법도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와같은 질문은 미령도 여성도 둘 다 상대에게 하지 않는다. 다만 미령은 이렇게 밤늦은 시간에 자신처럼 늦게 귀가하는 여성에 대한 궁금함이 생겨 묻는다.

 “ 그런데 무슨일을 하는데 이렇게 늦어요 ? 맨날 이렇게 늦게 귀가하는거에요 ? ”

 “ 아...실은 귀가시간이 일정치는 않아요. 어떨떤 밤샘작업을 하고 새벽이나 아침에

  들어올때도 있고...일이 일찍 끝나서 오후나 저녁때 들어오기도 하고 오늘처럼 밤

  에 오기도 하고 일정친 않아요. ”

 “ 아니, 대체 무슨 일을 하는데 그렇게 퇴근시간이 들쭉날쭉해요 ? ”

 인생을 25년 좀 넘게 산 미령의 가치관과 상식으론 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서인지 경우에 따라선 실례가 될수 있는 질문임도 의식하지 못한채 그와같이 물었고 여성은 괜한 민망함이라도 드는지 살짝 귀밑머리를 쓸어넘겨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밤길을 도와주는 고마운 언니(?)에게 괜한 의문이나 궁금증을 주고싶진 않아서인지 그런대로 솔직하게 대답한다.

 “ 실은 재연배우에요. 아시죠 ? 그러니까 케이블의 재연드라마 같은데 나오는...그

  런데 가끔 나오는 재연배우요 ? ”

 “ 재연배우라구요 ? 그쪽이 ? ”

 사실 미령은 일이 바빠서 TV를 자주 보지 못한다. 하지만 재연 프로그램 같은 장르에 대한 이해력이 없을만한 그런 세대는 분명 아니다. 그런식의 재연 프로그램이 제법 있다는 것 정도는 미령도 충분히 알고있고 다만 막상 의아함에 물어본 여인의 직업이 재연배우라는것에 다소 뜻밖이고 놀랍기도 해서 여성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기까지 했다. 밤늦은 시간이고 화장지운 얼굴이라서일까. 미령 자체가 TV를 자주 보지 않는편인 탓도 있지만 여성의 얼굴이 그리 낯익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슨일을 하느냐는 물음에 귀가시간이 일정치 않다며 한 대답이 그와같을진대 거짓말일 것 같진 않고, 여하튼 놀라움과 궁금증까지 생겨 다시금 여성을 찬찬히 살펴본다.

 “ 오늘은 미안했어요. 사실 저도 이런일이 그렇게까지 자주 있는일은 아닌데...밤늦

  게 촬영이 끝나 퇴근하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저도 모르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던

  거에요. 폐가 되었다면 미안해요. ”

 “ 아...아니에요. 어쨋든 밤길이 무사할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네요.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요. ”

 이미 들어가야할 빌라 앞까진 다 온 상태라 그와같은 인사말까지 건네고 여인이 먼저 자신의 집 호수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미령도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대문을 마주보고 있는 옆집. 그렇게 미령과 여성이 지금 살고있는 것이다.





 얼마후 며칠전 새로 이사왔다며 밤길에 무섭다고 같이 가달라고 했던 그 여자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난번처럼 또 밤길에서 만났던 것은 아니고 휴일에 미령이 집에서 쉬고 있는데 뜻밖에 벨이 울렸다. 그리고 열어보니 바로 그 여자였다. 밤중에 봤을땐 느끼지 못했는데 낮에 보니 약간 자신보다 작은 키에 대체로 청순하고 수수해보이는 그런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여성은 미령을 보자마자 일단 지난번 일에 감사인사부터 전했다.

 “ 지난번에 고마워서요 간단하게 답례라도 할까해서. ”

 “ 아...아니에요. 뭐 그 정도로 답례씩이나. 괜찮아요. ”

 무슨 그런걸로 답례인사까지 받을 것은 아니라 생각했는지 미령은 손을 내저었다. 실제 여성의 손에는 아마 미령에게 주려고 준비한것인 듯 작은 비닐봉지 같은게 들려있었다. 다만 안의 내용물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냥 간단한 간식거리 정도였다.

 “ 그런데 혼자 사시나봐요 ? ”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일요일이고 둘 다 집에서 쉬고있다보니 피차 심심해져서일까. 엇비슷한 나이에 그런대로 통하는 면도 좀 있는 것 같아서 일단 미령이 여성을 들어오게 해서 그녀가 사온 간단한 간식거리로 맥주라도 한잔 하면서 간단한 친목회를 갖게 되었다. 헌데 ‘혼자산다’는 이야긴 지난번에 했었는데 그 사이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여하튼 궁금해서 묻는 여성의 질문에 미령은 다시금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성의 이름은 박은영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이는 미령보다 두 살 아래였다. 그런대로 나이도 비슷하고 마음도 맞는 것 같아서 이웃에 사는 처지에 언니,동생하며 친하게 지내자는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미령과 은영은 그렇게 맥주잔을 서로 주고받으며 건배까지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미령이 이번엔 궁금해서 은영에게 묻는다.

