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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 미스코리아 - 제1막 - 오페라 대본


< 오페라 대본 >


                          미   스   코   리   아


등장인물


김은영 : 43세. 26세. 원래 20대 초반에 미스코리아로 데뷔, 한때 잠시 연기자 활동

        을 하기도 했다. 허나 얼마지나지 않아 연예계 활동에 회의를 느끼고 방송

        활동은 그만두게 되었다. 그 무렵 연예부 기자로 일하는 대학시절 선배이기

        도 했던 서태원을 다시 만나게 되어 여러차례 끈질기고 집요한 구애 끝에

        결국 서태원과의 결혼에 성공. 이후 카나다로 건나가 백화점을 경영하며 17

        년을 무난하게 살아왔는데...

서태원 : 46세. 29세. 대학을 철학과를 나온뒤 군대를 제대한뒤엔 잠시 스포츠,연예

        신문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때 대학시절 자신을 짝사랑하던 후배이기

        도 했던 그리고 그 무렵엔 연기자로 활동하던 은영과 재회. 허나 태원은 원

        래 은영을 대학후배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고, 무엇보다 은영은 태원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 사실 태원은 어릴때부터 선머슴이나 걸크러쉬

        스타일의 여성 또는 여군이나 여자 운동선수를 동경하던 그런 성격의 남자

        였다. 오히려 너무 예쁘거나 공주병과인 그런 스타일은 딱 질색인데, 실은

        은영이 그런 스타일의 여자였던 것이다) 헌데 그런 은영의 거듭되는 집요한

        구애와 ‘사람하나 살리는 셈 치고 은영이 마음을 좀 받아달라’는 은영 가족

        의 애원으로 하는수없이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결국 미스코리아 출신 연

        기자이기도 했던 은영과 결혼. 이후 은영은 방송가 활동은 접고 태원과 함께

        카나다로 가 살게 되었다. 그렇게 17년을 산 은영과 태원. 허나 은영과의 결

        혼으로 인해 오히려 그전까지 자신의 꿈과 야심까지 버릴 수밖에 없는 결과

        가 되었던 태원은 그 무렵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고, 그러다 한국

        으로 돌아와 20대 초반의 여자축구 선수 출신 소연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소연 : 23세. 여자축구 실업팀 선수였으나 현재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진 않다. 소

        연은 원래 하던일도 운동선수이긴 했지만 워낙 성격이나 외모나 오히려 남성

        적인 기질이 더 강한 선머슴 스타일이라 주변의 아는 동료나 친구인 남자들

        도 자신을 이성으로 느끼진 못하고 그냥 친구로만 지내는 그런 여자였다. 그

        래서 소연도 자신에겐 결혼이나 연애 같은 인연은 없을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은 체념하고 살던 여자였는데, 그런 소연에게 뜻밖에도 원래 선머슴 같

        은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했던 중년남 서태원이 다가가게 된다.

은영 모 : 80대. 은영이 집안에서 3남1녀중 막내로 은영 모는 나이 30대 후반이 되어

        서야 은영을 낳았다. 따라서 은영 내외가 40대 중반인 현재는 어느덧 80을

        넘긴 나이. 다만 아주 꼬부랑 할머니는 아니고 어느정도 정정한 그러나 대체

        로 기력이 젊은시절 같지는 않은, 나이는 어쩔수 없는지 이제 차츰 힘은

        빠져가는 그런 ‘기품있는 노할머니’ 스타일이다. 태원과 은영이 결혼할때부

        터 내심 태원을 다소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큰오빠 : 은영의 큰오빠. 의사

둘째오빠 : 은영의 둘째오빠. 변호사

셋째오빠 : 은영의 셋째오빠. 컴퓨터 프로그래머


제  1  막 

제  1  장  카나다. 은영의 집


            카나다에 있는 은영과 태원의 집이다. 17년전 결혼한 은영과 태원은

            지금 딸 셋을 낳고 지금껏 이곳에서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정갈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 대략 늦은 오후 정도의 시간. 무대

            한쪽에서 은영 등장


은영 : 이 평화롭고 아늑한 공간이 내 보금 자리. 이 평화롭고 따사로운 공간이 나와

      그이의 사랑의 보금자리. 나 이곳에서 내 사랑하는 이와 17년 세월을 보냈네.

