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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정치적 결론(탄핵 판결)을 내렸다 정치,시사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애초에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가 워낙 커서 탄핵 인용에 대한 여론이 높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른바 보수진영의 태극기 집회도 세가 더 커지고 주장도 과격해져 혹시 탄핵이 인용되지 않고 기각이나 각하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한때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탄핵은 8:0 현 8명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인용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였다.


 우선 차분히 헌재 판결문을 다시 살펴보면 서두에 각하(却下 : 행정부서나 법원에서 원서나 신청,소송등이 형식이나 규범에 맞지 않아 물리치는일) 문제에 대한 반론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설파한 것이 눈길이 간다. 아마 변론 후반부에 참여한 대통령측의 한 원로 변호사가 국회의 탄핵 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적극 설파하며 대통령 탄핵이 인용이나 기각이 아닌 각하(却下)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그래서 한때 이 문제가 언론과 보수진영에서 부각되었던 점을 신경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후 국회의 탄핵사유에 대해선 일단 인사문제(권한남용),세월호 문제, 언론탄압 문제등에 대해선 대체로 증거부족 이유로 ‘탄핵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논리를 폈다. 사실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이 이 부분까지 읽어갈때까지만 해도 ‘혹시 탄핵이 기각되는 것 아닌가 ?’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하지만 마지막 최순실 국정농단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사실상 공범관계나 다름없음을 말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무엇보다 헌재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그 자체보다 대통령이 이후 담화문에서 밝힌 검찰이나 특검수사 수용등의 약속도 어기는등 대체로 ‘헌법수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결국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였다.


 전체적인 논거 흐름을 살펴보면 결국 최순실의 국정농단 그 자체보다도 이후 대통령이 보여준 수사나 재판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를 ‘헌법수호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것으로 판단했고 ‘이런 사람이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나라가 더 큰 혼란에 빠질 것 같다’는 판단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 법리적 문제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판단을 한 것 같다.


 헌재의 판결이 법리적 판단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판단을 하는 성격이 강한곳이라는데는 필자도 어느정도 동의한다. 과거 헌재 판결을 쭉 놓고 보아도 헌재의 판결엔 법리적 논리보단 ‘정치적 판단’으로 결론을 내린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당시엔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오는 정치적 혼란과 파면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정치적 혼란중에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과 이번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과가 그렇고 미디어법 논란이나 행정수도 이전 문제등 국회가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랜 정쟁 끝에 결국 헌재까지 가져온 문제들도 그 결과를 놓고보면 다분히 ‘정치적 판단’을 한듯한 결과가 많았다. 심지어 따지고보면 도농간 선거구 인구편차 문제 헌법 불합치 판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서 오는 정치,사회적 혼란이 더 클지 박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아서 오는 정치,사회적 혼란이 더 큰지를 고민하지 않을수가 없다. 일단 만약 헌재가 탄핵을 기각이나 각하했을 경우 야당이나 진보성향 언론,시민단체,지식인,유권자들이 얼마나 집단으로 극단적으로 반발했을지를 상상해보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그걸 생각해보면 적어도 정치,사회적 혼란 최소화란 측면에선 박대통령을 탄핵한 것이 차라리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헌데 헌재의 판결을 다시 음미해보면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엄청난 숙제 또는 정쟁의 빌미를 안겨주고 말았다. 우선 헌재는 세월호 문제라던가 언론자유 침해,공무원 임면권 남용 문제등은 증거부족등을 이유로 ‘탄핵사유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최순실의 국정농단문제는 특히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대통령의 태도를 전체적으로 보고 판단 ‘헌법수호 의지가 없었다’며 파면을 결정했다. 이렇게되면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과연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 혹은 비선실세의 비리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 탄핵’ 문제가 또다시 정치적 이슈가 안 된다고 말할수 있을까 ?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주류사회의 보편적인 의식이나 윤리수준을 판단했을 때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다시 친인척이나 측근비리 발생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어렵게 이야기할 것 없이 지금 당장 거론되는 유력 대선후보 누구누구가 대통령이 되었을시 똑같은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 헌데 그럴때마다 그런 논란 자체가 단순히 정치권의 정쟁수준을 넘어서 또다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되면 어찌되는가.


 그런 차원에서 다시금 판결문을 음미해보면 그나마 다행스러운게 ‘세월호 사태’와 관련해선 대통령의 무능이나 직무태만이 ‘탄핵사유가 될수 없다’고 못박은 점이다. - 하마터면 앞으로 대형참사가 발생할때마다 ‘대통령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 나라가 될 뻔 했다. - 그 외 공무원 임면권 남용이나 언론자유 침해 문제는 ‘증거불충분’이란 결론을 내렸다.


 물론 대통령이 공무원 임면권을 필요이상 함부로 남용한다던가 또는 언론자유나 표현의 자유 같은 것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다면 그 역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으로선 해서는 안 되는 너무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헌재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 문제에 한해서만큼은 ‘증거가 불충분’하여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못박아놓았다.


 허나 생각해보면 다소 해괴한 논리와 결론이었다. 애초에 국회가 백화점 나열식으로 탄핵사유를 13가지나 열거했던 것을 헌재는 최순실 국정농단,권한남용(인사권 문제),언론자유 침해,국민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세월호 사태), 그리고 그 외 형사법 위반(뇌물수수 등)등 다섯가지로 간소화시켰다. 헌데 이중 세가지는 증거 불충분등의 이유로 탄핵사유가 안 된다고 해놓고선 마지막 하나 남은 최순실 국정농단 문제에 집중 여기에 국가기밀 유출문제를 묶은뒤 이후 대통령의 탄핵사태에 임하는 불성실한 자세를 총체적으로 판단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결론’이란 표현을 한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사태 수습 방안을 논하며 결론을 아니내릴수가 없다. 어쨌든 진보진영 입장에서 그렇게 보기 싫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으니 설마 촛불집회가 앞으로 더 격화될리는 없을테고, 이제 흥분한 태극기 집회측을 진정시켜야 할때다. 헌데 따지고보면 태극기 집회를 말릴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럴 의지도 생각도 없는 것 같아 여러 가지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두달후면 새 대통령도 뽑게된다. 새 정부가 얼마나 국정을 무난하게 수행해 가게될지 자체도 의문이지만 새롭게 집권하는 정치세력도 박대통령 탄핵사유를 반면교사이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제3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오는 불행은 없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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