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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청문회를 지켜보고나서 정치,시사


 최순실 국정농단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국정조사 특위
(이하 ‘국조특위’)가 지난 15일 막을 내렸다. 국조특위는 지난해 12월 6일부터 올 1월 9일까지 약 한달간 모두 7차례 청문회를 열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및 각종 의혹과 관련된 증인들을 불러 청문회를 진행하였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것은 1988년 5공비리,5.18 광주항쟁,언론통폐합 문제등 5공때 있었던 주요한 문제와 사건들을 조사하기 위한 국정조사때가 처음으로, 어느덧 그로부터 30년세월. 우리나라의 청문회 제도도 그런대로 ‘유구한’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고 말할수 있을것 같다.


 국회 청문회는 조사청문회의 경우 88년의 5공,광주,언론 청문회 이래로 97년의 한보 청문회 김대중 정부때 옷로비,조폐공사 청문회 노무현때 대선자금 의혹 청문회등 어느덧 대략 한 열차례 정도 열렸고,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부때 처음 도입되어 초창기엔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등 국회 추천권이 있는 3부요인 자리에 한해 청문회가 실시되다 이어 총리 청문회 제도가 도입되었고, 노무현때 국세청장,경찰청장,검찰총장,안기부장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으로 인사청문회 대상이 확대되었고 이후엔 전 각료가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기까지 이와같이 차츰 인사청문 대상이 확대되어 갔다. 또한 IMF 청문회라던가 FTA 문제 관련 청문회등 정책 청문회도 종종 열렸다.


 하지만 청문회 역사도 어느덧 이와같이 길어졌고 인사청문회,정책청문회등 많은 청문회를 거치면서 우리에게도 어느덧 ‘청문회’ 자체가 익숙해진지 꽤 되었지만 청문회에 나오는 증인들의 답변태도 그리고 의원들의 질의수준 그리고 청문회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시선과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것 같다. 일단 청문회 증인들의 경우 5공 청문회때 대표적 유행어가 되었던 ‘모릅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부터 시작해서 한보 청문회때엔 한술 더 뜬 ‘재판이 진행중이라 말할수 없다’느니 ‘확인해 드릴수 없다’느니 하는 말까지 나오더니 이번 최순실 청문회엔 아예 관련 주요 핵심증인들 대다수가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불출석을 해 청문회와 국회 자체를 무시하는것 아닌가 하는 깊은 의심을 지울수가 없었다.


 사실 과거에도 와병중이라던가 검찰수사등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한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 증인들의 불출석 사유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차라리 구속중이라던가 검찰수사중이라는식의 사유를 댄다면 모를까, 납득할수 없는(공항(?)장애라던가)이유로 청문회 출석요구에 불응한 경우가 있는가하면 심지어 ‘애들 교육상 안 좋다’느니 ‘유치원 학부모들과 선약이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을 한 증인도 있다. 이쯤되면 개인사정으로 청문회에 나올수 없는 것으로 이해해주긴 커녕 아예 국회와 청문회를 무시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끓어오르는 분노의 감정을 억누를수가 없다.


 세상에 만나기 싫은 사람이나 나가기 싫은 모임에 불참 핑계를 대자면 얼마든지 오만가지 핑계를 댈수도 있다. 그러니 ‘애들 교육상 안좋다’느니 ‘유치원 학부모와 선약이 있다’느니 이런식이라면 이건 숫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수가 없다. 또한 증인중 상대적으로 젊다고 볼수있는 30대 중반의 장시호 증인 조차도 의원들의 질의때 사뭇 짜증난다는듯 ‘검찰에서 다 말씀드렸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 마치 검찰에서 다 한 이야기를 뭐하러 여기서 또 하느냐는식의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국회 청문회가 얼마나 그 청문회 출석대상인 증인,참고인에게조차 무시의 대상이 되고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97년 한보 청문회 당시 조순형 의원의 경우 ‘재판에 계류중이라 말할수 없다’는 태도로 일괄하는 정태수 증인에게 ‘5공청문회의 역사적 의미를 아느냐 ? 재판은 증인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는곳이지만 여긴 한보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자리다’라고 호통을 쳐 ‘국회청문회’의 의미를 새삼 아로새기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법원에서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를 가리는 일과 국회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일이 뭐가 다른지 고개가 좀 갸웃거리긴 하지만 여하튼 국회의 주요기능은 입법활동과 예산,국정감시 기능이다. 그러니 정부가 국정을 수행함에 있어 어떤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또 그 잘못 수행되는 과정에서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여진 경우는 없는지 그 실체를 밝히는것도 당연히 국회가 해야하는 중요한 일중 하나다.