      40년 인생중 17년을 사니 이제는 내게 고향과도 같네. 이제는 고향이 타향같

      고 타향이 고향같네. 나 이제 원래 나 태어난 곳으로 가면 그곳이 낯설 것 같

      네. 오직 이 익숙하고 사랑스런 공간만이 나와 그이 그리고 내 아이들이 앞으

      로 살아갈 공간. 지금껏 살아왔고 앞으로의 남은 시간도 살아갈 고향일세. 이

      제 타향이 고향같고 고향이 타향같네. 나 오히려 옛날 나 어릴적 살던곳은 낯

      설 것 같네. 아, 나 사랑하는 그이와 함께 이곳에서 부족함 모르고 행복하게

      살았네. 앞으로 영원히 내 살아갈 이곳이 내겐 사랑의 보금자리

       (이때 은영 모 무대 다른쪽에서 등장. 무거은 짐가방을 들고 있다. 은영 모는

       사실 카나다에 사는 딸 은영의 사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러 한국에서 온 것이

       다. 원래 은영은 어머니로부터 카나다에 온다는 연락은 받았으니 비행기 시간

       을 듣지 못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등장한 어머니 보고 놀라는데)

은영 : (놀라 다가오며) 어머니, 어찌 이렇게 오셨소 ? 미리 시간을 알려주었더라면

      사람을 시켜서라도 마중을 나갔을텐데

은영 모 : (은영 어머니는 슬하에 3남1녀 자녀를 둔 80을 넘긴 노파이지만 그렇게 늙

         진 않았고 그런대로 기품이 느껴지는 노 할머니의 인상이다. 다만 이제 나

         이가 어쩔수 없는지 은영이 짐을 건네받아 대충 저쪽에 정리해 놓는동안

         소파에 앉아 아픈 팔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은영 : 연락을 미리 주시지 않구요

은영 모 : 이렇게 왔으니 괜찮다. 나 아직 건강하단다. (말은 그렇게 하나 나이는

        속일수 없는 듯. 은영은 대체로 그런 어머니 마음 알고 있다. 씨익 웃으며

        어머니 보고있고, 은영 모는 손으로 가방 가리키며) 거기서 한약이량 식재

        료좀 꺼내라. 너희들 먹으라고 한약이랑 보양식 식재료를 좀 챙겨왔단다.

        너희도 이제 나이를 생각해야지. (은영이 그 말에 가방에서 대충 말한 한

        약과 이런저런 식재료 따위를 꺼내 부엌쪽으로 가져다놓고) (그러는 사이)

        (보양식 만드는법은) 나중에 별도로 알려줄게

은영 : 어머니도 참. 우린 이런거 필요없어요. 그이 아주 건강하다오

은영 모 : (됐고) 아이들은 ?

은영 : 학교에서 아직 안 왔죠. 이제 다들 중학생,고등학생인걸요 

은영 모 : 그래,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구나. 헌데 서서방(은영의 남편 태원)은 되려

         지금 한국에 갔다며 ?

은영 : 네, 하필 그렇게 서로 일정이 엇갈렸네요. 요즘 좀 피곤한지 휴가겸 해서...아,

      그리고 백화점 사업일 확장 문제로도 상의할일이 있다해서. 여하튼 한 몇주 한

      국에 갔다올거에요

은영 모 : (뭔가 미심쩍은 듯) 행복하냐 ?

