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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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LE (1)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미령은 책상,의자,캐비넷등 사무용 가구,비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소규모 자영업을 하고있는 여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뜻있는 친구,동료들과 뜻을 모아 시작한 사업인데 그런대로 솜씨가 좋아서인지 입소문이 퍼져 근래들어서는 국회는 물론 대기업에도 자신이 만든 물건을 납품하게 되었다. 하루는 오늘도 바로 그렇게 주문을 받은 책상,의자등을 제작 전달하기 위해서 국회 의원회관에 들르는 중이다. 물건을 주문한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참 직원들과 함께 분주히 움직이며 의원실 관계자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중. 오전시간부터 다소 그렇게 분주한 한 의원 사무실 앞을 지나다 다소 의아하다는 듯 최병하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인 안희현에게 묻는다.

 “ 뭐야 ? 오늘 여긴 왜 이렇게 분주하지 ? 정신이 하나도 없고... ”

 “ 아, 아마 이호준 의원실과 안정욱 의원실에서 새로 주문한 책상,의자를 들이고 있

  나봐요. 아마 미령 가구센터에서 주문을 했다고 들었어요. ”

 아마 해당 의원실 보좌진과 평상시 친분이 있어서였는지 대략 이야기를 들어 알고있다는 듯 답하고 있는 안희현. 하지만 최병하는 다소 이해할수 없다는 듯 말한다.

 “ 그...보니까 지금 쓰는 책상,의자도 다 멀쩡한거 같구만. 근데 난데없이 왜 새걸로

  바꿔 ? ”

 “ 아이참...의원님도...다 봄맞이 맞아 새단장도 하고 하면서 겸사겸사 하는거죠. 아

  시면서 왜 그러세요 ? ”

 “ 쓸데없는데 돈을 쓰니까 그러는 것 아닌가. 저게 다 국민세금인데 말이야...왜 그

  런걸 저렇게 허튼데 써서 낭비하고 그러냐구. ”

 “ 아유, 의원님. 그래야 다 장사하는 사람들도 먹고살고 그러는 것 아니겠어요. 의

  원님처럼 맨날 수십년된 가구며 물품 고집하며 계속 쓰고 그랬다간 저런거 만들

  어 장사하는 사람들 밥 못먹고 살아요. 게다가 의원님은 누구보다도 평상시 중소

  업체 육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그런분이시면서... ”

 최병하를 사뭇 놀리듯 달래듯 그렇게 말하고 있는 안희현. 그러면서 병하의 그런 태도를 신경쓰는 듯 했던 이호준,안정욱 의원실쪽 보좌진들에겐 괘념치 말라는 듯 살짝 눈짓을 해보이기도 한다. 사실 병하의 목소리가 평상시에도 좀 큰편이라 먼발치에서도 그 말소리가 웬만하면 거의 들릴지경인데, 바로 당사자들 코앞을 지나면서 마치 그네들을 흉보는듯한 언사를 입에 담으니 그쪽 보좌관들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생판 모르는 사람이었더라도 ‘당신이 뭔데 남의일에 신경쓰느냐 ?’며 시비라도 걸었을법한 사안이기도 한데, 그러나 최병하 의원은 4선의 중진의원이니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비서관들 입장에선 까마득한 어른이고 윗사람이니 뭐라고 할수도 없는 처지라 불편한 심기에서 그렇게 자신들끼리 눈짓을 주고받고 있었던 것이다. 자칫 정말 괜한 소란이라도 벌어질까 싶어 희현은 병하를 거듭 달래며 자신들의 사무실쪽으로 들어가려 한다. 물건 주문을 한 의원실측도 그쪽은 더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듯 자신들의 하던일에 계속 열중하고 있다.

 “ 아닌게 아니라...나도 4선의원이지만...의회제도란게 누가 만든건지 참 기가막히면

  서도 아이러니한 제도란 말야. 역사를 따지고보면 결국 절대왕권을 견제하자고 입

  법기능과 세금 감시기능을 하는 기구를 만들어낸게 그게 의회제도인데...하지만

  이제와선 되려 그게 의회의 가장 큰 권력이 되어버린 것 아닌가. 생각해보라구.