 “ 헌데 배우라고 하지 않았어요 ? 오늘은 촬영이 없나요 ? ”

 “ 맞아요. 케이블에서 하는 ‘궁금한 사건’하고 ‘역사의 뒷얘기’라는 재연프로에 출연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외 다른 예능이나 교양프로에서 어떤 재연장면 같은게 필

  요해서 그런 내용들을 찍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런데도 나가기도 하고. ”

 여하튼 미령은 TV를 잘 보지는 않는 편이라서인지 ‘재연배우’라고 해도 은영의 얼굴을 바로 알아보지는 못하는 듯 했다. 사실 그런 촬영은 휴일을 가리지는 않는 편인데 어떻게 하다보니 오늘은 촬영이 없는 날이라는게 은영의 말이다.

 “ 여하튼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전 촬영이 끝나면 집으로 오고 일과가 그런식이기

  때문에 귀가시간이 규칙적이진 않아요. 헌데 그렇게까지 밤늦게 촬영을 마치고 온

  건 처음인데다 하필 새로 이사온 동네라서 여러 가지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

 “ 그러셨구나. ”

 뭐 그런대로 이제 이해가 가는 일이라서인지 미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미령은 자신은 간단한 가구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재연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을 스스럼없이 밝힌 은영에 비해 미령은 좀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기라도 한 것일까. 자신을 ‘업체 대표’나 사장 이런식으로 말하기는 쑥스러워서인지 ‘가구를 만드는 일을 좀 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듯 대답한 것이다. 아무리 작은 업체라도 사장은 분명 사장인데 그런식으로 자기 신분을 밝히는게 미령은 좀 쑥스럽나보다. 정작 일을 할때는 국회 의원회관에서까지 적극적으로 명함을 돌리며 홍보하던 그런 성격의 여자였는데 정작 이런 사적인 자리에선 되려 그 미령이 맞나 싶을정도로 자신의 하는일을 사실대로 밝히는 것을 쑥스러워하고 있다. 은영 입장에선 ‘가구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하니 나이를 봐서 아마 그런 공장같은데서 일하는 직원쯤 되나보다 그렇게 생각할법한 말이다.

 “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나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기에 시작한게 엑스트라 일이

  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그런 엑스트라 일을 하다가 피디님 눈에 들었는지

  절더러 ‘재연배우’ 같은거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절 하루는 보자고 하시더니 제안

  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재연배우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 운이 좋았나보네요 ? ”

 “ 그러게나말이에요. 뭐 저도 그렇게까지 이쁘거나 한 외모는 아니라서 배우를 할

  생각은 해본적 별로 없었는데...다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고아원을 나와야하기 때

  문에 그러고나서 뭐라도 해야겠기에 시작한게 엑스트라 일이었어요. ”

 “ 잠깐만...근데 고아...라구요 ? ”

 맥주와 간식거리를 나누며 그렇게 서로의 신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미령이 뭔가 좀 뜻밖이라는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은영의 말을 끊으며 그와같이 물었다. 은영은 그 부분에 대해서도 별로 숨길일은 아니라는 듯 스스럼없이 대답한다.

 “ 네, 맞아요. 실은 어릴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고아원 원장선생님 말씀으로

  는 제가 갓 태어난지 한달도 채 되지않은 핏덩이같은 몸으로 고아원에 맡겨졌다

  하더라구요. 박은영이란 지금 이름은 그렇게 고아원에 맡겨지면서 원장 선생님께

  서 지어주신 이름이고요. ”

 “ 어머, 웬일이야. 사실 저도 고아출신이에요. ”

 “ 옛 ? ”

 순간 은영도 미령도 서로 놀랐다. 처음엔 그저 비슷한 연배의 어쩌다보니 혼자 살게된 그런 여성쯤으로 상대방에 대해 생각했는데 실은 두 사람 다 고아출신이고 그래서 다른 식구들도 없이 혼자 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가족친지 하나 없는 천애고아 같은 두 여성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뜻밖에 서로 똑같은 처지의 고아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두 사람은 더더욱 놀란다.

 “ 진짜 뜻밖이네...황당하다고 하긴 좀 그렇고...이런것도 인연이라고 할수 있을까

  요 ? ”

 “ 그러게말이에요. 하필 그것도 비슷한 연배의 같은 고아출신 여자가 이웃집에 함

  께 살게 되는것도 그리 흔한일은 아닐텐데... ”

 인연도 뭐 이런 인연이 있을까. 서로 처지가 비슷하니 어쩌면 진짜 서로 잘 맞는 친한 친구나 언니,동생 같은 그런 이웃으로 지낼수도 있겠다 순간적으로나마 그런 기대감까지 이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밤길 무섭다며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던 그런식으로 시작되었던 인연이 그러고보면 제법 훈훈하게 잘 진행되는 셈이다. 은영이 이번엔 미령에게 궁금해서 묻는다.

