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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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영복씨 수기를 들여보내려 한걸까 정치,시사



 인생을 40년 조금 넘게 살아오다보니 필자도 주제넘으나마 깨닫게 된 세상이치가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람은 보통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랐느냐에 따라 그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자리잡게되기 마련이며 그리고 그와같이 자리잡은 사고나 가치관을 중심으로 세상돌아가는 이치나 사물 또는 사회현상을 보고 판단하게 된다는 점이다.


 가령 아주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의 경우에는 그 무슨 환단고기니 후천개벽이니 미륵이니 이런 개념들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애초부터 사고방식이나 관심사안이 기독교 신앙을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요즘처럼 그런 개념들을 인터넷에서 종교나 역사문제 관련 조금 검색만 해봐도 금방 접할수 있는 그런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또는 우리사회에서 대체로 주류적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6.25때 선친이나 친척의 좌익경력 같은 문제 때문에 연좌제로 고통받고 살아온 집안의 상처나 정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한 현실이다.


 사실 이런 사례는 연예계에서도 종종 찾아볼수 있다. 가령 기획사 같은데서 가수나 연기자 연습생 교육 같은 것을 받은 사람들 가수연습을 한 경우에는 보통 가르치는 선생들이 ‘카메라를 잡아먹으란말야 !!!’ 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자신이 직접 무대를 주도해야 한다는 식으로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연기연습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말고 자연스레 일상처럼 연기할 것’을 주문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가수연습을 하다 연기자가 된 경우나 연기활동을 하다 가수가 된 경우엔 막상 현장에서 (그전까지 정 반대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피디의 요구를 잘못 알아들어 혼선이 빚어지는 해프닝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벌써 한 1년전의 일인데 민변에서 작년 4월 발생한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탈북사건을 놓고 ‘납치의혹’을 제기하며 탈북자에 대한 국정원 조사기관인 대성공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적이 있었다. 그땐 마침 북한이 종업원 13인 탈북사건을 놓고 한참 ‘납치’ 주장을 하면서 심지어 이례적으로 종업원 가족들까지 영상으로 내보내 송환을 요구하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바로 그럴 때 민변이 탈북 종업원 가족들의 위임장을 전달받았다며 이들의 인권보장 요구와 함께 납치의혹제기 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민변의 의도야 어찌되었든간에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간 결과가 되었다.


 헌데 이때 민변이 탈북 종업원 가족들의 위임장과 함께 대성공사로 들여보내려 한 책이 있다. 윤동주 시집과 신영복씨 수기였다. 물론 위임장과 민변이 자체적으로 들여보내려 한 윤동주 시집과 신영복 수기는 국정원측의 거부로 들여보내지지 않았다. 헌데 윤동주 시집은 그렇다치고 신영복씨 수기는 민변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들여보내려 한것인지 모르겠다.


 신영복씨는 1968년에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한 사람으로 1988년에 가서야 전향서를 쓰고 가석방된 사람이다. 이 신씨가 수감생활 시절 바깥의 지인들과 나눈 서신등을 엮어 쓴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80년대 후반에 제법 화제가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신씨는 출소후엔 성균관대에서 교수로 재직해오다가 지난해 초 세상을 떠났다. 한편 민변은 바로 이 신씨의 수기 ‘처음처럼’을 대성공사의 탈북 종업원들에게 전달하려 했는데 ‘처음처럼’은 신씨의 서화와 에세이를 담은 책으로 수감생활 당시 검열문제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한 좀 더 솔직한 고백이 담겨진 책이라고 한다.


 대성공사는 국정원에서 탈북자들의 탈북 동기,경위,과정들을 조사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다. 다만 8,90년대나 한 2천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대성공사에 대해선 일반인은 물론 북한에 대해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매니아들도 어떤곳인지 잘 몰랐다. 가령 북한인권 운동가들중에도 탈북자들이 남한 정착교육을 받는 ‘하나원’이란 90년대 후반 이후에 생긴 기관은 알고 있어도 대성공사가 무엇을 하는곳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근래들어서는 케이블이나 인터넷 팟캐스트 같은데 탈북자들이 나와 자신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느낀것들이라던가 이런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하나원 교육과정은 물론 대성공사에서 조사받을때의 일들도 자연스레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6월에 시위를 한 그리고 심지어 윤동주,신영복씨등의 시와 수기를 들여보내려고 한 민변 변호사들은 국정원에서 탈북자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 ‘대성공사’에 대해 어떤 상상들을 했을것이냐 하는 문제다. 군사독재시절 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이나 반체제 인사들이 정보기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받고 고초를 겪은 것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한국인이라면 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민변이라면 그 구성원 상당수들이 과거 열렬한 민주화 운동가나 진보운동가였거나 또는 그렇게까지 열혈 활동가들은 아니었더라도 대략 그쪽진영의 정서나 가치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사람들이 국정원의 탈북자 조사기관이라는 대성공사, 또는 그런곳에서 조사를 받는 탈북자들에 대해서 무슨 생각, 어떤 상상을 했을것이냐 하는 이야기다.