은영 : 어머니도 별말씀을. 이쯤이면 행복하고 잘사는거죠. 지난 17년 아이 셋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 지켜보지 않았소 ? 내게 상처준 고향 떠나 내 사랑하는 그

      이와 함께 정겹게 사는 모습. 이젠 이곳이 내게 더 고향같고 낙원이라오

은영 모 : (하지만 뭔가 못마땅한게 있는 표정)

은영 : 그러게 왜 그리 반대를 했소 ? 우리 착실한 그이를

은영 모 : 내가 무슨 반대를 했다고. 난 그냥 서서방이 뭔가 미심쩍다는 생각을 했던

         것뿐. (의미심장하게) 내 불길한 예감이 한번도 빗나간적이 없단다

은영 : 그 이상한 무당 푸닥거리 같은소린 그만하시오

은영 모 : (은영모의 아리아 ‘내 불길한 예감’이 시작된다) 내 불길한 예감이 한번도

         빗나간 적이 없네. 내 불길한 예감 한번도 틀린적 없어. 나는 종교나 신앙

         생활 하는사람 아니지만 이상한 예지력 있는 듯. 젊은시절엔 혹시 국상이

         나지 않을까 불길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다 얼마후 대통령 영부인이 돌아

         가셨다네. 또 그 얼마 지나선 우리나라가 월드컵 예선에서 떨어지는 것 아

         닌가 역시 불길한 예감 있는데 들어맞았지. 또 시간이 한참 지나서는 엄청

         큰 건물이 붕괴되는일 없을까 우려헀는데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나

         고 말았네. 또 간혹은 내 주변 친구들이 이혼하지 않을까 하는 예감도 몇

         번 들어맞았네. 이상하게 결혼할 커플은 맞춘적이 없지만 이혼하는 커플은

         꼭 맞추고 말았네. 이상하게 항상 들어맞는 불길한 예감 있었네. 그 불길

         한 예감에 꺼림칙했던것일뿐

은영 : (비웃는다) 그럼 진작 자리라도 깔지 그랬소

은영 모 : 하지만 그 예지력이 기껏 들어맞은게 한 열 번 남짓인데...진짜 무당이나

         점쟁이가 되었다면 생계유지도 힘들었을게다. 원래 난 종교나 신앙생활 같

         은 것 하는사람 아닐세. 기독교는 편협하고 불교는 답답해 싫었네. 후천개

         벽이니 뭐니 하는 놈들은 사이비같아 싫었고 이런저런 잡스런 무당도 별로

         였네. 다만 난 그냥 아주 가끔씩 들어맞는 내 불길한 예감을 신뢰하는 것일

         뿐

은영 : 쓸데없는 이야긴 그만합시다. 어쨌든 이번엔 어머니 예감이 빗나간 것 같소.

      (보란 듯이) 우리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잖아요. 어느덧 여기서 산지 17년. 이

      젠 여기가 내게 마음의 고향같다오

은영 모 : (좀 이해 안가는 듯) 여기가 고향같다구 ?

은영 : 어머니, 어머닌 내가 왜 미스코리아가 되려 했는지 아시오 ?

은영 모 : (조금 뜬금없이 나온 소리에 의아해한다. - 은영이 미스코리아 출신인건 사

         실이다 – 그렇게 딸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은영의 아리아 ‘내가 미스

         코리아가 된 이유’ 시작된다.) 

은영 : 난 왕따였었네. 공부도 운동도 못하던 아이. 다만 집에서 공주처럼 자란 고귀

      한 아이. 그러나 예쁘다는 칭송만은 듣던 아이. 괴롭히던 아이들 조차도 인정

      하던 내 미모. 날 왕따시키던 애들 조차도 인정하던 내 미모여. 그래서 오히려

      재수없다 타박받던 아이. 그래서 미모로 승부걸고 싶었네. 공부도 운동도 못

      하는 나 오직 미모로 인생의 승부를 걸고 싶었네. 어릴땐 미스코리아가 세상에

      서 제일 좋은건줄 알았네. 어릴땐 미스코리아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

      인줄 알았네. 어릴땐 미스코리아가 여자가 오를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높은 자