  국회의원들이 법 만드는 사람들이니 자신들에게 불리해질 법은 절대 만들어낼리

  없을 것 아닌가. 마찬가지로 정부 예산심사,편성때도 결국 자기네 지역구 예산

  조금이라도 더 타가려고 아우성이고말야. 정부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만든 기능

  이 그 제도가 만들어진지 수백년이 지난 오늘에 와선 오히려 그게 더 권력이 되

  어버린 셈이라구. ”

 “ 아이 참...의원님도 의회주의자이시면서 그런 말씀을 다 하세요 ? 어쨌든 국회안

  에서 모든걸 타협을 보고 합의를 봐야한다고 늘 주장하시는분이. ”

 “ 허허 참...하여튼 안 보좌관은 내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토를 다는군 그래. 알

  았어요, 알았어. 그 이야긴 그 정도로 해 두자구. ”

 아침부터 괜한 입씨름을 하고싶진 않은지 됐다며 손을 내저어보이고 있는 최병하 의원. 하지만 그런 병하의 얼굴에선 뭔가 흐뭇하면서도 싱그러운 미소가 피어나고 있다. 안희현 보좌관은 사실 4선의 최병하 의원이 의정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무려 15년을 보좌해온 병하의 최측근이다. 두 사람 사이는 그야말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이라고나 할까. 단순한 측근이나 보좌관 수준을 넘어서는 그야말로 ‘정치적 동지’쯤 된다고 해야할 사이. 여하튼 오늘 오전부터 있었던 약간 사소한 말싸움은 그 정도에서 마무리되고 안희현은 자기 자리에 앉아 자신이 해야할일을 시작한다. 곧 임시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그때 다뤄야하는 법안심의 문제와 관련해서 준비할 자료가 엄청 많다.

 “ 실례합니다. ”

 병하도 안희현 보좌관도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한지 10여분쯤 지났을까. 의원실 문 노크소리가 들리고 잠시후 문이 열리면서 한명의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 의원실에 이런저런 용무로 들르는 사람들이야 많이 있으니 그렇게 낯선 풍경은 아닐 것이다. 다만 명함 하나를 살짝 내보이는 여성을 보며 안희현은 뭔가 불편한 얼굴이 된다.

 “ 지난번에도 이 명함은 주셨잖아요. ”

 “ 아, 그랬었나요 ? 워낙 들르는 의원실이 많다보니까 헷갈려서요. 어쨌든 저희 ‘미

  령 가구센터’에선 늘 값싸고 품질좋은... ”

 그러고보니 아까 그 가구주문을 했다는 의원실에 배달을 한 업체 관계자인가보다. 다만 대표인지 직원인지 거기까지는 최병하는 알수 없을터이고 다만 희현은 그래도 면식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불편한 얼굴을 하며 귀찮은 잡상인 내보내려는듯한 표정으로 그쯤에서 말을 끊으려한다.

 “ 알았어요. 말했잖아요. 미령 가구센터 명함은 지난번에도 받았었다구. 참고는 해

  둘께요. ”

 “ 예, 그럼 앞으로 저희 업체 많이 애용해주시는거죠 ? 그리알고 가보겠습니다. ”

 “ 뭐야, 대체 무슨일이야 ? ”

 보좌관과 명함을 건네주는 젊은 여성의 작은 실랑이가 아직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병하가 다소 의아하다는 듯 다가왔다. 그러자 여성은 바로 병하에게도 다가오며 깎듯이 인사를 건네려한다. 헌데 그때 안희현이 순간 제지한다.

