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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하니 (7)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부제 : 엄마가 되어줄게


 

 하니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해가 중천에 뜬 오전시간의 일이다. - 물론 여기서 집은 아빠와 새엄마가 사는 집이 아닌 지금 남편 재용과 의붓아들 준상과 함께사는 집이다. - 7년만에 가본 아빠와 새엄마의 집에서 하룻밤을 묶고 그리고 아침식사까지 하고 조금 더 머물러 있다가 출발했으니 이때쯤이 되어서 도착을 한 것이다. 평일이지만 직업이 프리랜서 건축설계사인 재용은 오늘 마침 일이 없어서 집에 있었다. 전날 하니가 7년만에 아버지 집에 찾아가서 하루를 묶고 온 사실도 알고 있기에 그런 어내를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고, 그리고 돌아온 아내를 보며 재용이 말한다.

 “ 그래, 좀 어떻던가 ? 7년만에 아버지를 만난 소감이 ? ”

 아내의 심경이 진심으로 궁금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하는 분위기와 말투로 그와같이 물은것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하니는 그런 재용의 말에 별다른 대꾸가 없이 거실 소파에 풀썩 앉는다. 그런 아내의 모습이 의아해 재용이 우려스러워 묻는다.

 “ 왜 ? 가서 안 좋은일이 있었나 ? ”

 “ 아뇨. 안 좋은일은요. 그래도 아버지나 새어머니나 다 절 반겨주셔서 대체로 좋

  게 하룻밤을 보내고 왔어요. ”

 하긴 7년만에 찾아온 딸이기도 했지만 거기다 하룻밤을 묶어갈 것을 권하기까지 했다면 하니의 아빠나 새엄마의 입장에서도 그녀의 돌아옴이 그리 싫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뭔가 흡족하지 못한 것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하니는 잠시 별다른 말이 없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 동생이 생겼더라구요 그리고. 그동안 둘씩이나. ”

 그곳에선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그 부분이 뭔가 결국 내키지 않았던것일까. 그렇게 말하는 하니를 바라보며 재용이 말을 건넨다.

 “ 아버지와 새엄마 사이에 아이가 생겼단 말인가 ? 하긴 뭐 그건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지만. ”

 “ 두명이 있더라구요. 한 녀석은 한 대여섯살쯤 되어보이고 또 다른 녀석은 터울이

  좀 있는지 아직 세 살도 채 되지 않는 것 가아 보였고. ”

 세 살터울 차이로 하니의 새엄마 유영은 하니 아버지와의 사이에 아들 둘을 낳은게 되는 것이다. 그 첫째가 하니가 집을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이 된것이라면 하니가 고등학교 1학년때 출산을 했을것이고 그뒤 대략 한 2-3년쯤 후에 둘째를 가졌다는 이야기 아닌가. 여하튼 새엄마 앞에서는 내색을 하지 못했지만 그 부분이 뭔가 좀 흡족하지 않은게 있는것일까. 하니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저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진심으로 새엄마와 화해하고픈 마음으로 집에 찾아갔

  던거에요. 그리고... ”

 “ 그리고 ? ”

 “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어요. 단지... ”

 “ 단지 뭐 ? 뭐가 문제인데 ? ”

 “ 막상 그렇게 찾아가니 낯선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빠와 새엄마 사이에 생긴 저는

  얼굴도 모르는 둥생 둘이 더 생긴것도 그렇고 그러다보니... ”

 하긴 만약 하니가 새엄마가 생긴 상태에서도 그 집에 쭉 살아왔다면 다른 느낌이었겠지만 7년을 집을 나와있다가 돌아간 상태에서 그렇게 새엄마와 아빠와의 사이에 생간 이복동생 둘을 보았으니 느낌은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비록 아빠와 새엄마의 권유로 하룻밤 자고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더 이상 7년전에 자신이 살던집이 아닌 낯선곳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던것일까. 그 기분을 하니는 지금 남편 재용 앞에서 이렇게 솔직히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 자주 찾아봡고 연락드리겠다는 말씀까지 드리고는 왔는데...솔직히 그렇게까진 못