      리일줄 알았지. 집에선 이쁨받던 공주였지만 밖에선 천대받는 왕따. 집에서 공

      주가 밖에서도 공주가 되려면 미스코리아가 되어야 하는걸로 알았네. 오직 미

      모로 내 승부를 걸고 싶었네. 공부도 운동도 못하고 왕따까지 당하는 내가 승

      부할수 있는 것은 오직 미모뿐. 축복받은 내 미모라면 오직 미모로 세상에 승

      부를 걸고 싶었네. 날 괴롭히던 아이들, 날 구박하던 아이들, 날 손가락질 하

      던 아이들. 함부로 더 이상 질시못하게 미스코리아가 되어 세상에 외치고 싶었

      지. 나는 세상의 여왕이라고. 날 괴롭히던 애들 앞에서 당당하게 외치고 싶었

      네. 난 미스코리아. 세상의 여왕

은영 모 : (은영 모는 은영의 아리아를 들으며 그녀를 키우며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

         이 떠올라 착잡하기 그지없다. 지난일 별로 회상하고 싶지 않은 듯 그쯤에

         서) 그만해둬라. 다 지나간 이야기. 그건 그렇다치고 그렇게 잘 나가던 네

         가 왜 갑자기 연예계는 떠난거냐

은영 : 정상에 오르는 것은 순간일뿐. 곧 내려와야 한다는걸 어린 나이지만 깨닫고

      있었어요. 아니, 그보단 연예계가 이전에 동경했던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네.

      연예계의 실상은 알고보면 진창. 여자로서 연예계에서 버틴다는건 더 어렵고

      힘들다는걸 알았네.

은영 모 : 그래서, 연예계가 힘들어서 선택한게 서서방이란 소리냐 ?

은영 : 오빠는 내게 진실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말씀 마세요

은영 모 : (의아해서) 진실한 사람 ?

은영 : (그녀의 두 번째 아리아 ‘진실한 사람’이 이어진다) 많은 남자들이 날 우러러하

      며 동경했었지. 미스코리아가 되고 탤런트로까지 데뷔해서 한참 잘 나가던 나.

      많은 잘나가는 남자들이 내게 접근했었소. 그러나 하나같이 내 미모, 내 육체,

      내 재산만을 탐낼뿐 진실한 사람은 없었어요. 내 깊은 상처를 알아주고 날 감

      싸줄 그런 사람 없었어요. 내 미모, 내 육체, 내 재산 탐하는 이는 많았지만 내

      가 힘들 때 기댈만한 그런 존재 없었어요. 하지만 오빠는 순수한 영혼, 때묻지

      않은 순결한 영혼. 그런 오빠이기에 끌렸어요. 오빠만이 오직 내 상처, 내 아픔

      알고 감싸줄수 있는 사람. 오빠만이 내 이야기 들어주던 그런 배려심 깊은 남

      자. 내 미모, 내 육체, 내 재산을 탐하던 그런 속물들과 달랐어요. 오빠는 때묻

      지 않은 순결한 영혼을 가진 사람. 오빠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진실된 영

      혼. 내 상처, 내 아픔 감싸줄수 있는 사람. 내 눈물 닦아줄수 있는 사람. 그런

      오빠의 순수하고 진실한 향기에 내 마음이 끌렸소

은영 모 : (은영의 아리아를 들으니 은영 모도 지나간 일들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편

         치 않다. 더 이상 과거 이야기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만하자. 더 이상

         지난 이야기 하고싶지 않다. 어쨌든 니가 여전히 서서방에 대한 콩깍지가

         떨어지지 않은 것 같구나

은영 : 그럼 좋은거지 뭘 그래요. 죽을때까지 콩깍지 안 떨어지면 되지 않나요

은영 모 : 글쎄, 그만해두래두. (아까 은영이 정리해놓은 부엌의 짐들 신경쓰며) 이따

         가 보양식 만드는 법 가르쳐줄테니 저거나 잘 정리해둬라

은영 : 예, 어머니. (그러면서 아직 채 정리하지 않은 은영 모의 짐가방에서 다른 짐

      들도 꺼내 정돈해 놓고 은영 모가 준비해왔다는 한약과 보양식 식재들도 어머

      니와 함께 다시 부엌으로 가서 차분히 정리해놓는다. 그렇게 분주한 모녀의

      움직임)