 “ 안녕하세요 ? 전 ‘미령 가구센터’ 대표 조미령이라고 합니다. 저희 미령 가구센터

  에서는... ”

 “ 저희 의원님껜 쓸데없는말 삼가주세요. ”

 보좌관이라기 보단 아예 숫제 경호원쯤 되는거 아닌가 싶을정도로 희현은 다소 과도하게 여성을 밀쳐내고 다만 말하는걸로 봐션 아무래도 그 다른 의원실에서 가구 주문을 했다는 그 업체 대표인가보다. ‘대표’란 말을 분명 본인의 입으로도 언급 하였으니까. 허나 어쨌든 보좌관 입장에선 흔하고 귀찮은 잡상인 정도로 보여서인지 그 정도에서 ‘미령’이란 이름의 대표를 내보내려한다. 뭐 웬만해선 그 정도에서 홍보를 하기위해 들어온 업체 관계자도 그쯤에선 더 귀찮게 하지않고 물러나는게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순간 잠시 좀 이해할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간은 한 5초나 되었을까. 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는 시간인지만 경우에 따라선 체감적으로 웬지 길게 느껴질수도 있는 시간. 그러니까 ‘순간’이라고 하기엔 다소 길다고 느껴질정도로 ‘미령 가구센터’ 대표라는 여성이 병하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았던 것이다.

 “ 뭐죠 ?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 ”

 안희현이 업체 관계자를 내보내려 할때는 그녀의 태도가 너무 야멸차고 냉정한 것 아닌가 하는듯한 모습까지 보였던 최병하인데 허나 이번의 이 돌연한 미령의 태도에는 오히려 최병하가 더 불편해진다. ‘뭘 이렇게 쳐다보나 ?’. 병하도 안희현도 순간 ‘이건 뭐지 ?’ 하고 의아함을 더해 당혹스러움까지 생길 지경인데, 그렇게 잠시 멍하니 병하를 쳐다봤던 여인은 그쯤에서 정신이라도 차린 듯 바로 사과인사를 건넨다.

 “ 아...아뇨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깜빡...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

 “ 볼일 끝났으면 이만 나가주세요. 저희도 바쁜 사람입니다. ”

 한 5초정도나 되었을까 싶은 그 다소 돌발스럽고 의아한 상황에서 여인이 정신이라도 차린 듯 당황해하며 사과인사를 건네고, 희현이 다시금 그 여자에게 이쯤에서 사무실에서 나가달라는 말을 건넨다. 여자는 그러자 조금전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업체홍보를 하려던 표정과는 다소 달라진듯한 분위기로 황망하게 사과인사를 건네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병하도 희현도 뭔가 순간적으로나마 겪은 작은 해프닝성 같은 일에 약간 어이없어한다.

 “ 의원님...괜찮으세요 ? ”

 “ 아...뭐...괜찮지. 뭐 특별한 문제야 있을게 있나. 헌데 방금 그 아가씨가... ”

 “ 네, 맞아요. 바로 좀전에 그 여자가 요즘 의원실에서 가구주문을 많이 한다는 ‘미

  령 가구센터’ 대표란 여자에요. 아마 지난번에 명함을 저희 사무실에도 건네줬을텐

  데 아마 그 사실을 잊어버린 듯 다시 명함을 건네주려고 온 모양이에요 ”

 그리고는 희현은 자신의 책상서랍 보관함에서 바로 그 얼마전 그녀에게서 건네받았다는 명함을 꺼내 보여준다. 병하도 그 부분은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의아함이 생긴 듯 희현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러니까 여하튼 그 아가씨가 그 업체 대표란 사람이지. 헌데 원래 성격이 좀 저

  런가 ? ”

 “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 ”

 “ 아니 좀...수선스러워 보이기도 하고...어디 뭔가 나사가 좀 빠진 여자 같아보이기

  도 하고 그래서말야. ”

 조금전 사무실에서 순간적으로나마 벌어진 그 돌발상황이 최병하 의원으로 하여금 조미령이란 여자의 첫 인상이 그렇게 박히게 만들어져버린것인지. 여하튼 희현도 병하도 별일은 아니라는 듯 그쯤에서 다시금 잊어버리기로 하고 자신들이 하던일을 시작하기 위해 자리로 돌아간다.