  할거 같아요. ”

 “ 왜 ? 낯설어서 ? ”

 하니는 그 물음에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살짝 말을 돌려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어쨌든 저...새엄마나 아빠와 화해하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만은 분명해요. 그래서

  그렇게 집으로 찾아갔던거고... ”

 헌데 생각해보니 하나 더 큰 벽이자 걸림돌이 또 있지 않은가. 바로 하니가 지금은 자신보다 26살 많은 이혼남 재용과 결혼해서 그 아들이면서 자신과 불과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의붓아들 준상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새엄마가 싫어서 사춘기때 반항심으로 가출을 했는데 되려 지금은 새엄마가 되어있는 처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아버지 승윤이나 새엄마 유영은 어찌 받아들일것인가. 그 부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자신의 지금 처지는 정확히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하고 ‘그냥 학교에 다닌다’고만 대답하고 온 하니. - 게다가 하니는 지금까지 대체로 팟캐스트에 열중하던가 다른 알바를 뛰면서 생활비를 벌며 생활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대학생활 4년은 거의 제대로 못한것이라고 봐도된다. ‘학사경고’라도 받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것일까. 그런 하니인데 되려 아버지 앞에선 막연히 ‘학교에 다닌다’고 대답을 하고 온 것이다. 그러니 아직 아버지 승윤과는 넘어야하는 큰 산이자 고개가 남아있는 상태. 그 점을 생각해보니 재용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기분이다. 사실 재용 입장에서도 하니가 다른 식구가 없는게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만약 부모님이 계셨다면 자신과 하니의 결혼을 결사반대했을 것은 분명한 이치. 헌데 적어도 재용이 하니와 사귈 때 하니는 분명히 그땐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대답했고 그리고 거기에 안심(!) 최소한 그 부분이 걸림돌이 될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고 하니와의 결혼을 밀어붙인 준상 아닌가. 그런데 뒤늦게서야 하니에게 아버지는 물론이고 설상가상 그녀와 나이차이 얼마 나지 않는 그런 새엄마도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된 것이다. 게다가 그 하니의 새엄마라는 이도 하니와 나이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사람이란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재용보다도 어린 나이일수 있는 사람. 사실 하니 아버지도 혹시 자신과 비슷한 연배가 아닐까 그 걱정도 잠깐 해봤다. - 하지만 그나마 다행으로 일단 하니 아버지 승윤은 재용보다는 한 5-6세 정도 나이가 많다. 그리고 그 승윤의 스무살 어린 새 아내가 유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헌데 그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일일텐데 거기다 자신보다 나이어린 장모(?)라. 그 자체만으로도 생각하면 할수록 골치아픈일 아닌가. 하니가 자신의 아버지나 새엄마와 이따금 연락하고 사는 문제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자신도 그 하니 부모님에게 뒤늦게나마 인사라도 드려야하는것인가, 말아야하는것인가. 그것 역시 재용으로서도 결심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괜히 하니에게 집에 다녀오라고 허락해주었나 그 후회까지 들 지경인데, 그렇게 복잡한 심경이 되어있는 재용을 바라보며 하니가 다시금 입을 연다.

 “ 여보 ”

 “ 그래요, 괜찮으니 말해봐요 여보. ”

 “ 저 그리고 잠깐 그 생각을 해봤었어요. ”

 “ 어떤 생각 ? ”

 “ 만약 제가...그렇게 가출을 하지 않고 새엄마 인정하고 그냥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

  었을까하는. ”