                                      (암 전)


제  2  장  한국. 서울의 한 모텔방


            그 시간 은영의 아내 서태원(46세)은 서울의 모텔방에 새 애인인 이

            소연(23세)과 함께 있다. 여자축구 선수 출신이기도 한 소연은 현재

            는 더 이상 선수로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한편 태원은 이 어린 소

            연이 마냥 좋기만 한지 한참 물고빨고 정신이 없고. 그러나 소연은

            아직 어린 탓일까. 태원이 유부남인걸 알고 있기도 한 소연은 양심

            의 가책과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에 머뭇거리는 면도 다소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태원은 더더욱 몸이 달아올라 소연에게 안겨든다.


태원 : 아...너 내 사랑스러운 여인 소연아. 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인 소연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쁘지 않은곳 없네. 어느것 하나 귀엽고 깜찍하지 않은

      곳 없네. 아, 너 이 나이에 내 새롭게 찾은 사랑. 날 기어이 뜨겁게 달아오르

      게 만드는 너. 날 흥분되게 만드는 나의 사랑.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엽고 사

      랑스럽지 않은곳 없네. 이런 너 나의 사랑. 나의 귀엽고 어어쁜 여인. 나는 너

      를 천사라고 부르네. (그러면서 뜨겁게 소연을 끌어안는 태원. 소연은 어린 탓

      인지 속수무책으로 태원에게 빨려드는면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조심스

      러워하는 면이 있다)

소연 : 아저씨, 이러지 마세요

태원 : 이리와 소연아. 내겐 오직 너 뿐이야

소연 : (그런 태원 진지하게 보면서) 아저씨 한가지 궁금한게 있어요

태원 : 궁금하다니 뭐가 ?

소연 : 아저씬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

태원 : 말했잖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사랑스럽고 예쁘지 않은곳 없다고

소연 : 그런 말 다른 사람들이 보면 믿기나 할지 모르겠네요. 아저씨, 보다시피 난 그

      렇게 예쁘지도 않고 오히려 털털한 스타일이에요. 축구를 할때도 여자답지 못

      하다는 핀잔 어른들한테 많이 들었지만, 제 털털한 성격 때문에 다른 남자아이

      들도 절 그냥 친구로만 생각했지 이성으로 느낀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아저씬

      이런 제가 좋다구요 ?

태원 : (그런 소연 진지하게 바라보며 첫 번째 아리아 ‘나는 너를 천사라고 부르지’를

      부른다) 나는 너를 천사라고 부르지. 이 순결하고 어여쁜 너를 천사라고 부르

      네. 보다시피 이렇게 작고 귀엽게 떨고 있는 너. 이 세상 그 무엇도 아직 함부

      로 범접하지 못한듯한 너. 그 어떤이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듯한 너. 그러나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끌리게 하네. 내 감정을 더 타오르게 만드네. 나는 너를

      천사라고 부르지.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운 너. 요 작고 귀여운새 영원히 내 품

      에 안고 쓰다듬어주고픈 날개. 폼에 안아 포근히 해주고픈 너. 이런 널 난 천

      사라고 부르네. 오 나의 귀여운 천사. 오 나의 순결한 천사. 오 나의 영원한 작

      고 귀여운새. 이리오렴

소연 : (그런 태원 살짝 밀치며) 이해할수 없어요 정말. 내게서...나처럼 선머슴같은

      아이한테 사랑을 느낀단 말씀인가요 ?