 “ 오늘도 늦으셨네요 ? ”

 밤늦은 시간에 귀가한 병하를 집안에서 그의 아내 성지현이 반긴다. 병하는 옷을 갈아입으며 아내 지현을 보며 말을 건넨다.

 “ 곧 임시국회가 시작되니 그 준비로 한참 바쁠때가 아니오. 무엇보다 여아간 오랜

  공전 끝에 모처럼만에 합의를 봐 열리는 회의니만큼 그동안 처리해야하는 일이 한

  둘이 아니오. ”

 “ 당신이 뭐 언제 안 바쁘신적이 있기나 했어요 ? ”

 아내 지현 입장에선 남편 병하의 이와같은 말이 으레 듣던 변명같은 이야기로 들려서인지 살짝 팔짱까지 낀 자세로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 피곤하니 이만 자야겠소. 내일도 일찍 나가봐야 하는데...아, 참 그리고 이거... ”

 그러다 갑자기 아내 지현에게 뭔가를 내놓는다. 사실 집안에 들어설때부터 들고 있던것이긴 한데 지현은 ‘별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미 방까지 들여놓은 그 작은 상자에 지현도 그제서야 눈길이 간다.

 “ 실은 안보좌관이 당신 좀 챙기라고 보약을 지어주지 뭐요. 당신 피부가 요즘 좀

  까칠어보이는 것 같다면서...몸이 좀 안 좋으신 것 아니냐고...허허...그러고보면 안

  보좌관은 참 세심한 여자란말야. 나도 신경쓰지 못했던 그런 부분까지 이렇게 살피

  고 말이지. ”

 “ 뭐라고요 ? ”

 헌데 순간 지현이 그 말이 귀에 거슬리기라도 했던것인지 살짝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그러더니 이제와 보니 한약 약봉지가 들어있는 상자였든 그것을 발길로 차보인다.

 “ 치워요 이거 !!! ”

 “ 아니 당신이 왜 그래 ? 안 보좌관이 당신 좀 특별히 챙기라고 신신당부한건데...

 ”

 “ 당신 도대체... ”

 허나 병하의 이런 태도가 더 기가막히다는듯한 반응을 보이는 지현. 얼굴빛이 이미 시뻘개져있다.

 “ 당신은 도대체 누구랑 사는 사람이에요 ? 나하고 사는거에요 ? 아니면 안보좌관

  하고 사는거에요 ? ”

 “ 아니, 뭐야 ?

 지현의 이 말에 순간 황당하고 기가막힌듯한 반응을 보이는 병하. 그보다는 이 정도 일에 이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화를내나 하는듯한 반응이다. 지현은 여전히 뭔가 심기 불편한듯한 얼굴로 병하를 바라보며 말한다.

 “ 당신 그거 알아요. 무엇보다 당신은 집에 들어와서도 늘 입에 올리는게 안 보좌

  관 이야기라는걸...맨날 안 보좌관...안희현 보좌관...아니 도대체 안희현 그 여자가

  당신에게 뭔데 그래요 ? ”

 “ 아니, 도대체... ”

 병하는 지현이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이유가 정말 이해가 안 간다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그래서인지 이런 지현을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을 바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단 어쨌든 밤늦은 시간이니 적당하게 좀 넘어가고픈 생각인것인지 한약 상자만 일단 거실로 치워놓긴 한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는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 여보, 왜 그래 ? 대체 별것도 아닌걸로 왜 이렇게 밤늦은 시간에 화를 내냐구

  ? ”

 “ 당신 마음은 항상 안희현 그 여자에게만 가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러죠. ”

 “ 여보... ”

 그러자 살짝 인상 찡그린 얼굴로 그리고는 뭔가 답답하다는듯한 표정이 되어있는 병하. 무엇보다 집에 왔으면 세상사 다 잊고 편하게 잠자리에 들고싶었던 병하인데, 그 기분이 싹 가셔진 상태라 병하의 심기도 편치않다. 무엇보다 지현의 예기치못한 이런 태도가 병하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안희현 보좌관은 그냥 날 15년동안 보좌해온 보좌관일뿐이야. 그걸 당신이 모르