 만약 그랬다면 하니의 인생은 분명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집을 나와 친구집에서 1년, 청소년 보호센터에서 3년을 지내고 이후 혼자 자취를 하며 대학 4년을 보낸 그런 하니 아닌가. 재용과 하니의 인연은 하니가 그렇게 한참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 있을 때 이어진것이고 하니 입장에선 재용을 자신에게 은인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기에 그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마디로 하니의 사춘기때부터 20대 초반까의 시간이 정상적이지 못했기에 이루어질수 있었던 하니와 재용의 인연. 그러니 만약 하니가 중학교때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냥 새엄마를 인정하고 그대로 사는 것으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면, 하니는 그런대로 크게 어긋나지 않는 사춘기와 대학시절을 보냈을터이고 그랬다면 재용과의 인연이 이루어지는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재용 입장에선 하니의 중학교때 가출이 차라리 다행이었다고 봐야하는것인지. 그리고 재용과의 인연은 그렇다치고 준상과의 인연은 또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일단 하니와 준상의 인연은 인터넷 역사카페를 통해 처음 시작된것이니 재용과의 만남과는 별개로 준상과의 인연은 그대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그땐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남자의 아들이 아닌 그저 단순히 역사카페 동료 내지는 팟캐스트 편집 알바생 같은 관계로 만남이 시작되었을 것 아닌가. - 헌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하니가 애초에 역사매니아,사극매니아가 된 동기가 새엄마가 생긴후 집에서 점점 소외감을 느끼며 자신만의 뭔가를 만들고 싶었기에 한마디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어 선택했던 것이 역사소설과 역사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러니 하니가 역사매니아가 된 동기 자체가 그러했음을 감안하면, 만약 처음부터 하니가 새엄마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그냥 함께 살았더라면 그 모든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수 있는 일이다. 그걸 생각하니 하니의 속 마음이 여러 가지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여보...저 그냥 좀 쉴께요. ”

 하니가 간밤에 어디서 중노동이라도 하거나 밤샘작업이라도 하고 온것도 아니고, 어쨌든 7년만에 찾아간 집에서 잠 만큼은 달게 잘 자고 왔는데 지금 달리 피곤하거나 할 것은 없을터이니, 쉰다기보단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싶다고 보는게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2층으로 올라가는 하니. 평일이라 준상은 학교에 갔기 때문에 지금 2층엔 아무도 없다. 작업실에 잠깐 들어가봤으나 그곳에선 지금 딱히 할게 없어서인지 거기선 다시 나온 하니. 준상의 방에 들어가 그곳 침대에 풀썩 쓰러져서는 생각에 잠긴다.





 하니가 준상과 오프라인에서 면담을 가졌던 것과 하니가 준상이 자신이 사귀고 있는 재용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된 것이 봄의 일이고 하니는 그 석달여전부터 인터넷에서 팟캐스트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두어달정도 뒤에 재용은 하니와 정식 결혼식을 올렸고, 하니가 자신의 친정 즉 가출하기전까지 아빠와 살던집을 7년만에 다시 찾아간 것은 가을무렵의 일이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좀 더 지나 한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 되어 있었다. 준상의 경우는 어느덧 고2를 지나 대입준비를 해야할 고3을 맞이할 시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하니가 뭔가 용무라도 있는 듯 2층 준상의 방으로 올라왔다.

 “ 준상이 지금 뭐하니 ? ”

 “ 아, 네...그...그냥 있어요. ”

 준상은 침대에 있었지만 자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엎드려서 뭔가를 하는듯한 모습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준상은 연습장에 뭔가를 끄적거리는듯한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이 바로 확연히 하니의 눈에 들어왔다. 다만 준상은 그런 모습을 하니에게 들킨게 무안하기라도 했는지 바로 그것을 치우려했다. 그러자 하니가 의아해서 물었다.

 “ 뭐니 그건 ? ”

 “ 아...아니에요 그냥. ”

 새엄마 하니에게 보여주긴 뭔가 민망하기라도 한 것일까. 대충 책상쪽에 연습장을 가져다놓으면서 무안하게 서성대고 있는 준상의 모습. 사실 남의 노트나 연습장을 보는 것은 실례이기도 하기에 하니는 그런것에 굳이 신경을 쓰려하진 않는다. 다만 준상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싶지는 않아서일까. 그냥 순순히 있는 그대로 하니에게 자백(!)해 버린다.