태원 : 그래, 다시 들어보렴 나의 노래를. 실은 오래전부터 하고픈 고백 있었다. 아무

      에게도 말하지 못한 진짜 중요한 고백이 있네

소연 : 그건 대체 무슨 말인가요 ?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고백이라니 ?

태원 : (이어지는 두 번째 아리아 ‘커밍아웃’) 세상은 언제부턴가 그것을 커밍아웃이라

      불렀네. 세상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하는 것을 커밍아웃이라 하네

      자신의 특별한 성적 정체성 말하는 것을 커밍아웃이라 하지. 어떤이들은 자신

      의 정치적, 사상적 소신을 커밍아웃이라 하기도 하지만, 나의 커밍아웃은 그런

      것들과 달라. 어릴때부터 여군이나 여자 운동선수를 동경했지. 어릴때부터 선

      머슴 같은 스타일의 걸크러쉬 여인을 동경했었네. 어릴때부터 발랄하고 적극

      적인 성격의 여인을 좋아했었어. 오히려 지나치게 예쁘거나 공주병 같은 여자

      는 난 싫고 솔직히 재수없네. 지나치게 예쁘고 섹시하고 공주병 같은 여자에

      게 사랑을 느끼지 않아. 성적 감홍도 일어나지 않아. 오히려 여군이나 운동선

      수출신 그런 여자랑 사랑을 하고 싶었네

소연 : (막상 듣고보니 태원이 좀 특별해 보이면서도 이해가 갈듯말 듯) 그래서 제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고백해오신건가요 ? 나이 40에 뒤늦게 맞은 새로운

      사랑이라서 ?

태원 : 맞아 소연아. 넌 내게 딱 안성마춤. 이렇게 뒤늦게 만난 내게 딱 맞는 여인이

      야. 어릴때부터 동경해왔던 운동선수 출신에 발랄하고 선머슴 같은 스타일의

      여자. 이렇게 3박자가 딱 맞는 여인도 없네. 이렇게 털털하고 선머슴 같은 스

      타일의 운동선수 유니폼을 입은 여자. 날 제대로 끌리게 만드는 여인이야. 날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여인. 날 흥분시키는 여인. 내게 딱 맞는 여인은 소

      연이 너뿐이야

소연 : (그러나 다시금 태원 말리며) 하지만 아저씬 유부남. 이 사랑이 정당화될순 없

      어요

태원 : 제발 내 마음을 이해해다오. 내 마음을 받아다오. 지난 17년은 내게 지옥같은

      시간이었어

소연 : 그건 또 무슨말이에요 ? 17년이 지옥같았다니 ?

태원 : 말했지만 난 오히려 너무 예쁘고 공주병같은 여자는 질색이었네. 그런여자 재

      수없었네. 그런데 하필 딱 그런 여자에게 물렸네. 하필이면 그런 여자의 끈질

      기고 집요한 여인에게 붙잡히고 말았어.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네. 저 먼 카나다

      타향에서 살며 하루하루가 지옥같았고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었네. 하루에도

      열 번씩 고향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이었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 고향은 고

      향이고 타향은 타향일뿐 하루에도 몇 번씩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었네

소연 : 그렇게나 싫었나요 ? 그렇게 불행했나요 결혼생활이 ?

태원 : 그들은 내게 말했네. 은영과 결혼하면 친척이 운영하는 백화점 경영권을 주겠

      다고. 그들이 내게 말했네. 카나다에서 부족함없이 행복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아이들 낳고 키우며 힘들고 어려움 없이 살게 해주겠다헀네. 그 말에 넘어갔지

      만 모든게 지옥이었어

소연 : 하지만 그건 모두 아저씨의 선택. 누가 강요한 것 아니지 않나요. 이제와 아저

      씨의 선택을 부정한다고 정당화되진 않아요

태원 : 난 원래 기자가 되고 싶었다. 난 원래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기자로 이 세상

      방방곡곡을 자유롭게 누비며 취재하다 시간이 지나면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특