 혹시 민변 변호사들은 대성공사가 국정원이 탈북자들을 조사하는 기관이라니까 그곳에서 마치 과거 정보부나 안기부가 반체제 인사들을 잡아다 혹독하게 고문했듯 탈북자도 그렇게 다룰거라고 생각한건가 ? 그래서 신영복 같은 한때 반체제 인사이자 무기수였던 사람이 어떻게 거기서 고난과 고초를 극복했는지 그런 책이라도 넣어줘 고초를 겪는(?) 탈북 종업원들에게 힘과 용기라도 북돋아주기 위해 이런책을 들여보내려 한 것인가 ? 헌데 미안하지만 그럼 헛다리를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나라 역대 정보기관들 과거 민주화 인사나 반정부 인사들은 붙잡아서 혹독하게 고문했어도 탈북자나 전향한 간첩들에겐 끔찍하게 잘해주던 곳이다. - 가령 김신조나 김현희가 고문받았다는 소리 들어본적 있나 ? - (* 사실 유감스러운 면이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반대로 귀순자나 간첩들은 좀 빡빡하게 다룰지언정 반정부,반체제 인사들은 좋은말로 잘 회유했다면 우리 현대사가 조금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을지 어찌아는가.)


 실제 근래에는 적잖은 탈북자가 케이블이나 팟캐스트에서 대성공사에서 조사받을 때 일들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대개는 그저 ‘잘해주더라’ 심지어 젊은 여성 탈북자들중엔 거기(대성공사) 어떤 조사원 오빠, 경비원 오빠가 진짜 멋있었더라 이런식의 말까지 한다. 얼마전 탈북자의 남한 정착기를 다룬 한 주말극에선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가 매우 음침한 공간에서 조사를 받으며 북한에서 탈출할 때 받은 고통의 기억이 되살아나 혼절까지 하는 장면을 묘사했는데 이 역시 오류다. 정작 탈북 웹툰작가인 최성국씨는 작년에 ‘로동심문’이란 웹툰을 연재하면서 거기 대성공사에서 실제 탈북자들이 조사받는 모습을 그려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최씨의 만화에서 그려진 대성공사 모습은 정보기관의 조사를 받는 분위기라기 보단 어디 대기업 같은데서 남녀 직장인 수백명이 단체로 유스호스텔 같은데라도 와서 엠티라도 하는듯한 그런 분위기다. 실제 해당 만화를 대성공사 이야기를 탈북자가 그린 웹툰이란 정보를 사전에 모르고 얼핏 봤다면 무슨 대기업 직원 엠티장면이라도 묘사한건가 그런 착각까지 들 지경이다.


 물론 케이블이나 팟캐스트에서 공개된 탈북자들의 대성공사 이야기에도 가령 북한에서 있은일을 A4 용지 수십장에 쓰게 하는데, 정작 북한에서의 일들이 잘 기억이 안 나거나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던지, 조사를 받을때는 개별 독방에 배치되는데 그땐 많이 답답했다든지 그런식으로 힘들었던 이야기도 간간이 하기도 한다. - 하지만 적어도 민변 변호사들 머릿속에 그려질법한 그런식의 혹독한 고문이나 고초를 겪는일은 없다.


 물론 90년대 후반엔 실제 정보기관에서 조사받을 때 가혹행위를 받았다는 탈북자 몇몇이 ‘폭로 기자회견’을 가져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적도 있고, 몇 년전엔 ‘프레시안’이란 진보성향 웹진에서 70년대 귀순용사 시대에 남한으로 왔다가 되려 간첩혐의를 받고 고초를 당한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일도 있다. 사실 필자도 안기부(현 국정원의 전신)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탈북자를 직접 만나본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개 탈북 과정이 석연찮거나 정보기관 조사에 잘 협조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 사실 어쨌든 북한이 탈북자속에 간첩을 섞여 보낼지도 모르는 우려가 분명 있는판에 그것도 정보기관이 그런부분을 조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그게 더 문제인 것 아닌가 ?