 “ 그냥...뭘 좀 쓰던중이었어요. ”

 “ 쓰다니 ? 뭘 ? ”

 “ 그냥 무슨...소설...아니 소설이라기보단 공상 비슷한거에요. 한...대체 역사소설 같

  은거라고나 할까... ”

 “ 대체역사소설 ? 그건 또 뭔데 ? ”

 그냥 대충 얼버무리느라 이런식으로 대답하는것인지 하니의 입장에선 준상의 말 뜻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여전히 의아하다는 듯 준상을 바라보고 있고 그러자 준상은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린 것 사실대로 말해버릴까’ 하는 생각으로 하니를 바라보며 그런대로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 사실 언제부터인가...그냥 낙서 비슷하게 대체 역사소설 같은 것을 가끔 써보고 있

  었어요. ”

 “ 대체 역사소설을 ? ”

 하니도 ‘대체 역사소설’의 개념을 아주 모르진 않는다. 일종의 가상소설쯤 된다고나 할까. 과거의 역사를 비틀거나 살짝 임의대로 가상의 상황이나 설정을 만들어 역사속 이야기를 가상으로 창조해가는 그런류의 소설. 어쨌든 그러니 일종의 소설장르인 셈이다. 다만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준상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면이라서인지 하니는 거듭 의아해하며 말을 건넨다.

 “ 대체 역사소설을 쓰고있었다니...아니 대체 그런건 갑자기 뭐하게 ? 뭐...인터넷 같

  은데 올리기라도 하려구 ? ”

 하니도 여하튼 인터넷 팟캐스트도 하고 역사카페 활동도 하곤 하는 사람이리 그런류의 활동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준상이 그런쪽에도 관심이 있었나 싶어 의아하기도 하고 약간 걱정도 되는듯한 투로 묻는다.

 “ 아니에요. 사실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같은데 올리려는건 아니고요. 그냥... ”

 “ 그냥 뭐 ? ”

 “ 그냥 가끔 그런 상상을 해봤어요. 만약 중국 삼국시대를 유비나 조조가 통일을 했

  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는 삼국시대가 유비,조조,손견이 아니 다른 인물들이 천하

  를 놓고 다투는 구도가 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마찬가지로 초한시대도 유방,

  항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맞붙었다면 어찌되었을까...또는 마찬가지로 춘추전국

  시대에 다른 인물들이 주도권을 잡던가 통일을 했다면 어찌되었을까 ? ”

 “ 뭐어 ? ”

 순간 하니가 좀 어이없다는 듯 준상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하니는 지금까지 팟캐스트와 또 그 이전부터도 블로그나 카페등에서 이런저런 역사나 중국 고전소설등에 관한 분석글들을 올리고 또 그러다 결국 ‘팟캐스트’까지 만들어 그런 역사분석,해설 방송같은 것을 해오던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니가 하는 것은 일종의 역사분석...굳이 개념을 구분하자면 ‘문화특강’ 비슷한 형식인것이지 소설을 쓰는 것은 분명 아니다. 헌데 이 유준상이란 녀석은 그런 하니보다 한술 더 떠 아예 소설까지 써봤다는 것 아닌가. 물론 아직 준상이 자기 입으로도 ‘낙서처럼’ 이란 표현을 썼던 것을 보면 정식으로 어떤 형태를 갖춘 소설은 아닌 듯 하다. 다만 준상의 이런말을 들으니 하니도 여하튼 궁금함은 생겨 준상을 보며 말을 건넨다.

 “ 아니, 대체...무슨 소설을 어떻게 썼다는건데...어디 한번 보여줘봐. ”

 “ 아...아니에요 아직은... ”

 그러더니 준상은 행여 자신의 연습장 낙서를 하니가 보기라도 할까봐 바로 기겁하여 황급히 그것을 치우기까지 한다. 그러자 하니는 더 어이없다는 듯 준상을 보는데 준상은 그런 하니를 보며 더더욱 무안하다는 듯 말했다.