  나 ? 정치를 하면서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안희현이라구. 그걸 당신이 몰라

  ? ”

 “ 그럼 저랑 살지말고 안희현이랑 사세요. 그럼 되겠네 ? ”

 “ 여보... ”

 지현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병하는 당치 않다는 듯이 나오고 어차피 이렇게 된 것 편하게 잠자리에 들긴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일단 대충 갈아입은 잠옷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아내를 부른다.

 “ 당신 이리와서 앉아봐. ”

 “ 거기가 앉는다고 뭐 달라지는 것 있어요 ? ”

 “ 일단 앉아보라구. 이야긴 해야할 것 아닌가. ”

 “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요 ? ”

 어째 뻔한 변명같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일까. 지현이 되려 병하의 이런 모습에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그냥 서있기는 자신도 피곤해서인지 지현도 대충 침대에 걸터있긴 한다. 그러나 거리는 제법 떨어져있다. 이미 한바탕 부부싸움이라도 했거나 각방이라도 쓸것같은 기세인 그런 분위기 같다고나 할까. 병하가 다시금 다가와 아내를 달래줘야겠다는 듯 어루만져보려하나 지현은 그런 병하의 손길을 뿌리친다.

 “ 여보, 그러지말고 내 이야기 조금만 들어봐. ”

 “ 지금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다고 그래요 ? ”

 “ 거 참...화는 당신이 먼저 내놓고...그래서 내가 이러는 것 아닌가. 당신에게 이 참

  에 좀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러는건데...어차피 언제 한번 날 잡아 하려던 이야기

  였는데...어차피 이렇게 된 것 지금 하는게 좋겠군. ”

 뭔가 아내에게 원래 하려던 어떤 중요한 이야기가 있기라도 했던것일까. 병하는 이 밤늦은 시간에 되려 작심한 듯 뭔가 잘되었다는듯한 표정까지 되는데 그러나 지현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남편의 뻔한 변명은 더 이상 듣고싶지 않다는 전형적은 토라진 아내의 모습 그 자체다. 병하가 지금 아내의 손을 잡으려 한다한들 그 손길을 받아줄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아서 하는수없이 일단 거리를 둔채 침착하게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 조금만 기다려보라니까. 이제 얼마남지 않았어 정말. ”

 “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에요 ? ”

 안희현 보좌관 문제로 나온 말다툼 때문에 하는 이야기로는 너무 뜬금없어서 더더욱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지현. 하지만 병하는 제법 용기를 갖고 좀 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가까이 다가가보려 한다. 지현은 피하지는 않지만 시선은 외면한채 어쨌든 귀는 열려있을터이니 병하는 말을 이어간다.

 “ 결국 이 집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사람은 당신이야. 그걸 당신이 그렇게 몰라 ?

 ”

 “ 뭐라구요 ? ”

 이 판국에 빈말로라도 아내를 달래주거나 하진 못할망정 되려 엉뚱한 이야기만 계속 나오는 것 같아 지현은 더더욱 어이없어지는데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병하는 다시금 침착하게 말을 이어간다.

 “ 우리 결혼하기 전에 내가 했던 이야기들이 있지않나. 그걸 당신이 잊진 않았을텐

  데 말이야. 허허...그러고보니 우리가 결혼한지도 어느덧 10년이 좀 넘는 시간이 되

  기도 했지만말야... ”

 “ ...... ”

 “ 솔직히 첫 결혼에 그렇게 실패후 전처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때문에라도 재

  혼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어. 하지만 막상 이렇게 정계에 입문하고나니 아내역할..

  .내조자 역할을 할 사람이 정말 필요하더군. 그래서 결국 재혼을 결심한거고말야..

