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나고 2월로 접어들면서 정치권에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하나 터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전격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것이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여권의 새로운 대선후보 변수로 떠오르며 한때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기도 했던 반기문 전 총장. 하지만 지금의 지지율 하락세를 더는 견디지 못하고 전격 불출마를 선언한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확실히 충격적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필자는 좀 다른 각도에서 반 전 총장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바로 반기문 전 총장의 73세 나이다. 단순히 고령이라서 문제라는것만이 아니다. 가만보면 나이 60-70정도 되신 어르신들은 세상사를 아직 자신이 한참 젊을때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헌데 반 전 총장이 귀국하자마자 전격적으로 대권행보를 보이며 민심탐방을 하고, 고향을 방문하고, 요양시설을 방문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리 ‘새정치’ 어쩌구 해도 반 전 총장은 확실히 옛날분이시구나 하는점을 느꼈다.
만약 한 80년대나 90년대 정도만 되었어도 반 전 총장의 그와같은 대권행보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이와같았을것이다. ‘UN 사무총장을 10년 마치고 금의환향한 우리의 반기문’, ‘반기문 총장 본격 대권행보 나서나’, ‘반 전 총장 잇달은 민심탐방과 자원봉사로 표심 잡기에 박차’.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사실 정치인의 이런식의 행보는 요즘은 특히 인터넷에서 사소한 실수나 이런것들이 트집거리로 잡혀 논란이 되는일도 종종 있고, 그런 정치인이나 저명인사의 사소한 실수를 언론이 보도까지 해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유권자들의 의식이 많이 변한것이다. 요즘은 오히려 그런 민심탐방이나 자원봉사가 ‘정치쇼’임을 다들 알기 때문일까. 되려 사소한 실수같은것을 트집잡으며 논란이나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많고 언론도 이전에 비해 그런것들을 적극 보도한다. 특히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SNS가 보급되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그런 보도에 대해 반 전 총장이 노골적으로 젊은 기자들 앞에서 불만을 나타낸것도 실수다. 근본적으로 요즘 20-30대 젊은 기자들은 60-70 노인들과 가치관이 완전히 다르다. 아니 꼭 요즘만이 아니더라도 이전에도 정치인이나 고위인사가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했으나 언론이 그대로 보도해서 세상이 시끄러워지거나 논란이 된 일은 종종 있었다. 하물며 요즘 젊은 기자들이 노골적으로 자신 앞에서 신경질을 내는 반 전 총장에 대해 어찌 생각하며 보도했겠는가. 헌데 이 점은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또다른 관점에서 반 전 총장이 이해가 안 간다. 언론의 속성은 20-30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것은 없다. 무엇보다 반 전 총장도 청와대 수석,장관등을 역임하며 언론을 접촉할 기회도 많았을것이고 정치인과 접촉할 기회도 많았을것이다. 헌데 그런 반 전 총장이 언론의 속성을 망각한채 기자들 앞에서 대놓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인것은 그분의 전력을 볼때 언론에 대해 알만큼 알만한 분인데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하나 반 전 총장이 망각한 변수가 종편 변수다. 사실 종편이 생기기 전까진 인터넷상에서의 그런 작은 해프닝성 논란은 그저 9시 뉴스 가십거리 보도로 짤막하게 보도되는 수준이어서 그렇게까지 큰 파장이 일진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정치인들이 벌인 그런 사소한 해프닝이나 물의를 종편에서 정치평론가들이 하루종일 떠든다. 그러고보면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미국에서 10년을 보냈고, 종편은 이제 출범한지 한 5년 정도가 지났다. 반 전 총장이 그 사이 종편이 생기면서 우리 정치권에 생긴 변화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것 같다. 한마디로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그런 사소한 해프닝과 언론에 대한 신경질적 태도 그리고 이것을 하루종일 떠드는 종편으로 인해 빚어진것 같다. 특히 종편의 주 시청층이 낮에 집에있는 어르신들임을 생각하면 종편의 반 전 총장 문제에 대한 연일 계속되는 지적은 그분들 표심과 설날 민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것 같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원론적으로야 안타깝다고 해야겠지만, 지난 20일간 보여준 행보도 10년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국가원로로서의 모습이라기 보단 그간의 사회변화와 세태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칠순 노인의 모습이라 그 점이 더 아쉬웠다는 이야기다. 60-70 되신 노인을 공경하지 말란 소리는 아니지만 어르신들도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는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실제 연세드신 보수적인 어르신들은 요즘의 정치판도 과거 60-70년대의 분위기로 생각하고 바라는 경우가 많다. - 굳이 사례를 들자면 2002년 대선때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은 패인분석을 하면서 ‘저쪽(민주당)은 디지털 시대 선거를 했는데 우린 70년대 새마을 운동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며 푸념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별다른 유감은 없다. 다만 막상 귀국해서 적극적으로 대선행보를 보인 20일동안의 모습을 보면 그저 미국에서 10년 살다와서 그간의 국내상황과 사회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전형적인 칠순노인의 모습으로 느껴져 그것이 안타까왔다는 이야기다. 차라리 반 전 총장이 정치판에 뛰어들거나 대선도전을 하지 않고 우리사회의 존경받는 원로로 그냥 남는다면 우리사회를 위해서도 반 전 총장을 다행스러운 일일것이다. 다만 귀국후 대선 불출마 선언때까지 보여준 20일간의 좌충우돌 행보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고 싶었을뿐이다.




덧글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면, 저런 꼴은 안 당했을 겁니다.
정유라가 공부에 관심만 있었어도 그냥 흔한 정권비리로 넘길 수 있었고 반기문은 올 한해 동안 한국 정치에 적응 마치고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 매김할 수 있었는데...
정유라나 최순실 탓으로 돌릴수도 있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