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이제 사실상 바른정당과의 통합찬성파와 반대파 둘로 쪼개졌다고 봐야할 것 같다. 우선 그전에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0일까지 있었던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와 안철수 대표 재신임 문제에 대한 ‘전당원 투표’는 당원의 23%가 참여하는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75%라는 압도적인 통합 찬성이 나왔다. 그러나 전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가 있은지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국민의당 현역의원 39명중 18명의 ‘통합 반대파’가 23% 밖에 투표하지 않은 ‘전당원 투표’ 자체가 안철수 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의미하는것이라며 자신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함을 거듭 밝혔다.
그러고보면 현역의원을 놓고보면 39명중 18명이 통합 반대파고 나머지 21명중 입장에 유보적인 사람이 한두명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여하튼 현역의원만을 놓고보면 당이 완전히 절반으로 쪼개진 것이다. 한편 국민의당은 지금껏 25만 당원을 주장했지만 이번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에 관한 ‘전당원 투표’에선 그중 23%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그중 75%가 통합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전 당대표 선출과 관련된 전당원 투표와 비교해보면 박지원 대표가 선출된 지난해 1.15 전당대회 당원 투표율이 19%, 안철수 대표가 선출된 8월 전당대회는 24%를 기록했으니 박지원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보다는 오히려 투표율이 높고 안철수 대표가 선출된 전당원 투표보다는 투표율이 약간 낮은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따지고보면 이게 진성당원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 정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 주요 정당들이 백만당원을 주장해왔던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현재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 당대표 선출이나 다른당과의 통합문제 같은 중요한 사안을 놓고 갖는 ‘전당원 투표’에서도 투표율은 겨우 20퍼센트 안팎인 것이다. 25만 당원이라지만 대선,총선 같은 주요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늘어나는 당원이나 동원당원등을 제외하고 나면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당원 비율이래봤자 결국 그 정도 수준인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를 놓고 ‘전당원 투표’를 전격 발의하면서 당무회의 안건으로 회부한 문제를 갖고도 당헌,당규 위반이란 논란이 계속 있어왔으나 통합찬성파인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전당원 투표’는 비교하자면 ‘국민투표’와 비슷한것이라며 당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전격 제안한 문제나 ‘전당원 투표’에서 투표율을 정하지 않은 문제에 하자가 없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헌데 사실 ‘전당원 투표’를 ‘국민투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다. 근본적으로 민주국가에서 정당에 가입해서 당원이 되는 것 자체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행위다. 따라서 이렇게 100% 자기 의지대로 결정해서 정당을 선택 당원이 되는 경우를 국가의 국민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통합 반대파는 애초에 이번 ‘전당원 투표’ 자체가 절차상 하자가 있고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일단 법원은 ‘정당 내부의 문제에 사법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를 펴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적어도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갈 일 자체가 없어져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진전시키는게 무의미해졌다. 다만 전당원 투표로 결정된 합당문제를 ‘의결’해야하는 전당대회는 애초 안철수 대표측이 이 역시 ‘온라인 투표’를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여기에 선관위가 온라인 투표 시스템인 ‘K보팅’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 전당대회 온라인 투표는 제동이 걸렸고 일단 전당대회에서의 합당의결은 ‘현장투표’로 진행되어야할 판이다.