 “ 말했잖아요. 그냥 가끔 낙서처럼 끄적거린 수준이라고...다른사람 보여줄만한 그

  런 내용이나 성격은 아니에요. ”

 “ 뭐 어차피 가상소설이면...아무리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그렇게까지 문제될건 없

  는거 아냐 ? ”

 아무리 그래도 이런 준상을 이해못할 하니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런 하니에게조차 그것을 한사코 숨기려 든다는것에 살짝 어떤 서운함까지 이나보다. 그러다 하니는 아무래도 뭔가 걱정은 좀 되는 것 같은지 정색을 하고 준상에게 말을 건넨다.

 “ 준상아, 유준상. ”

 “ 네, 새엄마. ”

 하니를 바라보며 또렷이 ‘새엄마’라고 부르고 있는 준상. 하니는 순간 공연히 씁쓸한 감정에 잠겨 괜힌 미소를 지어보기도 한다. 하니의 경우 자신의 새엄마에게 물론 지난번 7년만에 집을 찾아갔을때는 유영에게 ‘새엄마’란 호칭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하튼 자신은 어색하나마 그런식으로 호칭을 부르긴 할지언정 그 새엄마와 잘 지내진 못한 사람이 아닌가. 순간 괜시리 그럤던 자신의 모습이 준상을 통해 묘하게 투영되기라도 하는것일까. 아니면 되려 자신도 그렇게 새엄마와 사춘기때 가끔 대화도 나누고 어을리면서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라도 새삼 생기는것일까. 여하튼 또렷하게 자신을 ‘새엄마’라고 부르는 준상을 보며 하니가 순간적으로나마 가른 감상에 젖어보았다는것이고, 이내 곧 현실로 돌아와서 다시금 준상에게 말을 건넨다.

 “ 잠깐 앉아서 이야기좀 해볼까. ”

 “ 무슨...이야기를요. ”

 사실 이 밤늦은 시간에 갑자기 들어온 것을 보면 무슨 특별한 용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물론 준상은 하니의 팟캐스트 편집 작업을 도와주느라 그럴땐 가끔 밤늦은 시간까지도 함께 작업실에서 지낼때도 있었고, 그러다 아예 그 방에서 함께 잔적도 그동안 몇 번 있었지만 – 성인 두명이 나란히 눕기도 버거운 그 비좁은 공간에서 – 허나 오늘은 그런날은 분명 아니고. 여하튼 정색을 하며 자신을 거듭 부르는 하니를 보며 괜한 긴장까지 드는 준상. 하니가 먼저 침대에 걸터앉고 준상이 그 곁으로 다가와 앉는다.

 “ 근데 뭐...앞으로 소설이라도 쓰고 싶다던가 뭐 그런거야 ? ”

 “ 아...아뇨 뭐 그런건 아니고요... ”

 진담인지 아니면 무안해서 솔직한 대답을 못하는것인지 준상은 머리를 한번 긁적이며 그와같이 답하고 하니의 눈빛을 보니 거짓 대답을 계속 하진 못하겠는지 준상은 부연설명을 겸해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간다.

 “ 말씀드렸잖아요. 가끔 그렇게 낙서 비슷하게 삼국지나 초한지 그런 설정을 가상상

  황으로 새로 만들어 그런 이야기를 지어보곤 했었다고요. ”

 “ 그러니까 묻는거잖아. ”

 하니의 말투엔 준상에 대한 뭔가 걱정스러운 감정이 담겨있는 듯 했다. 준상을 바라보는 뭔가 묘하게 서글퍼보이는 눈빛.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그러지말고 솔직하게 말해봐. 여하튼 심심해서 그냥 끄적거리는 낙서는 아닌 것

  같은데... ”

 “ 칫~! ”

 마치 청문회에서 증인이라도 추궁하는 국회의원마냥 사뭇 집요해지는듯한 하니를 보며 대충 모면해 빠져나가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하니의 태도가되려 더 어이없다는 생각도 들어 불과 한 1-2분전에는 그렇게 한사코 숨기려들던 연습장을 차라리 다시 책상서랍에서 꺼내 가져와서는 하니에게 펼쳐 보여준다.