  .정치란게 진짜...내조자의 역할 없이는 할수 없는것이더라구. ”

 “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구요. ”

 사실 병하는 젊은시절 첫 결혼에 실패하고 그리고 한 10여년전에 재혼을 했는데 그 상대가 바로 지금의 아내 성지현이다. 병하의 재혼이 10여년전 일이니 그때 병하는 40대 후반. 그때 스무살 연하의 지현을 만나 결혼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결혼해 함께 산지는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으니 그때 20대 중반이었던 지현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후반이다. - 그러고보면 15년동안 최병하의 보좌관으로 있었던 안희현과는 대략 비슷한 나이로 보면된다.

 “ 내가 진정 당신에게 바라는게 뭔지 모르지 않지 않나 ? 내가 당신에게 누누이 한

  이야기일텐데말야. ”

 지금쯤은 지현의 손을 잡아도 되겠지 하는 마음에 다시금 용기를 내어 그녀의 살짝 가녀리게 느껴지는 손가락을 잡아보는데, 다행히 지금은 지현은 뿌리치지 않는다. 이제 좀 아내의 마음이 풀어졌음인가 하는 생각에 병하의 말은 이어진다.

 “ 그게...당신이 이 집안의 진정한 최후의 승자가 되는길이야. 그걸 당신이 모르겠

  나 ? 그게 왜 당신이 진정한 승리지가 되는길인지 그걸 그렇게도 모르겠냐구 ? ”

 “ 뭐가요 ? 대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데요 ? ”

 허나 지현은 여전히 마음이 풀어지지 않는것인지 여전히 시큰둥한 자세로 나오고, 그러다 병하를 흘끔 바라보더니 한마디 톡 쏘듯 내뱉기는 한다.

 “ 당신 잃어버린 딸들 찾는문제 그거 이야기 하는거에요 ? ”





 모처럼만에 열린 임시국회가 하지만 쟁점법안의 처리 문제 때문에 다시 여야간의 강경대치로 치닫고 있었다. 아직 본회의에까지 상정된 상황은 아닌지라 무슨 날치기 저지나 강행통과를 위해 소속의원 비상대기령까지 내린 경우는 아니지만 어차피 이쯤되면 비단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라 정치를 대충 아는 사람들이라도 분위기는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을터이고, 따라서 국회에는 지금 한참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중이다. 밤늦은 시간. 4선의 중진의원인 최병하가 의원회관에서 여전히 대기중인것도 그 때문이다. 최병하는 자신의 상임위 소관사항은 아니지만 이미 해당 쟁점법안이 정치권은 물론 이미 온 나라의 초유의 관심사안이 되어있는지 오래인지라 4선 중진의원으로서의 책임의식때문에라도 이럴 때 국회를 지키고 있지 않을수가 없다. 편히 잠들지도 못하고 사무실 책상의자에 앉아 인터넷으로 기사검색을 해보기도 하고 누군가와 연락을 취해보는 듯 하기도 하던 그. 헌데 그런 병하에게 안희현 보좌관이 다소 걱정스러운듯한 눈빛으로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 의원님. ”

 “ 왜요 ? 무슨 급한일이라도 있나 ? ”

 “ 그런건 아니지만...좀 쉬시는게 어떨까 해서요. ”

 “ 졸려도 편히 잠이 들수가 있어야 말이지. 괜찮으니 그냥 놔둬요. ”

 “ 의원님... ”

 하지만 희현은 이런 병하의 모습이 진심으로 걱정되는듯한 얼굴이고, 담요라도 하나 가져올까 하지만 병하는 그럴필요 없다며 만류한다. 희현은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이고는 말을 건넨다.