      임교수가 되거나 아니면 사회비평가가 되거나 운이 좋으면 정계에 진출에 국회

      의원도 할수있겠다 생각했었지. 대체로 어떤 속박의 굴레보다 자유분방한 삶을

      원했어. 이런 내게 백화점 경영은 맞지 않는 일이었어. 그들이 내게 준대서 맡

      은것이지만 내겐 모든게 지옥.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었네. 벗어나고 싶었

      네. 백화점 경영보단 난 기자를 하면서 글을쓰며 사회비평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삶 소망했었네. 그래서 그리웠어. 그 모든 꿈 포기하고 한국을 떠났지

      만 머지않아 후회했네. 하루에도 몇 번씩 한국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어.

      카나다는 내게 너무나 낯선 타향.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한국에

      있었네. 타향은 타향일뿐 고향이 진짜 고향. 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 원

      래 나 하고픈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었네. (그리고 다시금 소연에게 달려드는데

      소연은 이런 태원을 끝끝내 거부하지 못하는지 갈등하다 다시금 태원에게 안

      긴다)

소연 : 아저씨 대체 제게 뭘 원하나요

태원 : 소연아 나랑 살자. 나랑 결혼해줘. 나 여기 한국에 영원히 눌러앉아 남은 여생

      보내고 싶네. 내 남은 시간 내 마음대로 사랑하며 내 고향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네. 인생이 7,80년이라면 어느덧 40대 중반은 나. 남은 시간 채 30년. 그 남

      은 30년은 나 진실로 나 하고픈대로 자유롭게 살고싶네. 지난 17년은 내게 속

      박의 시간. 그 속박과 굴레를 떨쳐버리고 남은 30년 자유롭게 살고싶어

소연 : (갈등하며 혼자 자신만의 노래를 부른다) 나 원래 남자에겐 관심없었네. 아니

      차라리 체념하고 있었다고 봐야하겠지. 남자들은 날 그저 편한 친구로 대할뿐

      이성으로 생각한이 없었네. 그런 내게 결혼이나 연애는 어쩌면 인연이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 문제에 관심끊고 혼자 자유롭게 살려했지. 그런 내게 뜻

      하지 않은 사랑이 찾아왔네. 나이많은 중년의 아저씨가 날 사랑한다네. 선머슴

      같고 털털한 날 귀엽고 깜찍하다네.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보이는 중년의 그가

      사내아이 같은 나 축구공이나 차던 나를 천사라고 부르네. 20대의 선머슴 같은

      소녀를 40대 외로운 중년의 아저씨가 끔찍이 사랑한다네. 날 귀엽다고 천사라

      고 한다네. 나 아직 어린 소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겠네. 나 진정 이 아저

      씨를 사랑해도 되는걸까.

태원 : (더욱 절실하게 애원) 소연아. 나랑 살자. 남은 30년. 이제 진짜 내가 원하는

      사랑 제대로 해보고 싶어. 지난 17년 내게 속박의 시간. 내 하고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카나다로 떠난 시간이었어. 내 원래 꾸었던 꿈, 내 원래 하고팠던 일

      모두 접고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재수없어하는 그런

      공주병 여인을 만났네. 내가 가장 자신없어하는 경영일을, 나도 모르게 졸지에

      백화점 경영을 17년동안 하게 되었네. 그 모든게 내게 맞지 않는 옷. 그 모든

      시간이 지옥과도 같았어. 몸은 타향에 있었어도 마음은 하루도 고향으로 달려

      가지 않은적 없었네. 몸은 저 바다건너 타국에 있어도 사는게 아니었네. 지난

      17년은 내가 원하지 않았던 옷. 내게 맞지 않았던 자리. 그 자리, 그 옷 떨쳐

      버리고 내게 맞는 자리를 찾고 싶네. 내게 맞는 여인과 사랑을 하고 싶네. 아,

      소연아. 이런 내 마음 이해해다오. 나 이제 제대로 사랑을 하고싶어

                                   (암  전)



- 2막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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