 “ 보세요 !!! 그럼 직접 봐요 !!! 그냥 낙서 이상의 의미가 있기라도 한지... ”

 사뭇 억울하다(?)는 듯 직접 보여준 준상의 연습장안에 적혀있는 것은 확실히 누가봐도 소설이라기 보단 그냥 낙서수준의 내용이라 해야할수 있는것들이었다. 그중 상당수는 준상의 말처럼 삼국지의 몇몇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 – 가령 제갈량의 북벌이 성공해서 위나라가 멸망한다던가, 또는 손부인이 오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유비랑 계속 사는 경우라던가 – 그런식으로 자기 임의대로 가상 상황을 만들어 이야기를 만든것이었다. 다만 스토리구조가 탄탄하거나 문장력이 좋거나 한 것은 아니라서 글자그대로 낙서 비슷하게 한두장정도 적다말고 대개는 그런 형식이었다. 그런 낙서류가 삼국지의 가상상황 설정 몇편 외에도 초한지의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한 것 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역시 진시황이 아닌 다른 사람이 통일하는 형식으로 그려가는 것 그 정도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간간이 그림같은것도 그려져있었다. 하지만 그림은 훨씬 더 조잡하여 딱히 무슨 특정인물 캐릭터라고 보기도 어렵고 그저 단순히 사람얼굴 형상 정도로만 느낄수 있는 그 정도 수준의 그림이었다. 하니가 보기에도 영 아니다 싶었는지 한번 ‘피식~!’ 웃어보이고는 연습장을 준상에게 돌려주었다.

 “ 뭐 이런걸 쓸데없이 그리고 쓰고 그러고 있어. ”

 “ 그냥 재미있어서요...그래서 밤에 가끔 혼자 상상한걸 써본 것 뿐인데... ”

 “ 칫~! ”

 듣고보니 하니 입장에서 되려 더 어이가없어 다시한번 헛웃음을 지어보인다. 하지만 기왕 이야기가 나온 것 하니 입장에서 원래 준상과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다시금 정색을 하고는 말을 건넨다.

 “ 근데 준상아. ”

 “ 네, 새엄마. ”

 ‘새엄마’란 호칭이 이젠 피차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졌는데도 하니는 준상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때면 공연히 가슴이 살짝살짱 뭉클해지거나 짠해지곤 한다. 그래서 주책없이 그만 다시 순간 눈물까지 맺히고 얼른 그 눈물을 닦아낸뒤 다시 준상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근데 넌 앞으로 이제 어떻게 할거야 ? ”

 “ 제가 뭘요 ? ”

 “ 다른게 아니라 너도 이제 고3이잖아. 이제 대학입시도 준비해야하고 어떤 대학이

  나 학과를 지망할지는 생각해봤어 ? ”

 “ 그게 저어... ”

 어느덧 연말이고 이제 곧 겨울방학이니 고2 과정은 다 끝난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일반적으로 고2 후반부터 고3이나 다름없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으니 준상은 이제 그냥 대학입시를 준비중인 학생으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여하튼 그런 준상이라서 아들의 장래문제라도 상의하러 들어온것인지. 여하튼 하니는 다소 우려스러다는 듯 준상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 혹시...사학과 갈거니 ? ”

 준상도 하니처럼 역사에 관심이 많은 그런 소년인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그런쪽으로는 확실히 ‘코드’가 맞는듯한 두 사람. 다만 하니의 경우엔 역사나 역사소설에 관심을 갖게된 동기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일까. 준상이 역사에 관심과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은 하니와는 그 동기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하니 입장에선 오히려 그런 준상이 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어서인지 이런 상의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준상이 살짝 반발심이 생긴 어투로 묻는다.