헌데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이미 ‘전당원 투표’로 결정난 상황을 ‘전당대회’에서 다시 의결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좀 맞지가 않는다. 쉽게말해 똑같은 내용의 투표를 두 번 연거푸 하는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정당법상 당의 합당은 당의 대의기관이나 수임기관 다시말해 전당대회에서 의결하도록 되어있으니 부득이한 절차이긴 하지만 저와같은 정당법 자체가 과거 ‘제왕적 총재’하의 정당구조가 일반적인 상식이고 관행이었을 때 만들어진 법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제왕적 총재’ 시절엔 공천이든 합당이나 해산이든 당헌,당규 변경이든 당 지도부가 이미 결정한 사항을 ‘전당대회’는 그저 형식적으로 만장일치 통과시켜주는 통과의례에 불과했다. 헌데 상향식 정당운영 시스템과 ‘당원과 지지자 중심’으로의 정당개혁이 20년 넘게 이야기되어 오면서 주요 정당들이 그러한 시스템으로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전 당원 투표’ 같은 개념도 생기고 하는 지금 우리는 그런 과도기적 상황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당원 투표에서 결정된 사항을 전당대회에서 다시 의결하는 것 자체가 시간적,물자적 낭비다. 현행 정당법상 정당간 합당에 대한 문제는 당의 대의기관이나 수임기관에서만(다시말해 전당대회) 결정할수 있도록 되어있으니 부득이한 절차이긴 하지만 이 조항 자체가 제왕적 총재가 관행이었던 시절 만들어진 조항임을 다시금 유념해야 한다. 애초에 ‘제왕적 총재’로 인한 폐해를 개선하자는 정치개혁의 근본 취지가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타파하자고 나온 주장 아니었던가. 비록 여전히 많은 혼선과 시행착오를 겪고있긴 하지만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의 주요 정당들은 이미 제왕적 총재 구조에서 상향식 구조로 그 운영 시스템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따라서 정당법 역시 그와같은 정치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할 문제다.
어쨌거나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듯 하다. 신년초 일부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시 신당 지지율이 경우에 따라선 자유한국당을 넘어서거나 오차범위내 박빙으로 나오는걸로 나왔다. 물론 이는 제3신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심리가 일시적으로 나타난 효과로 봐야하겠지만, 통합신당 지지율 문제와 별개로 남은 잔류파를 지지할만한 유권자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을 반대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정동영,천정배등 대체로 친노친문보다도 정치성향이 더 왼쪽이면서 오히려 정의당보다는 약간 오른쪽에 있는 그런 이념적 스탠스를 갖고있는 사람들이다. 친노보다 왼쪽, 정의당보다 오른쪽의 유권자 비율이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될까 ? 저 정도 이념적 스탠스의 정당이 과거 있었다면 아마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나 유시민이 한때 만들었던 ‘개혁국민정당’ 정도일 것이다. 그 정당들 과거 지지율이 어땠고 이후 어떤길을 갔는지를 생각해보면 통합 반대파들이 자기네들끼리 따로 신당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 신당이 얼마나 갈수 있을지는 금방 답이 나온다.
어쨌든 이번만큼은 안철수의 승부수가 통했다. 그러나 한때 새정치를 표방하며 일어났던 안철수의 신선한 이미지와 제3후보로서의 효과는 이제 거의 사라진 듯 하다. 오히려 근래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한때 안철수가 누렸던 제3후보 효과는 이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보고있는 듯 하다. 기존의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양당구도에 식상해온 국민정서가 여전히 일정부분 존재한다는 증거다. 그러나 혹 앞으로 또 다른 제3후보나 제3후보 현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인물 역시 명심해야할 부분이 있다. 지난 20여년 우리나라 정치학자,언론인,지식인들이 꾸준히 외쳐온 ‘정치개혁’의 방향성이 무엇인가를. 결국 제왕적 총재 시스템을 당원과 지지자 중심의 상향식 정당구조로 개혁하고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를 타파하자는게 지난 20여년 정치개혁을 외쳐온 정치학자,언론인,지식인들의 꾸준한 주장이었다. 덕분에 시행착오와 혼선이 생각보다 심할지언정 이미 우리나라 정당개혁의 방향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또다시 있을지 모를 제3후보 역시 그와같은 우리나라 정치개혁,정당개혁의 방향과 흐름은 반드시 유념해두고 일을 해야할 것이다.




덧글
아직도 광주사태 붙잡고 있는 안철수에게서 사람들은 미래를 보지 못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미군철수 자주화의 시대가 와야 합니다.
아무래도 반대하시는 의원들이 투표 불참 운동을 한것도 투표율이 낮은 원인인것 같아요.
작년 8월 안철수 대표 선출과 비슷한 투표율이라면
딱히 투표율이 낮았다고 보기도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