 국조특위 김성태 위원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한 증인들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면서 이례적으로 입법심의관들을 TV 생중계로 청문회가 한창 진행중일때 직접 불러 ‘동행명령장’을 내리는 진풍경을 연출해내기도 했지만 동행명령장이 되었든 그보다 더한 구인장이 되었든 해당 증인이나 참고인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국회나 청문회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면 동행명령장보다 더한 제도가 있더라도 별다른 효력이 없다. 실제 적잖은 증인들이 동행명령장 자체가 주소불명이나 당사자가 자택에 없어서 전달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지 않았는가. 근본적으로 이와같은 청문회가 벌어졌을때 해당 청문회에 출석해야하는 증인이나 참고인이 청문회를 어찌 생각하고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가령 위증을 하거나 증언이나 출석을 거부해서 고발까지 당했을시 그래서 몇 년 징역이나 벌금형이 때려져 받게되는 법적,금전적 손해보다 청문회를 일시적으로 회피해가서 얻을수 있는 개인적 이로움이 더 많다고 판단된다면 굳이 청문회까지 나와서 온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청문회장에서 그 수모와 고생을 겪으려고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청문회야 기껏 나가서 ‘모릅니다’,‘기억 안 납니다’,‘검찰에서 다 이야기 했습니다’ 하는 식으로 적당히 회피해 나가면 되고 또 정 나가는게 내키지 않으면 동행명령장이 발부되든 구인장이 나오든 적당히 핑계대서 피해가기만 하면 된다는것이 증인이나 참고인 대다수의 생각이라면 이래가지고야 국회 청문회의 권위가 도저히 설수가 없다.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 권위와 위상이 땅에 떨어진것은 지금까지 국회의원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누굴 원망하고 할 일도 아니다. 설사 국회 증언감정법의 처벌겨정을 더 강화해서 위증이나 출석거부시 더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법개정을 한다한들 그걸 수긍할 국민은 또 얼마나 될까. 오히려 그런식으로 증언감정법 처벌규정을 더 엄격하게 한 국회가 더 비아냥과 조롱이 되었으면 되었지 그런 처벌조항에 수긍할 국민도 별로 없을것같다.


 국회의원들의 질의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이번 청문회의 경우 매 의원마다 질의시간이 각기 7분이었다고 들었다. 다만 증인의 답변이 진행되는 중에는 질의시간이 포함되지 않으니 실제 의원이 질의,응답을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10여분 정도일것이다. 허나 그렇더라도 중요한 문제나 사안에 대해 보다 치밀하고 집중적으로 질의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사실 초창기 청문회때는 매 의원마다 주어지는 시간이 평균 30분 정도였던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가운데 증인의 답변이나 발언의 허점 또는 과거 행적등의 자료를 하나하나 대조해가며 치밀하고 논리적인 추궁이 가능했던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7분의 짧은 질의 때문에 시간에 쫒기다보니 호통만 치거나 감정섞인 발언이 나올수밖에 없다. 오히려 초창기 청문회때는 30분이나 주어지는 시간속에 일부 의원들은 그 긴 시간 상당수를 장황하게 개인유세 하듯 활용하기도 해 빈축을 사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사실 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시간 방식은 그동안 여러차례 개선,변경되어 왔는데 한때는 교섭단체별로 질의시간을 충분히 주고 그 주어진 질의시간을 교섭단체 간사재량으로 의원 개개인의 역량이나 역할분담에 따라 시간을 나누는 그런 방식도 사용된적이 몇 번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었다고 본다. 가령 이런식이다. 먼저 질의를 한나라당 180분, 민주당 150분 이렇게 충분히 배정한뒤 간사들이 소속 의원별로 질의시간을 재 배분하는것이다. 가령 한나라당의 경우 오민식 30분, 김동현 20분, 신임천 20분, 심성혁 70분...민주당이라면 고재열 30분, 탁현민 20분, 김용민, 20분, 허지웅 25분(이상 가명)이런식으로 간사들이 판단하여 각 소속의원의 역량이나 주어진 역할분담에 따라 효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증인 출석에 관해서도 좀 효율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초창기 청문회때는 주요증인은 물론 상대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증인들까지 하루 한두명씩 불러내서 거의 자정이 다 되도록 하루종일 청문회를 진행하곤 했었다. 그러다보니 때론 청문회 본 사안과 관련없는 개인적 질문까지 나오기도 해 5공이나 광주 청문회라기 보단 증인 개개인에 따라 ‘장세동 청문회’, ‘신현확 청문회’, ‘정호용 청문회’였다는 다소 비아냥섞인 별칭을 얻기도 했다. 아마 이 비효율적인 방식 때문에 요즘은 아예 하루에 20-30명씩 증인,참고인을 전부 한꺼번에 부르는데 이럴 경우 때에 따라선 사실상의 대질심문 효과도 있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별로 중요치 않은 증인이나 참고인의 경우에는 질문이 오는 경우도 어쩌다 한두번인데도 하루종일 증인석상에 앉아있어야하는 불편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이 방식도 다소 개선하여 주요 증인의 경우엔 과거처럼 하루 한두명씩 불러 의원들이 집중질의를 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증인,참고인은 주제별로 나눠 10-20명씩 한꺼번에 부르는 이런 방식으로 개선하는게 어떨지 제안해본다. 가령 이번 최순실 사태 청문회 관련해선 최순실이라던가 최순득 그 외 우병우,김기춘,조윤선등 주요 증인은 하루든 이틀이든 날짜를 정해 그날 하루 집중질의를 하도록 하고 나머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증인,참고인은 이번처럼 주제별로 세월호 7시간 문제, 비선진료 문제, K-재단-미르재단 문제, 재벌 후원금 문제등 각기 테마별로 나눠 증인,참고인을 한꺼번에 불러 심문을 진행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한다. 그래야만 청문회에 나오는 증인,참고인들도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지 않고 위증을 하거나 심지어 동행명령장조차 무색케 만들정도로 아예 행방을 알수없는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을것이다. 청문회 제도가 앞으로도 폐지되지 않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되려면 바로 이러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덧글

  • 이재명도 식민사관 2017/01/20 15:22 # 답글

    좋은 지적입니다.
    국회의원들의 오만한 태도와 무식한 질문에 넌더리가 납니다.
  • 훼드라 2017/01/20 21:52 #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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