 “ 안되나요 ? ”

 “ 준상아... ”

 이런말을 하는 것을 보면 이미 준상의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하니가 준상의 마음을 이미 꿰뚫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그런 준상의 장래가 걱정된다는 듯 진지하게 타이르는 말투로 입을 연 하니.

 “ 너도 나처럼 역사매니아란 것을 모르는바는 아니지만...사학과는 솔직히 전망이 어

  두워. 생각해보니 너도 그런 이야기 못 들어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그런데도 꼭

  가고싶니 ? ”

 “ ...... ”

 “ 아닌말로 역사선생님이나 사학과 교수 그런거 빼곤 할만한게 없는거잖아. 혹 그

  외에 기자나 작가 같은일도 생각해볼수 있겠지만...아닌말로 방송사에서 맨날 사극

  만 제작하는것도 아니고말야. ”

 “ 새엄마... ”

 결국 그 문제를 이야기하러 온것인가 싶어 준상도 다소 착잡한 심경이 된다. 그렇다고 여기서 다소 상투적이고 어쩌면 다소 냉소적이거나 고집적이라 볼수도 있는 표현인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 그런식으로 말하기도 그렇고, 지금 과연 준상이 하니에게 무슨말을 할 수 있을까. 태도로 봐선 준상은 이미 사학과 진학 결심은 이미 굳혀있는 듯 하다. 하니가 설득한다고 될일이 아닐 것 같아서 하니는 더더욱 걱정이 되어 말한다.

 “ 그러지말고...니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좋지만...대학은 어쨌든 그 이후

  의 장래도 생각을 안해볼수가 없는거야. 그러니...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해보

  도록 하자. ”

 “ ...... ”

 “ 뭐 여하튼 수능때까진 아직 열달정도 남았으니 그 문제는 좀 더 천천히 생각해봐

  도 되겠지만 난 아무튼 사학과 진학만큼은 재고해봤으면 해. 그래서 그 이야길 하

  러 온거야. ”

 준상은 말이 없다. 하니 입장에선 진실로 준상의 장래가 걱정되어 말하는 것 같은데, 그 마음을 이해못할 준상은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 진지하게 굳이 적극적으로까지 이렇게까지 나서는게 되려 준상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나 할까. 새엄마와 의붓아들 사이가 너무 가까워서 만들어진 부작용쯤으로 봐도 되는것일지. 만약 준상과 하니의 사이가 평상시 별로 안 좋거나 피차 무관심한 그런 사이라면 하니가 준상을 불러 굳이 이런 상의까지 하진 않았을것이고 준상은 자신의 장래를 백퍼센트 자신의 의지대로 결심했을 것이다. 헌데 하니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준상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여하튼 지금 준상이 바로 생각을 바꿀 것 같진 않으니 하니는 그 이야긴 그쯤 하기로 하고 살짝 주제를 돌린다.

 “ 아, 참 그리고 준상아. ”

 “ 네, 새엄마. ”

 “ 생각해봤는데 그리고...팟캐스트말이야 한 1년정도 중단하기로 했어. ”

 “ 아니, 왜요 ? ”

 순간 화들짝 놀라는 준상. 사학과 진학을 만류하던 조금전 하니의 말을 들을때도 이런 반응까지 아니었는데 더더욱 충격을 받은 듯 펄쩍뛰는 그런 모습이다. 사실 하니의 팟캐스트는 갈수록 그 인기가 높아져 이제 새 영상을 올릴 때 방문객이 만명 단위를 넘어서 10만명 단위에 이를때도 있었다. 댓글도 보통 수백건 이상씩 달리는 그런 인기 팟캐스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하니의 역사분석 방송. 물론 그 방송의 편집은 여전히 준상이 도와주고 있었고 그 편집작업이 잘 되어 초창기 하니의 방송때보다 영상이 훨씬 깔끔해지고 보기도 좋아진것도 하니의 팟캐스트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쯤되면 하니가 왜 팟캐스트를 잠시 중단하려 하는지 그 이유가 답이 나올 것 같다.