 “ 언니는 그럼 언제 고아원에 맡겨지신거에요 ? ”

 “ 전 세 살인가 네 살때...그때쯤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고아원에

  맡겨진건진 모르겠지만 그전까지 가족이 있긴 있었던걸로 기억해요. ”

 “ 가족이 있었다구요 ? ”

 3-4세 정도때의 그 기억을 하는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은영은 순간 의아해하지만 어릴 때 기억력이 좀 좋은편에 속하는 아이였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령의 말은 이어진다.

 “ 뭐...그렇다고 기억이 많이 나는건 아니고...뭐랄까요...티저예고 아시죠 ? 드라마

  나 영화 같은거 시작하기전에 하이라이트 예고편같은거 올리고 그러는거요. 그런

  마치 티저예고 같은 장면이라고나 할까요 ? ”

 “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 ”

 “ 어떤 스토리 같은 흐름이 있는 그런 기억은 아니지만 어떤 영화의 한두장면이나

  사진속 장면 같은것이라고나 할까. 흐름이 있지않고 딱딱 끊기는 그런식의 기억

  이긴 하지만 단편적으로 기억나는 장면이 몇 개 있어요. ”

 “ 어떤 장면을 기억하는데요 ? ”

 “ 일단 저보다 위로 언니가 한명 더 있었던걸 기억해요. 언니는 아마 저보다 한두

  살 정도 위였던 것 같고 그리고 밑으로...아주 갓난 동생이 하나 있었어요. 확실

  하게 그걸 기억해요.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주 갓난 동생. 제가 그 동생을...예

  뻐했는지...싫어했는지...기억이 정확친 않지만 갓난 동생이 있었던 기억만은 확

  실해요. 그리고 언니가 있던 기억도요. ”

 고아원에 맡겨지기전의 어릴 때 일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무리인 아주 어릴때의 일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영화의 하이라이트처럼 간간이 떠오르는 한두장면 같은 기억이 있다는 소리다. 적어도 위로 언니 한명 그리고 밑으로 갓 태어난 동생 한명, 그렇다면 당연히 부모님도 계셨을테고. 부모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언니와 동생이 있었다면 당연히 부모님도 계셨을것이라 추정이 가능할테니, 아주 갓난아기때 맡겨져 가족에 대한 기억이 전혀 있을수 없는 은영과 달리 그래도 미령은 다른 식구가 그것도 언니와 동생이 있었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한다는 이야기다. 미령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그리고...아빠 얼굴...아빠 얼굴이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

 “ 아버님 얼굴을 기억한다구요 ? ”

 “ 네, 그것도 마찬가지에요. 마치 영화 하이라이트나 사진속 장면같은 기억이라고

  나 할까. 물론 지금 어디 길가다 본다면 그것도 이미 20여년전의 일인데 그것도

  어릴 때...애기때 보았던 아빠 얼굴을 지금 바로 알아보진 못 하겠죠. 하지만...뭐

  랄까요. 은영씨는 그런 느낌 혹시 이해할려나 모르겠네요. ”

 “ 어떤 느낌이요 ? ”

 “ 뭐랄까...보면 알 것 같은 그런 느낌요. 확실하게 제 머릿속에...거듭 이야기하지

  만 영화 하이라이트나 사진속 장면같은 그런 얼굴이 하나 있어요. 확실하게...아빠

  ...아빠얼굴 같긴한데...아...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은영씨 앞에서 무슨 소릴하고

  있는것인지...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수 있는건...아빠 얼굴만큼은 확실하게 기억

  하고 있다는거에요. 사진속 장면처럼...영화 티저예고 장면처럼 흐름은 없지만 확실

  히 기억나는 뭔가가 있는 그런 느낌...아...몰라요. 나 지금 취했나봐요. ”

 맥주를 몇잔 나눈 상태라서일까. 미령이나 은영이 겨우 맥주 몇잔에 취할만한 그렇게 술이 약한 여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술보다는 어떤 감정이나 분위기에 취했다고 할수도 있을터이고. 여하튼 미령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스스로 빨려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다소 횡설수설이 되어버린 것 같은 이야기 가운데서도 미령은 그 이야기만큼은 거듭 입에 담고있는 것이다. 비록 어릴때지만 ‘아빠얼굴’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위로 언니 한명 밑으로 태어난지 얼마 안된 갓난 동생이 한명 있었다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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