 무엇보다 작년 탈북 종업원 사건과 관련해선 북한은 물론 남한의 일부 진보단체에서까지 납치나 국정원 공작의혹을 제기하는 판에 해당 탈북자들에게 그런 가혹행위를 할 리가 없다. 나중에 행여 뒷탈이 날 우려가 있어서라도 못할것이고 행여 정말 어떤 공작이 들어갔던 일이라면 되려 자의에 따라 오지않은 종업원들을 회유하기 위해서라도 더 끔찍이 환대해줘야 할 일 아닌가. 최소한 우리나라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그렇게까지 머리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한마디로 민변이 지난해 6월 대성공사 앞 시위를 벌이면서 심지어 신영복씨 수기를 탈북 종업원들에게 들여보내려 한 것은 뭔가 헛다리를 짚어도 단단히 잘못 짚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80년대 후반 동구권 북한 유학생 출신들의 줄줄이 귀순하는일이 있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적이 있는데 그때 온 유학생들중 방송활동을 통해 유명해진 전철우씨를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헌데 이 전철우씨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바로 전철우와 함께온 장영철이란 유학생 출신 귀순자가 있다. 헌데 이 장영철씨가 90년대 후반 ‘당신들이 그렇게 잘 났어요 ?’란 수기집을 냈는데 여기 전철우와 함께 베를린으로 와서 한국으로 망명하려 할때의 일이 처음으로 공개되어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막상 서부 베를린 자유진영까지 오게 되었는데 처음엔 어찌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다 우연히 한 무리의 한국 대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헌데 나중에 알게된 일이었겠지만 바로 이 대학생들은 운동권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독일까지 와서 그곳에서 ‘임수경 석방’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야 전철우,장영철이나 남한의 운동권 학생들이나 피차 누군지 구체적으로 알리 없을테고 이들 대학생들은 전,장 앞에서도 ‘임수경 석방 호소’에 서명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막상 ‘남조선 망명’을 위해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한국 대학생으로 추정되니 접촉을 시도해보려 한 것인데 하필이면 임수경 석방을 호소하는 운동권 대학생 단체였다니. 남한 망명을 시도하려는 북한 유학생 앞에서 임수경 석방을 호소하는 남한 대학생들. 지구와 안드로메다인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 한들 이렇게까지 어긋나는 주제의 대화를 나누게 될수 있을까 싶은 한 장면이었다.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때 서부베를린 지역에서 망명시도를 하는 북한유학생과 임수경 석방 호소를 하난 남한의 운동권 대학생들. 그리고 2016년 대성공사 앞에서 탈북 종업원 납치의혹을 제기하며 심지어 이들을 돕는답시고 신영복씨 수기를 전해주려는 민변 관계자들. 이 두 해프닝(!)을 같은 연장선상에서 보는 이유는 결국 뿌리를 따져보면 탈북자나 북한문제에 대한 무지나 몰이해에서 비롯된 일이란 점에서 비슷한 성질의 사건이란 지적을 하는 것이다. 만약 민변이 북한과 연계가 된 단체가 아니라면 국정원 공작 의혹을 제기하거나 심지어 대성공사에서 조사중인 탈북 종업원들에게 장기수 신영복씨 수기를 전달하려는 것은 결국 북한문제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밖에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결국 진보진영의 북한과 탈북자 문제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대성공사에서 조사를 받는 탈북자들에게 장기수 신영복씨 수기를 전달하려는 민변 관계자들의 모습. 머릿속에 대성공사의 조사과정이 마치 과거 군사정권 시절 반체제인사 붙잡아다 고문이라도 하는 그림을 떠올리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해프닝이다. 그리고 진보진영의 북한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경우 이런 해프닝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덧글

  • 문재인의 임나사복원 2017/06/16 08:13 # 답글

    이제는 탈북자를 많이 데려 오려 노력하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체제 경쟁은 거의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까?
    특히 종교미신단체가 탈북자를 데려오는 것은 순수해 보이지 않습니다.
  • 별일 없는 2017/06/16 09:41 # 답글

    존나 혹독한 고문 받으려면 문세광같이 테러를 저지르고 해야 할듯한데
    그리고 좋은놈 나쁜놈 심문기법 같은것도 있잖아요. 간첩들에 한해선 잘대해주기만 하진 않을거 같은데
  • 훼드라 2017/06/16 20:30 #

    어쨌든 대성공사에서 조사중인 탈북종업원들에게 무슨 신영복 수기를
    들여보내주려 했다는것 자체가 바보짓이란 소리입니다. 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네들에게 신영복 수기를 넣어줄 발상이 가능한건지 원

    - 게다가 그 사람들 입장에선 신영복이 누군지도 모를거잖아요 !!! 그러니 더더욱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 그리고 말 나온김에 하나만 덧붙이면 그...제4공화국 드라마에서 문세광 고문장면
    그건 실제 문세광 사건당시 수사를 맡았던 이용택씨가 드라마 방영당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바 있습니다. 정보부가 문세광을 고문하는 장면 자체가 드라마 제작진들이 순전
    상상력으로 만든 장면이에요
  • 훼드라 2017/06/17 09:32 #

    그리고 요즘 유튜브에도 탈북자 토크쇼 진행하는 팟캐스트 많으니 그거 한번
    직접 보세요. 거기 가끔 젊은 여성 탈북자 애들이 대성공사,하나원에서 겪은일들
    이야기도 하는데...맨 그냥...어떤 조사원 오빠가 잘생겼더라...어떤 경비원 오빠가
    멋있었다...그런이야기밖에 없어요 !!! (하긴 민변 사람들이야 그런데 관심 가질사람들이
    애초에 아니지만)

    따라서 하물며 그 탈북 종업원들에게 대성공사에서 가혹행위를 할거란 걱정은
    진짜 민변이 안 해도 되는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하물며 신영복 수기 같은것을
    굳이 읽어봐야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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