 “ 너 이제 입시준비도 해야하는데 방해될까봐 그러지. 그래서 조만간 부득이한 사정

  으로 1년간 팟캐스트를 중단합니다. 그렇게 공지를 띄울 생각이야. 너 수능시험 볼

  때까지만 해도... ”

 “ 그래도...그래봤자 1주일에 한번 하는건데 그 정도면 큰 지장 없지 않아요. ”

 “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이런건 시키는대로 좀 해. 어쨌든 대학입시는...나도 수능

  은 봐서 알지만 이럴땐 가급적 다른건 신경쓰지 않고 수능에만 집중하는게 가장 좋

  은거야. 무슨말인지 알겠어 ? ”

 허나 ‘나도 수능을 봤다’는 말에 준상은 물론 하니 자신도 괜시리 웃긴지 피식 웃어보인다. 물론 하니도 4년제 대학은 분명히 들어갔으니 수능시험도 분명히 봤을 것이다. 그러나 하니의 환경이 정상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할만한 그런 분위기에서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 하니는 고등학교 3년동안은 청소년 보호센터에서 지냈다. - 허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입시를 준비할때는 가급적 공부하기 좋은 환경에서 다른데 방해를 받지 않고 수능준비에만 열중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수도 있고. 다만 어쨌든 팟캐스트는 1년간 중단한다는 말에 준상은 더욱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따지고보면 하니의 팟캐스트의 가장 열성팬이었던 사람이 결국 준상 아닌가.

 하니는 그로부터 얼마후 자신의 팟캐스트를 ‘아들의 1년간 대입 준비 때문에 중단한다’는 공지를 내보냈다. 사실 그동안 얼굴도 나이도 불분명한 가운데 진행된 팟캐스트였기 때문에 하니(아이디 ‘예쁜사과’)의 진정한 정체에 대한 네티즌,유튜버들의 궁금증은 크기만 했다. 하니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여하튼 방송 영상이야 늘 여자목소리로 나오니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한 반년전부터는 하니의 영상편집을 도와주는 편집자가 생겼다는 것. 그것 외에는 온라인상에 알려진바가 없었다. 헌데 그런 하니가 ‘아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한다’는 공지를 띄우자 그간 하니의 영상을 지켜본 유튜버 팬들은 그야말로 충격을 먹은 분위기였다.

 “ 우와~~~!!! 예쁜사과님, 그럼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학부모셨던거에요 ? 목소리

  는 그렇게 나이들어보이지 않았는데. ”

 “ 아니에요. 그동안 예쁜사과님 방송으로 내보낸 그 내용들을 잘 보세요. 분명히

  인생의 연륜도 있고 기품도 느껴지는 그런분이라고 제가 말씀드렸죠 ? 나이드신

  분이 분명해요. ”

 “ 예쁜사과님, 파이팅. 아드님께도 수능 잘 보라고 전해주세요. 앞으로 1년동안 예

  쁜사과 영상을 더 못본다니 아쉽지만...아들 수능준비 때문에 어쩔수 없다니...그럼

  내년 이맘때라도 다시금 아드님 대입 합격한 기쁜 소식과 함께 다시 뵐수 있기를

  바래요. ”

 예쁜사과(하니)가 1년간 팟캐스트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띄우자 달린 댓글들의 반응이 대체로 그와같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가장 큰 궁금증이었던 예쁜사과의 정체에 대해 이제 곧 고3이 되는 자녀의 학부모라는 점이 많은 네티즌에게 충격을 주었다. 다만 역사카페에서 하니를 알던 일부 네티즌들은 ‘그렇게 나이많은 분이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 ?’ 하면서 의문과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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