 “ 이번 정권은 참 왜 그렇게들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어요. 안 되는일인걸 알면서

  도 참... ”

 “ ...... ”
“ 그렇지 않아요 의원님 ? 사실 그래요. 우리가 정권 잡았을때도 딱히 잘했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그렇다고 그때 야당이었던 자기네들이 정권잡아도 하는 짓은

  다 똑같아요. 참 왜들 그러는건지...어떨땐 인간 자체가 참 이렇게 어리석은 존재

  인가 그런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 ”

 일리있는 말이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4선의 최병하가 무슨 대꾸를 해줄수 있을까. 희현 딴에는 최병하의 심기라도 맞춰주려는 생각에서 하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만 그래서 오히려 병하는 대꾸할말이 마땅치 않아서인지 묘하게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살짝 희현을 외면한다.

 “ 저...그리고 의원님... ”

 “ 왜요 또 ? ”

 “ 국회도 국회지만 이제 우리가 준비할 것도 준비해야하지 않겠어요 ? ”

 “ 준비를 하다니 ? ”

 “ 몰라서 물으세요 ? 이번 임시국회 끝나면 저희당은 바로 최고위원 선거에요. 이미

  이번에 나올만한 사람들 다들 한참 물밑작업 진행중인데... ”

 “ 해야죠. 내가 왜 그걸 신경을 안 쓰고 있겠나 ? 무엇보다 나한테는 사실상 마지막

  도전일 것 같아서 그래서라도 더더욱 최선을 다해 내 혼신을 쏟아볼 생각이에요.

  나로선 진짜 내 정치인생 마지막 도전이 될것같군. ”

 “ 네 ? ”

 최고위원 경선을 준비하는 문제는 그렇다치더라도 ‘마지막 도전’이라니 이게 무슨말인가. 안희현은 이 표현 자체가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뭔가 의미심장하기도 해서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설마 그런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한 심정으로 병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자 병하는 희현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미묘한 눈빛에 희현도 뭔가 야릇하게 흔들리고 있다. 뭔가 모를 긴장감. 이 밤늦은 시간에 남녀 한쌍이 있다보니 괜시리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나 분위기 같은것이라도 되는것일까.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병하는 의미심장하게 희현에게 다가오더니 그녀를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그리고 말을 건넨다.

 “ 이건 사실 언젠가 해야할 고백이기도 했는데...그리고 시간을 잡아서 꼭 했어야

  하는 이야긴데...사실 기회를 못 잡고 있었어요. 이 고백을 할 시간과 기회를 말이

  지. 언제쯤이 적당하고 좋을까...한 두어달전부터 고민이 많았는데...기왕 이렇게

  된거...차라리 지금 이 밤늦은 시간에 우리 단둘이 있을 때 고백하는게 낫겠군. ”

 “ 고백...이라뇨 ? ”

 “ 사실 나 4선까지만 하고 그만둘 생각이에요. 하하하...언젠가 기회를 잡아서 꼭

  했어야 하는 이야긴데...이 이야기를 할 마땅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거든. ”

 “ 네 ? 뭐...뭐라구요 ? ”

 이게 대체 갑자기 무슨소리인가. 4선까지만 하고 그만두다니. 희현은 황당하기도 하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까지 들어 기가막힌 얼굴로 병하를 바라보고 있다. 병하가 그런 희현을 바라보며 그래도 좀 차분히 진정된 가슴으로 말을 이어간다.

 “ 원래 이건 내가 정계에 입문하면서부터 해왔던 생각이야. 국회의원을 하게되면

  딱 4선까지만 해야지. 뭐 기왕이면 당 중진이나 상임위원장 노릇도 한번 해보고

  픈 마음도 있었지만...거기까지만...거기까지만...그렇게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

 “ 의원님. ”

 “ 인간의 욕심이란건 늘 만족함을 모르는 그런 존재더군. 실제 득농망촉이라고 했

  던가...그런식의 고사도 있곤 하지만...그러나...그래서 과유불급이란 말도 있는 것

  아닌가.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인간은 늘 자기자신의 분수와 한계를 생각해

  야 하는거에요. 그 이상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결국 그 욕심 때문에[ 망하게 된단

  말이지. 욕심 그 자체가 나쁜건 아니지만 욕심도 적당히 부려야 한다는 말이야. ”

 “ 의원님...지금 대체 무슨말씀을 하시는거에요 ? 지금 뭐 불출마 선언이라도 하겠

  다 그런 말씀이세요 ? ”

 사실 OO대 국회는 지금 딱 임기 절반정도가 지난 시점이라 남은 임기가 이제 2년정도다. 한마디로 다음 총선때까지가 아직 2년이나 남았는데 지금 불출마를 입에 담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 것이 분명하다. 허나 최병하는 원래 하고 있던 결심이라서인지 최측근인 15년 보좌관 안희현에게 그런 고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내는게 언제쯤이 적당할지 그걸 지금까지 고민해오고 있었어

  요. 막상 선거 다가올때쯤 이런 이야기 꺼내면 그 정신없고 분주한 분위기속에서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할거 같고...그렇다고 너무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하는것도

  무책임해 보이고...허허 참...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게...나 솔직히 순진해서 국회

  의원 되기전까진 우리나라에서 레임덕은 대통령에게만 있는것인줄 알았어요. 대통

  령이야 임기 5년이니 임기 후반이 되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차기에 대한 관심을

  두게되기 마련이지만 국회의원이야 평생도 할수 있는 자리니 그런건 없는줄 알았

  거든 ? 근데 아니더라구. 보니까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 들어간 의원만 있어도 벌써

  그때부터 재보선 준비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구. 허허...뭐 거기까지는 그럴수 있다

  쳐도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의원이 나왔을때도 그 위로는 하면서

  도 보궐선거 걱정을 하는 이야기를 들을땐 솔직히 나도 인간적인 비애가 느껴지더

  군. ”

 “ ...... ”

 “ 어쨌든 그래서...불출마 선언을 언제쯤 하는게 좋을지 그 시기를 잡기가 쉽지 않

  았단말이지. 하지만 어쨌든 결심은 선 만큼...일단 안희현 보좌관 정도는 알고 있

  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말해두는거에요. 거듭 말하지만 내 국회의원 생활은 4선

  인 이번 OO대까지가 마지막이야. 그러니 안 보좌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그

  다음 안 보좌관 진로를 준비할수 있을 것 같아 겸사겸사 미리 말해두는거에요. ”

 “ 의원님... ”

 “ 그리고...거듭 이야기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안보좌관만 내 측근이니 미리 알아

  두고 있으라는거에요. 아무리 국회의원이지만 불출마설 미리 나오면 진짜 레임덕

  생기니까말이지. 다만 미리 알아두고 다음 진로를 준비해야할 사람들은 해야할

  것 같아서 일러두는거야. 무슨말인지 알겠나 ? ”

 희현은 머릿속이 어질어질 현기증이 일어나 쓰러지기라도 할것만 같은 그런 심정인데 그런 희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밤늦은 시간에 그런대로 운치까지 느껴지는 의원회관 사무실안에서 병하는 보좌관 희현을 바라보며 그렇게 자신의 고백을 이어가고 있다.

 “ 생각해보면 안 보좌관과의 인연도 어느덧 15년. 내가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

  한게 OO대때 하지만 그 준비는 1년전부터 해왔으니...안희현 보좌관이 그때 자원

  봉사자로 처음 나와 인연을 맺었고...그리고 지금까지 내리 4선을 거치면서...그 4

  선 국회의원 임기 이제 절반정도를 지나가고 있으니 안보좌관과의 인연도 어느덧

  15년 세월이군. 무엇보다 지난 15년 날 곁에서 지켜준 안희현 보좌관에 대해선 진

  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 의정활동,정치활동에 있어서 안희현 보좌관

  은 정말 ‘없어서는 안되었을’ 그런 존재였다는 그 고백만큼은 이 순간 꼭 하고 싶

  어지는군. ”

 “ 정신 차리세요 의원님 !!! ”

 이거 안되겠다 싶은지 갑자기 희현은 소리를 버럭 지른다. 예기치못한 갑작스러운 그녀의 반응에 병하는 움찔한다.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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